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무려 3천억 원을 들여 졸작을 만들다니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어느 정도의 혹평이 따라붙는 건 으레 있는 일이다.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블록버스터이니 평가들도 보기에 따라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이 시리즈를 계속 연출해온 마이클 베이 감독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그래서 실제로도 세계 흥행 기록에서 우리나라의 흥행실적이 높게 나오기도 했다. 

사진출처:영화<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

하지만 이번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에 쏟아지는 혹평은 그 성격이 다르다. 진심어린 혹평이다. “스토리도 엉망이고 기억나는 장면도 없고 돈이 아깝네요.”, “예고편만 수십 편 보고 나온 느낌”, “그냥 로봇 만화 실사판 수준” 같은 평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심지어는 “<트랜스포머> 보다 잤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니 말이다. 상상이 가는가. 끊임없이 터지고 깨지고 무너지고 지구가 종말에 가까운 지경에 이르는 장면들이 쏟아지는데도 졸음이 온다는 것이. 

그래서 설마 그 정도일까 하고 의구심을 가진 채 영화관을 찾은 이들은 실제로도 영화가 졸립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다. 영화 전반부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 인물들이 마구 뒤섞여서 나오는 바람에 관객들은 누구에 몰입해야 할 지를 알지 못한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로봇들의 액션이 터지지만 몰입 대상이 없는 액션은 산만의 극치다. 그래서 그 한 시간은 즐겁기 보다는 정신없기 마련이다. 

그나마 괜찮게 보였던 아서왕과 트랜스포머를 연결시킨 도입부분은 현재 시점으로 들어오면서 지리멸렬해진다. 액션 신들을 잡아놓고 스토리를 연결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많은 스토리를 잡아넣다 보니 그 연결고리가 허술해진 것인지, 영화는 끊임없이 인물들의 입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관객이 몰입할 대상을 찾지 못하고 인물들은 상황설명을 하고 있으니 영화는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몰입이 떨어지게 되면 <트랜스포머> 같은 CG 기반의 영화는 졸지에 만화 같은 느낌으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로 옵티머스 프라임이 자신의 창조주에 의해 인류의 적으로 돌변했다가 마지막 부분에 정신을 되찾고 되돌아와 “오토봇들이여!”하고 일장연설을 하는 장면에서는 그 갑작스런 변화와 과한 진지함에 실소가 터진다. 세상에 옵티머스 프라임에게서 웃음이 터지는 상황이라니.

트랜스포머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옵티머스 프라임이 이 정도니 다른 인물들은 더 심각하다.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안소니 홉킨스 같은 대배우가 출연하고 있지만 그 역시 영화 속에서 그다지 인상적인 느낌을 주지 못한다. 고아 소녀 이사벨로 모너는 간간히 멋진 장면을 연출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는 바람에 중간에 사라졌다 마지막에 갑자기 다시 등장한 그녀는 조금 생뚱맞아 보인다. 

무려 제작비 3천억 원을 들인 대작이라지만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는 그 과잉이 부족함만 못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졸작이 되었다. 스토리가 부실하다기보다는 스토리가 과잉이라 어떤 캐릭터에도 몰입이 되지 않는 작품이 되었다. 어느 정도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둬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이번 시리즈도 그런 결과를 가져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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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 나가 TV조선에 둥지 트는 전원책에 대한 우려

JTBC <썰전>이 문재인 정부 출범 40일을 평가해보는 자리에서 유시민과 전원책은 그 의견이 극과 극으로 나뉘어졌다. 유시민 작가는 “40일 동안 입법 없이 새로운 법률을 하나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운영이 어디까지 바뀔 수 있는지 경험해 본 예외적인 40일이었다”며 “똑같은 제도 아래에서도 권한을 가진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다르면 상당히 큰 폭의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썰전(사진출처:JTBC)'

하지만 전원책 변호사는 그 말에 “어폐가 있다”며 “변화가 되게 많은 것 같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단정했다. 물론 전원책 변호사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한 ‘3무회의(사전결론, 계급장, 받아쓰기 없는 회의)’가 “그것 하나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어떤 얘기를 하면 그것이 “금과옥조가 되는 건 여전히 불변”이라고 했다. 

그래도 잘한 점은 무엇이냐는 김구라의 질문에 전원책 변호사는 ‘권위주의 타파’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 철폐를 하려고 가장 애쓴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판을 받았던 지점은 (필요한) 권위마저 없애버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 역시 소통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인사 문제에 있어서 야당 측이 반대를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반대의 이유를 듣고 의견을 수렴하든지 아니면 설득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그런 점에 있어서는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사실 탄핵에 의해 갑자기 치러진 조기대선이었고 그렇게 당선된 후 겨우 40일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니 그 짧은 기간 안에 전원책 변호사가 말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인선 과정에 있어서 야당의 끝없는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물론 잘못된 행적들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나오는 비판들이지만 사실 국민들에게는 이런 비판에 대한 공감대가 별로 없다. 과거 정권 시절에 벌어졌던 인사청문회를 떠올려보라. 더 심각한 사안들이 넘쳐났지만 그대로 강행되기 일쑤였다. 이렇게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지나친 기대가 아닐까.

