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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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날씨가 여행 버라이어티에 미치는 영향

D.H.Jung 2008. 12. 8.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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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빛나는 ‘패떴’, 겨울에 돋보이는 ‘1박2일’

날씨와 여행은 상관관계가 있다. 이것은 아마도 소풍 전날 다음날 비가 온다는 기상정보에 잠 못 드는 밤을 지낸 적이 있는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날씨가 좋으면 여행이 산다. 만일 출사여행이라도 갈라치면 날씨는 절대적이다. 수백 킬로를 달려가 일출을 찍으려 했는데, 마침 먹구름에 해가 가려버렸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날씨는 그림(사진 혹은 영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날씨가 여행에, 특히 영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여행버라이어티 역시 날씨와 상관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표적인 여행 버라이어티로 주말 저녁을 즐겁게 해주는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는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것은 단지 그림의 변화가 아닌 이들 버라이어티쇼들이 갖는 독특한 분위기의 변화다.

‘패밀리가 떴다’에 드리워진 추위라는 야생
석모도에 간 ‘패밀리가 떴다’에게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칼바람을 맞으면서 하는 게임은 과거 이 프로그램의 최대 강점이었던 그저 웃고 즐기던 분위기를 변모시킨다. 이전만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정도의 추위 앞에서 그나마 프로의식을 발휘한 건 유재석이다. 그는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떠들어대면서 사리지 않는 몸 개그를 보여줘 가라앉을 수 있는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한다. 이러한 날씨의 침공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중심적인 아이템인 저녁 차려 먹기에서도 이어진다.

야외에서 밥을 지어먹는 즐거움은 차가운 날씨 속에서는 고역으로 변모한다. 문제는 이 버라이어티쇼가 지금껏 지향해온 것인 리얼리티 자체가 아니라 설정을 통한 유쾌한 즐거움이었다는 점이다. 야외에 나가서도 대외적인 접촉이 주는 스트레스를 피해, 저들만의 관계가 주는 폐쇄적인 즐거움에 몰두해온 그들에게 차가운 날씨란 꼭꼭 닫아놓은 문틈으로 들어오는 야생 그 자체다. 그들은 여전히 이 프로그램의 성격대로 설정된 즐거움을 보여주려 노력하지만 그 설정을 파고드는 차가운 날씨 앞에서는 어색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충남 보령시 외연도를 찾아간 ‘1박2일’에게 추운 날씨는 오히려 그림을 살린다. 야생과 리얼리티를 주창하고 있는 ‘1박2일’은 사실상 이러한 도전상황이 없으면 그림이 생기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에게 추위라는 상황은 어떤 사건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고, 심지어 아무런 사건이 없어도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되어준다. ‘혹한기 대비캠프’편은 아무런 외부적 상황 없이도 날씨 하나만으로 ‘1박2일’이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걸 보여주었다. 확실히 겨울은 ‘1박2일’에게는 제철이다.

제철 만난 ‘1박2일’, 새로운 재미 보여주어야
야생을 피하고 안전한 즐거움을 찾는 ‘패밀리가 떴다’와 야생 그 자체가 주는 생고생을 통해 웃음을 주는 두 프로그램의 다른 분위기는 겨울이라는 도전을 만나 시청자에게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혼자 버려져 있다가 팀과 합류하려 새벽에 어선을 타고 팀에 합류하는 이승기의 모습은 ‘1박2일’에서는 그다지 독한 영상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현실적으로는 ‘패밀리가 떴다’에서 잠깐 벌어진 야생 상황이 주는 불편함 그 이상이지만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 속에서는 편안한 상황일 뿐이다. 추운 날씨라는 도전 앞에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두 프로그램에 대한 편안함은 이렇게 달라진다.

이것은 거꾸로 이번 여름시즌 내내 ‘패밀리가 떴다’가 승승장구할 때, 작년 겨울 혹한기에서의 잠자리 복불복으로 승승장구하던 ‘1박2일’이 추락했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도전상황이 없을 때, ‘1박2일’의 영상은 단조로워진다. 그러니 무언가 인위적인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되는 그림을 무리하게 찾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룻밤의 야외 체험을 담아내는 여행 버라이어티쇼에 날씨는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겨울을 맞이하여 ‘패밀리가 떴다’는 추운 날씨에 무리한 야외 게임과 취사로 일관되는 그 패턴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 만일 그 패턴을 유지한다면 자칫 ‘1박2일’을 넘어설 수 있었던 그 편안함을 무기로 하는 차별점을 잃게 될 수도 있다. 반면 제철을 만난 ‘1박2일’에도 위험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년 겨울에 재미를 보았던 패턴의 유혹이 그것이다. 이미 한 해를 보낸 상황에서 ‘1박2일’은 한 단계 나아가는 새로운 재미를 보여주어야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을 맞아 두 여행 버라이어티쇼들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