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것 없던 스웨덴전, 중계 대결 승자는 KBS 이영표

러시아월드컵 한국 대 스웨덴 전은 0대 1로 우리 팀이 패배했다. 워낙 팀 사이의 기량 차이가 컸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전후반을 통틀어 이렇다 할 슈팅 몇 번 차보지 못하고 거의 수비에 주력하다 파울로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패배했다는 사실은 시청자들로서는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더라도 열심히 했다는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받지 못한 건 그래서다. 

경기가 워낙 볼 게 없어서였을까.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는 경기보다 스포츠중계대결이 더 치열한 느낌이다. 지상파 3사가 각각 해설자로 내세운 KBS 이영표, SBS 박지성 그리고 MBC 안정환은 러시아로 가기 전부터 여러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들의 스포츠중계를 홍보했다. 지난 월드컵 시즌 때 문어영표로 불리며 분석에 근거한 해설을 보여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이영표는 이번에도 경기 전부터 다양한 분석들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 대표팀이 2002년 월드컵 이후 첫 경기에서 패배한 적이 없고 그 상대가 유럽팀이었다는 분석을 통해 기대감을 높였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다.

박지성은 <양세형의 숏터뷰>, <집사부일체> 등에 출연하면서 자신이 SBS의 월드컵 경기 해설을 맡게 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자신의 아내인 김민지 아나운서를 다름 아닌 배성재 캐스터의 소개로 만나게 됐다는 사실을 전했고, 해설을 통해 자신이 축구를 보는 방식을 국민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양세형의 숏터뷰>에서 경기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냐는 집요한 양세형의 질문에, 낙관적이지 않다는 솔직한 분석을 내놓으면서 결과보다는 경기를 우선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포츠중계에 있어서 박지성은 자신의 경험을 담은 해설을 선보였지만, 소리 자체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전달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SBS 중계는 그래서 배성재 캐스터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강했다. 워낙 스포츠 중계를 잘하고, 목소리가 귀에 잘 박히는 배성재 캐스터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이영표와 안정환의 해설이 어떠냐는 질문에, 이영표는 자신이 배워야 할 해설자라고 말했고, 안정환은 직설적인 해설로 재미가 있다고 말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번 중계에서 안정환의 해설은 과거 같은 직설적인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다. 훨씬 차분해졌지만 그래서 재미는 조금 반감된 느낌. 과거 김성주와 함께 콤비를 맞췄을 때와 사뭇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러시아월드컵 우리팀 첫 경기인 스웨덴전의 중계 대결 결과는 일단 이영표의 손을 들어줬다. 아무래도 플랫폼의 힘이 더해진 결과겠지만 KBS는 무려 17%(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내며 압도적인 우위를 드러냈다. 2위는 SBS(12.5%), 3위는 MBC(11.4%) 순이었다. 

사실 이번 러시아월드컵은 우리 팀이 죽음의 F조에 배정됐다는 소식과 함께 그다지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측들이 일찌감치 나왔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 그 어느 팀 하나도 쉬운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측대로 스웨덴전은 이렇다 할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 채 패배했다. 경기보다 더 치열한 느낌을 준 건 스포츠중계 대결이었다. 2002년 월드컵의 주역들이 나선 해설 대결. 여전히 우리 축구는 그 때의 추억 속에 머무는 느낌이다. (사진:SBS)

‘라이프 온 마스’에서 ‘수사반장’ 감성이 느껴진다는 건

OCN 토일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 최불암이 등장했다. 그것도 과거 <수사반장>의 한 장면 속에서 TV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장면이다. 물론 그건 사고 이후 1988년으로 가게 된 한태주(정경호) 형사가 보는 환영 속에서다. 흑백화면의 <수사반장>에서 튀어나온 최불암은 한태주를 다독이며 “자넬 도와주러 왔네”라고 말했다. 

아주 짧은 장면이지만 <수사반장> 속 최불암이 이런 방식으로 <라이프 온 마스>에 들어왔다는 건 실로 의미심장한 까메오이자 오마주가 아닐 수 없다. <라이프 온 마스>는 현재에서 과거로 가게 된 인물이 겪는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혼돈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1988년의 복고적 감성을 담고 있는 수사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수사물은 과연 지금의 수사물과 무엇이 다르고 또 달라야 하는 걸까. 

