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4

분류없음 2008/07/25 11:21 Posted by 더키앙
시작만 좋은 드라마, 뒷심 좋은 드라마
‘태양의 여자’, 그 뒷심 좋은 드라마의 조건
‘태양의 여자’의 뒷심이 무섭다. 이 드라마는 첫 회에 7.6%(AGB 닐슨 집계)의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해지만 지속적인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이제 시청률 20%를 넘기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상승곡선은 정상적인 드라마의 시청률 추이다. 점증적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종영하기 직전에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끝나는 이야기의 구조는 특히 드라마 같은 연속성 있는 작품에서는 필수적이다.

‘일지매’, 한국판 슈퍼히어로를 꿈꾸다

‘일지매’, 우리식으로 해석한 가면 영웅담
현대식으로 재해석된 갑의와 가면, 그리고 일지매(이준기)의 은신처가 연상시키는 것은 배트맨이다. 깊은 지하에 숨어 그만큼의 깊은 고독을 가진 존재로, 밤에 주로 활동하고, 이중생활을 하며 슈퍼맨처럼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것이 아니라 과학의 힘을 빌려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지매는 배트맨을 닮았다. 그래서일까. 변식(이원종) 대감이 습관적으로 붙여버린 ‘박쥐새끼’라는 별명 또한 우연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남성적인 ‘놈’, 여성적인 ‘님’

‘놈놈놈’의 남성성 vs ‘님은 먼곳에’의 여성성
여름시장에 등장한 ‘놈’과 ‘님’은 그간의 부진을 씻고 한국영화의 부활을 알릴 것인가. 지금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과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미 ‘놈놈놈’은 개봉 첫 주에만 219만의 관객을 올리면서 벌써부터 올 최고 기록인 550만의 ‘추격자’를 따돌리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어 개봉한 ‘님은 먼곳에’ 역시 여름 극장가의 최대 관심작으로 떠오르며 매년 반복되어왔던 여름시장 쌍끌이 흥행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주목해야할 점은 이 두 작품이 모두 대작이지만 완전히 상반된 특징을 가진 영화들이란 점이다.

‘크크섬의 비밀’, ‘1박2일’일까 ‘로스트’일까

시트콤의 끝없는 영역파괴, 어디까지?
‘크크섬의 비밀’이라는 시트콤이 걸쳐있는 영역은 드라마와 예능의 중간쯤 되는 위치다. 이 시트콤은 미드 ‘로스트’가 가진 미스테리와 서스펜스를 가져와 코믹하게 재구성한다.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신과장(신성우)이 하늘을 향해 장중하게 절규하는 그 장면은 ‘로스트’의 비장함을 담지만, 다음 순간 마침 지나가던 갈매기가 싼 똥이 신과장의 입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그 비장함을 웃음으로 전화시킨다.

방송3사 장악한 유재석과 강호동, 그 3색 매력

그들은 어떻게 방송3사 모두의 대표MC가 됐을까
현재 예능 프로그램의 대표MC를 말하라면 누구나 유재석과 강호동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이미 방송3사의 대표적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했다. 강호동이 MBC ‘무릎팍 도사’, KBS ‘1박2일’, SBS ‘스타킹’의 메인MC라면,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 KBS ‘해피투게더’ 그리고 SBS ‘패밀리가 떴다’의 메인MC로 둘 다 방송3사 예능의 그랜드 슬럼을 달성한 셈이다. 이들의 이런 놀라운 성공비결을 알고싶다면 먼저 이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 별로 이들의 캐릭터 설정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서 봐야 한다.

나이 먹고 주책? 우리에게도 인생이 있어!

‘엄마가 뿔났다’, 역전된 가족 드라마를 보여주다
가족 드라마의 전형적인 구조 하나. 서로 다른 계층의 두 가족이 자식들 결혼 때문에 얽히고 설킨다. 서로 다른 생활습관과 빈부격차로 맘에 안 들지만 자식들이 사랑한다니 어쩌겠나.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승낙해주고 사돈지간이 되면서 서로 부딪치게 되지만 결과적으로는 양가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

‘대왕 세종’의 고전 이유, ‘칼보다 말’

칼보다 말을 선택한 정치사극, ‘대왕 세종’
대중들에게 사극이란 어떤 이미지로 자리하고 있을까. ‘조선왕조실록’으로 상징되는 과거의 정통사극은 그 중심이 대사에 있었다. 주로 편전에 모여 갑론을박을 하거나 누군가의 방에 모여 모의를 하고, 때로는 여인네들의 암투가 벌어지는 그 중심에는 늘 말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하사극, 퓨전사극들이 등장하면서 말의 자리만큼 위상이 높아진 건 볼거리다. 이런 시점에 ‘대왕 세종’같은 칼보다는 말의 힘을 더 믿은 성군을 다룬다는 것은 어찌 보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1박2일’은 어떻게 서민들의 일상으로 들어왔나

‘1박2일’과 생방송과의 만남, 그 리얼의 힘
‘백두산 특집’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1박2일’의 선택은 ‘20만원으로 여름 휴가 보내기’ 컨셉트 같은 생활밀착형 소재다. 고유가와 불황의 여파로 알뜰한 휴가 시즌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고민 끝에, 저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농촌 살리기의 일환이 되기도 하는 ‘농촌체험여행’을 선택한 것. 이 선택은 ‘1박2일’이 지향하는 곳이 서민들의 일상이라는 걸 말해준다.

