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보니 아니더라? ‘아는 와이프’ 호평과 혹평을 가르는 건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가 하려는 이야기는 과거를 되돌려 첫사랑 이혜원(강한나)의 남편이 된 차주혁(지성)이 서우진(한지민)의 진가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본래 멜로를 좋아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코미디를 더 좋아하는 서우진. 그가 멜로를 좋아한다 여겼던 건, 울고 싶을 때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는 걸 차주혁은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서우진을 괴물로 만든 건 바로 자신이라는 것도. 

즉 <아는 와이프>는 ‘만일 ...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판타지를 통해 담아내면서 우리가 현실에 치여 놓치고 있던 것들을 그 체험을 통해 깨닫게 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는 조금 뻔한 면이 있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지만 ‘지금 당신 옆에 있는 배우자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가상 체험일 수 있어서다.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마치 저 <구운몽>의 이야기처럼 모든 게 일장춘몽이었다고 끝나는 건 아닐는지.

가상 체험은 자못 자극적인 코드들을 담을 수 있다. 이를테면 남편이 아내를 바꿔 살아보는 이야기나, 아내가 미혼상태로 돌아가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는 그런 내용들이다. <아는 와이프>에도 이런 코드들이 들어간다. 차주혁이 과거를 바꿔 깨어났을 때 그의 침대 옆에서 함께 자고 있는 와이프는 이혜원이라는 걸 발견한다. 그리고 이혜원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차주혁의 품에 안긴다. 바로 몇 분 전 서우진의 남편이었던 차주혁이 몇 분 후 이혜원의 남편으로 살아보는 것. 자극적일 수 있다. 

이는 서우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차주혁에게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긴 하지만, 자신에게 대시하는 윤종후(장승조)와의 관계에서도 싫지 않은 감정을 갖는다. 물론 서우진의 경우 진짜 판타지는 독박육아에서 벗어나 싱글로서 살아가는 삶 자체일 것이다. 차주혁과의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벗어나 있다는 그 사실. 

그런데 이런 ‘가상 체험’ 판타지를 더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것이 마치 스와핑 같은 불륜적 코드들을 정당화하는 장치로 보여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가상 체험 판타지지만 느끼기에 따라 그것이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적 의미’로 다가오는 분들이 있는 반면, 그저 자극적인 불륜 코드의 정당화로 느껴지는 분들도 있다. <아는 와이프>는 이 아슬아슬한 양극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호평도 나오지만 혹평 역시 쏟아지는 이유다. 

즉 과거를 바꿔 현재를 바꿔 살아보는 가상 체험 판타지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분들에게 <아는 와이프>는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 판타지가 너무 상투적이라고 여기는 분들은 <아는 와이프>가 너무 뻔한 주제를 내세워 사실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주혁이 과거를 바꿔 현재의 아내를 바꿔 살아가는 그 선택을 하고는, 이제 와서 서우진의 주변을 맴돌며 그에게 대시하는 윤종후를 막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시퀀스는 이 인물의 ‘찌질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어서다. 선택을 했으면 그만한 책임 또한 따른다는 걸 그는 왜 모를까. 차주혁의 그런 행동을 정당화라도 시켜주겠다는 듯, 그의 아내인 이혜원이 정현수(이유진)라는 가짜 대학생과 불륜적 상황을 보이는 이야기도 그렇다. 그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래서 자극적 코드를 위한 설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일 ...었다면’이라는 판타지 코드가 가진 양극단의 느낌을 그나마 상쇄해주는 건 지성과 한지민의 연기다. 지성은 자칫 욕먹을 수 있는 차주혁의 우유부단함과 찌질함을 적당히 망가지는 캐릭터 연기를 통해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연기를 선보인다. 한지민은 ‘하드캐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귀여움과 절절함과 털털함을 넘나들며 누구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더해준다. 그래서 이즈음에서 한번쯤 이 드라마가 하는 방식의 가정을 떠올리게 된다. 만일 지성과 한지민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사진:tvN)

‘아는 와이프’, 한지민을 보면 우리의 착각이 깨진다

저 사람이 내가 아는 그가 맞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하는 때가 있다. 지금 삶의 맥락 바깥으로 살짝 벗어났을 때 우리가 안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사람이나 삶은 의외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누군가에 의해 부추겨진 세속적인 욕망과 클리셰에 빠져버린 일상 속에서 진짜를 보지 못했던 삶이 그 바깥으로 나왔을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 게다. 이 드라마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건 서우진(한지민)이라는 인물이 다른 상황에서 얼마나 다른 인물로 다가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는 남편 차주혁(지성)에게는 분노조절 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숨 막히는 아내였지만, 과거를 되돌려 첫사랑에 성공함으로써 재벌가 딸인 이혜원(강한나)과 결혼해 살아가게 된 차주혁이 다시 만난 그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사랑스럽고 건강한 인물이다.

그렇게 바뀐 운명을 살게 된 차주혁의 시선을 통해 <아는 와이프>는 과거의 서우진과 현재의 서우진이 어째서 그리도 다른가를 들여다본다. 그것은 서우진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차주혁이 현실에 지쳤다는 핑계로 놓치고 있던 것들이 그를 달라보이게 하는 것이다. 흔해져버려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는 일터에서의 갑질과, 집으로 돌아오면 마치 자신만이 전담해야 하는 일처럼 의무가 되어버린 독박육아. 남편은 자신도 힘들다고 자그마한 숨 쉴 공간 하나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지지고 볶는 워킹맘으로서 숨막혀하고 있던 서우진이었다. 

