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표절, 폭행, 거짓말... 연예계 끝없는 사건사고, 왜?

이건 우연히 겹쳐서 일어나는 악재일 뿐일까. 연예계가 휘청하고 있다. 거의 한 주가 멀다하고 사건사고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연예계.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혹자들은 이것이 인터넷 같은 매체가 양산해내는 소문 탓으로 돌린다. 과거라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들이 이제 낱낱이 드러나 문제가 되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환경이 그렇게 바뀌었다고 해서 문제가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다.

가요계의 고질병인 표절에 대한 무신경함은 현 대중문화에서의 키워드가 된 이효리를 통해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한 앨범에 무려 여섯 곡이 표절. 물론 이효리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밝혔지만 과거라면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티스트의 도의적 책임으로 한 동안은 자숙의 기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거의 쏟아져 나온 표절 논란으로 표절에 대한 예방주사를 잔뜩 맞아온 탓인지, 여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차질 없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그 자체보다 이런 불감증이 더 심각해 보인다.

한창 잘 나가던 배우를 단 한 순간에 추락시켜버린 최철호의 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음주 후 자제력을 잃고 벌어진 사건이라지만, 그 사건 자체보다 더 상황을 어렵게 만든 것은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했던 거짓말이다. 실수는 누구나 저지를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실수를 덮기 위한 고의적인 거짓말은 당사자에 대한 신뢰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뭐든 유리병처럼 투명하게 비치는 세상 속에서 언젠가는 드러날 거짓말을 그는 왜 했을까.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MC몽의 병역기피 의혹이나 타블로의 학력 의혹 역시 그저 인터넷이라는 환경이 만들어낸 구설수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만일 그것이 그저 구설수라면 왜 당사자들은 속 시원히 의혹을 걷어내려 하지 않을까. 병역문제나 국적문제가 특히 뜨겁게 되는 것은 그것이 담고 있는 함의가 대중들의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이들로서 그 마음을 헤아리고 확실한 진실을 제대로 드러내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드라마를 찍는 중간에 갑자기 군 입대를 발표하는 상황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지난 5월 갑작스럽게 군 입대 발표를 한 이준기는 당시 영화 '그랑프리'와 SBS 드라마 '신의'에 캐스팅된 상태였다. 최근 '나쁜 남자'에 출연하고 있는 김남길은 입대 3일 전인 12일 군입대를 발표했다. 이로써 드라마는 애초 20부작에서 17회로 조기종영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소속사측은 본래 16부작이었으며 오히려 1회 연장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 과정이 석연찮은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연예인의 개인적인 과욕이 드라마나 영화 자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잘 말해주는 사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중들에게 전가된다.

물론 모든 연예인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대중문화라는 영역을 넘어서 사회에까지 귀감이 되는 행동을 보여주는 연예인들도 많다. 그렇다고 대중들이 이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기본적인 것을 지켜달라는 것뿐이다. 아티스트로서 표절하지 말라는 것이고, 표절을 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며, 사건을 저질렀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잘못을 빌라는 것이고, 군대에 가는 시점이 되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군대를 가라는 얘기다. 하지만 작금의 연예계는 이런 기본적인 것이 기본이 아닌 것이 된 느낌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230 관련글 쓰기

MC몽의 병역면제 의혹은 우리에게 병역문제가 얼마나 뜨거운가를 잘 말해준다. 의도적으로 치아를 뽑아 병역면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소속사측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지만 대중들의 정서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강행된 프로그램에 대해 MC몽의 출연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고, 만일 치주질환을 진짜 앓았다고 하더라도 왜 임플란트 시술 같은 것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가 있는 그가 왜 굳이 불편한 생활을 고집했을까.

