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의 연기투혼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불멸의 이순신'에서 신화 속의 이순신을 인간 이순신으로 살려놓고, '하얀거탑'에서 장준혁을 통해 우리 시대의 욕망을 들춰내고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로 변신해 오합지졸 갈 곳 몰라 하는 서민들에게 벼락같은 호통과 당당함을 가르친 우리 시대의 진짜 배우, 김명민. 그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이제 온 몸의 근육이 점점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 환자 종우로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MBC스페셜'이 조명한 배우 김명민은, 이미 종우처럼 걷고 종우처럼 생각하고 종우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자동차 앞에서 넘어지는 장면을 찍기 위해 김명민은 계속 "한번만 더"를 요구했다. 정작 그것을 요구해야 할 감독 스스로도 숙연해질 정도로 그는 종우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잘 먹지 못하는 종우가 되기 위해 감량에 감량을 거듭해온 김명민은 무려 20킬로그램을 빼는 투혼을 보여주었다. 혹자는 미이라 같다고 얘기하지만, 김명민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듯 했다.
그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거기에 김명민은 없었다'였다는 건,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배우 김명민을 포착하는 다큐멘터리에 정작 김명민은 없고 종우만 덩그라니 남아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만 쭉 올라오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 작품을 했던 사람이 이 작품을 했다는 게 의심 갈 정도로 캐릭터의 차별화가 확실했으면… 사람들이 제 이름을 제대로 모르고 못 알아봐도 제가 배우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죠.”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 루게릭’과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는 종우. 그리고 그의 곁을 지키는 지수(하지원)의 감동 휴먼스토리. '내 사랑 내 곁에'를 설명하는 간략한 문구를 보나, 극단적인 신파라는 평까지 받았던 '너는 내 운명'을 연출한 박진표 감독의 면면을 보나 이 영화는 지독하게도 눈물샘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내 사랑 내 곁에'가 신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대중들을 감동시켰다. 그 감동의 실체는 김명민이 전하는 영화에 대한 진심이다.
억지 코드로 연출되어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신파와는 달리, 우리는 완벽하게 종우가 된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통해서 종우의 진심을 이미 훔쳐보게 되었다. 루게릭병이 가진 종우의 고통을 이미 바짝 마른 몸으로 수척해진 김명민을 통해 느낄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안타까울 사랑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것은 김명민의 연기투혼이 왜 의미 있는 일인지를 보여준다. 그는 종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종우로 살고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감동을 주는 배우, 김명민. 그 스틸 한 컷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이미 연기의 차원을 넘어서 거기 있는 그 사람이 김명민이 아니라 진짜 루게릭병을 앓는 종우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가을 그 종우 때문에 우리들은 아마도 깊은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 같다. 분명.
ⓒ(주)영화사 집, All Right Reserved 감독 : 박진표 출연 : 김명민, 하지원, 김여진, 가인, 정의철 요약정보 : 드라마 | 한국 | 개봉 2009-09-24 제작/배급 : (주)영화사 집(제작) '내 사랑 내 곁에'는... 개봉까지 아직 한달여일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작으로 글을 남기는 것은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이가 김명민이기 때문이다. 김명민은 '불멸의 이순신',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등 TV드라마에서..
김명민, 하지원 주연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가 8월 24일(화) 오전 11시 CGV압구정에서 뜨거운 취재열기 속에 제작보고회를 개최했다. <내 사랑 내 곁에>는 의식과 감각은 그대로인 채 온몸의 근육이 점점 마비되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장인한 병, 루게릭 병과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는 종우(김명민)과 그의 곁을 지키는 지수(하지원)의 감동 휴먼 스토리다. <내 사랑 내 곁에>는 <너는 내운명>, <그놈 목소리> 등을 연출한 박진표 감독의 세 번째..
프로그램의 질만큼 중요한 것이 편성이다. 그래서 혹자들은 "편성이 만사"라고까지 말한다. 한 프로그램의 성공은 다음 시간대 프로그램의 성공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각각 하나로 떼어보는 것보다는 한 덩어리, 즉 라인으로 생각하면 거기서 편성의 묘가 보인다. 이것은 한 주간의 시청률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현재 최강의 편성라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일요일 밤 초저녁부터 자정까지 이어지는 KBS2의 프로그램 편성라인이다. 5시20분에 시작하는 '해피선데이'에 이어서 '솔약국집 아들들', '개그콘서트', 그리고 '천추태후'가 끝나는 11시30분까지 일련의 프로그램들이 저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AGB닐슨의 지난 30일자 시청률표를 보면 1위의 '솔약국집 아들들'이 35.6%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2위가 '개그콘서트(20.1%)', 3위가 '해피선데이(19.1%), 그리고 '천추태후'는 4위인 '스타일(18.9%)'에 약간 뒤진 18%로 시청률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주간시청률을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주간 시청률에서 '솔약국집 아들들', '개그콘서트', '해피선데이'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선덕여왕' 다음으로 2,3,4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물론 각각의 프로그램이 갖는 높은 대중적인 지지도를 말해주는 것이지만, 라인을 형성한 편성의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주말 시청률에서 KBS2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SBS의 '스타일'과 '천만번 사랑해' 역시 하나의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점치게 만든다. 한편 일요일 시청률에서 참담한 결과에 머물고 있는 MBC는 어떤 라인은커녕 중심을 잡아주는 프로그램조차 형성되지 않음으로써 점점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일요일 시청률표에서 20위 권에 들어간 MBC프로그램은 14위의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19위의 '해피타임' 두 프로그램뿐이다. 즉 저녁 시간대의 라인이 무너져버린 형국이다. '일밤'을 중심으로 주말드라마까지 이어지는 황금의 편성라인은 이제 옛 얘기가 되어버렸다.