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들여다보면 유시민 작가가 얘기한 것처럼 그 40일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보여준 어떤 모습들이 국민들에게 전한 건 적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권위주의는 타파해야 하지만 권위는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권위는 지킨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고 또 스스로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국민들 앞에 낮추고 그 이야기를 경청하며 그 어려움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그 자세에서 오히려 부여받는 것일 뿐이다. 

사실 전원책 변호사가 최근 1년 동안 이토록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건 <썰전>이라는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에 우리가 MBC <100분 토론> 등에서 봤던 전원책 변호사와 <썰전>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으니 말이다. 보수냐 진보냐의 차원을 넘어서 어떤 권위적인 모습이 <썰전>에서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건 <썰전>이 가진 예능이라는 틀이 만들어낸 힘이다. 편집과 자막은 전원책 변호사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했고, 특히 예능이라는 틀 속에서 조금은 권위를 내려놓고 아재개그를 던지는 모습 또한 대중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썰전>에는 유시민 작가가 있었다. 때론 격론을 벌이기도 했지만, 다른 의견도 경청해주는 유시민 작가가 있어 전원책 변호사의 이야기들도 조금은 받아들여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권위를 내려놓음으로써 권위를 부여받은 것이 바로 <썰전>이다. 그리고 이것은 전원책 변호사가 과거의 이미지와는 달리 <썰전>을 통해 대중적 지지를 받기도 했던 이유다. 이제 전원책 변호사는 <썰전>을 떠나 TV조선에 둥지를 틀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향후 전원책 변호사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필요한’ 권위라고 받은 것이 ‘권위주의’로 흐르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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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의 왕비’, 연산군이나 중종 아닌 폐비 신씨를 다룬 까닭

이토록 슬픈 비운의 인물이 있을까. 진성대군 이역(연우진)과 연산군 이융(이동건) 사이에 서게 됨으로써 비극적인 운명을 받아 들여야 하는 인물. KBS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는 역사적으로 중종의 정비였지만 단 7일 간만 왕비로 있다 폐위된 단경왕후 신씨, 채경(박민영)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7일의 왕비(사진출처:KBS)'

실제 역사 속의 단경왕후는 연산군을 밀어내고 중종이 보위에 오르지만 아버지 신수근도 잃고 남편 중종도 잃었던 비운의 인물이다. 중종반정을 주도했던 세력들이 신수근을 끌어 들이려 했으나 이에 반대하자 그를 죽였고, 이것이 후환이 될 것을 두려워한 반정의 실세들이 그녀를 폐위시켜버린 것. 

<7일의 왕비>는 이 역사적인 비운의 주인공을 소재로 절절한 비극적 운명의 사랑이야기를 덧입혔다. 연산군 이융과 진성대군 이역 그리고 채경은 사적으로는 형제(이융과 이역), 연인(이역과 채경), 그리고 오누이(이융과 채경) 같은 관계를 갖고 있지만 왕좌를 두고 벌어지는 역사의 소용돌이는 이들의 사적인 관계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역과 이융은 대립하게 되고, 죽을 위기에 수차례 처하게 되는 이역을 채경은 돕게 되며 그로 인해 그녀는 붙잡혀 이역을 잡기 위한 볼모가 되어버린다. 

옥사에서 이제 모든 죄를 뒤집어쓸 위기에 처한 채경이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역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그가 그립다. 그에게 절대로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7일의 왕비>가 담고 있는 건 그래서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 사이에서 또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민하며 스스로 희생의 길로 걸어간 채경의 눈물겨운 사랑을 담고 있다. 

지금껏 연산군을 다루는 사극들을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또 중종 역시 사극의 주된 소재로 다뤄진 바 있다. 하지만 어째서 <7일의 왕비>는 이 역사적 사실에서 연산군도 중종도 아닌 폐비 신씨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을까. 그것도 단 7일 간 왕비로 살다 폐위되어 평생을 중종을 그리워하며 살다 외롭게 죽음을 맞이했던 인물을. 

이 부분은 아마도 현재의 시각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고 보인다. 역사라고 하면 왕들의 역사가 대부분이지만 그 틈바구니에서 피 흘리며 쓰러져간 무수한 인물들은 잘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역사가 그저 조연으로 취급했던 폐비 신씨의 이야기를 애써 주인공으로 담아내려 한 건 대중의 시대가 바라보는 새로운 역사관이 깔려 있다. 