언제부턴가 대중문화계에서는 병역문제가 가장 큰 금기가 되었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도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바로 이 병역 문제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있었던 타블로 학력 의혹 사건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야기의 초점은 그가 진짜 스탠퍼드대를 나왔는가에 대해 맞춰져 있지만 그 정서는 그가 캐나다 국적을 갖고 있다는데 더 있는 것 같다. 마치 한국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있지만 사실은 캐나다 국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병역도 면제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병역은 하나의 자국민으로서의 인증절차 같은 뉘앙스를 갖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렇게 해외국적으로 병역의 의무를 벗어나 국내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얻을 건 다 얻으면서 의무는 면제된 그런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조금 지난 일이지만 박재범군의 사건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박재범군의 사건은 과거 한 때 했던 부적절한 발언이 도화선이 되었지만 그 정서 밑바닥에는 그의 국적문제가 깔려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 사건이 터졌을 때, 2002년 병역기피와 국적문제로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되었던 유승준이 호명되었다는 것은 이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 결국 병역 문제와 국적 문제는 이렇게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볼 수 있고, 이 문제에 대한 우리 대중들의 시선은 굉장히 예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이중적인 시선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적을 중간에 포기한다거나, 또 그 목적이 군대를 면제받기 위한 것이라면 비판을 면치 못할 일이지만, 사실상 외국에서 태어나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연예인으로 데뷔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보여진다. 그들은 언어조차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라고 봐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박재범군과 2PM의 또 다른 멤버인 닉쿤이 별로 다르지 않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닉쿤의 국적은 미국이면서도 대중들의 시선은 호의적이라는 점이 다르다. 최근 들어 아이돌 그룹의 특징 중 하나가 '다국적'이라는 점인데, 이들이 우리의 문화를 배우려는 자세는 호감을 만들어낸다. '청춘불패'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국국적의 빅토리아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박재범군이나 타블로는 같은 상황이면서도 마치 외국인이 아닌 듯한 이미지로 등장했다가 나중에 역풍을 맞은 경우다. 즉 국적에 있어서 우리 대중들은 겉으로 보면 외국인들을 보는 시선이 과거보다 훨씬 개방되어 가고 있다고 보여지지만 그 안에서도 한국인이라는 핏줄의식은 여전히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적을 숨기고 있는 듯한 태도는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한다. 국적이니 병역이니 하는 문제는 바로 이 핏줄의식 속에 숨겨진 트라우마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병역문제와 국적문제를 더 민감하게 만드는 건 이른바 고위층들에게 불거져 나오는 병역기피 문제가 공공연한 사실로 드러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흔히 농담 삼아 입에 오르는 '신의 아들'이라는 말 속에는 대중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뒤섞여 있다. 사회가 제공하는 누릴 것은 다 누리는 존재들이 사실상 해야 할 의무나 책무는 회피하는 모습에 대중들은 분통을 터뜨리는 것. 어떤 면으로 보면 연예인들은 도드라진 존재들로서 질타를 받고 있지만 사실상의 정서는 이런 사회 전반의 불공평한 분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227 관련글 쓰기

이번엔 KBS다. KBS의 새 노조는 공정방송을 위한 위원회 설치와 임금협상 등을 놓고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이로써 이 노조에 참여하고 있는 PD들의 해당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방송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말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은 물론이고 '천하무적 야구단'은 이번 주에 하이라이트를 대신 내보낼 예정이다. 또한 드라마 PD들 역시 파업에 참여한 만큼 파업이 장기화되면 드라마 방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당장 오는 5일 첫 방영되는 '구미호, 여우누이뎐'이나, 주말극 '결혼해주세요'는 파업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방송가는 유난히 편성에 차질이 많았던 시기였다. 천안함 사태로 한동안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개점 폐업 상황을 맞이했다. 국민적 추도 분위기 속에서 방송은 웃음을 잃어버렸다. 특히 '개그콘서트' 같은 경우 거의 한 달 간 방영되지 않음으로써 심지어 개그맨들이 생활고를 토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MBC 노조의 총파업은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에 의해 임명된 신임 사장 김재철씨에 대한 불신임으로 일어났다. 이로써 '무한도전' 같은 M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들을 우리는 한동안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월드컵. SBS의 단독중계로 인해 월드컵 채널화 되어버린 SBS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들은 거의 한 달 여간 결방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KBS가 파업에 들어갔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장기 결방은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불이익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결방에 대해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했던 것은 아니다. 사안에 따라서 결방의 이유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것을 지지하기도 했다. 천안함 사태로 인한 예능 결방은 초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결방이 장기화되면서 왜 유독 예능만 직격탄을 맞아야 하는가 하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은 결방시키면서 코미디 영화는 대체 편성됐던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비판받았다.

MBC의 파업에도 많은 시청자들은 비판보다는 지지의 뜻을 밝혔다.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프로그램은 진정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공감대 위에서 시청자들은 MBC의 파업에 그다지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한편 SBS의 월드컵 단독중계로 인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결방에 대해서 시청자와 제작진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수현 작가는 이것을 '테러'라고 지칭하면서 SBS의 '엿가락 편성'을 강하게 비판했고, 많은 이들은 이에 공감을 표했다.

MBC의 파업에 많은 시청자들이 지지의 뜻을 밝힌 것처럼 이번 KBS 노조 파업에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이번 대선을 통해서도 민심이 드러난 것처럼, 정권의 방송 장악으로 추정되는 일련의 행보들에 대해 대중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어쨌든 올 상반기 방송사의 편성표는 사상유례가 없는 파행으로 점철된 인상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222 관련글 쓰기

힘겨운 현실, 위대한 사랑, '휴먼다큐 사랑'

틴틴 파이브의 멤버로 대중들의 사랑을 담뿍 받아왔지만, 결혼 직후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이동우씨, 재혼해 행복을 꿈꾸다가 폐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고 마지막 아름다운 나날들을 보내고 떠나버린 안은숙씨, 성탄절 버려져 같은 이름을 얻은 성탄이, 찾아온 친부모에게 "엄마 안 좋아"를 연발하지만 뒤에서는 엄마의 사랑을 그토록 기다려왔던 다현이, 어느 가족의 일원으로 들어가 그 가족을 행복하게 변화시킨 윤아, 아버지의 이혼으로 함께 살게 되었다가 이제 힘겨운 이별을 한 산골 소녀 가은이와 눈물 많은 할머니.

