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토크쇼, 독설을 밀어내고 향수와 만나다 본문

옛글들/명랑TV

토크쇼, 독설을 밀어내고 향수와 만나다

D.H.Jung 2009. 2. 25.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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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의 시대 저물고, 최양락의 시대 오다

김구라로 대변되는 독설의 토크쇼가 점점 저물어가고 있다. 이 변화의 진원지는 토크쇼의 주 시청층으로 자리한 중년 시청층의 달라진 기호에서 비롯된다. 젊은 세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예능 프로그램을 중년들이 애청하기 시작하면서, 토크쇼들은 그들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세바퀴’가 만든 줌마테이너와 아저씨돌의 공간은 정확하게 그 중년들을 TV 앞에 끌어 모았고, 토크쇼들은 일제히 이미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다 생각되었던 옛 스타들을 게스트로 끌어들였다. 옛 스타들의 경륜이 묻어나는 진솔함은 굳이 독설 같은 직설어법을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게 만들었고, 귀환한 그들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복고가 되었다.

이제는 최양락으로 대변되는 향수의 토크쇼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최양락은 토크쇼의 게스트로 출연해 재조명되었고, 결국 ‘야심만만2’의 메인MC로 안착했다. 이렇게 과거로부터 돌아온 스타들은 그러나 최양락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놀러와’와 ‘상상플러스’같은 토크쇼에서는 이현우, 윤상, 김현철은 물론이고, 김원준, 임창정 같은 향수가 묻어나는 게스트들이 계속 출연한다. ‘부활’의 김태원은 그 진솔함이 묻어나는 이야기와 독특한 어법으로 토크쇼에서도 부활했다. 최명길, 전인화, 박상원은 거의 한번도 출연하지 않았던 예능에 얼굴을 내밀었다. 물론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드라마의 홍보 차 출연한 것이지만,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작금의 토크쇼가 그만큼 과거의 시간대에 유연해졌기 때문이다.

불황기에 복고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는 것은 현재의 각박함을 잊고 잠시라도 그 옛 정서에 머물고픈 대중들의 욕구 때문이다. 한편 토크쇼는 현재 몇몇 새로운 형식(하지만 이 새로운 형식은 독설을 내세운 자극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을 제외하고는 어떤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홍보성을 감추려는 노력은 여지없이 시청자들의 예리한 눈에 들춰지게 된 토크쇼들이 변화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이 향수와 복고이다.

돌아온 옛 스타들은 불황기 시청자들에게 단순히 과거의 향수만을 끄집어내는 것을 넘어서, 한 때 잊혀졌던 그들의 힘겨운 현실과 공감하게 되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잘 나가던 최양락이 예능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순식간에 잊혀져버린 이야기와, 이승철의 탈퇴 이후 거의 폐인처럼 살아오다 기적적으로 부활한 김태원의 이야기에 매료된다. 그들의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들은 살아있는 복고에서 나아가 현실의 희망이 되기도 한다.

토크쇼는 이들 옛 스타들의 귀환과 함께 리얼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나타났던 직설어법, 즉 독설의 트렌드를 걷어내고 있다. 옛 스타들이 거침없이 내뱉는 이야기는 마치 인생 경험을 무수히 한 어르신들의 욕이 주는 푸근함 같은 연륜이 녹아 들어있다. 타인의 사생활을 마구 끄집어내도 그것 역시 향수의 한 측면으로 읽혀진다. 작금의 토크쇼가 변화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사회적 상황과 맞물린 옛 스타들에 대한 요구가 그 밑바탕에 깔려있다. 이제 독설은 가고 향수가 대세가 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