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카페 차단에 대한 이중 잣대, 그 기준은 뭘까

 

<아빠 어디가>의 윤후 안티카페는 전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겨우 일곱 살 아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 자체가 충격이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해당 포털은 카페에 대해 접근 차단 조치를 내렸고 운영자도 카페를 폐쇄했고 공개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례적인 것은 대중들이 나서서 ‘윤후야 사랑해’를 실시간 검색어로 채워 안티카페의 흔적마저 지우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윤후 안티카페 문제는 그렇게 일단락됐다. 하지만 안티카페는 윤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우리는 싸이 열풍으로 갑자기 스타가 된 리틀 싸이 황민우군의 피해사례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반응은 윤후 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그는 <한밤> 인터뷰를 통해 “악플을 봤는데 베트남 엄마 꺼지라는 내용”이었다고 그 상처받은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SBS <한밤의 TV연예>에 이 문제로 출연한 박찬민 아나운서는 자신의 딸 박민하에게도 안티카페가 생겨 폐쇄신청을 문의했지만 “카페를 만든 사람의 권리이기 때문에 없앨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어째서 윤후 안티카페는 포털이 나서서 접근 차단 조치를 내리면서 박민하 안티카페에는 그러지 않는 것일까. 도대체 이 이중 잣대는 어디서 나온 걸까.

 

윤후 안티카페의 차단 조치 이유에 대해 해당 포털은 “윤후는 연예인(공인)보다는 일반인에 더 가깝다고 판단해 카페에 대한 접근 차단을 결정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박민하는 일반인이 아니고 연예인이기 때문에 차단 결정이 나지 않는 것인가. 사실 이 기준도 애매하다. 일반인 안티카페는 허용 안 되고 연예인 안티카페는 허용된다는 건 과연 상식적일까.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지만 표현의 자유가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릴 권리는 아니지 않은가.

 

놀라운 건 윤후 안티카페에 대해 모두가 공분했던 것과, 박민하 안티카페에 대한 반응이 사뭇 다르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박민하 안티카페가 생긴 것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식의 반응들이다. 부모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이의 순수함을 잃었다는 식의 비판도 들어있다. 안티카페가 생긴 것이 인피니트의 엘에게 박민하가 볼 뽀뽀를 한 것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윤후의 경우와 달리 갖가지 이유들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안티카페의 존폐는 아이기 때문에 무조건 사라져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인기와 호감에 비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안티카페’라고 치면 무수히 많은 카페들을 만날 수 있다. 거기에는 이제 청소년인 연예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김유정 안티카페는 대표적이다. 김유정은 작년 <강심장>에 출연해 자신의 안티카페에 들어갔던 경험을 얘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제 겨우 열 다섯 살. 그녀는 “어린 나이에 관심을 받아보면 굉장히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고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결국 윤후나 김민국, 황민우 같은 아이들의 안티카페가 갑자기 불거져 나온 것이 뜬금없는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미 안티카페는 넘쳐나고 그 대상을 아이 어른 따지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빠 어디가>로 급부상한 윤후의 안티카페도 생겼던 셈이다. 따라서 윤후 한 명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아이들마저 대상으로 삼는 안티카페의 문제를 해결했다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이 문제의 근원은 아이들까지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방송 문턱을 드나들게 된 작금의 달라진 세태에서 비롯한다. 그 아이들은 천사 같고 예쁘기 그지없지만 방송은 똑같이 이들을 소비하기 마련이다. 인기를 얻게 된 그들은 그만한 팬들을 갖게 되지만 그것은 빛과 함께 그림자도 갖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팬클럽은 언제든 방향만 바뀌면 안티로 돌아설 수 있다. 팬과 안티 팬의 차이는 그 방향성의 차이일 뿐이다.

 

기왕에 아이들이 방송으로 들어오고 있는 이상, 이 흐름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겪는 남모를 고통을 방송에 들어왔다고 해서 아이들도 똑같이 치러내야 한다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방송사든 포털이든 적어도 방송에 출연하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되는 토크쇼, 왜 자꾸 만들까

 

왜 안되는 걸 자꾸 만들어내는 걸까. 토크쇼의 추락은 그 끝을 모른다. 그 신호탄은 유재석이 그토록 오래 이끌어왔던 <놀러와>가 폐지되는 것으로 이미 정점을 찍었다. 강호동의 KBS 예능 복귀작인 신상 토크쇼 <달빛프린스>가 5% 남짓의 시청률에 머물렀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하지만 유재석과 강호동 같은 발군의 MC들이 투입되어도 추락하는 토크쇼를 보며 그다지 놀랄 필요는 없다. 그것은 MC들의 탓이라기보다는 작금의 토크쇼라는 형식 자체가 자초한 일이 더 크기 때문이다.

