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사진출처:tvN)'

이제 비오는 날이면 나영석 PD의 <삼시세끼>가 먼저 떠오릅니다.

<삼시세끼>에서 비오는 아침의 풍경을 소리만으로 묘사한 장면.

암전된 화면에 자막만으로 '다음 빗소리는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요?'하고 묻고는

그 빗소리가 어디에 떨어지는 빗물 소리라는 걸 하나 하나 알려주는 장면은

같은 빗소리라도 그렇게 다 다를 수 있다는 걸 새삼 보여주었죠.

그리고 분할화면으로 그렇게 나누어 들려준 빗소리를 한 화면에 모아

오케스트라처럼 들려준 그 장면은 아마도

예능 역사상(?) 가장 인상적이고 정서적인 풍경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난 주 <다큐처럼 일하고 예능처럼 신나게> 북콘서트에서 나영석 PD에게

그 장면을 도대체 어떻게 찍은 거냐고 물었더랬습니다.

그랬더니 이 PD 하는 말.

출연자들이 안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빗소리가 갑자기 귀에 들리더라는 겁니다.

이런 날은 빗소리 들으며 막걸리 한 잔 걸치고 낮잠이라도 잤으면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유지태 주연의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가 떠랐다고 하더군요.

그 영화에서 유지태가 소리를 채집하러 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그 빗소리를 그렇게 담아보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음향감독과 머리를 맞대고 마치 아이들처럼 그 소리들을 담아봤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그 인상적인 빗소리 장면이었다는 것.

 

이 이야기는 나영석 PD가 일을 접하는 방식을 잘 말해줍니다.

그는 일을 일로서 대할 때 사실은 일이 잘 안 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는 회의를 할 때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진행하는

이른바 놀이터 회의를 한다고 했습니다.

 

흔히들 직장생활의 대부분은 회의라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과연 회의는 효과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을까요?

회의가 회의적이지 않고 즐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같은 유유자적 속에 흥미진진함이 담긴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던 것은 혹 그가 한다는 그 '놀이터 회의'의 산물은 아닐런지요.

 

파전에 막걸리 한 잔이 생각하는 그런 날입니다.

 

 

 

작년 EBS 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에 초대된 건 저로서는 굉장한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사실 블로거로서의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 영상에서 다큐멘터리란 과학에서 기초과학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터라 늘 EIDF에 관심을 갖고 있던 건 사실이었죠. 그런 차에 초대를 받아서 기쁘게 찾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포스팅하면 원고료를 준다고는 했지만 원고료 때문에 EIDF를 찾은 건 아니었죠. 그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다큐멘터리들을 두루두루 편하게 보려는 목적이 더 컸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고료와 상관없이 괜찮은 다큐멘터리들의 리뷰를 많이 올렸죠.

 

'나는 암살당할 것이다', 2013 EIDF 다큐의 진수

개막작 '블랙아웃', EIDF의 진심을 알겠네

EIDF <전선으로 가는 길>, 왜 그는 최전선으로 갔을까

EIDF <오백년의 약속>, 노모를 보내는 아들의 마음이란

 

위에 쓴 게 작년에 제가 본 EIDF 리뷰들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 <오백년의 약속>이란 작품 리뷰를 하고 몇 달 후 그 주인공이었던 이준교 선생님한테 전화를 받았죠. 사실 전부터 인연이 있던 분인데 서로 연락처가 바뀌어 끊겼던 인연을 작품이 연결해준 셈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EIDF의 블로거 간담회에 초대받아 흔쾌히 참석하게 된 건 이런 개인적인 작년 일들이 작용한 탓입니다. 물론 전 세계의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이는 새로운 다큐멘터리들을 본다는 설렘을 빼놓을 순 없지만서두...

 

간담회에서 저를 반겨준 건 작년에 이어 1년만에 다시 만나 뵙게 된 서동원 홍보부장님이었죠. EIDF가 아니라도 한번 찾아뵙겠다고 얘기해놓고 훌쩍 1년이 가버렸네요..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진 자료로 EIDF 2014의 주요 내용들이 소개되었습니다.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82개국에서 781편이라는 사상 최대의 작품들이 출품되었다고 하죠. 이중 상영작은 23개국 50편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들은 EBS에서 방영되는데 낮 12시10분부터 4시까지 또 밤 9시30분이후에 방영된다고 하네요. 오프라인에서 보시려면 EBS스페이스, 서울역사 박물관, 인디스페이스, KU시네마 건대, 롯데 시네마 누리꿈(상암) 중 가까운 곳을 찾으시면 됩니다.

이번 EIDF는 10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경쟁부문인 페스티벌 초이스에 9편이 들어가 있고 한국 다큐멘터리 파노라마가 6편, 월드 쇼케이스가 9편, 가족과 교육 3편, 패션 다큐 3편, 뮤직 다큐 3편 등입니다. 

