주간 정덕현

토크쇼, 독특한 포맷? 섭외가 만사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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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 독특한 포맷? 섭외가 만사다

D.H.Jung 2008. 11. 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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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도사’의 영역을 넘어선 섭외, 토크쇼의 새 방향

토크쇼는 연예인이 나와야 재미있다? 연예인이 나와야 재미있지만 그들의 홍보를 들어줘야 한다? 따라서 홍보를 하되 그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숨겨야 한다? 적어도 ‘무릎팍 도사’가 깨려고 했던 것은 바로 이 토크쇼의 불문율처럼 자리잡고 있던 공식들이었다. 초창기 ‘무릎팍 도사’는 이 공식들을 보기 좋게 깨면서 주목받는 토크쇼로 자리하게 되었다. 논란연예인들을 앉혀놓고 대충 덮어주는 것이 아니라 정면에서 그 논란을 끄집어내 조목조목 짚어내는 형식은 연예인 홍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당대 토크쇼에 식상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어 잡았다.

하지만 어디 논란 연예인들이 그렇게 많은가. 섭외에서 한계를 느낀 제작진들은 차츰 그저 신비주의 전략을 수정하려는 연예인들을 출연시키면서 이 프로그램의 초심을 흐렸다. 그런데 바로 이 탈신비주의 전략이 드러나는 순간, 이전 논란 연예인들의 출연 역시 같은 맥락으로 그 실체가 파악되었다. 사실상 논란 연예인들의 출연 또한 그들에게 면죄부를 쥐여주는 고도의 홍보전략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옳은 비판이었다. ‘무릎팍 도사’는 이 한 판의 토크 굿을 통해 논란 연예인들이 숨기면 숨길수록 커져 가는 논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끄집어내 보이고는 오히려 그 연예인들에게 해명의 기회를 제공했다. 마지막에는 여지없이 도사의 덕담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면죄부를 받았다.

토크쇼라는 형식이 기본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게스트의 홍보욕구와 거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부감이라는 벽을 만난 ‘무릎팍 도사’의 선택은 연예계 바깥에서 게스트를 찾는 것이었다. 연예인들의 토크쇼라는 틀을 벗어나자 토크쇼의 가능성은 넓어졌고 호응도는 높아졌다. 비연예인들은 일단 시청자들에게 참신했다. 도대체 황석영씨나 강수진씨를 ‘무릎팍 도사’에서 만나게 될지, 또 그들이 그렇게 큰 웃음을 줄지 누가 알았을까. 한 때 주춤하던 ‘무릎팍 도사’가 영역을 파괴한 섭외를 통해 토크쇼의 새 길을 연 이 경우는 지금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고민 끝에 발견한 해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기서 말하는 섭외의 법칙이 단지 연예인 대 비연예인을 나누어 연예인은 식상하고 비연예인은 참신하다는 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영역을 넘나드는 섭외라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웃음을 주기 위해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장악한 인물들이 개그맨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1박2일’의 김C, 이승기, MC몽, 은지원이 참신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직업이 전문적으로 웃음을 목적으로 하는 인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패밀리가 떴다’의 박예진, 김수로, 이천희 같은 배우들과 ‘우리 결혼했어요’를 가득 메운 가수들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개그맨이 오락프로그램에 나와 웃음을 주고, 가수가 음악프로그램에 나와 노래를 하고, 배우가 드라마나 영화로 연기를 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개그맨이 연기를 하고 가수와 배우가 오락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것은 참신한 일이다. 게다가 그들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들이 아니다. 이미 유명한 스타들이지만 영역 바꾸기의 포맷 속으로 포진되면 이야기는 참신해진다. ‘무릎팍 도사’는 그 영역을 연예계를 넘어 좀더 적극적으로 넓혀나갔을 뿐이다.

지금 토크쇼들은 이제 ‘섭외가 만사’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야심만만-예능선수촌’이나 ‘놀러와’, ‘해피투게더’, 그리고 ‘상상플러스’ 같은 토크쇼들이 시즌2,3를 만들어서 저마다 새로운 포맷을 고민하고 제시하고 있지만 그 약발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저 ‘무릎팍 도사’가 일찍이 고민했던 홍보로 전락한 토크쇼에 대한 식상함을 넘을 수 있는 것은 포맷이 아니고 누구를 출연시키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