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내투어’, 김생민 만큼 돋보이는 박명수

tvN <짠내투어>는 여러모로 최근 ‘짠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생민을 중심으로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이다. 여행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은 넘쳐나고, 그 많은 프로그램들이 이른바 ‘욜로’를 주창하며 어떤 여행의 판타지를 건드렸다면, <짠내투어>는 보다 현실적인 여행이 주는 공감대를 추구한다. 

3박4일의 여정동안 김생민, 박나래, 정준영이 각각 하루씩 일정을 스스로 짜서 여행을 하고 이를 평가해 최고 점수를 받은 이가 마지막 날 ‘스몰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혜택으로 제공하는 방식. ‘짠내’를 아예 내놓고 하는 여행이지만 이들의 여행은 저마다 달랐다. 

아끼고 아끼는 걸 여행에서도 당연하게 지켜가는 김생민의 첫 날이 곤궁해도 오히려 체험 하나하나의 가치를 더 느끼게 해주는 여행이었다면, 박나래의 둘째 날은 저렴한 비용에도 가성비 높은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정준영의 마지막 날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적은 비용으로도 여유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짠내투어>는 그 제목에서 묻어나듯 김생민이라는 캐릭터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다른 이도 아닌 김생민이 출연하는 <짠내투어>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관심을 가진다. 실제로 박나래가 데려간 선술집에서 얼마나 먹었는지 계산을 잘 못하는 박나래와 달리 김생민은 척척 먹은 걸 계산해내는 모습으로 다른 출연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게다가 ‘아껴야 한다’는 사실을 아예 생활의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해도 너무 한다”는 식의 웃음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짠내투어>에서 김생민만큼 중요하게 보이는 인물은 박명수와 박나래다. 김생민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담당하고 있다면 박명수와 박나래는 상황을 웃게 만드는 양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박명수는 예능 9단으로서의 밀고 당기는 방식으로 이 ‘짠내’나는 여행에 감칠맛을 만들어낸다. 

이를 테면 이런 야외 예능 자체가 낯선 김생민에게는 그 특유의 캐릭터에 대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아껴도 너무 아끼는 그를 핀잔주다가도, 때론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칭찬을 해주기도 한다. 한 끼라도 제대로 먹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진 박나래가 미슐랭 별을 받은 집을 찾아가기 위해 2시간이나 열차를 갈아타는 와중에 박명수는 끝없이 투덜댐으로써 그 생고생을 웃음으로 바꿔놓는다. 그러다가도 막상 그 음식점에서 맛을 보고는 2시간을 찾아올 만하다고 솔직한 찬사를 보낸다. 

박명수는 김생민에게는 핀잔과 칭찬을 반복해 이 프로그램에 적응하게 해주고, 개그계 후배인 박나래에게는 계속 구박을 주면서 코미디적인 합으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정준영에게는 뭘 해도 잘 한다고 칭찬을 해주는 모습으로 박나래와 비교시키며 웃음을 준다. 이런 밀당은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건 김생민, 박나래, 정준영이 투어를 짜는 역할이고, 박명수는 그걸 평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일 수 있다. 결국 박명수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그 여행의 평가가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중심축에서 박명수가 다른 출연자들을 놓고 밀고 당기는 모습을 보면 실로 자유자재라는 느낌을 준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는 늘 2인자를 자처했다. 한 번은 1인자 역할을 부여받은 적이 있지만 잘 적응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유재석을 앞세운 2인자 역할이 자기 자리라는 걸 확인시켜주곤 했다. 하지만 적어도 <짠내투어>를 보면 박명수가 유재석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 위치나 프로그램에 따라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그걸 효과적으로 해내는 모습. 김생민식의 여행을 담는 <짠내투어>지만 박명수의 진가가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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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도'는 평균 이하인 분야에 도전할 때가 제 맛이다

퀴즈 문제를 내고 얼토당토않은 답을 내놔 웃음을 주는 방식은 예능 프로그램의 고전적인 코드 중 하나다. 하지만 MBC 예능 <무한도전>이 가져온 ‘수학능력시험’은 이러한 퀴즈형 예능 코드와는 한 차원 다른 웃음의 격이 느껴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진짜 이번 수학능력시험의 시험지이고, 그것을 풀면서 멘붕에 빠져버리는 멤버들의 면면들이 주는 어떤 공감대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결과야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던 사람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난 후 보는 시험이 낯설 수밖에 없고, 그 시험에 나오는 지문들이 기억에 남아있을 턱이 없다. 게다가 끊임없이 변화해온 시험의 경향이나 내용들은 더더욱 <무한도전> 멤버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을 게다. 

