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 박성광·임송, 이들의 관계가 어색하면서도 편안한 까닭

워낙 직장 내 갑을관계니 상하관계니 하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인지 방송이 보여주는 관계는 그만큼 조심스럽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은 본질적으로 보면 바로 이 관계를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매니저가 등장하게 된 건 그래서다. 연예인만을 보던 관찰카메라가,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를 들여다보게 된 것. 

<전지적 참견 시점>이 우리의 시선을 잡아끌었던 건 어찌 보면 막연히 상하관계로만 생각되어온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가 의외로 가족 같은 훈훈함이 보였고 또 프로그램에서 오히려 매니저들이 주목됨으로써 살짝 그 관계가 뒤집어지는 전복의 즐거움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유병재의 사인회에서 오히려 자신을 찾아온 팬과 더 사진을 많이 찍는 유규선 매니저나, 이영자와 함께 하면서 주목받게 된 송성호 매니저, 그리고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가 화제가 된 것도 바로 이런 요소들 덕분이다.

특히 임송 매니저는 업계에 그리 많지 않은 여성 매니저라는 점,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도 거의 유일하게 출연한 여성 매니저라는 점 때문에 더더욱 주목되었다. 매니저 업계에 여성들의 비율이 적다는 건 임송 매니저가 박성광과 함께 KBS <개그콘서트> 특별 출연 때문에 찾아갔다 만난 개그맨 유민상 매니저(역시 여성 매니저)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쉽게 알 수 있었다. 

여성 매니저들이 적어 같은 여성으로서의 매니저일을 하며 생기는 고민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고 말한 임송 매니저는 “그 날이 가장 힘들다”고 말해 이를 보는 스튜디오의 출연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 놀라움은 마치 매니저라는 직업이 남자들만의 영역이라고 치부해온 업계의 분위기를 새삼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매니저라는 직업은 직장이라는 직업적 공간에서만 그 관계가 한정되는 직업이 아니다. 계속 해서 현장을 함께 다녀야 하고 필요하면 사적인 공간일 수 있는 연예인의 집에도 가야 한다. 일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경계가 그만큼 애매하다. 이런 영역의 중첩 때문에 서로 다른 성별로 이뤄지는 관계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영자와 송성호 매니저가 그렇고,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가 그렇다. 

그런데 이 조심스러운 관계를 더더욱 조심스럽게 보여주는 이들이 바로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다. 이들은 처음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부터 그 관계가 어색하다는 점 때문에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생각이 많은 박성광은 뭐 하나를 임송 매니저에게 얘기하더라도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찍 주차장에 도착한 임송 매니저에게 밥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올라와서 같이 밥을 먹자고 묻는 대목에서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박성광의 모습이나, 자신이 먹을 계란 프라이를 자기는 먹었다며 임송 매니저에게 먹으라고 주는 모습에서는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배려하려는 박성광의 마음이 느껴진다. 

또 <개그콘서트>에서 후배들 코너를 짜다가 어딘가 부족함 임팩트를 메우기 위해 임송 매니저가 함께 출연했으면 좋겠다는 조심스러운 후배들의 제안에 난감해하는 박성광의 모습에서도 그 배려가 느껴진다. 임송 매니저 역시 자신이 그 코너를 망칠까봐 걱정하면서도 박성광의 부탁이니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에서도 그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 사이의 관계에서 늘 느껴지는 약간의 어색함은 ‘적절한 거리두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 사람을 하루 종일 함께 움직여야 하는 관계지만,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경계를 그만큼 존중하려 애쓴다. 그것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 너무 멀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선에서의 관계는 그래서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구석이 있다. 

물론 세상의 모든 관계들이 이러한 ‘경계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만일 그렇다면 최근 뉴스에 그토록 많이 등장하고 있는 갑을 관계의 권력을 유용한 많은 폭력들이 사회적 의제로까지 등장하지는 않았을 게다.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의 그 관계를 통해 보듯이, 우리네 사회에서 가족관계든, 직장 내 상하나 동료 간의 관계든, 나아가 부부나 연인 사이의 관계에서도 ‘경계 존중’의 문화가 있다면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그 많은 관계의 문제들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사진:MBC)

‘알쓸신잡3’, 우리 시대에 맞는 논개 해석이 필요한 까닭

“우리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논개라는 한 인간의 선택에 대해서 우리가 들어온 이야기가 국가주의 서사라는 거예요. 국가라는 어떤 권위 있는 인간조직을 위해서 한 여인이 국가를 위해서 뭘 한 것과 같이 스토리를 만들어낸 이 서사가 왠지 불편한 거예요.” 