올해도 '휴먼다큐 사랑'이 바라본 것은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벌써 이 코너가 시작된 지 5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달라진 건 없었고, 또 달라져서도 안되었다. 왜냐하면 '휴먼다큐 사랑'은 세상 속에 부재한 듯 보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랑을 찾아나서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멀리서 관망하면 그저 쿨하게 움직이는 듯 보이는 세상, 하지만 조금만 다가서서 바라보면 그 안에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수많은 사연들이 있다. '휴먼다큐 사랑'은 그 특별하지만 또 어쩌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보편적인 사랑을 매년 찾아 나선다.

'휴먼다큐 사랑'이 가진 인물에 대한 집중은 그러나 인물 속에만 매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동우씨를 통해서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안은숙씨의 사연 속에 스며있는 재혼가정의 이야기를 바라본다. 아동복지센터를 배경으로 버려지고 거둬지는 성탄이와 서진이 그리고 윤아의 이야기는 힘겨운 현실을 보여주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여전히 희망처럼 남은 사랑을 통해 입양의 문제까지 환기시키며, 가은이와 할머니의 이야기는 내리사랑 속에 교육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휴먼다큐 사랑'의 카메라는 인물에 집중하면서 빛나는 그 인물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잡아내지만, 그것은 또한 프레임 바깥에 존재하는 차가운 현실을 말하기도 한다.

그 현실은 그들에게 상처를 만든다. 하지만 바로 그 상처 때문에 오히려 그들은 서로를 더욱 끌어안는다. 프레임 속의 인물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닌가 생각하며 미안해하고 또 고마워하지만, 사실 그들은 자신들에게 갑자기 부여된 힘겨움을 서로 껴안아주면서 더 사랑할 수 없음에 미안해 했던 것뿐이다. 그들에게 상처를 준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그들 바깥에 존재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세상이 아무리 힘겨워도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서 '휴먼다큐 사랑'이 줄곧 보여주는 것은 가족애다. 보이지 않는 눈을 대신해주는 이동우씨의 가족들, 안은숙씨의 마지막 나날들을 아름답게 해준 남편과 아이들, 버려진 아이들을 사랑으로 껴안아준 아이들의 새 가족들, 자신의 힘겨움을 뒤로한 채 자식의 힘겨움까지 끌어안은 내리 사랑을 보여준 가은이의 할머니. 그들은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상처받은 이들을 단단히 동여매준다. 그리고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휴먼다큐 사랑'이 전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매번 다르면서도 같다. 다른 것은 당대에 벌어지는 현실들이고, 같은 것은 가족애다. 매년 우리를 찾아와 잊고 있었던 눈물과 감동을 어김없이 선사하는 '휴먼다큐 사랑'. 우리의 눈에 여전히 눈물이 마르지 않는 것은 그 사랑이 아무리 달라진 세태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 가슴 속에 늘 존재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년에도 또 그 앞으로도 이 눈물이 마르지 않기를 우리는 기원한다. 이것이 '휴먼다큐 사랑', 그 고마운 존재의 이유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215 관련글 쓰기

박지성의 팀플레이 정신과 공감의 힘

도대체 이게 뭘까. 달랑 공 하나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것일 뿐인데 전 세계가 들썩거린다. 공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이 그림은 실로 놀랍다. 공 한 개가 있고, 그 공을 차는 선수가 있으며, 그 선수를 둘러싼 팀과 팀이 있다. 그리고 경기장에서 그 공을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선수들을 예의주시하는 수천 명의 관중이 있고, 카메라라는 시각의 확장을 매개해주는 매체가 전 세계인의 눈을 그 공 하나에 집중시킨다. 도대체 공 하나에 모두가 집중하게 되는 그 집단적인 힘은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아무리 보고 또 봐도, 한국과 그리스전에서 박지성이 두 명의 그리스 선수를 제치고 골을 집어넣는 장면은 질리지가 않는다. 그 순간에 제 아무리 다른 환경에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있었다고 해도 그 마음은 똑같았을 것이다. 골을 몰고 들어갈 때의 그 기원 가득한 긴장감과 골을 찼을 때의 터질 듯한 심장박동, 그리고 골이 들어갔을 때 느꼈던 그 희열. 짧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우리 모두는 한 덩어리가 되는 집단적인 황홀감에 빠져들었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가 타자와의 '완전한 공감'이라고 할 때 이 순간은 그 욕구가 충족되는 흔치않은 시간이었음에 분명하다.