지금의 수사물은 MBC <검법남녀>가 보여주듯, CSI류의 과학수사가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들이 담겨지는 게 당연하지만, 1988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담는 수사물이라면 사건도 또 그 사건의 수사과정도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라이프 온 마스>가 가져온 정서는 바로 최불암으로 대변되는 <수사반장>의 감성이다. <라이프 온 마스>의 사건은 마치 <수사반장>의 시그널이 흘러나올 것 같은 우리 식의 정서가 깔려 있다. 

어느 조그마한 마을 갈대밭에서 청산가리가 들어간 막걸리를 마시고 죽은 이장의 살인자를 추격하는 사건이 그렇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유순희(이봉련)가 용의자로 지목되었고, 그 스스로도 자신이 이장을 죽였다고 증언해 사건은 그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뒤집는 한태주의 끈질긴 수사과정. 어딘가 이상함을 느낀 한태주는 순희의 딸 영주(오아린)가 이장에게 지속적인 추행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그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이장에게 갖다 준 건 영주지만 그걸 시킨 건 이장의 딸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이장의 딸은 남편마저 락스를 지속적으로 먹여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고, 심지어 운신이 불편한 엄마까지도 음식에 락스를 타 먹이고 있었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비정하고 치밀한 존속 살인사건이었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비정한 사건 속에서도 <수사반장>식의 따뜻한 감성을 더했다는 점이다. 정신이 온전치 못했지만 순희는 딸이 잘못될까봐 거짓진술을 했고, 딸은 엄마가 잘못될까봐 침묵하고 있었다는 모녀 사이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지점이 그렇다. 

이런 식의 수사는 과거 <수사반장>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그저 엽기적인 사건만을 해결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인간’에 대한 따뜻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시선이 담겨져 있었다는 것. 최불암이 구축한 캐릭터는 그래서 그 비정한 현실 앞에서 잔뜩 인상을 쓰고 있지만 그 안에 인간에 대한 연민이 담겨진 그 시선을 보여주곤 했다. <수사반장>이 단순한 수사물이 아니라 휴먼드라마 같은 느낌을 줬던 건 그래서다. 

이번 최불암과 <수사반장>에 대한 오마주는 <라이프 온 마스>가 그저 1988년으로 되돌아가 사건을 해결해가는 그 독특한 장르적 재미만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었다. 사건에 있어서도 또 그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 있어서도 사건만이 아닌 사람이 보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은 <라이프 온 마스>가 영국 드라마의 리메이크지만 완전히 우리네 드라마처럼 해석되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최불암이 <수사반장>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드라마라니.(사진:OCN)

‘하트시그널2’, 커플 탄생보다 엇나감에 더 안타까워한 건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봤던 걸까. 채널A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2>가 끝났다. 김현우는 오영주가 아닌 임현주를 택했고, 이미 공식커플로 일찌감치 자리했던 정재호, 송다은까지 모두 두 커플이 탄생했다. 하지만 끝까지 누가 누구를 선택할까를 고민하며 바라봤던 시청자들은 탄생한 커플보다 엇나간 커플들을 더 안타까워했다. 바로 오영주와 김도균이 그 주인공들이다.

애초 김현우와 오영주는 누가 봐도 최종 커플이 될 거라고 예상됐다. 그건 첫 만남부터 그랬다. 김현우가 오래 전 일했던 음식점에 가끔 찾아왔던 오영주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만남은 예사롭지 않았다. 물론 보다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적극적이었던 임현주가 대쉬하면서 김현우의 마음은 흔들리기도 했지만, 오영주와 함께 데이트를 하며 두 사람의 마음은 확고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얄궂게도 커플 여행에서 이들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서로 상대방을 생각해 선택한 여행지에서 엉뚱하게도 김현우와 임현주가 함께 여행을 하게 된 것. 그 여행의 과정 속에서 김현우는 마음이 설렜고, 오영주는 상처를 입었다.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틈이 두 사람을 엇나가게 만들었다.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해는 풀리지 못했고, 김현우는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임현주를 선택하게 됐다.

한편 처음부터 끝까지 임현주를 향한 마음을 올곧게 드러내온 김도균은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시집을 건네며 그간 함께 해왔던 모든 순간에 “감사합니다”라고 마음을 전하는 김도균 앞에서 끝내 임현주는 눈물을 흘렸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함께 뒤섞인 눈물이었을 게다. 

