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만 타면 망가지는 일상, 무엇이 문제일까

이른바 ‘투어리즘 포비아’가 <효리네 민박>에도 닥쳤다.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살던 제주도 집에 관광객들이 몰려와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일으켜 어쩔 수 없이 그 집을 JTBC가 매입했다는 것이다. 

JTBC의 이런 조치는 이효리 이상순 부부를 위해서도 또 방송 콘텐츠를 위해서도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제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해도 사생활은 보호받아 마땅하다. 그러니 이제 사적인 공간으로 살 수 없는 그 곳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 것 또한 당연하다. 게다가 JTBC 측이 밝힌 것처럼 제3자의 부지 매입은 자칫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효리네 민박>이라는 콘텐츠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 

방송이 일상으로 들어오게 된 이른바 ‘관찰 카메라’ 시대에 이제 일상은 방송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금은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과거 현장이란 방송의 중요한 소재이자 원천이었다. 어떤 현장을 잡느냐가 방송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 주목되지 않았던 곳도 방송이 포착해 놓으면 이른바 ‘관광명소’가 되어버리는 형국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효리네 민박>을 찍었던 그들의 제주도 집을 떠나게 된 상황은 일상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방송의 힘이 어느 정도까지인가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처럼 보인다. 물론 <효리네 민박>의 경우에는 도가 지나친 면이 있다.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은 그 곳이 사람 사는 곳이라는 걸 거의 망각한 채 문을 두드리고 심지어 무단 침입까지 했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고 해도 방송의 영향력은 이미 일상을 바꾸고 있다. 최근 북촌 한옥마을과 혜화동 이화 벽화마을에 벌어지고 있는 주민과 관광객 사이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본래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이 곳에 이토록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잇게 된 건 방송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1박2일>을 포함한 무수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 곳을 다녀간 후 국내는 물론 해외의 관광객들까지 그 곳을 찾고 있다. 심지어 관광버스가 관광객들을 단체로 내려놓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이러니 주민들의 일상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 문을 열어 놓고 이웃과 교류하며 살던 주민들은 이제 마구 집안 마당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문을 꼭꼭 닫아 걸고 있다. 그 곳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과 주민 간에도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혜화동 이화 벽화마을은 주민들에 의해 벽화가 지워지고 있어 더 이상 벽화마을이라 불리기 어렵게 됐다. 역시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심지어 공황장애를 겪는다는 주민들이니 그런 극단적인 선택이 당연히 이해가 된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제주도 집을 떠나게 된 상황은 너무나 아이러니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 집이 주목된 건 <효리네 민박>이 그만큼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효리네 민박>이 보여준 건 도시를 떠나 조용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이 아니었던가.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와 힐링이 되어주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이유로 화제가 된 그 집이 이제는 그들의 편안했던 일상을 파괴하게 되었다는 게 아닌가. 

사실 이런 일은 이미 방송가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던 일들이다. 이를테면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이 정선의 그 집을 유명하게 만들고 나서 관광객들이 줄을 이어 나중에는 방송에도 적지 않은 지장이 생긴 사례 같은 것이다. 방송이 특정한 유적지나 관광지를 찾아가기보다는 누군가의 일상으로 들어가 그 내밀한 묘미들을 관찰하게 된 건, 이제 대중들도 그런 시끌벅적한 관광지보다 그 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일상을 보여주고 나면 그 곳은 다시 관광지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관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관광객들이 그 곳이 관광지가 아닌 일상의 삶의 공간이라는 걸 안다면 조심하고 주의해야 하는 게 예의다. 특히 효리네처럼 그 일상이 소중하게 다가왔다면 그 일상을 지켜줄 수 있는 마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타인의 일상을 찾아가기보다는 그런 삶을 내 일상 속에서도 작게나마 시도해보는 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사진:JTBC)

이상한’이 가감 없이 보여준 요리·육아에 대한 편견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는 민지영의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위해 함박스테이크를 만드는 모습이 방영됐다. 사실 그 장면은 조금 낯선 느낌을 주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이 특이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요리를 하는 걸 보니 사실상 요리를 하는 건 시어머니였다. 자신이 메인 셰프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야채를 칼로 써는 모습만 봐도 어딘가 불안할 정도였다. 결국 요리의 끝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몫으로 남았다. 민지영의 남편 김형균은 요리를 하는 동안 갑자기 졸립다며 혼자 방에 들어가 낮잠을 잤다. 

