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커피 프린스∼’, ‘경성스캔들’, ‘메대공’

만화적 감수성의 시도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풀 하우스’와 ‘궁’에서 시도되었고, ‘환상의 커플’에서 만화 원작이 아닌 드라마 자체로의 시도를 성공리에 끝낸 바 있다. ‘환상의 커플’은 더 이상 ‘만화 같은 이야기’라는 수식어가 ‘황당하고 허술하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재미있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3차원 드라마 세상에 나온 갑작스런 4차원 드라마의 출현이었다. 지금처럼 같은 시기에 비슷한 경향의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비현실적이라고? 효과는 만점
만화적인 장치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카메라 연출이다.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화면 속에 넣어지는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을 담은 자막들은, 만화책의 프레임과 말 풍선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참신하게 다가올 것이다. 드라마에서라면 조금은 거북할 법도 한 캐릭터들의 과잉행동은 그러나 만화적인 앵글과 편집으로 경쾌하게 변신한다. 갑자기 본 드라마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상상 속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 역시 바로 그런 만화적 감수성의 룰 안에서 용인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만화적 감수성은 단지 카메라 연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캐릭터의 설정이라든가, 이야기 전개에까지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메리 대구 공방전’에서 대구의 아버지인 풍운도사(이영하)의 캐릭터 소개는 말 그대로 만화적 설명이라 할 정도로 우화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경성스캔들’에서 모던 뽀이 선우완(강지환)의 캐릭터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사용된 장치 역시, 그를 따르는 지라시 출판사의 만화 같은 캐릭터들의 만화 같은 행동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커피 프린스 1호점’ 역시 최한결(공유)이 남장여자인 고은찬(윤은혜)을 애인처럼 보여 선보는 여자들을 따돌리는 설정과 장면들은 바로 그 만화적 장치를 활용했다. 그 과정을 통해 그 둘의 관계가 이어질 거라는 점에서 이 만화적 장치는 비현실적이지만 효과적이다.

공교롭게도 세 편 모두 인터넷 소설(한심남녀공방전, 커피 프린스 1호점), 로맨스 소설(경성애사)이 원작이다. 어떻게 대중소설이 만화적 감수성을 갖고 있는가는 그 소설들을 읽어본 독자라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문학이 가진 완고한 문학적 틀에 반항하기라도 하듯 이들 소설들은 영상의 세례를 받고 태어났다. 그 영상이란 드라마, 영화는 물론이고 만화도 포함된다. 글이 가진 문학적 묘미보다는, 영상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로서의 글을 갖고 있기에 이들 작품들은 만화적 감수성과 교류한다.
질척이던 멜로를 구원한 만화적 감수성의 힘
새로운 드라마 트렌드의 탄생을 기대하게 하는 것은 이들 드라마들이 만화를 캐스팅하면서 분명히 얻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는 참신한 스토리다. 과거의 사랑타령(?)을 담은 멜로 드라마나 트렌디 드라마들은 거의 빤한 스토리 속에 안주하고 있었던 반면, 이들 드라마들은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를 제공한다.
‘메리 대구 공방전’은 백수인 청년들을 내세워 꿈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기본적으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여기에 제목에서 암시하듯 커피 프린스 1호점을 세우고 키워나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얹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성 스캔들’은 일제시대라는 무게감 때문에 다루지 못했던 그 시대의 연애를 경쾌하게 다루면서도 또 한편으로 당대 젊은이들의 아픔을 놓치지 않는다. 만화적 상상력의 자유로움은 리얼리티가 가진 무게를 벗어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드라마가 만화적 장치를 가져오면서 그간 멜로 드라마들이 사랑 이야기를 하면서 갖지 못했던 감정의 균형감각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식상한 최루성 멜로 드라마와 트렌디 드라마들이 일시에 가라앉으면서 드라마가 고민해야했던 것은 앞으로 드라마 속에 어떻게 사랑 이야기를 넣느냐는 것이었다.
통속화되고 공식화된 멜로 드라마들이 만들어놓은 ‘사랑타령’으로 일축되는 현실 앞에서, 드라마의 재미 중 거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랑이야기의 배치는 첨예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하얀거탑’ 같은 사랑이야기가 없는 전문직 장르 드라마의 탄생은 마치 ‘사랑타령’을 드라마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오인하게 만들었다.

심각한 상황 속에서 느닷없이 경쾌한 시그널이 삽입되고(경성스캔들), 속내를 내내 숨기며 시종일관 웃기고 있다가 느닷없이 눈물 한 방울로 찡하게 만들며(메리 대구 공방전), 당장 올려줄 전세금이 없으면 쫓겨나야 할 상황을 오히려 웃음의 원천으로 바꿔버리는(카페 프린스 1호점) 힘은 바로 그 만화적 장치에서 나온다.
지금 등장한 이러한 드라마가 하나의 트렌드를 이룰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히 같은 시기에 등장했을 뿐인지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드라마의 탄생이 식상한 멜로 드라마와 트렌디 드라마가 해놓은 드라마의 퇴행을 다시 진화의 방향으로 돌려놓은 공이 있다는 점이다. 어쨌거나 멜로를 포함한 사랑이야기는 드라마가 배제하기 어려운 소재가 아닌가. 그렇다면 멜로를 무조건 비난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로 식상하지 않은 멜로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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