그래서 김현우와 임현주가 커플로 탄생하게 됐지만 시청자들은 이렇게 탄생한 커플보다 이 엇나감에 의해 선택을 받지 못한 오영주와 김도균에 더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안타까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두 사람이 비록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끝까지 보여준 성숙하고 진실된 사랑의 모습에 감명을 받아서다. 

오영주는 본인 또한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자신을 끝까지 바라봐온 이규빈과 통화하며 그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꼭 만나서 자신이 사주는 밥을 함께 먹자는 이야기를 남겼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같은 모습이었다. 김도균은 자신이 선택받지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웃으며 임현주에게 ‘그래도 고마웠다’는 마음을 전했다. 성숙한 사랑의 한 면을 그는 여지없이 보여줬다.

이제 돌아보면 <하트시그널2>를 통해 우리가 보게 된 건, 사랑이 그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해도 그 과정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들로 채워져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엇나감은 그래서 어쩌면 인간이라는 가녀린 존재들이 어째서 더더욱 사랑을 찾는가를 발견하게 해주는 지점이었다. 완벽한 사랑도 없고, 엇나간다고 해서 사랑이 아닌 것도 아니다. 그저 어느 우연적인 계기에 의해 이뤄지기도 하고 이뤄지지 않기도 하는 것. 그래서 결실보다는 과정 그 자체가 모두 사랑이었다는 걸 발견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드라마틱한 결말을 원한다. 그래서 그 결말을 예상하고 추구하지만 늘 도달하는 건 아니다. <하트시그널2>의 끝에서 우리가 이뤄진 커플보다 엇나간 사랑에 더 주목하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그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고 소중하게 보이는 것일 테니.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 사랑의 실체를 슬쩍 들여다보았다.(사진:채널A)

어째서 우리는 헨리를 예능으로만 소비했던가

어째서 우리는 이제야 헨리의 이런 음악적 진가를 발견하게 된 걸까. JTBC <비긴어게인2>는 헨리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넘치는 음악적 재능을 가감 없이 드러내줬다. 그간 우리가 주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봐왔던 그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면모가 아닐 수 없었다. 

이미 포르투갈의 어느 뮤직 카페에서 합주를 제안한 외국 밴드와 바이올린으로 멋진 즉흥연주를 보여줬을 때부터 어딘가 남다른 천재뮤지션의 예감을 갖게 했던 헨리였다. 워낙 아이처럼 엉뚱하고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아이 같은 모습이어서 우리가 잘 몰랐던 헨리의 진가. 하지만 그는 버스킹, 특히 즉흥연주를 통해 자신의 음악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포르투갈을 떠나기 전 어느 전망대에서 외국인 커플에게 다가가 ‘I’m Yours’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헨리의 모습은 그 장난기 많은 아이와 집시 같은 자유분방함에 뮤지션으로서의 재능을 모두 담고 있었다. 본래 음악이 무대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있다는 걸 드러내주는 프로그램이 <비긴어게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헨리만큼 거기에 적격한 뮤지션이 있을까 싶은 정도의 자유분방함.

두 번째 여행지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헨리는 그 클래식한 도시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자신의 색깔을 보여줬다. 생애 첫 솔로 버스킹에 나섰지만, 혼자 하는 버스킹이 마치 여럿이 합주를 하는 듯한 버스킹으로 만들어진 건 그의 음악적 재능과 그걸 실현시켜주는 루프스테이션을 통해서였다. 연주한 부분이 반복 재생되는 기능을 활용하는 루프스테이션을 통해 헨리는 바이올린, 키보드, 목소리, 비트박스 등 다양한 소리들을 차곡차곡 쌓아 ‘오케스트라(?)’처럼 들려주는 흥미로운 버스킹을 선사했다. 

그 자리에서 그가 부른 god의 ‘길’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음악에 대한 길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곡이기도 했다. 그는 공연을 끝낸 후, 노래 ‘길’의, “나는 왜 이 길 위에 서 있나”라는 가사를 음미하며 “자신이 왜 음악을 하고 있는가”를 되물었다고 했다.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주기만 했던 그 모습이 아니라, 진짜 뮤지션으로서의 자신의 길을.