그나마 영어영역에서 괜찮은 점수가 나온 건 그것이 이후에도 계속 써먹는 분야여서다. 수학영역은 사실 따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건 당연한 사실 아닌가. 하지만 국어영역처럼 어찌 보면 우리가 일상영역에서 늘 들여다보는 분야가 그토록 어렵게 다가오는 건 이례적이다. 한번쯤 수학능력시험의 국어영역 문제를 시험 삼아서라도 들여다본 분들이라면 우리말이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웠나를 실감했을 것이다. 

응시자가 넘쳐나니 변별력을 갖기 위해 문제들이 어려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저런 문제들이 대학에 들어가서도 아니 사회에 나와서도 여전히 쓸모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래서일까. <무한도전> 수학능력시험에서 출연자들이 문제를 보며 황당해 하고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체념하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무한도전>은 물론 그 특유의 방식과 캐릭터로 수학능력시험에 처한 출연자들의 여러 면면들을 보여주며 빵빵 터트리는 웃음을 선사했다. 시험을 치르기 전 수능금지곡을 들려줘 혼란에 빠지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그랬고, 시험을 보며 머리를 쥐어짜는 모습이나 나중에 답을 맞추며 하나도 맞은 게 없는 자기 시험지를 놓고 바보처럼 어색한 웃음을 짓는 모습들이 그랬다. 

그 시험을 직접 치렀을 수험생들이라면 이들이 보여주는 이 멘붕 상황들이 어떤 공감대와 함께 통쾌함마저 주었을 것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무한도전>식의 수험생 위로법처럼 보인 건 그래서다. 예를 들어 조세호가 영어영역에서 53점의 높은(?) 점수를 맞자 유재석이 “너 무도랑 안 어울린다”고 말하는 대목이 그렇다. <무한도전>은 초창기 그토록 외쳤던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지향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물론 지금 <무한도전>이 가진 위상은 이미 최고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기 출연하고 있는 멤버들이 모두 저마다 프로그램 한두 개씩은 이끌어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능력시험’ 같은 ‘새로운 실제영역’은 이들이라고 해도 여전히 ‘평균 이하’임을 끄집어내면서 동시에 보통의 대중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위로할 수 있는 방식이 남아있다는 걸 보여줬다. 

역시 <무한도전>은 초창기 그들이 외치고 다녔던 ‘평균 이하’의 캐릭터였을 때 가장 빛난다는 걸 ‘수학능력시험’ 특집은 확인시켜줬다. 또 이미 최고의 위치에 오른 그들이지만, ‘수학능력시험’처럼 여전히 그들이 ‘평균 이하’임을 증명해주는 ‘도전 분야’는 아직도 많다는 것도. 웃으면서 공감하고 그리고 그 공감 안에서 어떤 위로까지 느껴지는 맛. 이것이 바로 <무한도전>이 지금껏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힘이 아닌가.(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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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통해 현재를, ‘알쓸신잡2’가 보여준 역사의 묘미

사실 어사 박문수의 이야기를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tvN <알쓸신잡2>가 천안에서 펼친 수다 속에 등장하는 박문수의 이야기는 어쩐지 새롭고 흥미진진하다. 그것은 단지 수업을 통해 배우는 역사가 아닌 수다로 들려주는 역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같은 역사 이야기에서도 현재적인 입장에서 새로운 시각이 덧붙여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사라는 직종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해 ‘감시’라는 관점에서 장동선 박사가 질문을 하자 유시민이 ‘보고하는 자’가 ‘보고받는 자’를 콘트롤하면 시스템이 붕괴된다는 사례를 소비에트를 예로 들어 이야기하고, 유현준 교수가 ‘권력’의 기제가 ‘나를 숨기고 다른 사람을 훔쳐볼 수 있는 사람이 권력을 가진다’는 것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와 마패에 그려진 말의 수가 그만큼 멀리 있는 것까지 들여다본다는 권력을 얘기하는 대목이 그렇다. 

어사 박문수에 관한 일화들을 들은 적은 있지만 어사라는 직종이 가진 권력의 구조를 풀어서 이야기하고, 거기서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풀어냈던 파놉티콘의 감시구조를 끄집어내 암행어사라는 직종이 가진 효과가 일종의 파놉티콘 감시구조와 같다는 걸 유추해낸다. 실제로는 어사들이 많이 활동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어사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시체계가 기능했다는 것. 여기서 유시민은 당시 어사들이 몇 백 명씩 있었지만 알려진 인물이 박문수 정도인 이유일 수 있다고 추론했다.

