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보니 아니더라? ‘아는 와이프’ 호평과 혹평을 가르는 건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가 하려는 이야기는 과거를 되돌려 첫사랑 이혜원(강한나)의 남편이 된 차주혁(지성)이 서우진(한지민)의 진가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본래 멜로를 좋아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코미디를 더 좋아하는 서우진. 그가 멜로를 좋아한다 여겼던 건, 울고 싶을 때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는 걸 차주혁은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서우진을 괴물로 만든 건 바로 자신이라는 것도. 

즉 <아는 와이프>는 ‘만일 ...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판타지를 통해 담아내면서 우리가 현실에 치여 놓치고 있던 것들을 그 체험을 통해 깨닫게 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는 조금 뻔한 면이 있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지만 ‘지금 당신 옆에 있는 배우자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가상 체험일 수 있어서다.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마치 저 <구운몽>의 이야기처럼 모든 게 일장춘몽이었다고 끝나는 건 아닐는지.

가상 체험은 자못 자극적인 코드들을 담을 수 있다. 이를테면 남편이 아내를 바꿔 살아보는 이야기나, 아내가 미혼상태로 돌아가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는 그런 내용들이다. <아는 와이프>에도 이런 코드들이 들어간다. 차주혁이 과거를 바꿔 깨어났을 때 그의 침대 옆에서 함께 자고 있는 와이프는 이혜원이라는 걸 발견한다. 그리고 이혜원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차주혁의 품에 안긴다. 바로 몇 분 전 서우진의 남편이었던 차주혁이 몇 분 후 이혜원의 남편으로 살아보는 것. 자극적일 수 있다. 

이는 서우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차주혁에게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긴 하지만, 자신에게 대시하는 윤종후(장승조)와의 관계에서도 싫지 않은 감정을 갖는다. 물론 서우진의 경우 진짜 판타지는 독박육아에서 벗어나 싱글로서 살아가는 삶 자체일 것이다. 차주혁과의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벗어나 있다는 그 사실. 

그런데 이런 ‘가상 체험’ 판타지를 더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것이 마치 스와핑 같은 불륜적 코드들을 정당화하는 장치로 보여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가상 체험 판타지지만 느끼기에 따라 그것이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적 의미’로 다가오는 분들이 있는 반면, 그저 자극적인 불륜 코드의 정당화로 느껴지는 분들도 있다. <아는 와이프>는 이 아슬아슬한 양극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호평도 나오지만 혹평 역시 쏟아지는 이유다. 

즉 과거를 바꿔 현재를 바꿔 살아보는 가상 체험 판타지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분들에게 <아는 와이프>는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 판타지가 너무 상투적이라고 여기는 분들은 <아는 와이프>가 너무 뻔한 주제를 내세워 사실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주혁이 과거를 바꿔 현재의 아내를 바꿔 살아가는 그 선택을 하고는, 이제 와서 서우진의 주변을 맴돌며 그에게 대시하는 윤종후를 막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시퀀스는 이 인물의 ‘찌질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어서다. 선택을 했으면 그만한 책임 또한 따른다는 걸 그는 왜 모를까. 차주혁의 그런 행동을 정당화라도 시켜주겠다는 듯, 그의 아내인 이혜원이 정현수(이유진)라는 가짜 대학생과 불륜적 상황을 보이는 이야기도 그렇다. 그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래서 자극적 코드를 위한 설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일 ...었다면’이라는 판타지 코드가 가진 양극단의 느낌을 그나마 상쇄해주는 건 지성과 한지민의 연기다. 지성은 자칫 욕먹을 수 있는 차주혁의 우유부단함과 찌질함을 적당히 망가지는 캐릭터 연기를 통해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연기를 선보인다. 한지민은 ‘하드캐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귀여움과 절절함과 털털함을 넘나들며 누구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더해준다. 그래서 이즈음에서 한번쯤 이 드라마가 하는 방식의 가정을 떠올리게 된다. 만일 지성과 한지민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사진:tvN)

‘아는 와이프’, 한지민을 보면 우리의 착각이 깨진다

저 사람이 내가 아는 그가 맞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하는 때가 있다. 지금 삶의 맥락 바깥으로 살짝 벗어났을 때 우리가 안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사람이나 삶은 의외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누군가에 의해 부추겨진 세속적인 욕망과 클리셰에 빠져버린 일상 속에서 진짜를 보지 못했던 삶이 그 바깥으로 나왔을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 게다. 이 드라마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건 서우진(한지민)이라는 인물이 다른 상황에서 얼마나 다른 인물로 다가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는 남편 차주혁(지성)에게는 분노조절 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숨 막히는 아내였지만, 과거를 되돌려 첫사랑에 성공함으로써 재벌가 딸인 이혜원(강한나)과 결혼해 살아가게 된 차주혁이 다시 만난 그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사랑스럽고 건강한 인물이다.