그 때 차주혁은 서우진이 얼마나 힘겨워 하고 있었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저 자기만 힘든 줄 알았다. 하지만 과거의 운명을 되돌려 이혜원과 결혼하게 된 그가 자신이 다니는 은행에서 다시 서우진을 만나고 그가 얼마나 밝고 건강한 사람이었는가를 새삼 발견하면서 그는 깨닫는다. 본래 서우진은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그래서 이 드라마는 차주혁이라는 남성의 시선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어찌 보면 지금 현재 평균치 남성들의 시선을 가진 차주혁은 전형적인 남성 판타지의 한계를 가진 인물로 시작한다. 차주혁은 돈 많은 아내 덕분에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아가는 드라마 속 남성들의 로망처럼 그려지지만, 정작 그는 조금씩 그것이 허망한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다. 

재벌가 장인 댁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고, 살아왔던 배경이 완전히 달라 이혜원의 삶의 방식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상경해 집을 찾은 자신의 부모에게 호텔을 잡아주겠다는 혜원의 말은 이해는 되지만 남편에 대한 배려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서 사서 내놓은 듯한 스테이크보다 그는 우연히 찾았던 서우진의 집 어머니가 싸준 갓김치가 더 당긴다. 그는 문득 서우진과 함께 갔었던 분식집의 떡볶이와 돈가스 그리고 빙수가 그립다.

<아는 와이프>는 틀에 박힌 막연한 판타지들이 가진 허구성과 일상 속 깊이 스며들어 있어 체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우리네 삶의 불평등 같은 것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를테면 재벌가 사위로 살아가는 차주혁이 게임 전용 소파까지 구비된 거실의 풍경이나, 은행에서 여직원들에게 당연하다는 듯 커피 심부름을 하는 그런 일들이 그렇다. 하지만 이런 허구와 불편한 풍경들이 등장하는 건 그것이 당연한 삶이라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판타지들이나 불편한 풍경들이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던 것들이라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다. 

차주혁의 시선에서 가장 그 편견을 깨는 인물은 바로 서우진이다. 어떤 진상 고객 앞에서도 당당하고, 분노 조절 장애와는 정반대로 자신의 감정을 자제할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가졌다. 뒷얘기에조차 뒤끝 없이 풀어내는 털털함이 있고, 무엇보다 명랑하고 밝아 주변 사람들까지 밝게 만드는 건강한 에너지가 있다. 차주혁은 그를 보며 그가 알고 있던 그 아내가 맞나 다시금 눈을 의심하게 된다. 

서우진의 이러한 상반되어 보이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가 가진 핵심적인 메시지와 연결된다. 그래서 서우진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한지민은 우리가 알던 그 한지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귀여운 고등학생과 삶에 찌든 억척스런 워킹맘 그리고 그 누구보다 밝고 사랑스러운 직장인의 모습을 넘나들며. 

과연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안다 착각하며 살아가는 걸까. <아는 와이프>는 그 이야기를 차주혁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가진 채 살아온 남성의 시선을 통해 질문한다. 그가 봐왔던 것들과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표피적인 것들이었으며, 비뚤어진 것인가를 그가 서우진을 달리 바라보게 되는 시선을 통해 담아낸다.(사진:tvN)

‘라이프’ 보고 나면 다른 드라마들 너무 느슨하게 느껴진다는 건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는 여러 모로 드라마 시장에 만만찮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비밀의 숲>을 통해서도 입증된 바지만, 이수연 작가의 작품은 그 압축적인 밀도와 입체적인 접근이 기존 드라마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확인시킨 바 있다. 생각해보면 단 한 사람이 살해되는 <비밀의 숲>이 무려 16회 동안 긴장감을 잃지 않고 몰입감을 주었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하다. 

<라이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밀도와 입체감을 선사하고 있다. 늘 봐오던 의학드라마가 아닌 자본주의가 침투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시스템을 병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담아내고 있는 <라이프>는 이제 겨우 6회가 방영됐을 뿐이지만, 그 이야기 전개의 촘촘함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잠깐 장면 몇 개를 놓치게 되면 그 이야기가 갖는 뉘앙스를 따라가지 못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밀도의 드라마다. 

밀도도 밀도지만 사건을 다루는 입체감 또한 남다르다. 단순히 구승효(조승우)라는 총괄사장이 부임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예진우(이동욱)로 대변되는 의사집단의 반발을 선악구도로 그리는 줄 알았던 시청자들은, 어느 순간 구승효가 꼬집는 의사들도 별 수 없는 사적 욕망의 치부를 보며 사건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이는 실제 현실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사안들이 바로 그런 복잡성을 띄고 있어 단순한 선악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걸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말하고 있다는 증거다.