July3

지현우와 이선균, 누가 더 달콤할까
한국영화의 유쾌하고 이상한 놈, ‘놈놈놈’
용이 아부지! 멋져부러!
‘1박2일’의 이승기, 그루밍족의 표상

July2

[블로거 뉴스]'놈놈놈'은 왜 만주까지 갔을까
독설의 대가들, 그 존재의 이유
예능을 보면 방송3사가 보인다
‘1박2일’의 김C, 그 맨 얼굴의 가치

July1

‘스포트라이트’가 ‘킬’했어야 했던 아이템들
‘플래닛 테러’, 유혈낭자 엉망진창 놀이
리얼 버라이어티, 핑크빛으로 물들다
‘인터뷰 게임’, 그 사람의 마음,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드라마 권좌, MBC에서 SBS로 이동, 왜?
‘식객’, 어머니의 손맛, 살맛 나는 세상

June5

‘1박2일’의 개그맨, 이수근의 가치
시사토크쇼, 진화하고 있나 퇴화하고 있나

June4

‘달콤시’가 ‘섹앤시’보다 좋은 이유
동거하는 TV, 결혼은 어디 있나
‘달콤한 인생’, 멜로를 해부하다
“리얼 버라이어티,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경합에 빠진 TV, 치열해진 사회
‘무한도전’, 초심보다는 변화해야 한다

June3

버라이어티쇼는 어떻게 모든 장르를 삼켰나
‘쿵푸 팬더’, 똥배가 공력이 되는 유쾌함
‘식객’, 그 첫 맛은?
드라마 ‘첫 회의 법칙’, 그 효과와 문제점

June2

쌍방향 드라마 시대, 사전제작은?
‘달콤한 나의 도시’, 프리미엄이란 이런 맛
[생활의 단상]카메라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나
‘이산’, 용머리보다 중요한 건 꼬리다
가수들의 세상, 다시 올까

June1
불륜에서 연애로, 금요트렌드 바뀌나

‘일지매’, 이준기 그리고 이 시대 청춘들
집단 토크쇼 시대, 뜨는 MC의 조건
바보상자? 똑똑한 TV!

May5

아버지, 뿔이라도 내보세요
‘엄마가 뿔났다’, 그녀들의 술
드라마화되는 예능, OST처럼 뜨는 노래
고발하는 TV, 몰래카메라의 두 얼굴
‘이산’, 왜 정조가 보이지 않을까
좋은 엄마, 뿔난 엄마, 이상한 엄마

May4

돌아온 영웅들, 옛날 액션에 빠지다
‘무한도전’과 ‘1박2일’, 왜 경쟁해야 하나
예쁜 남자 뒤에는 강한 여자가 있다
젊어지는 사극, 자신들의 역사를 쓰다
세계가 매혹된 우리 영웅의 자화상
‘휴먼다큐 사랑’, 그 평범함의 위대한 가치
‘휴먼다큐 사랑’, 울보엄마의 웃음

May3

‘온에어’, 착한 드라마를 꿈꾼 트렌디
드라마, TV를 캐스팅하다
되는 드라마에는 되는 요일이 있다
‘1박2일’의 가수들,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다

May2

‘개그야’, 실험도 좋지만 공감이 우선이다
가상TV, 설정은 설정일 뿐, 오해하지 말자
[생활의 단상]집, 먹거리, 어쩌다 생활이 생존이 됐을까
연예인은 연예나 하라?

May1

‘무한도전-경주편’그 형식실험의 가치
‘비스티 보이즈’, 자본에 포위된 청춘들
‘온에어’, 전문직과 멜로가 만났을 때

april5
통쾌한 웃음이 가난한 자의 것인 이유

april4

어려지는 TV, 조숙해지는 아이들

april3

상근이를 보면 ‘1박2일’이 보인다
‘몰래카메라’는 사라지지 않는다, 바뀔 뿐

april2

KBS 예능, 노래와 바람나다
‘온에어’의 세 가지 창 어떻게 쓰였나
‘사랑해’, 디지털 시대 꿈꾸는 아날로그 사랑
‘1박2일’과 ‘전국노래자랑’, 그 특별한 만남

april1

왜 드라마 속 싱글맘들은 연애중일까
‘이산’이 끌리는 ‘대장금’의 유혹

March5

이 시대, 정치사극은 왜 어려운가
자꾸만 짧아지는 개그, 그 끝은?

