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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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바보'가 김아중에게 기회인 이유

D.H.Jung 2009. 5. 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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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바라보다가(그바보)'는 스타로서의 삶과 보통 사람으로서의 삶이 서로 부딪치며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만일 이 드라마를 평범한 우체국 샐러리맨인 구동백(황정민)의 신데렐라 이야기만으로 본다면 그건 드라마의 반쪽만 보는 셈이다. '그바보'의 나머지 반쪽은 한지수(김아중)의 '잃었던 자기 표정 찾기'가 차지하고 있다.

'그바보'의 초반부에 한지수의 표정은 늘 굳어있었다. 혹자들은 그걸 가지고 마네킹 같다는 둥, 김아중의 연기를 도마 위에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은 어느 정도는 수긍될 수 있는 일이다. 김아중은 공교롭게도 '미녀는 괴로워'에 이어 스타를 연기하는 중이고, '그바보'라는 드라마 속에서 김아중이 초반부에 선보여야 하는 연기는 바로 그 고정된 이미지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 가지고 김아중의 연기력 자체를 의심하는 건 섣부른 면이 있다. 초반부 김아중의 굳어진 얼굴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얼굴은 또한 드라마의 설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구동백이라는 평범남과 대비되기 위해서(구동백도 사실은 황정민이라는 정상의 스타가 아닌가!) 김아중이 연기하는 한지수는 더욱 관리된 얼굴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 굳어있던 얼굴이 차츰 구동백이라는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만나서 차츰 자신의 표정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고 그것이 이 드라마가 진정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드라마의 메시지는 따라서 극중 톱스타인 한지수의 상품화된 얼굴이 차츰 인간으로서의 얼굴로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찾아질 수 있는 것이다. 그 촉매제는 황정민이 연기하는 구동백이라는 순수 그 자체의 인물이다.

따라서 극중 한지수가 처한 입장과 그 한지수를 연기하는 김아중의 입장은 여러 모로 닮았다. 물론 이것은 김아중의 실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대중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느냐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그녀는 한지수처럼 톱스타로서 CF퀸으로서 늘 같은 얼굴로 우리들에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얼굴은 늘 백옥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고 있었고, 그것은 어딘지 관리된 얼굴이었다.

그것이 실제든, 아니면 연기되어진 것이든, 혹은 연기되는 삶이 실제가 되어 나타난 얼굴이든 이 고정된 얼굴의 이미지를 가진 김아중은 한지수라는 배역과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 지도 모른다. 갑작스레 스타로 등극한 이래, 김아중은 일정한 패턴 내에서의 표정 연기에 머물러 있었다. 2006년도의 '미녀는 괴로워' 이래 많은 작품을 하지도 않았고 주로 CF 속에서 그 영화의 이미지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그 고정된 이미지의 변화를 메시지로 다루는 이 작품은 실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이 드라마를 통해, 아니 한지수라는 배역을 통해서 자신 속에 있는 새로운 얼굴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은 김아중에게는 연기자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 될 것이다. '그바보'가 김아중의 리얼 성장스토리로 여겨지는 건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