진주에서 펼쳐진 tvN 예능 <알쓸신잡3>에서는 그 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논개 이야기가 화제로 올랐다. 우리에게는 왜장을 껴안고 강물로 뛰어들었다는 기생으로 알려진 이야기. 그래서 진주성의 촉석루에서 보이는 진주교의 다리 밑으로는 논개가 왜장을 껴안을 떼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끼었다는 황동가락지 모양이 조형물로 들어가 있었다.

한 때는 이 논개의 이야기가 마치 국민이라면 누구나 숭앙해야할 애국적 서사로 읽혔던 적이 있었다. 사실 남아있는 사료도 거의 없어 일종의 해석에 의해 이야기가 더해진 논개 서사는 조선시대에는 충효를 하나의 근간으로 보던 유교적 서사로 이야기되었고, 이승만 정권 때부터는 국가주의 서사가 더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주의 서사는 이제 지나간 유물로 여겨진 지 오래다. 그러니 하나의 해석일 뿐이지만 마치 사실 자체인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논개의 국가주의 서사가 불편하게 다가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성이 해야 될 일은 국가를 위해서 하루 종일 밥도 하고 그러면서도 국가를 위해 애국하고 죽을 수 있는 이런 사람 되라는 식의 어떤 국가주의가 이 사건을 다루는 거예요. 저는 언제나 생각하지만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에 대해서는 진실을 외부에서 알기는 거의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아주 복합한 감정상태였을 거고 그런 것을 이제 우리가 와서 지금 21세기 2018년인데 지금 우리가 이 논개를 놓고 다시 애국적 시각, 국가주의 시각으로 볼 것인가? 그건 아닌 거 같아요. 그 진실을 추구하는데 새로운 사실이 없다면 이제 우리 시대의 잣대로 한 인간으로서 그렇게 보는 게 우리의 시각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건 사실 끔찍한 사건이거든요. 이건 아름다운 일도 아니고 멋있는 일도 아니고 한 개인으로 보면 정말 끔찍한 일이에요. 그걸 이제 국가를 걷어내고 봐야할 때가 되지 않았나.”

김상욱 박사는 이 사건을 국가주의가 아닌 한 개인에게 맞춰져 다시금 들여다봐야하지 않겠느냐고 역설했다. 거기에 대해 김영하 작가 역시 똑같이 공감했다. 논개의 이야기는 “국가를 위해서 개인을 희생해야 되는 걸 또 국가를 위해서 아낌없이 몸을 바쳐야 되는 걸 칭송하는 이야기”라는 것. 김영하는 이제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며, 과거 <심청전>은 효녀 이야기로 그려졌을지 모르지만 지금으로 보면 ‘인신매매’ 풍습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논개의 이야기가 현재의 우리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가주의 서사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여성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시각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다른 관점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에는 충을 집안에서는 효를 하나의 동일한 근간으로 보는 유교적 사고관에 기반한 관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후대에 이르러 가부장적 사고관으로 굳어지게 된 이유가 되었다. 국가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그 사고관은 가족에서는 여성과 아이 같은 약자가 남성과 어른을 위해 희생하는 서사를 정당화했다. 

유시민은 아이에게 <무덤 속의 산삼>이라는 동화책을 읽어주다 반성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딸이 갖은 고생을 해서 산삼을 구해와 아픈 아빠를 구해낸다는 이야기였는데, 그걸 읽어주고 아이에게 “너도 아빠가 아프면 그렇게 해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너무나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유시민은 결국 반성하며 “그래 너는 아빠가 아파도 그렇게 할 필요 없어. 아빠가 병원 가면 돼”라고 말했다고 한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주입된 ‘교훈’이 그걸 그대로 당연히 받아들이게 된 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을 줄 수 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김영하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었던 유교적 세계관의 끔찍함을 ‘삼강오륜 행실도’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며느리가 시아버지가 아프면 허벅지살을 베어서 먹이고, 아픈 아버지를 위해 아이를 삶아 먹였다는 식의 “호러가 따로 없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는 것. 

유시민이 “불편하다”고 지목한 논개의 국가주의 서사는 그래서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그것은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들어온 많은 이야기들이 사실은 어떤 시대착오적 관점들을 여전히 담고 있음으로써 그 자체로 우리를 억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똑같이 전해져 내려오는 고전의 이야기라도 현재 우리의 시각에 맞게 재해석하고 관점을 새롭게 하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알쓸신잡3>는 논개를 두고 벌어진 지식수다를 통해 들려주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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