어사 박문수의 이야기에서 권력과 감시의 기제까지 풀어나가는 <알쓸신잡2>의 이야기는 우리가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읽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역사란 과거의 기록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면의 이야기들을 들여다봐야 하고 또 그것이 현재에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를 생각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아마도 우리는 이 불운한 가족사를 대부분 알고 있지만 <알쓸신잡2>는 여기에 부모 자식 간의 교육적인 관점과 가족이 만들어줄 수 있는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에 대한 감성적인 이야기를 덧붙인다. 

영괴대를 다녀온 유현준 교수가 그 짠한 마음을 전하면서 꺼내놓은 사도세자의 이야기에서 유시민은 영조가 사도세자를 훈육했던 방식은 너무 지나쳤다는 걸 지적했다. 하고픈 걸 못하게 하고 과도한 요구를 함으로써 자식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했다는 것. 결국 파행을 저지르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그 상황을 통해 유시민은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지금의 부모 자식 간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당대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였던 홍대용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사실 세종대의 장영실 같은 놀라운 과학자의 성취들이 있었지만 그것이 후대에 거의 사라져버린 사실에서 유시민은 조선이 “망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한탄했다. 그것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천대하는 사회”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장영실의 사후에 아무런 기록도 남아있지 않고, 마지막 기록으로 남았던 가마가 망가져 장 100대를 맞았다는 그 기록의 미스터리에서도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만큼 과학자를 천시하는 분위기였다는 것. 이 이야기에서는 실리적인 학문에 대한 천시 같은 시대착오적 생각들이 한 나라를 망하게도 할 수 있다는 현재적인 울림이 느껴졌다.

<알쓸신잡2>를 보다 보면 과연 우리의 역사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저 역사의 기록만을 적시하고 그것을 암기해 시험문제를 푸는 것으로서 역사교육을 가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진짜 역사 교육이라면 이처럼 사료로 남은 몇 줄의 글귀 속에서도, 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 속에서도 새로운 현재적 의미들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흥미진진한 <알쓸신잡2>의 역사이야기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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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집중된 ‘강식당’, 힐링보다는 멘붕 예능

새로 시작한 tvN 예능 <강식당>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시작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이미 제주도에서 식당을 열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갔고, 강식당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어 추첨을 통해 손님을 받는다는 기사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기존의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들이 주로 호의적인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던 것과 달리, <강식당>은 크고 작은 잡음들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첫 방송. 평일 밤 케이블로서는 높은 5.4%(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냈다. 당연한 결과다. 

tvN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의 멤버들. 왼쪽부터 은지원 이수근 강호동 송민호 안재현. 강호동이 들고 있는 것이 ‘강식당’의 시그니처 메뉴 ‘강호동까스’다. CJ E&M 제공<강식당>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호불호가 나뉘게 된 것도 당연하다. 그건 태생적으로 <윤식당>을 강호동 아니 <신서유기> 버전으로 패러디한 데서부터 안고 있던 숙명이다. <윤식당>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건 그 낯선 타국에서 자그마한 한식당을 연다는 그 자체가 주는 ‘힐링’ 때문이었다. 장사를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덜어내고 음식을 통한 외국인들과의 소통에 집중했고, 이윤을 남기려 안간힘을 쓰는 ‘현실 장사’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장사를 하고 나면 바로 가게 앞의 바닷가로 풍덩 뛰어들어 쉴 수 있는 일터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이런 힐링의 분위기를 좋아했던 시청자들에게 <강식당>은 그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첫 방이 보여준 <강식당>의 색깔은 힐링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이 음식점을 열고 직접 요리를 해내야 하며 손님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그 현실 자체가 주는 ‘멘붕’이 <강식당> 첫 방이 보여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런 멘붕이 <윤식당>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윤식당>이 그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부각시켰던 건 식당 직원(?)들의 갈등이 아니라 더 끈끈해지는 동료애 나아가 유사가족애 같은 것이었다. <강식당>은 시작 전에 새벽 3시까지 고기를 펴는 중노동을 하고, 가게 오픈 첫 날 한꺼번에 들어온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슬슬 올라오는 갈등들을 담아냈다. 강호동이 연실 “화내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런 <강식당>의 남다른 분위기를 드러낸다.

<강식당>은 <윤식당>과는 달리 진짜 음식점을 오픈할 때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리얼리티쇼 형태로 잡아낸다. 그러면서 <신서유기>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멤버들의 남다른 캐릭터들을 이 멘붕 상황 속에 집어넣어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낸다. 그들은 손님을 맞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 장면들, 이를 테면 평생 음식을 먹기만 했지 만들어보지는 못했다는 강호동이 요리를 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는 장면이나, 강호동 이미지에 걸맞는 거대한 돈가스를 내놓고 놀라는 손님에게 남기면 우리 형이 다 먹을 거라고 말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예고편에서 슬쩍 보여줬듯이 <강식당>은 애초에 실패담을 목적으로 했는지도 모른다. 하루 재료 준비를 위해 쓴 돈이 그 날 번 돈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 나오는 황당한 웃음이나, ‘사장이 더 많이 먹는’ 이라는 <강식당> 앞에 붙은 수식어가 주는 웃음 속에는 모두 실패가 주는 웃음의 포인트가 담겨져 있다.

