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씁쓸하구만.." 작년 이 한 마디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김준호. '개그콘서트'와 '희희낙락'으로 전성기를 달리던 그는 안타깝게도 도박사건에 연루되어 진짜 말 그대로 '씁쓸한 인생'을 맞았습니다. 한국방송대상 코미디언 부문 수상자 명단에도 올랐지만 자숙하는 의미로 참석하지 않았고, 자신의 개그 인생과 맞닿아 있는 '개콘'이 10주년 특집 방송을 녹화하는데도 참석할 수가 없었습니다. '씁쓸한 인생'으로 이제 씁쓸했던 그 인생을 훅 날려버리나 싶었는데, '씁쓸한 인생'이 말이 씨가 되어 진짜 씁쓸한 인생이 되어버렸던 거죠.

지난주 개콘 PD와 만난 자리에서 그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반갑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하류인생', '같기도', 그리고 '달인' 이전에 최장수 코너였던 '집으로'에서도 발군의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 김준호는 '개콘'의 일등공신이었습니다. '코미디쇼 희희낙락'에서는 자료영상을 합성해 만들어낸 '김준호쇼'를 통해 국내외 유명인사들과의 가상 인터뷰(?)를 보여주었죠. '웃음충전소'에서는 가장 화제가 되었던 '타짱'의 진행자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김준호는 버라이어티쇼나 토크쇼에는 잘 어울리지 않았죠. 그는 천상 코미디언이었으니까요. 개콘의 김석현 PD는 코미디는 연기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버라이어티쇼는 코미디하고는 완전히 다른 분야라는 것이지요. 개그맨들이 버라이어티쇼에 가서 적응을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했습니다. 즉 아무리 개그맨이라 하더라도 버라이어티쇼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김준호는 버라이어티쇼에는 잘 나오지 않았고, 심지어 토크쇼에서도 '적응이 안되는 모습'을 오히려 컨셉트로 삼곤 했습니다.

김준호는 대신 드라마쪽에서 오히려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죠. '에어시티'에서 감초연기로 가능성을 보인 김준호는 '뉴하트'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연기자로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습니다. 즉 희극 연기자로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던 참이었죠. 한편 '개콘'에서 이제 고참으로서 후배들의 든든한 비빌 언덕 역할을 자처했던 김준호는 '씁쓸한 인생'에서 아낌없이 망가지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습니다. 그러다 한 순간의 실수로 씁쓸한 인생을 맞았던 거죠.

김석현 PD는 김준호의 복귀 소식을 말하면서 '씁쓸한 인생'도 끝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준호의 복귀와 '씁쓸한 인생'의 끝. 이 두 개가 얼키면서 알 수 없는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김준호의 자리를 메워주었던 김대희가 김준호를 보며 "너 때문에 (못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하는 장면, 이제 뭔가 해보겠다고 올라온 김준호에게 알려지는 코너 폐지 선언은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이었습니다.

'씁쓸한 인생'이라는 코너 자체가 그 중심에 앉아있는 인물을 씁쓸하게 해서 웃음을 만드는 것이라면, 그간 그 씁쓸한 역할을 대신해온 김대희가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듯한 그 모습이 우스웠고, 불운한 실수로 씁쓸한 인생을 지내다 다시 씁쓸한 역할을 통해 개그맨으로 복귀하려 '씁쓸한 인생'이란 코너로 돌아왔지만 코너 폐지를 듣게되는 그 씁쓸한 상황이 우스웠습니다. 어찌 보면 김준호는 이 코너의 시작과 마지막을 잘 장식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즉 마지막까지 (코너 폐지라는 소식으로) 자신을 망가뜨려 웃음을 주었으니 말입니다.

모쪼록 '씁쓸한 인생'이라는 코너의 폐지가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김준호가 겪어온 씁쓸했던 나날들의 종지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연기자로서의 희극인이 귀해지는 요즘, 김준호가 한 때의 실수로 인한 씁쓸한 인생을 접고 다시 활기찬 인생을 맞기를 기대합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138 관련글 쓰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별을 따다줘'의 아역들(사진출처:SBS)

착한 드라마, '별을 따다줘'가 끝나는 날, 조촐한 쫑파티가 있었습니다. 착한 드라마다운 참으로 따뜻한 종방연이었죠. 정지우 작가님과 그간 고생했던 제작진들과 배우들, 관계자들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어우러지는 한 자리였습니다. 무엇보다 드라마 속에서 우리를 몇 달 간 울리고 웃겼던 반가운 얼굴들이 거기 있었습니다. 까칠 엉뚱한 매력을 보여준 김지훈, 씩씩한 얼굴로 우리의 마음을 때론 아프게 때론 흐뭇하게 했던 최정원, 따뜻한 남자 신동욱, 악역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채영인, 덜 자란 듯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켠...

그런데 이 종방연은 다른 종방연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우리에게 동심을 일깨워준 아이들이 어른들 사이 사이에 별처럼 빛나고 있었던 것이죠. 주황이 박지빈은 제법 어른스럽게(?)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인사를 하고 있었고, 초록이 주지원은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아저씨들과 이야기하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말 그대로 발견한 아역배우, 파랑이 천보근은 테이블 사이사이를 장난치며 돌아다니는게 역시 아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정지우 작가님은 조금 초췌한 얼굴로 반가이 맞아주셨습니다. 곧바로 다음 작품이 잡히는 바람에 쉴 틈도 없이 다시 작업에 들어가는 중이라고 하셨습니다(다음 작품은 MBC에서 방영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침 우연히 옆에 앉게 된 중견배우 이영범씨(이 드라마에서 아이들의 아버지역을 하셨죠)와 연기자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연기자가 데뷔해 차츰 중견이 되어가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어려움 등에 대한 것들이었죠.

