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제 위에서 펄펄 나는 나영석 사단, 여행 위에 쓴 예능사

vN 예능 <알쓸신잡3>는 국내가 아닌 해외로 영역을 넓혔다. 이전 시즌에서 슬쩍 나왔던 해외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영석 PD는 놓치지 않았다. 한 프로그램의 지나가듯 던져진 작은 이야기로부터 또 다른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건 나영석 사단의 중요한 제작방식 중 하나다. <꽃보다 할배>에서 농담처럼 나왔던 이서진의 요리 이야기가 발단이 되어 <삼시세끼>가 만들어졌고, <신서유기>에서 비롯되어 <강식당>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알쓸신잡3>는 그 여행지 선정부터가 야심이 넘쳐난다. 그리스에서 피렌체를 거쳐 독일로 가는 그 여정은 서양사를 조금 들여다본 본들이라면 그냥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서양문명의 발상지라고도 얘기되는 그리스가 고대 문명의 문화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라면, 피렌체는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가 꽃핀 시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직 방영되진 않았지만 독일은 여러모로 근현대로 넘어오는 역사들을 포함하지 않을까. 이렇게 보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그 흐름을 여행지를 통해서 어느 정도 훑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응도 좋다. 조금 진지한 지식 수다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고 그간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이 현장의 화면들과 자료 화면들이 더해져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되니 더 깊은 지적 쾌감을 준다. 무엇보다 시즌1을 성공시킨 유시민, 김영하 작가가 전체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놀라운 면모를 이어가고, 여기에 새롭게 투입된 김진애 교수와 김상욱 박사의 진솔한 건축, 미술 그리고 과학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더해진다. 그저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에 지친 분들이라면 지식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알쓸신잡3>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새로 시작한 <신서유기5>는 <알쓸신잡3>와는 정반대의 결을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다.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할 법한 무식함이 갖가지 게임과 퀴즈로 이어지고, 여지없는 폭풍웃음을 만들어낸다. 물론 그 무식함이 과해 논란의 소지를 만든다는 아슬아슬함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사건도 많고 사고도 많은 시기에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은 분들에게 <신서유기5>의 ‘무조건 웃기기’ 콘셉트는 그 자체로 기능하는 바가 있다 생각된다.

이번 시즌의 콘셉트는 ‘귀신 분장’이다. 그래서 처녀귀신, 저승사자, 가오나시, 강시 등등으로 분장한 출연진들이 그 모습 그대로 홍콩 시내를 활보하며 게임을 하고 음식을 먹는 장면들은 마치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보는 듯한 웃음을 준다. 게다가 매번 이어지는 퀴즈와 게임들은 그 놀랍고도 기상천외한 답변으로 이미 <1박2일>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웃음을 주는 아이템이다.

현재 순항중인 <현지에서 먹힐까>도 지난 시즌인 방콕편에 비해 이번 중국편이 단연 화제성에서나 시청률에서 성공적이다. 물론 <현지에서 먹힐까>는 이제 나영석 사단에서 벗어나 있지만 <신혼일기>에서부터 그 사단 아래 성장했던 이우형 PD의 독립 프로그램이다. 그러고 보면 나영석 PD가 당시 후배들과 함께 작업하겠다고 공언한 후, 함께 했던 PD들인, <윤식당>의 이진주 PD, <알쓸신잡>의 양정우 PD 그리고 <현지에서 먹힐까>의 이우형 PD가 모두 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신서유기>의 신효정 PD는 본래부터 자기 색깔을 확고히 갖고 있던 PD이고.

이번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이 이우형 PD에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이 프로그램의 관건이 어느 나라에서 어떤 음식을 할 것인가 만큼, 누가 그것을 수행할 것인가라는 걸 확연히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연복 셰프는 온전히 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섰고, 그의 성공철학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향후 새로운 시즌을 계획한다면 누구를 중심에 세울 것인가에 성패가 달려있다는 걸 이제 제작진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게다.

시즌3를 하고 있는 <알쓸신잡>, 시즌5에 도달한 <신서유기>, 시즌2에 안착한 <현지에서 먹힐까> 또 호평과 시청률을 모두 가져갔던 시즌2 <윤식당>까지를 보면, 이제 나영석 사단의 시즌제는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잘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애초 <1박2일>을 하다 tvN으로 오게 된 나영석 PD가 다른 것도 아니고 ‘여행’이라는 아이템 하나에 집중하겠다고 했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모두가 여행이라는 소재 위에 쓴 다양한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아닌가. 그렇게 나영석 사단은 시즌제 위에서 여전히 펄펄 날고 있다.(사진:tvN)

‘현지에서’ 짜장면보다 주목된 이연복 셰프의 성공 비결

최근 들어 장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도 쏟아져 나왔다. 물론 여기에는 먹방, 쿡방 같은 음식예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그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영향도 적지 않다. 그 본격적인 첫 번째 시도는 tvN <윤식당>이 열었다. 낯선 타국에서 음식점을 열고 외국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는 콘셉트는, 그 개업의 과정이 주는 흥미진진한 좌충우돌과, 과연 장사가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내놓은 한식이 외국인들에게도 먹힐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더해지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그 후 <윤식당>을 패러디한 <신서유기> 제작진의 <강식당>이 제주에서 음식점을 열었고, <현지에서 먹힐까>가 시즌1을 태국에서 촬영한데 이어 시즌2로 중국에 갔다. 