절대적인 악인 줄 알았던 구승효가 어느 순간에는 선한 얼굴처럼 보이다가, 다시금 그것이 고도의 계산된 수읽기에 따른 것이라는 게 또 드러난다. 갑자기 병원에 적자를 내는 3과를 지방 전출 보내려던 걸 말 한 마디로 뒤집어 버리는 그는, 실제 원하던 것이 그것이 아니라 병원 내의 적과 아군을 판별하고 그 틈새를 찾아 이익이 날 수 있는 곳에 자기 식의 경영을 하려는 심산이었다는 걸 드러낸다. 

물론 시청자들로서는 이만큼 촘촘한 밀도가 다소 따라가기 힘겹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이 속내를 숨긴 채 자신들의 욕망을 추구하는 입체적인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복잡하게 다가올 수 있다. 구분선이 명쾌하지 않고 마치 미로에 들어간 것처럼 중첩되어 있는 사안들과 인물들 때문에 혼돈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라이프>라는 작품은 여타의 많은 드라마들이 쉽게 그려내곤 했던 이른바 ‘현실’이라는 걸 보다 정밀하게 담는 작품이 된다. 다소 시청률이 빠지더라도 이 작품이 갖는 남다른 가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건 일단 이 복잡한 미로 같은 <라이프>의 세계에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하면 다른 드라마들이 너무 느슨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몇 편이면 끝날 이야기를 장황하게 멜로를 엮어 길게 늘이곤 하는 우리네 드라마들이 새삼 지루하게 여겨진다는 것. 이미 미드 같은 해외의 드라마들이 추구하는 그 밀도와 입체감은 이제 우리네 드라마에도 조금씩 요구되고 있다. 그래서 <라이프>가 만들어놓은 밀도와 입체감은 향후 우리네 드라마가 조금 더 깊은 완성도로 나아가는 길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사진:JTBC)

‘미스터 션샤인’의 독특한 정조는 문학적 코드에서 나온다

김은숙은 문학적 코드들을 작품 속에 담는 걸 즐기는 작가다. <시크릿 가든>에서 길라임(하지원)에게 사랑을 느끼는 김주원(현빈)이 읽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대표적이다. 김주원은 독백을 통해 자신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에 걸린 것이 분명하다’며 자꾸만 끌리는 길라임에 대한 혼란스러운 마음을 이 문학적 코드를 활용해 드라마에 담아낸 바 있다. 

또 그 작품에서는 길라임을 향한 김주원의 마음이 그의 서재를 채운 시집의 제목을 통해 다뤄지기도 했다. ‘너는 잘못 날아왔다(김성규),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황인숙),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황동규), 가슴 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홍영철),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진동규)’의 문구가 그것이다. 문학작품이 가진 그 특유의 진지함이 드라마의 상황과 어우러지며 독특한 정조를 그려냈다.

이러한 문학적 코드의 인용은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시집을 읽는 김신(공유)이 문득 “아저씨”를 외치며 달려오는 지은탁(김고은)을 보며 읊조리는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이 그것이다.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업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김은숙 작가가 꿈꾸는 문학적 상징들은 이번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분위기 있는 개화기 ‘하오체’와 엮어지면서 독특한 정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수나 놓으며 꽃으로만 살아도 될 텐데. 내 기억 속에 조선의 사대부 여인들은 다 그리 살던데”라며 유진 초이(이병헌)가 애신(김태리)이 선택한 의병으로서의 삶을 안타까워하자 애신이 하는 답변이 그렇다.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요.”

또 유진 초이가 애신에게 자신이 노비임을 밝히는 장면 역시 문학적 코드들이 대사와 연출을 통해 들어가면서 아련한 느낌을 만들었다. 도요지를 찾아가던 길에서 처음 같은 배에 동승했던 그들이 한 겨울 꽁꽁 언 그 얼음 위를 함께 걸어가는 장면 자체가 그렇다. 그건 두 사람 사이의 신분의 벽이 가져올 관계의 위태로움을 살얼음판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그 곳에서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으며 유진 초이가 던지는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에는 누가 사는 거요. 백정은 살 수 있소? 노비는 살 수 있소?”라는 대사는 그 상징적인 장면과 어우러져 절절함이 더해졌다. 

이 드라마에서 ‘함께 같은 방향으로 걷는다’는 행위는 그들의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면서 동시에 같은 대의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유진 초이가 편지의 내레이션을 통해 전하는 마음은 그래서 그 시적인 ‘동행’의 의미가 더해져 독특한 시대적 정조를 그려낸다. “나란히 걷는다는 것이 참 좋소. 나에겐 다시 없을 순간이라 지금이.”라는 애신의 말에 유진 초이는 편지에 ‘하마터면 잡을 뻔 했습니다. 걷자고, 저기 멀리까지만, 나란히. 조선에서 전 저기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저기로, 저기 어디 멀리로 자꾸만 가고 있습니다.’라고 적는다.