이것은 그래서 <윤식당>에서 따온 <강식당>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은 <신서유기 외전>이라는 지칭이 더 어울리는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신서유기>가 중국이나 베트남에 가서 드래곤볼을 얻기 위해 이런 저런 게임을 벌이며 그들이 보여주는 것이 생고생이나 당하는 자들이 선사하는 웃음이라고 할 때, <강식당>은 일종의 음식점 개업이라는 생고생 미션을 던져놓고 멘붕에 빠진 그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강식당>은 나영석 사단이 해온 여러 프로그램들의 유전자들을 콜라보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1박2일>의 그림도 있고, <집밥 백선생>도 있으며 <윤식당>도 있고 <신서유기>도 들어 있다. 이것을 ‘퓨전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즐거운 나영석 월드의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퓨전이 아닌 ‘복제의 식상함’으로 다가오는 시청자들에게는 정반대의 느낌을 줄 테지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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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보다 동행, ‘세모방’이 주목한 버스와 종점의 감성 

이렇게 단순한 형식인데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와 재미에 훈훈함까지 주는 방송이 있다니 놀랍다. MBC <세모방>이 주목한 G BUS TV <어디까지 가세요?>라는 프로그램이 준 감흥이다. 62-1번 버스를 타고 동탄에서 수원으로 출발해 그 반환점을 돌아 다시 차고지로 돌아오는 그 과정에 출연자들이 투입되어 승객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그들과 동행해주면서 일종의 출연자들끼리의 대결이 펼쳐지는 형식. 

어디까지 가는 지 알 수 없는 승객에게 다가가 그 내리는 곳에 동행해야 한다는 룰 때문에 종점 가까이 가는 승객을 만나면 쉽게 미션이 끝나버리지만 짧은 거리를 가는 승객을 만나면 계속 내렸다 탔다는 반복해야 한다. 이경규는 운 좋게도 25정거장을 이동하게 만든 ‘대박 승객’을 만나 이 프로그램 최단 시간인 8시간 만에 1등으로 퇴근했지만, 차오루의 경우는 아예 레이스에는 관심이 없는 듯 사람들과 끝없는 소통을 하는 통에 막차를 타고 겨우 꼴찌로 차고지에 돌아오게 됐다. 

흥미로운 건 레이스가 주는 재미보다는 이 여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퇴근하는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 과정이 훨씬 마음을 끌었다는 점이다. 갑작스럽게 내린 비는 목적지까지 가는 승객들과 자연스럽게 우산을 나눠 쓰는 훈훈함을 만들었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내놓는 이야기들은 마치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소소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따뜻함이 있었다. 

버스라는 공간이 주는 서민적인 분위기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보통의 수수함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쫄쫄 굶어 배가 고픈 주상욱이 버스에서 만난 승객에게 조심스럽게 같이 저녁을 할 것을 제안했다가 다이어트를 한다며 거부당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 승객이 술 한 잔 하자는 친구의 전화에 선뜻 승낙을 하자 그 곳을 따라가 치킨을 사주겠다면서 자신이 더 많이 챙겨먹는 주상욱의 모습은 반전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웃음보다 이 프로그램이 좋은 건 그 따뜻한 사람들의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고민이나 이야기들이 주는 공감대였다. 주상욱과 함께 치맥을 하던 젊은 남자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본래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었다며 그렇지만 이제 서른을 넘긴 나이에 꿈만 좇는다는 것도 어렵다는 소회를 드러냈다. 주상욱은 그 이야기에 공감하면서도 서른이면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이런 소통의 훈훈한 면면들을 가장 잘 드러낸 출연자는 의외로 차오루였다. 외국인이라 우리말이 능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만나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려 노력하는 차오루는 지난 회에서는 한 어머니 승객에게 멸치 반찬을 받았던 데 이어 이번에는 배웅의 답례로 닭발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종점에 임박했지만 버스에서 만난 한 아저씨와 동행하게 됐고 그의 집까지 방문해 ‘사랑의 오작교’를 자청하기도 했다. 마침 7월7석이라며 아저씨와 그의 아내 사이에 사랑을 확인시켜줬던 것. 차오루는 나오며 “수원에서 새 가족이 생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퇴근 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들의 마음은 어쩌면 한결 같은 것이다. 조금은 피곤한 하루였지만 그래도 돌아갈 집이 있고 자신을 기다려주는 가족들이 있다. <세모방>이 주목한 G BUS TV <어디까지 가세요?>라는 프로그램은 바로 그 시간 버스라는 공간이 주는 정서를 전해주었다. 버스와 종점이 주는 그 감성이 얼마나 서민들의 감성과 어우러지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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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도전이 살려낸 ‘무한도전’의 초심과 저력