사실 홍석천이 만드는 팟타이가 태국에서도 먹힐까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1은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시즌2는 다르다. 매회 화제가 이어지고 있고, 꾸준히 상승하는 시청률은 시청자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걸 수치적으로 보여준다. 3.7%(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은 현재 5.3%를 넘어섰다. 

흥미로운 건 이 프로그램이 애초에 내세웠던 ‘짜장면이 중국에서 먹힐까’라는 호기심만큼 시청자들을 잡아끄는 요소는 바로 이연복 셰프라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간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이름이 알려졌고, 최근에는 KBS <주문을 잊은 음식점>에서 초기 인지장애를 가진 어르신들과 함께 음식점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연복 셰프가 어떻게 장사를 해왔고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를 <현지에서 먹힐까>처럼 자연스럽게 그 일상을 통해 보여준 프로그램은 없었다.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의 방송 분량은 마치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반복적이다. 매회 특정 장소에 푸드트럭을 열고, 그 날 시도할 새로운 음식을 준비하고 선보인다. 손님이 찾아오고 그 음식을 맛보며 경탄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다. 때론 매운 짬뽕처럼 현지인들의 입맛에 잘 맞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연복 셰프는 그 손님들의 반응에 맞춰 메뉴를 바꾸는 임기응변을 선보이며 장사를 해나간다. 

물론 그 디테일들은 다를 수밖에 없다. 메뉴가 짜장면에서 짬뽕으로 또 탕수육에서 짜장밥으로 게다가 이연복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멘보샤 같은 음식으로 매일 바뀌고, 장소도 바뀌니 찾는 손님들도 달라지고 그 반응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게 매 회가 반복되면서 오히려 주목되는 건 그 일상 속에서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준비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이연복 셰프와 그를 보조하는 김강우, 허경환, 서은수 같은 인물들의 면면이다. 특히 매일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는 것이 ‘장사의 기본’임으로 말하며 아침마다 현지 시장에서 장을 보는 장면이나, 그렇게 가져온 재료들을 손수 손질해서 다음날 장사 준비를 끝마치고 겨우 잠자리에 드는 모습, 아침 일찍 일어나 당일 준비해야 더 맛있는 음식재료를 손질하는 모습 등이 인상적이다.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건 결국 그 기본을 지키는 것이지만 그걸 꾸준히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하는 이연복 셰프의 말은 그가 장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최근 방영된 분량에서 이연복 셰프는 이제 그 매일 같이 하던 재료 손질을 후배들이 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 과정들을 하나하나 다 자신이 준비하게 된 이번 방송이 ‘초심’을 일깨워줘서 너무나 좋다고 했다. 

이연복 셰프가 자신의 시그니처 메뉴로 멘보샤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니, 어째서 그 요리가 그의 성공적인 레시피가 되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멘보샤는 그 하나하나의 과정들이 오로지 수작업을 통해서 해야 그 맛을 내고, 튀기는 것만도 초벌, 재벌을 거쳐 나오는 요리였다. 그만큼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만들어지기 어려운 메뉴라는 것.

물론 천하의 이연복 셰프도 메뉴 선정을 잘못해서 파리를 날리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됐을 때 그는 이를 부정하기보다는 선선히 “오늘 장사는 망했다”고 인정한다. 그래서 그 망한 이유를 확인하고 바로 수정에 들어간다. 매일 같이 준비하는 성실성과 반복된 장사 속에서 잘되는 것들을 찾아내고 안 되는 것들은 보완점을 찾거나 과감히 포기하는 노력들을 멈추지 않고, 무엇보다 초심 그대로 계속 장사를 해나간다는 것. <현지에서 먹힐까>는 중국 현지에서 우리식의 중식이 팔릴 것인가 만큼, 이연복 셰프라는 인물과 그의 장사에 대한 생각이 우리의 관심을 끈 면이 있다.(사진:tvN)

'현지에서 먹힐까', '홍식당'이라고 내걸어도 괜찮았을 듯

새로 시작한 tvN 예능 <현지에서 먹힐까>는 여러모로 <윤식당>의 그림자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건 외국에 가서 음식을 만들어 외국인들에게 평가받는다는 그 형식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첫 방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그래서 <윤식당>의 그것과 장소만 다를 뿐, 큰 틀에서는 비슷한 느낌을 준다. 개업이 주는 부담감과 장보기, 음식을 만들어 현지인이 처음 맛봤을 때 나올 반응에 대한 긴장감, 그리고 드디어 첫 날 처음 마주하게 되는 손님들이 주는 설렘 등등. 