잠시 후, 사회자가 정지우 작가님에게 한 말씀 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정지우 작가는 먼저 제작진과 연기자분들이 모두 고생하셨다고 인사를 한 후, '별을 따다줘'라는 작품에 대해서는 "좋았기도 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 작품"이라고 겸손한 자평을 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단 한 가지 사실에 있어서는 '별을 따다줘'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하셨죠. 그것은 바로 이 드라마에 출연했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실로 '별을 따다줘'는 아이들이 등장해 그 동심을 끝까지 보여준 요즘들어 몇 안되는 드라마 중 하나죠.

아마도 청소년 드라마나 아이들을 위한 드라마가 사라져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셨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청소년 드라마가 실종된 현실 말이죠. 문득 어린시절 보았던 '호랑이 선생님'이나 '청소년드라마 나', '사춘기', '반올림' 같은 드라마들이 떠올랐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아역배우들은 성인 연기자 못지 않은 연기력과 끼로 주목받고 있죠. '지붕 뚫고 하이킥'의 진지희나 서신애이 그렇고, '별을 따다줘'에 출연했고 이미 '이산'에서 어린 이산으로 주목을 받았던 박지빈이 그렇습니다. 유승호는 '태왕사신기'와 '선덕여왕', '공부의 신'을 거치면서 아역이라기보다는 이제 한 명의 연기자로 서고 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붕 뚫고 하이킥'의 아역들(사진출처:MBC)

과거 드라마들(성인 드라마)은 성인의 어린시절을 넣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초반부 2회분 정도 분량에 아역배우들이 연기를 펼칠 공간이 마련되곤 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게 역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역들이 너무 연기를 잘해서 오히려 그 어린시절을 이어서 연기해야 하는 성인 배우들이 부담을 느낄 정도가 되었죠. 그만큼 아역배우에 대한 위상은 많이 높아진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보다 깊게 연기를 펼칠 청소년 드라마 한 편이 없다니 말입니다. 결국 성인극의 한 부분으로서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아이들로서 아역배우들은 자라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을 따다줘'가 좋았던 것은 바로 아역배우들을 동심이 살아있는 아이로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거꾸로 그 아이들의 동심을 배워가는 드라마였죠.

아역배우들이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성장한 현재, 그들이 자신들의 또래 친구들과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청소년 드라마는 부활할 수 없는 것일까요. 수익구조가 맞지 않기 때문에 성인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역할이 부여되는, 그래서 아이들의 박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성인들의 박수를 받는 아역배우들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요.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137 관련글 쓰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개그콘서트' 김석현PD를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개콘' 코너 중 '달인'이 최장수 코너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몇 주 걸리다가도 재미없으면 퇴출되고 마는 '개그콘서트'라는 무대에서 '달인'의 장수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가장 큰 건 그 단순한 몸개그가 가진 힘이었을 것입니다. 김병만은 몸개그에 관한 한 독특한 자기 영역을 갖고 있는 개그맨이죠. 저는 무엇보다 과거 '웃음충전소'에서 김병만이 했던 '따귀맨'을 가장 인상깊게 기억합니다. '따귀맨'은 따귀를 때리는 그 몇 장면들, 우리가 육안으로 보면 그냥 지나쳤을 그 장면을 고속촬영을 통해 세세히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습니다. 살이 막 떨리는 그 장면들이 주는 포복절도의 웃음이란..

당시 '웃음충전소'를 연출했던 김석현PD는 그 몇 장면을 찍기 위해 뺨을 백 번 가까이 때리고 맞았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짧고 굵직한 그 한 장면을 위한 제작진과 출연진들의 노력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김병만은 '김병만은 살아있다'를 통해 이 초정밀 카메라의 시대와 몸개그가 어떻게 만나는지를 실험했습니다. '달인'은 어쩌면 김병만의 실험적인 몸개그 중, 가장 대중적인 코너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김석현PD는 김병만이 '달인'에서 어떤 장면, 예를 들면 체조의 링을 할 때, 그것을 하기 위해 몇 주씩 체육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곤 했다고 했습니다. 온 몸에 온통 파스를 붙이고 나타나서는 파스 자국이 난 몸을 보여서는 안된다며 녹화 몇일 전에 파스를 떼고 무대 위에 오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언제 아팠냐는 듯, 혼신의 개그를 펼쳐보인다는 것이죠.

물론 '달인'이 최장수 코너가 된 데는 단지 김병만의 '특별한 몸개그' 때문만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달인'만이 가진 장점들이 있었죠. '달인'은 먼저 전문가인 양 나서는 '스스로를 달인이라 자처하는' 세상에 일침을 가하는 통쾌함을 선사했습니다. 권위의 해체. 이것은 어쩌면 '달인'이 등장하던 그 시기에 가장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요. 게다가 소재는 무궁무진했습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없었던 전문가 집단들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달인'은 아직은(?) 없는 전문가들까지 소재로 쓸 수 있었으니까요.