그리고 이런 역사를 보는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7일의 왕비>는 멜로라는 장르적 틀을 엮어 해나간다는 점에서 절절한 비극의 성격을 부여한다. 사실 최근 드라마에서 운명적인 비극의 이야기는 잘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다. 사랑을 바라보는 시대적 정서가 달라짐에 따라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가 멜로의 주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만에 보게 된 <7일의 왕비>라는 비극의 비장함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물론 그 무게감이 아직까지 대중적인 호응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7일의 왕비>가 그런 비극으로 꺼내놓은, 실제로 역사를 만들어간 인물이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인물을 드라마를 통해 재조명한 부분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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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 박서준, 무심한 듯 애틋하고 웃긴데 설레는

이쯤 되면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에서 박서준 파워를 인정해야 할 듯하다. 아예 남녀 관계에 있어 쑥맥이라 그런지 그것이 우정인지 정인지 아니면 사랑인지도 헷갈려하는 고동만 역할을 박서준이 이토록 잘 소화해낼 것이라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지난 작품이었던 <화랑>의 잔상이 너무 강하게 남아 있어서다. 물론 당시에도 무명 역할을 연기한 박서준의 연기가 나빴다고는 볼 수 없었다. 다만 사극의 그 이미지가 박서준에게 잘 어울리지 않은 면이 있었을 뿐이다.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쌈마이웨이>의 박서준이 돋보이는 건 고동만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무심한 듯 애틋하고, 웃긴데 설레는 그 면면들을 너무나 잘 소화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지원의 공 역시 적지 않다. “그러지 마. 나 자꾸 설레”라고 말하는 그녀가 있어 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고동만이 “어쩌냐. 이젠 우는 것까지 예뻐 보이니.”라고 하는 대사가 확 살아난다. 

온 시청자가 다 알고 있지만 두 사람만 모르는 것 같은 연애감정이다. 그래서인지 드디어 고동만의 “썸이고 나발이고 키스 했으니 오늘부터 1일이다”라는 직진 멘트를 하고 공식적으로 사귀는 걸 인정하는 그 순간, 시청자들 역시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귀니까 또 하자”는 그 말에서는 고동만이라는 인물의 순진함과 순수함이 묻어난다. 

오래도록 친구 사이로 지내 자신들도 모르게 남사친, 여사친 관계가 되어버린 그들이 보여준 건 사실상 썸이나 마찬가지였다. 친구와 연인 사이를 오가는 썸. 그래서 최애라(김지원)의 아버지에게 두 사람이 한 침대에서 잤다는 걸 들켰을 때 고동만이 “애라하고는 무인도에 가도 원숭이나 원주민처럼 지켜줄 수 있는 사이”라고 말하는 대목은 여러 감정들을 수반한다. 

그런 말이 웃기기도 하지만, “뭘 지켜주냐”며 발끈해하는 최애라에게서는 서운함이 묻어나고 최애라의 아버지 입장에서는 ‘우리 딸이 뭐가 모자라서?’ 하는 마음이 생긴다. 물론 그렇게 애써 변명을 하고 있는 고동만도 슬쩍 한 발 물러나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하는 그 속내를 숨길 수 없다. 바로 이런 지점이 <쌈마이웨이>에서 박서준과 김지원의 멜로가 갖는 남다른 묘미다. “썸이고 나발이고”라고 말했지만 사실 이들은 그 이상의 썸을 보여줘 왔던 것.

하지만 일단 마음을 확인하고 나면 앞뒤 재지 않고 직진하는 게 바로 고동만의 스타일이다. 이런 남자다움은 친구 사이에서 갑자기 연인 사이로 훅 들어오는 그 순간의 가슴 두근거림을 더 강렬하게 만든다. 

박서준이 로맨틱 코미디 장인이라는 건 사실 <그녀는 예뻤다>의 지성준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확인된 바 있다. 거기서도 친구였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연인으로 다가올 때의 그 설레는 순간을 그는 제대로 연기해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쌈마이웨이>에서는 이런 로맨틱 코미디의 밑그림으로서 현실에 날개가 꺾였지만 그래도 고개 숙이지 않고 살아가려는 당당한 청춘의 자화상까지 덧붙여 놓았다. 