물론 <현지에서 먹힐까>가 <윤식당>과 다른 지점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것은 한식이 아니라 현지식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태국에서 팟타이를 만들어 판다. 종주국(?)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만든 현지 음식이 먹힐까 하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포인트다. 그래서 아마도 프로그램 제목을 그렇게 잡았을 게다. 

여기에 국내에 태국음식 전도사를 자칭하고 있는 홍석천이 메인 셰프로 투입되었다. 그는 전문 셰프는 아니지만 이미 여러 개의 음식점을 갖고 있고 그만큼 경험이 풍부하다. 특히 태국음식은 끝없는 공부와 노력을 통해 현지에 가까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태국 음식이 태국사람들의 입맛에도 먹히는가 하는 점은 홍석천이라는 인물이 투입됨으로써 더 흥미진진해진다.

식당이 아닌 푸드트럭이라는 점도 <윤식당>과는 다른 지점이다. 푸드트럭은 협소하고 야외 개방형이라는 점이 단점이지만, 또한 이동이 가능하고 다양한 공간에서의 영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그래서 <현지에서 먹힐까>는 치앙마이부터 시작해 태국을 훑어 내려오며 여러 다른 공간에서의 장사 풍경들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차별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먹힐까>를 보며 <윤식당>의 잔상을 지우기는 쉽지 않다. 푸드트럭을 함께 하는 홍석천과 이민우, 여진구가 만들어가는 형제 케미 같은 나름의 재미 지점들이 충분히 있고, 첫 날 온천 유원지에서 푸드트럭을 오픈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들이 향후 어떻게 개선되어가는가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 이야기의 흐름은 이미 <윤식당>에서 어느 정도 봤던 패턴이다. 

같은 방송사인 tvN에서 하는 것이고, 나영석 PD와 <신혼일기>를 함께 했던 이우형 PD의 프로그램이니 <윤식당>의 노하우가 이어지는 것이 무슨 문제일까 싶지만, 시청자들로서는 비슷한 포맷을 다른 이름으로 꾸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윤식당>의 패러디 혹은 스핀오프라는 걸 정면에 내세워 <강식당>이 탄생했듯, 홍석천을 전면에 세운 <홍식당>으로 내놓고 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윤식당>이 너무 다양한 버전으로 여기저기 소비되는 것이 저어되는 일일 수 있지만, 성공한 프로그램의 스핀오프들이 다양하게 나오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수 있다. <현지에서 먹힐까>는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성들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을 좀 더 어필하기 위해서는 <윤식당>과의 유사성을 먼저 끄집어내놓고 “우리는 이렇다”고 하는 편이 더 먹히지 않았을까. <윤식당>과의 고리를 어떻게 잇고 그걸 확장시키는가 하는 점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향후 자리를 잡는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사진:tvN)

'나영석 PD 천재설'에 대해 본인은 이렇게 답했다

“능력 있는 친구들을 빨리 알아보고 내 것처럼 빼 쓰는 능력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지난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온 나영석 PD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이 “천재를 요구하지 않는 시대”라고도 했다. 그보다는 “좋은 동료들”을 더 많이 옆에 두는 게 좋다는 것. 

나영석 PD의 이 이야기는 최근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화두가 되고 있는 ‘협업’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꺼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KBS 시절부터 협업이 얼마나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의 시너지를 올리는가를 경험해왔던 PD다. 혼자서는 힘겨웠던 신출내기 연출자 시절 그에게 손을 내밀어줬던 이명한 PD와 이우정 작가가 있어 그는 비로소 날개를 펼 수 있었다. 

그가 CJ로 이직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이명한 PD와 이우정 작가가 거기 이미 포진해 있었고 그들과 함께 하는 작업에 대한 신뢰가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결국 CJ로 와 tvN 예능의 대기록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기반이 ‘협업’에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성과가 남다르게 다가올 법 했다. 지난 한 해 그는 내내 후배들과의 협업을 통해 <윤식당>, <강식당>, <알쓸신잡> 같은 빛나는 성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냐는 필자의 질문에 나영석 PD는 “후배들과의 협업을 계속 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나영석 PD가 홀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새롭게 런칭하기를 기대했던 필자에게는 다소 실망스런 답변이었지만, 이제 그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건 이제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함께 작업하는 협업이야말로 그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런 협업의 중요성은 이미 신원호 PD가 저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을 두고 밝힌 바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들을 보고 그가 천재가 아니냐고 말하곤 한다. 그토록 많은 취향들을 담아내고, 그 많은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들을 꼼꼼히 펼쳐내는 것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들이다. 하지만 신원호 PD는 일찍이 그것이 여럿이 함께 하는 작업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능 방식으로 작가와 PD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획부터 캐릭터, 대사까지 하나하나 회의를 통해 만들어나가는 그의 방식은 협업이 어째서 지금의 제작 방식에 중요한 화두가 되는가를 보여준다. 많은 이들의 아이디어와 생각과 취향이 녹아들기 때문에 작품은 훨씬 다채로워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폭넓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이 바로 그 협업에서 나온다. 