TV라는 매체는 집중적으로 보기보다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그저 틀어놓고 슬쩍슬쩍 보는 시청행태가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틀어져 있는 채널은 그만큼 유리한 면이 있다. 하나의 좋은 프로그램이 따라서 이어지는 다른 프로그램을 살리기도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일요일 밤 KBS2로 고정되는 채널은 라인을 형성한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힘을 발휘하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천하무적 야구단'이 야구를 소재로 한 리얼 버라이어티쇼로 자리를 잡게 된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것은 야구라는 소재 자체가 가진 힘일 수도 있고, 예능에 집착하기 보다는 오히려 리얼한 장면에 포커스를 맞추는 프로그램 연출의 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을 주목하게 만든 것은 특유의 헝그리 정신이 돋보이는 캐릭터들이 아닐까.
그 중심에 선 인물은 들짐승 마르코다. 야구는 해본 적도 없는 이 앞뒤 안 가리고 덤비는 캐릭터는 특유의 동물적인 운동신경으로 순식간에 야구에 적응한다. 마치 '슬램덩크'의 강백호를 연상케 하는 인물. 들짐승이라는 별명답게 마르코는 야생이 제격인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처음이면서도 마치 제물을 만난 듯 펄펄 날고 있다.
마르코와 함께 '천하무적 야구단'을 야생의 초원으로 만드는 인물은 늙은 사자 이하늘이다. 품행제로에 막말까지 거침이 없는 이하늘은, 여전히 강인한 인상을 주면서도 그것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예능감까지 갖추고 있다. 늙은 사자라는 별명은 바로 그의 이렇게 균형 잡힌 캐릭터를 잘 표현한 것이다.
방망이가 유난히 잘 어울리는(?) 김창렬은 그 스트리트 파이터의 이미지를 '야구하는 창렬이'로 바꾸고 있다. 구릿빛으로 탄 얼굴과 실제 경기에서 보여주는 좋은 모습은 그가 얼마나 열심히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말해 준다. 결혼 후 유한 모습으로 변신했지만, 여전히 거친 남자의 면모를 숨길 수는 없다.
오지호는 수염을 기르면서 터프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제주도 앞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는 모습을 보며 팀원들은 그를 야만인, 로빈슨 크루소라고 불렀다. 에이스로 '천하무적 야구단'에 들어왔지만 어딘지 허당의 냄새를 더 풍겼던 오지호. 하지만 그런 오명을 날려 버리고 대신 강한 인상으로 변모하는 데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밖에도 임창정은 특유의 깐죽대는 캐릭터로 팀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고, 한민관은 바짝 마른 몸과는 다르게 경기에서 선전하며 다부진 인상을 주고 있다. 김준은 F4의 꽃미남 이미지에서 점차 빠져나와 남자들의 세계에 적응하고 있고, 마리오는 과묵하지만 든든한 외인구단의 백두산 같은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팀에 나이를 책임지고 있는(?) 동호 역시 야구라는 경기를 통해 점차 형들처럼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감독으로 자리한 김C는 이미 '1박2일'을 통해 보았던 것처럼 그 자체가 야생이자 다큐라고 할 수 있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캐릭터들이 조금은 거친 짐승남의 느낌을 주는 것은 처음부터 그들 스스로 A급이 아닌 B급이라고 얘기해왔던 그 자세에서 비롯된다. B급이라고 자신을 세우는 순간, 뭐든 목숨 걸고 열심히 하는 헝그리 캐릭터들이 만들어진 것. 이 매력적인 짐승남들의 탄생은 성장 버라이어티로서의 '천하무적 야구단'의 미래를 밝게 만든다. 좌충우돌의 짐승들이 야구라는 경기를 통해 가다듬어지고 또 강해지는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신은 정작 배우지도 못하고, 소처럼 일만 해온 가난한 엄마. 딸만은 다른 삶을 살게 해주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준 엄마. 냉수로 굶주린 배를 채우며 거짓 트림을 하면서 딸에게 밥을 덜어주고, 심지어 욕을 해대는 딸에게도 “나 아니면 누구에게 하소연 하겠냐”며 오히려 감싸주었던 엄마. 엄마는 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 새끼, 보고 싶은 내 새끼. 너한테는 참말 미안허지만 나는 니가 내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니가 허락만 한다믄 나는 계속 계속 너를 내 딸로 낳고 싶다. 아가, 내 새끼야. 그거 아냐?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제일 보람된 것은 너를 낳은 것이다.”