<쌈마이웨이>의 고동만이라는 캐릭터에 그래서 시청자들은 사랑과 꿈 두 가지가 모두 성취되기를 바란다. 동생 수술비 때문에 포기했던 꿈을 격투기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얻기를 바라고, 힘들 때 항상 옆에서 친구처럼 지지해줬던 최애라와의 사랑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지금의 힘겨운 청춘들에게 기원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박서준은 그 청춘의 초상을 제대로 연기해 보여주고 있다. 보는 이들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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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방’, 열정적인 연출자들에 던지는 헌사

‘이 세상 어떤 방송도 의미 없는 방송은 없다.’ MBC 주말예능 <세모방>은 이런 문구와 함께 시작한다. ‘세상의 모든 방송’이라는 제목처럼,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 도처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무수한 방송들과의 ‘협업’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그런데 이렇게 지상파 예능이 그 시선을 너무 작거나 멀리 있어 우리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방송으로 넓혀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그건 세상은 넓고 놀라울 정도로 열정적인 PD들은 넘쳐난다는 점이다. 

'세모방(사진출처:MBC)'

<세모방>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첫 방부터 화제가 되었던 리빙TV ‘형제꽝조사’의 이른바 꽝PD 덕분이었다. 이제 가벼우면서도 성능좋은 카메라가 넘쳐나는 시대에 여전히 그 무거운 ENG카메라를 고수하는 이 꽝PD는 촬영부터 편집, CG, 음향까지 모두 혼자 해결하는 만능재주꾼이었다. 박명수를 쥐락펴락하고 낚시 방송에서 엉뚱하게도 협찬을 찍어내는 그 연출은 시청자들을 빵빵 터지게 만들었지만, 사실 거기에는 어떤 짠함 같은 것들 또한 존재했다. 제작비 없이 방송을 찍어내기 위해 벌이는 꽝PD의 열정에 웃음과 함께 땀이 녹아 있었던 것. 

워낙 ‘형제꽝조사’에 대한 관심이 컸던지라 이 방송분량이 다 나가고 다른 방송들이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고민되었지만 결과를 보니 그것이 기우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새로 시작한 어린이TV의 ‘한다맨’에서는 꽝PD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천사PD’가 등장했다. 뭐든 “잘 한다”고 칭찬해주고 쉽게 “오케이”를 해주는 이 천사PD는 바로 그런 점들이 어린이TV라는 채널에 최적이라 여겨졌다. 어린이들을 대하는 방송인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호응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

인도네시아의 홈쇼핑 방송과의 협업에서 빛난 건 역시 하나라도 물건을 더 팔기 위해 열정적인 ‘지휘’를 아끼지 않는 이른바 ‘홈마에 PD’였다. 카메라 바로 뒤에서 출연자들에게 시시각각 딱 맞아 떨어지는 리액션을 만들어내기 위해 온몸을 던져 연출지시를 하는 그 모습에서 느껴지는 건 프로의 근성이었다. 그러면서도 출연자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기다시피 물을 건네주는 모습은 그 프로그램이 어째서 완판신화를 계속 이어왔는가를 잘 보여줬다. 

물론 <세모방>은 그 협업에 뛰어든 출연자들의 당황하는 모습 자체가 예능으로서의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어린이TV ‘한다맨’은 그 슈퍼히어로의 복장과 동작 그리고 대단해보이지는 않지만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한다맨의 도전들이 웃음을 주고, 인도네시아 홈쇼핑 방송에서는 뜨거워도 배가 불러도 끊임없이 지시에 따라 먹방을 펼치는 박수홍, 김수용, 남희석의 모습이 웃음을 준다. 하지만 그런 웃음보다 더 시청자들의 마음을 이끄는 건 그 카메라 뒤에서 열정을 아끼지 않는 PD들이 아닐까. 

<세모방>은 그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은 아직까지 4%에 머물러 있다. 이것은 어쩌면 오래도록 주말 예능이 갖고 있던 그런 예능들의 방식과는 사뭇 다른 시도에서 오는 낯설음에서 비롯된 결과일 것이다. 이 시간대에 <1박2일>처럼 오래도록 그 자리를 차지해온 장수예능의 아성을 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4% 시청률을 기록하는 <세모방>이 갖는 도전의 가치와 의미는 그 어떤 프로그램들보다 높다고 생각된다. 그간 시청률이 1% 미만에 머물러 있어 그걸 만드는 이들의 땀조차 폄훼되던 그런 프로그램들의 가치를 재조명한다는 것만으로도, <세모방>은 충분한 재미와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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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은 비밀의 늪, 한번 빠지면 나올 수 없네

끝없이 궁금하고 의심하게 하라. 아마도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의 동력은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 <비밀의 숲>은 제목이 가진 뉘앙스처럼 끝없이 비밀로 가득한 숲을 헤매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 헤매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오랜만에 자발적으로 빠지고픈 그런 몰입의 느낌. <비밀의 숲>은 그래서 마치 ‘비밀의 늪’ 같다. 한 번도 안본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 보고 계속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비밀의 숲(사진출처:tvN)'

스폰서의 죽음. 그리고 용의자로 지목된 당일 케이블 수리기사. 하지만 자신이 그 집에 갔을 때는 이미 그 스폰서가 죽어있었다고 항변하는 수리기사는, 집 앞에 세워져 있던 차의 블랙박스에 찍혀진 영상에 의해 그 증언이 거짓이라는 게 밝혀진다. 그 영상 속에는 수리기사가 마침 그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창가에 한 사내의 모습이 찍혀 있었던 것. 그래서 수리기사는 살인자로 감옥에 가게 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자신은 무죄이며 억울하다는 글을 남김으로써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에 대한 비판여론이 생겨난다. 