과거 <무모한 도전> 시절을 보는 것만 같았다. 영하의 날씨에 갑자기 뗏목을 타고 무동력으로 한강을 종주하겠다는 도전이라니. 잘 차려입고 나와 재밌게 방송 해주면 된다며 자신을 불렀다는 조세호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양복차림에 왜 갑자기 뗏목에 타야하고 노를 저어야 하는 생고생을 해야 하는 지 의아해했다. “근데 왜 우리 이걸 해야 하는 거죠?” 

MBC 예능 <무한도전>은 파업을 끝내고 돌아와 본격적으로 시도한 첫 번째 도전으로 왜 하필 이 뗏목 한강 종주라는 생고생을 선택했던 걸까. 그건 어쩌면 돌아온 <무한도전>이 보여주려는 초심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고 그래서 실패할 것이 뻔히 보이는 것이라고 해도 무조건 도전을 했던 그 시절의 마음을 되새기는 것.

결국 절반 정도까지 가다 날도 저물고 추워진데다 더 이상의 체력도 바닥나 포기하고 말았지만, 그건 절반의 실패라기보다는 절반의 성공에 가까웠다. 적어도 <무한도전>이 가진 저력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사실 뗏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웃음은 고사하고 방송 분량을 뽑아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강 위에 떠 있는 뗏목 위에서의 모습들이 다소 단조롭게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주변 환경을 단조롭게 세워버리자 오히려 도드라진 건 그 위에 서 있는 출연자들의 캐릭터다. 

유재석은 역시 그 단조로울 수 있는 상황을 진두지휘해 웃음으로 바꿔놓았다. 감성적인 선장의 캐릭터가 되어 힘겹게 노를 젓는 동료들에게 주변 풍광을 보고 느껴보라는 말랑말랑한 멘트들을 늘어놓은 것. 그의 이런 이야기들은 동료들이 보이는 생고생과 대조를 이루며 웃음을 만들었다. 

박명수는 그 캐릭터 그대로 호통을 치고 짜증을 내다가 유재석의 면박을 듣는 상황으로 웃음의 합을 만들었고, 하하는 엉뚱하게도 자신의 집에서 뗏목이 보일 수 있다며 전화를 걸어 아내와 통화를 하고, 너무 힘들다며 주변에 사시는 분에게 “초콜릿 좀 갔다 달라”고 구걸을 해 웃음을 주었다. 양세형은 마치 VJ처럼 고생하는 동료들의 영상을 따는 모습을 보여줬고, 정준하는 뗏목의 균형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한 구석에 붙박여 노만 저으면서 “내가 노예냐”고 억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뗏목 위에서 가장 도드라져 보인 인물은 게스트로 왔지만 거의 반 고정이 되어버린 조세호였다. 양복 입고 노를 젓는 모습도 그랬지만, <무한도전>이니 그런 고생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하면서도 너무 힘든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프로불참러’에서 보여줬던 그 억울한 표정만으로도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뭐든 물어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진 ‘대답 자판기’라는 캐릭터도 흥미로웠지만.

사실 파업으로 결방되는 그 시간을 통해 <무한도전>은 적지 않은 위기상황들을 맞이한 바 있다. 지난 회에 <무한도전>이 스스로 내보였던 것처럼 박명수와 정준하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고 결방하는 동안 시청률도 빠져버렸다. 뗏목 하나에 의지해 한강 종주에 나선 출연자들의 도전이 마치 지금의 <무한도전>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 건 그래서다. 

하지만 그 무모해 보이는 도전 속에서 오히려 빛나는 건 <무한도전>의 초심과 저력이었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캐릭터들은 여전히 건재했고 무엇보다 초심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들이 엿보였다. 물론 그 도전을 실패로 끝났지만 본래 <무한도전>은 항상 그 실패를 통해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미 최고의 위치에 오른 그들이 오히려 이 리얼리티 시대에 더 빛나 보이는 건 어쩌면 그런 무모한 도전일 수도.(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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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2’, 잡학이어서 가능한 지식의 융복합

제주도 2편으로 방영된 tvN <알쓸신잡2>에서 정방폭포를 갔다 온 장동선 박사는 그 곳의 지명이 왜 ‘서귀포’라 명명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저 ‘진시황의 불로초 원정대’를 이끌고 온 서복이 이 곳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서귀포’라 불렸다는 설. 그런데 이야기는 불로초가 상기시키는 ‘영생’에 대한 문제로 옮겨간다. 황교익과 유시민이 유한한 삶이야말로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영생’이 그리 좋은 것이 아니라 말한 반면, 장동선 박사와 유현준 교수는 그러한 욕망이 우리를 진보하게 만들어 준다는 다른 의견을 낸다. 