이런 '달인'이 가진 속성들, 즉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김병만의 몸 개그, 무궁무진한 소재, 전문가라는 권위를 해체하는데서 나오는 현실공감 등이 이 코너의 장수를 만들었던 것이죠.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달인'의 캐릭터도 조금씩 변해왔다는 것입니다. 김석현PD는 초창기 '달인'은 실제 달인이 아니면서 달인이라 우기는 캐릭터였지만, 최근에는 진짜 달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기대를 배반'하는 데서 웃음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즉 초기에 관객들은 달인을 우기지만 달인이 아닌 그 기대의 배반에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차츰 김병만이 실제 달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익숙해지면서 기대감은 떨어지게 되었죠. 그러자 김병만은 여기서 다시 허를 찔러 그 떨어진 기대를 저버리는 진짜 달인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평균대 위에서 누군가를 목마 태우고 걷거나, 앞으로 구르기를 하는 것은 실제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김병만은 보기좋게 그걸 해냅니다. 그 순간 거꾸로 관객들은 탄성과 웃음을 터뜨리죠.

'달인'의 김병만이 진짜 달인이 된 사연은 이렇듯, 결국 웃음을 지속적으로 주기 위해 스스로 체육인처럼 몸을 단련한데서 나온 것입니다. '달인'이라는 코너의 장수를 바라보며서 김병만이라는 개그맨의 장수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끊임없는 노력 때문이 아닐까요.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135 관련글 쓰기

  1. 태터앤미디어의 생각

    Tracked from tattermedia's me2DAY  삭제

    몇 주 걸리다가도 재미없으면 퇴출되고 마는 '개그콘서트' 무대에서 '달인'의 장수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달인 김병만이 진짜 달인이 된 사연>

    2010/03/15 10:02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대웃어요'(사진출처:SBS)

'천만번 사랑해'와 '그대 웃어요'가 모두 해피엔딩으로 종영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드라마의 해피엔딩이 너무나 다른 느낌을 주는 건 왜일까요. '천만번 사랑해'는 사실상 그 해법을 찾기 어려운 거미줄 같은 관계를 인위적으로 얽어놓았습니다. 자신이 결혼한 남자가 하필이면 자신이 대리모로 한 아이가 사는 집이라는 우연은 오로지 여주인공의 신파를 만들어내기 위한 자극적인 설정이었죠.
 
하지만 이 상황에서 고은님(이수경)은 자식을 선택할 수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살 수도 없는 입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극단적 상황의 해결은 결국 극단적인 처리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죠. 고은님의 위암과 시어머니인 손향숙(이휘향)의 치매 설정은 이 무리하게 얽힌 관계를 풀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고은님은 결국 위암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을 이루지만 그간 자극적인 신파 설정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절망 속에 허우적대야 했던 주인공을 생각해보면 그 짧은 해피엔딩 역시 인위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막장에 가까운 전개에서 급속히 가족 간의 화해로 봉합되는 과정은 이 드라마가 가진 작위성을 잘 보여줍니다. 드라마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자꾸 작가의 의도된 손길로 흘러갈 때, 그것은 자칫 시청자를 두고 벌이는 감정 놀음이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천만번 사랑해'는 결과적으로 보면 작가의 손에 의해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캐릭터 게임을 함으로써 시청자들을 TV앞에 끌어들인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막장은 바로 이런 작가의 과도한 개입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한편 '그대 웃어요'는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대 웃어요' 역시 공교롭게도 '천만번 사랑해'에서 설정된 암과 치매라는 소재가 사용되었지만, 그 소재는 대단히 자연스럽게 사용되었습니다. 그것은 소재가 이 드라마의 주제인 가족의 단합, 화해를 이끌어내는 장치로 활용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천만번 사랑해'처럼 '결국은 병을 이기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의 섣부른 해피엔딩을 그리지 않습니다.

'그대 웃어요'의 강만복(최불암)은 여전히 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지만, 그 가족들은 그것을 희망으로 바꿉니다. 이것은 '그대 웃어요'라는 드라마의 독특한 태도입니다. 제목에서 풍겨나듯, '그대 웃어요'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라는 전제를 그 앞에 괄호로 채워놓고 있습니다. 힘들어도 웃다보면 희망이 올 것이라는 전언이지요. 결국 강만복은 가족들이 하나로 묶이고, 또 점점 다복해지는 것을 바라보며 속에 두었지만 좀체 내뱉지 않았던 그 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외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천만번 사랑해'(사진출처:SBS)

'천만번 사랑해'가 인위적인 비극을 인위적인 해피엔딩으로 처리했던 반면, '그대 웃어요'는 비극을 비극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를 통해 희망의 해피엔딩을 연출했습니다. 이것은 극단적으로 이른바 막장드라마와 착한드라마 사이에 놓여진 거대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진정성은 '그대 웃어요' 같은 자연스럽고 진지한 드라마의 태도에서 느껴지게 마련이죠. 두 드라마의 종영. 똑같은 해피엔딩이지만 너무나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129 관련글 쓰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사진출처:MBC)