<미생>, <시그널>을 연달아 성공시킨 김원석 PD는 지금의 성공하는 작가들의 대부분이 ‘협업’을 얼마나 잘 해나가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한 바 있다. 놀랍게도 그 역시 나영석 PD가 얘기한 것처럼, 성공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같이 협업하는 작가들의 가능성을 내 것처럼 빼쓰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라고 했다. 

한때 ‘사단’이라고 하면 그저 관계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기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단’이라는 말의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졌다. 나영석 개인이 아닌 나영석 사단이라고 부르고, 신원호 개인이 아닌 신원호 사단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 밑바탕에 그 성취가 혼자 이룬 것이 아닌 여럿이 함께 한 협업을 통한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이제 성공하는 콘텐츠의 기본 조건으로 ‘협업’은 중요한 화두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사단의 탄생’은 이제 보다 강력한 콘텐츠를 위한 기본전제가 되어가고 있다.(사진 : 한국콘텐츠진흥원)

이거 실화? ‘윤식당2’ 첫 방에 14%를 견인한 것들

시쳇말로 이거 실화냐고 물어봐야 할 듯싶다. tvN 예능 <윤식당2>가 첫 회 무려 14%(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마도 지상파, 종편을 통틀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최고 시청률이 아닐까. 보통 한두 회가 나가고 입소문을 탄 후 시청률이 오르는 그 과정이 일반적이라고 볼 때 첫 회 만에 이런 기록은 이례적이다. 도대체 무엇이 시작부터 <윤식당2>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게 한 걸까.

먼저 가장 큰 건 <윤식당>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가진 힘이다. 이미 시즌1에서 최고시청률 14%를 찍었던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기대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즌1의 성공이 가져온 이 프로그램의 장점, 이를테면 ‘잘 알려지지 않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휴양지’나, ‘외국인들의 한식 경험 반응’ 같은 요소들이 정확히 파악된 이상, 시즌2는 그걸 제대로 겨냥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스페인의 섬인 테네리페섬 그리고 그 곳에서도 가라치코는 우리에게 그리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물론 여행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분들이야 다를 수 있지만, 일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 섬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받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공항에 도착해 차를 타고 가라치코로 가는 그 길 위에서 보이는 이 5천명 남짓의 주민이 산다는 작은 섬의 그림 같은 풍경들을 보며 감탄하는 윤여정과 이서진, 정유미 그리고 박서준의 모습은 마치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을 보는 듯 했다.

시즌1에서도 드러났듯 <윤식당2>는 되도록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이어야 그 특유의 맛을 내는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식당을 여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몰려들게 된다면 이 프로그램이 가진 색깔 자체를 잃게 될 수 있어서다. 그래서 무려 1박2일을 날아가야 하는 그 먼 거리의 외딴 섬까지 간 것이고, 그렇게 멀리 가는 것만큼 시청자들의 마음이 더 깊게 그 판타지 같은 공간에 몰입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단 장소 자체만으로도 성공적일 수밖에 없는 <윤식당2>는 그 곳에서 시즌1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윤스키친을 열고 영업을 준비했다. 이번 시즌에 외국인들에게 선보일 음식은 비빔밥. 시즌1을 경험한 이상 음식 선정도 이제는 우리네 음식의 맛을 대표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걸 제작진은 알고 있었을 게다. 지난 시즌에 도움을 받았던 홍석천과 이원일 요리연구가가 제안하고 가르쳐준 건 전채요리로 전을 메인요리로 비빕밥 그리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얹은 호떡이었다. 그 배우는 과정에서도 시청자들은 저 요리가 외국인들에게는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현지에 도착해 풍광에 매료되는 것도 잠시 출연자들은 미리 음식을 만들어보고 시식회를 해보는 등 준비에 돌입한다. 그 과정에서 출연자들의 캐릭터들이 새록새록 리마인드된다. 윤여정은 걱정이 많지만 일단 시작하면 누구보다 몰입하고 무엇보다 손님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자신의 입맛은 잠시 접어둘 줄 알며, 첫 손님에게 어떻게 비빔밥을 먹는 것인가를 직접 시연해 보여줄 정도로 열정적이다. 이서진은 지난 시즌에서도 보였듯 경영에 있어 남다른 면모를 드러내고, 정유미는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식당 분위기를 명랑하게 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의 한수는 일정이 겹쳐 출연하지 못하게 된 신구 대신 새로운 알바생으로 들어온 박서준이다. 스페인어가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착실히 준비해 실제 외국인들에게 척척 사용하는 모습이나, 요리면 요리 서빙이면 서빙 적응을 잘 해내는 센스 있는 인물의 면면을 첫 회만에 그는 각인시켜줬다. 박서준의 출연이 대박이라던 홍석천의 말은 그저 너스레가 아니었던 셈이다. 