흔히들 '공감'이라고 하면 우리는 문화적인 차원을 떠올린다. 소설을 읽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웃거나 울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 그것이 공감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공감은 그 한자(共感)가 그대로 말해주듯이 좀 더 감각적인 것이다. 누군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볼 때, 내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이나, 진동하고 있는 핸드폰을 누군가 들었을 때, 그 비슷한 감각을 느끼는 것 같은 감각적인 차원이 공감이다. 자신이 직접 행동하지 않고 상대방의 행동을 보기만 하더라도 뇌신경이 반응하며 그 감각을 느끼는(공명현상이라고 한다) 이른바 신경학에서 발견한 '거울 뉴런'의 존재는 '공감'의 매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따라서 거기 굴러다니는 것은 축구공 하나지만 그 공 하나로 인해 공감하는 이들은 전 세계인들이 된다. 그들은 저마다 제각각의 존재이지만 공 하나로 똑같이 감각하게 된다. 집단적인 황홀감은 스포츠의 묘미이고, 거기에는 바로 이 공감의 매커니즘이 숨겨져 있다.

떨어져 있으면서도 실제로 기능하는 이 마법 같은 공감의 힘은 응원이 어째서 경기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이길 수 있다는 불굴의 의지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질 때, 그것은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까지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것은 경기장에서 팀을 이뤄 뛰고 있는 선수들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어떤 확신을 준다면 그 팀은 그 공감의 힘으로 경기를 잘 치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두려움에 가득하다면 그것은 고스란히 팀에 나쁜 영향으로 돌아간다.

박지성 선수의 자서전을 보면 히딩크 감독이 한국팀을 4강까지 가져갈 수 있게 한 원동력으로 '팀플레이 정신'을 자주 찾아낼 수 있다. 박지성은 "우리가 싸우는 것은 어느 한 개인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이기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개개인이 아니라 팀이 하나가 되어 움직일 때 경기를 이길 수 있다고 자주 말해왔다. 히딩크 감독은 자주 경기를 뛰면서 전체 팀원들의 그림을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생각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것은 어떤 차원으로 보면 일종의 '공감 훈련'인 셈이다. 11명의 선수가 제 각각이 아니라 모두 똑같은 감각으로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면, 그 팀은 개개인의 역량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쉽게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히딩크가 강조했고 박지성이 자주 언급했던 한국팀의 힘은 바로 이 팀플레이라고 흔히 부르는 공감능력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축구는 공감의 스포츠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과 서로 공감하며 제각각이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 달려야 승리할 수 있고, 그걸 바라보는 관중들은 자신들의 염원을 응원에 담아 선수들에게 보냄으로써 승리를 공감하려 애쓴다. 그러니 벌써 8년이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골이 터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한 그 이유를 알 것이다. 그 장면들은 다름 아닌 우리가 그토록 욕망하는 완전한 공감을 했던 인생에 흔치않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모두들 아르헨티나를 강팀이라고 한다. 그 팀에는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개인적 역량이 뛰어난 스타 선수들이 많다고 해서 그들을 강팀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됐다. 진정한 강팀은 각각의 선수들의 역량이 아니라, 하나의 팀이 마치 한 몸처럼 공감하며 움직일 때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 면으로 보면 우리 팀은 분명 강팀이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면모를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승패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발휘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선수들과 똑같이 공감하는 관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일 테니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208 관련글 쓰기