시청자들의 드라마 볼거리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졌습니다. 과거에는 해외 로케만 하더라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차량 추격전이나 총격전만으로도 볼거리가 되었던 적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 그런 단순 볼거리는 더이상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 못합니다. 몇 년 전부터 등장했던 일련의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볼거리라도 어떤 스토리와 맥락을 갖거나 아니면 새로운 연출로 만들어진 볼거리가 아니라면 이제 '돈낭비'했다고 비난할 정도로 시청자의 눈은 높아졌죠.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그 시청자의 높아진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통상적인 볼거리에 이야기를 끼워맞추다 실패한 대작드라마들인 '로비스트'나 '태양을 삼켜라'의 후속작을 보는 것 같았죠. 다분히 의도된 첫 시퀀스로서의 스카이다이빙 장면은 마치 007시리즈의 한 장면처럼 멋진 것이었지만, 아무런 드라마의 이야기와 맥락을 갖지 못했습니다. 스카이다이빙 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툭 끊어지고 다음으로 말을 타고 달려오는 최강타(송일국)의 모습, 그리고 앞에 나타나는 성. 액션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야기 전개도 아닌 이 그저 순전한 볼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장면들은 송일국의 잘 다듬어진 몸이 아까울 정도로 감흥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 첫 장면은 그 후에도 계속 이 드라마가 가진 '맥락없는 볼거리'의 연속으로 이어졌습니다. 수영장 신, 요트를 타는 송일국의 동작 신, 본부(?)에서 펜싱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등은 이야기 속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보다는 그저 "이 장면 멋있지 않아?"하며 볼거리에 집착하려는 드라마의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내주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이야기로만 본다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단순 복수극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전략을 어떻게 짰어야 했을까요. 볼거리 위주, 즉 액션 위주로 가되 그 볼거리가 독특한 연출 등을 통해 말 그대로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리스'는 영화적인 연출을 통해 볼거리 자체를 즐기게 해주었습니다. '추노' 역시 레드원 카메라를 통해 액션만 쳐다봐도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죠. 물론 이 두 드라마의 성공은 볼거리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이리스'는 배우들의 호연이 그 뒷받침을 해주었고, '추노'는 연기는 물론이고 대본의 완성도까지 연출, 대본, 연기의 삼박자를 갖춘 드라마의 완성도를 보여주었죠. 이들 작품에는 그저 '보여주기 위한 볼거리' 이상의 의미가 들어있었습니다. 즉 연출의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죠. '아이리스'는 그 국가를 넘어서는 집단들이 만들어놓은 미궁 속에서 끝없이 허우적대고 흔들리는 개인을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가 연실 흔들렸고 그 생존의 몸부림은 수없이 많은 컷으로 빠르게 나뉘어짐으로써 긴박감을 연출했습니다.

'추노'는 몸뚱어리 하나로 부조리한 세상과 대결하는 민초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그 몸에 집중했고, 그 처절한 몸부림이 심지어 아름다울 수 있게 연출되었습니다. 이 '아이리스'와 '추노'가 보여준 볼거리는 '로비스트'나 '태양을 삼켜라'가 보여주었던 그저 '볼거리를 위한 볼거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런 상황에 '신불사'가 '아이리스'나 '추노'의 볼거리가 아니라 '로비스트'나 '태양을 삼켜라'의 볼거리를 선택했다는 점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위해 수개월 동안 몸을 만들어온 송일국의 노력이 그렇습니다. 아무리 배우가 열심히 한다고 해도, 그걸 받쳐주는 대본과 연출이 없는 한 그 비난은 심지어 배우에게까지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드라마에 있어서 볼거리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가져야할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볼거리는 그저 스펙타클이 아닙니다. 이야기의 맥락을 잘 표현해내는 것이 볼거리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없을 때, 그저 볼거리를 위한 볼거리로 전락할 때, 드라마는 매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뤼미에르 형제가 기차가 도착하는 장면만을 찍어서 대중들을 매료시켰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미 우리네 대중들은 수많은 볼거리를 경험해왔고, 또한 드라마들도 새로운 볼거리를 보여주면서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128 관련글 쓰기

재주는 '무도'가 넘었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한도전'(사진출처:SBS)

이제 곧 밴쿠버에서 동계 올림픽이 시작됩니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거기에는 아마도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 대한 관심 때문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연아 선수겠죠. 그녀의 금번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의 금메달 도전은 국민적인 관심사를 넘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녀는 물론 경기장에서의 매력적인 연기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은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이 전파되었습니다. 그녀가 국민여동생으로서 누구에게나 지지받는 존재가 된 것은 이 경기장 안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경기장 밖에서의 옆집 동생 같은 수수한 얼굴이 균형있게 비추어졌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예능 프로그램과 스포츠 스타가 서로 만나 찰떡궁합의 면모를 보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은 스포츠 스타들로서도 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이 되고, 프로그램으로서도 이들의 인기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무한도전'은 유난히도 이번 동계 올림픽과의 인연이 깊습니다. 김연아 선수를 게스트로 초대해 집중 조명한 적이 있으며, 봅슬레이팀을 조명해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이번 동계 올림픽에 대한 유난한 관심에 '무한도전'이 한 역할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한편 이번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스키 점프 선수들은 영화 '국가대표'를 통해 집중조명되었습니다. 그간에는 별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던 일반대중들도 이제는 스키 점프가 갖는 그 매력적인 비상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스포츠 외부적인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스포츠에 기여한 바가 컸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한도전'(사진출처:SBS)