게다가 이번 <윤식당2>에는 <신서유기 외전> 형식으로 만들어졌던 <강식당>의 대성공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얹어진 면이 있다. <강식당>이 주는 힘겨운 일터의 실감과는 완전히 다른,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는 <윤식당>의 그림들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시즌1이 만들어놓은 브랜드에, 가라치코 같은 환상적인 공간 헌팅 그리고 박서준이라는 매력적인 캐스팅에 <강식당>이 만들어놓은 홍보효과까지 얹어졌다. 이러니 시작 전에 이미 승부가 날 수밖에.(사진:tvN)

‘한끼줍쇼’가 품은 ‘강식당’·‘도시어부’·‘정글의 법칙’

퓨전이 창작의 중요한 트렌드가 된 건 오래지만 이만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하나로 묶여져 보이는 건 놀랍다. 신년을 맞아 신대방동에서 첫발을 디딘 JTBC <한끼줍쇼> 이야기다. 이 날 이수근과 김병만을 게스트로 꾸려진 <한끼줍쇼>에는 이들의 조합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콜라보의 향연이 펼쳐졌다.

한 건물 옥상에 연 오프닝은 <한끼줍쇼>가 마련한 조촐한 시상식(?) 형식으로 꾸며졌다. 연말 시상식을 하지 않는 JTBC이기 때문에 <한끼줍쇼>가 대신 마련한 시상식을 통해 그간 고생해온 이경규와 강호동의 공적을 상찬하는 시간을 가진 것. 물론 예능적인 상황극을 통한 시상식이었지만, 이 이벤트가 가진 의미는 의외로 컸다. 실제로 연말 시상식에서 무관을 기록한 이경규와 강호동은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비지상파에서 더 열심히 뛴 결과이기 때문이었다. 만일 비지상파들을 포함한 통합 시상식이 있었다면 이 두 사람의 수상은 당연했을 정도로 지난 한 해 이들의 활약은 눈에 띈 바 있다. 

이렇게 오프닝부터 간단하게 연말 지상파 시상식을 품어버린 <한끼줍쇼>는 이수근과 김병만과 함께 하며 본격적인 퓨전의 맛을 보여줬다. 먼저 그 오프닝을 했던 장소가 과거 JTBC가 초창기 <이수근과 김병만의 상류사회>를 촬영했던 옥탑이었다. 사실상 JTBC예능의 효시격인 이 프로그램이 했던 장소에서 <한끼줍쇼>의 새해 오프닝을 한다는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마치 새해에 JTBC예능이 가진 포부와 함께 초심을 다지듯.

이 날 신대방동에서의 한 끼 밥상은 출연자들이 재료를 준비해가 문을 열어준 고마운 동네분들에게 음식을 해주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그래서 준비된 것이 강호동이 <강식당>에서 시도했던 탕수육 라면과, 이경규가 끓이는 굴 라면. 여기서 <한끼줍쇼>는 자연스럽게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강식당>을 프로그램으로 끌어들였다. 

강호동은 김병만과 한 팀이 되어 문을 열어준 노부부에게 탕수육 라면을 끓여주었고, 이경규와 이수근은 한 자취하는 청년의 집에서 굴 라면을 끓이며 <강식당>의 라면과 비교하기도 했다. 계속 깐죽대며 토를 다는 이수근에게 버럭 화를 내는 이경규의 장면에서는 <강식당>에서 강호동이 화를 낼 때마다 보여지던 ‘화면 조정 시간’의 인서어트가 들어가 패러디의 웃음을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역시 화제가 되고 있는 이경규가 출연하는 채널A <도시어부>의 이야기도 첨가됐다. 이경규가 <한끼줍쇼>는 <강식당>과 다르다며 이수근을 면박주자, 이수근 역시지지 않고 <도시어부>를 언급하며 맞대응했던 것. 그러고 보면 <도시어부>에서도 잡은 물고기를 갖고 요리를 하는 이경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한끼줍쇼>에서 굴 라면을 만드는 모습과 어우러졌다. 

강호동과 함께 한 김병만은 SBS <정글의 법칙>에서 펄펄 날던 그 모습과 달리 도시 한 가운데서의 적응이 쉽지 않은 모습을 보여 쏠쏠한 웃음을 주었다. <정글의 법칙>과 비교하며 등장하는 ‘한끼의 법칙’이라는 자막은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날것이 야생의 정글만큼 쉽지 않다는 걸 드러내줬고, 어렵게 노부부와 한 끼를 하면서 갈치조림을 족장의 포스를 보여주며 먹는 김병만의 모습과 라면을 한 입에 후루룩 마시듯 먹는 <섬총사>에서의 강호동의 모습이 재연되기도 했다. 