March4
‘드라마시티’, 왜 짧으면 안되는 걸까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가학성, 그 정체는?
주말극의 엄마들, 왜 더 피곤한가
‘무한도전’의 위기상황과 그 해법

March3

‘엄마가 뿔났다’, 그 밥이 훈훈한 이유
'온에어’가 보여준 우리 드라마의 진짜 문제
신데렐라, 사극도 예외는 아니다
주말극, 신데렐라가 넘쳐난다

March2

‘인터뷰 게임’, 말보다 진심을 인터뷰하다
‘온에어’, 우리 드라마의 대안 제시할까
‘바보’, 착한 서민의 자화상
주말극, 공식에 빠지다

March1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상근이, 자신도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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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자’, 그 뒷심 좋은 드라마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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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자’의 뒷심이 무섭다. 이 드라마는 첫 회에 7.6%(AGB 닐슨 집계)의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해지만 지속적인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이제 시청률 20%를 넘기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상승곡선은 정상적인 드라마의 시청률 추이다. 점증적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종영하기 직전에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끝나는 이야기의 구조는 특히 드라마 같은 연속성 있는 작품에서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모든 드라마가 이 곡선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단적인 예로 이미 종영한 ‘스포트라이트’는 초반 8% 대에서 시작했지만 3회만에 10%를 넘기고 5회까지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어쩐 일이지 6회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시청률은 갈수록 하락해 결국 10%대 이하까지 떨어졌고, 결국 9.3%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이렇게 된 것은 이 드라마가 초반부에 너무 많은 힘을 실은 에피소드를 배치한데다, 느슨해진 이야기의 연결고리 탓에 각각의 에피소드가 점층적인 시청률 상승을 이끌지 못하고 편편으로 끊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태양의 여자’는 초반부 조금은 느린 템포지만 앞으로 이어질 갈등의 구도를 세우는데 좀더 몰두했다. 이 드라마가 뒷심이 좋게된 이유는 그 특유의 이야기구조 덕이다. ‘태양의 여자’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정상에 선 여인, 도영(김지수)과 어린 시절 버려져 바닥에 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사월(이하나)이 그려내는 빛과 어둠의 희비쌍곡선을 다루고 있다. 도영이 진실이 밝혀지면서 그 꼭대기에서 점점 바닥으로 내려오는 반면, 사월은 자신을 버리고 모든 걸 앗아간 도영에게 복수하며 바닥에서 점점 정상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이 복수극이 단순한 선악구도에 머물지 않는 것은 초반부 죄를 저지르게 되는 도영에게 그만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도영을 그렇게 만든 것은 도영의 친모가 이미 얘기했듯이 어린 시절 그녀를 버린 친모의 죄이다. 드라마 초반에 이 친모가 등장해 도영에게 사죄하며 “모든 죄는 자신이 가져가겠다”고 말한 후 죽게되는 에피소드는 도영을 이제는 돌아갈 곳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사월의 복수가 정당하다고 느끼면서도 그것을 당하기만 하고, 정작 자신을 그렇게 만든 엄마에게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은 도영에 대한 동정심을 갖게 만든다.

대부분의 복수극이 후반으로 갈수록 탄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숨겨졌던 진실이 밝혀지고 그동안 억울하게 살아왔던 삶을 복수를 통해 전복시키려는 그 욕망은 그대로 드라마의 갈등을 최고조로 만들기 때문이다. ‘조강지처클럽’이 초반 30여 회에 걸쳐 20%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다가 서서히 복수가 시작되는 그 이후부터 꾸준한 시청률 상승을 그린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점증적인 상승곡선이 드라마가 흘러가는 정상적인 궤도임을 알면서도 초반에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은 초반 마케팅에 따른 광고 수주와 관련이 있다. 초반에 확실한 이미지를 세우기 위해 드라마의 핵심부분을 모두 노출하는 전략은 그러나 마케팅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드라마 자체로 보면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작품의 완성도는 초반이 아니라 작품이 끝나는 후반부가 얼마나 잘 마무리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작만 좋은 드라마로 끝낼 것인가 혹은 뒷심 좋은 드라마로 끝낼 것인가 하는 질문은, 마케팅에 우위를 두느냐, 작품에 우위를 두느냐는 질문과 거의 유사해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좋은 작품의 드라마가 마케팅에서도 성공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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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우리식으로 해석한 가면 영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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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으로 재해석된 갑의와 가면, 그리고 일지매(이준기)의 은신처가 연상시키는 것은 배트맨이다. 깊은 지하에 숨어 그만큼의 깊은 고독을 가진 존재로, 밤에 주로 활동하고, 이중생활을 하며 슈퍼맨처럼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것이 아니라 과학의 힘을 빌려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지매는 배트맨을 닮았다. 그래서일까. 변식(이원종) 대감이 습관적으로 붙여버린 ‘박쥐새끼’라는 별명 또한 우연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배트맨을 닮았지만 무언가 다른 일지매
하지만 ‘일지매’가 사극이라는 점은 이 외국산 슈퍼히어로물의 답습을 허락하지 않는다. 비록 사극 속에서이지만 ‘일지매’가 가진 현대적인 스타일은 물론 지금의 젊은 층들이 열광하는 세련된 슈퍼히어로를 닮은 것이 분명하지만, 일지매는 전형적인 한국적 정서를 그 안에 담고 있다. 이것이 주로 발견되는 것은 일지매가 쓴 그 가면을 활용하는 지점에서다. 대부분의 슈퍼히어로들이 신분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지만, 일지매는 그 목적이외에도 가면이 활용된다.