작년에는 <블랙아웃>이 개막작이었는데 올해는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라는 작품이 개막작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은 치매 노인들에게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내면을 깨우고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라고 합니다. 희망과 위로를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올해 EIDF에서 특별한 건 D-Box라는 온라인 VOD 서비스가 새롭게 추가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EBS라는 방송사에서 하는 행사지만 최근 영상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충분히 감안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죠. 이 서비스를 통해 방송 전에는 트레일러를 보여주고 방송된 후에는 일주일 정도 무료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니 작년보다 훨씬 더 인터넷이 뜨거워질 것 같습니다.

 

간담회에서 소개된 작품 중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작품 몇 개를 소개합니다.

 

1.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

 

개막작이고, 치유와 위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제가 기대하는 건 음악이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2. 비룽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공원이자 세계적 희귀종 마운틴 고릴라 서식지인 콩고의 비룽가 자연국립공원에 대한 다큐입니다. 환경 다큐 같지만 그 안에 이곳의 자원을 노리는 다국적 기업과 반군의 위협에 맞서는 자연공원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다채로운 다큐의 맛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하는군요. 판권 때문에 방송에서는 방영이 안되고 8월30일 저녁 7시반, 서울역사박물관 야외광장에서 특별 야외 상영만 한다고 합니다.

 

3. ID 시카고걸

전쟁 다큐의 새로운 측면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19세의 대학생 알리가 시카고에 살면서 6천 마일 떨어진 시리아의 시민혁명 현장을 SNS를 통해 세상에 알리며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SNS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하는 작품이죠.

 

4. 반짝이는 박수소리

이 작품은 청각장애인인 부모님을 둔 이길보라 감독이 가족들을 직접 화면에 담음으로써 부모님과 자신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소리 없는 세상에서의 소통과정이라는 흥미로운 지점을 건드리는 작품이죠.

 

5. 은발의 패셔니스타

이번에 출품된 패션다큐 중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뉴욕의 할머니 패셔니스타들의 이야기. 스타일을 넘어 패션이 철학으로 여겨지게 느껴지는 대목이죠.

 

6. 마이크로토피아

주거문화에 대한 문제는 우리에게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죠. 대안적인 미래형 주거공간으로 차에 실어 다닐 수 있는 달팽이집, 접어서 갖고 다니는 비닐하우스 등 파격적인 건축가들의 상상이 궁금한 다큐멘터리입니다.

 

7. 공대생의 연애공식

문제는 잘 풀어도 공대생에게 연애는 어렵다? 그래서 연애도 공식으로 접근해 본다? 다큐멘터리 보면서 달달해질 수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죠. 아마도 이 작품은 멜로를 공식으로 풀어보는 재미를 선사할 거라 생각됩니다.

 

간단하게 몇 작품을 소개했지만 이번 EIDF에 출품된 작품들은 잘 들여다보면 한 편 한 편이 빼놓을 수 없는 지적 흥미를 잡아끌죠.(더 관심있는 분들은 http://www.eidf.org에서 확인하시길) 올해는 D박스를 통해 더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잠시 동안의 지적 즐거움을 EIDF를 통해 만끽하시길 빕니다. 또 어떤 작품이 이번 EIDF의 인연이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본 포스팅은 EBS에서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갤럭시노트 데이에 다녀왔습니다.

다녀와서 노트의 S메모 기능을 이용해서 후기를 만들어봤습니다.

 

 

 

 

 

 

 

 

 

 

 

 

갤럭시노트데이 당일 행사 중계는 아래 URL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amsung.com/sec/galaxynoteday

 

 

http://www.samsung.com/sec/galaxynoteday

(위 URL에서 갤럭시노트데이를 생중계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세상에 없던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라!'

 

사실 처음 갤럭시 노트 데이 앰버서더가 된 후에도 이 행사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장진 감독이 이 축제를 감독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슬로건이 말해주갤럭시노트데이 당일 아래 URL에서 갤럭시노트데이를 생중계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듯 지금껏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쇼가 펼쳐질 것이라는 것 정도였죠.

 

 

사실 개인적으로 이 축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갤럭시 노트 같은 새로운 형태의 매체가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갤럭시 노트의 이 노트 기능이라는 것이 늘 흥미롭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적고 노트한다는 이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행위를 디지털 디바이스와 구현시킴으로써 흔히 말하는 '디지로그'적 성취를 간단하게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었죠.

 

직업이 방송이나 영화 등을 보면서 리뷰하고 비평하는 일이라 늘 노트에 대한 욕구가 있었던 참에 손으로 직접 쓰는 노트기능은 익숙하면서도 강력하게 다가왔습니다. 아날로그로 쓰는 행위가 그 자체로 디지털화된다는 점은 그 글의 효용도를 몇 배 높여주는 것이었죠. 게다가 무언가를 디자인하고 그리고 고안하는 작업에 있어서 갤럭시 노트가 가진 기능성은 심지어 문자시대 그 후를 넘어 도래할 코드화된 기호의 세계를 예고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매체의 변화는 새로운 시대의 생활양식을 만들어내죠. 갤럭시 노트 데이는 그 변화된 생활에 대한 선언과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 행사에는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이 만들어낼 크리에이티브한 삶이 시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하고, 결과가 과정과 결합하며, 일이 놀이와 결합함으로써 노동의 고통이 즐거움으로 환치되는 경험.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행사 프로그램을 잠깐 보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크리에이티브쇼'로 구성되는 춤과 노래 여러 장르의 퍼포먼스로 결합한 크리에이티브 콜라보 공연입니다. 비보잉과 팝핀 등이 선보여질 이 무대에는 지역별로 출연진이 주인공이 되어 퍼포먼스팀과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를 쇼로 보여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차승원, 이동욱, 오지호, 서인국, 임슬옹, 정진운이 참여한다고 하죠.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결과물이 되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개념을 그 자체로 보여주는 퍼포먼스인 셈이죠.

