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가 집단 트라우마를 겪는 경찰을 담은 까닭

우리는 흔한 형사물에서 사건현장에 끔찍하게 살해된 사체를 아무런 감흥도 없이 들여다보고 심지어는 손을 넣어 만져보기까지 하는 베테랑 형사와 그걸 보는 신참 형사가 막 도망치듯 달려가 토를 하는 장면을 흔한 클리셰로 볼 수 있다.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 장면이지만 그건 현실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게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다. 

바로 눈앞에서 사제총에 맞고 쓰러져 죽은 동료와, 계속해서 총을 쏴대는 범인과 대치하며 벌벌 떠는 경찰들. 그리고 가까스로 범인을 제압했지만 그 죽음을 목격한 충격 때문에 지구대 전체가 일종의 ‘집단 트라우마’를 보이는 그런 모습이 진짜다. 사람의 죽음은 익숙해질 수가 없다. 베테랑 경찰인 오양촌(배성우) 같은 인물조차 그렇다.

그러니 신참 경찰들인 한정오(정유미)나 송혜리(이주영) 그리고 염상수(이광수) 같은 이들이 온전할 리가 없다. “우리 모두 죽는 줄 알았다”며 눈물 흘리는 한정오는 그간 자신이 사건 현장에서 봤던 끔찍한 사체들을 떠올린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사건들을 눈으로 보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암담하게 다가왔을 게다.

자칫 잘못했으면 자신이 그 죽음을 맞이했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 그래서 강남일(이시언) 같은 그래도 경험이 있는 선임 경찰 또한 “가족들의 얼굴이 생각났다”며 펑펑 눈물을 흘리게 된다. 선임들은 괜스레 그 충격을 잊고자 술이라도 마시자고 나선다. 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그 순간의 기억은 내내 그들을 멍하게 만들어놓는다.

굉장히 강인해 보이는 오양촌도 예외일 수 없다. 그는 아내 안장미(배종옥)에게 가장 힘든 게 “내가 안죽어 다행이다. 우리 지구대 애들이 죽은 게 아니라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그나마 위안 삼는 건 “안 다쳐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이제 퇴직을 앞둔 이삼보(이얼)에게 기한솔(성동일) 지구대장이 사건에 잘 대처한 일에 대해 “잘하셨다”며 “안 다치신 건 더더 잘 하셨다”고 말하는 건 그래서다.

신참으로 들어온 송혜리나 한정오는 아마도 자신들이 선택한 경찰 일이 이런 것이었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을 게다. 어디서도 그 실상이 보여지기 보다는 그 막연한 이미지들만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실상을 마주한 그들은 흔들린다. 계속 이 지구대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만두려고도 마음먹고 국비유학으로 해외에 나갔다 돌아와 다른 곳에서 일하고도 싶어진다. 

영화에서나 보던 액션 히어로 경찰? 그런 건 없다. 한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죽음을 가까이서 계속 보게 되는 이들은 트라우마에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이삼보가 말하듯, “그래도 어쩌겠어. 경찰인데 사건 사고 나면 가야지”라고 말하며 현장으로 뛰어간다. 아기가 유기되었다는 제보를 듣고 그토록 힘들어 도망치고픈 현장을 뛰고 또 뛰는 모습을 통해 한정오는 어떤 의문을 느낀다. 그건 단지 직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 생명을 구하겠다는 마음이 더 앞서 나오는 행동이 그 트라우마조차 이겨내게 한다는 걸 보여준다.(사진:tvN)

조용필 90도 인사, 굴욕이라 비난 말고 그 겸손을 배워라

인사는 왜 하는가.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나누기 위해서 하는 게 인사일까. 물론 권위주의 시대의 인사란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나뉘어 받는 사람의 권위나 지위가 더 높다는 걸 확인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과연 온당한 생각일까. 

인사는 반가움의 표시다. 윗사람 아랫사람을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받는 사람 따로 있고 하는 사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위와 나이를 떠나서 반가움이 크면 그 마음을 더 크게 표현할 수 있다. 또 인사는 자신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자신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때때로 어르신이 청춘에게 어떤 일에 대해 감명을 받고 “존경합니다”라고 말하는 경우, 우리는 그 어르신의 높은 인격을 오히려 더 느끼게 된다. 

조용필은 이미 칠순이다. 그가 지난 27일 판문점 평회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김정은 위원장 부부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었다. 조용필은 김정은 위원장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내외에게도 똑같이 인사했다. 물론 조용필을 잘 아는 팬들이라면 그가 팬들 앞에서도 그렇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는 걸 알고 있을 게다. 

그런데 그것이 ‘굴욕적’이란다. 그냥 간단히 인사를 했어야 했는데 허리까지 굽힌 것이 그렇단다. 지적이 있었고 비난이 생겼으며 논란도 일어났다. 무슨 의도에서 그런 것인지 정치적인 해석까지 덧붙여졌다. 그런데 뭐가 ‘굴욕적’일까. 예의를 다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고개를 숙여 겸손을 보인 것이 굴욕적인가. 

조용필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명했다. “조용필은 평소에도 그렇게 인사를 한다”며 “특정인을 의식했다거나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조용필은 평소 길에서 팬들을 만나더라도 똑같이 대한다. 항상 누구에게나 같은 자세로 인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 연예인들은 팬들이 나이가 많건 적건 상관없이 똑같이 90도 각도로 인사하는 게 상례가 되어 있다. 그건 자신들을 사랑해주는 팬들에 대한 일종의 예우이고, 고마움의 표시다. 그러니 이제 칠순에 가깝도록 현역 최고의 가왕으로 살아온 조용필에게 이런 인사법이 습관처럼 생긴 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이번 해프닝이 드러낸 건 조용필이 왜 지금껏 가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처럼 보인다. 가왕이라 불려도 항상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를 가져온 것이 그 비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나이 많다고 고개 뻣뻣이 들고 인사를 받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것이 ‘굴욕적’이었을 게다. 그런 모습에는 과거 권위주의적인 시대착오적 모습이 비춰질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조용필은 그러지 않았다. 관계와 예우에 있어서 누가 위에 있고 누가 아래에 있다는 식의 겉치레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잘 치러지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겉치레 보다는 진심이 더 중요하다는 그 남다른 생각이 있어서였다고 보인다. 누가 더 힘이 강한가를 내세워 대결하기보다는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고 손을 잡는 모습이 다른 체제로 나뉜 남북을 새로운 길로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니 말이다. 조용필은 겸손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것은 왜 지금도 대중들이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는가를 말해주는 것이었다.(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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