그렇게 만들어진 함박스테이크을 민지영은 맛있게 먹으며 사진에 담았다. 그러면서 “시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첫 음식”이라는 것에 큰 의미부여를 했다. 김형균은 “시아버지가 만든 함박스테이크”라는 의미로 “시함박”이라 이름을 붙여 가족들을 모두 웃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시아버지의 요리로 즐거운 한 때를 보낸 가족의 풍경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요리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보였다. 즉 여성들에게 요리는 당연한 것이지만, 남성이 하면 “해주는 것”으로 여기는 편견이다. 물론 시아버지가 요리를 해준다는 것 자체가 기특한 일이긴 하지만, 그걸 이색적으로 여기는 분위기는 여전히 우리네 요리의 의무가 온전히 여성들에게만 부여되어 있다는 걸 에둘러 보여줬다. 

가장 프리(?)할 것 같았던 마리도 시어머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며느리라는 걸 김장을 함께 담그는 과정에서 보여줬다. 물론 각자 일정들이 있어 빠진 것이라고 해도, 김장처럼 몸 쓰는 일이 많은 일을 당연하다는 듯 여성들이 전담하는 건 우리 사회가 가진 요리에 대한 생각들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긴 손톱으로 힘들게 시어머니와 함께 김장을 담그고, 마침 돌아온 시아버지와 수육에 김치를 얹어 같이 먹는 장면은 그래서 단란한 가족의 한 때처럼 보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여성들의 전담 의무가 되어 있는 요리에 대한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육아에 있어서 이런 점은 더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수유 같은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서 그 육아를 온전히 여성의 몫으로만 남기는 건 불합리한 일이다.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원에 있는 김재욱과 그의 아내 박세미는 과연 육아에 있어서 똑같이 그 일을 분담해나갈 수 있을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관찰카메라라는 특징 때문에 우리가 지나치던 일상적 풍경들도 객관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어준다. 며느리들과 그들을 둘러싼 삶의 풍경들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여자가 하면 당연하고 남자가 하면 ‘해주는 것’이 되어 있는 요리나 육아의 세계. 그 편견들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 이상한 풍경의 발견으로 드러내주고 있다.(사진:MBC)

배성재, 믿고 보는 스포츠 아나운서의 진가

언젠가부터 월드컵 시즌이 되면 지상파 방송 3사는 스타플레이어들을 해설자로 앉히려 안간힘을 쓴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MBC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히 방송경험이 다져진 안정환을 세웠고 KBS는 지난 월드컵 시즌에 문어영표라 불리며 논리적인 예측을 했던 이영표를 내세웠으며, SBS는 영원한 캡틴 박지성을 처음으로 해설의 자리로 끌어냈다. 

해설자들에 따라 중계의 맛이 확실히 달라지고 또 다양해지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이 해설자들 틈에서 유일하게 믿고 보는 캐스터가 눈에 띈다는 건 특이한 사실이다. 바로 SBS 아나운서 배성재가 그 인물이다. 이미 축구만이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중계에서 맹활약을 하며 공고한 팬층까지 확보하고 있는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가 바로 그가 아닌가. 

이번에 SBS의 해설자로 박지성이 들어오게 된 것도 사실상 배성재와의 친분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박지성이 결혼한 김민지 아나운서를 소개해준 장본인이 바로 배성재다. <양세형의 숏터뷰>에 나온 박지성은 자신이 SBS 해설을 맡게 된 이유로, 배성재의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다고 피력한 바 있다. 그가 축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대중들과 나누었으면 한다고 설득했다는 것. 

배성재 아나운서가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가 됐던 그 과정은 드라마틱한 일화로 남아있다. 2006년 S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지만, 본인이 하고 싶었던 스포츠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일했던 배성재는 한 스포츠 경기 중계를 하면서 선배들을 모두 놀라게 했다고 한다. 처음 하는 스포츠 중계지만 너무나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 결국 그는 사내 경쟁을 뚫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메인 캐스터로 뽑혀 차범근 해설위원과 환상의 콤비를 보여줬다. 