그런데 이번 동계 올림픽은 SBS가 독점으로 중계한다고 합니다. 사실 SBS의 독점중계는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앞으로 2012년 하계올림픽, 2014년 동계올림픽, 2016년 하계올림픽, 게다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물론이고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월드컵 중계권까지 모두 독점 확보한 상태입니다. 이것은 타 방송사가 사실상 스포츠 중계를 할 수 없게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장 내에서의 촬영을 할 수 없는 데다, 스포츠 관련 뉴스 같은 것을 내보내려 해도 모두 SBS측에서 보내주는 화면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항간에는 '남자의 자격'의 월드컵 행이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유는 SBS가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촬영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타 방송사들은 동계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가적인 스포츠 행사가 벌어질 때 주변만 찍고 다녀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됩니다.

이러한 국가적인 스포츠 행사의 시기에는 사실상 타 장르의 프로그램들, 예를 들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까지 무덤이 되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 때를 어떻게 넘길 것이냐가 고민이 되곤 하죠.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은 아예 스포츠 경기를 아이템으로 선정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SBS의 독점 중계권으로 인해 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봅슬레이에 국민적 관심을 일으킨 '무한도전'이 정작 봅슬레이 경기를 아이템으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이러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114 관련글 쓰기

  1. 오늘 개막된 벤쿠버 동계올림픽 SBS단독중계 논란에 대한 제 생각...

    Tracked from 신진련 대표 이장군의 블로그  삭제

    신진련 대표 이장군입니다. 오늘부로 본격적으로 설날 연휴가 시작이 되었군요. 비록 이놈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뭣같기는 합니다만 다들 설날연휴만큼은 알차게들 보내셨으면 하는군요. 그나저나 오늘부로 벤쿠버에서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동계올림픽이 시작되었더군요. 저는 개막식 중간만 보다가 재미없어서 채널 돌렸지만 말이죠. 헌데 이번 동계올림픽과 관련해서 SBS에서 단독중계를 한다고 해서 많은 인간들이 인터넷상에서 왜 동계 올림픽을..

    2010/02/13 17:1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별을 따다줘'(사진출처:SBS)

"당신이 신경쓰인다"는 말은 정지우 작가의 작품에서는 "사랑하게 됐다"는 말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멜로드라마를 그리지만, 그 멜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남녀 간의 관계만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인간애를 바탕에 깔고 있죠. 그래서 그녀의 드라마는 '측은지심의 드라마'가 됩니다.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보면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야될 그 마음을 이끌어내는 드라마죠.

변호사 원강하(김지훈)는 스스로 자신을 '마음이 없는 인간'이라고 말합니다. "마음을 드러낼 때마다 맞았다"고 술회하며 그래서 "마음이라는 것이 없는 것처럼 살아왔다"고 말하죠. 그의 집은 그 마음이 없는 원강하의 그 텅빈 공허를 형상화해낸 공간입니다. 그런데 그 마음 속으로 진빨강(최정원)과 동생들이 불쑥 허락도 없이 들어오죠. 그러면서 이 '마음 없는 공간'은 질서가 깨지기 시작합니다.

원강하의 단단한 방호벽(?)을 뚫고 진빨강과 아이들은 무차별 진격해 들어옵니다. 처음 진빨강은 그 '염치없음'에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차츰 과감(?)해집니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간신히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얻은 그녀는 어차피 쫓겨날 거, 이 '마음이 없는 인간'에게 대들기 시작합니다. 자기 주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가정부로 들어온 여자가 가사일을 전혀 모르고, 그것도 모자라 아이들까지 줄줄이 숨겨서 들어와 버젓이 살아보겠다고 주장하는 건 몰염치에 가깝습니다. 그것은 타산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쿨한 이 집의 원강하 같은 인간에게는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죠. 그런데 원강하는 이들의 침범에 조금씩 동화되어 갑니다.

몽유병을 갖고 있어 매일 밤 자신의 침대로 침범해들어오는 파랑(천보근)을 처음에는 어이없어 하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기다리게 됩니다. 그런 호의를 가진 그에게 그러나 아이들은 아랑곳없이 괴롭힙니다. 호의로 아이들을 데리고 중국집에 가서 음식을 시켜주면, 자장면을 뒤집어쓰게 만드는 식입니다. 그런데 이 몰염치는 단단한 원강하의 방호벽을 뚫고 들어옵니다. 그는 자신을 짝사랑해온 정재영(채영인)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지만 진빨강에게는 결국 "당신이 신경쓰인다"고 말합니다.

'별을 따다줘'의 몰염치가 기분좋은 것은 이 '마음이 없어 보이는' 사회를 침범해들어오는 그 인간적인 염치없음이 보기좋기 때문입니다. 쿨한 사회. 상대방을 위해 웃음을 지으면 마치 자신이 지는 것이라도 되는 양 무표정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진빨강과 아이들의 도발은 신선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드라마의 배경이 보험회사라는 설정은 이러한 드라마의 메시지를 잘 보여줍니다. "가족처럼!"을 늘 입에 달고 다니지만, 그 이면에는 돈의 논리가 꿈틀대는 JK생명의 일단은 우리 사회의 차가움을 대변해줍니다. 그 속에 들어간 진빨강은 마치 마음 없이 살아가는 원강하의 마음 속에 들어간 것처럼 사회에 따뜻함을 전하려 합니다.