월드컵 열기가 뜨겁다. 그리스와의 첫 경기에서 2:0으로 그리스를 완파한 우리 팀은 강호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도 일을 낼 작정이다. 월드컵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질 전망이지만, 한편으론 SBS 월드컵 단독중계로 인해 발생하는 논란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단독중계로 인해 다채로운 해설을 들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 중계는 기본적으로 해설의 맛이라고 볼 수 있는데, SBS 단독중계로 인해 그 다양한 묘미를 느낄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SBS 중계 자체가 시청자들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개막전 등을 통해 해설자들의 미숙한 진행이나 정보 부족에 대해 시청자들은 불만을 토로했고, 그리스전에서도 오디오 문제 등 방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로써 당초에 SBS 단독중계의 명분 중 하나로 제시되었던 시청자들의 다양한 채널 선택권은 오히려 거꾸로 제한받은 셈이 되었다.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그리스전의 최고 70%의 시청률에 육박할 정도로 뜨거운 것으로 증명됐다. 그러니 이러한 관심을 두고 볼 때 월드컵과 다른 방송의 채널 선택권은 별 의미가 없다. 차라리 다양한 해설을 선택할 수 있는 방송3사의 월드컵 중계가 오히려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보장해주는 일이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또한 SBS의 단독중계로 인해 발생하는 배타성은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인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 애초에 SBS는 단독중계를 넘어서, 공공시설이나 호텔을 비롯한 영리시설 및 음식점 등에서 월드컵 경기 중계 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반발이 심해지자 상업적이지 않은 것은 허용하겠다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그리스전이 벌어지는 당일, 국민 응원 축제 '승리의 함성' 행사장에서 일부 미디어 취재진이 안전 요원들의 제지를 받았다가 후에 문제가 불거지자 SBS측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 단독중계로 인한 배타성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또한 그리스와의 첫 경기를 응원하는 모습을 담아낸 '남자의 자격'이, 경기장면을 일부 사용한 것에 대해 SBS측이 그것이 FIFA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물론 '남자의 자격' 제작진은 이것이 SBS측과 사전협의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만큼 SBS 내부에서도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실 '남자의 자격'이 남아공까지 날아가 우리팀을 응원하고, 전국에서 벌어지는 응원 모습을 담아낸 점은 현 SBS가 단독으로 치르고 있는 월드컵의 붐을 일으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규정을 끄집어내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방송사 간의 이권다툼이 아니라 제대로 월드컵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이 모든 비난과 논란들이 SBS만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지상파 방송3사가 모여 합의했던 ‘올림픽·월드컵 특별위원회를 통한 중계권 협상’의 원칙을 깨고, 자회사인 SBS 인터내셔널을 통해 2010~2014년 동계 올림픽, 2012~2016년 하계 올림픽, 2010~2014년 월드컵을 SBS가 독점 계약한 것에는 상도의적인 책임이 분명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후 방송3사가 다시 협상을 하고 그 협상이 결렬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타 방송사들 역시 국민들의 요구보다는 자사의 이익을 중심으로 문제에 대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남아공까지 날아가지 않는 한, 월드컵은 TV를 통해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대다수는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의 좋은 경기를 좀 더 재미있고 다양한 시선으로 보고 싶어 한다. SBS의 단독중계가 결정된 마당에 이에 대처하지 못했던 타 방송사들이 똑같이 SBS처럼 마음껏 월드컵을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어찌됐든 SBS의 정당한 권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컵이 SBS의 행사가 아니라, 국민적인 행사인 만큼 보다 융통성 있는 접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월드컵 방송은 다름 아닌 시청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205 관련글 쓰기

서점에 나가보면 썰렁한 분위기에도 유독 활활 타는 코너가 있다. 이른바 '자기 계발 서적' 코너다. 성공에 관한 저마다의 방법들이 실용적으로 담겨진 그 책들은 언제 갑자기 도태될 지 모르는 경쟁 부추기는 사회 속에서 불안한 현대인들을 유혹한다.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그 '자기 계발을 해준다'는 책들의 주장들은 정말 달콤하다. 아침에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고, 사회생활 속에서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며 전술적으로 행동하는 그런 것이 성공을 보장해줄 것이란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이라는 말은 그 뉘앙스만 보면 우리 속에 있는 가능성을 성장시켜주는 어떤 것으로 여겨진다. 아마도 그 책 코너 속에 몇몇 책들은 실제로 이런 기능을 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들은 사회를 상정하고 그 사회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지침처럼 내세운다. 즉 사회 속에 있는 개인을 통제하는 것으로 그 사회의 기존 질서에 부합하는 성공을 열매로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 계발'이란 이제는 직접적으로 통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통제하게 만드는 보다 견고해진 사회의 통제 시스템으로 보이기도 한다.

불안하기는 방송사 같은 조직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어떤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송사도 새로운 사장을 뽑고, 조직을 새로 짜고, 매번 방송 개편을 하면서 자기계발을 한다. 사실 개인이야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심각한 자유의 침해로 여겨지지만, 방송사 같은 거대 권력 조직이 어떤 통제를 받는다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통제 없이 달려 나가는 방송사는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지뢰처럼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중요한 건 그 통제가 누구에게서 나오느냐는 것이다. 방송사가 누구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계발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방송사가 존립하는 이유인 대중들에게서 나와야 한다. 대중들의 눈높이, 사회 윤리적 잣대, 볼 권리, 알 권리... 굳이 공익이라고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늘 대중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 만일 이 통제가 대중들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나온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것은 단순히 과거 군사정권 하의 우리네 방송을 돌이켜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지금은 군사정권처럼 시시콜콜 이거 해라 저거 하지 마라 하면서 방송을 통제하는 시대도 아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둘 국민들도 아니다. 문제는 누가 지시하거나 압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자기 통제를 하는 방송사다. 늘 자기 계발을 위해 좀 더 나은 방송을 위해 했다고는 하지만, 대중들에 의해 논란이 야기되는 건 그것이 혹 자기검열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좀 더 나은 방송을 위한다는 명분의 자기 계발은 그 통제가 대중들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자기검열은 권력으로부터 통제되는 것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외압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하차와 정관용씨의 시사 프로그램 하차, 그리고 계속해서 외압의혹을 낳고 있는 김제동씨의 결국 불발된 '김제동쇼'. 그 밖에도 '개그콘서트'의 몇몇 코너들에 대한 외압설 등등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아마도 직접적인 외압은 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방송사가 스스로 단행하는 자기 통제 방식의 압력은, 그것이 대중들의 논란을 야기시키는 것으로 볼 때,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대중들을 위한 자기 통제라면 논란이 나올 까닭이 없지 않은가. 자기 계발 시대의 통제 시스템은 이처럼 더 견고해졌고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197 관련글 쓰기

