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쿠스', 리얼리티일까 자극의 극단일까

리얼한 걸까. 아니면 자극의 극단일까. 미국드라마 '스파르타쿠스'에서 피가 튀는 장면은 예사롭다. 살점이 튀고 팔다리가 잘려져 나가며, 잘린 목이 튀어나가고, 창이 입에서 뒤통수로 꿰어지기도 하는 이 드라마에서 예리한 칼날에 갈라진 배에서 창자가 밖으로 미끄러져 나오는 일은 새롭지도 않은 일이다. 그 검투사들의 혈전 속에서 난자되는 몸들을 계속 보다보면 비로소 우리 몸이 피와 살로 이루어진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실제로 목과 팔다리가 잘려진 몸뚱어리를 증거물처럼 들고 다니며 배후를 추적하는 장면도 나온다.

로마 시대. 검투경기장의 이 잔인하고 자극적인 풍경들은 어쩌면 실제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피가 튀고 살이 잘려지고 목이 굴러다닐 때마다, 환호하는 관중들은 폭력이라는 자극에 잔뜩 길들여진 짐승들 같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그 현장을 보며 흥분하는 이 관중들 속에서 가슴을 훌렁 훌렁 드러낸 여자들이나, 그 여자들과 공공장소에서 섹스를 하며 경기를 관람하는 남자를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닐 것이다. 향락의 끝단에 선 로마에 남은 건, 어떻게 하면 인간의 육체를 갖고 극한의 쾌락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뿐인 것만 같다. '스파르타쿠스'는 바로 그 세계를 리얼하면서도 탐미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미국 드라마다.

1960년, 1천2백만 달러를 들여 제작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팔타커스'가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대서사시를 그려내려 했다면, 21세기에 최첨단 CG로 무장되어 새롭게 제작된 '스파르타쿠스'는 이 고깃덩어리 같은 자극적인 몸뚱어리를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일까. 표면적인 주제의식은 '스팔타커스'와 다르지 않다. 자유에 대한 의지. 게다가 '스파르타쿠스'는 이 환락의 시대에 지순한 아내에 대한 사랑을 지키는 사내를 세워둔다. 스파르타쿠스가 싸우는 이유, 그것은 권력도 아니고, 검투사로서의 명예도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아내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이 표면적인 주제의식 위에 '스파르타쿠스'는 꽤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영상연출을 구현해냈다. 영화 '300'을 그대로 드라마로 가져온 듯한 액션 장면들은 그래픽 노블만이 갖는 만화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인상을 던져주고, 군더더기 없이 압축적인 스토리는 드라마에 꽤 긴박한 속도감을 제공한다. 한 번 보게 되면 다음 편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자극적인 영상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복수극 구조에 보편적인 사랑이야기, 그리고 로마라는 그 풍경에 대한 호기심이 리얼리티로 잘 구현된 이 작품을 그저 하드코어나 하드고어로 치부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분명 이 일련의 감정의 파고를 겪게 되는 극적 스토리들이 완성도 높은 장면으로 잘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들일 뿐이다.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주제의식은 저 검투 경기장의 모래 위에 흩뿌려지는 피에 묻혀지게 된다. 어디 피뿐일까. 육체의 자극을 극단으로 끌어올리는 영상 속에서 이 드라마는 로마 시대에 있었음직한 섹스의 향연을 보여준다. 성노예들과의 은밀한 섹스는 기본이고, 검투사들에게 상처럼 내려지는 창녀들과의 짐승 같은 집단섹스, 어린 아이와의 섹스를 암시하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성행위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더욱 음란해진다. 이것은 주인의 손가락 하나로 친구를 죽여야 하거나, 심지어 원수의 아이를 죽여야 하는 검투사들의 폭력이 그 얽힌 관계로 더 강한 자극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인공이 아무리 고결한 순애보를 보여준다고 해도 피와 섹스는 '스파르타쿠스'라는 드라마의 진면목이 된다. 편당 제작비 250억 원을 들인 '스파르타쿠스'는 따라서 그 익숙한 '로마 검투사들의 반란'이라는 이야기 위에 과거 1960년대 스탠리 큐브릭이 보여주었던 스펙터클과는 차원이 다른 자극적인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아무리 매력적인 소재에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영상연출이라고는 해도, 케이블 채널 OCN에서 현재 5%에 가까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에는 바로 이 스펙터클의 몫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당대 로마 시대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티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보여주는 것과 탐닉하는 것은 다르다. '스파르타쿠스'의 검투 경기 장면에서 잘려진 목이 허공에서 피를 흩뿌리며 슬로우 모션으로 뱅글뱅글 도는 장면은 리얼리티의 구현이라기보다는 피의 탐닉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피와 모래(blood & sand)'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것처럼, 스파르타쿠스'에는 모래 위에 끊임없이 피가 흩뿌려진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경기장의 광적인 관객들은 피에 굶주렸다는 듯이 환호성을 지른다. 어쩌면 그 모습은 우리 자신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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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터앤미디어의 생각

    Tracked from tattermedia's me2DAY  삭제

    주인공이 아무리 고결한 순애보를 보여준대도 피와 섹스는 '스파르타쿠스'라는 드라마의 진면목이다. 편당 제작비 250억 원을 들인 스파르타쿠스는 익숙한 '로마 검투사들의 반란' 이야기 위에 1960년대 스탠리 큐브릭이 보여준 것과 차원이 다른 자극적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2010/05/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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