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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우리는 썰매를 탄다’, 그들이 웃을 때 눈물이 났던 까닭아이스하키를 하지만 이들은 썰매를 탄다. 스케이트 대신 양날이 달린 썰매를. 연습장에서 썰매를 지치고 퍽을 날리고 넘어지고 부딪치면서도 달리고 또 달린다. 그 연습장면을 보는 어린아이들은 그들을 보며 신기한 듯 말한다. “다리가 하나밖에 없어.” 다큐 영화 는 파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이 어떻게 피나는 연습을 해왔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그 쉽지 않은 삶 속에서도 함께 모여 경기를 하며 웃고 울었는가를 담담히 담아내고 있다. 시작부터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 건 이들의 낡은 썰매에 새겨진 무수한 스크래치들이다. 도대체 얼마나 열심히 빙판 위를 달리고 넘어지고 했으면 그런 스크래치들이 생겨났을까. 그런데 그 스크래치는 그들의..
‘키스 먼저’ 감우성·김선아, 종점커플에겐 위로가 사랑이다버스, 오래된 디스크맨, 김동률의 노래 그리고 같이 앉은 연인. 이런 풍경 속에서라면 누구나 새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마치 영화 의 그 아련했던 첫사랑이 절로 떠오르니 말이다. 하지만 SBS 월화드라마 의 손무한(감우성)과 안순진(김선아)이 이 풍경 속에서 주는 느낌은 어딘가 처연하다. 손무한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고 노래를 듣다 잠이 들어버린 안순진과 그를 깨우지 않고 끝내 종점까지 함께 가는 손무한에게서 삶의 피로 같은 게 느껴져서다. 수면제 없이는 잠 못 드는 안순진의 그 피로를 그저 가만히 기대게 해주는 것이 어쩌면 그에게는 커다란 위로가 될 것이다.종점을 향해 달려가는 버스처럼, 그들도 이제 인생의 막판을 향해 가고 있다...
‘무도’,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에 담긴 특별한 느낌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의도된 기획이었을까. MBC 예능 이 보여준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은 이제 시즌 종영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그 제목이 달리 보였다. 마치 향후 시즌을 종영한 후 시청자들이 느낄 이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제목에 담은 것처럼 다가왔다.오랜 절친을 다시 만나는 기획처럼 보였지만, 이 특집의 앞에서 생략된 목적어가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 친구야’ 였던 것. 그래서 각 출연자들의 절친들이 SNS로 단톡방을 열어놓고 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지시대로 출연자들이 실행하는 것이 이번 미션의 내용이 되었다. 그래서 이 SNS로 뭉친 이른바 ‘랜선 친구들’은 출연자들에게 동대문에 가서 그..
‘라이브’가 장르 속 캐릭터들의 클리셰를 깨려는 이유는tvN 새 주말드라마 의 첫 시퀀스는 눈 오는 날 시위현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길바닥에 앉아 끼니를 때우는 경찰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배가 고픈 듯 허겁지겁 식판의 밥을 뜨는 염상수(이광수)는 거기 한 켠에서 역시 밥을 먹는 한정오(정유미)와 살짝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시간을 되돌려 그들이 어떻게 그 자리에까지 오게 됐는가를 드라마는 보여준다. 한정오는 자식의 전화를 받고도 그런 사람 모른다며 끊어버리는 비정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열심히 보험영업으로 살아가는 엄마와 함께 살아간다.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취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남자들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는 세상 앞에서 분노와 절망감을 느낀다. 그래서 그토록 지워버리고 싶었던 아버지에게 찾아가..
‘윤식당2’, 그저 프로그램이 아닌 현실을 바꾸는 힘시작은 소소해보였다. 하지만 이제 식당 마지막 날에 이르러 돌아보니 이 작은 식당이, 이 작은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큰 변화들이 보인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들에게는 이국적일 수 있는 한국음식들을 맛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간다. 낯설 수 있는 나라지만, 한국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이 식당사람들과 음식으로 대화로 소통한다. 처음에는 소소했지만 어느새 마을에 활력까지 만든 한식당이자 프로그램. tvN 예능 가 가진 특별함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사실 가 매회 보여주는 풍경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손님들이 찾아오고 음식을 주문하고 그렇게 제공된 음식을 맛보며 외국인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 그리고 간간히 이 아름다운 가라치코 마..
‘미스티’ 김남주에게 드리워진 두 얼굴의 의미도대체 케빈 리(고준)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정말 고혜란(김남주)이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아니면 괴로워하면서도 고혜란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나선 남편 강태욱(지진희)일까. 고등학교 시절부터 고혜란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감방까지 갔다온 하명우(임태경)일까. 그도 아니라면 케빈 리의 외도에 가장 큰 상처를 입었던 그의 아내 서은주(전혜진)일까. JTBC 금토드라마 에서 살인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추측들은 드라마 제목처럼 ‘안개 속’이다. 여기서 특히 궁금해지는 건 고혜란이라는 인물이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남편에게 하명우의 존재를 설명하며 고교시절 금은방 사장을 살해한 이가 바로 하명우였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의..
시즌1 끝낸 ‘어서와’, 작은 발상의 전환이 만든 큰 변화포상의 성격으로 제주여행을 했던 4개국 특집을 마지막으로 MBC 에브리원 가 시즌1을 마무리했다. 서울 MBC 드림센터 스튜디오에 4개국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담아낸 건 그간 그들이 걸어왔던 여행들에 대한 추억과 회고였다. 그 시작점을 생각해보면 소소해보였던 프로그램이었지만, 그들이 걸어온 길들을 되돌아보자 그 소소함이 만들어냈던 의외로 큰 변화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사실 외국인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이 적은 것이 아니었고, 또 여행 콘셉트의 소재는 넘치고 넘쳤던 게 작금의 예능가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콘셉트를 덧붙였음에도 이 프로그램이 완전히 새로운 재미와 의미를 담아낼 수 있었던 건 작은 발상의 전환 때문이었다. 이미 JTBC가 ..
'리턴' 박진희와 악벤져스를 망가뜨린 촉법소년의 아이러니법이란 왜 공평하고 공정해야 할까. SBS 수목드라마 이 하려던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었다. 1999년 11월 4일 한 아이가 소년들이 모는 차에 치었다. 그들은 그 아이를 구할 수도 있었지만 바닷물에 던져 넣는 범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법은 공정하지 않았다. 부유한 집안의 소년들 넷은 이른바 ‘촉법소년’이라는 ‘보호대상’으로 치부되어 풀려났고, 가난한 집안의 한 소년이 그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 가해자들은 보호대상이 됐고, 아이의 엄마는 애타게 호소했지만 돌아온 건 누군가에 의해 저질러진 방화였다. 그 아이를 잃은 엄마로 돌아온 복수의 화신이 바로 최자혜(박진희)였다. 촉법소년으로 풀려난 네 명의 소년들은 이른바 ‘악벤져스’가 되어 여전히 갖가지 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