애신이 스스로 ‘불꽃’의 삶을 선택했다고 말했을 때도 유진 초이는 편지에 적는다. ‘참 못됐습니다. 저는 저 여인의 뜨거움과 잔인함 사이 어디쯤 있는 걸까요.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더 가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꽃 속으로. 한 걸음 더. 요새 전 아주 크게 망한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면 어색할 수 있을 이런 다소 문학적인 대사들이 개화기라는 시대적 상황과 마주하며 그 시대가 겪은 처연한 정조까지를 담아낸다. 김은숙 작가의 세계가 훨씬 깊은 감정적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다.(사진:tvN)

‘친애하는’이 던지는 질문, 누구를 위한 법인가

“법이 무슨 자격이 있어요. 사람 앞에서.” 한강호(윤시윤)는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장정수(문태유)에게 그렇게 말했다. 임산부였던 장정수의 아내는 음주운전을 한 배민정(배누리)의 차에 치여 사망했다. 하지만 배민정은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법정에서 가짜 눈물 연기를 하며 변호를 통해 결국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 후에도 배민정을 따라다닌 장정수는 그가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술 마시고 웃는 모습에 분노했다. 법정에서 그가 “저 여자는 악마”라고 외친 건 그래서였다. 

장정수는 1인 시위를 통해 ‘판사의 자격’을 물었다. 그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판사의 자격은 겸허하고 언제나 선행을 거듭하고 무언가 결정을 내릴 만큼의 용기를 가지며 지금까지의 경력이 깨끗한 사람이라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한강호가 그에게 다가가 사람 앞에 법은 자격이 없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 건 법의 무력감을 절감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피켓 하나 들고 땡볕에 서서 무언가를 항변하는 1인 시위자들을 어디서든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무엇을 항변하고 있었던 걸까. 얼마나 억울한 사정들이 있었으면 그 뜨거운 날씨에도 누군가를 향해 그 답답한 마음을 외치게 됐던 걸까.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황이 뒤바뀐 현실을 계속 보여준다. 처음 등장한 재벌가의 갑질 폭행 사건에서도, 연예인의 음주운전 사건에서도 가해자들은 법 뒤에 숨어 웃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피눈물을 흘렸다. 법이 피해자들의 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들에 의해 유용되는 현실. 가진 자들은 돈의 힘으로 법을 자신들의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피해자들은 가진 게 없다는 이유로 또 다른 가해를 당한다. 

게다가 가진 자들은 변호사는 물론이고, 검사, 판사까지도 제 마음대로 움직이려 한다. 뒷돈이 오가고 거기에 휘둘리는 판결에 의해 그들은 사적인 치부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들이 생겨난다. 누군가는 시력을 잃어버렸지만 그 권력 앞에 싸울 힘조차 내지 못하고, 누군가는 아내와 아이를 잃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분노한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홀로 저 땡볕에 나와 피켓 하나 들고 시위를 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어디 그런 1인 시위에 그 누가 눈 하나 깜짝하는가. 어쩌다 형의 판사복을 입게 된 한강호는 배민정 재판에 내린 판결에 대한 장정수의 분노어린 일갈에 공감한다. 초범이라 낮춰진 형량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에 법이 무슨 자격으로 ‘용서’를 해주냐고 묻는 그의 항변. 결국 한강호는 1인 시위를 하는 장정수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나 같은 놈이 재판을 맡아서.” 

현실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가 판타지로 그려지고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제목에 담긴 것처럼 억울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판사에게 항변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졸지에 판사가 되어버린 한강호가 그 사연들을 들어주고 그 아픔을 공감하는 모습이 못내 뭉클하게 다가오는 건, 무수히 많은 억울한 사건들이 현실에 존재하지만 거기에 대해 그 어느 누구도 사과를 받은 적이 있었을까 싶기 때문이다. 이런 법이 과연 사람 앞에 자격이 있다 말할 수 있을까.(사진:SBS)

‘라이프’, 조승우의 진짜 얼굴은 도대체 어떤 걸까

도대체 구승효 총괄사장(조승우)의 진짜 얼굴은 뭘까. 경영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된 응급센터,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지방병원으로 파견 보내겠다는 방침으로 의사들의 반발과 파업 결의까지 일으켰던 그는 돌연 그 방침을 뒤집었다. 지방병원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한 것. 그렇게 쉽게 결정을 번복할 거였다면 왜 그토록 강경하게 의사들을 몰아세웠던 걸까.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의 구승효 사장이 가진 오리무중의 행보를 보다 보면 새삼 자본주의의 두 얼굴이 느껴진다. 그가 의사들을 몰아붙였던 건 실제로 지방 파견을 보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숨겨진 노림수들이 들어 있었다. 첫째는 상국대학병원이 의사들만의 힘으로 굴러가는 곳이 아니고 이제 화정그룹의 경영 하에 움직인다는 걸 실력행사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지방 파견이라는 한 마디에 병원 전체가 시끌시끌해지는 그 상황을 통해 의사들이 경영진의 존재를 확실히 느끼게 됐던 것.

둘째 노림수는 그 혼돈 과정을 통해 인물들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가 그 혼돈 속에서 드러나게 됐던 것. 예진우(이동욱) 응급의학센터 전문의는 조용히 지내던 모습에서 구승효와 대적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주경문(유재명)은 상국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병원 내부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의사라는 본분을 지키려 구승효와 맞서게 되었다. 

반면 김태상(문성근) 부원장은 간에도 붙었다가 쓸개에도 붙었다 하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구승효와의 독대를 통해 자신이 원장이 되려는 일에 서로가 도움이 된다는 걸 확인시키면서, 동시에 병원의 실세들인 오세화(문소리) 신경외과 센터장, 이상엽(엄효섭) 암센터장, 서지용(정희태) 안과 센터장을 만나 자신을 밀어달라고 요구한다. 자신이 원장이 되어 사장을 몰아내겠다는 것. 그는 과연 사장 편일까 아니면 의사들의 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원장이 되고픈 욕망을 위해 어느 쪽이든 활용하는 인물일까.

