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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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정신! 생고생 버라이어티 3종세트

D.H.Jung 2009. 8. 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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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고생 버라이어티, ‘1박2일’, ‘남자의 자격’, ‘천하무적 야구단’

“버라이어티 정신!” ‘1박2일’이 틈만 나면 외치는 이 구호가 의미하는 건 뭘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들이 생고생을 하더라도 다양한 웃음을 줄 수 있으면 결행한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물을 보면 입수한다” 같은 강호동이 이른바 ‘예능의 정석(?)’이라고 주장한 것이 바로 그 버라이어티 정신에 해당한다. 그런데 ‘1박2일’의 성공에 자극받은 것일까. 최근 들어 KBS 주말 예능의 ‘버라이어티 정신’이 눈에 띈다. ‘1박2일’은 물론이고, ‘천하무적 야구단’, ‘남자의 자격’이 그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진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다.

시작부터 야생 버라이어티를 주창한 ‘1박2일’은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전형이 되었다. 한겨울에 야외에서 노숙을 일삼고, 엄동설한에 얼음을 깨고 입수하며, 한 여름에 잠바를 껴입고 촬영하고, 늘상 밥을 챙겨주지 않는 야생의 법칙 속에서 굶주림과 독기가 얼굴에서 피어날 때, ‘1박2일’은 그 헝그리 정신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세울 수 있었다. 자주 굶다보니 이제는 라면 한 그릇이 오히려 고마운 지경에 이른 이들은 ‘고통의 달인’ 김C가 표상하는 것처럼 이제는 그 고통을 즐기는 단계에 이르렀다.

‘1박2일’의 이 야생 정신이 대단하다 여겨지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버라이어티쇼의 정점에 오른 지금에도 여전히 이 생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멤버들의 자세에서 읽어낼 수 있다. 야생 정신이 강조되는 이유는 명백하다. 말 그대로 가공하지 않은 날 것의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겠다는 의지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리얼을 강조함으로써 지금껏 예능 프로그램이 스포츠를 다루던 것과는 확연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독하다 싶을 정도의 훈련 과정과 리얼한 경기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헝그리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김하늘과 마르코가 벌로 타이어를 매고 달리고 화생방 가스실에 들어가는 장면이나, 경기도중 김하늘이 실제로 부상을 입을 정도로 열심히 뛰는 모습은 그 버라이어티 정신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실제 야구선수들에게 코치를 받으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이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은 그 훈련이 가진 리얼함을 말해주는 증거들이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무늬만 야구단’이 아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야구를 세워두고 엉뚱한 짓으로 웃음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야구 그 자체가 가진 재미를 프로그램의 중심에 세워두고 있다. 계속되는 실전 경기들의 연속은 야구의 묘미를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김C 같은 입담꾼을 해설자로 붙여 예능으로서의 맛을 살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프로그램에 임하는 출연진들의 살아있는 눈빛이 앞으로의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한편 ‘남자의 자격’은 이제는 나이 들어 몸이 따라주지 않는 아저씨 출연진들의 도전이 버라이어티 정신을 보여준다. 초창기 24시간 동안 했던 금연캠프에서 실제로 출연진들은 금단현상 앞에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노출시켰고, 이윤석은 룰을 어긴 이유로 한겨울에 개울물에 입수하는 ‘예능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2PM의 춤을 배우는 모습은 그것이 춤인지 재활치료인지 알 수 없는 영상을 만들어냄으로서 큰 웃음을 주었다. 여행시즌을 맞아 석모도로 향하는 7인용 자전거 여행은 또다른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전조를 예감케 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대세가 되어버린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그 초창기의 리얼 정신을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적당한 판타지를 자극하는 설정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 건, 그만큼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장의 설정이 주는 자극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리얼이 조금은 밋밋해도 여운이 오래가는 이유는 뭘까. KBS 주말 예능의 야생을 승부수로 띄우는 모습은 그만큼 의미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