우리에게 개그맨이자 틴틴파이브의 멤버로 기억되어 있는 이동우. 그는 망막색소변성증이란 희귀병으로 이제 5%의 시력만이 남았다. 사랑하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다섯 살 박이 딸 지우의 얼굴도 잘 확인 안 되는 시력. 특히 어린 딸에게는 혹 상처가 될까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혹 식탁에 부딪치거나 할 때면 짐짓 웃기려 그랬다는 듯, 딸 앞에서 개그맨 행세를 하는 그. 다시 돌아온 '휴먼다큐 사랑-내게 남은 5%' 편은 점점 시력을 잃어 이제 5%의 시력만이 남은 개그맨 이동우와 그 가족의 남다른 사랑을 전했다.

어찌 잃은 게 시력뿐일까. 한 때는 잘 나가던 톱스타였던 그는 "눈이 안보이자 점점 자신도 사라져갔다"고 말한다. 하지만 출연료에 급급해하고 개편 시기를 두려워하는 생계형 연예인으로 6,7년간으로 살아오면서도 그를 늘 일으켜 세운 건 가족이었다. 연예인의 아내로서 결혼했으나 달콤한 신혼도 잠시, 장애인의 아내로서의 삶을 받아들여야 했던 아내 김은숙씨. 모든 걸 포기하고 헤어지려했던 마음을 다잡아준 것도 그녀였다. 두피관리사로 늦게까지 일하며 가정의 생계를 꾸리면서 늘 옆에서 묵묵히 바라봐주는 그녀가 있었기에, 그는 점점 암흑처럼 어두워져가는 세상으로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겨우 다섯 살인 지우의 환한 웃음. 그를 일으켜 세우고 살아가는 이유를 주는 것으로 그것만큼 큰 것은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한참동안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못내 두려운 그지만, 그렇게 두려운 시간을 지나고 나면 거기 있을 지우의 환한 웃음은 아마도 그에게는 어떤 희망이었을 것이다.

종양수술을 하면서 한쪽 청각을 잃은 아내는 그 두려운 내색 한 번 없이 오히려 그를 걱정한다. 어느 날 집에서 발견한 하모니카를 보고, 정말 시력을 다 잃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면 길거리라도 나가려는 남편의 마음을 발견하고는 몹시 화를 냈던 그녀.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하루를 보내지만 "눈이 안 보이는 스트레스보다 돈을 못 버는 스트레스가 더 심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다. 그래서 다시 틴틴파이브로 모여 음반을 내고 화려하진 않아도 세상으로 걸어 나가는 그에게 가장 크게 박수를 쳐주는 이 역시 그녀다.

이제 그는 편의점에서 콜라 하나 찾는 것도 버겁고, 딸 지우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것도 어렵다. 봄날 환하게 피어있는 아름다운 벚꽃도, 지우에게 선물한 예쁜 드레스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거기 서 있기 때문에 뿌듯해 하며 "훌륭했다"고 말하는 아내와, "노래 끝나면 뛰어가 아빠 안아줄 거예요"하고 말하는 딸 지우가 바라보고 있고, 그들이 지금 그의 모습을 두고두고 기억해줄 것을 알기 때문에 그는 앞으로도 계속 무대 위의 이동우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평화방송 DJ로 또 뮤지컬 준비로 바쁜 그. 그는 5%의 시력을 잃었지만 가족이 전하는 95%의 사랑을 얻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194 관련글 쓰기

MBC 파업과 ‘무한도전’ 결방, 왜 지지받을까

토요일 저녁, 우리는 ‘무한도전’이라는 세상에서 웃고 울었다. 그 세상에서는 어딘지 평균 이하인 인물들이,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낮은 위치를 확보하자, 그 눈높이는 서민들에 맞춰졌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모습은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위무해주기도 했고, 때론 공감의 눈물을 흘리게 했고, 때론 희망을 갖게도 만들었다. TV 속 오락 프로그램은 그렇게 현실 바깥으로까지 손을 뻗었다. 그들의 세상은 언제부턴가 리얼이 되었고, 따라서 그 ‘무한도전’에서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은 세상을 바꾸어가는 작은 힘이 되었다.