검사 황시목(조승우)은 경찰 한여진(배두나)과 이 사건을 수사하다 그것이 검찰의 스폰서 비리와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차츰 그 ‘비밀의 숲’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모든 것들이 의심스러워진다. 그 배후에는 서부지검 차장검사 이창준(유재명)과 그의 오른팔인 서동재(이준혁)가 있다는 게 분명해지지만, 또한 신출내기 검사로만 알았던 영은수(신혜선)의 아버지가 전직 법무부장관이었다 비리 누명을 쓰고 물러난 영일재(이호재) 법무부 장관이었고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황시목은 이 모든 것이 영일재가 만든 완벽히 짜여진 시나리오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이창준 역시 이 사건의 배후에 그가 있다고 의심한다. 한편 이창준의 오른팔이었던 서동재는 자신이 팽 당할 위기에 처하자 이창준의 성 접대를 했던 업소 여인을 찾으려 하고, 황시목 역시 그녀를 쫓지만 결국 그녀는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비밀의 숲>은 그래서 결국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황시목과 한여진의 수사 과정이 이어지지만, 거기에 대해 어떤 실마리나 단서들을 속 시원해 내놓지 않는다. 대신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는 그 사실 때문에 그 진실과 연루된 인물들이 오히려 죽어나간다. 게다가 진실을 좇는 황시목은 과거 폭력행위가 드러나기도 하고 또 용의자 누명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이 <비밀의 숲>은 마치 미로 같다. 부감으로 내려다보면 그 숲이 지목하는 방향이나 그림을 볼 수 있지만, 그 안에 들어서면 나무들만 빽빽이 채워져 있어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 복잡한 수수께끼를 숲 바깥이 아니라 그 숲 안에서 풀어내는 일. 그것이 황시목이 걷는 그 길 하나하나에 시청자들이 집중하는 이유다. 

보통 이런 정도의 복잡함을 가진 수사물이 좋은 시청률을 가져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비밀의 숲>은 4% 대의 괜찮은 시청률을 내고 있다. 이것이 가능해지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시청자들이 시선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독특한 상황전개와 그것에 몰입하게 만드는 각별한 연출력 덕분이다. 사실은 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사안들조차 <비밀의 숲>은 집중하게 만드는 연출을 보여준다. 

그 연출은 시청자들 앞에 상황을 끝없이 던져 반전의 반전을 이어가며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그런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그저 지나칠 수 있는 상황들에도 카메라를 비춰 어떤 의구심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이 더 큰 몰입감을 주는 건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그 추리 과정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 냉철한 이성으로 똘똘 뭉쳐 있는 황시목의 시선으로 이 숲을 헤매는 즐거움에 빠져든다. 

황시목이 선천적으로 뇌에 이상을 갖고 태어나 뇌 절제 수술을 받아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된 부분은 두 가지 차원에서 드라마에 잘 녹아든다. 그 하나는 검찰 내부에서 내부자로서 수사하는 인물로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수사를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냉철함을 갖춰야한다는 개연성과 공감대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 수사과정에서 이를 방해하기 위해 들어오는 갖가지 모략들 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감정 자체에 둔감한 캐릭터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황시목이라는 무감한 캐릭터는 그래서 거기에 몰입하는 시청자들이 수사 과정에서 느껴질 힘겨움을 상쇄시켜주는 역할도 해준다. 

이처럼 냉정하지만 시선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몰입감을 주는 드라마가 있었던가. 보통 “낚인다”고 하면 불쾌한 감정이 들어있기 마련이지만 <비밀의 숲>은 황시목이라는 무감한 캐릭터에 의해 약간은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그 불쾌함을 상쇄시키고 대신 복잡한 퍼즐을 푸는 재미를 만들어낸다. 풀릴 듯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재미가 주는 일종의 ‘낚이는 즐거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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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녀’, 팽팽해진 김희선과 김선아의 대결이 말해주는 것