SBS 아나운서실의 현역 최고참인 김태욱 아나운서는 배성재의 중계 스타일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신구의 조화’라고 표현했다. 즉 배성재의 중계는 쉬지 않고 말을 쏟아내는 옛날스타일이지만 동시에 지금 세대들이 좋아하는 유머 감각 같은 것들을 겸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배성재의 중계를 듣다 보면 꽉 짜여진 빈틈없는 경기중계 속에서 때때로 긴장감을 풀어주는 유머가 더해지기도 하고,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도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유머 섞인 말들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상당한 정보가 이미 들어가 있어 씁쓸한 상황에서도 웃음이 피어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이번 스웨덴전에서 패널티킥으로 한 골을 넣은 스웨덴 선수들이 계속 넘어져 부상을 이유로 시간을 끄는 모습에 배성재 아나운서가 “스웨덴이 가구 브랜드로 유명한 나라이기도 한데 편안하게 쉬다 일어난다”는 말 같은 게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배성재 아나운서의 캐스터로서의 능력보다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건 그가 가진 남다른 인성이다. 사실 아나운서로서 꽤 유명한 스타덤에 올라있는 게 사실이고 그래서 프리랜서로의 유혹도 많지만 배성재 아나운서는 지금 현재의 자리에 그 누구보다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사실 지금은 아나운서도 두 부류로 나뉘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나는 방송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에 만족해하는 아나운서와, 다른 하나는 방송사 바깥으로 나와 프리랜서로 방송인이 되는 아나운서다. 대부분은 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프리랜서를 택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방송사 소속 아나운서로서 자긍심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배성재 아나운서처럼 방송사에서 자기 역할에 충실한 모습은 다른 아나운서들에게도 어떤 귀감이 되지 않을까. 조금 유명해지면 프리 선언하고 방송인으로 전향하기보다는, 자기 분야에서 끊임없이 성장을 거듭해 최고의 역할을 해내는 그런 아나운서.(사진:SBS)

볼 것 없던 스웨덴전, 중계 대결 승자는 KBS 이영표

러시아월드컵 한국 대 스웨덴 전은 0대 1로 우리 팀이 패배했다. 워낙 팀 사이의 기량 차이가 컸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전후반을 통틀어 이렇다 할 슈팅 몇 번 차보지 못하고 거의 수비에 주력하다 파울로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패배했다는 사실은 시청자들로서는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더라도 열심히 했다는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받지 못한 건 그래서다. 

경기가 워낙 볼 게 없어서였을까.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는 경기보다 스포츠중계대결이 더 치열한 느낌이다. 지상파 3사가 각각 해설자로 내세운 KBS 이영표, SBS 박지성 그리고 MBC 안정환은 러시아로 가기 전부터 여러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들의 스포츠중계를 홍보했다. 지난 월드컵 시즌 때 문어영표로 불리며 분석에 근거한 해설을 보여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이영표는 이번에도 경기 전부터 다양한 분석들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 대표팀이 2002년 월드컵 이후 첫 경기에서 패배한 적이 없고 그 상대가 유럽팀이었다는 분석을 통해 기대감을 높였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다.

박지성은 <양세형의 숏터뷰>, <집사부일체> 등에 출연하면서 자신이 SBS의 월드컵 경기 해설을 맡게 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자신의 아내인 김민지 아나운서를 다름 아닌 배성재 캐스터의 소개로 만나게 됐다는 사실을 전했고, 해설을 통해 자신이 축구를 보는 방식을 국민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양세형의 숏터뷰>에서 경기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냐는 집요한 양세형의 질문에, 낙관적이지 않다는 솔직한 분석을 내놓으면서 결과보다는 경기를 우선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포츠중계에 있어서 박지성은 자신의 경험을 담은 해설을 선보였지만, 소리 자체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전달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SBS 중계는 그래서 배성재 캐스터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강했다. 워낙 스포츠 중계를 잘하고, 목소리가 귀에 잘 박히는 배성재 캐스터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이영표와 안정환의 해설이 어떠냐는 질문에, 이영표는 자신이 배워야 할 해설자라고 말했고, 안정환은 직설적인 해설로 재미가 있다고 말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번 중계에서 안정환의 해설은 과거 같은 직설적인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다. 훨씬 차분해졌지만 그래서 재미는 조금 반감된 느낌. 과거 김성주와 함께 콤비를 맞췄을 때와 사뭇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러시아월드컵 우리팀 첫 경기인 스웨덴전의 중계 대결 결과는 일단 이영표의 손을 들어줬다. 아무래도 플랫폼의 힘이 더해진 결과겠지만 KBS는 무려 17%(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내며 압도적인 우위를 드러냈다. 2위는 SBS(12.5%), 3위는 MBC(11.4%) 순이었다. 