그렇게 바뀐 운명을 살게 된 차주혁의 시선을 통해 <아는 와이프>는 과거의 서우진과 현재의 서우진이 어째서 그리도 다른가를 들여다본다. 그것은 서우진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차주혁이 현실에 지쳤다는 핑계로 놓치고 있던 것들이 그를 달라보이게 하는 것이다. 흔해져버려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는 일터에서의 갑질과, 집으로 돌아오면 마치 자신만이 전담해야 하는 일처럼 의무가 되어버린 독박육아. 남편은 자신도 힘들다고 자그마한 숨 쉴 공간 하나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지지고 볶는 워킹맘으로서 숨막혀하고 있던 서우진이었다. 

그 때 차주혁은 서우진이 얼마나 힘겨워 하고 있었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저 자기만 힘든 줄 알았다. 하지만 과거의 운명을 되돌려 이혜원과 결혼하게 된 그가 자신이 다니는 은행에서 다시 서우진을 만나고 그가 얼마나 밝고 건강한 사람이었는가를 새삼 발견하면서 그는 깨닫는다. 본래 서우진은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그래서 이 드라마는 차주혁이라는 남성의 시선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어찌 보면 지금 현재 평균치 남성들의 시선을 가진 차주혁은 전형적인 남성 판타지의 한계를 가진 인물로 시작한다. 차주혁은 돈 많은 아내 덕분에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아가는 드라마 속 남성들의 로망처럼 그려지지만, 정작 그는 조금씩 그것이 허망한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다. 

재벌가 장인 댁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고, 살아왔던 배경이 완전히 달라 이혜원의 삶의 방식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상경해 집을 찾은 자신의 부모에게 호텔을 잡아주겠다는 혜원의 말은 이해는 되지만 남편에 대한 배려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서 사서 내놓은 듯한 스테이크보다 그는 우연히 찾았던 서우진의 집 어머니가 싸준 갓김치가 더 당긴다. 그는 문득 서우진과 함께 갔었던 분식집의 떡볶이와 돈가스 그리고 빙수가 그립다.

<아는 와이프>는 틀에 박힌 막연한 판타지들이 가진 허구성과 일상 속 깊이 스며들어 있어 체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우리네 삶의 불평등 같은 것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를테면 재벌가 사위로 살아가는 차주혁이 게임 전용 소파까지 구비된 거실의 풍경이나, 은행에서 여직원들에게 당연하다는 듯 커피 심부름을 하는 그런 일들이 그렇다. 하지만 이런 허구와 불편한 풍경들이 등장하는 건 그것이 당연한 삶이라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판타지들이나 불편한 풍경들이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던 것들이라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다. 

차주혁의 시선에서 가장 그 편견을 깨는 인물은 바로 서우진이다. 어떤 진상 고객 앞에서도 당당하고, 분노 조절 장애와는 정반대로 자신의 감정을 자제할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가졌다. 뒷얘기에조차 뒤끝 없이 풀어내는 털털함이 있고, 무엇보다 명랑하고 밝아 주변 사람들까지 밝게 만드는 건강한 에너지가 있다. 차주혁은 그를 보며 그가 알고 있던 그 아내가 맞나 다시금 눈을 의심하게 된다. 

서우진의 이러한 상반되어 보이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가 가진 핵심적인 메시지와 연결된다. 그래서 서우진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한지민은 우리가 알던 그 한지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귀여운 고등학생과 삶에 찌든 억척스런 워킹맘 그리고 그 누구보다 밝고 사랑스러운 직장인의 모습을 넘나들며. 

