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트랜스포머', 영화관에서 롤러코스터 타기 본문

옛글들/블로거의 시선

'트랜스포머', 영화관에서 롤러코스터 타기

D.H.Jung 2009. 6. 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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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라는 두 시간 반 동안 미친 듯이 달려나가는 롤러코스터에 동승하려면 먼저 생각 따위는 집어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생각할 겨를조차 없게 화면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로봇들은 달려나갑니다. 왜 이 로봇들이 변신 전, 자동차의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이 영화는 롤러코스터의 속도감 그 자체를 즐기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위에서 생각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면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안전벨트를 고정시키는 것처럼, 이 영화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킵니다. 그 장본인은 트랜스포머라는 매혹적인 변신로봇이죠. 어린시절 변신로봇을 갖고 놀았던 기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휘리릭 뚝딱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없이 변해가는 트랜스포머에 눈길을 뺐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엄청난 힘. 게다가 주인공에게 복종하는 로봇이라니! 이건 완벽하게 어린 시절 로봇을 통해 가졌던 판타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트랜스포머' 1편에 이은 '패자의 역습'은 그 속도감이 더 붙었고, 거의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강력해진 롤러코스터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두 시간 반 동안 타고나면 그 속도가 주는 쾌감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죠. 이 영화에서 속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거꾸로 만일 이 영화에 속도가 없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생각의 여지는 이 로봇들의 지구를 두고 벌어지는 전쟁을 우스꽝스러운 어린아이 장난으로 여기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달려나가는 자동차들,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현란할 정도로 빠른 변신, 끊임없이 뛰고 또 뛰는 주인공들, 출격하는 전투기들, 탱크들, 긴박한 국방성의 움직임까지, 그 속도있는 전개는 스토리의 앞뒤 맥락과 상관없이 어딘가 거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걸 막기 위해서는 무조건 달려야 한다는 강박을 가져옵니다. 스토리가 주는 맥락의 재미는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남는 건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 효과로서의 영화가 자리합니다. 이것은 사실 블록버스터가 추구하는 세계이기도 하죠.

스토리와 영상의 메시지보다는 블록버스터가 추구하는 영상의 효과가 주는 짜릿한 작열감은 '트랜스포머' 그 자체입니다. 음향효과는 이제 우리의 피부를 소름돋게 만들 정도로 실감을 전달하는 힘을 발휘하고, 또 CG로 직조된 시각효과(정신없이 변신하는 로봇으로 대변되는)는 우리의 뇌가 아니라 몸으로 영화를 감각하게 만듭니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은유적 표현으로 블록버스터를 롤러코스터에 비유하는 것을, 더이상 표현에 머물게 만들지 않습니다. 이것은 그냥 롤러코스터로 힘을 발휘하는 것이죠.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벗어날 때 똑같은 여운을 갖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롤러코스터를 타러 영화관에 가는 시대에 살고 있고, '트랜스포머'는 거기에 딱 맞는 신종 롤러코스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스토리를 쳐다보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작에 비해 스토리는 더욱 앙상해졌고, 개연성은 허점이 더 많아졌으니까요. 하지만 더 빨라진 속도는 그런 것들을 지워버리는 효과까지 발휘하죠. 그 이상은 기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건 그냥 올라타고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롤러코스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