사실 이번 러시아월드컵은 우리 팀이 죽음의 F조에 배정됐다는 소식과 함께 그다지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측들이 일찌감치 나왔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 그 어느 팀 하나도 쉬운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측대로 스웨덴전은 이렇다 할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 채 패배했다. 경기보다 더 치열한 느낌을 준 건 스포츠중계 대결이었다. 2002년 월드컵의 주역들이 나선 해설 대결. 여전히 우리 축구는 그 때의 추억 속에 머무는 느낌이다. (사진:SBS)

정치는 참여하는 것, 스타들의 투표 인증에 담긴 뜻

오늘은 제7회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아침 일찍부터 채시라의 투표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투표하러 가는 모습과 투표를 하고 나와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여러 장 뉴스로 보도되었다.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말해주는 기사지만 “투표하고 나오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같은 좋은 반응들이 이어진다. 

레인보우 출신 지숙은 새벽에 투표를 완료했다며 인스타그램에 투표 인증샸을 올렸다. 그는 “새벽 공기와 함께 투표완료! 오늘 꼭! 소중한 우리들의 권리 멋지게 행사하자고요”라고 글을 더했다. 강인비와 솔비 역시 일찌감치 인증사진을 올렸다. 그 사진에 붙은 댓글들을 보면 ‘참하고 예쁘다’는 반응이다. 투표를 했다는 사실과 그것을 인증함으로써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들어내는 호감의 표시들이다. 

사전투표를 마친 스타들의 투표인증 사진들도 일찌감치 올라왔다. 최수종·하희라 부부, 백종원·소유진 부부에서부터 개념 배우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정우성,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대한 보이밴드’ 방탄소년단, 위너의 강승윤, 우주소녀 멤버들,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함은정 등등이 사전투표 인증을 했다. 한편 장예원, 배성재 아나운서는 차범근 위원과 함께 러시아 월드컵 축구중계 가기 전 사전투표를 하고 인증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스타들이 투표소를 찾았고, 그 인증 사진들은 당연하게도 찍혀 SNS에도 오르고 기사로도 나왔다. 이 정도면 이제 투표일에 즈음해 스타들의 독려와 인증은 하나의 중요한 일로 자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보면 대중들에게 보여질 수 있는 기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들의 모습은 좋게만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또 하나의 풍경은 스타들의 투표 독려 참여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6.13 투표하고 웃자’ 캠페인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박나래, 박경림 등 19명의 유명 예능인들이 참여했다. SBS는 6.13지방선거 홈페이지를 통해 ‘셀럽보트 챌린지’를 진행했다. 드라마 <훈남정음>에 출연 중인 남궁민이 “투표 놓치지 말고 행사하라”고 투표를 독려했고, 정해인은 “우리 모두 투표하기 약속해요. 특히 누나들 제가 지켜보겠습니다”라고 재치 있는 멘트를 남겼다. 

투표 인증과 독려에 담긴 메시지는 단순 명료하다. 결국 정치는 참여하는 것이고, 그 참여를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투표’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제 정치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달라진 스타들의 면면이 담겨 있다. 아직까지 어느 정당이나 인물을 지지한다고 나서는 일은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정치에 참여하고 있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것으로 투표인증은 중요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 그 사람의 개념을 인증하는 것으로까지 여겨지는.(사진:최수종 하희라 투표인증사진)

'휴먼다큐 사랑' 승리커플 위대한 사랑, 처음엔 눈 의심했다

눈을 의심했다. 한쪽 팔과 한쪽 다리가 없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박항승씨가 수영을 하는 모습은. 4살 때 8톤 트럭에 치여 오른팔 오른 다리를 잃은 그였지만 그 얼굴에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활짝 웃고 있었고, 자신의 장애를 스스럼없이 얘기하며 농담까지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역시 늘 웃으며 그를 바라봐주고 지지해주는 권주리씨가 있었다. 이름에서 한 자씩 따서 ‘승리 커플’로 불리는 이 부부는 정말 이름처럼 사는 것 같았다. 항상 승리하려 하는 항승씨와, 그에게 주고 또 주는 주리씨.

MBC <휴먼다큐 사랑>에서 우리가 더 많이 본 건 ‘눈물 가득한 사연들’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나의 금메달!’편은 눈물보다 유쾌한 웃음이 가득했다. 물론 그들의 웃음 뒤에는 남다른 아픔과 상처가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 상처를 뛰어넘어 웃게 하고, 그 웃음을 통해 도저히 시도조차 할 수 없던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지게 된 건 바로 ‘사랑’이었다.