숙소에 도착해 헨리가 피아노 앞에 앉아 무심한 듯 연주한 쇼팽의 즉흥환상곡과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유명해진 왈츠 7번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그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온 수현 앞에서 <라라랜드>의 그 유명한 피아노곡을 연주해주고, 또 수현이 즉석해서 치는 피아노 연주에 바이올린으로 합주를 해주는 모습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비긴어게인>은 시즌2를 하며 벌써 여러 뮤지션들의 버스킹을 선보인 바 있다. 모두가 저마다의 개성적인 음악적 색깔들을 버스킹을 통해 드러내주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헨리가 두드러지게 보이는 건, 그가 가진 클래식한 음악적 재능들과 유쾌한 성격이 어우러져 <비긴어게인>을 고급스러우면서도 즐거운 음악 여행으로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어째서 이런 인물을 우리는 예능으로만 소비했던가. 그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들이 주어지기를.(사진:JTBC)

‘슈츠’, 장동건과 박형식의 진가를 확인한 시간

KBS 수목드라마 <슈츠>가 종영했다. 성공한 미드 원작에 대한 엄청난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슈츠>는 성공적인 리메이크를 만들어냈다. KBS 드라마로서 본격 장르물로 10.7% 시청률(닐슨 코리아)로 화제 속에 종영했다는 사실은 사실 흔한 일은 아니다. 자칫 원작과의 비교에 무너지거나, 본격 장르물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의 이탈이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슈츠>는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제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고, 엔딩에 있어서도 유종의 미를 거뒀다. 

워낙 대본이 탄탄하기 때문에 뭐가 어려웠을 것인가 반문할지 모르지만, 사실 <슈츠>는 우리네 장르물들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의 압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결코 쉬운 드라마는 아니었다. 사건 하나를 가지고 2회 정도의 분량을 뽑는 우리네 법정물을 생각해보라. <슈츠>는 한 회에 심지어 사건 3개가 동시에 돌아가는 숨 쉴 틈 없는 전개를 보여주기도 했다. 

너무나 이야기가 압축적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집중하지 않으면 이야기를 놓칠 수도 있었다. 또 액션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아니라, 법정물로서의 대사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였기 때문에 그 치열한 두뇌게임과 반전은 깊이 빠져 보기 전에는 묘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슈츠>는 매 회 하나의 주제를 여러 사건들을 통해 그려내는데 성공적이었다. 마치 잘 짜여져 있어 보기만 해도 설득되는 처세서 한 편을 읽는 듯한 즐거움.

이 어려운 걸 해낸 일등공신으로 장동건과 박형식이라는 사실상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두 배우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끝없이 쏟아내야 하는 법률 지식들과 사건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방의 심리를 읽어내고 대처하는 최강석이라는 로펌의 대표 변호사 역할을 장동건은 제대로 소화해냈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드라마에 안정적인 흐름과 긴장감 그리고 이완까지를 쥐락펴락한 건 역시 장동건이었다. 

물론 2012년 방영됐던 <신사의 품격>에서도 확실한 자신만의 아우라를 선보였던 그였지만, <슈츠>에서의 면모는 확실히 달랐다. 그건 최강석이라는 캐릭터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고연우(박형식)라는 변호사 자격도 스펙도 없는 인물을 어소로 기용하는 이 인물은 그 ‘선택’에서부터 그가 겉으론 냉철하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변호사라는 걸 드러내고 있었다.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최강석이 후반에 이르러 자신을 압박해 들어오는 함대표(김영호) 앞에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은 그가 고연우를 만나 변화하고 성장한 과정을 제대로 담아냈다. 

한편 이번 드라마를 통해 확고한 배우로서의 자기 색깔을 만들어낸 박형식의 성장은 ‘즐거운 발견’이었다. 최강석에 의해 기용되지만 실제로는 그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를 구해준 건 바로 고연우였다. 고연우는 자신을 성장시키면서 동시에 최강석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인물이었던 것. 이를 연기한 박형식은 무엇보다 장동건 같은 대선배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슈츠>는 낯선 법정의 사건들 속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여 다소 복잡해보일 수 있는 드라마였지만, 그 미로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되었던 건 든든한 드라마의 길잡이 역할을 해준 장동건과 박형식이 있어서였다. 두 사람이 서로를 성장시키는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브로맨스는 시청자들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 이유였다. 그런 의미에서 <슈츠>는 장동건과 박형식의 진가를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말해도 무방할 듯싶다.(사진:KBS)

‘너도 인간이니?’, 로봇 서강준에게 설렌다는 건

KBS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가 시청률 9.9%(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특별방송으로 경쟁작들이 모두 결방된 상황이었지만, 지난 회 6.3%에서 이만큼 시청률이 껑충 뛰었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자체적인 경쟁력도 충분히 있었다는 걸 드러낸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역시 로봇 남신 역할의 서강준이다. 