 

 

그 밖에도 갤럭시 노트 갤러리에서는 기업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이나 노트 창작물들의 전시가 있을 예정이고요, 갤럭시 노트 체험관에서는 각종 갤럭시 노트를 체험할 기회들이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친구나 연인들이 함께 참여해 그 즐거우면서도 의미있는 시간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죠.

 

 

1월22일. 오후 8시30분. 서울(코엑스 C홀), 부산(벡스코오디토리움), 광주(염주체육관)에서 열릴 이번 행사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고 또 그 의미를 함께 느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로운 매체 하나가 만들어내는 생활과 감각의 변화를 느껴본다면 그것은 어쩌면 앞으로 달라질 삶을 미리 체험해보는 좋은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사실 직업이 직업인지라 현장을 직접 봐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만, 저는 현장 가는 걸 그리 즐기진 않습니다. 일단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게 너무 힘들고, 그렇게 기다리고서 보게 된 현장은 물론 더 생생한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실망감을 가질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다" 싶은 현장의 너무 세세한 상황들을 보고 나면 방송이 주던 그 판타지는 깨지기 마련이죠.

그래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현장이 바로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입니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초대권을 얻을 수 있었죠. 물론 저는 일이라 생각하고 봤습니다. 무엇보다 '막귀 논란'이 그렇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 '청중평가단'을 체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정말 그 자리에 앉으면 소위 '질러대는 창법'에 귀먹고 마는 걸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나가수'의 현장은 다른 현장과는 확연히 다르게 콘서트 같은 흐름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보통의 현장은 음악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흐름이 툭툭 끊기고 그래서 세트가 준비되고 가수가 나오고 하는 과정들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죠. 이렇게 되면 무대를 즐기기 보다는 차라리 방청객으로 동원된 인상을 갖게 되곤 합니다. 그때부터 현장은 힘겨워지는 거죠.

하지만 '나가수'는 입장하기 전에서부터 청중들에 대한 세세한 배려가 엿보였습니다. 안전을 위해 질서유지를 하는 요원(?)들은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채, 청중들을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기다리게 할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괜스레 우스개 농담도 하고 누군가 불만을 얘기하면 바로 다가와 "죄송합니다"하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경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현장 FD가 끊임없이 지루하지 않게 청중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모습도 확실히 '나가수'가 가진 특징이었습니다. 그만큼 청중에 대한 배려가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호의는 청중들이 좀더 경연에 마음을 열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연 시작 전 신정수 PD가 무대에 나와 한 마디 당부를 덧붙였습니다. 그 내용의 요지는 가수들이 무용수나 피쳐링 그리고 악기 등을 사용해 더 화려하게 무대를 꾸밀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 보다는 가수의 노래와 편곡 같은 음악적인 것이 더 집중해서 평가를 해달라는 당부였습니다. 이른바 '막귀 논란'이 나오는 것에 대해 청중들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금 되새기는 멘트였죠.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윤종신이 MC로 등장하고 재치있는 멘트로 청중들을 편안하게 해준 후, 바로 경연이 시작됐죠. 우리가 방송에 보았던 그대로, 가수들이 나오고 노래하고 윤종신이 소개하는 것이 반복됐습니다. 그것은 그다지 방송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라이브가 가진 음향이 피부에 직접 닿는 그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었죠. 또 윤종신이 방송에 나온 내용보다 훨씬 많은 멘트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청중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죠. 이런 부분을 보니 '나가수'에 윤종신이 왜 꼭 필요한 존재인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나가수'는 아마 현장 녹화로서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끝나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거의 기다리는 시간 없이 경연이 계속되었고, NG라는 것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죠. 어떤 분들은 박완규가 부르는 그 절절한 '사랑했어요'에 깊이 감동하기도 했고, 김경호의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에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으며, '정신차려'를 부른 자우림의 그 귀엽고 발랄한 무대에 절로 흥겨워하기도 했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정도 무대라면 충분히 기다려서 볼만하다고 여겼지요.