김태상과 손을 잡은 듯한(?) 구승효는 슬쩍 약품을 독점적으로 납품하는 자회사를 설립할 거라는 걸 그에게 말한다. 사실상 불법이지만 비영리법인처럼 만드는 편법으로 그렇게 하면 화정그룹으로서는 큰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승효가 이 자회사를 통해 약품은 물론 건강보조식품까지 납품하게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순차적이다. 

먼저 병원 각 부서들의 감사를 통해 약물 투약이 잘못되어 사망한 환자의 기록을 찾아내 의사들을 압박한다. 그리고 그 사건을 언론에 알려 공론화함으로써 의사들 역시 저마다의 욕망을 가진 폐쇄적인 집단이라는 걸 드러내면서 궁지로 몰아넣는다. 의사들도 반발한다. 그것이 너무나 인력이 부족한 시스템 때문에 생겨난 문제라는 것. 구승효 사장은 그것까지 염두에 둔 것인지 다음 단계를 진행한다. 이른바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바코드로 찍기만 하면 환자가 어떤 약물을 투여받아야 하는지 또 약물 투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가 쉽게 확인된다. 

그런데 그 바코드 시스템에 의해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 편리함에 빠져들게 되자, 그 시스템을 제공한 제약회사의 약품과 건강보조식품이 들어온다. 의사들은 건강보조식품까지 영업해야 하는 상황에 반발하지만, 이미 바코드 시스템에 적응되어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구승효 사장은 반발하는 의사들에게 확실하게 자신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각인시킨다. 그저 병원의 의사가 아니라 화정그룹이라는 기업에 돈을 받고 일하는 의사들이라는 것. 

구승효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에 이노을(원진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그의 정체가 무엇인가를 궁금해한다. 소아병동에 데려갔을 때 아기들을 보던 그 모습이 진짜인지, 아니면 돈벌이를 하려 병원 내에서 벌인 일련의 조치들이 진짜인지 헷갈리는 것. 갑자기 유기견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서는 일도 마찬가지다. 수행비서인 강경아(염혜란)가 우연히 반려견의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엄청났던 병원비용을 얘기한데서 구승효는 이것이 돈이 될 거라는 걸 직감했던 터다. 

구승효에게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그 하나는 무심한 듯 친절해 보이는 모습이다. 서산의 땅 주인을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마치 그 분의 입장을 이해하는 듯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를 통해 얻어가려는 자신의 이익이 존재한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처해있는 자본주의의 두 얼굴이 아닐까. 편리함이라는 부드러움으로 다가오지만, 거기에 종속되고 나면 이익이라는 진짜 얼굴을 드러내는. <라이프>가 구승효를 통해 보여주는 놀라울 만큼 치밀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얼굴.(사진:JTBC)

‘라이프’, 우리는 얼마나 사태를 단순하게만 봤던 걸까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사태를 단순하게만 봐왔던 걸까.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를 보다 보면 언론에 나오는 일면적인 기사에 일희일비하는 우리들의 성급한 단정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본래 사태란 여러 욕망들이 뒤섞이고 부딪치면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작금의 병원이 처한 문제를 다루는 <라이프>는 이러한 단순함을 성급하게 담으려 하지 않는다. 의사들의 입장과 경영진의 입장이 부딪치고 그 어느 쪽이 완전히 옳고 그르다 성급히 판정하지 않는다. 어느 쪽도 공과 과가 공존하고 그것은 그런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는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 

처음 상국대학병원에 등장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응급센터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의 지방 전출 명령을 내리는 구승효(조승우) 총괄사장은 의사들과 대립하게 되면서 마치 자본주의의 대변자처럼만 그려졌다. 그래서 의사들은 어딘가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숭고한 존재들처럼 여겨졌지만, <라이프>는 이야기를 이 단순한 구도로 끝내지 않는다. 

구승효는 병원 내에 있었던 약물투여가 잘못되어 벌어진 환자의 사망사건을 끄집어내 그런 잘못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의사집단의 어두운 면을 폭로한다. 물론 그것은 구승효가 의사들과의 대결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조처지만, 그 폭로로 인해 의사들이 그렇게 숭고한 존재들만은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해준다. 그들 역시 저마다의 욕망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하는 어쩔 수 없는 인간들이라는 것이다. 

한편 차가운 독종으로만 알았던 구승효가 이노을(원진아)과 함께 소아병동을 돌면서 보여주는 마음의 흔들림은 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보통의 인간이라는 걸 드러내준다. 집으로 돌아와 잠든 어머니를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그 옆에 누워 보는 그의 모습은 여느 집의 풍경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 소아병동에서 봤던 아이를 떠올리며 “나도 어릴 때 많이 아팠냐”고 어머니에게 묻는 구승효는 채산성만 얘기하던 그 독종이 아니다.