그저 잘 포장된 불륜극이다? 글쎄.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가 2회 동안 보여준 건 강남 부유층 집안사람들의 막장에 가까운 내밀한 삶의 이야기다. 남편이 딸의 미술선생과 바람나는 줄도 모르고 그 선생의 작품을 후원하는 우아진(김희선), 남편을 성형외과 원장으로 두어 남부러울 것 없는 유한마담으로 살아가지만 그 남편이 그녀 바로 옆에 있는 오경희(정다혜)와 내연관계라는 사실을 모르는 차기옥(유서진). 대담하게도 남편의 레지던스홀에서 바람을 피우다 직원에게 들킨 김효주(이희진)과 그녀의 불륜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듯한 그녀의 남편 서문탁(김법래).... 겉으로 보면 품위 있는 그녀들처럼 보이지만 그 속살은 불륜과 폭력으로 얼룩진 삶이다.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그래서 마치 <품위있는 그녀>는 그 부유층의 불륜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아진의 집으로 안태동 회장(김용건)의 간병인으로 들어온 박복자(김선아)가 이들과 만들어내는 팽팽한 대결구도 때문이다. 어딘지 어수룩한 모습으로 사투리를 쓰며 회장의 간병에 마음을 다하겠다며 이 집안으로 들어온 박복자는 이상한 낌새를 차린 첫째 며느리 박주미(서정연)가 그녀를 내보내려하자 발톱을 드러낸다. 온몸으로(?) 안회장의 마음을 빼앗아버린 박복자가 오히려 집안에서 왕따인 박주미를 곤경에 빠뜨리고, 자신보다 그녀가 “먼저 쫓겨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논다. 결국 박복자가 안회장과 한 침대에서 자는 모습을 본 박주미와 우아진은 경악했다. 

<품위있는 그녀>가 쫄깃해진 건 바로 이 박복자와 우아진 사이에 만들어진 대결구도 때문이다. 이 안회장의 집안에서 실세로 자리해 오고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우아진이다. 첫째 며느리가 남편의 잘못으로 안회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채 왕따 당하고 있는 사이, 우아진이 사실상 집안의 대소사를 선택해나가고 있었던 것. 하지만 그녀가 간병인으로 들인 박복자로 인해 이런 권력구도에 변화가 생기게 됐다. 박복자가 이 집안의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이틀은 작은 사모님의 집을 청소하라고 시킨 것에 대해 우아진이 그런 결정은 모두 자신과 첫째 며느리에게 묻고 해야 한다며 선을 긋는 장면은 그래서 향후 이 드라마의 전개에 대한 복선을 담고 있다. 안회장의 마음을 얻은 박복자가 이 집안의 실세를 잡을 수도 있다는 것. 

<품위있는 그녀>가 그저 불륜극에 머물지 않고 어떤 사회극의 느낌을 담게 된 건 바로 이 대결구도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안회장의 이 집안이 보여주는 권력구도나 계급체계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그대로 축소해 보여준다. 돈줄을 쥐고 있는 자가 왕처럼 군림하고 자본의 힘에 의해 주인과 하녀 같은 봉건적인 권력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집안. 드라마의 시작점에 박복자가 태생으로 결정되는 자신의 삶을 벗어나 그녀들 같은 ‘품위 있는 삶(?)’을 살고픈 욕망을 내레이션으로 말하는 대목은 우리 사회의 고착화된 빈부와 그로인해 결정되는 삶의 양태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박복자의 목숨 따위도 중요치 않게 여기는 폭주와 투쟁(?)은 그래서 우리 사회의 빈부로 고착된 틀을 넘어서려는 안간힘처럼 그려진다. 안회장에게서 선물 받은 고가의 명품백을 받고 백화점 화장실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에서는, 그래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올라탔지만 그렇게밖에 자신을 던져야 비로소 백 하나 정도를 얻을 수 있는 그녀의 처지가 온전히 느껴진다. 이름조차 ‘박복자’가 아닌가. 박복한 사람.

그녀의 폭주는 그래서 단지 개인적인 욕망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가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 놓여진 거대한 장벽을 어떻게든 뛰어넘으려는 안간힘. 그리고 그녀의 시선으로 다가오는 장벽 저편의 품위를 가장한 위선적인 삶들에 대한 폭로. 물론 그 첫 장면에 그녀가 무참히 살해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이 욕망의 끝이 비극이라는 걸 우리는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건 박복자의 대결구도가 마치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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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로 돌아온 이효리, 보기만 해도 힐링 됐던 까닭