하지만 방송이 나간 걸 보니까, 또 새로워졌습니다. 즉 현장에서는 분명 그 분위기가 주는 감흥이 강했지만, 방송이 주는 재미를 따라가기는 어렵더군요. 일련의 편집영상들이 중간 중간 끼워넣어지고, 노래를 하는 동안에도 관객들이 몰입하는 장면이 들어가면서 훨씬 더 경연이 흥미로워졌다는 것입니다. 결국 '나가수'의 힘은 물론 가수들이 뿜어내는 그 절대 가창력이 기본이지만 그것을 팽팽하게 만들어내는 방송 편집의 힘이라는 걸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방송으로 보는 것이 훨씬 낫게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현장에서의 감흥이 나빴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본 그 어떤 현장보다 더 진지하고 대접받은 듯한(?) 그 느낌은 정말 한번쯤 체험해볼만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 참 마지막으로 그 '막귀 논란'에 대한 제 느낌은 오해라는 생각입니다. 청중들은 정말 가수만큼 긴장해서 노래를 듣더군요. 어떤 면에서는 즐기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서 '막귀'라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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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 탭송'을 들고온 슈퍼스타K 4인방.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

'슈퍼스타K2'는 아마도 작년 대중문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이제 슈퍼스타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져 대중들에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 의해 뽑혀지고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해나간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죠. 그렇게 해서 뽑힌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 지금도 그 감동적이었던 오디션 장면들이 여전히 기억에 생생한데요, 이들 슈퍼스타K 4인방이 '슈스케 탭송'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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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사회를 맡은 박지윤 아나운서. 해산한 지 얼마 안되었다는데 역시 한 미모 하시는...


'슈스케 탭송'은 물론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 브랜드 캠페인송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지만 이 노래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간 애니모션이나 햅틱미션, 아몰레드송 등의 노래들이 캠페인송에 머물지 않고 대중적인 사랑까지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효리나 손담비, 애프터스쿨 같은 톱 스타들이 그간의 주인공들이었죠. 그 연장선 위에 있는 '슈스케 탭송'은 '슈퍼스타K' 4인방을 끌어안으면서 좀더 진화된 형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먼저 의미가 새로운 것은 슈퍼스타K 4인방인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이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의 주모델로 선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껏, 그 자리는 이효리나 김연아 같은 늘 당대의 톱 셀러브리티들의 자리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대중들이 뽑은 대중들의 슈퍼스타들이 그 자리에 선다는 것은 꽤 의미심장한 일로 여겨집니다. 그것은 상품과 톱스타가 선망의 대상으로 이미지화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 좀더 대중 가까이 내려와 일상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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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보는 슈퍼스타K 허각과 존박. 진짜 형제같은 훈훈함이 여전하네.


'Life is Tab'. 이 슬로건이 모든 걸 말해줍니다. 탭과 일상을 같은 위치에 놓는다는 것이죠. 그러니 이 슬로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들로 슈퍼스타K 4인방만한 인물도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슈퍼스타K 4인방들은 일상적인 삶 속에서 노래를 하다가 꿈을 키웠고 그 꿈이 자라서 슈퍼스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슈스케 탭송'의 뮤직비디오가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은 일상과 꿈, 그리고 그 실현의 과정을 슈퍼미디어인 갤럭시 탭과 어떻게 함께 이뤄나가는가를 보여줍니다. 먼저 강승윤, 장재인, 허각, 존박의 평범한 일상이 보여지고, 그들에게 마치 '슈퍼스타K'가 다시 돌아온 듯한 미션이 떨어집니다. 허각은 노래를 만들고, 존박은 랩 가사를 붙이고, 장재인은 무대의상을 그리고 강승윤은 댄스를 덧붙이는 미션이 주어지고, 그것이 하나로 묶여지면서 무대 위에서의 '슈스케 탭송'으로 시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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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로 예뻐진다"는 말에 "다 화장빨이예요"하고 말해 빵 터트린 장재인. 늘 소년 같은 강승윤.


즉 꿈을 향해 달려가는 슈퍼스타K 4인방과 그것을 도와주는 슈퍼미디어로서의 갤럭시 탭을 같은 선 상에 놓은 것이죠. 그렇게 해서 하나로 묶여진 '슈스케 탭송'은 4인방의 완벽한 하모니를 그려내며 노래를 만들어냅니다. 흥미로운 것은 경쾌하고 신나는 '슈스케 탭송'이 4인방의 음색에 맞춰 네 가지 버전으로 편곡되었다는 점입니다. 속시원하게 질러주는 창법의 허각은 록 버전을, 감미로운 선율로 녹여내는 존박은 R&B 버전으로, 상큼하고 발랄한 목소리의 장재인은 경쾌한 스윙 재즈 버전으로, 톡톡 튀는 강승윤은 일렉트로닉 댄스 버전으로. 그리고 이 네 버전은 온라인상(http://www.lifeistab.com)에서 투표 이벤트를 통해 최고를 가리게 됩니다. '슈퍼스타K'의 또다른 버전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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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 탭송'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장재혁 감독.