그런데 의사들도 사정이 없는 건 아니다. 잘못된 약물투여로 죽은 환자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는 회의에서 주경문(유재명) 흉부외과장은 그런 사망사고까지 벌어지게 되는 자신들의 현실을 토로한다. 그는 불친절하고 낡아 폐쇄된 병동 때문에 많은 환자를 잃었던 과거를 얘기하며 그 병동의 이유가 바로 ‘재정적자’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 병동은 매년 3,40억의 재정적자를 내고 있었다는 것. 물론 3,40억은 큰돈이지만, 도 전체의 1년 예산 12조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돈이었다. 

“전 늘 묻고 싶었습니다. 그 돈 3,40억이 그렇게 아까웠어요? 그 돈이 그렇게 목말랐습니까? 진짜 문제는 폐쇄 자체가 아닙니다. 당시 의료원 문제 많았습니다. 예 인정합니다. 하지만 문제점은 고쳐서 어떻게든 개선시켜서 다시 쓸 수 있는 나름의 기회였는데, 고민대신 날려버렸어요. 지방의료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그냥 없애버렸습니다.” 혈세 낭비라는 성급한 여론에 밀려 지방 공공병동 하나가 사라져버린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주경문은 설파한다.

“구승효 사장님. 저희 흉부는 늘 인력이 부족합니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너무나 쉽게 말하죠. 요즘 젊은 의사들이 돈 되고 편한 데로만 몰려서라고요. 하지만 우리 젊은 후배들 전부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헌데 왜 한 해에 나오는 흉부 전문의가 전국에 스무 명이 되지 않을까요. 병원이 흉부에 투자를 안해서입니다. 적자 수술이 많아서. 병원이 채용을 안해서입니다. 일할 데가 없어서요. 그래도 우린 오늘도 수술장에 들어갑니다. 만분의 일의 사고 위험도로 환자를 죽인 의사라는 비난을 들어도.”

이것은 ‘환자를 죽인 의사’라고 섣불리 매도했던 그 의사가 처한 현실이다. 경영진의 입장과 의사들의 입장 그리고 그 일면만이 기사화되어 보도됐을 때 우리들이 보였던 입장들이 <라이프>라는 드라마를 통해 드디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비단 병원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벌어졌던 무수한 사안들을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단순하게만 판정해온 건 아니었을까. <라이프>의 다각적인 시각은 우리의 성급함을 반성하게 만든다.(사진:JTBC)

‘식샤를 합시다3’에서 먹방을 빼면 멜로밖에 없다는 건

먹어도 너무 먹는다. 물론 애초부터 <식샤를 합시다>는 먹방을 소재로 했던 드라마였다. 그러니 음식이 등장하고, 그걸 먹는 장면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분량이 상상 이상이다. 7회에 등장한 청춘시절 구대영(윤두준)이 이지우(백진희)와 떡볶이집에서 만나 한바탕 떡볶이 먹방을 하는 장면은 무려 8분 가까이 이어졌다. 

이지우는 구대영에게 떡볶이와 튀김은 물론이고 다 먹은 뒤 밥을 볶아 먹고는 후식으로 팥빙수를 먹는 것까지 그 노하우들을 설명했다. 떡볶이에는 계란 후라이를 넣어 노른자를 풀어 먹으면 기름이 잘 섞여 더 고소하고, 튀김은 떡볶이 국물이 아닌 마요네즈에 찍어 먹어야 눅눅하지 않고 더 맛있다고 했다. 밥을 볶은 데는 단무지를 잘게 잘라 넣어 아삭한 식감과 새콤한 맛을 더하고, 매운 음식을 먹었으니 후식으로 시원한 팥빙수를 먹어줘야 제 맛이라는 것. 

그 장면만 놓고 보면 이게 드라마인지 아니면 먹방 프로그램인지가 헷갈린다. 음식 먹는 노하우를 아주 자세히 구체적으로 설파하면서 간간히 구대영과 이지우 사이에 오가는 썸을 슬쩍 슬쩍 드러내는 것. <식샤를 합시다>가 어떤 정체성을 가진 드라마인가를 이 장면은 잘 보여준다. 드라마도 드라마지만 일단 먹방이 갖는 감각적인 요소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욕망을 끄는 드라마가 바로 <식샤를 합시다>다. 

그래서 먹방을 빼놓고 보면 도대체 이 드라마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가 애매해진다. 물론 본래 의도는 살다보니 ‘입맛을 잃어버린’ 이지우 같은 삶에 지친 이들에게 음식을 통해 청춘시절의 설렘을 찾아 되살려보겠다는 것. 그래서 입맛도 살리고 살맛도 나게 하겠다는 게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먹방이 점점 전면에 내세워지고 본격화되고는 있지만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는 멜로 구도 속에서 그 애초 의도는 점점 흐릿해져간다. 

보험왕으로서 영업을 하던 구대영은 바로 그런 직업적인 요소가 얽혀 그가 보여주는 음식을 먹는 장면에도 묘한 페이소스 같은 걸 만들었다. 하지만 시즌3에서 보험회사를 그만두고 선우선(안우연)의 회사에 스카웃되어 본격적으로 자신의 먹는 노하우를 설파하기 시작한 구대영에게서는 그런 직업적인 배경의 그림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어버린 옛 여자친구와 새로 관계를 맺어가는 이지우와의 엇나가고 만나는 멜로적 상황들이 놓여 있을 뿐이다. 