흔히들 연기를 못할 때 ‘로봇 연기’를 한다고들 말하지만, 서강준은 진짜 로봇 연기를 해내고 있다. 로봇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표정이나 말을 잘 내놓지 않는 무뚝뚝함이 그 연기의 핵심이다. 마치 매뉴얼대로 말하는 듯한 대사가 받쳐주고, 미소를 짓는 것조차 상황에 따라 프로그래밍된 느낌을 준다. 

게다가 터미네이터를 연상케 하는 액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화재 현장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강소봉(공승연)을 무너지는 기둥을 받아내고 거대한 철재를 들어 올려 구해내는 장면이나, 자율주행 시험 중 해커에 의해 자동차가 도시의 흉기로 변해버렸을 때 그 차로 뛰어들어 차를 멈춰 세우는 장면이 그렇다. 사실 국내 드라마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고난도 자동차 액션 신이었고, 차에 질질 끌려가는 장면은 이색적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렇게 차가운 로봇일 수밖에 없는 남신에게 어떤 감정 같은 걸 느끼게 되는 건 왜일까. 진짜 인간 남신을 돌봐야 한다는 자신을 만든 오로라(김성령)의 말을 듣는 로봇 남신의 얼굴에서는 어딘가 쓸쓸함 같은 게 묻어난다. 로봇 남신이 혼수상태인 인간 남신을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될 위기에 처한 것을 미리 알아챈 로봇 남신이 위기를 넘긴 후, 오로라에게 “저 잘했죠?”라고 묻는 장면에서는 마치 엄마 앞에 선 아이 같은 느낌이 묻어난다. 

“눈물을 보이면 안아주는 게 원칙”이라며 안아주는 로봇 남신에게서 괜스레 쿵쾅대는 심장을 느끼는 건 강소봉만이 아닐 게다. 수영장에 빠진 목걸이를 찾아주기 위해 강소봉의 눈을 가린 채 그 곳의 조명을 모두 켜주는 모습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건 로봇이 인간을 보살피는 장면이지만, 어쩐지 그 남신에게서 강소봉은 가슴 설렘을 느낀다. 

인간이 아닌데다 남다른 능력을 가진 존재에게 느끼는 설렘. 우리는 이런 설렘을 이미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에게서 느낀 적이 있다. 외계인으로 늙지도 않고 갖가지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또한 우리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인물. 그래서 <너도 인간이니?>의 남신은 마치 <별에서 온 그대>의 로봇 버전을 보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도대체 우리는 어째서 인간도 아닌 외계인과 로봇에게서 더 인간다운 따뜻함과 설렘을 느끼게 되는 걸까. 그것은 인간의 비정함이 로봇에게 입력된 기본 원칙과 설정만큼도 지키지 못할 만큼 엇나간 현실을 말해준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권력을 위해서는 사람 하나쯤 죽이는 건 해도 되는 일로 여기는 서종길(유오성) 같은 인간이나, 가족마저 돈 버는 기계처럼 바라보는 남건호(박영규) 같은 인간은 그 현실을 대변해주는 인물들이다. 

이미 1950년에 아이작 아시모프는 자신의 작품 ‘아이 로봇’에 로봇공학의 3원칙을 밝힌 바 있다. 그 제1원칙은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 해서도 안 된다’이다(제2원칙-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그 로봇에게 부과된 제1원칙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살아가지 않던가. 

<너도 인간이니?>를 보며 그 로봇 남신에게 설렌다는 건 그래서 단지 멜로 감정으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그건 인간으로서의 삶을 증명할 수 있는 기본이 깨져버린 우리네 비정한 삶을 에둘러 꼬집는 것이기도 하다. <별에서 온 그대>의 외계인 도민준이 그러했듯이.(사진:KBS)

정치는 참여하는 것, 스타들의 투표 인증에 담긴 뜻

오늘은 제7회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아침 일찍부터 채시라의 투표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투표하러 가는 모습과 투표를 하고 나와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여러 장 뉴스로 보도되었다.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말해주는 기사지만 “투표하고 나오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같은 좋은 반응들이 이어진다. 