'슈스케 탭송'으로 만나게 된 '슈퍼스타K' 4인방과 슈퍼미디어를 꿈꾸는 갤럭시 탭은 이 이벤트처럼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과연 '슈퍼스타K' 4인방은 '슈스케 탭송'으로 세간의 뜨거운 반응을 다시 얻게 될까요. 갤럭시 탭은 이 노래를 통해 대중들의 꿈을 이뤄주는 슈퍼미디어로 우뚝 설 수 있을까요. 4인방이든 탭이든, 이들의 '슈퍼스타K'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러브 스위치' 짝짓기를 위장한 공감버라이어티

'러브 스위치' 스튜디오에 갔었습니다. 아예 방청석에 앉아서 두 시간 넘게 진행되는 촬영을 신나게 즐겼죠. 말 그대로 즐겼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입니다. 사실 신동엽이 그 정도의 진행실력을 갖고 있는지 잘 몰랐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놀랍더군요. 출연한 30명의 여성들을 쥐락펴락하면서 끊임없이 멘트를 던지는데, 던지는 것마다 거의 100% 빵빵 터지기 일쑤였습니다.

매너있게 접근하면서도 순발력있는 대응과 공감까지 가는 멘트까지 '러브 스위치'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바로 신동엽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경규라는 거목이 서 있지만, 촬영후 만난 이경규 역시 "이 프로그램은 온전히 신동엽이 중심"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이경규는 "신동엽이 이 프로그램만큼 잘 맞는 궁합을 본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30명이나 되는 여성 출연자들을 일일히 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사전에 어떤 교류 같은 걸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경규는 "전혀 만나서 얘기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그렇게 미리 만나면 마치 짜놓은 듯한 느낌을 만들 수 있어 현장감이 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즉 이경규나 신동엽 모두 시청자와 거의 같은 눈높이로 스튜디오에 들어서고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궁금해할만한 것을 제대로 잡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100% 리얼한 질문과 리액션은 거기서 비롯되는 것이죠.

'러브 스위치'는 자체로 그 형식을 만들어낸 프로그램이 아니라 해외에서 판권을 사온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형식은 우리 식으로 많이 재해석되어 있는데요, 먼저 원판은 MC 1명이 진행하지만 우리의 '러브 스위치'는 이경규, 신동엽 2MC로 진행된다는 점이 큰 차이점입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때로는 약간의 대결구도도 만들어내면서 '러브 스위치'는 그 원작의 형식에 이끌리기보다는 오히려 이경규, 신동엽 식의 쇼가 된 느낌이 강합니다. 이것은 만일 이경규, 신동엽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일이죠.

정말 직설적이고 과감한 여성 출연자들의 이야기는 때론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때론 어떤 통쾌함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한 때 사자 직업을 가진 분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초반에 많이들 탈락했던 이유에 대해 이경규는 "아마도 여성들이 그렇게 탈락을 시키면서 어떤 통쾌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사자 직업을 가졌다는 것으로 열쇠를 요구하는 우리네 비뚤어진 결혼문화가 준 억압이 있을 테니 말입니다.

'러브 스위치'는 물론 짝짓기 프로그램의 진화된 형태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토크쇼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매번 출연하는 남성 출연자를 소재로 30명의 제각각 취향과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저마다의 토크를 풀어내는 그런 토크쇼 말입니다. 그네들의 넘치는 활력과 톡톡 튀는 이야기에 귀기울이다 보면 우리 시대의 트렌드나 흐름을 자연스럽게 듣게 되죠. 이것이 '러브 스위치'라는 짝짓기를 위장한 공감 버라이어티쇼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요.

(아래 글은 예전 중앙 Sunday에 게재한 '러브 스위치 관련 글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러브 스위치', 짝짓기도 결과보다는 과정이다

10년 전만 해도 나이 서른이면 누구나 결혼을 생각했다. '서른 즈음에'라는 김광석의 노래가 가슴을 후벼 파고,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절절히 공감되던 시대.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10년이 지난 지금, 나이 서른에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론 부모님들의 우려 섞인 한숨소리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삼십대 중반에도 결혼은 차치하고 여전히 연애를 즐기는 당당한 싱글족들이 그다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시대다. 그렇게 연애를 하다 결혼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들 무슨 상관인가. 이 쿨한 세대들은 결과를 목적으로 누군가를 만난다기보다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러브 스위치'라는 새로운 짝짓기 프로그램의 탄생은 이런 세대들의 변화된 연애관과 무관하지 않다.