그래서 7회 한 편의 이야기를 먹방을 빼고 보면, 여자친구가 있는 줄 알고 구대영을 피했던 이지우가 그 여자친구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 정도가 전부다. 청춘 시절에 회고담으로서 시험기간에 벌어졌던 일들이 다뤄졌지만 시트콤적인 해프닝 그 이상은 아니었다. 

물론 모든 드라마가 진지할 필요는 없지만, <식샤를 합시다3>가 아쉽게 느껴지는 건 그 좋은 소재, 이를테면 ‘음식을 통한 삶의 위로 혹은 회복’ 같은 이야기를 너무 평이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오해로 빚어진 남녀관계의 소원함이 실제사실을 알고 풀어지는 그런 단순한 멜로 그 이상을 담기는 어려운 것일까. 너무 길어진 먹방만큼 단순한 해프닝과 입맛을 자극하는 장면들 그 이상의 ‘삶의 허기’를 담아낼 수는 없는 걸까.(사진:tvN)

‘라이프 온 마스’의 특별한 해피엔딩, 시즌2도 가나요?

역시 엔딩도 <라이프 온 마스>다웠다.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이 함께 공존하는 마무리. 의식을 찾고 현실로 돌아왔던 한태주(정경호)는 내내 무의식 속 코마상태에서 만났던 1988년 동료들을 구해내지 못하고 왔다는 것을 후회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무의식을 향해 달려갔다. 그것은 건물 옥상에서 저편으로 뛰어버리는 것을 뜻하는 것이지만, 조폭들에 둘러싸여 맞아죽을 위기에 몰린 동료들을 구하러 가는 길이기도 했다. 

그렇게 1988년으로 돌아간 한태주는 결국 동료들을 구했고, 그들과 계속 그 곳에 남아있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여전히 의식 저편에서 날아오는 목소리들이 있었고, ‘서울 전출명령’이 내려지면서 그것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말에 한태주는 잠시 망설였지만, 마치 자신이 만든 또 다른 분신처럼 등장한 의사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는 건가요?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한태주씨가 웃으면서 살아가는 곳이 바로 현실이에요.” 결국 그는 의식 저편에서 날아오는 목소리들을 무시했고 강력3반 동료들과 계속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그 곳이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두 개의 시간을 오가는 설정의 장르물들이 꽤 많이 등장했지만, <라이프 온 마스>는 타임리프 판타지가 아니라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는 독특한 설정의 장르물이었다. 사고로 의식을 잃은 동안 무의식 속에서 1988년을 겪게 되었던 것. 하지만 이 드라마가 특별한 건 그 무의식을 그저 빠져나와야 할 망상으로 치부한 게 아니라, 그 곳에 머물고픈 마음이 들 정도로 정이 넘치는 공간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1988년에서 만난 강동철(박성웅), 이용기(오대환), 조남식(노종현) 그리고 윤나영(고아성)이 한태주를 의식이 아닌 무의식 속으로 끌어들인 장본인들이었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지만 그래도 그 누구보다 의리와 정이 넘치는 강동철은 마치 형처럼 한태주를 챙겼고, 늘 투덜대며 명령조차 무시하곤 했던 이용기는 한태주에게 술을 따라주며 풀어진 마음을 드러냈다. 경찰보다는 미스 윤이라 더 많이 불리며 커피 타는 일을 더 많이 했던 윤나영은 자신을 유일하게 인정해줬던 한태주가 마음을 조금 열자 반색하는 얼굴이었다. 

그들이 있어 이 드라마의 의식보다 더 끌리는 무의식의 이야기가 가능했다. 물론 <라이프 온 마스>는 수사 장르물로서의 결을 보여준 드라마지만, 또한 별 감흥이 없는 의식세계와 행복감을 주었던 무의식 세계 사이에서 한태주가 어떤 걸 선택할 것인가를 통해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드라마는 웃지 않고 무표정하게 살아가는 삶이 코마에 빠져 행복감을 느끼는 삶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니 말이다. 

워낙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들이 쏟아졌기 때문일까. <라이프 온 마스>는 시즌2에 대한 암시를 에필로그 속에 담아 두었다. 1988년으로 돌아간 한태주가 강력3반 동료들과 사건현장을 향해 떠나는 장면과 함께 에필로그는 죽은 줄만 알았던 김현석(곽정욱)의 전화를 받는 모습을 담았다.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리메이크 작품이었지만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라이프 온 마스>는 우리 식의 해석들이 참신하게 채워졌던 드라마다. 리메이크라면 응당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 대본과 연출의 완성도가 돋보였고, 무엇보다 정경호, 박성웅을 위시해 오대환, 고아성 같은 배우들의 호연이 몰입감을 높였다. 이 제작진과 배우들이 모두 함께 시즌2로 돌아올 수 있기를.(사진:OCN)

‘미스터 션샤인’, 눈물 났던 당대 의병들의 숭고한 선택들

“작금의 조선에 조선의 것이 없다.” 구동매(유연석)에게 붙잡힌 이름 모를 아무개, 의병은 칼날이 자신의 목줄기에 닿아 있는 와중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 구동매는 그 의연함이 궁금하다. 자신을 돈이 되는 일에 목숨을 걸지만, 이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거는 걸까. 그래서 묻는다. 그 이유를. 