과연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안다 착각하며 살아가는 걸까. <아는 와이프>는 그 이야기를 차주혁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가진 채 살아온 남성의 시선을 통해 질문한다. 그가 봐왔던 것들과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표피적인 것들이었으며, 비뚤어진 것인가를 그가 서우진을 달리 바라보게 되는 시선을 통해 담아낸다.(사진:tvN)

<이아바>, 불륜보다 흥미로운 다양한 관점들

 

결혼생활이..... 어느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봐라.. 안 힘들고 안 버거운 사람 있나... 그만큼.. 책임이 따르고...무게가 있기에 결혼서약을하고, 하는거지.. 버겁고. 힘들다고.. 조그만한.. 바람에 흔들리면.. 세상사람 다 흔들리고 쓰러지지...... 나쁜 ×.. 진짜 힘들었을 때.. 말했어야지.. 다른 사람한테 말고.. 그게 예의지.. 나쁜..’ - 한은정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사진출처:JTBC)'

종종 별 보러 오자던 남편은 어디로 가고~~ 그 남편에게 다른 여자들과 둘이서 영화 보고 차 마시고 술 마실 여유는 있었어도, 독박가사에 독박 육아 하는 맞벌이 아내 마음 헤아릴 여유는 없었던 거지... 이 드라마가 위기를 외면하는 부부에게 예방주사가 되면 좋겠다. 이미 일 벌어지고 수습하기엔 상처가 너무 크잖아...’ - 차연

 

이 드라마를 단지 바람 폈다는 사실만 주목하면 안돼지. 이선균과 송지효가 살면서 서로에게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먼저 따져야하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정말 결혼한 다음 서로에게 충실한 것하고는 거리가 먼 사회이지. 잡은 물고기에게 왜 먹이를 주냐 식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 드라마 보지마라. 그런 사람들은 욕밖에 할 게 더 있냐?’ - anjfqhkf

 

JTBC 금토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 대한 기사에는 이런 댓글들이 빼곡하게 달려있다. 드라마에서는 마침 불륜을 저지른 정수연(송지효)이 자신이 왜 그렇게 됐는가에 대해 힘들었던 자신의 심사를 눈물을 흘리며 남편 도현우(이선균)에게 말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맞벌이 하는 워킹우먼으로서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잘 하기 위해 뛰고 또 뛰었고 그게 누구에게나 있는 일로 치부하던 차에 그 사람이 보여주는 친절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갔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정을 가진 워킹우먼들의 입장에서 그녀의 말이 공감 가는 쪽도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하나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여겨지는 시청자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도현우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가끔 애 데리러 가줬고 또 쓰레기도 치워줬다며 자기도 할 만큼 했다고 말하는 도현우에 대해 공감할 수 없다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며 도현우의 입장을 지지하는 분들도.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가 그 내용 안에 이 불륜에 처한 정수연과 도현우의 상황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들을 담아놨다는 점이다. 게시판에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라는 제목으로 도현우가 글을 올려놓자 거기에 대한 익명의 여러 사람들이 의견들을 계속 덧붙인다. 당장 이혼하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참치마요처럼 차분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대처해나가라는 조언도 있다. 그 참치마요에게 너무 자기 입장에서 입바른 소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고, 그가 쓴 한 줄 한 줄의 진심에 감동하는 입장이 올라오기도 한다.

 

즉 드라마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륜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이 있고, 그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 또한 다양한 입장들을 내보이고 있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특징을 보여준다. 사실 이렇게 되면서 드라마는 단순히 불륜이 갖고 있는 자극적인 상황들이 무한 전개되는 것을 벗어나 좀 더 결혼이라든가 부부관계라든가 혹은 일과 가정에 대한 이야기들 같은 다양한 사안들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들이 서로 개진되는 장을 마련해준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그 드라마 속 정수연과 도현우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여러 의견을 달고 때로는 격론을 벌이는 동안 우리는 어쩌면 그간 당연히 생각해왔던 결혼과 부부관계 같은 것들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가진 독특함이 드러난다. 드라마적 상황으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그 일종의 상황극을 통해 저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드라마. 이것은 우리가 단순히 이 드라마를 불륜극이다 말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미세스캅>, 일과 가정의 양립은 불가능한 일인가

 

김희애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워킹맘이다. 그것도 극한 워킹맘. SBS의 새 월화드라마 <미세스캅>에서 김희애가 연기하는 최영진이라는 인물은 포장마차에서 주인아주머니와 털털한 이야기를 나누며 잠복근무하는 장면으로 등장한다. 무언가 세련되고 우아한 자태를 늘 보여주던 김희애는 이제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좁은 골목길을 달리고, 싸워야 하는 인물로 돌아왔다.

