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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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스텝, PD까지, '1박2일'에선 웃음이 된다

D.H.Jung 2009. 9. 2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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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이 넓혀놓은 출연진의 외연, 그 가치

전남 영암으로 떠난 '1박2일'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 연출되었다. PD는 물론이고 매니저, 코디까지 포함한 80여 명의 스텝들이 비가 오는 와중에 야외에서 취침을 하게 된 것. 80명의 스텝들과 6명의 멤버들이 잠자리를 두고 벌인 복불복 때문이었다. 이 와중에서 큰 웃음을 준 것은 지금껏 복불복으로 야생의 삶(?)을 살아왔던 6명의 멤버가 아니라, 80명의 스텝들이었다. 여기저기 비가 새는 천막 아래서 스텝들은 마치 이산가족처럼 아비규환(?)을 연출했고, 심지어 이명한 PD는 개들이 지냈었다는 헛간 같은 곳에서 자리를 펴고 잠을 자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이 날 6:80의 대결을 통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결과정에서 등장한 스텝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MC몽의 매니저인 훈석은 이미 예능인처럼 보였고, 간간이 얼굴을 드러내는 묵찌빠의 달인 지상렬 카메라 감독 역시 반가운 얼굴이었다. 막내 작가인 김대주는 탁구경기에 출전해 역전극을 보여주었고, 뒤늦게 도착한 신입PD 유호진은 벌어진 사태에 넋이 나간 얼굴로 또 몰래카메라가 아닌가 의혹을 품기도 했다.

'1박2일'은 경기 중에도 즉석에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족구 경기에 나온 한 진행팀 요원은 '1박2일' 글로벌 특집에서 출연했던 와프와 닮았다는 이유로 와프로 불렸다. 와프(?)는 다음날 아침 기상미션에서 강호동을 속임으로써 자신이 진 경기에 대한 복수전을 펼쳤다. 나영석 PD는 경기에 진 이후 꽁한 모습을 보여 폭소를 자아내게 했고, 눈 오는 날 복수전을 기약함으로써 겨울에 또 한 번 펼쳐질 스텝들과 멤버들간의 대결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모든 스텝들이 프로그램 속을 넘나들며 어떤 캐릭터를 형성하는 것은 '1박2일'만이 가진 독특한 힘이 아닐 수 없다. '1박2일'은 친구를 초대해놓고, 또 시청자분들을 초대해놓고 스스로 그들이 놀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해준다. 멤버들이 억지로 끌고 나가려하지 않고 출연자의 끼를 끄집어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단순한 게스트의 차원을 넘어선다. 찾아간 오지마을에서 보낸 하룻밤만으로 거기 지냈던 분들은 정감 있고 재미있는 캐릭터로 우리들 가슴 속에 각인되곤 한다. 이것은 여행이라는 소재가 가진 힘이기도 하지만, '1박2일'이 유지하고 있는 오픈된 마인드가 가져오는 이 프로그램만의 힘이기도 하다.

시골 어르신들에게서 의외의 정감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하고, 권위를 벗겨버린 PD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고, 늘 카메라 뒤편에 서서 고생하는 스텝들이 가진 독특한 캐릭터를 발산하게 하며, 시청자들과 동행하며 멤버들 못지않은 끼를 끄집어내주는 것. 이러한 출연진의 외연을 넓히고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은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왜 앞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일반인, 스텝, PD까지 그 속에 들어가면 웃음이 되는 곳. 바로 '1박2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