이 정도면 놀라운 콜라보의 향연이 아닐 수 없었다. 새해를 시작한 <한끼줍쇼>는 한 프로그램 속에 연말시상식, <이수근과 김병만의 상류사회>, <강식당>, <도시어부>, <정글의 법칙>, <섬총사>까지 푹푹 담아 푸짐한 예능 한 상 차림을 내놨다. 어쩌면 올해 예능의 또 한 가지 트렌드를 이 방송은 보여주는 듯 했다. <강식당>이 <신서유기>와 <윤식당>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성공작인 것처럼, 서로 다른 예능이 하나로 묶여져 시너지를 내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이 <한끼줍쇼>를 통해 확실히 높아졌다.(사진:JTBC)

'강식당'의 대성공, 과연 '강세차'로도 이어질까

tvN 예능 프로그램 <강식당>이 최종시청률 8.3%(닐슨 코리아)를 남기며 종영했다. 단 5부작이었지만 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강식당>에 벌써부터 시즌2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애초에 이벤트적인 성격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이벤트로만 끝날 것 같진 않다. 시청자들이 요구하고 있고, 그 성과도 분명하게 나왔으니 시즌2를 못할 게 뭔가. 

출연자들도 그걸 의식한 것인지 새로운 아이템을 프로그램 말미에 떡밥처럼 흘려놓았다. ‘강호동까스’에서 ‘이수근까스’가 나왔던 것처럼 <강식당>에서 <이수근식당>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또 이수근이 의욕적으로 이야기한 것처럼 여름에 맞춰 ‘강세차’ 같은 걸 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흥미로운 건 <강식당>의 탄생과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신서유기>에서 송민호의 이른바 ‘송가락 사건’으로 비롯돼 <신서유기 외전>으로 만들어졌다. 놀라운 균형감각으로 코끼리코를 15바퀴 돌고도 정확히 슈퍼카 2대를 손가락으로 콕콕 찍어내 결국 나영석 PD의 두 손을 들게 만들었던 사건. 그로 인해 나영석 PD는 “<강식당>이든 <꽃청춘>이든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겠다”고 말했던 것이 현실화된 것.

그러고 보면 <신서유기>에서 위너가 출연하는 <꽃보다 청춘>과 <강식당>이라는 두 개의 프로그램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강식당>의 성공은 이러한 ‘외전’예능들이 여기서 머물지 않을 거라는 걸 예감케 한다. 물론 단 며칠간의 식당에 도전하고는 너무 힘들어 “앞으론 <신서유기>나 열심히 할게요”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지만 그래서인지 이들이 하는 또 다른 도전들이 궁금해진다.

사실 <신서유기>의 외전예능이라고 얘기했지만 <강식당>은 이들의 ‘실제 식당 도전’이라는 콘셉트를 담았다. 그래서 <강식당>은 독특한 예능의 두 범주가 섞여 있었다. 그것은 <신서유기>가 가진 캐릭터쇼적인 요소가 실제 제주에서 식당을 여는 리얼리티쇼의 요소와 접목된 것이다. 강호동과 이수근을 중심으로 은지원, 안재현, 송민호는 이미 <신서유기>를 통해 자신들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이제는 실제 새로운 현실 영역으로 뛰어드는 도전을 시도한 것. 

여기서 떠오르는 건 MBC <무한도전>이다. 이런 형태의 도전기가 바로 <무한도전>이 지금껏 해왔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때때로 상황극 같은 걸 통해 자신들의 캐릭터를 강화하고 그 캐릭터들은 때로는 현실 영역 속으로 뛰어들어 도전을 감행한다. 이 두 가지 엮어지면서 <무한도전>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같은 과정과 성과를 냈다고 해도, <신서유기>로부터 <꽃보다 청춘> 그리고 <강식당>으로 이어지는 성과들은 더 커 보인다. 그건 하나의 새로운 브랜드들이 ‘외전’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탄생하고 각각의 브랜드도 시즌2라는 이름으로 증식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할 수 있게 된 건 나영석 사단이 해온 ‘시즌제’ 덕분이다. <강식당> 같은 시도를 단 5부작으로 완성도 높게 끝낼 수 있는 ‘시즌제’는 또 다른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또한 윤여정의 <윤식당>에서 강호동의 <강식당> 같은 패러디도 가능하다. 시즌제는 레귤러가 갖는 지속성은 떨어지지만 맺고 끝음이 분명하고, 또 지금처럼 나영석 사단이 여러 프로그램의 씨앗을 틔워놓은 상태에서는 접목 또한 가능해 훨씬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tvN이라는 방송사 브랜드를 구축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무한도전>처럼 그토록 다양하게 해왔던 도전들이 저마다의 프로그램으로 브랜드화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테면 ‘무한상사’ 같은 코너는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고 볼 수 있고, ‘무한도전 가요제’도 마찬가지다. 또 그 많았던 스포츠 관련 도전들이나 이번에 파퀴아오가 출연했던 해외 스포츠스타들과의 이벤트 역시 또 하나의 브랜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것들이 모두 <무한도전>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묶이는 게 좋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더 많은 프로그램들로 저마다의 브랜드를 구축해 다양한 <무한도전> 왕국을 만들어내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이전부터 김태호 PD가 그토록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시즌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시즌제는 휴지기를 갖겠다는 뜻이 아니라 한 아이템들을 보다 완성도 높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템들을 그저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브랜드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걸 <신서유기 외전> 성격으로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둔 <강식당>이 보여주고 있다. MBC는 왜 <무한도전>에 이런 시즌제를 도입하지 않는 걸까.(사진:tvN)