레인보우 출신 지숙은 새벽에 투표를 완료했다며 인스타그램에 투표 인증샸을 올렸다. 그는 “새벽 공기와 함께 투표완료! 오늘 꼭! 소중한 우리들의 권리 멋지게 행사하자고요”라고 글을 더했다. 강인비와 솔비 역시 일찌감치 인증사진을 올렸다. 그 사진에 붙은 댓글들을 보면 ‘참하고 예쁘다’는 반응이다. 투표를 했다는 사실과 그것을 인증함으로써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들어내는 호감의 표시들이다. 

사전투표를 마친 스타들의 투표인증 사진들도 일찌감치 올라왔다. 최수종·하희라 부부, 백종원·소유진 부부에서부터 개념 배우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정우성,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대한 보이밴드’ 방탄소년단, 위너의 강승윤, 우주소녀 멤버들,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함은정 등등이 사전투표 인증을 했다. 한편 장예원, 배성재 아나운서는 차범근 위원과 함께 러시아 월드컵 축구중계 가기 전 사전투표를 하고 인증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스타들이 투표소를 찾았고, 그 인증 사진들은 당연하게도 찍혀 SNS에도 오르고 기사로도 나왔다. 이 정도면 이제 투표일에 즈음해 스타들의 독려와 인증은 하나의 중요한 일로 자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보면 대중들에게 보여질 수 있는 기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들의 모습은 좋게만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또 하나의 풍경은 스타들의 투표 독려 참여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6.13 투표하고 웃자’ 캠페인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박나래, 박경림 등 19명의 유명 예능인들이 참여했다. SBS는 6.13지방선거 홈페이지를 통해 ‘셀럽보트 챌린지’를 진행했다. 드라마 <훈남정음>에 출연 중인 남궁민이 “투표 놓치지 말고 행사하라”고 투표를 독려했고, 정해인은 “우리 모두 투표하기 약속해요. 특히 누나들 제가 지켜보겠습니다”라고 재치 있는 멘트를 남겼다. 

투표 인증과 독려에 담긴 메시지는 단순 명료하다. 결국 정치는 참여하는 것이고, 그 참여를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투표’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제 정치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달라진 스타들의 면면이 담겨 있다. 아직까지 어느 정당이나 인물을 지지한다고 나서는 일은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정치에 참여하고 있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것으로 투표인증은 중요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 그 사람의 개념을 인증하는 것으로까지 여겨지는.(사진:최수종 하희라 투표인증사진)

‘검법남녀’, 검시된 사체가 말하는 우리 사회 현실들

전교 1등 하던 고등학생이 사체로 발견되었다.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것. 자살인가 타살인가를 판단하기 위해 법의관 백범(정재영)이 사체를 검시한다. 사건을 추적하는 수사팀은 엘리베이터 CCTV에 잡힌 자살 몇 시간 전 옥상에 함께 올라간 4명의 아이들을 의심하지만, 백범은 증거가 나올 때까지 함부로 “소설 쓰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가 다룬 한 고등학생의 죽음은 법의학을 통해 그 원인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미드 CSI류의 장르물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법남녀>는 토착적인 우리네 정서의 느낌을 준다. 살벌한 살인사건이나 치밀한 연쇄살인 같은 걸 밝혀내는 미드와는 달리 훨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질 법한 사건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 고등학생의 죽음은 애초에 타살이 아닌가 의심되었지만, 사체 속에 남겨진 음식물의 소화시간을 분석해냄으로써 사망시간에 그 아이가 혼자 있었다는 게 드러난다. 결국 자살로 판정된 것. 하지만 백범의 라이벌이자 죽은 아이의 아버지인 마도남(송영규)은 이를 인정할 수가 없다. 사망 당일 아이가 돈을 아껴 주문한 프라모델이 도착한 사실 때문이다. 자살할 정도로 비관했다면 그런 주문을 할 리가 만무라는 것. 

백범 역시 타살은 아니지만 학생의 죽음에 남는 의문점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찾아낸 사인은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각성제 과용에 의한 환각 증상이었다. 검시된 아이의 몸에서 갖가지 약 성분들이 과다검출된 것. 전교 1등을 유지하기 위해 시험기간에 잠을 깨는 각성제를 과다 복용한 학생은 “오늘은 자라”는 엄마의 말을 환각과 환청으로 들으며 아파트 옥상에서 침대에 뛰어들 듯 뛰어내렸다. 