결국은 사멸해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가진 한계와 가능성을 얘기하면서 장동선 박사는 정방폭포의 그 추락과 열역학 제2 법칙 ‘엔트로피’ 이야기를 덧붙인다. 우리의 몸이든 자연이든 질서에서 무질서로 가는 그 변화를 보이는 건 마찬가지라는 것. 그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결국 영생은 ‘제한과 선택이 없는 삶’으로서 ‘인간적’이지 않고 또 “지루해서 자살자가 많아질 것이다”라는 의견이 나왔다. 유현준 교수는 인간이 영생의 욕망을 꿈꾸기 때문에 집을 지고 건축물을 남기려 한다고 말했고, 장동선 박사는 ‘제한과 선택이 없는 삶’이 주는 지루함을 뇌 과학의 입장에서 도파민의 생성이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사실 수다라는 것이 본래 그러하듯이 이야기는 본래 시작했던 곳에서 계속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나간다. 그래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알쓸신잡>의 이런 수다가 그리 큰 이물감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이런 중구난방의 잡학처럼 흘러가는 이야기를 한 사람의 강연에서 들었다면 어땠을까. 그건 어쩌면 하나의 체계가 없다는 식으로 질타를 받거나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 알 수 없어 지루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쓸신잡>은 다르다. 아예 대놓고 예능의 틀을 가져왔고,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수다로서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마구 풀어놓는 걸 방법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이야기가 오히려 재밌게 다가온다. 그래서 우리가 제주도에 가서 보곤 했던 정방폭포의 이야기가 서복 원정대와 진시황, 불로초, 영생, 엔트로피 이야기를 거쳐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들이 흥미진진해진다. 앞과 뒤를 이어보면 정방폭포 이야기에서 인간 존재의 가치 이야기까지 풀어낸 것이니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것.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알쓸신잡>은 애초에 ‘잡학’이라고 프로그램의 성격을 규정한 바 있다. 잡학은 이런 저런 학문 분야들을 한데 쏟아놓는다는 의미일 게다. 그런데 바로 이런 규정 덕분에 <알쓸신잡>은 알게 모르게 지식의 ‘융복합’과 ‘퓨전’이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내는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게 되었다.

이런 일은 여기 출연하는 출연자들의 변화를 통해서도 읽힌다. 유시민 작가는 본래 텍스트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 여행지에서 항상 글을 챙겨 읽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추사관을 다녀와 그 건물이 그 유명한 세한도의 풍경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새삼 건물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건축을 말하는 유현준 교수의 영향일 게다. 반면 유현준 교수 역시 다빈치 박물관에 가서는 건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곳을 설명하는 글들을 읽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 역시 유시민이 말하는 텍스트의 중요함을 그도 알게 됐기 때문일 게다. 

해부학자이자 과학자, 예술가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역시 금석학의 대가인 과학자이자 문인이고 예술가였던 추사 김정희는 여러 분야를 종횡무진했던 융복합의 대가들이었다. 그 때는 몇몇 천재들이 홀로 그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겠지만, 지금은 보통의 범인들도 저마다의 분야를 가져와 대화를 통해 그 융복합의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알쓸신잡>은 그 예능이 가진 열린 틀거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융복합이 얼마나 놀라운 지식의 확장을 가져오는가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출처: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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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관람가’, 후배들 부끄럽게 만든 이명세 감독의 열정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에서 이명세 감독의 메이킹 영상을 보던 감독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그 장면이 굉장히 슬픈 장면이어서가 아니다. 적지 않은 연배의 이명세 감독이 여전히 보여주는 그 열정이 그들에게는 남다른 소회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정윤철 감독은 그 이명세 감독의 작업을 보면서 ‘영화의 본질’이 무엇이고 또 자신들이 “왜 이렇게 힘든 직업을 택했을까”하는 그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됐다고 했다. 이명세 감독은 실제로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영상에 담기 전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연습을 하는 걸로 유명한 이명세 감독은 하다못해 “액션”이라고 외치는 소리조차 힘에 넘쳤다.