그 엄마에게 딸이 찾아온다. 암에 걸려 남은 마지막 시간을 부여잡고. 떠나기 전 딸은 그때야 엄마라는 존재를 알아채고 이렇게 말한다. “나를 제일 사랑해주는 사람. 내 맘을 제일 잘 아는 사람. 나를 제일 잘 이해해주는 사람. 나를 제일 이쁘다고 하는 사람. 내 얘기를 제일 잘 들어주는 사람. 나를 믿어주는 사람. 내가 무슨 짓을 하고 돌아가도 반겨줄 사람. 바로 엄마라는 거, 나 이제야 알고 떠나요. 엄마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그리고 엄마보다 앞서간 딸은 엄마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이승을 맴돌며 이런 말을 남긴다. "다음 세상에선 제 딸로 태어나 주세요. 제게 주신 크신 사랑을 되돌려 드릴 방법은 그 길밖에 없습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을 저미는 이 단순한 스토리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것은 <친정엄마와 2박3일>이라는 2009년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연극의 한 부분이다. 강부자가 어머니 역을 전미선이 딸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친 이 연극은, 이 땅의 무수한 엄마들과 딸들(심지어 남성들까지)의 심금을 울렸다. 막 눈물이 와락 쏟아질 것 같은 전미선의 얼굴이 찍혀진 포스터는, 연극을 보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끌어당긴다. 그 표정 하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수많은 말을 우리들에게 건넨다. 그 앞에서 눈물은 무기력할 정도로 흘러내린다. 어째서 그럴까. 눈물은 정말 이다지도 상투적인 어떤 것일까.
또 다른 풍경 하나. 한 해상구조대원이 여행 온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 여자는 남자에게 “당신은 3시 같은 남자”라고 말한다. 뭘 시작하기엔 늦은 거 같고, 뭘 끝내기엔 너무 빠르다는 뜻. 그런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억지로 끌려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게 되고, 마침 쓰나미가 몰아닥친다. 그 사실을 안 '3시 같은 남자'는 그들을 구하러 헬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고, 여자는 구했지만 또 다른 남자를 구하는 도중, 헬기 레펠이 고장이 난다. 한 사람만 올라갈 수 있는 상황. 3시 같은 남자는 시계를 그 남자에게 풀어주며 말한다. “이거 꼭 좀 전해주이소. 그리고 괜찮아요. 아직 3시 안됐어요!” 3시 같은 남자는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바다로 떨어져 죽는다.
1천만 관객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이다. 어찌 보면 뻔해 보이는 이 스토리는 그러나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구하는 그 행위와 사랑하는 한 여인에게 마지막으로 남기는 유머 같은 유언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시종일관 웃음을 터트리게 했던 영화는 후반부에 와서 쓰나미라는 죽음의 그림자를 세워두고 그 유쾌한 관계를 비극적인 스토리로 바꾼다. 객관적으로 그 스토리 구조를 살펴보면 유치할 정도로 단순하지만, 그렇다고 어쩌랴. 바보처럼 눈물이 쏟아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드라마를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솟아나는 경험을 하고는, “나 왜 이러는지 몰라”하고 자책한 적이 있을 것이다. 눈물은 늘 그렇게 주책없는 구석이 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나, 그저 그런 시시한 유행가에도 쉽게 넘어가는 이 감상적인 놈. 그래서 어떤 눈물은 흘리게 되면 도리어 기분이 나빠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를 운운하지 않아도 눈물은, 우리 마음에 찰랑찰랑 채워지는 감정의 수위를 범람하게 하고 그를 통해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신파라고 부르는, 늘 뻔한 눈물범벅의 이야기를 보면서 과거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여전히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는 어르신들이 계신 것은.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이른바 쿨한 시대다. 눈물 같은 축축함은 이 시대에서는 숨겨져야 할 그 무엇으로 치부된다. 우리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지만 그것이 실생활에서는 아니다. 우리의 생활을 둘러보면, (물론 그만큼 감동 없는 안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극단의 상황에 처해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예외적인 사건으로 인식하는 우리네 삶은 그만큼 안전하다. 눈물의 상황 자체를 구질구질한 것으로 여기는 우리들이 하는 것은 바로 이 타인의 상황을 회피하거나 자신의 개인적인 삶의 틀로 매몰되는 것이다. 나와 남의 명확한 구분. 그리고 타인의 불행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것이라는 명백한 금 긋기. 심지어는 스스로의 불행마저 불행으로 여기지 않으려는 안간힘.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는 몸부림.
현실에 없는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는 문화 콘텐츠들의 판타지적 속성상, 이 현실에 없는 눈물은 이제 그 콘텐츠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영화관에서 TV 앞에서 연극을 보러 간 극장의 객석에서 콘서트장에서 그 어둠 속에 앉아 비로소 숨기고 숨겨왔던 눈물을 끄집어낸다. 무언가가 눈물샘을 건드리면 이미 수위에 도달해있던 눈물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마치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을 흘린 것에 대해 변명하듯, 그렇게 흘린 눈물의 정당성을 찾아내려 한다. 작품이 너무 감동적이었어. 이런 정당성을 얻는다면 그 눈물은 주책이 아닌 의미를 찾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 정당성을 찾지 못하면 우리는 흘린 눈물에 대해 복수하듯, 작품을 저질 신파로 처분한다. 이제 눈물에도 어떤 격을 구분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눈물에 격이 어디 있으랴. 그것은 작품을 평가할 때나 그런 것이지, 우리의 눈에서 실제로 떨어지는 눈물에는 격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이 아무리 신파적이고, 식상하고, 그저 그런 시시한 이유라고 해도, 우리가 실제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눈물에는 저마다 진정성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현실에서조차 어떤 잣대를 내세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그건 쿨한 게 아니라고. 눈물이 나와야 할 때조차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이 이 시대가 우리에게 음으로 양으로 강요하는 모습이다.
