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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알쓸신잡3’, 그리스 가서도 우리 현실을 이야기한다는 것같은 장소에 가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보는 것들이 다르다. tvN 이 굳이 ‘잡학’을 내세우면서도 여행을 콘셉트로 삼은 이유다. 특정 여행지를 둘러보고 돌아온 잡학박사(?)들이 저녁에 모여 그 날 여행에서 느꼈던 것들을 지식수다로 풀어내는 것. 같은 장소에 갔지만, 그곳에서 떠올리는 건 저마다 다르고, 또 그렇게 나온 수다가 또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는 박사들의 이야기로 다채로워지는 과정은 실로 ‘신비로운’ 느낌마저 주었다. 는 그 여행지를 확장해 해외로 나갔다. 그 첫 여행지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이들이 처음 풀어놓은 수다의 소재는 왜 하필 해외 첫 여행지를 그리스로 택했는가 하는 점이었다. 유시민은 그 이유로 서구문명의 발상지로서의 그리스를 ..
'안시성', 호불호 갈리는 압도적 볼거리와 약한 스토리 사이영화 은 지축을 뒤흔드는 말발굽 소리로부터 시작한다. 달리는 말과 창과 칼을 들고 맞붙는 당 태종의 군대와 고구려군의 치열한 전장. 살점이 잘려져 나가고 피가 튀는 그 현장이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상황을 고스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재연된다. 그 영화의 도입 부분을 채운 전투 장면은 앞으로 이 영화가 어떤 걸 보여줄 건가를 말해준다. 제목만 들어도 그 내용을 모를 우리네 관객은 없을 소재. 20만 당나라 최강의 대군을 맞아 고작 5천의 병사들로 이를 물리친 양만춘 성주가 이끈 안시성 전투가 그것이다. KBS 대하사극 에서도 다뤄졌고, SBS 드라마 에서는 제작비 400억 중 상당한 액수를 소진시켜 결국 전체 드라마를 휘청..
‘아는 와이프’, 불편한 판타지와 공감 가는 현실“티격태격, 아웅다웅, 미운 정 고운 정 쌓아가면서 같이 나아갈 것.” “우리만의 전우애도 싹틀 것.”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는 결국 불편한 판타지를 돌고 돌아 공감 가는 현실 속에서의 대안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삶의 현실이 제아무리 부부를 지치게 만들어도 서로가 지지해주고 다독이는 것으로 하나하나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회에서 특히 주목됐던 건 ‘육아문제’였다. 맞벌이를 하는 우진(한지민)과 주혁(지성)은 두 아이의 부모로서 아침부터 밤까지 그들이 외치듯 “전쟁‘을 치르며 살아갔다. 이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은 의 시작 부분에서 그려졌던 풍경이다. 하지만 같은 전쟁이라도 그 전쟁을 대하는 이 부부의 자세가 달라졌다. 그 때는 홀로 ’독박육아..
‘수미네 반찬’이 추석음식을 대하는 통쾌한 방식“알려는 드릴 테니 사서 드세요.”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하는 얘기 치고는 기막힌 데가 있다. 하지만 tvN 예능 프로그램 에서 김수미의 이 한 마디는 아마도 명절을 앞둔 분들에게는 속이 시원해지는 말이 아니었을까. 추석을 앞두고 이 들고 온 요리는 명절에 빠질 수 없는 갈비찜, 잡채 그리고 명품전이었다. 마치 고향의 음식이고 명절의 음식이라고 여겨질 만큼 그 음식들만 떠올려도 고향과 명절이 떠오르는 그런 음식들. 그래서 그 먼 거리 꽉 막히는 도로를 달려 고향집에 도착했을 때 우리의 피곤한 마음까지 푸근하게 어루만져주던 그 음식들이 아닌가. 하지만 먹는 사람이 맛있다고 하는 사람이 마냥 즐겁기만 한 건 아니다. 물론 자식들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
‘풀뜯소’, 한태웅이 가르쳐주는 생산의 기쁨도대체 그저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이 느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시골이라는 공간이 주는 푸근함 때문일까. 아니면 한태웅이라는 어리지만 당찬 중딩농부의 넉넉한 마음 때문일까. tvN 가 ‘가을편’으로 돌아왔다. ‘봄편’에서도 그랬지만 ‘가을편’ 첫 방송도 아주 특별한 일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새 멤버로 박나래와 황찬성이 합류했고, 그렇게 도착한 그들은 오자마자 봄에 모내기를 했던 논을 가득 채운 벼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곧바로 고추밭으로가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고는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이 별것도 아닌 일들은 하지만 묘한 편안함을 주었다. 고추를 따는 농사 일은 단순해 보여도 도시에서 살던 이들에게는 고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고된 일을 끝..
구박하는 계모, 출생의 비밀, 신파... ‘하나뿐인 내편’의 진부한 현주소시간을 한 30년 넘게 되돌린 것 같다. KBS 새 주말드라마 은 아주 오래된 신파극의 설정이 고스란히 재연되어 있다. 병에 걸린 아내를 어떻게든 살리려 돈을 빌리러 갔다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두 차례의 살인과 강도, 결국 아내는 사망하고 살인죄로 감옥에 가게 되는 현대판 장발장 강수일(최수종). 그를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해 고아원에 보내진 그의 딸을 자신의 딸처럼 키우는 김동철(이두일). 그 집안에서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며 자란 콩쥐 혹은 신데렐라 김도란(유이), 도란을 구박하고 친딸인 김미란(나혜미)만을 챙기다 결국 그 출생의 비밀을 터트리는 소양자(임예진), 그 충격에 집을 나간 도란을 찾아 나섰다가 사고로 김동철이 죽게 되..
‘보이스2’, 성공적인 시즌제 드라마의 틀이 보인다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끝난 것 같은 몰입감이다. OCN 주말드라마 가 또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총 12부작. 보통 16부작에서 20부작인 우리네 드라마 미니시리즈의 통상적인 양으로는 짧다. 하지만 이렇게 줄여놓으니 드라마의 압축도가 도드라진다. 워낙 한번 보면 빠져들 듯 볼 수밖에 없는 긴박감을 그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삼는 드라마인지라, 시쳇말로 ‘시간 순삭’한 그 느낌은 이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는 엔딩에 이르러 실로 충격적인 결말과 함께 시즌3 예고를 내놓았다. 아예 시즌3의 부제가 ‘공범들의 도시’라고 붙여진 걸 보면 이미 작업이 들어갔다는 걸 알 수 있다. 미세한 소리까지 듣는 골든타임팀의 수장 강권주(이..
'미션'이 말하는 "사랑하라"와 "살아남아라"의 의미tvN 주말드라마 에서 유진 초이(이병헌)는 빵집 테이블 밀가루 위에 L, V, E를 쓰고 L과 V 사이에 반지를 놓아 ‘LOVE’라는 글자를 만들어 고애신(김태리)에게 건넨다. 그는 반지를 손가락으로 집어 고애신의 손에 끼워주며 말했다. “이 반지의 의미는, 이 여인은 사랑하는 나의 아내란 표식이오.” 그런데 유진 초이가 반지를 손으로 집을 때 L과 V 사이에 O 대신 I라는 선이 그어진다. 그래서 ‘LOVE’는 ‘LIVE’가 된다.이 짧은 장면 속에 이 담아내려는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고애신은 유진 초이에게 미국으로 함께 가자고 속여 일본에 들어가 무신회에 붙잡힌 이정문(강신일)을 구하려고 한다. 고애신은 유진 초이를 사랑하지만 차마 사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