 


'미세스캅(사진출처:SBS)'

여성들을 잔인하게 유린하고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그녀가 일하는 현장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범인들의 칼에 맞아 사경을 헤매게 되기도 하는 그런 살벌한 일들이 벌어진다. 최영진 팀장의 오른팔인 조재덕(허정도) 경사는 범인의 칼에 맞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간경화였다는 걸 발견할 정도로 자신을 돌볼 틈조차 없는 이 일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것은 최영진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어쩌다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되었지만, 형사라는 직업 때문에 아이의 발표회에도 가지 못하는 나쁜 엄마가 되었다. 대신 그녀의 여동생인 최남진(신소율)이 아이를 돌보지만 아이는 결국 엄마를 그리워하게 된다. 자꾸 물건을 훔치는 아이에게서 그렇게 해서라도 엄마가 보고 싶었다는 얘기를 들은 최영진은 그래서 오열하며 이 일을 때려치울 결심을 한다.

 

그래서 과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또한 눈에 밟히는 것이 팀장이라고 자신을 바라보는 팀원들이다. 조재덕에게 칼을 먹인 범인이 등장했다는 이야기에 그녀는 갈등한다. 그와 그의 아내에게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고 약속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게 조직의 생리이기도 하다. 팀장의 상사인 과장은 비리에 얽혀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성급하게 지목해놓고는 이를 고치려 하지 않는다.

 

<미세스캅>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동분서주하는 우리네 워킹맘들의 이야기를 형사라는 직업을 통해 극화시킨 드라마다. 일 때문에 아이를 돌볼 틈이 없는 워킹맘들의 보이지 않는 속 앓이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최영진이라는 인물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온통 일에 자신을 내던지는 삶을 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가족은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그런 삶의 아이러니라니.

 

최영진과 최남진 그리고 최영진의 딸이 그려내는 가족의 풍경은 다른 식으로 들여다보면 여성들의 공동체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과제 앞에서 가녀리게만 보이는 이 여성 공동체의 파편화된 삶은 저 살풍경한 남성성의 세계와 대립구도를 갖고 있다. 최영진의 상사인 염상민 과장(이기영)이나 연쇄살인범이 일 안팎에서 여성성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미세스캅>은 마치 전형적인 형사 장르물의 하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네 워킹맘들의 초상이 담겨져 있다. 최영진은 아마도 앞으로 일의 세계와 가정이 뒤얽히는 상황을 겪게 되지 않을까. 그 안에서 어쩌면 그녀는 선택을 강요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일인가. 가정인가. 이러한 질문은 <미세스캅>이라는 장르물에 괜찮은 무게감을 얹어준다. 김희애가 그려나갈 최영진이라는 워킹맘의 삶이 자못 궁금해지는 이유다. 그녀는 과연 일과 가정을 모두 지켜낼 수 있을까.



김혜수, 고현정에 이어 최지우까지, 일드 캐릭터는 무표정?

 

‘시키는 일이면 뭐든 할 수 있다. 심지어 사람도 죽일 수 있다.’ 이 몇 줄의 대사는 이 수상한 드라마의 가정부 박복녀(최지우)의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최소한 <수상한 가정부> 첫 회에 그녀가 남긴 인상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라는 것이다. 이제 겨우 7살인 유치원생 은혜결(강지우)이 죽은 엄마의 49제가 뭐냐고 묻자 박복녀가 “사람이 죽고 49일이 지나면 살아있는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잊고 살기 위해 만든 날”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스타워즈>에서 루크를 따라다니는 알투디투를 연상케 할 정도다.