눈물이 버려져야 할 그 무엇이 된 것은, 또 눈물이 구질구질한 인생의 대명사로 치부된 것은 어찌 보면 과도한 긍정론이다. 슬픈데도 웃으라니! 삶이 힘겨운데도 웃으면서 버티라니! 외부에 의해 가해지는 고통을 바라보고 솔직하게 반응하기보다, 그것을 내면화하고 숨기는 것. 우리에게 눈물은 약자의 징표처럼 여겨지는, 따라서 때로는 식상해져버린 상투가 되어버렸다. 모든 이들이 웃고 있거나, 무표정하게 있는 것.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마치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하도록 강요받은 것 같은 그 풍경. 저 밑바닥에 분명히 존재하는 눈물을 없는 것으로 생각하게 해온 생활의 훈련. 그래서 이제는 어둠 속에서나 가상의 스토리 속에서나 슬쩍슬쩍 눈물을 찍어내야 하는 얼굴. 그것이 우리네 삶의 얼굴이 아닐까. (이 칼럼은 Yes24의 문화웹진 나비(nabeeya.yes24.com)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 관련 글 '마더' 우리에게 엄마란 어떤 존재인가 우리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 스타 혹은 배우, 우리에게 그들은 어떤 의미인가
'남자의 자격' 초반부에서부터 이경규는 확실한 보검이었다. 한동안 위기설을 겪고 난 후여서인지 그는 프로그램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남달랐다. 새로운 예능의 형식으로 자리한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역력했고, 늘 전면에 서서 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하던 과거의 방식을 버리려 노력했다. 김국진 앞에서 이경규는 의도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고, 지나치게 열성적인 모습으로 이 대한민국 평균 이상의 연령들에게 피해를 주는 김성민에게 당하는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여주었다.
50대 이경규의 이런 자세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음악으로 치면 독주보다는 합주를 해야 하는 형식이며, 그 합주에서 함께 출연하는 출연진들과의 적절한 토크 배분은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열이나 개그의 공력으로 독보적인 이경규라는 보검은 자칫 잘못하면 같은 아군의 말문을 막아버리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당하고 낮추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경규의 노력은 그 자체로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의 전제조건이 되는 셈이다.
이것을 위해 '남자의 자격' 제작진 역시 초반부에 어떤 장치를 마련하려 했던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그것은 멘토로서 이외수나 남진 같은 대선배를 세워두었던 점이다. 이 멘토들은 외부에 서서 '남자의 자격' 팀원들이 비교적 공정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해주었다. 이경규는 이들 멘토들에게도 서슴없이 속내를 끄집어내는 공력을 보였지만, 결국에는 무너지고 초라한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프로그램의 팀워크를 살렸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은 어느 순간부터 멘토가 등장하지 않게 되었고, 그러자 이런 균형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경규는 다시 프로그램의 중심부에 섰다. 그와 형 동생하며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김태원의 캐릭터는 도드라졌고, 그와 마치 톰과 제리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김성민의 캐릭터도 부각되었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평균 이하의 체력에 몰려 지쳐있는 모습과 늘 상반되는 자세를 보여주는 김성민은 이 프로그램의 보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반면 본래부터 수비형 토크가 장기지만, 유독 '남자의 자격'에서만은 이경규를 향한 공격형 토크를 했던 김국진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허약 캐릭터이자 이경규의 집사 캐릭터인 이윤석은, 시체 캐릭터이자 새로운 이경규의 오른팔이 된 김태원 앞에서 잘 보이지 않게 되었고, 윤형빈은 왕비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선배님들의 개그에 리액션을 하는 캐릭터로 굳어져갔다. 이정진은 웃기지 못하는 예능인으로서의 캐릭터도 걸기가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물론 캐릭터는 그렇게 쉽게 잡히는 것도 아니고,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이런 모습들이 앞으로도 그대로 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는 '남자의 자격'의 도드라진 캐릭터들, 즉 이경규와 김태원, 김성민이 다른 캐릭터들의 빈 부분을 잘 메워주고 있다. 2PM의 춤을 배워 UCC를 만드는 과정에서 보면 이 세 명의 캐릭터가 얼마나 이 프로그램의 동력이 되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삶이 그대로 묻어난 캐릭터에서 나오는 김태원의 촌철살인, 뭐든 열심히 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김성민의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이경규의 예능감은 '남자의 자격'의 가장 큰 재미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균형감각이다. 이 존재감이 너무나 드러나는 캐릭터들과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 나머지 캐릭터들 사이의 균형감각. 이것은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쇼로 대변되는 달라진 예능의 환경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집단 MC체제가 성립된 이유는 그만큼 다양하게 시청자가 감정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시청자들은 늘 전면에 나서서 웃기는 자만을 쳐다보지는 않는다.