특히 시선을 끈 건 열차가 들어올 때 배우들이 달려가는 장면을 찍으면서 그저 모니터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배우, 스텝과 함께 감독이 직접 같이 뛰고 있는 모습이었다. 감독이 그렇게 몸소 직접 보여주니 배우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열정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정윤철 감독이 울컥했던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박광현 감독은 “부끄러웠다”는 한 마디를 내놨다. 그리고 이경미 감독 역시 마찬가지 소회를 털어놓았다. “영화 데뷔한 지 9년 됐는데 그 시간 동안 패배주의에 젖었던 적도 많았다. 요즘 들어서 ‘내가 영화감독을 언제까지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할 때가 많았는데 감독님 보니까 부끄럽더라.” 

이명세 감독이 찍은 단편 <그대 없이는 못 살아>는 애초 ‘데이트 폭력’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선택해 그걸 남녀 관계의 사랑과 애증이라는 보편적 주제로 확장시킨 작품이었다. 역시 미장센의 대가답게 <그대 없이는 못 살아>는 질감 자체가 다른 영화 특유의 빛과 소리의 미학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이 작품이 보통 우리가 상업영화의 틀에 익숙해져서 영화라고 하면 먼저 보게 되던 ‘내러티브’적인 방식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토리보다는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동작과 영상 언어를 통해 사랑과 증오가 뒤얽힌 남녀 관계의 변화무쌍한 면면들을 느끼게 해줬던 것.

애초에 현대무용가 김설진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던 것 자체가 이 영화가 드러내는 이러한 비 ‘내러티브’적인 방식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였다. 그래서 영화는 마치 한 편의 무용처럼 보였다. 대사나 이야기가 아닌 영상과 동작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 작품 속에서 김설진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동작들을 통해 그 인물의 내적인 면면들을 표현해냈다.

사실 일반적인 문법의 상업영화에 익숙한 대중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이명세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려는 메시지였다. 결국 이명세 감독은 상업영화들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영화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영상언어가 점점 뒤편으로 물러나고 있는 걸 이 짤막한 단편 하나로 말해보려 했을 것이다. 

이명세 감독은 단편영화가 지금 현재 영화의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러한 단편들이야 말로 상업적인 잣대에서 벗어나 영화의 본질을 지켜낼 수 있다는 이야기. 젊은 영화학도들이 해야 할 그런 이야기를 직접 작품을 통해 감독이 전하려 했다는 그 사실에서 후배 감독들이 가진 소회는 클 수밖에 없었을 게다. 

영화라는 작업은 감독들에게는 그토록 애착이 가면서도 또한 애증이 느껴질 정도로 힘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를 메이킹을 통해서 또 작품을 통해 보여준 이명세 감독의 <그대 없이는 못 살아>는 영화감독들의 영화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말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 없이는 못 살아’ 라고.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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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내투어’, 어째서 짠내가 욜로보다 재밌을까

김생민과 <짠내투어>의 만남. 이건 기획의 승리다. 욜로가 이른바 하나의 라이프 트렌드로 등장해 ‘단 한 번뿐인 인생’ 여행에서만이라도 누리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던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갑자기 등장한 김생민이라는 ‘통장요정’은 이런 트렌드 이면에 있는 ‘하고 싶어도 실상은 하기 어려운’ 그 현실 정서를 콕 짚어냈다. 그가 말하는 짠내 나는 일상은 오히려 대중들의 공감을 얻었고, 그것 역시 가치 있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걸 확인시켜줬다. 

욜로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여행이다.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여행을 소재로 하면 서민들이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의 판타지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단 하루라도 좋으니 저런 곳에서의 하룻밤을 지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 로망을 자극했던 것. 하지만 김생민의 등장은 그런 로망이 있어도 실현할 수 없는 서민들의 ‘그래도 썩 괜찮은’ <짠내투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tvN 예능 <짠내투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래서 ‘가성비’다. 적은 비용으로 나름 누릴 건 다 누릴 수 있는 그런 여행. 김생민이 꾸린 첫 날의 투어는 그래서 짠내 나는 여행의 진수를 보여줬다. 몇 천원을 아끼기 위해 조금 불편한 교통을 이용하고 오사카성 앞에 도착하고서도 미리 사둔 주유패스로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배를 타는 걸 선택한다. 