첫 만남부터 30분이나 지각한 주제에 애프터 신청도 하지 않고 가버린 항승씨. 장애가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고 나갔던 주리씨는 장애사실보다 연락처조차 묻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했다. 그래서 주선자에게 항의를 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친구로 지내다 연인이 되었다. 연애도 결혼도 모두 주리씨가 먼저 하자고 했다.

장애 사실 때문에 결혼 반대가 있었을 성 싶지만, 주리씨의 아버지는 “스스로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며 그의 선택을 믿어주었다고 한다. 아마도 장애를 갖고 있는 주리씨 동생을 통해 이 가족은 장애와 비장애 사이에 놓여진 현실의 벽을 일찌감치 느끼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뛰어넘을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승부욕이 강해 못하는 운동이 없다고 했지만 항승씨가 물이 두려워 도전조차 하지 못했던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건 주리씨 때문이었다. 팔, 다리 없이도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걸 확신한 주리씨는 수영장에서 함께 데이트를 하며 항승씨에게 수영을 가르쳤다. 또 겨울이면 스노보드를 타야 한다는 주리씨의 말에 항승씨는 절단된 다리로 스노보드 타는 법을 배웠다. 그들은 스키장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항승씨는 스노보드 선수로 국가대표가 되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배우자가 하고픈 것을 함께 하려 노력했던 것이 그가 도저히 할 수 없을 거라 여겼던 것들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나아가 기적 같은 일까지 만들었던 것. 이 이야기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것이었다. 사랑을 통해 얼마나 우리가 서로를 북돋워줄 수 있고 성장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것이니 말이다. 어찌 보면 스스로 한계를 긋고 넘어서려 하지 않는 마음이 진짜 장애가 아닐까 싶었다.

항승씨와 주리씨가 함께 서로를 내조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보통의 부부 사이에도 존재할 수 있는 마음의 장애가 이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한 손으로 야채들을 잘라 아내를 위한 요리를 하는 항승씨나, 3년 간 자신이 생계를 책임지며 항승씨에게 도전할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하고 그 후에는 90년 간 자신의 노예로 살라며 유쾌하게 웃는 주리씨에게서 부부 간의 흔한 역할 구분에 얽매인 마음의 장애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휴먼다큐 사랑>이 전한 박항승씨와 권주리씨 부부의 이야기는 눈물보다는 유쾌한 웃음이 가득했다. 그 결코 쉽지만은 않은 삶의 편린들이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며 “사랑한다” 말하는 항승씨의 모습에서 묻어났지만, 그래도 더 이들을 가득 채워주는 건 행복 가득한 웃음이었다.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당신은 나에게 금메달이라며 자신이 만든 종이 메달을 항승씨의 목에 걸어주며 환하게 웃는 주리씨의 모습에서 어떤 금메달로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사랑’이 느껴졌다.(사진:MBC)

'전참시' 방송 파문, 고의성 없었다지만 의도는 다분했다

“이 사건에서 제작진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계십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저도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아 조사위원들에게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인 행동이 있었다면 MBC는 그에 대한 강도 높은 책임을 물음으로써 좀 더 쉽게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MBC로서는 한 개인의 악행이라는 결론보다 훨씬 아프고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결론입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에서 세월호 뉴스보도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활용하고 거기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사용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마무리됐다. 결론은 ‘고의성’은 없었다는 것. 하지만 이 결론에 대해 대부분의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공식 입장을 통해서 MBC 최승호 사장 역시 그런 반응에 대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 누가 세월호 보도 장면을 예능 프로그램에 재미를 위해 갖다 쓰면서 ‘의도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조사결과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밝혀진 것처럼, 분명 그 세월호 보도 장면을 선택하고 뒷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한 건 제작진이다. 물론 그 영상을 선택한 사람과 직접 만진 사람 그리고 그렇게 흐릿하게 처리된 영상을 허용한 사람은 다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모두가 다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는 분명 그 장면이 세월호 보도 장면이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최승호 사장도 공식 입장에 이 부분에 대한 침통한 심정을 담았다. “가장 큰 문제는 세월호 영상인줄 알면서도 ‘흐리게 처리하면 세월호 영상인 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 해당 영상을 사용한 부분입니다. 타인의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 있는 영상을 흐리게 처리해 재미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식이 문제입니다. 방송의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편집하는 영상이 누군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고민하지 않는 안이함이 우리 제작과정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리고 MBC의 시스템은 그 나쁜 영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만들어진 뒤에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보도 장면이라는 걸 알면서도 재미를 위해 제작진이 그걸 활용했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고의성은 없었다’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지점은 ‘의도’가 있긴 있었는데 그 ‘의도’가 도대체 뭐였는가 하는 점이다. 