묵묵히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고 받아주는 캐릭터 역시 다양한 기호와 취향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김C가 현재 예능의 블루칩으로 부상한 것은 그의 탁월한 예능감 때문이 아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처럼 지속적으로 봐야하는 프로그램에서 캐릭터는 예능감보다 우선적인 것이 인간적인 매력이다. 인간적인 매력의 캐릭터는 마치 밥 같아서 예능감으로 무장한 맛깔난 반찬 같은 캐릭터들보다 더 오래도록 음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예능적인 존재감이 덜 하더라도 그 캐릭터가 가진 인간적인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
캐릭터들 간의 균형 감각이 만들어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분위기다. 그런 면에서 이 팀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경규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경규는 실로 혼자 버라이어티쇼를 해도 풍부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혼자 선다는 것은 프로그램의 죽음과 같다. 미약하지만 같은 팀원의 모습들 속에서 캐릭터를 발견해주고 뽑아내주는 역할 또한 그의 몫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발현될 수 있는 분위기를 위해 스스로 가장 낮은 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도 살리고 프로그램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일일 아르바이트 체험에서 이경규가 중국집 주인아주머니에게 이리 저리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여줄 때, 패러글라이딩처럼 그동안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몸소 보여줄 때 이경규라는 개그맨은 위대해 보인다. 나이 오십에서도 여전히 청년의 정열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이미 우리나라 예능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고, 지금도 그 획을 계속 긋고 있는 진행형 개그맨이다. 하지만 대단한 개그맨이 위대한 개그맨이 되려면, 그 높은 곳에서 늘 바닥으로 걸어 내려와야 한다. 이경규라는 보검은 무엇이든 자를 수 있기에, 그 스스로가 칼날을 쥐고 다른 이들이 칼자루를 쥐게 해주어야 빛이 난다. '남자의 자격'은 그런 면에서 이경규에게는 '위대한 개그맨의 자격'을 묻는 시험대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여고생 같은 이미지였다.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되바라진 중학생 역할을 했던 임주은이었기에 그것은 더욱 그랬다. 그 지나치게 평범해 보이는 얼굴은 임주은이라는 연기자를 그저 지나치게 만들었다. '여고괴담'류의 이제는 트렌디해 보이는 여고생 원혼의 연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귀신에 빙의되는 윤하나라는 연기를 해야 하는 임주은은, 평범한 여고생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분노로 일그러진 원혼들의 얼굴로 변모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신은 임주은이라는 평범해 보이는 연기자의 속에 꽤 많이 내재된 연기의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혼'은 표현이 자극적일지는 몰라도, 완성도로 보면 명품이라고 할 만큼 짜임새가 있는 작품이다. 얼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나 그것을 전하는 방식 또한 신선하다. 보통 공포물이라고 하면 원혼을 무서워해야 하는데, 오히려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이 더 무섭고, 따라서 이들을 처결하는 원혼의 복수가 속 시원하게 느껴지는, 그 아이러니한 체험을 이 드라마는 주고 있다. 공포물을 표방한 사회극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거의 모두 갖고 있는 양가적인 모습이다. 신류(이서진)는 연쇄살인범을 잡는 범죄자 프로파일러지만, 처참하게 파괴된 자신의 가족의 복수를 위해 그 능력을 사용한다. 따라서 과거의 피해자지만, 현재의 가해자가 된다. 살인범들에게 복수를 가하는 것이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그 역시 하나의 치밀한 연쇄살인범으로 볼 수도 있다. 바로 이 점,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하는 것은 이 드라마가 가진 하나의 구조다. 그 핵심적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윤하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윤하나를 연기하는 임주은의 역할이 녹록치 않게 된다. 그녀는 피해자로서의 모습과 가해자로서의 모습을 동시에 품고 순간순간 오가야 한다. 그것도 한 인물의 변화가 아니다. 여러 원혼들이 그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그 많은 캐릭터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적으로 평범한 얼굴은 오히려 이 연기를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조금 크게 떠지면서 힘이 들어가는 눈빛으로의 변신은 편안한 소녀의 눈빛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보는 이들을 더 소름끼치게 만든다.
'여고괴담'이 수많은 여성 스타 연기자를 발굴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여성이 원혼으로 등장하는 공포영화는 연기자들을 연기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한 가지 모습이 아닌 여러 모습을 한 작품에서 드러나게 해준다는 이야기다. 그런 면으로 보면 여러 인격체를 그 속으로 끌어들여 복수를 하는 '혼'이 임주은에게 요구하는 연기는 그 폭이 더 넓다. 그리고 임주은은 그것을 꽤 능숙하게 해내고 있다. 이 변신이 '혼'이라는 작품의 핵심적인 것이라고 봤을 때, 임주은의 연기는 말 그대로 '혼'을 살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만큼 키워줬는데 내 뒤통수를 치려 해? 드라마 '드림'에서 아시아 최고의 스포츠 에이전트 회사인 슈퍼스타코프 사장인 강경탁(박상원)이 남제일(주진모)에게 갖는 불만이다. 한편 남제일은 입장이 다르다. 충성해서 이만큼 회사를 키워냈는데 고작 나를 이렇게 취급해? 그는 개처럼 충성하며 회사를 키워온 자신을 바닥으로 내친 강경탁과 맞선다. 그런데 여기에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이들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 서 있고, 분명 남제일이 선이고 강경탁이 악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대결과정에서 보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측면도 있다는 점이다.
