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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에게서 발견하는 서민적 모습, 이승기

'1박2일'에 처음 이승기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을 지도 모른다. 이승기가 가진 귀공자 이미지가, 거친 야생을 표방하는 '1박2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묘한 이미지의 엇갈림은 '1박2일'에서 이승기만의 독특한 매력을 끄집어내게 했다. 그것은 아무리 야생에서 생고생을 하면서도 꼭 냉수라도 머리는 감아야 하며, 얼굴 관리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이승기에게 그루밍족(자기을 가꾸는데 적극적인 남자)의 이미지를 오히려 강화시켰다.

김C나 이수근처럼 도무지 관리를 할 것 같지 않은 캐릭터들과의 대비효과 또한 클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이승기는 자신의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이 짓궂은 형들 사이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추가했다. 그간 '누님들 사이에서의 이승기'라는 이미지에서 '형들 속에서의 이승기'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이로써 이승기라는 캐릭터가 가진 인물의 스펙트럼은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확장되기 시작했다.

'돌아온 일지매'의 캐스팅이 거론되었을 때가 이승기의 최대 고비였다. 사실 일지매라는 역할은 이승기에게는 무리수가 될 수 있었다. 아직 연기를 해본 경험이 일천한 상황에서 연기자들도 어려워하는 사극 연기는 연기자로서의 첫발로서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지매가 갖는 고독한 이미지는 '1박2일'로 넓혀온 그의 이미지를 자칫 다시 고정된 이미지로 한정시킬 가능성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이승기가 '돌아온 일지매'를 고사하고 '찬란한 유산'을 첫 연기(이전에 연기를 하기는 했지만 사실상의)의 발판으로 선택한 것은 현명한 처사였다 할 수 있다. 그것은 이승기가 확보해놓은 이미지의 연장선으로서 '찬란한 유산'의 선우환을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우환이 이 드라마를 통해 변화해가는 과정은 저 '1박2일'에서의 이승기의 변화과정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재벌집 상속자로서 황제의 삶을 살아온 선우환이 모든 기득권을 포기당한 채, 서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오는 과정은 저 '1박2일'의 이승기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연결된다.

설렁탕집에서 손님들 앞에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나, 고은성(한효주)에게 "주임님"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주면서도 선우환이란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승기의 매력을 끄집어내게 한다. 한편으로 고은성에게 조금씩 흔들리고 빠져가는 남성으로서의 이승기는 멜로의 주인공으로서의 새로운 이미지를 부가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이승기의 연기가 마치 '1박2일'에서의 그 빠른 적응력처럼 빠르게 드라마에 적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조금은 굳어있는 듯한 그의 얼굴은 이제 제법 화를 내기도 하고,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는 얼굴로 풀어져가고 있다. 이러한 연기의 세계 속에서의 '찬란한 유산'을 통한 이승기의 성공 역시 일정 부분, '1박2일'의 공이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신을 끝없는 도전 상황에 그저 내던지고 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연기자의 기본 전제가 아닌가. '1박2일'은 그간 이승기에게 충분한 그 연습상대가 되어 주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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