멜로에서부터 인간애를 얘기하는 것은 정지우 작가 작품의 특징입니다. 조금은 세련되지 못해 보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껴지는 것은 그녀의 드라마만이 갖는 매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녀는 이 사회가 얼마나 차가운 것인가를 절감하고 있고 그래서 그렇게 차갑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허락없이 불쑥 발을 디디는 작가입니다. '몰염치'조차 인간적인 매력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은 그 때문일 것입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111 관련글 쓰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대 웃어요'(사진출처:SBS)

'그대 웃어요'는 보면 볼수록 최불암을 닮은 드라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삶은 그렇게 힘겨운 것이라는 듯 잔뜩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사람좋은 인상으로 쇳소리처럼 바람빠지는 웃음 소리를 내는 최불암은 바로 이 드라마의 얼굴 같습니다. 처음에는 왜 제목이 '그대 웃어요'인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최불암이 그 특유의 웃음을 지을 때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목 앞에는 아마도 이런 문장이 생략되어 있었겠지요. '삶이 힘들더라도'.

'그대 웃어요'의 할아버지 강만복은 간암판정을 받았지만 손주의 행복한 결혼을 보고 싶어 그 사실을 숨깁니다. 자식들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할아버지가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한다는 걸 알고 역시 이를 숨깁니다. 그러니 이 드라마는 밑바탕에는 이 숨겨진 마음, 힘겨운 현실이 자리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숨긴 채 서로 웃습니다. 그러면서 행복을 느낍니다.

이 드라마의 희비극을 넘나드는 기막힌 설정은 보는 이를 울다가 웃게도 웃다가 울게도 만들어버립니다. 할아버지에게 간이식을 해주기 위해 결혼도 안한 손주며느리가 몸을 챙기는 그 눈물겨운 상황을 이 드라마는, 시어머니의 오해 즉 손주며느리가 임신을 했다는 상황으로 넘기면서 웃음으로 바꾸어버립니다. 간이식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밉상 사돈인 서정길(강석우)인 사실을 알게된 며느리 백금자(송옥숙)가 간을 달라며 쫓아다니면서 서정길의 술을 빼앗아 먹는 장면은 우스우면서도 눈물겹습니다.

결혼식을 하고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간다면서 사실은 떠나지 않고 호텔에 머무는 자식들과, 결혼식장에서 쓰러진 할아버지 때문에 혹 신혼여행을 망치지나 않을까 저어하는 시어머니는 전화통화를 하며 서로 거짓말을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지만 그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 설정 속에서 눈물과 웃음은 또 한번 교차합니다.

몸을 가눌 수 없어 비틀거리고 고통에 혼자 밤을 지새우면서도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어주고 있는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흔히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고 있어서 행복한 것이라고들 말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건(그것이 빠르냐 더디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비극적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살아야 행복하다고 이 드라마는 말합니다.

이 드라마에 절절한 공감이 가는 이유는 그 비극적 상황을 애써 비극으로만 비추어 눈물을 짜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힘겨움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 그 힘겨움 속에서 어떤 행복감과 즐거움을 찾아내려는 이 드라마가 불황의 그늘 속에서 늘 찡그릴 수밖에 없는 고통을 느끼는 우리네 서민들에게 잠시나마의 위안이 되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웃으라고 하면서 눈물을 나게 하는 '그대 웃어요'는 참 고약한 드라마입니다. 그 우스운 설정에 깔깔 웃게 만들고는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게 만드는 이 드라마는 참 못됐습니다. 그런데 그 고약하고 못된 드라마가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건, 아마도 저 허허로운 웃음 속에 삶의 무게까지를 담아내는 최불암을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109 관련글 쓰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마존의 눈물'(사진출처:MBC)

'아마존의 눈물', 김진만PD와는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예전에 'MBC스페셜'에서 '최민수, 죄민수... 그리고 소문'이라는 다큐를 찍을 때,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었죠. 그 때 김PD는 죄없는 최민수가 죄인이 되어버린 이 곡해된 사실을 무척이나 안타까워 하면서 저와 한참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의 얼굴에서 저는 어떤 열정과 진지함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 진심이 읽혀졌던지 최민수는 이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서 오해를 풀 수가 있었죠.

그 후 다시 김진만PD를 만난 건, '휴먼 다큐 사랑'을 통해서였습니다. MBC스페셜의 윤미현CP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익숙한 얼굴이 인사를 했습니다. 검게 탄 전형적인 야전형 얼굴에 서글서글하게 웃는 미소. 그는 이 코너에서 '로봇다리 세진이'를 맡아 연출했었죠. 그 때 처음 김PD가 아마존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윤미현CP는 너무 김PD를 오지로 굴리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하더군요. 정작 김PD는 어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흥분되어 보였지만 말입니다.

저는 농담 삼아, "아마존에 가서도 휴먼 다큐 찍으려는 건 아니죠?"하고 물었죠. 그러자 왠걸, 김PD가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거기서도 휴먼 다큐 찍을 건데..."