그 도전들을, 그 작은 힘을, 희망의 작은 상징을, 벌써 6주째 못보고 있다. 파업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일일까. 계속된 결방으로 시청자들이 주말의 즐거움을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무한도전’ 결방에 대해 지지를 표하고 있다. ‘무한도전’의 결방이, 아니 MBC의 파업이 정당하며, 그 파업이야말로 시청자들의 진정한 볼 권리를 얻게 해줄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미 타협을 통해 통제 속에서 만들어지는 ‘무한도전’은 더 이상 진정한 ‘무한도전’이 아니라는데 합의하고 있다. 그러니 ‘무한도전’의 결방은 진짜 ‘무한도전’을 위한,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약속을 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그 작은 권력을 이용해 약속을 깨버리는(게다가 거기엔 늘 외압의 흔적이 존재한다) 80년대식 이미 식상한 트렌디 드라마 같은 이야기. 왜 파업이 결정되었고, 왜 그다지도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가는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은 이야기일 것이고, 관심을 아직 갖지 못한 분들에게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할 정도로 낯선 이야기일 것이다. 관심과 무관심 사이의 거리는 그만큼 멀다. 지금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제대로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공영방송사가 한 달 넘게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 조용한 걸까.

처음에는 천안함 사태로 묻혀 졌고, 이대로 가다보면 곧 있을 지방선거와 월드컵으로 또 묻혀질 가능성도 높다. 그러니 MBC의 파업은 이슈화가 되지 않으면 오히려 정부가 바라는 바가 될 거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지방선거 같은 중요한 사안에 MBC의 공백은 실로 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련의 상황들을 늘어놓고, MBC에서 벌어진 일들을 끼워 맞춰보면 마치 잘 짜여진 대본을 보는 것만 같다.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MBC 노조측이 파업의 잠정 중단을 고민하는 이유는 이처럼 잘 짜여진 대본의 흐름대로 흘러가지 않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무한도전’이 작금의 MBC 파업에 있어서 상징적인 존재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는 언론들 속에서, 대중들이 MBC 파업을 실감할 수 있는 것으로 ‘무한도전’의 공백만큼 큰 게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한도전’이 지금껏 해왔던 정신들, 즉 불가능해보여도, 끝까지 도전하고, 최고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하는 그 정신은, 현 MBC 파업 속에 깃든 정신과 맞닿아 있다. 누군가의 통제 속에서 과연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방영되고 또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까.

파업의 와중에도 ‘검사와 스폰서’라는 민감한 사안을 방영한 ‘PD수첩’에서, ‘무한도전’의 그 도전정신을 보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잘 짜여진 대본, 낙관적으로만 보이지 않는 상황. 그것이 무슨 상관일까. 본래 ‘무한도전’은 그 짜여진 대본 바깥으로 나와 도전함으로써 그 정체성을 만들었던 존재가 아니었던가.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최고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했기에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게 아니었던가. ‘무한도전’의 정신은 지금껏 MBC를 버티게 해준 그 힘을 그대로 닮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업으로 ‘무한도전’은 결방되고 있어도, MBC의 ‘무한도전’은 끝나지 않고 있다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178 관련글 쓰기

  1. 태터앤미디어의 생각

    Tracked from tattermedia's me2DAY  삭제

    <MBC의 ‘무한도전’은 끝나지 않는다> ‘무한도전’이 작금의 MBC 파업에 있어 상징적 존재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는 언론들 속에서, 대중들이 MBC 파업을 실감할 수 있는 것으로 무한도전의 공백만큼 큰 게 없기 때문이다.

    2010/05/11 10:44
  2. 김태호 PD님-하하 빈자리 재범도 고려 했다는데...아쉽다!

    Tracked from 노천카페에서 상상을 즐기며  삭제

    하하 빈자리는 누구도 오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괜히 들어 왔다가 욕만 먹게 될테니까요. 연기자들은 욕 먹으면 안되니까, 차라리 아예 빈 자리를 두고 누군가 들어 와도 괜찮겠다...라는 시점이 될 때 까지 기다리기로 했어요. 4-5개월 지나서 전진이 등장했어요. 온 몸을 바쳐서 충성하더니 6개월 정도 지나면서 봅슬레이가 끝나니까 갑자기 애가 힘이 떨어 지다라구요. 여자 친구도 생기고 군대 문제도 있고 속을 많이 썩이고 갔네요. 하하가 빠졌을 당시..

    2010/05/12 09:38
  3. 유재석 얼굴의 2배 귀염둥이 하하 + 유재석 귀여운 모습!-무한도전

    Tracked from 노천카페에서 상상을 즐기며  삭제

    무한도전 결방이 한달이 넘어가다 보니 무한도전 팬들의 아쉬움이 극에 달하고 있는데요. 그런 갈증을 무한도전의 귀여운 마스코트라 할 하하가 조금씩 풀어 주고 있는 듯 합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하여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몇개 되지도 않고 시간도 아주 짧은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있네요. 그만큼 무한도전과 무한도전 멤버들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는 뜻이겠지요. 참 안쓰럽기만 합니다. 오죽하면 그 짧은 17초 동..