 

'최지우,고현정,김혜수(사진출처:SBS,MBC,KBS)'

이처럼 예의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는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답을 말하고 심지어 사람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명령에 복종하는 수상한 가정부라는 설정은 흥미롭다. 그것은 뭐든 다 공유할 것 같은 한 가족 내에서도 드러내지 못하는 숨겨진 속내와 갈등들을 이 로봇 같은 수상한 가정부라는 캐릭터로 모두 끄집어내기 위함이다. 마치 잠잠한 시험관 속 액체 같은 은상철(이성재)네 가족 속으로 촉매제 같은 박복녀가 들어가 일대 화학작용을 통해 그 실체를 드러내는 것.

 

이 설정만 두고 봐도 드라마의 원작인 일본 드라마 <가정부 미타>가 왜 그토록 일본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켰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즉 일본의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성향(심지어 가족 내에서도)이 만들어내는 사회 전체의 억압 같은 것을 로봇 같은 가정부 미타가 마구 헤집어내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드러내지 않아 오히려 더 곪아갈 수 있는 가족의 환부를 드라마라는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건 <수상한 가정부>의 박복녀처럼 올해 초부터 계속 되고 있는 일드 리메이크들 속 캐릭터들이 비슷비슷하다는 점이다. <직장의 신>의 미스 김은 자발적 비정규직으로 직장 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정규직들이 속으로 마음을 숨기는 것과 달리 뭐든 문제를 드러내놓고 부딪치는 캐릭터다. 이 무표정한 얼굴로 퇴근 시간이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근해버리는 로봇 직장인(?)은 그래서 직장에 투입된 촉매제 캐릭터인 셈이다.

 

<여왕의 교실>의 마여진(고현정)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마치 마녀 같은 음산하기 이를 데 없는 무표정으로 이제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꿈 따위를 얘기하기보다는 살벌한 현실을 또박또박 보여주는 수상한 선생 캐릭터. 마여진이라는 로봇 선생님은 그래서 아이라는 막연한 대상 때문에 허위의식에 빠지기도 하는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인물이다.

 

물론 <직장의 신>의 미스 김이나, <여왕의 교실>의 마여진 캐릭터 모두 전반부의 한없이 스산한 무표정 로봇 캐릭터에서 후반부에는 지극히 인간적인 캐릭터로 변해간다. 그녀들이 로봇처럼 무표정해진 데는 자신들만의 상처가 있어서이고, 그 상처가 주변 인물들과의 접촉으로 치유되면서 비로소 그녀들의 표정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마도 <수상한 가정부>에도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직장의 신>과 <여왕의 교실> 그리고 <수상한 가정부>는 한 세트의 드라마처럼 보인다. 다만 직장과 학교와 가정이라는 상황만 달라졌을 뿐, 그 캐릭터나 전개 양상이 유사하다. 그리고 이들 드라마들의 원작이 가진 성공에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수한 정서적 배경이 깔려 있다. 일본은 지금 사회적으로 조장되어 있는 집단의식 속에 억압된 개인적인 감정이나 속내들이 드라마라는 틀로서 표출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우리와 그다지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 직장 문화나 교육 문화 그리고 가족 문화가 가진 경직성은 일본이나 우리나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을 혹자들은 일제의 잔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니 그 경직된 문화를 사정없이 발로 차버리는 <직장의 신>의 미스 김이 그토록 통쾌했던 것이 아닌가.

 

하지만 비슷하다고 해도 우리에게 특히 억압의 정도는 직장과 학교와 가정이 다르다. 아마도 가장 현실적으로 억압의 강도를 느끼는 것은 직장일 게다. 따라서 <직장의 신>이 나왔을 때 그것은 마치 우리 드라마 원작처럼 여겨질 정도의 반응이 생겼었다. 심지어 갑을정서까지 일어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또한 학교 역시 억압의 강도가 높은 건 사실이다. <여왕의 교실>이 보여준 것처럼 초등학교부터 생기는 치열한 경쟁과 왕따나 폭력 사건 같은 것들이 우리에게도 그리 낯선 것만은 아닌 일이니까.

 

그렇다면 가정은 어떨까. 우리네 가정은 <수상한 가정부>가 보여주는 것처럼 서로의 속내를 숨기며 평탄한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곪아 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첫 회는 분명 이 은상철네 가족의 면면이 조금은 낯설게 다가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처음 드러나기 때문에 낯선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도 모르게 우리 가족 내에 무언가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수상한 드라마는 일종의 우리네 가족의 실상을 실험하는 리트머스지가 되었다. <직장의 신>의 김혜수,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에 이어 <수상한 가정부> 최지우가 얼마나 시청자들의 반향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은 그래서 우리네 가족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말해주는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상함과 낯설음이 익숙함이 되어간다면 그 때 우리 가정의 또 다른 이면을 보게 될 지도.

