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8/03 (45)
주간 정덕현
이상순과 이효리 빈자리 채워주는 든든한 윤아·보검며칠 째 끝이 없을 것처럼 쏟아지던 폭설은 박보검이 도착한 후 거짓말처럼 멈추고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그리고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제주로 바뀌었다. 이효리가 “너와 함께 햇살이 왔어”라고 한 말이 그저 농담처럼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박보검이 특유의 하얀 이를 내보이며 웃을 땐 ‘설레게 그렇게 웃지 말라’는 이효리의 말처럼 눈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니.JTBC 에 박보검이 잠깐 서울로 일하러 간 이상순의 빈자리에 들어오자 먼저 왔던 임윤아도 새롭게 보인다. 사실 이 정도로 잘 할까 싶었지만 요리면 요리, 청소면 청소, 대충 이야기해도 척척 알아듣고, 손님들을 위한 마음 씀씀이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이상순이 비운 자리에서 임윤아는 더더욱 존재감..
‘골목식당’이 음식점에도 백종원에도 솔루션이 되는 방법SBS 예능 은 의 골목 상권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죽어가는 골목 상권의 음식점들에 일련의 솔루션을 제공해 각각의 음식점은 물론이고 골목을 살린다는 것이 그 취지다. 이대 앞에서 첫 시도된 은 시작점에 ‘젠트리피케이션’을 언급하며 자못 진지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때 잘 나가던 상권에 임대료가 올라, 가게의 원주인들이 이주를 해나가고 결국 골목에 새로 들어오긴 했지만 상권 자체가 계속 이어지지 못하게 됐다는 것.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상황을 이라는 프로그램이 해결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방송을 통해 상권이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그 후의 상황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은 그래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배우는 게 더 많았던 ‘윤식당2’, 우리도 이들처럼 살려면저들의 아름답고 여유 넘치는 삶을 바라보다 보면 자꾸만 우리네 삶이 눈에 밟힌다. 우리는 어째서 저들처럼 살지 못할까. tvN 예능 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스페인 가라치코 마을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걸 확인하는 건 바로 이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만 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이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볼 뽀뽀를 나누는 모습에서는 이들이 남이 아니라 마치 가족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것은 단지 그들이 서로 잘 알고 있는 이웃이라서가 아니다. 그건 타인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 달라서다. ‘윤식당’이라는 음식점이나 거기서 일하는 출연자들은 모두 그들에게는 완전한 타인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식당’을 찾아온 그들에게서 배타적인 시선은 거의..
‘마더’ 엄마는 아이를, 아이는 엄마를 탄생시킨다“어쩌면 아이가 태어나는 것처럼 엄마도 태어나는 것 같아요.” tvN 수목드라마 의 수진(이보영)은 그렇게 말했다. 본인은 한 번도 엄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던 수진이었다. 그러던 수진은 결국 엄마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진짜 엄마가.결국 진짜 모녀지간이 된 수진에게 윤복(허율)은 묻는다. “엄마 나 처음 봤을 때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수진은 이렇게 말한다. “아니 난 나 같은 애가 또 있네 그렇게 생각했어.” 즉 수진이 윤복을 데리고 멀리 도망치려 했던 건 아이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아이에게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되려 윤복은 수진을 불쌍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애들을 무서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이 긴 여정의 마..
‘마더’ 이혜영이 그려낸 진정한 엄마, 배우의 초상어째서 이혜영이 하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이토록 가슴을 먹먹하게 할까. tvN 수목드라마 에서 영신(이혜영)은 결국 모든 이들에게 엄마로서의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떠났다. 스스로 얘기했듯 엄마란 낯선 작은 존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는 사람이라는 걸 온 몸으로 증명하듯 살아왔고, 또 그렇게 떠났다. 누가 진정한 엄마인가라는 진중한 질문을 던지는 에서 영신이 보여준 면면들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그는 보육원에 버려진 수진(이보영)을 거둬 자신의 딸로 평생을 돌봤다. 어린 시절 겪은 가정폭력과 그래서 친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그 상처 때문에 수진은 영신으로부터 계속 도망치곤 했지만, 그 때마다 다시 그가 돌아올 수 있었던 건 ..
‘지만갑’, 소지섭·손예진의 아련한 동화 같은 판타지영화 는 어린 아이에게 읽어주는 ‘구름나라’ 동화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죽은 엄마가 장마가 시작되자 돌아와 아이를 만난다는 동화. 우진(소지섭)의 어린 아들 지호(김지환)는 세상을 떠난 엄마 수아(손예진) 역시 장마가 시작되면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 그런 아들이 못내 안타깝지만 어느 장마가 막 시작하던 날 우진과 지호 앞에 진짜 수아가 나타난다. 설정부터가 동화 같은 판타지지만, 관객들은 의외로 이 이야기에 몰입한다. 돌아온 수아는 모든 기억이 사라져버렸고, 우진으로부터 그들이 어떻게 만나 사랑하고 함께 살게 되었는가를 하나하나 듣게 된다. 판타지 설정으로 시작한 이야기지만, 관객들은 그런 판타지는 어느 순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느낀다. 그건 우진..
‘무한도전’과 김태호 PD에게 휴식기가 갖는 의미는 뭘까거의 하루가 멀다 하고 MBC 예능 의 향배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김태호 PD의 하차선언과 함께 3월 말을 기점으로 프로그램이 종영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MBC가 출연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출연자들 역시 전원 하차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치 이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뉘앙스처럼 보도되었지만, 또 다른 매체는 이를 뒤집었다. 김태호 PD “은 계속 됩니다”라는 말로 이런 의혹들을 불식시켰다. 이처럼 혼란이 가중되는 이유는 13년을 이어온 이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마치 프로그램이 사라질 것처럼 얘기되는 건 그 아쉬움과 불안감이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MBC도 공식적으로 밝혔고..
법은 누구의 편인가, ‘리턴’ 박진희 복수가 던지는 질문“내가 왜 19년 동안 그 네 명을 직접 죽이지 않았는지 궁금하지 않냐?” SBS 수목드라마 에서 최자혜(박진희)가 변호인 금나라(정은채)에게 던지는 이 질문은 그의 복수가 단지 가해자에 대한 단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그는 19년 간을 말 그대로 와신상담해왔다. 딸이 처참하게 죽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보호대상’이 되어 풀려난 가해자들이 버젓이 살아가는 세상의 부조리를 드러내기 위해.당시 ‘촉법소년’이라는 명분을 법적으로 이용해 이른바 ‘악벤져스’들이 빠져나간 건 그들이 가진 재력과 권력 때문이었다. 그들은 돈과 권력을 이용해 법망을 빠져나갔고 대신 죄 없는 태민영(조달환)이 가난하고 힘없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죄를 뒤집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