대부분의 가면 영웅들이 그러하듯이 가면을 쓰느냐 안 쓰느냐에 따라 일지매도 두 인물로 분화된다. 그 하나는 용이고 다른 하나는 겸이다. 일지매라는 가면의 영웅은 겸이로서 과거 아버지의 죽음을 해명하고 복수하려는 인물이며, 용이는 현재의 쇠돌(이문식)과 단이(김성령)의 아들로서 조금은 불량기가 있는 청년이다. 따라서 가면을 쓴 상태의 일지매는 과거의 아픔을 가진 슬픈 존재며, 벗은 상태의 용이는 이와는 정반대의 인물로 생각 없이 건들대는 그런 존재다.

이 두 인물이 공존하는 일지매는 그 가면이 주는 간극 속에서 서로의 내심을 숨겨야만 한다. 용이는 늘 그런 거들먹대는 사람처럼 연기해야 하고, 겸이는 가면 아래 자신의 과거와 슬픔을 철저히 숨겨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얼굴을 보여줄 수 없고, 자신을 키워준 쇠돌과 단이에게마저 불량아로 취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이미 어린 시절, 어머니를 부정해야 자신이 살 수 있었던 그 순간부터 일지매에게 예정되었던 불행이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수십 년이 지나 다시 어머니를 만난 그 순간에도 반복된다.

가면 속의 슬픈 정서, 서민들의 얼굴
따라서 일지매라는 슈퍼히어로가 가진 정서는 가면으로 가려지면서 더욱 배가되는 슬픔이다. 가면의 영웅이 영웅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주변사람들이 가면 속의 진짜 얼굴을 보지 못했을 때까지다. 따라서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 영웅이 계속 존속하기 위해서는 그 얼굴을 본 자가 사라지거나 죽거나 혹은 영원히 비밀로 간직할 수 있을 만큼의 사랑으로 엮이는 것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가면 영웅들이 가진 공식이다. 하지만 이 양상이 ‘일지매’로 와서는 그 특유의 슬픔의 정서와 만나면서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흘러간다. 그것은 얼굴을 본 자가 일지매를 위해 저 스스로 죽음의 길을 기꺼이 달려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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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돌이 일지매의 은신처를 찾아내는 순간 사실 그의 죽음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쇠돌이 용이의 불쌍한 삶을 이해하게 되고 기꺼이 일지매 가면을 쓰고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관계에 열광하는 우리네 정서를 잘 활용한 가면의 활용법이다. 이러한 선택은 봉순(이영아)에게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가면이 이런 슬픈 정서에 활용된 것일까. 그 이유는 ‘일지매’ 특유의 서민에 대한 따뜻한 시선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잘 생각해보면 이 사극에서 가면을 쓴 자는 일지매만이 아니다. 일지매는 그것이 상징적으로 도드라지게 표현된 것뿐이지, 드라마 상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민초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오빠가 살해당하는 아픔을 겪은 봉순이, 그 살인을 저지르고 죄의식을 숨기며 살아가는 공갈아제(안길강), 자신의 출생을 모른 채 얼자로서의 온갖 설움을 받고 자란 시후(박시후), 친 혈육 한 점 없는 극단의 고독을 숨기며 살아온 쇠돌(이문식), 그리고 첩으로서 버려지고 아들마저 버릴 수밖에 없었던 단이까지 모두가 겉으로 보기에 때론 유쾌하고 때론 아무 일도 없어 보이는 얼굴의 가면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아무 일 없어 보이는 가면의 얼굴은 우리네 서민들의 얼굴이기도 하다. 늘 웃고 있지만 그 안에 힘겨움과 아픔과 고통을 숨기고 있는 서민들의 얼굴 말이다. 일지매가 보여주는 가면의 슬픈 정서는 바로 이 현재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슬픈 자화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진정한 의미로 일지매가 의적으로서 서민들의 영웅이 되는 것은 바로 이 슬픔의 정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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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의 남성성 vs ‘님은 먼곳에’의 여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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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시장에 등장한 ‘놈’과 ‘님’은 그간의 부진을 씻고 한국영화의 부활을 알릴 것인가. 지금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과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미 ‘놈놈놈’은 개봉 첫 주에만 219만의 관객을 올리면서 벌써부터 올 최고 기록인 550만의 ‘추격자’를 따돌리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어 개봉한 ‘님은 먼곳에’ 역시 여름 극장가의 최대 관심작으로 떠오르며 매년 반복되어왔던 여름시장 쌍끌이 흥행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주목해야할 점은 이 두 작품이 모두 대작이지만 완전히 상반된 특징을 가진 영화들이란 점이다.