법의학은 ‘사체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그런데 <검법남녀>는 그 사체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을 들려준다. 결국 이 고등학생을 죽음으로 내몬 건 무엇일까. 그 사체 가득 채워져 있던 독 같은 각성제들이 의미하는 건 뭘까. 그건 입시경쟁이 학생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끄는 현실이다. 심지어 그 부모가 ‘공부 잘하는 약’이라며 불법 유입된 약을 사다 주는 현실이라니.

그래서 <검법남녀>가 다루는 사건과 그 사건에 등장하는 사체들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단면들이 드러난다. 첫 번째 사건으로 다뤄진 한 여성의 사체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가정폭력’의 비극을 담았다. 남편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당해오던 한 여성의 사망. 결국 그 죽음은 이 여성이 견디다 못해 자살을 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을 범인으로 만들기 위한 자작극으로 판명난다. 

고인의 냉동정자를 통해 임신해 아이를 낳았다며 그 유산을 주장하는 한 여인의 사건은, 유산을 두고 벌어지는 가족, 친족 간의 갈등을 담았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던 이야기는 결국 그 여인이 유산을 노리고 벌인 범죄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씁쓸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고인의 유산을 두고 종종 벌어지곤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사체를 검시하고 그걸 통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법의학이라는 소재가 가진 힘이 남다르다는 점은 <검법남녀>가 애초의 예상과 달리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낳은 힘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 만이었다면 어딘가 부족했을 게다. <검법남녀>는 백범이라는 법의관이 검시하는 사체에 우리네 현실의 문제들을 담았다. 이 드라마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미드 장르물과 달리 토착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다.(사진:MBC)

요리, 음식, 장사까지 섭렵한 백종원의 저력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등장해 독특한 쿡방을 선보일 때만 해도 백종원이 이 정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할 것인가를 예상하긴 어려웠다. 독특한 레시피를 선보이긴 했지만 ‘슈가보이’ 같은 과장된 CG에서 엿보였듯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특성상 요리 그 자체보다는 재미적인 요소가 더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tvN 예능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의 아쉬운 시즌 종영을 알리는 시점에 되돌아보면 백종원에게는 확고한 자기만의 로드맵이 있었다고 여겨지며, 무엇보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음식에 대한 애정이 그 로드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집밥 백선생>을 통해 요리무식자들도 쉽게 요리에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를 통해서는 세계 곳곳에 서민들이 즐기는 무수히 많은 음식들을 소개했다. 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자신의 음식점 장사 노하우를 전파하기도 했다. 

같은 먹방이나 쿡방이라도 백종원이 하면 다르게 느껴진 건, 그가 가진 나름의 음식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집밥 백선생>의 요리가 남달랐던 건 그가 생각하는 ‘집밥’의 개념이 달라서였다. 집에서 간편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리가 바로 ‘집밥’이라고 설파하는 그의 요리는 그래서 ‘요리의 대중화’를 이끌며 심지어 아저씨들조차 주방에 서게 만들었다.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해외 음식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을 깨주었다. 사실 낯선 곳에서의 낯선 음식은 도전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 음식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알려줌으로써 그 맛에 대한 낯설음과 두려움을 독특함과 새로움으로 바꾸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심지어 그 음식을 맛보기 위해 그 나라에 가보고픈 마음까지 들게 되었다. 

자국음식의 우수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을 저마다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다양성’ 사회로 가는 문화적 지반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음식 소개 프로그램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외진 곳에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골목을 다양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상권으로 되살린다는 것. 하지만 최근 뚝섬편에서 백종원은 찾아간 음식점에서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음식점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라,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대접하는 곳이라는 그의 생각이 기본조차 되지 않은 음식점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백종원은 자신이 출연했던 모든 프로그램에 확실한 자기만의 아우라를 남겼다. 프로그램들도 성적이 좋았고 무엇보다 화제성은 그 어떤 프로그램들보다 높았다. 이건 백종원이 가진 독특한 개성과 생각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의 종영에 벌써부터 시즌2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 그래서다. 이쯤 되면 예능 블루칩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사진:tvN)

‘무법변호사’를 이끄는 진짜 주역, 최민수

어째서 봉상필(이준기)이 아니라 희대의 악당인 안오주(최민수)가 주인공처럼 보일까. tvN 토일드라마 <무법변호사>는 그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다. 기성이라는 도시를, 정신적 지주인 척 하지만 사실은 적폐의 수괴인 차문숙(이혜영) 판사가 쥐락펴락하고, 그에 의해 어머니가 살해당한 봉상필이 변호사가 되어 돌아와 복수를 해나가는 이야기. 