"내가 사람 하나는 제대로 가르쳤군", 하고 강경탁은 자신의 뒤통수를 치는 남제일을 인정하고 남제일 역시 그 앞에 서면 어떤 선배로서의 예우 같은 것을 지켜주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남제일과 강경탁의 대결은 선과 악으로 나눠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저 비정한 대결구도로 그려진다. 강경탁이 이기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쓰는 것처럼 남제일도 적당히 언론을 이용하고 국내종합격투기의 중계권을 쥐고 있는 장수진 PD(최여진)와도 손을 잡는다. 두 사람은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이 있을 뿐, 사실은 같은 과다. 이것은 마치 링 위에 서 있는 두 명의 파이터들처럼 선악의 구분이 없다. 그들은 그저 링의 법칙에 충실할 뿐이다.
한편 남제일에 의해 파이터로 키워지게 된 이장석(김범)은 불우한 환경 탓에 소년원에도 다녀온 전력이 있다. 그는 자신이 길거리의 쓰레기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링 위에 선다. 이장석을 트레이닝하는 박병삼(이기영)은 전 복싱 동양챔피언 출신의 명트레이너지만 선수를 키워줄 능력은 부족한 인물이다. 그래서 기껏 키워놓은 선수를 빼앗기고 그러면서도 "그 놈을 위해서는 잘된 일"이라고 위안을 삼는 인물이다.
'드림'이라는 남성들의 세계를 다루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이처럼 늘 무언가와 사투를 버리고 있지만 정작 행복해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강경탁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버지의 트라우마 속에 갇혀 자신을 학대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남제일이 성공하려 하는 것은 이미 성공했던 자의 추락이 주는 회귀욕망이겠지만, 그는 그렇게 성공하려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는 강경탁이 되려는 것일까. 그들은 모두 링의 법칙이 가지는 비정함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 법칙과 대항하든가, 아니면 링을 떠나 새로운 삶을 모색하려 하지 않는다.
이장석은 자기존재의 증명을 위해 링 위에 서는 인물이지만, 그 과정까지 즐기는 인물인 것 같지는 않다. 즉 그는 이 드라마의 대부분 남자들이 그렇듯이 어떤 목표를 위해 현재를 감내하고 있는 인물이다. 남자들의 이런 모습들은 실제 사회생활에서도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모두가 지향하는 성공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달리면서 정작 자기 자신의 생활을 즐길 줄도 모르고, 늘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는 자세를 고수하는 이런 모습들은 우리네 사회의 남자들이 갖는 대부분의 태도를 보여주지만 그것이 이 시대에는 어떤 울림을 주지 못한다. 지금은 미래가치로 제시되는 성공보다는 현재적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다가올 현재로 볼 때,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면 그 삶은 영원히 불행할 것이다.
이것은 '드림'의 불쌍한 남자들이 처한 환경이고, 실제로 '드림'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현실의 남성들이 처한 환경이며, '드림' 같은 남성의 세계를 그리는 드라마들이 처한 환경이기도 하다. '드림', '친구', '태양을 삼켜라' 같은 드라마 속에서 남자들은 모두 똑같은 성공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지만 그것이 주는 가치는 과거적 향수에 머물고 있다. 이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낮은 것은 대진운 탓도 크겠지만, 그 스스로 취하고 있는 가치관이 현재의 시청자들에게 보다 큰 공감을 일으키지 못하는 탓도 크다. 막연한 성공의 욕망을 향해 질주하던 남자들의 세계는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 가끔씩 사투를 벌이는 드라마 속의 남자들을 보면서 저들은 왜 저렇게 싸우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다.
생활 속에 산재한 위기와 그 탈출법. 어른들이 꼭 챙겨 봐야 할 것 같은 콘텐츠지만 여기에 매료된 것은 아이들이다. 놀이터, 부엌, 학교, 길거리. 아무 생각 없이 생활하던 자신의 공간이 사실은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은 아이들에게 못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한번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은 위기의 상황을 담은 영상들은, 끝내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손을 잡아끌게 만든다. "저것 좀 봐." 일상에 무뎌져 그 속에 숨겨진 위기에도 무감각해진 어른들은 아이의 손에 이끌려 비로소 거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것은 이제 200회를 맞은 '위기탈출 넘버원'이 서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의 위치를 말해준다. '위기탈출 넘버원'은 프로그램도 프로그램이지만 아이들용 과학학습만화로 출간되어 대박을 친 상품이기도 하다. 출판시장에서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에서 살아남기'나 '노빈손' 시리즈 같은 과학과 생존을 연결시킨 서바이벌 형식의 콘텐츠들이다. 그 이유는 극명하다. 주변환경의 위협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바로 그 극단적인 상황과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과학적인 해법은 아이들의 성장과 거의 궤를 같이 한다. 어떤 것을 처음 접할 때의 두려움과 호기심은 아이들의 성장 동력이다.