남성적인 ‘놈놈놈’, 스토리보다는 볼거리
마카로니 웨스턴과 우리나라에서 60년대 유행처럼 등장했던 만주 웨스턴을 오마주한 ‘놈놈놈’은 웨스턴이라는 장르가 그러하듯이 그 정서가 지극히 남성적이다. 광활한 만주 대륙을 횡단하는 열차와 그 열차를 가로막고 벌어지는 총격전 그리고 모래바람 속을 달리는 추격전이 압권인 ‘놈놈놈’은 철저히 남성적인 스타일을 구사한다. 인정사정 보지 않는 세 캐릭터들이 나누는 대화는 최소화되고 대신 살과 살이 부딪치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액션은 김지운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쉬한 카메라에 거칠면서도 강력하게 표현된다.

이 남성적인 영상 속에서 늘어지는 대사나 감정의 머뭇거림은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감정 라인을 바탕으로 삼아 끌어가는 스토리의 묘미는 이 영화 속에서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시종일관 달리고 쏘고 칼을 던지는 화려한 볼거리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을 가질 것이다. 유난히 스토리에 매료되는 우리네 관객들을 배려한 좀더 아기자기한 드라마가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식의 호쾌한 활극을 우리 영화에서 발견한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깊게 생각하지 말고 즐기는 마음으로 본다면 여기서 우리 영화의 새로운 길 하나를 발견하게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여성적인 ‘님은 먼곳에’, 볼거리만큼 섬세한 감성
반면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는 월남전이라는 전쟁을 다루지만 지극히 시선은 여성적인 영화다. 월남에 파병된 남편을 찾아 베트남에 와서 밴드활동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순이(수애)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전투 장면과 공연 장면 같은 볼거리도 풍성하지만, 그것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처리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이 영화의 스토리가 가진 비약은 그다지 단점으로 부각되지 않는다. 카메라는 외부적인 사건에 머물기보다는 그 사건을 맞이하는 인물의 감정에 몰입함으로써 감독이 말하려는 남성성(전쟁)과 여성성(모성)의 대결을 여성의 시점으로 극대화한다.

영화 속 대부분 남성들은 일을 저지르는 존재들이며, 순이로 대변되는 여성성은 늘 그 저지른 일을 덮어주고 감싸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시커먼 남자들이 떼로 모여서 치열한 전쟁을 치르는 장면은 따라서 이 순이의 시선으로 보면 때론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그것을 비판하기보다는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를 보듬듯 끌어안는 순이의 모습은 마치 총을 쏘고 불을 지르는 인간들을 그대로 품에 안는 베트남의 대자연과 오버랩 된다. 게다가 미군이든, 베트공이든, 또 한국군이든 순이의 노래에 순간 전쟁을 잊어버리는 장면들은 이 영화만이 가진 독특한 여성의 시선을 감지하게 한다. 스토리의 인과관계에 주목하기보다는 그 인물의 감성에 맞춘다면 영화 내내 깊은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영화가 부딪치는 이 여름 시장 속에서 이처럼 기대작 두 편이 서로 상반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실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놈’이 그 말처럼 남성적이듯, ‘님’ 역시 그 어감처럼 여성적이다. ‘놈’은 시종일관 부딪치고 싸우며, ‘님’은 아련한 그리움을 가슴속에 먹먹하게 흩뿌려놓는다. 뜨거운 여름, 호쾌한 액션과 깊은 감동이 있는 이 두 편의 영화 속으로 푹 빠져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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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의 끝없는 영역파괴,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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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섬의 비밀’이라는 시트콤이 걸쳐있는 영역은 드라마와 예능의 중간쯤 되는 위치다. 이 시트콤은 미드 ‘로스트’가 가진 미스테리와 서스펜스를 가져와 코믹하게 재구성한다.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신과장(신성우)이 하늘을 향해 장중하게 절규하는 그 장면은 ‘로스트’의 비장함을 담지만, 다음 순간 마침 지나가던 갈매기가 싼 똥이 신과장의 입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그 비장함을 웃음으로 전화시킨다.

그러나 이 ‘크크섬의 비밀’은 또한 ‘1박2일’같은 야생 여행 버라이어티의 시트콤 버전으로 볼 수도 있다. 거기에는 똑같이 ‘야생에서의 생존’이 있으며, 한편으로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다. ‘1박2일’이 개성적인 캐릭터들을 구축하고 있는 것처럼 ‘크크섬의 비밀’또한 아부하는 김과장(김광규), 어딘지 어리버리한 신과장, 소심한 윤대리(윤상현) 같이 웃음의 포인트를 갖춘 캐릭터들이 포진하고 있다. 물론 리얼리티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겠지만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이 시트콤은 여름 시즌에 맞춰 무인도 특집으로 만들어진 ‘1박2일’같은 버라이어티를 매일 보여주는 셈이다.