망하거나 멘붕이거나, ‘강식당’의 기묘한 관전 포인트

내놓고 <윤식당>을 패러디했다고 밝혔고 <신서유기>로부터 탄생해 외전을 내세웠지만 tvN<강식당>은 ‘자기복제’가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했다. 하지만 3회가 방영된 지금 <강식당>은 <윤식당>의 그림자를 지웠다. <윤식당>과 비교되기보다는 <강식당>만의 색깔이 뚜렷하다는 게 증명되고 있어서다. <윤식당>이 윤여정이 가진 푸근한 느낌을 주는 힐링 예능에 가깝다면, <강식당>은 강호동이 가진 다소 거칠지만 웃음만은 빵빵한 리얼리티 예능에 가깝다.

실로 <강식당>이 <윤식당>을 이겨내는 방식은 기발했다고 보인다. 그것은 아예 처음부터 성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망하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했고(물론 그것도 쉽지 않지만), 처음 경험하는 식당 개업에서의 어떤 성과에 집중하기보다는(이를 테면 손님들의 반응 같은) 물밀 듯이 밀려드는 손님들과 다양한 주문 때문에 멘붕에 빠져버리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주는 리얼한 웃음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화내지 말아요. 우린 행복한 강식당이니까요.” 이 말이 이토록 웃긴 멘트인지 새삼 놀라게 되는 건 강호동이 그간 갖고 있는 자신만의 캐릭터 덕분이다. <1박2일> 시절부터 버럭대기 일쑤고 심지어 주먹질(?) 앞서는 모습으로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캐릭터를 세우고, 바로 그 캐릭터가 주는 두려움을 다른 출연자들과의 케미를 통해 웃음으로 만들어오는데 익숙한 그다. 굉장히 세보이지만 은지원 같은 어린이 캐릭터(?)에 쉽게 무너지고, 이수근 같은 은근히 놀려먹는 여우 같은 캐릭터에 당하는 모습이 주는 웃음. 강호동은 자신이 어떻게 소비될 때 빵빵 터지는 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강식당>에 처음 등장한 강호동은 “내가 무슨 요리냐”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황당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도전하는 게 중요한 가치라는 걸 내세우며 백종원 스승에게 돈가스와 오므라이스 특별 레시피를 전수받고 제주도에 강식당을 열게 된다. 첫 날 식당 운용이 만만찮다는 걸 경험하고 둘째 날 준비되지 않았던 포장 손님에 수프가 다 떨어지는 사태를 맞으며 혼이 나가버리는 출연자들이 서서히 감정이 피어오르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만들더니, 그 순간부터 강호동은 ‘화를 다스리려는’ 모습으로 포복절도의 웃음을 꺼내놓는다.

끝없이 ‘침착’을 외치고 ‘행복’을 주장하지만 실상은 속에서 강호동은 부글부글 끓는 모습을 드러내고, 그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이수근은 대놓고 강호동이 하는 말 하나하나에 토를 달며 그의 부아를 끌어올려놓는다. 결국 마음의 안정을 위한 ‘화면 조정 시간’이라며 제주도의 풍광 속에 묘한이가 놓여 있는 장면이 흘러나올 때 우리는 그 가려진 장면 뒤에 벌어졌을 강호동의 이수근 응징(?)을 상상하며 웃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그간 이들이 해온 관계를 통한 캐릭터쇼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설정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들은 제주도에서 강식당을 연 것이고, 그 곳을 찾은 분들은 실제 손님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제 리얼리티 카메라 속에서 그들은 식당 영업이 갖는 ‘어려움’을 보여줄 뿐이다. 물론 워낙 예능감이 좋은 이들이라 그 어려움을 드러내는 방식에서 웃음의 포인트를 알고 있을 뿐. 여기서 이들의 캐릭터쇼와 리얼리티 카메라는 절묘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결국 <강식당>이 <윤식당>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었던 힘은 ‘식당 개업의 어려움’이라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신서유기>를 통해 단단히 다져진 캐릭터들과 관계 속에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망할 걸 뻔히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그걸 실행하는 모습이나 정신없는 영업의 리얼한 현장 속에서 감정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면서 동시에 <윤식당>과는 다른 관점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끈다. 