이효리가 돌아왔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으로는 3년 만이지만 사실 대중들이 느끼는 체감은 더 길다. 물론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는 않았어도 그녀의 제주에서의 삶이나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들로 그녀가 그리 멀리 떠나 있다고 느끼는 대중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말만 해도 촛불집회에 전인권, 이승환과 함께 ‘길가에 버려지다’를 불러 대중들의 입가에서 맴돌던 이효리가 아니었던가. 너무 멀리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항상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닌 그 자리에 있어서일 게다. 이효리가 복귀하기까지 기간이 길게 느껴지고 또 그만큼 반가운 까닭은.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에서 이효리는 스스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과거에 보였던 독보적인 예능감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워졌다고 해야 할까. 솔직함이야 예나 지금이나 그녀가 가진 매력의 원천이지만, 어떤 무거움을 조금은 내려놓고 편안해졌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이효리가 만나는 그 광경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멤버들은 그녀의 강한 캐릭터 앞에 주눅 드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고 이효리 역시 특유의 시원시원한 모습으로 그 웃음에 호응했다. 하지만 한 가지 달랐던 점은 줄곧 예전처럼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모습을 보이며 합장을 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장면을 보여줬던 점이다.

물론 그런 장면 역시 간간히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욱하는 모습으로 인해 웃음이 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진정으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요가 동작을 통해서도 드러나는 일이었다. 요가가 그저 몸의 유연성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이라며, 아픔을 피하지 않고 견딤으로써 그것을 넘어서는 과정으로서 요가를 설명했다. 

그녀의 진심이 가장 느껴진 대목은 “천천히 내려가는 것도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말한 부분이었다. 톱스타로서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걸 접고 사라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그렇게 내려오는 과정들을 하나하나 겪는 것이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것. 과거에도 또 현재도 여전히 톱스타의 위치에 있는 그녀지만 이제 내려가는 일을 선선히 받아들인다는 그 말은 아마도 누구나 나이 들어가는 우리들 모두를 공감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효리는 스스로도 그걸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실은 “잊혀질까봐 무서웠다”고 말하기도 했고, 때론 욱하는 옛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만큼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다만 그녀는 그것을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이런 부분은 득도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더 현실감 있게 우리를 공감시키는 면이 있었다. 

이효리는 나이 들었고 또 나이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웃을 때 눈가의 잔주름도 보이지만, 그런 것들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기보다는 순순히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사실 빵빵 터지는 예능감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그녀가 <무한도전>에서 시청자들에게 전한 진짜 선물은 그렇게 자연스레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그녀 자신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힐링을 받는 느낌의 이유였다.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걸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걸 인정하는 데서 오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 그런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젊은 연예인에게보다도 오히려 찬란하다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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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녀’, 부유층의 위선을 들여다보는 재미란

저들의 모습은 과연 품위일까 아니면 위선일까. JTBC 새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가 던지는 문제의식은 도발적이다. 강남을 전면에 내세우고 초재벌은 아니지만 준재벌에 가까운 부유층의 삶을 들여다본다. 패션쇼에나 어울릴 법한 옷을 걸치고 한정판 명품백으로 치장한 강남의 사모님들이 브런치를 하는 모습은 꽤 있어 보이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품위하고는 거리가 멀다. 19금 유머는 물론이고 불륜에 대해서도 그다지 윤리의식 같은 건 없어 보이는 대화들이다.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그리고 그것은 그저 대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들 중에는 같은 자리에 있는 이의 남편과 바람을 피우는 이가 존재한다. 강남에 산다는 것에 대한 특권의식 역시 대단해 함께 자리하고 있는 학원을 운영하는 선생에게 “아무나 받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화제가 아이들 교육문제나 남편 관리 게다가 성형 같은 수준에 머물고 돈 자랑은 그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이야깃거리인 양 시종일관 등장한다. 

그 속에 앉아 있는 우아진(김희선)은 그들과는 어딘가 달라 보이지만, 사실 잘 들여다보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남편이 외도를 할 운명이라는 타로점집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걸 막기 위해 눈썹 성형을 실제로 시키는 인물이고, 아이 교육에서도 은근히 상류층의 의식을 드러내며 이것저것 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또 디자인을 전공해 갖고 있는 안목이라고 팝 아트를 하는 예술가를 후원하지만 진정한 예술에 대한 후원이라기보다는 돈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처럼 <품위있는 그녀>는 겉으로 품위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위선을 떨고 있는 강남의 부유층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드라마는 박복자(김선아)의 시선으로 그녀들의 위선을 들여다본다. 그녀는 우아진의 시아버지인 안태동(김용건)회장의 간병인으로 들어온 인물이다. 우아진 앞에서는 어딘지 모자란 듯한 모습으로 사투리를 쓰지만 돌아서면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가진 인물. 우아진이나 박복자나 위선을 떨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품위 있어 보이려 하거나 혹은 한껏 자신을 낮추고 있거나.