그 때 사실 저는 그 의미를 정확히 잘 몰랐습니다. 아마존에서 휴먼 다큐라니... 그리고 다시 김PD를 만난 건, 아마존에서 돌아와 후반 편집을 할 때였습니다. MBC에 갔다가 거기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거대한 플래카드를 보고는 문득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죠. 잠깐 MBC사옥 휴게실에서 본 김PD는 사실 사람 몰골이 아니었습니다. 그잖아도 야전으로 늘 검게 탄 얼굴이 더 검어 보였고, 그럴 수록 그의 사람 좋은 웃음은 더 시려 보였습니다.

그에게 이런 저런 아마존에서의 촬영 상황을 들었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사실 김PD는 고생한 만큼의 성과가 있을 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아마존에서의 촬영 기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더 정교하게 촬영하기가 어려웠고, 또 그렇게 촬영한 분량 중에서 많은 양을 사고로 잃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 이 진심이 분명 영상에도 녹아나겠구나 생각했죠. 그걸 그 사람 좋은 웃음에서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마존의 눈물'(사진출처:MBC)

다큐멘터리는 사실 시청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이유로 프라임 타임 밖으로 밀려나는 게 요즘 현실이었죠. 하지만 저는 언젠가 다큐멘터리가 일을 낼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이런 현장에서의 진심을 담은 카메라들이 준 확신이었죠. 점점 진정성을 요구하는 대중들에게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 까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역시..! 였습니다. '아마존의 눈물'에는 그 아마존이 파괴되어가는 실상이 담겨져 있지만 그것보다 제가 본 것은 그걸 찍는 사람들의 진심이었습니다. 분명 그 진심은 통하고 있었습니다. '아마존에서 휴먼 다큐를 찍는다'는 말을 그제서야 이해했습니다. 그 원주민들 가까이로 다가간다는 것, 그리고 그들과 호흡하며 생활하며 사실을 그대로 찍어낸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원주민들과 도시인들 사이의 벽을 무너뜨리고 한 똑같은 인간으로서 똑같은 마음을 담는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가 이제는 남극으로 또 간답니다. 거기서 '눈물 3부작'의 마지막, '남극의 눈물'을 찍기 위해서죠. 이제 알것도 같습니다. 그 '눈물 3부작'은 우리 지구가 흘리는 눈물을 기록하기 위해 떠나간, 그 진심을 담은 사람들의 눈물 3부작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검게 탄 얼굴에 시린 하얀 웃음을 짓고 다시 남극을 담아올 김진만PD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군요.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107 관련글 쓰기

  1. 아마존의 눈물에 열광하게 된 이유

    Tracked from 브릿지  삭제

    MBC의 명품 다큐 '아마존의 눈물'이 마무리 되었어요. 적지 않은 시간동안 공을 들여가면서 만들었던 다큐멘터리이기에 그들이 보여준 화면 하나만으로도 신기함을 느끼게 만들었고, 단순히 신기함을 떠나 우리가 처하고 있는 현실이나 사람들의 이기심이 얼마나 추악하게 세상을 바꾸어가고 있는지 등을 볼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을 해요. 사실 다큐멘터리라는 것은 잔잔한 재미라고 해야 할까요? 암튼 그런 재미를 던져주는 것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2010/02/06 14:21
  2. 아마존의 눈물: MBC가 준비한 명품 다큐멘터리

    Tracked from 아마추어 팀블로그  삭제

    놀라웠다. 2008년, 점점 사라져가는 북극의 모습을 깨끗한 화면에 담아 우리나라 4800만 국민들의 탄성을 자아냈던 <북극의 눈물>을 보았을 때, 나는 그저 놀라웠다. 하얗다는 말로도 모두 표현할 수 없는 냉기와,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을 동시에 지닌 북극의 땅.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매우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사냥은 때론 너무 가혹하게도 보였고, 문명의 탈을 쓴 나는 겉으론 그들을 이해한다고 큰 소리 떵떵치면서 속으론..

    2010/02/06 15:56
  3. MBC창사특집 아마존의눈물 무료보기 [아마존의 눈물 최고화질]

    Tracked from .  삭제

    아마존의 눈물이 대작이라고 주변에서 아바타 버금가게 이야길 하니 안 볼 수도 없고, 하나tv에 당연히 있는 줄 알고 틀어보니, 이런 아마존이 배경으로 나오는 거는 하나 있는네 ...쩝 아니고...어디서 아마존의 눈물을 무료로 본다지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스페셜이라서, MBC 들어가보니, 아마존의 눈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정말 뜨겁더군요. 교육적으로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가 봅니다. 이런 좋은 다큐멘타리를 왜 못 본 거야...개탄해봅니다 ;;..

    2010/02/07 03:09
  4. 무릎팍, 아마존의 눈물 제작진이 특별하게 보인 이유

    Tracked from 브릿지  삭제

    무릎팍도사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나왔어요. 그들은 다름아닌 '아마존의 눈물'을 만든 제작진이었어요. 김진만 PD, 김현철 PD, 송인혁 촬영감독 이들 외에도 고생한 이들이 많았지만, 이들 3명이 대표로 나와서 '아마존의 눈물'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그들은 '아마존에 또 가라고 하는데 어떻하냐?'는 고민을 가지고 무릎팍도사를 찾아주었어요. 사실 그 고민이 너무도 공감이 갈 수 밖에 없어요. 250일 동안 고생고생하며 명품 다큐..