아마도 최승호 사장이 말하는 ‘고의성은 없었다’는 데 들어가 있는 의도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직접적인 조롱이나 비하의 의도를 말하는 것일 게다. 그런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작진은 왜 하필 그 아픈 장면까지 활용하게 된 걸까. 여기서 드러나는 건 다른 의도다. 그건 바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어떻게든 ‘재미’를 주겠다는 그 의도이고, 그 ‘재미’를 위해서라면 뭐든 가능하다는 인식이 만들어내는 의도이다. 

그런데 왜 이토록 재미를 위해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행위까지 하는 그런 불순한 ‘의도’들이 생겨나게 된 걸까. 거기에는 ‘경쟁적인 환경들’이 존재한다. 시시각각 시청률로 환산되며 비교되는 방송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시선을 잡아끌려는 의도. 또 방송사 내부의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데서 생겨나는 도덕적 해이. 그런 의도들이다. 

아마도 이번 사태를 ‘일베’의 침투라고 결론 내리고 관련자를 처벌한다면 보다 명쾌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이 문제를 ‘외부의 적’이 만들어낸 사안으로 처리하면 ‘내부의 문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일베에서 만들어진 영상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자주 벌어지지만, 이른바 ‘일베 논란’ 같은 사태들이 방송사에서 반복되어 터져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내부의 구조적 문제도 적지 않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방송사 내부에서 그 경쟁구도 속에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때로는 상식을 넘어서는 것조차 둔감해진 채 부절절한 영상을 편집해 사용하는 그 행위가, 일베에서 벌어지는 일과 무엇이 다른가. 일베는 저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비뚤어진 경쟁적인 시스템 안에 이미 태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 어떤 것이 되어버렸다. 재미와 관심을 위해서는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일들까지도 자행되게 된 환경. 

그래서 이번 사태는 일베가 아니라고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일베이고, 고의성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이미 내재된 의도가 시스템 속에 이미 있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최승호 사장이 말한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는 그래서 MBC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방송사들이 이번 사안을 ‘먼 산 불구경’이 아니라 자신들 내부에 존재하는 ‘불씨’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사진:MBC)

'전참시' 방송 파문, 제작진 몰랐다는 게 면죄부 될 순 없다

과연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의 제작진은 사전에 몰랐던 것일까. 예능 프로그램에 세월호 참사 보도 장면이 ‘조미료’처럼 편집되어 들어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보고 또 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 장면이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려는 웃음의 재료로 쓰였다니. 어떤 변명을 해도 상식적으로 결코 납득될 수 없는 일이다.

이 비상식적인 장면은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에 삽입되었다. 마치 속보라도 들어온 것처럼 뉴스 보도 장면에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이 붙여 웃음을 주려 했던 것이었다. 보도 앵커 뒤편에 담겨진 세월호 침몰 장면은 블러 처리되어 있었지만 그 장면이 세월호 참사 보도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하필이면 어묵을 먹는 장면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도 대중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어묵은 일베 일부 회원이 세월호 희생자분들을 모욕하는데 활용됐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대중들은 MBC에 일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이미 해당 장면이 블러 처리되었다는 사실과 일베를 연상케 하는 어묵 장면에 삽입됐다는 점은 제작진이 사전에 알고 한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제작진은 해당 장면을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 받은 것’이라고 했다. 즉 제작진은 그 장면이 세월호 참사 보도 장면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제작진은 사과와 함께 ‘삭제조치’ 그리고 향후 이 문제를 MBC 내부에서 엄밀히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 아무리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 받은 것이라고 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 역시 책임을 모면하기는 어려운 일이 된다. 편집과 자막은 결국 최종 제작진의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선택에는 그 자료의 선별과정 또한 포함되는 일이다. 파문이 커지자 MBC 최승호 사장이 직접 SNS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는 글을 게재했다. 또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유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일베 논란을 일으킨 많은 사건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 바 있다. 그 때마다 방송사들은 내부적인 책임자 처벌과 향후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자체 검증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 검증 시스템은 늘 구멍을 보여왔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렇게 된 건 방송,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자료화면’을 통한 편집이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특히 ‘관찰카메라’ 형식이 이제 대세로 자리 잡은 예능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찍어온 영상을 어떻게 편집하고 자막을 얹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질감의 웃음이 만들어지는 결과를 보이게 됐다. 평범한 장면도 편집을 통한 일종의 ‘조미료 치기’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게 된 것.