우아진과 박복자의 위선 그 밑바탕에서 꿈틀대는 건 욕망이다. 우아진은 이 부유층의 삶에 자신을 동화시키려 한다. 그래서 그 특권을 누리고 싶어한다. 박복자는 그것이 위선이라는 걸 알면서도 세상이 태어날 때부터 그어놓은 선을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넘으려 한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안태동을 유혹하고 그를 뒷배로 삼아 이 부유층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물론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품위있는 그녀>가 가진 흥미로움은 상류층의 삶을 들여다보는 수준이 아니라, 그 삶이 갖고 있는 가식들을 들춰내는데서 나온다. 박복자라는 인물은 그걸 들춰내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결국 살해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저들의 위선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우아진은 이름처럼 끝까지 우아함과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박복자에 의해 뒤틀어진 삶은 어느 순간 우아진 역시 그녀와 똑같이 욕망에 휘둘린 인물이라는 걸 드러내지 않을까. 첫 방송에서부터 <품위있는 그녀>가 끄집어내고 있는 기대감은 바로 그 ‘폭로’의 쾌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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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황교익과 유시민이 오죽헌에서 격분한 까닭

“어 이것도 율곡이네?” tvN <알쓸신잡>이 떠난 강릉 여행에서 오죽헌을 찾은 유시민 작가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오죽헌을 소개하는 안내문부터 곳곳에 신사임당의 흔적은 찾기 힘들었고 온통 율곡 이이의 흔적들만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죽헌에서 신사임당은 ‘율곡의 어머니’로서만 존재했다. 

'알쓸신잡(사진출처:tvN)'

‘현모양처’니 ‘우리나라 어머니의 사표’ 같은 안내문의 문구를 보며 황교익은 “이런 게 문제다. 여성상을 어머니로만 한정 시키는 거지.”라고 했고 유시민은 “훌륭한 정치인일 수도 있고 예술가일 수 있는데 하필이면 왜 어머니냐”고 안타까워했다. 또 ‘현모양처의 귀감이 되고 있다’라는 문구나 ‘성품이 어질고 착하며 효성이 지극하고 지조가 높았다’ 같은 말들이 “다 봉건적”이라고 비판했다. 

유시민은 이 안내문을 보면 “신사임당에 생애에 대해 제대로 알 수가 없다”며 “그 분의 생애를 짧은 글에 압축해야 하는데 율곡이 다”라고 꼬집었다. “신사임당이라는 한 인간, 한 여성이 어떤 목표와 소망을 가지고 어떤 원칙을 가지고 삶을 살았고 그 삶이 우리에게 지금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가”하는 내용이 안내문에 있어야 한다며 “고쳐주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 날의 지식 수다를 털어놓는 자리에서도 유시민은 “신사임당은 학식과 재능이 뛰어나고 자부심이 굉장히 강했고, 남편과의 관계를 보면 당시 축첩제도에도 무척 비판적이었고, 한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몹시 강한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동시에 어머니였죠. 율곡의 어머니라는 건, 신사임당이라는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면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아요. 그런데 그걸 누구의 어머니로, 그것도 어떤 성공한 남자의 어머니로 축소해서 온 국민에게 선보인다는 것이 상당히 그렇다”고 말했다. 

이것은 신사임당이 조선시대에서도 여성으로서 살아가는데 있어 그만큼 힘겨운 삶을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이 지금까지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유시민과 황교익이 격분한 건 바로 이 점 때문이었다. 여전히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로서 신사임당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부속적인 존재로 보는 시선이 이렇게 공공연하게 문화유적의 안내문에 담겨 있다는 것. 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노릇인가.

이 날 강릉에서 벌어진 지식 수다에서 유독 주목하게 된 건 뛰어난 학식과 재능을 갖고 있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묻혀 버리고 왜곡되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신사임당과 더불어 강릉에서 화제에 오른 인물은 허난설헌이다. 허균과 허난설헌의 생가를 다녀온 그들은 조선시대의 천재시인이었던 허난설헌의 결코 쉽지 않았던 삶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허균은 <홍길동전>을 쓸 정도로 누릴 것을 누리며 살았지만, 허난설헌은 그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문집 자체를 중국인이 먼저 묶을 정도로 여성이 차별받는 조선사회에서 숨막혀 했다. 유시민은 “허난설헌은 그 재능이 삶의 고통”이 됐다며 “그게 병이 되어” 27살의 나이에 일찍 돌아 가셨다고 했다. 김영하는 허난설헌이 나중에는 도교에 영향을 받아 “이 잘못된 세상에 잠시 다녀갑니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황교익은 이날 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가며 “역사를 보는 시각은 현시대의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물론 과거의 역사도 잘못된 부분이지만, 그런 잔재가 현재까지도 여전히 안내문 문구 속에 담겨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시각을 봉건적 틀에 묶어두고 있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죽헌에서 유시민과 황교익이 보인 격분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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