'러브 스위치'는 30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이 벌이는 짝짓기 프로그램이다.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30명의 여성들은 그 날 출연한 남성의 외모, 라이프스타일, 단점 등을 보고 들으면서 그를 선택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러브 스위치'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형식은 지극히 직설적이다. 과거 남녀 비율이 똑같았던 '사랑의 스튜디오'에서 흔히 벌어지던 상대방의 마음을 떠보는 식의 심리게임은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다지 발견하기 어렵다. 남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거나, 어떤 모습을 보였을 때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저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MC는 불이 꺼진 여성에게 다가가 그 이유를 묻는다. 답변은 대단히 직설적이다. "외모가 별로예요." "경제력이 없어 보여요." 이런 뭉뚱그린 표현은 그나마 양반이다. "붕 띄운 머리가 맘에 안 들어요." "스타일이 너무 구식이에요." "머리에 비해 어깨가 너무 좁아요." 이런 구체적인 지적(?) 앞에 남성 출연자는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서너 시간의 촬영시간 속에서 이뤄지는 선택이기 때문에 이런 지적들은 대부분 외모나 지위, 경제력 같은 외적인 것에 치중되기 마련이다. 제아무리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외모가 떨어지면 탈락하기 일쑤고, 조금 삐딱해보여도 경제력이 있다면 용서되기 일쑤다. 그러니 이런 외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프로그램에 논란은 늘 존재한다. 하지만 어쩌랴. 이 프로그램의 솔직 대담함(?)이 현재 젊은이들의 연애와 별반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결혼이라는 목적이 없으니 연애는 남녀 간의 심리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부터 서점가를 강타한 심리학 서적 붐의 이면에는 이렇게 변화한 연애관에서 비롯된 남녀탐구 욕망이 숨겨져 있다. '남녀탐구생활'이 빵 터진 것은 그 리얼한 남녀의 심리가 그 속에 녹아들어 보는 이를 공감하게 했기 때문이다. '러브 스위치'에서도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이 짝짓기 프로그램은 실상 짝짓기 자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 보여지기도 한다. 한 남자를 세워두고 수다를 떠는 여성들의 심리가 오히려 더 관전 포인트다. 그 수다를 듣다보면 작금의 여성들이 남성의 어떤 면들에 호감을 갖고, 어떤 면들에 불쾌해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여성 시청자라면 그들의 수다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외모지상주의적이고 금전만능주의적이라고 할 지라도.

재미있는 것은 왜 여 30 : 남 1의 비율일까 하는 점이다. 왜 거꾸로의 조합, 즉 남 30 : 여 1은 안될까. 여기에도 치밀하게 준비된 남녀 간의 심리가 깃들어 있다. 만일 여성 한 명을 세워두고 남성 30명이 마치 품평을 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상상해보라. 남성 30명이 함께 서 있을 때 생겨날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 어떤 면으로 보면 성희롱처럼도 보이는 그 아슬아슬함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성들의 수다보다 여성들의 수다가 훨씬 부드럽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1:1로 만날 때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집단으로 모여 있으면 여성들은 술술 풀어내는 심리가 있다. 게다가 '러브 스위치' 같은 짝짓기 프로그램의 주시청층은 아무래도 여성들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의 짝짓기라는 소재 이외에 출연하는 30명의 여성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스타일도 이들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관심거리가 된다. 리포터, 작가, 레이싱모델은 물론이고 컨설턴트, 강사, CEO까지 다채로운 직업은 그녀들의 스타일과 어우러져 당당한 여성들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들의 거침없는 속내를 끌어내는 것은 대본 없는 100% 리얼이라는 장치다. 물론 이 장치는 베테랑 MC인 이경규와 신동엽에 의해 유도된다. 여성 파트를 맡은 신동엽은 여성들의 답변에 토를 달거나 의미를 확장해석하기도 하고, 그네들의 속내를 대변해주기도 한다. 특유의 깐죽거림은 이 리얼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웃음으로 전화시킨다. 한편 남성 파트를 맡는 이경규는 여성들의 공격성 발언에 맞대응을 하기도 하고, 출연한 남성의 속내를 대신 표현해주기도 한다. MC가 분명 주도하고 분위기를 이끌어가지만, 그들은 늘 출연자들의 뒤편에 서 있는 위치를 잊지 않는다. MC의 목적은 그들의 심리를 포착해내는 것이지, 자신들의 입담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러브 스위치'는 짝짓기라는 형식을 띄고 있지만, 거기서 집중하는 것은 짝짓기가 아니라 거기 서 있는 남녀들이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남녀들은 어떤 성향을 갖고 있을까.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할까. 물론 그렇게 호기심에 바라본 결과는 때론 참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은 외모와 조건과 경제력에 치중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만큼 가벼워진 프로그램의 성격이면서 동시에 작금의 젊은이들이 갖는 만남의 성격이기도 하다. 그들은 결혼이라는 명제가 앞에 와 있으면 오히려 멀리 달아나버리고, 가벼운 연애에 심취하며 그것을 통해 차츰 진지해지기를 바란다. 생각해보라. 과거 '사랑의 스튜디오'의 딱 맞춰진 남녀비율이 주는 어떤 중압감을(우리는 모두가 연결되기를 희구한다). 하지만 30:1의 비율에서는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인 편안함이 존재한다. 남은 것은 그 과정을 즐기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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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의 원작 만화가인 윤태호 작가를 만났습니다. 처음 보는 자리인데도 이미 몇 번 만난 듯한 익숙함과 편안함이 있었죠. 먼저 서로 들고 있는 아이폰으로 범핑을 하면서 어떤 동지의식 같은 것을 갖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윤 작가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그런 익숙함을 만들어주었죠. 우리는 거의 비슷한 경험을 하며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지내왔다는 그 바탕에서 쉽게 '이끼'라는 작품의 공감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끼'에 70년대 아버지 세대의 아픔이 묻어난다는 저의 말에 윤태호 작가는 당시 그토록 커보였지만 어느새 세월에 깎여 점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들이 겪은 그 힘겨움이 새록새록 느껴진다고. '이끼'에서 유목형(영화에서는 허준호)이라는 주인공 유해국(박해일)의 아버지는 그런 당대의 시대적 고통을 잘 말해주는 인물이라고 했습니다. 유목형이 월남전에서 겪은 트라우마를 벗어나고자 구원에 몰두한다는 사실이 그걸 말해주죠. 저는 이 '이끼'라는 작품이 결국 이 아버지 시대의 아픔이 마치 지금은 사라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대로이고, 그 부조리함과 숨겨진 폭력성을 그 아들인 젊은 세대 유해국이 파헤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포스터에서 유해국이 손에 손전등을 들고 어두운 터널 같은 곳을 비추는 그 장면은 따라서 지극히 상징적입니다.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라는 개념은 마치 중세시대의 어둠에 맞서는 르네상스의 빛 같은 뉘앙스를 풍기고, 이것은 그대로 그 상황이 반복되는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시간을 잘 표상해냅니다. 짐승의 시간에서 이성의 시대로 넘어오는 그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죠. 그 어둠의 마을 한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이장(정재영)의 집이 마치 파놉티콘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집단적인 통제의 시대에 개인이 말살되던 그 과정을 '이끼'라는 작품은 세세한 스토리와 탁월한 인물의 심리묘사로 잘 그려냈습니다. 여전히 그 집단적인 통제의 기제가 남아있는 마을에 들어간 한 개인 유해국이 이 마을의 분위기를 이상하고 낯설게 여기는 것은 이 마을 공간의 시간이 그 과거에 그대로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윤태호 작가에게 집단과 개인이 어떤 의미인지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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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작업에 어느 정도 참여했기에 혹 영화에 앞으로도 발을 담글 생각은 없느냐고 넌지시 묻자 윤태호 작가는 강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차라리 그 에너지로 만화를 그릴 것입니다." 창작에 있어서 영화와 웹툰의 차이는 그 주체가 집단이냐 개인이냐로 나누어질 것입니다. 그 작업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윤태호 작가는 웹툰 같은 작업은 자신의 창의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마음껏 풀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영화 같은 집단 작업은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끌어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좀더 대중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죠.