워킹맘은 없고 불량남편만 활약하는 ‘워킹맘’

‘워킹맘’에는 ‘불량남편 길들이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언뜻 보면 이 제목과 부제는 어떤 상관관계를 가진 것인다. 워킹맘, 최가영(염정아)이 불량남편 박재성(봉태규)에 의해 번번이 발목을 잡히는 상황은 실제로 이 상관관계가 더욱 신빙성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은 드라마가 그려놓은 상관관계일 뿐이다. 현실에서 워킹맘의 문제와 불량한 남편의 문제가 겹쳐지는 부분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땅에 살아가는 워킹맘들의 고민은 남편이 불량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회적인 시스템의 부재와 아줌마 직장인을 바라보는 편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워킹맘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은 기획의도를 들여다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기획의도에 들어가 있는 내용은 총 세 가지. 첫째는 워킹맘의 친정엄마 만들기이고 둘째는 짝퉁 친정엄마의 육아파업 선언, 셋째는 연하남편 인간개조 프로젝트다. 즉 워킹맘의 문제를 친정엄마가 없어서라고 상정하고, 그 친정엄마조차 파업을 선언하는 상황을 연출하며 이로써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부지 연하남편을 개조한다는 내용을 풀어내겠다는 것이다. 작가는 워킹맘의 문제가 육아문제라는 건 인식하고 있지만, 그것의 해결책이 사회(직장 같은)와의 대결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작가는 육아를 대신해줄 그 누군가를 찾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처럼 주제의식에서 한참 멀어져 보이는 ‘워킹맘’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어떤 힘이 있었다는 것은. 그 해답은 바로 코미디에 있다. 이 드라마의 진짜 힘은 워킹맘이라는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대한 따뜻한 시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불량남편이 길들여지고, 없는 친정엄마가 생기고, 육아파업을 선언하는 친정엄마가 결국에는 자식을 맡게되는 그 복잡다단하지만 얽히고 설키는 코미디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주제의식에서 멀어지는 대신, 코미디를 선택하면서 워킹맘 당사자인 최가영보다 더 중심에 서게 된 박재성과 고은지(차예련)는 매번 코믹한 상황 속에 던져져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면서 이 드라마의 실제적인 주인공이 된다. 여기에 봉태규와 차예련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김현희 작가 특유의 코미디에 제대로 살을 입힌다. 실로 이 작가의 재능은 사회적 문제를 극화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코믹한 상황을 연출해내는데서 반짝반짝 빛난다.

‘워킹맘’은 그다지 심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불량남편 길들이기’라는 부제에 해당하는 코미디를 지향하면서 이 드라마는 정작 제목인 ‘워킹맘’을 잃어버린다. 따라서 해외출장의 기회 앞에서 서둘러 최가영이 일보다는 가정을 선택하고 불량남편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이 드라마의 결말은 워킹맘으로서의 사회적 성공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 불량남편과의 재결합에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최가영에게 육아문제는 어떤 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 반면, 불량남편은 확실히 길들여졌다. 차라리 워킹맘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이 드라마에 대한 화제성이나 주목도는 그만큼 떨어졌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제목을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니 편하게 웃고 즐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워킹맘’같은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제시하는 제목을 달고 있는 드라마를 그저 즐기면서만 볼 수 있을까.

세상엔 실제 워킹맘들이 많고 그들은 이 드라마의 제목만 보고도 단박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삶이 피곤한 워킹맘들이니 그저 이 드라마를 보며 실컷 웃고 즐기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컷 웃다가 끝에 가서 남는 어딘지 부족한 씁쓸함은 코미디로 전화하면서 이 사회적 문제가 결국은 내 가족이 감당하고 해결해야할 문제로 환원된 그 부분에서 비롯되는 것일 것이다. 이 시대 워킹맘들이 원하는 건, 박재성의 개과천선이 아니라, 최가영이 마음놓고 출장을 갈 수 있을 정도로 편견 없는 사회적 풍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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