'위기탈출 넘버원'이 200회를 거듭하면서 10%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일상 속에 존재하는 두려움과 호기심에 대한 환기가 여전히 우리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작은 일상의 일이 삶과 죽음을 나눌 수 있다는 형식의 '위기의 순간! 죽느냐 사느냐'는 충격적이면서도 생존의 노하우를 준다는 점에서 어떤 정보적 의미를 갖는다.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흐를 수 있는 콘텐츠에 균형을 잡아주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형식이다. 실제 상황보다는 가상의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재연 상황을 보여주고, 그것을 하나의 문제형식으로 만들어 퀴즈로 진행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 부담 없어 보이는 퀴즈의 방식은 자칫 충격적으로 다가올 정보들과 균형을 맞춰준다. 위기상황의 나열만이 주는 자극을 피하고, 오히려 위기를 사전에 피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정보적 접근은 이 프로그램의 큰 장점이다. 어른들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함께 이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한편으로는 배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유화된 형식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또한 정보가 주는 공익적인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성수대교가 붕괴하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가스가 폭발하고, 지하철에 불이 나는 등 엄청난 인재를 겪으면서도 우리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한 편이다. 이 프로그램의 정보를 찾아볼 정도로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아이들과, 눈에 보여야 그제야 관심을 갖는 어른들 사이에 놓여진 격차는 우리들에게 어느새 무뎌진 안전에 대한 감수성을 생각하게 한다. '위기탈출 넘버원', 그 200회의 저력은 바로 이 우리가 일상에서 잊고 있는 빈틈을 공략하는 살아있는 정보들에서 비롯된다.
26회 만에 40%에 도달한 ‘선덕여왕’의 시청률 상승이 예사롭지 않다. 이제 반환점을 돈 상태로 드라마의 스토리구조를 기승전결로 봤을 때, 이제 겨우 승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시점의 시청률이기 때문에, 한층 고조될 극의 정황상 50%를 예감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 아닐 것이다. 보통 드라마라면 꿈도 꾸지 못할 시청률 50%를 쉽게 얘기하게 만드는 ‘선덕여왕’만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사극의 힘 - 2000년 들어 50% 넘긴 드라마, 사극이 100% 그 첫 번째 이유는 기존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통계적으로 말해준다. 2000년대 이전, 드라마 전성시대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던 50% 시청률의 드라마는 2000년을 넘기면서 사실상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물에 콩 나듯 50% 시청률의 드라마를 발견할 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사극이다. 2000년 시청률 63%에 도달했던 ‘허준’, 2001년 60% 시청률의 ‘태조왕건’, 2004년 57%의 ‘대장금’, 2006년 51% 시청률의 ‘주몽’이 그것. ‘선덕여왕’에서 50% 시청률의 드라마를 기대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 사극이 가지는 특유의 힘 때문이다.
사극은 타 장르와 비교해 스토리의 힘이 셀 수밖에 없다. 현대극의 담론이 상대적으로 작은데 비해 사극은 그 담론이 운명과 생사, 국가에 연결되는 거대담론을 다룬다. 갈등의 대결국면에서 현대극의 주인공들이 감정적인 상처를 겪게 된다면, 사극에서의 대결에서는 그 결과가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극의 힘은 세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극이 주는 볼거리의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과거라는 시공간이 주는 이색적인 영상의 힘은 사극에 보다 강력한 힘을 실어주는 요소이다.
여성 시청층의 힘 - 3,40대 여성을 잡아야 시청률이 오른다 AGB 닐슨이 발표한 ‘선덕여왕’의 시청률 분석자료를 보면 여자 30대가 가장 높은 시청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그 다음으로 여자 40대가 시청률 분포가 높았다. 이처럼 ‘선덕여왕’의 주 시청층이 3,40대 여성층이라는 점 역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을 공고하게 해주는 요인이다. 이미 시청률의 키를 쥔 시청층으로서 3,40대 여성층이 주목되는 경향은, 드라마들의 30대 여성 편향으로도 읽어낼 수 있다.
‘선덕여왕’이 사극의 힘에 여성 시청층의 힘을 덧붙이게 된 것은 이 사극이 갖는 진정한 여성사극의 면모에서 비롯된다. 미실(고현정)과 덕만(이요원)의 여성성을 내재한 카리스마의 대결은 여성 시청층은 물론이고 남성들의 시선까지 사로잡는 요인이 된다. 주 시청층을 3,40대 여성층으로 잡으면서도, 동세대 남성층의 시선까지 잡아두게 만드는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들의 카리스마도 시청률에 고무적인 부분이다. 김유신(엄태웅), 비담(김남길), 알천랑(이승효) 같은 캐릭터는 여성 시청층에게도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남성 시청층을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캐릭터들이다.
스토리텔링의 힘 -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 무엇보다 이 사극의 50% 시청률을 꿈으로 보지 않게 만드는 것은, 이 사극만이 갖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창조와 적절한 미션의 배치, 그리고 적재적소적기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사건은 이 사극의 스토리텔링을 강력하게 만든다. 자칫 복잡해질 수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사건들을 미실과 덕만으로 끌어 모아 단순화시키는 스토리텔링의 능력과 우리 식의 드라마들이 갖는 감정선에 충실한 이야기진행은 이 사극의 몰입도가 높은 이유다.