물론 영화가 가진 집단 작업은 나름의 창의적 방식이 구현되지만, 윤태호 작가가 생각하기에 웹툰 같은 1인 작업이 창의적인 작업에는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가 적다는 장점도 있죠. 따라서 영화 같은 집단 작업이 웹툰이나 소설 같은 개인작업과 상보적인 관계를 가져야한다는 얘길 했습니다.

사실 이건 '이끼'라는 영화가 말하는 개인과 집단이 어떻게 서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집단에 매몰되서도 또 개인에 매몰되서도 곤란한 개인적인 존재이면서도 사회적인 존재죠. 짧은 시간이지만 윤태호 작가와의 대화는 제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물론 '이끼'라는 작품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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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들이 거의 매일 뉴스로 방영되는 요즘, '파괴된 사나이'는 스릴러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공포물에 가까운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어느 날 다섯 살 짜리 혜린이가 유괴되고 그 후로 신실한 목사였던 영수(김명민)는 믿음을 버리고 파괴된 삶을 살아갑니다. 아내인 민경(박주미)은 희망을 놓지 못하고 계속 딸을 찾아다니다가 사고를 당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 한 통화가 걸려오고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유괴범 병철(엄기준)은 8년 간을 감금해놓고 키워온 영수의 딸을 놓고 거래를 제안합니다.

영화는 저 스릴러의 한 장을 세웠던 '추격자'와 '그 놈 목소리'를 이어붙인 느낌이 나지만, 디테일은 상당히 다릅니다. 일찌감치 범인을 드러내놓는 이 영화는 미스테리를 벗어내고 딸을 찾는 아버지와 범인 사이의 팽팽한 대결에 집중합니다. 무엇보다 '소리'에 집착하는 범인은 잘만 살렸다면 꽤 괜찮은 아우라를 가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목사였던 영수의 설교(성서에는 말씀이라는 청각적 기호가 신적인 것으로 표현되죠)와 범인의 음에 대한 집착.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제 생각이지, 영화에서는 그게 잘 드러나진 않습니다. 도망치고 추격하는 장면들은 꽤 긴박하지만 또한 관습적이기도 합니다.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장면들이 반복되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조금씩 차별화시켜주는 것은 김명민의 연기입니다. 아이를 잃은 후의 아버지의 변화(여기에는 목사에서 막 사는 의료기기업자로의 변화도 포함됩니다)는 꽤 디테일하게 그려집니다. 무표정하면서도 어딘지 냉소적이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여전히 남은 죄의식이 담겨진 그 얼굴. 역시 김명민이기 때문에 제대로 소화되는 그런 역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버지의 절박함은 작금의 현실 속에서 매일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들을 바라보는 아버지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분노, 적개심, 죄의식, 무력감 같은 것이 거기에는 뒤범벅되어 있죠. 어찌된 세상인지 이제는 불안한 마음에 아이를 데리러 학교 입구에 서 있는 것조차 다른 학부모들의 의심스런 눈총을 받는 입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그렇게 불안한 사회 속에서 학교 입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자신의 아이를 기다리는 그런 처지가 되어 있죠.