물론 여행이니 모든 게 예상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생각했던 날씨와 달리 비바람이 몰아치자 예상치 못했던 우비를 사야했고 또 걸어서 가도 되는 길에 굳이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는 비용이 들었다. 또 비용을 아끼려다 보니 7시간 동안이나 공복으로 오사카를 돌아다녀야 하는 처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짠내가 나는 여행이어서 오히려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었다. 오사카성에서 공짜라 탔던 뱃놀이는 비 오는 날씨와 어우러져 의외로 환상적인 느낌을 주었고, 길거리에서 너무 배가 고파 두 개를 사서 다섯 명이 나눠먹었던 빵은 그렇게 적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맛이 있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김생민이 찾은 라면집에서도 뜨끈한 국물의 라면이 더 맛있게 다가왔던 것도, 또 마침 그 달의 생일이 있는 사람에게 주는 서비스가 남다른 행운처럼 느껴졌던 것도, 어찌 보면 여유가 없는 여행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흔히들 마음껏 돈을 쓰고 뭐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그런 여행에서는 포만감은 있을지언정 그 진정한 맛과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김생민이 찾아낸 여행 코스들은 실로 저게 일본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가성비를 보여줬다. 초밥집이 1인당 1만원을 넘기지 않고, 와규 한 점에 1천원이라는 고깃집은 일본이라고 해도 아끼면서 여행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 여행이 재밌게 느껴진 건 뭘 하나 해도 남다른 소중함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고기 한 점, 초밥 한 개가 이토록 행복감을 줄 수 있다니.

<짠내투어>는 그래서 김생민을 만나 욜로를 주창하며 로망을 건드리던 여행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쳤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그 아끼자고 별의 별 선택을 다하는 그 모습이 주는 웃음과 짠함, 공감대는 물론이고, 그래서 오히려 발견하게 되는 여행의 진짜 묘미까지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고 있어서다. 김생민과 <짠내투어>의 만남. 실로 그 기획만으로도 ‘그뤠잇’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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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논란해소, 조세호.. 돌아온 ‘무도’의 1타3피

역시 <무한도전>이다. 사실 MBC 파업으로 인해 <무한도전>이 결방되던 시기, 박명수와 정준하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진 바 있다. 그래서 자칫 <무한도전>에도 그 논란의 여파가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팬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파업이 끝나고 재개된 첫 방송에서 이런 우려들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드러내놓고 웃음의 코드로 바꿔버린 것. 

‘무한뉴스’의 형식으로 꾸려진 방송은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을 그 형식으로 끌어왔다. 리얼리티쇼의 시대가 열리며 좀 더 리얼한 예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무한뉴스’에 ‘예능봇짐꾼’으로 참여한 조세호가 그 운을 뗐다. ‘자연스러운 웃음’이 이제 필요하다는 것.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은 그래서 그간 멤버들의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불시에 그들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돌발적인 질문에 당황한 멤버들의 모습이나 마침 비바람이 몰아쳐 토크쇼 진행 자체가 쉽지 않았던 정황 같은 것들이 그 안에 자연스럽게 묻어나 프로그램에 리얼함을 더했다.

흥미로웠던 건 유재석이 우리가 봐왔던 배려의 아이콘의 모습이 아닌 할 이야기는 하는 직설적인 질문을 쏟아 부었다는 점이다. 박명수에게 비판적인 기사가 나올 때마다 곧바로 미담이 기사로 뜨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고, 정준하에게는 논란이 됐던 ‘기대해’라는 말이 뭘 기대하라는 이야기냐며 직구를 날렸다. 

유재석의 돌발 질문에 박명수도 정준하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명수의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었고, 마침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예능신이 도왔는지 비바람이 몰아치자 하늘도 가만있지 않는다며 박명수의 답변을 반박하는 모습 또한 큰 웃음을 줄 수 있었다. 다소 불편했던 논란 자체를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와 웃음의 코드로 바꿔놓은 것.

정준하의 ‘기대해’, ‘두고봐’, ‘숨지마’라는 논란의 문구들은 이 과정을 통해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물론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기대해’나 ‘두고봐’라는 말은 앞으로의 <무한도전>을 기대하라는 뜻이 되었던 것. 논란이 생겼던 일들을 솔직히 꺼내놓고 사과하며 스스로를 희화화함으로써 한바탕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여유 같은 것이 만들어졌다. 역시 <무한도전>다운 논란 대처법이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수확은 ‘프로불참러’로 한참 주가를 올렸던 조세호가 ‘적재적소’ 예능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무한도전>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 고정 멤버가 아니라 손님의 역할이지만, 필요할 때 함께 해도 자기 역할이 분명하다는 걸 조세호는 보여줬다. 향후 다른 코너에서도 이런 역할을 자임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고정이 아니라도 언제든 웃음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의 발견.

이제 방송이 겨우 재개되어 본격적인 시작 전에 몸 풀기의 형태로 나간 ‘무한뉴스’지만 그 방송만으로도 <무한도전>이 가진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있었던 논란들을 웃음으로 전화시키고, 리얼리티에 대한 요구도 받아들이며 향후 <무한도전>의 진화가 계속 이어질 거라는 기대감을 주었으며, 유재석의 변화 또한 살짝 감지되었다. 게다가 조세호 같은 예능 봇짐러의 발견까지. 이 정도면 1타3피 아니 그 이상의 성과가 아닐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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