이처럼 ‘크크섬의 비밀’이 ‘로스트’와 ‘1박2일’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그 시트콤이라는 장르의 속성 때문이다. 시추에이션 코미디의 준말인 시트콤은 말 그대로 풀어놓으면 콩트 코미디와 거의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시트콤은 그 분류가 애매하다. SBS는 시트콤을 드라마로 분류하는 반면, KBS는 예능과 드라마 사이를 왔다갔다하고, MBC는 아예 예능으로 분류한다. 시트콤을 예능으로 분류하는 것은 미국의 경우를 따른 것이다. 미국은 시트콤을 드라마가 아니라 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크크섬의 비밀’이 다른 시트콤보다 드라마와 예능 사이에서 그 영역이 더 모호해 보이는 것은 세트를 탈피했다는 점에 있다. ‘코스비 가족’ 같은 전통적인 시트콤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듯이 시트콤하면 떠오르는 건, 세트다. 하지만 ‘크크섬의 비밀’은 거의 대부분이 야외촬영이다. 이것은 이 시트콤이 미국 드라마 ‘로스트’를 패러디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최근의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최근의 프로그램들은 이제 세트가 갖는 인위적인 느낌을 배제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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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야외라는 공간은 시트콤의 특징이었던 고정된 장소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좀더 드라마처럼 보이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크크섬의 비밀’은 기존의 시트콤보다 더 드라마와 예능 사이의 영역을 모호하게 하는 점이 있다. 이것은 시트콤의 진화이면서, 현재 ‘우리 결혼했어요’같은 가상 버라이어티쇼(이것은 시추에이션 버라이어티쇼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드라마와 예능 사이의 영역 파괴를 징후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크크섬의 비밀’이 ‘로스트’가 될지, ‘1박2일’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시트콤이 현재 변화되고 있는 방송의 흐름을 정확히 파고들고 있기에 어떤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는 점이다. 어쨌든 덕분에 우리는 여름 내내 매일같이 ‘1박2일’같은 야생 버라이어티를 즐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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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방송3사 모두의 대표MC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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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예능 프로그램의 대표MC를 말하라면 누구나 유재석과 강호동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이미 방송3사의 대표적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했다. 강호동이 MBC ‘무릎팍 도사’, KBS ‘1박2일’, SBS ‘스타킹’의 메인MC라면,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 KBS ‘해피투게더’ 그리고 SBS ‘패밀리가 떴다’의 메인MC로 둘 다 방송3사 예능의 그랜드 슬럼을 달성한 셈이다. 이들의 이런 놀라운 성공비결을 알고싶다면 먼저 이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 별로 이들의 캐릭터 설정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서 봐야 한다.

뚝심의 강호동, 까칠하게, 친형처럼, 머슴처럼
강호동이 가진 기본 캐릭터는 거의 대개가 씨름선수 시절에서부터 가져온 것들로 그것은 힘과 순발력이다. 때론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힘의 승부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단히 섬세한 순발력이 자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무릎팍 도사’가 극대화시킨 부분은 ‘까칠함’이다. 이 도발적인 토크쇼에서 강호동은 특유의 힘있는 말을 구사하면서 섬세하게 상대방의 허점(?)을 노리는 캐릭터로 자신을 설정한다.

반면 ‘1박2일’에서 극대화된 것은 ‘친형 같은’ 이미지다. 여기서는 순발력보다는 힘이 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활용된다. 때론 무모하리 만치 바보스럽게 고집을 피우지만 그로 인해 저 스스로 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직하게 동생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스타킹’에서는 노련하지만 ‘머슴처럼’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이미지를 구사한다.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한 일반인들의 재미요소를 순발력 있게 잡아내면서, 그 재미요소에 대해 힘있는 리액션을 보여주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에서의 강호동의 입지를 공고히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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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감각의 유재석, 1인자, 2인자, 3인자
탁월한 순발력의 소유자이자 프로그램 전체를 조율하는 특별한 균형감각을 지닌 유재석은 바로 그 빠른 상황판단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특징을 잘 살리는 MC다. ‘무한도전’에서 그가 구축한 이미지는 1인자다. 물론 여기서 이 1인자는 흔히 생각하는 수직적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1인자가 아니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보여준 탁월한 점은 수평적 카리스마를 구사하면서 1인자 같지 않은 1인자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해피투게더’에서의 유재석은 2인자 이미지가 더 강하다. 이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출연진들의 재미요소를 잡아내고 극대화시키는 버팀목 역할에 더 치중한다. ‘해피투게더’가 한때 고전하다 최근 다시 정상의 궤도에 오른 것은 바로 이 유재석의 버팀목 역할로 주변인물들, 예를 들면 박미선이나 신봉선 같은 고정 출연자나 게스트들의 캐릭터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반면 새로 시작한 ‘패밀리가 떴다’에서 유재석은 3인자의 이미지를 자처한다. 늘 지고 깨지는 역할을 자청하는 이유는 대개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초반부가 그러하듯이 그 힘든 과정 속에서 캐릭터가 더 잘 구축된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라고 해도 방송3사의 그것도 대표 예능 프로그램을 동시다발적으로 해나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중 가장 어려운 점은 아마도 이미지 관리일 것이다. 같은 이미지를 반복해서 활용한다면 그만큼 빠르게 캐릭터가 소진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니 이 도전에 맞서 이들이 구사하는 것은 프로그램 성격에 맞는 캐릭터의 변신이다. 이제 우후죽순 많아지는 예능 프로그램들 속에서 연기자의 연기변신처럼 예능인의 캐릭터변신(혹은 설정 변신)은 필수적인 것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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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뿔났다’, 역전된 가족 드라마를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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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드라마의 전형적인 구조 하나. 서로 다른 계층의 두 가족이 자식들 결혼 때문에 얽히고 설킨다. 서로 다른 생활습관과 빈부격차로 맘에 안 들지만 자식들이 사랑한다니 어쩌겠나.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승낙해주고 사돈지간이 되면서 서로 부딪치게 되지만 결과적으로는 양가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