'파괴된 사나이'는 바로 이런 현실 때문에 스릴러로 즐길 수 없는 영화가 됩니다. 영화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의 반복일 때, 우리가 어떻게 그 영화를 즐길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이 영화는 꽤 디테일하게 아이가 당하는 폭력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영화관을 찾는 아버지들에게는 굉장한 트라우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파괴된 사나이'는 꽤 사회에 대한 불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우리네 스릴러 영화들이 다 그렇죠. '살인의 추억'에서도, '추격자'에서도 경찰들은 도대체 뭘 하기 위해 그런 제복을 입고 있는 존재들인지 알 수 없게 그려집니다. '파괴된 사나이'에서도 결국 이 범인과의 사투 끝에 딸을 구하는 것은 당사자인 아버지입니다. 즉 아버지를 구원해준 것은 종교도 아니고 사회의 따뜻한 시선도 아니며, 정의 또한 아닙니다. 바로 자신입니다.

괴로운 건, 이 공권력이 이런 끔찍한 범죄에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역시 영화 속의 사실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는 최근 공공연히 벌어지는 '고문 경찰'의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듣습니다. 그럴 볼 때마다 범인은 잡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럼 진짜 범인은? 아마도 저 거리를 활보하고 있겠지요.

'파괴된 사나이'가 공포물이 된 것은 물론 의도된 연출 탓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영화적 현실이 아니라 실제 현실과 너무나 맞닿아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이 땅의 아버지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공포를 느낄 것입니다. 분명.
영화 보다가 박수치기? 어린 시절에는 그런 경험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영화가 여전히 마술적인 어떤 것으로 여겨졌던 탓이겠지요. 영화 속 장면이 마치 실제라도 되는 듯 박수를 쳤던 기억은 생생합니다. 나이들어서 그런 경험은 별로 없습니다. 그만큼 영화는 객관적인 가상놀이가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스포츠는 '각본없는 리얼 드라마'라는 점에서 놀이를 바라보면서도 박수를 치는 몇 안되는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아니면 월드컵 시즌이라는 특수한 시기였기 때문이었을까요. '맨발의 꿈'을 보고 있는데, 이제는 잊혀져 가는 그 박수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와- 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말입니다.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 서로 반목하던 두 친구가 합심해 골을 넣는 장면에서입니다. 우리는 아마도 잠시 축구경기를 보고 있다고 착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월드컵 내내 그 골에 집중하는 훈련(?)을 받아서인지 마치 조건반사처럼 영화를 보면서도 그랬는지 모르죠.

중요한 건 그 골이 들어가는 순간의 기분이 박지성 선수가 두 명의 그리스 선수를 제치고 골을 넣는 순간이나, 박주영 선수가 기가막힌 프리킥으로 골을 넣던 그 순간의 기분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맨발의 꿈'은 물론 작위성이 후반부에 좀 등장하지만 그래도 심리적인 공감대를 계속 유지해가는 힘이 있는 영화입니다. 아이들이 골을 넣는 장면에서 박수가 터질 정도로 말이죠.

동티모르의 아이들은 가난하지만 그토록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그 순수함 속으로 축구화를 팔겠다고 들어간 원광(박휘순)은 차츰 장사보다는 이 '가난하다고 꿈도 작게 꿔야 한다'고 강요받는 아이들을 더 꿈꾸게 해주고 싶어집니다. 그것이 어쩌면 그 먼 곳까지 날아온 자신의 존재이유를 증명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들의 그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적당한 마이너 감성과 도대체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낙천적인 시선, 그리고 뜻이 있는 자에게는 길이 있다는 지극히 고전적인 스토리.

동티모르의 가난한 아이들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제 30회 리베리노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나가 역전승을 거두는 이야기는 그것이 실화를 그대로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동을 줍니다. 하지만 영화 내내 더 큰 울림을 준 것은 이 유소년축구대회에 대한 동티모르 국민들의 열렬한 응원장면입니다. 우리나라였다면 관심조차 두지 않았을 이 자그마한 유소년축구대회에 대한 그들의 폭발적인 응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그 작은 것에서도 큰 희망을 찾아내려 하는 그들. 제가 기꺼이 그 영화관 속에서의 박수행렬에 동참한 것은 아마도, 내전과 오랜 가난으로 인해 갖게된 동티모르인들의 깊은 절망감을 그 열렬한 응원 속에서 거꾸로 읽으면서 마음 한 구석이 뜨거워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맨발이지만 여전히 꿈은 남아있었습니다. 영화 보면서 박수치시고 싶으신 분, 혹은 월드컵에 어딘지 미진함이 남으시는 분은 충분히 공감할 영화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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