그러자 이 아무개가 조선의 사정들을 줄줄이 읊어 놓는다. 열강들이 수탈해간 조선의 모든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하는 것”이란다. “이런 나라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다른 이를 발고하면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해놓은 구동매는 적이 당황한다. 그 아무개는 “내게 단 한 명의 이름도 듣지 못할 것”이라며 스스로 칼날을 목으로 당긴다. 가까스로 자결하는 걸 막은 구동매가 “미쳤냐”고 묻자, 아무개가 말한다. “들키면 튀고 잡히면 죽는다.” 그리고 백 번을 잡아도 자신의 동지들 누구든 그렇게 할 거라고 일갈한다. 칼자루는 구동매가 쥐었지만 그는 아무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처참하게 베인다. 자신의 삶이 새삼 보잘 것 없어지는 그런 느낌.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이 짧은 장면은 구동매에게 앞으로 일어날 심경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지만, 그 안에는 그렇게 아무개로 남을 그들의 숭고한 선택에 대한 뭉클함이 들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이 작품이 진정 하려는 이야기일 게다. 그 중에는 지체 높은 애기씨도 있지만 이름 모를 촌부들도 있고, 노비에 백정 출신도 있으며 무엇 때문에 이런 위험한 일에 뛰어들었는지 알 수 없는 아낙네도 있다. 

주인공들은 그 많은 아무개로 남은 의병들을 대변하는 인물들로 서 있다. 머슴이었지만 부모가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인의 신분으로 돌아온 조선인, 백정의 아들로 일본에서 칼잡이가 되어 돌아온 일본인 조선인, 그리고 악덕 지주양반의 아들로 태어나 방탕한 삶으로 자신을 저주하듯 살아가는 룸펜 조선인, 아버지의 손에 의해 일본인에게 팔려가듯 결혼해 남편이 죽자 돌아와 호텔사업을 하는 일본인 조선인 여인, 미군들과의 전투에서 죽은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을 안고 포수로 위장해 의병활동을 하고 있는 조선인 등등. 

그 중 유진 초이(이병헌)와 구동매 그리고 김희성(변요한)은 서로 다른 국적을 갖고 있지만 묘한 관계로 얽힌다. 어느 주점에서 한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는 그들에게 주인이 ‘동무’냐고 묻자 그들은 모두 아니라고 답한다. 하지만 김희성이 자신들을 “미국인인 조선인, 일본인인 조선인, 잘생긴 조선인”이라고 농담처럼 표현한 것처럼, 그들은 조선인이라는 하나로 묶여져 있다. 그리고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걸 자꾸만 일깨우는 한 인물이 존재한다. 바로 고애신(김태리)이다. 고애신이 선택한 쓸쓸하지만 숭고한 그 선택 앞에 세 남자는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갈까” 고민 중이다. 

유진이 애신에게 “꽃으로만 살아도 될 텐데. 내 기억 속 사대부 연인들은 다들 그리 살던데”라고 묻자 애신이 하는 말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나도 그렇소.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거사에 나갈 때마다 생각하오. 죽음의 무게에 대해. 그래서 정확히 쏘고 빨리 튀지....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우린 얼굴도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꼭 필요하오. 할아버님껜 잔인하나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 하오. 불꽃으로. 죽는 것은 두려우나 난 그리 선택했소.”

개화기 혼돈의 시대이기는 하나 그 나라를 위해 초개같은 자신의 삶을 던졌던 청춘들 역시 어찌 사랑이 없었을까. 애신의 유진을 바라보는 사랑이 가득한 눈빛과 그러면서도 의병의 삶을 향해 불꽃처럼 달려갈 거라는 그 말의 교차는 그래서 더더욱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거기에서는 의연함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선택은 그래서 나비효과를 만들어내며 주변 사람들을 움직인다. 어느 아무개 의병의 말 몇 마디에 구동매가 칼날보다 더 아픈 상처를 입었듯이, 애신의 불꽃 같은 몇 마디 담담한 이야기는 유진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참 못됐습니다. 저는 저 여인의 뜨거움과 잔인함 사이 어디쯤 있는 걸까요.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더 가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꽃 속으로. 한 걸음 더. 요새 전 아주 크게 망한 것 같습니다.’ 유진의 이 읊조림은 그가 이 여인의 삶 깊숙이 들어가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것은 애신이 말했듯 출신도 성차도 뛰어넘는 숭고한 대의다. ‘얼굴을 가리면’ 그들에게는 조선이 그토록 신분과 계급으로 짓눌렀던 억압을 뛰어넘어 ‘다 같은 아무개’가 된다. 추운 겨울 꽁꽁 언 얼음길을 애신과 유진이 함께 걸으며 유진이 자신을 노비신분이라 털어놓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살 얼음길 같은 그 ‘함께 가는 길’에 유진은 그 신분차이가 큰 장벽이라 여기지만 과연 애신도 그럴까. 죽음을 향해 기꺼이 달려가는 불꽃같은 삶에 그건 아무런 장벽이 되지 못하지 않을까. <미스터 션샤인>은 이름 없이 등장했다 사라져간 의병들이 어떻게 그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되고 어떻게 불꽃처럼 살다 스러져 갔는지를 애신과 유진 같은 인물들을 통해 아프게도 그려내고 있다.(사진:tvN)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499)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288)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3,090,399
  • 502591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