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스페셜한 주말 밤, 명품다큐의 새로운 매력 본문

옛글들/네모난 세상

스페셜한 주말 밤, 명품다큐의 새로운 매력

D.H.Jung 2009. 4. 20. 09:46
728x90

주말 밤의 풍경을 바꾸는 명품 다큐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히딩크의 사나이, 그리고 맨유의 심장이자 현 국가대표 주장.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성실함으로 늘 경기장에서 가장 많이 뛰는 선수. 하지만 이런 화려한 영광 속에 서 있는 박지성은 스포츠 경기 중계나 뉴스를 통해서 보여진 모습일 뿐이었다. ‘MBC 스페셜-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에서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사실은 진면목을 잘 모르고 있는 박지성을 다큐멘터리 특유의 진정성으로 포착해 큰 호응을 얻었다. ‘MBC 스페셜’이 보여준 박지성은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지만 보통사람이고 싶은” 한 세계적인 축구스타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MBC 스페셜’은 작년 말부터 주목받는 다큐멘터리로 호평을 받아왔다. 창사특집으로 기획된 ‘북극의 눈물’은 지구온난화로 사라져가는 북극의 위기를 그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영상을 통해 역설적으로 그려냈고, ‘공룡의 땅’은 공룡화석의 발굴과 탐사를 담은 과학다큐멘터리로 공룡 다큐멘터리의 새 장을 보여주었다. 한편 ‘곰배령 사람들’편에서는 자연다큐와 인물다큐의 접합점을 찾아 도시인들에게 자연의 의미를 되새겨 주었고 ‘마지막 해녀’편에서는 해녀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스타 다큐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평가되는 ‘최민수, 죄민수 그리고 소문’에서는 최민수 사건의 진실과 소문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스타의 화려함 그 이면의 아픔을 포착하면서도 동시에 소문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여주었다. 또 다른 스타다큐로서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편에서는 김명민을 통해 배우의 눈물겨운 노력을 포착해 큰 호응을 얻었고, 이어 박지성 편은 그 계보를 이어주었다.

연이은 명품다큐라는 호평 속에 시청률도 고공행진중이다. ‘북극의 눈물’이 10%대(1부 11.4%, 2부 10.8%, 3부 9.9%)의 시청률을 그리고 ‘공룡의 땅’이 9.1%, ‘마지막 해녀’가 10.7%의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는 12.2%로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주말 밤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달라진 시각은 단지 ‘MBC 스페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KBS 스페셜’은 ‘누들로드’같은 대작은 물론이고 다채로운 소재를 넘나드는 명품다큐멘터리로 오랜 시간 주말 저녁 8시에 자리매김해왔고, ‘SBS 스페셜’ 역시 ‘방랑식객’같은 참신한 기획이 돋보이는 다큐멘터리를 발굴해나가고 있다. 주말 밤 TV의 새로운 풍경으로 다큐멘터리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TV의 새로운 경향과 다큐멘터리가 시너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영상의 홍수 속에서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특유의 진정성을 무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HD화면이 주는 생생함과 연출 없는 장면이 건네는 진심이 묻어나는 영상들은 이 새로운 풍경의 바탕이 되고 있고, 그 위에 과거와는 달라진 실험적인 기획들은 풍경을 쑥쑥 키워주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주말 밤. 이제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