이 전형적인 복수극의 구조로 보면 당연히 봉상필이 주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추진력이 이 봉상필이라는 인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안오주라는 악당 캐릭터의 힘에 의해 추진력을 얻고 있어서다. 드라마 초반이야 복수극의 밑그림을 그려주는 악역인 안오주가 주목되는 건 당연하지만, 중반을 넘어오고 있는 지금 역시 이 캐릭터가 더 주인공처럼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건 봉상필이 생각만큼 시원스런 복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또 은밀히 추진하는 이간계(차문숙과 안오주 사이를 이간시키는) 역시 개연성이 부족해 보여서다. 물론 애초부터 거래관계에 불과했지만 차문숙과 안오주 사이의 신뢰가 현저하게 깨져버린 건 차문숙이 하재이(서예지)에게 봉상필의 변호를 제대로 해보라고 한 이야기에서부터다.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바로 이 말 한 마디는 안오주로 하여금 차문숙을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준다. 봉상필은 자신을 면회 온 안오주에게 차문숙의 이 발언을 이야기함으로써 그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또 차문숙이 안오주를 심지어 제거하려고까지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자신의 명령 없이 행동하기 때문이다. 안오주가 최대웅을 살해하고 그 누명을 봉상필에게 씌운 건 그래서 엉뚱하게도 차문숙의 심기를 건드린다. 이러던 차에 구치소에 수감된 봉상필을 최대웅의 오른팔이었던 전갈(김용운)이 오해해 죽이려 하고 그 때 봉상필 스스로 자신의 몸을 찔러, 그 사건 역시 안오주의 단독 행동처럼 보이게 한다는 설정도 개연성이 부족하다. 전갈의 행동과 봉상필의 자해 그리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차문숙의 오해 사이의 얼개가 느슨하게 얽혀져 있어서다. 

차문숙의 밑으로 최대웅이 죽은 후 남은 2인자가 들어와 봉상필을 제거하려 한다는 내용도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건 아무런 설명 없이 반전을 주다보니 생겨난 결과다. 그리고 무엇보다 드라마는 이런 설명보다는 봉상필과 안오주가 테러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잠시 손을 잡고 함께 조폭들과 대적하는 그 액션 상황을 더 보여주고 싶어 한다. 

여기에 안오주가 각성을 하게 되는 계기도 엉뚱한 면이 있다. 즉 늘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던 부하 석관동(최대훈)이 갑자기 그를 자극하는 말을 하는 설정을 통해서다. 안오주는 그의 말을 통해 자신이 꾸던 꿈이 그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는다. “정치인이 어울린다”는 달콤한 말로 차문숙이 그를 속여 사실은 그가 가진 모든 걸 빼앗았다는 걸 알게 된다는 것. 그래서 그는 갑자기 법정에 등장해 봉상필이 무죄라는 증언을 내놓는다. 파격적인 반전이다. 

<무법변호사>는 이처럼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의 개연성보다는, 보여주고픈 장면에 맞춰 이야기를 급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봉상필과 하재이 캐릭터는 그 힘이 많이 약해졌다. 두 사람의 멜로는 달달하지만, 그들은 어이없는 함정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이를테면 최대웅의 죽음(이 죽음도 사실 너무 간단히 처리되어 버렸다) 앞에 자신이 누명을 쓸 걸 뻔히 알면서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모습을 봉상필은 보여준다. 

그나마 캐릭터가 일관되게 느껴지는 건 안오주다. 그는 자신의 부와 권력을 위해서는 뭐든 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필요하면 봉상필과도 손을 잡는다. 워낙 공고한 차문숙의 권력 앞에 오히려 일격을 가할 인물은 봉상필과 하재이보다는 안오주라고 느껴질 정도다. 안오주가 조폭들의 테러를 뚫고 봉상필과 함께 빠져나오는 장면은 그래서 순간 그가 주인공처럼 보이게 만든다. 아마도 이 즈음에서 시청자들 역시 안오주 역할을 연기하는 최민수가 없었다면 이 드라마가 이만큼의 몰입을 만들 수 있었을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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