아마도 식당 개업이라는 현실은 <윤식당>이 보여주는 것처럼 말랑말랑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백종원이 <푸드트럭>을 통해 보여주는 것처럼 더 살벌한 세계이고 망해서는 절대 안 되는 그런 간절함과 절실함이 존재하는 곳이니 말이다. 하지만 <강식당>은 그런 성공의 강박과는 상관없는 ‘망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낮은 기대치로 시작한다. 성공보다는 손님과 직원의 ‘행복’을 주장한다. 세상에 이런 식당이 있을까. 그 곳의 현실은 멘붕의 연속이지만 이상하게도 웃음을 주는 그 곳이 마음에 끌린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강식당>은 그 희비극을 리얼하게 담아낸다. 누가 봐도 괴로운 멘붕 상황이지만 그것을 슬쩍 틀어 우스운 상황으로 보여준다. 이런 희비극을 틀어 보여주는데 있어서 그 누구보다 확실히 주목되는 건 강호동과 이수근의 존재감이다. 역시 오래도록 해온 코미디 공력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이들은 <강식당>을 통해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관심 집중된 ‘강식당’, 힐링보다는 멘붕 예능

새로 시작한 tvN 예능 <강식당>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시작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이미 제주도에서 식당을 열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갔고, 강식당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어 추첨을 통해 손님을 받는다는 기사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기존의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들이 주로 호의적인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던 것과 달리, <강식당>은 크고 작은 잡음들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첫 방송. 평일 밤 케이블로서는 높은 5.4%(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냈다. 당연한 결과다. 

tvN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의 멤버들. 왼쪽부터 은지원 이수근 강호동 송민호 안재현. 강호동이 들고 있는 것이 ‘강식당’의 시그니처 메뉴 ‘강호동까스’다. CJ E&M 제공<강식당>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호불호가 나뉘게 된 것도 당연하다. 그건 태생적으로 <윤식당>을 강호동 아니 <신서유기> 버전으로 패러디한 데서부터 안고 있던 숙명이다. <윤식당>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건 그 낯선 타국에서 자그마한 한식당을 연다는 그 자체가 주는 ‘힐링’ 때문이었다. 장사를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덜어내고 음식을 통한 외국인들과의 소통에 집중했고, 이윤을 남기려 안간힘을 쓰는 ‘현실 장사’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장사를 하고 나면 바로 가게 앞의 바닷가로 풍덩 뛰어들어 쉴 수 있는 일터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이런 힐링의 분위기를 좋아했던 시청자들에게 <강식당>은 그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첫 방이 보여준 <강식당>의 색깔은 힐링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이 음식점을 열고 직접 요리를 해내야 하며 손님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그 현실 자체가 주는 ‘멘붕’이 <강식당> 첫 방이 보여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런 멘붕이 <윤식당>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윤식당>이 그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부각시켰던 건 식당 직원(?)들의 갈등이 아니라 더 끈끈해지는 동료애 나아가 유사가족애 같은 것이었다. <강식당>은 시작 전에 새벽 3시까지 고기를 펴는 중노동을 하고, 가게 오픈 첫 날 한꺼번에 들어온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슬슬 올라오는 갈등들을 담아냈다. 강호동이 연실 “화내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런 <강식당>의 남다른 분위기를 드러낸다.

<강식당>은 <윤식당>과는 달리 진짜 음식점을 오픈할 때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리얼리티쇼 형태로 잡아낸다. 그러면서 <신서유기>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멤버들의 남다른 캐릭터들을 이 멘붕 상황 속에 집어넣어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낸다. 그들은 손님을 맞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 장면들, 이를 테면 평생 음식을 먹기만 했지 만들어보지는 못했다는 강호동이 요리를 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는 장면이나, 강호동 이미지에 걸맞는 거대한 돈가스를 내놓고 놀라는 손님에게 남기면 우리 형이 다 먹을 거라고 말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예고편에서 슬쩍 보여줬듯이 <강식당>은 애초에 실패담을 목적으로 했는지도 모른다. 하루 재료 준비를 위해 쓴 돈이 그 날 번 돈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 나오는 황당한 웃음이나, ‘사장이 더 많이 먹는’ 이라는 <강식당> 앞에 붙은 수식어가 주는 웃음 속에는 모두 실패가 주는 웃음의 포인트가 담겨져 있다.

이것은 그래서 <윤식당>에서 따온 <강식당>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은 <신서유기 외전>이라는 지칭이 더 어울리는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신서유기>가 중국이나 베트남에 가서 드래곤볼을 얻기 위해 이런 저런 게임을 벌이며 그들이 보여주는 것이 생고생이나 당하는 자들이 선사하는 웃음이라고 할 때, <강식당>은 일종의 음식점 개업이라는 생고생 미션을 던져놓고 멘붕에 빠진 그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강식당>은 나영석 사단이 해온 여러 프로그램들의 유전자들을 콜라보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1박2일>의 그림도 있고, <집밥 백선생>도 있으며 <윤식당>도 있고 <신서유기>도 들어 있다. 이것을 ‘퓨전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즐거운 나영석 월드의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퓨전이 아닌 ‘복제의 식상함’으로 다가오는 시청자들에게는 정반대의 느낌을 줄 테지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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