문제는 이게 과도해질 때다. 적절한 조미료야 원 재료의 맛을 돋워줄 수 있지만, 아예 조미료만으로 맛을 낼 때는 과한 인위적인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런 조미료에 대한 강박은 이번 사건 같은 말 그대로의 ‘방송 참사’가 빚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건 이제 부수적인 일이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의 성패를 결정짓는 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집과 자막이 사실상 그 프로그램의 생사를 가르는 일이 된 지금, 그 검증에도 그만한 인력과 노력이 투여되고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또한 과도한 편집과 자막에 대한 강박 역시 결국은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지적 참견 시점>처럼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프로그램이라면 더더욱 그렇다.(사진:MBC)

‘휴먼다큐 사랑’, 꽃보다 예쁜 엄마와 어머니 그리고 딸

“어머니 꽃 같으세요. 꽃 같아요.” 시어머니 김말선씨의 105세 생신날, 며느리 박영혜(68)씨는 활짝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곱게 단장하신 시어머니에게서는 젊어서 특히 단정했을 그 모습이 그려진다. 그 생신을 축하하듯 영혜씨의 친정엄마 홍정임씨가 구성지게 노래를 불러준다. “청춘을 돌려다오-” 이제 웃을 일이 없을 것만 같은 나이지만, 시어머니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다시 돌아온 MBC <휴먼다큐 사랑> ‘엄마와 어머니’편이 예쁘게도 담아낸 사랑과 사람의 풍경이다. 

며느리이자 딸 영혜씨도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다. 그러니 그 나이에 엄마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운신도 혼자 하지 못하시고 밥숟가락도 혼자 들기 버거워 하시는 시어머니는 그 깔끔한 성격 때문에 기저귀에 대변을 보고 자꾸만 손으로 파고 뭉개놓는다. 그런 삶을 벌써 10여 년째 살아내고 있는 며느리지만, 속상한 마음이 자꾸 시어머니의 속을 긁는 소리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105세의 연세라도 속상한 건 마찬가지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또 며느리가 고생하는 걸 안타까워하는 시어머니는 밥을 더 이상 안 먹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그래야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테니. 결국 시어머니를 극진히 보살피는 와중에 항상 뒷전이 되어버리는 친정엄마가 나선다. 친정엄마는 당신도 허리가 안 좋으시지만 시어머니의 입에 연신 숟가락을 넣어주고, 기분 좋아지라고 노래도 불러준다. 

물론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의 사이가 늘 좋은 건 아니다. 친정엄마의 사소한 말 몇 마디에 시어머니는 아이처럼 토라져 대꾸 한 마디 않고 돌아눕는다. 하지만 그럴 때 마음을 풀어주는 건 흥 많고 쌓아두지 않는 성격인 친정엄마다. 친정엄마는 들꽃 몇 개를 꺾어 병에 꽂아 가져와서는 “할머니꽃은 어떤 거야?”하고 묻는다. 그 화해를 신청하는 마음이 꽃보다 아름답다. 

<휴먼다큐 사랑> ‘엄마와 어머니’편에서 특히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건, 이 세 사람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다. 영혜씨는 한 때 몸이 아파 요양원에 시어머니를 맡긴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몸보다 마음이 더 무거워 결국 시어머니를 집으로 모셨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시어머니를 보살피며 살아가는 영혜씨에게서는 인간으로서의 어떤 숭고함 같은 것마저 느껴졌다. 

그런 딸을 보는 친정엄마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안쓰러운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친정엄마는 가타부타 그런 표현을 하지 않는다. 대신 딸의 부담을 어떻게 하면 덜어줄까 생각하고, 시어머니와 말동무도 되어주고 딸처럼 챙겨주기도 하면서 마음을 쓴다. 그런 친정엄마를 시어머니는 그 누구보다 의지하고 있었다. 