    2010/05/12 09:38

5주년 맞은 '휴먼다큐 사랑'의 끝나지 않은 사랑이야기

아이를 낳고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소윤이 엄마. 곧 떠날 몸이지만 소윤이의 돌잔치를 위해 버티고 또 버틴다. 의학적으로는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는 그 몸으로 소윤의 첫 생일날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힘겹게 '곰 세 마리'를 불러주고 "생일 축하해"라고 말해준다. 그것이 소봉씨가 소윤이에게 해준 처음이자 마지막 생일 축하가 되었다.

'휴먼다큐 사랑 - 엄마의 약속'편을 통해 엄마라는 존재의 위대한 사랑을 보여주었던 소봉씨. 그렇게 엄마가 떠나고 이제 5살이 된 소봉씨를 빼닮은 소윤이는 '곰 세 마리'를 불러주면 싫어할 정도로 그 어린 시절 엄마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 소봉씨를 보내고 소봉씨가 쓰던 두건을 쓴 채 유방암 투병을 하고 있는 소봉씨의 엄마는 그 병조차 "몸소 체험하라고" 소봉씨가 '동지의식'으로 내려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소봉씨를 추억할 시간을 더 많이 갖기 위해' 건강을 찾아야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소봉씨의 사랑은 소봉씨 가족들의 기억 속에 살아남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심한 장애를 갖고 태어나 그 누구도 입양해가지 않던 '로봇다리 세진이'. 유난히 그를 사랑하는 독종엄마(?)의 아들이 된 세진이는 그 장애를 이기고 세계 수영대회에서 여러 번 메달을 딴 차세대 수영 기대주가 되었다. 재수 없다며 더럽다며 다른데 가서 수영하라는 편견을 이겨내며 수영을 배운 세진이는 물 속에만 들어가면 하늘을 날고 있는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울면서 "일반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던 그 세진이는 이제 중학교에 입학에 작은 영웅으로 불리고 있다. '휴먼다큐 사랑'을 통해 알려진 세진이의 삶은 이제 그가 엄마와 함께 하는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편견을 앓는 세상의 장애를 일깨워주고 있다. 공평한 세상. 자신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이겨낸 세진이는 이제 그 공평한 세상을 위해 매일 혹독한 연습을 이겨내고 대회에 나가고 강연을 다닌다. 장애와 아픈 아이들을 위해, 입양을 못간 아이들을 위해 뛰는 세진이의 사랑은 그렇게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행복이라는 것을 좀체 느껴보지 못했던 창원씨. 그에게 어느 날 나타나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던 영란씨는 말기암 투병 속에서도 밝게 웃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런 영란씨에게 "아직은 안된다"며 힘내라고 말하는 창원씨 역시 강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지만, 그녀가 잠이 들면 비로소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영란씨는 창원씨가 있기 때문에 살아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없으면 죽을 거 같아서 한 번도 마음 편히 가라고 얘기해본 적이 없다"며, 자신이 "너무 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들을 갈라놓는 이유가 죽음이 된다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어 예쁘게 사진찍자고 영란씨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힌 창원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너무 예뻐서 못 잊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 웨딩드레스가 창원씨가 영란에게 해준 마지막 선물이 되었다. 그리고 꽤 세월이 흘렀지만, 창원씨의 시간은 그 때 그 시간에 멈춰 있었다. 영란이 선물해준 시계는 이제 가지 않는다. 시계를 뒤로 돌려 "2555일만 가면 우리는 막 웃고 있을 것"이라는 창원씨의 마음 속에 영란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모든 기억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시간"을 찾기 위해 그는 지금도 기억 가장 먼 곳으로 떠나 고행하듯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가정의 달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시청자들을 감동하게 했던 '휴먼다큐 사랑'. 2006년 방영되어 5주년을 맞았지만, 그 때 보았던 그 사랑은 여전히 지금도 진행형이다. 우리가 일상으로 여기며 그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가치는, 그들의 힘겨운 시간들 속에서 한 순간조차 아름다운 삶의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휴먼다큐 사랑'은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떠나갈 몸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토록 아름답게 사랑하는 것이고, 그 사랑은 우리 생이 다해도 여전히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휴먼다큐 사랑'은 우리에게 넌지시 전해주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175 관련글 쓰기

◀ Prev 1 2 3 4 5  ... 11  Next ▶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13)
블로거의 시선 (88)
네모난 세상 (974)
생활의 발견 (44)
상투잡기 (4)
깊게보기 (2)
스토리스토리 (1)

달력

«   2010/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3,527,223
  • 6741,612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