이것은 이미 ‘대장금’으로 시청률 50%가 훌쩍 넘는 국민드라마를 써본 김영현 작가의 경험과, ‘히트’를 통해 호흡을 이미 맞춰본 박상연 작가가 가지는 남성적 시각과 디테일의 부여가 조화를 이룬데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시청률은 말 그대로 수치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40%를 넘기고 50%를 향해 달려가는 ‘선덕여왕’의 시청률이 의미 있는 것은, 그것이 논란이나 막장 같은 편법적인 방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처럼 정공법적인 드라마의 힘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 있다. ‘선덕여왕’에 있어서 시청률 50%가 꿈이 아닌 것은 그 명백한 성공방정식을 드라마가 이미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C 형은 감독으로 취임하셨으니까. 저는 어떻게 기록원으로라도..." '천하무적 야구단'의 허준 캐스터는 예능 프로그램에 욕심을 보였다. 처음 이 프로그램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는 그저 야구중계를 위한 캐스터, 그것도 해설자인 김C의 보조적인 인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그의 존재감은 점점 두드러졌다. 해박한 야구지식과 듣는 이를 즐겁게 만드는 야구중계는 기본이고, 촌철살인의 멘트는 '약방의 감초'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온게임넷 등에서 현장감 넘치는 게임 중계로 탄탄한 팬층을 갖고 있는 실력파지만,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그가 이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몸매로만 본다면 지금 서 있는 것도 신기할 정도의 선수인데요.." 허준 캐스터는 1번 타자인 한민관이 출루하자 이렇게 멘트를 던졌다. 또 오지호가 출전했을 때는 "드라마를 통해 좋은 모습 보여주다가 버라이어티에 발을 담갔는데.. 진창이예요!"하며 그 단단한 이미지에 딴지를 걸었다. 이것은 사실상 캐릭터 해설에 가깝다. 야구가 중심에 서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야구해설자가 캐릭터 해설까지 해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그의 해설은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멤버들의 캐릭터를 손쉽게 강화해주고, 캐릭터가 갖고 있는 과거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현재 경기와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실로 적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감독 겸 해설자인 김C와는 거의 만담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야기를 맞추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하늘 선수가 출전합니다. 최근 두 경기에서 타율은 0할입니다." 허준이 이하늘의 부진을 '0할'로 강조해 표현하자, 대뜸 김C가 특유의 시니컬한 목소리로 받아친다. "망할 타율이죠." 또 부진을 보이던 마리오가 점점 나아진다면서 김C가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이거든요."하고 말하자, 허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렇죠. 네 죽순 같은 선수예요"하고 받아친다. 막말 해설은 김C의 전매특허였지만, 바로 그와 호흡을 맞추는 허준 역시 정석적인 중계의 선을 넘어서는 재미를 만들어내곤 한다. 1루수인 오지호의 실수로 아웃 카운터를 올리지 못하자 그는 "1루수 바꿔야 되지 않나요?" 하고 오버하는 멘트로 웃음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허준의 해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그것이 경기 내에서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장염을 앓는 동호에게 그는 "오늘 장염 때문에 상당히 뒤끝이 좋지 않은 우리 동호선수..."라며 경기 밖 상황(물론 경기와 연관이 있지만)을 해설해준다. 하지만 이렇게 폭넓은 해설 속에서 그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힘은 그의 해박한 스포츠에 대한 지식과 특유의 순발력 덕분이다. "팀에서 홈런 1위를 달리는 선수예요(허준)." "그럼 홈런을 얼마나 친 걸까요?(김C)" "보통 성인야구에서 홈런 1위면 약 두 개를 친 거죠(허준)." 이 일련의 해설 속에서 보여지는 것은 허준의 캐스터로서의 사전조사와 그 정보를 갖고 던지는 순발력 넘치는 멘트의 재기발랄함의 조화이다.
허준 캐스터가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주목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본래 TV에서 중계되는 스포츠의 맛을 살리는 것은 스포츠 자체보다 스포츠 해설에 의지하는 바가 크다. 스포츠는 참여했을 때 즐거움을 주는 것이고, 스포츠 중계는 바로 시청자가 그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포츠를 예능 프로그램의 구색으로 두지 않는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허준 캐스터는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이끌어나가는 힘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허준의 존재감을 단지 그가 캐스터라는 이유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캐스터로서의 안정된 자질을 바탕으로 그 위에서 스포츠중계와 예능중계의 선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만의 독특한 순발력이 없었다면 이처럼 그가 돋보일 수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스포츠와 예능을 둘 다 잡아버린 명해설의 주인공 허준이 자신의 캐릭터를 세움으로써 '천하무적 야구단'은 이제 본격적인 스포츠 버라이어티의 기본 조건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야구를 기다리면서,요즘 다른 취미생활인 천하무적야구단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는데오오- 정말 공감가는 기사가 잇었다.바로 허준 캐스터에 관한 이야기/천하무적 야구단은 야구를 보여주는 예능 이란 점에서이미 주어진 사람이 너무 많다- 라는 단점이 있는데이 많은 사람들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인식을 시키기 위해스스로도 멤버들이 나갔을때의 응원가라든지, 별명이라든지,만들고 있지만,무엇보다 이것을 확실히 인식시켜주는건,해설자 허준의 재미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