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위기탈출 넘버원', 그 200회의 저력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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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탈출 넘버원', 그 200회의 저력은?

D.H.Jung 2009. 8. 2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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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보다 아이를 열광시킨 생존의 콘텐츠, 왜?

생활 속에 산재한 위기와 그 탈출법. 어른들이 꼭 챙겨 봐야 할 것 같은 콘텐츠지만 여기에 매료된 것은 아이들이다. 놀이터, 부엌, 학교, 길거리. 아무 생각 없이 생활하던 자신의 공간이 사실은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은 아이들에게 못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한번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은 위기의 상황을 담은 영상들은, 끝내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손을 잡아끌게 만든다. "저것 좀 봐." 일상에 무뎌져 그 속에 숨겨진 위기에도 무감각해진 어른들은 아이의 손에 이끌려 비로소 거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것은 이제 200회를 맞은 '위기탈출 넘버원'이 서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의 위치를 말해준다. '위기탈출 넘버원'은 프로그램도 프로그램이지만 아이들용 과학학습만화로 출간되어 대박을 친 상품이기도 하다. 출판시장에서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에서 살아남기'나 '노빈손' 시리즈 같은 과학과 생존을 연결시킨 서바이벌 형식의 콘텐츠들이다. 그 이유는 극명하다. 주변환경의 위협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바로 그 극단적인 상황과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과학적인 해법은 아이들의 성장과 거의 궤를 같이 한다. 어떤 것을 처음 접할 때의 두려움과 호기심은 아이들의 성장 동력이다.

'위기탈출 넘버원'이 200회를 거듭하면서 10%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일상 속에 존재하는 두려움과 호기심에 대한 환기가 여전히 우리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작은 일상의 일이 삶과 죽음을 나눌 수 있다는 형식의 '위기의 순간! 죽느냐 사느냐'는 충격적이면서도 생존의 노하우를 준다는 점에서 어떤 정보적 의미를 갖는다.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흐를 수 있는 콘텐츠에 균형을 잡아주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형식이다. 실제 상황보다는 가상의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재연 상황을 보여주고, 그것을 하나의 문제형식으로 만들어 퀴즈로 진행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 부담 없어 보이는 퀴즈의 방식은 자칫 충격적으로 다가올 정보들과 균형을 맞춰준다. 위기상황의 나열만이 주는 자극을 피하고, 오히려 위기를 사전에 피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정보적 접근은 이 프로그램의 큰 장점이다. 어른들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함께 이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한편으로는 배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유화된 형식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또한 정보가 주는 공익적인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성수대교가 붕괴하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가스가 폭발하고, 지하철에 불이 나는 등 엄청난 인재를 겪으면서도 우리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한 편이다. 이 프로그램의 정보를 찾아볼 정도로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아이들과, 눈에 보여야 그제야 관심을 갖는 어른들 사이에 놓여진 격차는 우리들에게 어느새 무뎌진 안전에 대한 감수성을 생각하게 한다. '위기탈출 넘버원', 그 200회의 저력은 바로 이 우리가 일상에서 잊고 있는 빈틈을 공략하는 살아있는 정보들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