‘엄마가 뿔났다’가 초반부에 보여준 구조도 이와 다르지 않다. 김한자(김혜자)의 자식들은 하나 같이 엄마의 바람을 무너뜨리고 어울리지 않는 상대방과 결혼한다. 첫째 딸은 애까지 딸린 이혼남과 결혼하고, 둘째 딸은 격차가 너무 많이 나는 상류층 자제와 결혼하며, 장남은 어느 날 불쑥 임신해 들어온 연상의 여자와 등 떠밀리듯 결혼한다.

이 정도면 제목에 걸맞게 엄마가 뿔이 날만도 하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자식들 때문에 뿔이 나는 그 엄마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드라마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어쩌면 그 뿔난 엄마의 다음 반응이었는지도 모른다. 뒤늦게 차려준 생일상을 받아놓고 김한자는 시아버지에게 폭탄선언을 한다. “아버지 저 집에서 나가고 싶어요.”

사실 이 폭탄선언이 있기 한참 전부터 이 드라마가 가족드라마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조가 있기는 했다. 그것은 김한자의 시아버지 나충복(이순재)의 로맨스 그레이가 시작되면서부터다. 팔순의 나이에 사랑에 빠진 나충복은 안 여사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도 심장병에 걸린 듯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한다.

자식 때문에 부모가 힘겨워하고 결국에는 희생하고 마는 전형적인 가족드라마의 구조 속에서 이 드라마는 그 상황을 뒤집어놓는다. “나이 들어 주책”이라 스스로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자신의 변화에 놀랍고 행복해하는 나충복과, 좀 과하다 싶은 ‘1년 간의 휴가’를 얻어내고 새로 얻은 원룸으로 가는 길에 “너무 좋아!”하고 소리치는 이 부모들 앞에서 이제는 거꾸로 자식들이 머리가 아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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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굳이 집까지 나갈 건 뭐가 있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김한자의 이 선택은 사실 이 땅에 사는 모든 주부들의 로망이 아닐까. 진짜 주부들의 로망은 불륜 같은 탈선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자기 삶을 찾는 것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혹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정작 자신의 이름, 김한자와 나충복이라는 이름은 점점 잊혀져왔다는 것을 아는 순간 그들은 인생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엄마가 뿔났다’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드라마 속에서라도 한 평생을 이름 없이 살아온 주부들의 자기 이름을 찾아주겠다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 앞에 희생하던 기존의 가족드라마를 뒤집어 이제는 부모의 자기 삶 찾기에 자식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드라마는 강변하고 있는 듯 하다. “나이 들어 주책이라고? 우리에게도 인생은 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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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보다 말을 선택한 정치사극, ‘대왕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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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에게 사극이란 어떤 이미지로 자리하고 있을까. ‘조선왕조실록’으로 상징되는 과거의 정통사극은 그 중심이 대사에 있었다. 주로 편전에 모여 갑론을박을 하거나 누군가의 방에 모여 모의를 하고, 때로는 여인네들의 암투가 벌어지는 그 중심에는 늘 말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하사극, 퓨전사극들이 등장하면서 말의 자리만큼 위상이 높아진 건 볼거리다. 이런 시점에 ‘대왕 세종’같은 칼보다는 말의 힘을 더 믿은 성군을 다룬다는 것은 어찌 보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볼거리의 시대에 말의 사극이 갖는 한계
그렇지 않아도 현실에서의 정치는 마치 탁상공론처럼 허망하게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니 가뜩이나 정치인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이 팽배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정치사극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많지 않다. 오히려 정치사극을 표방하면서 정치에 대한 환타지를 심어주는 ‘이산’같은 선택이 성공 확률은 더 높을 것이다. 거기에는 적어도 현실에서 정치를 혐오하게 만드는 명명백백한 진실의 승리나 선한 선택의 존중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왕 세종’이 선택한 진짜 정치의 세계 속에서 이런 배려는 나약함과 동일시된다.