며느리와 사돈이 자신 때문에 고생한다는 걸 알고 있는 시어머니는 자꾸만 ‘죽음’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사라져야 저 두 사람이 그래도 편안하게 살아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 있는 게 일상인데다, 표정조차 별로 드러내지 않는 시어머니지만 그래서인지 며느리와 사돈에게 종종 높임말이 흘러나온다. 그 마음이 또한 먹먹하게 다가온다.

엄마와 어머니 그리고 며느리. 이렇게 세 사람은 모두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지만,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느껴진다. 그들은 젊어서 어쩌면 친정엄마, 시어머니, 딸, 며느리 같은 호칭으로서 살았을 게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그런 호칭이 중요하지 않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서 있다. 

세 사람이 함께 걸어가는 장면은 그래서 마치 우리네 삶을 축약해 보여주는 것만 같다. 운신이 불편하신 시어머니가 탄 휠체어를 친정엄마가 뒤에서 밀어주지만, 어찌 보면 허리가 좋지 않은 친정엄마가 시어머니의 휠체어에 의지해 함께 걷는 것처럼 보인다. 그 옆에서 딸이자 며느리인 영혜씨가 지팡이를 집고 함께 걸어간다. 그 장면은 마치 함께 지지하며 걸어가는 동행이야말로 우리네 삶을 그 무엇보다 예쁘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만 같다.(사진:MBC)

조용필 90도 인사, 굴욕이라 비난 말고 그 겸손을 배워라

인사는 왜 하는가.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나누기 위해서 하는 게 인사일까. 물론 권위주의 시대의 인사란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나뉘어 받는 사람의 권위나 지위가 더 높다는 걸 확인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과연 온당한 생각일까. 

인사는 반가움의 표시다. 윗사람 아랫사람을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받는 사람 따로 있고 하는 사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위와 나이를 떠나서 반가움이 크면 그 마음을 더 크게 표현할 수 있다. 또 인사는 자신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자신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때때로 어르신이 청춘에게 어떤 일에 대해 감명을 받고 “존경합니다”라고 말하는 경우, 우리는 그 어르신의 높은 인격을 오히려 더 느끼게 된다. 

조용필은 이미 칠순이다. 그가 지난 27일 판문점 평회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김정은 위원장 부부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었다. 조용필은 김정은 위원장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내외에게도 똑같이 인사했다. 물론 조용필을 잘 아는 팬들이라면 그가 팬들 앞에서도 그렇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는 걸 알고 있을 게다. 

그런데 그것이 ‘굴욕적’이란다. 그냥 간단히 인사를 했어야 했는데 허리까지 굽힌 것이 그렇단다. 지적이 있었고 비난이 생겼으며 논란도 일어났다. 무슨 의도에서 그런 것인지 정치적인 해석까지 덧붙여졌다. 그런데 뭐가 ‘굴욕적’일까. 예의를 다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고개를 숙여 겸손을 보인 것이 굴욕적인가. 

조용필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명했다. “조용필은 평소에도 그렇게 인사를 한다”며 “특정인을 의식했다거나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조용필은 평소 길에서 팬들을 만나더라도 똑같이 대한다. 항상 누구에게나 같은 자세로 인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 연예인들은 팬들이 나이가 많건 적건 상관없이 똑같이 90도 각도로 인사하는 게 상례가 되어 있다. 그건 자신들을 사랑해주는 팬들에 대한 일종의 예우이고, 고마움의 표시다. 그러니 이제 칠순에 가깝도록 현역 최고의 가왕으로 살아온 조용필에게 이런 인사법이 습관처럼 생긴 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이번 해프닝이 드러낸 건 조용필이 왜 지금껏 가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처럼 보인다. 가왕이라 불려도 항상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를 가져온 것이 그 비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나이 많다고 고개 뻣뻣이 들고 인사를 받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것이 ‘굴욕적’이었을 게다. 그런 모습에는 과거 권위주의적인 시대착오적 모습이 비춰질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조용필은 그러지 않았다. 관계와 예우에 있어서 누가 위에 있고 누가 아래에 있다는 식의 겉치레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잘 치러지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겉치레 보다는 진심이 더 중요하다는 그 남다른 생각이 있어서였다고 보인다. 누가 더 힘이 강한가를 내세워 대결하기보다는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고 손을 잡는 모습이 다른 체제로 나뉜 남북을 새로운 길로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니 말이다. 조용필은 겸손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것은 왜 지금도 대중들이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는가를 말해주는 것이었다.(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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