    2010/02/11 11:5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의형제'(사진출처:루비콘픽쳐스)

낮 시간에 영화관에 가는 마음은 조금은 쓸쓸합니다. 사실 영화를 본다는 행위 자체가 누군가와의 소통과 공감을 간절히 원한다는 의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관에 들어가 두 시간 정도라도 누군가와 함께 웃고 울고 한다는 그 일체된 행위의 즐거움. 앞으로 어쩌면 영화관은 그런 곳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두서없이 이런 얘길 하는 건, '의형제'라는 영화를 보면서 문득 송강호가 참 쓸쓸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물론 그 영화 속에서의 송강호가 그런 것이지만, 사실 배우 송강호도 그런 면이 있죠. 뭐 송강호가 그렇게 멋지게 폼을 잡는 걸 저는 영화 속에서 본 일이 별로 없습니다. '넘버3'의 그 정서가 다른 영화 속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왔죠. 그는 조금은 빈 듯 툭툭 대사를 던지고, 엉뚱하게도 진지한 순간에 아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그가 좋은 놈도 나쁜 놈도 아닌 이상한 놈으로 캐릭터지어져 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아한 세계'의 조폭의 상스러움과 가장의 성스러움을 동시에 품는 그런 캐릭터가 어찌 이상하지 않을까요. '괴물'이나 '박쥐' 같은 어찌 보면 기괴할 수 있는 영화 속에서도 그는 절대 폼을 잡는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아주 서민적인, 혹은 속물적인 속내를 슬쩍 드러냄으로써 관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죠.

'의형제'에서의 송강호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정원 요원이지만 어찌보면 강력계 형사 같은 인상을 주는 이한규(송강호)는 이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만드는 북한 공작원과의 대결 구도 속에서도 바로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을 유지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가 나오는 영화에는 그의 일상적인 모습들이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찌 어찌 해 서로의 신분을 속인 채 같이 살게된 북한 공작원 송지원(강동원)이 닭을 잡아 요리를 해줄 때, "이거 누가 해주는 밥 정말 오랜만이구만"하고 송강호가 툭 던지는 대사는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아이리스' 같이 폼나는 것이 아니라 '의형제'라는 조금은 구닥다리 냄새를 풍기는 지 단박에 알려주죠.

이 영화는 국가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또 그 시스템들의 대결 속에서 희생되고 피흘려야 하는 개인들의 아픔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스템은 개인들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싸울 이유가 없는 이들을 싸우게 합니다. 결국 '의형제'가 보여주는 것도 이 소통의 문제라고 여기게 되는 것은 혼자 대낮에 영화관에 간 탓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 개인들이 시스템과 상관없이 상대방을 '형'이라고 부를 때, 슬쩍 뜨거워지는 가슴에 화들짝 놀라 괜스레 주변을 흘끔흘끔 돌아본 것은 아마도 거기에 나와 똑같이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를 확인하고픈 마음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송강호는 늘 그렇게 서민적인 얼굴로 자신을 한껏 낮추며 때론 속물적으로 느껴질 만큼 폼잡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보통 연기자들이 자신의 주변에 어떤 타인과의 선을 그어놓고 적당한 거리에서 폼을 잡는 것과는 사뭇 다르죠. 그래서 사람들은 송강호에게서 어떤 정 같은 것을 느끼나 봅니다. 이것은 어쩌면 송강호가 갖고 있는 다른 연기자들에게서는 발견하기 힘든 장점일 것입니다. 한없이 긴장을 뺀 상태. 타석에 들어가기 전 어깨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 그래서 편안한 상태.

그렇게 편안해서인지 그 무장해제에서 웬지 우리네 아저씨들의 쓸쓸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뭔가 산전수전 다 겪고 그래서 "인생 뭐 있냐"는 식의 편안함 속에 느껴지는 쓸쓸함. 이건 아마도 낮에 영화관에 간 영향이 클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적어도 '의형제'라는 영화 속에서 송강호의 쓸쓸함을 느낀 것은 분명 저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 영화에는 정말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송강호의 영화 속 모습들이 편린처럼 다 들어가 있어, 마치 그의 필모그라피를 읽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해주니까요.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1104 관련글 쓰기

  1. [의형제] 영화도 배우들의 연기도 메시지도 전부 좋았다

    Tracked from 드라마작가지망생의 S  삭제

    &nbsp; &nbsp; 동상이몽. 한지붕 두 가족. 목적이 있는 만남. 자신만 상대방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착각. 의심과 배신과 의리와 정. &nbsp; &lt;의형제&gt; 영화도 배우들의 연기도 메시지도 전부 너무 좋았다. &nbsp; 송강호의 연기야 뭐 말할 필요 있을까. 진짜 살아있는 배우. 삶의 냄새가 스크린 밖으로 생동감 넘치게 튀어나온다. 강동

    2010/02/05 09:29
  2. vfyyahdt

    Tracked from vfyyahdt  삭제

    vfyyahdt

    2010/03/02 21:41
◀ Prev 1 2 3 4 5  ... 8  Next ▶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10)
블로거의 시선 (80)
네모난 세상 (881)
생활의 발견 (43)
상투잡기 (4)
깊게보기 (1)

달력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3,329,777
  • 3,7662,736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