‘대왕 세종’에서 선악구도는 순진한 어린아이들의 장난처럼 취급된다. 세종(김상경)은 오히려 자신을 견제하라며 정적이었던 박은(박영지)을 집현전의 수장으로 세우고, 양녕대군(박상민)을 왕재로 세우려했던 황희(김갑수)를 최측근으로 끌어들인다. 때론 적으로 판단되었던 허조(김하균)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세종에게 유리한 입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이 ‘대왕 세종’이라는 드라마의 판은 칼 하나로 반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각자 자신들의 입장을 가진 정치인들이 존재하면서, 특정한 사안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갖는데 이 미묘한 입장 차가 정치사극의 묘미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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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선악구도가 아닌 정치의 대결구도
이 사극의 진짜 재미는 그 독특한 구도에 있다. 주인공인 세종의 마음은 늘 민심을 향해 있으나 아군이든 적군이든 자신의 밑에서 실제적인 정치를 수행하는 신하들은 민심 자체보다는 정책의 명분에 더 휩싸인다. 조선만의 역법을 갖겠다는 세종의 마음은 그것이 민초들의 궁핍한 삶을 해결해줄 것이라 믿는 반면, 이를 반대하는 조말생(정동환)은 ‘조선의 하늘은 조선인의 것’이라는 그 발상이 중국의 반발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망국으로 가는 길이라 판단한다. 한편 세종을 지지하는 신하들은 세종의 이상을 실현시켜줄 현실적인 명분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 구도는 또한 르네상스맨으로서의 세종이 가진 과학에 근거한 민생정치와 신하들이 가진 비과학에 근거한 명분정치의 대결구도이기도 하다. ‘대왕 세종’에서 장영실(이천희)이 갖는 존재감은 바로 이 인물이 세종이 꿈꾸는 정치세계의 밑거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르네상스가 중세의 비이성의 어둠을 물리치는 이성의 빛이 되었던 것처럼, 세종은 물난리로 인한 자연재해를 하늘에 제를 올리는 것보다는 과학의 힘으로 이겨내려 한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은 입장 차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반대하는 신하들이 이 말을 ‘민심처럼 하늘마저 등을 돌렸다’고 결과론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세종은 바로 그 ‘민심을 잡기 위해 천심을 바꾸겠다’는 보다 적극적인 인간중심의 철학을 내보인다.

‘대왕 세종’은 칼의 현란함을 추구하는 시대에 말의 대결을 보여주는 정치사극이다. 이 사극이 그다지 시청률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시간대와 방송사를 옮겼다는 것에 이유가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이유는 이 사극이 정치의 너무 적나라한 부분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현실 정치가 우리가 생각한대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면 이 진창을 그대로 보여주는 정치사극의 묘미는 더욱 깊었을 지도 모른다. 반대로 현실 정치가 진창으로 비춰지고 있었기에 이 본격적인 정치사극은 그 반복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실제 정치의 세계에서든, 아니면 정치사극 속에서든 그 본질은 말(대사, 대화, 협상)이지 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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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과 생방송과의 만남, 그 리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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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특집’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1박2일’의 선택은 ‘20만원으로 여름 휴가 보내기’ 컨셉트 같은 생활밀착형 소재다. 고유가와 불황의 여파로 알뜰한 휴가 시즌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고민 끝에, 저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농촌 살리기의 일환이 되기도 하는 ‘농촌체험여행’을 선택한 것. 이 선택은 ‘1박2일’이 지향하는 곳이 서민들의 일상이라는 걸 말해준다.

‘1박2일’ 출연진은 이 컨셉트에 맞게 4인 가족을 구성하고 나머지 두 명인 이승기와 이수근을 떼 놓고 출발한다. 이 과정에서 4인 가족은 자연스럽게 캐릭터별로 재구성된다. 아빠는 강호동이 되고 엄마는 김C가 되며 아들은 은지원, 딸은 MC몽이 되는 식이다. 음식점에서 MC몽이 음식을 더 시키려 하자 강호동이 “안 된다”고 아빠처럼 말하는 반면, 김C는 “먹고 싶어? 그럼 더 먹어!”하고 말하는 장면은 가족의 일상을 그대로 재연한다.

재미있는 것은 나머지 두 명이 자체적으로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자청하는 곳이 방송국이라는 점이다. ‘홍진경의 가요광장’이 이 불청객들에 의해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나는 ‘1박2일’팀과의 이원 생방송이 되는 건 그 때문이다. 라디오 생방송이라는 구체적인 라이브의 흔적이 ‘1박2일’과 만나서 만들어내는 것은 ‘리얼의 힘’이다.

‘1박2일’이 타 방송과 만나는 지점은 늘 화제를 불러 일으켜왔다. 그 첫 번째가 ‘전국노래자랑’이었다면 두 번째는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에 이은 ‘생방송 뮤직뱅크’와의 만남이이었고 이제 ‘1박2일’이 만난 것은 ‘홍진경의 가요광장’이다. ‘홍진경의 가요광장’에서 방송을 하는 장면 바로 앞에 짧게 나마 ‘전국노래자랑’과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의 장면이 깔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1박2일’의 특징인 일상성을 극대화하려는 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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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는 좀더 우리 일상과 가까운 매체다. TV가 일반인 출연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는 해도 그것이 라디오를 따라오지는 못한다. 라디오라는 청각 중심의 매체는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전화기와 만나 언제 어디서건 즉각적으로 출연이 가능해지는 매체다. 또 사연 신청이라는 창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라디오를 일반인들의 일상 가까이 배치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수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