 

'놀러와'(사진출처:MBC)

작년 신상 토크쇼의 아이콘이 되었던 <힐링캠프>를 보라. 대선후보들이 줄줄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만 해도 <힐링캠프>는 승승장구 했었다. 하지만 단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이 토크쇼의 시청률은 거의 6-7%대까지 떨어졌다. 이경규라는 백전노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고현정이 MC로 데뷔했던 <고쇼> 역시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더니 결국 종영하고 말았다. 캐스팅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따왔지만 시청자들은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MBC 목요예능의 고전을 일시에 해결해줄 것 같았던, 강호동의 복귀와 함께 재개된 <무릎팍도사> 역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내지 못했다. 시청률은 그렇다 치고 화제성면에서도 한참 못 미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놀러와>의 후속작으로 들어온 <배우들>은 심지어 2.3%라는 시청률로 곤두박질쳤다. ‘이럴 거면 왜 <놀러와>를 폐지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만한 상황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토크쇼들은 하는 족족 추락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나오는 걸까.

 

그간 토크쇼들이 해왔던 것은 이른바 연예인들의 사생활 끄집어내기가 대부분이었다. 이것은 <강심장>처럼 아예 대놓고 누가 더 센 사생활을 폭로할 것인가를 내세우는 토크쇼나, <놀러와>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스스로 내밀한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토크쇼나 다 마찬가지였다. 또 <힐링캠프>나 <승승장구>처럼 1인 게스트와 좀 더 깊숙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도 마찬가지고 북 토크쇼라는 새로운 형식을 차용한 <달빛프린스> 같은 신상 토크쇼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대중들에게 그만큼 강력한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미 너무 많은 토크쇼들이 나와서 무수히 많은 연예인 사생활을 털어놓다 보니 그 신선함도 떨어지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네들 역시 일반인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제 제 아무리 강력한 사적인 이야기를 갖고 나온다고 해도 그게 연예인이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갖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제 식상한 연예인 이야기보다 오히려 <안녕하세요>에 나오는 일반인들의 사적인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로 옮아온 것이다.

 

토크쇼가 결국 소통의 쾌감을 주는 예능의 형식이라면 작금의 소통에 대한 대중들의 달라진 인식을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연예인의 사적인 이야기나 신변잡기는 더 이상 소통의 쾌감을 주지 못한다. 그것보다 대중들은 이제 좀 더 가치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어 한다. 일반인과 연예인의 경계가 훨씬 얇아진 현 세태에서 왜 연예인이라고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우리들이 들어줘야 한단 말인가. 이런 소통에 대한 변화된 대중들의 인식은 작금의 토크쇼들이 일제히 곤두박질친 가장 큰 이유다.

 

또한 작금의 대중들은 소통이 말만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동반하는 진정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스튜디오에 앉아서 ‘인생이 어떻고 삶이 어떻고’하는 이야기에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좀 더 현실과 현장과 부딪치면서 말만이 아니라 몸과 땀으로 보여주는 소통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토크방식이 아닐까. 토크쇼는 좀 더 스튜디오를 벗어나 현실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연예인 사생활만 팔고 있을 것인가. 아무리 포장을 달리한다고 해도 한 꺼풀 벗겨내면 결국 연예인 사생활 끄집어내기로 일관된다면 유재석이나 강호동, 이경규 같은 발군의 MC들이 온다고 해도 토크쇼는 살아나기가 어려울 것이다. 대중들은 진짜를 원한다. 진짜 소통이 되는 토크쇼, 진짜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토크쇼, 진짜 현실이 거기 묻어나는 토크쇼. 바로 그것이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다.

토크쇼, 이대로는 멸종하고 만다

 

지금 토크쇼는 전체적으로 위기다. <놀러와>가 5% 시청률에서 고전하다 성급하게도 폐지결정이 내려진 것은 작금의 토크쇼가 처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이 시대의 명MC인 유재석조차 <놀러와>를 ‘위기의 토크쇼’라고 자평하며 별의 별 노력을 다 했을 정도다. 한때 20%에 육박하는 시청률과 연일 방영 후 화제가 되던 <놀러와>를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무릎팍도사'(사진출처:MBC)

이런 상황은 <놀러와>에 강력한 대항마로 등장했던 <힐링캠프>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은 한 때 새로운 토크쇼의 아이콘처럼 등장했지만, 어느새 하향곡선을 그리더니 지금은 겨우 7%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화제성도 예전만 못하다. 무엇보다 연예인들이 게스트로 출연해 속 깊은 토로를 하는 것을 대중들은 어느새 식상해하고 있다. 심지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연예인들조차 <힐링캠프>에 출연해 자기변호의 기회를 갖는 듯한 뉘앙스는 시청자들로서는 이 프로그램이 누구를 위한 ‘힐링’을 하고 있는 것인가를 되묻게 만들었다. 프로그램의 주인은 시청자다.

 

화요일 밤을 토크쇼 격전장으로 만들었던 <승승장구>와 <강심장> 역시 그 화려했던 시절이 하나의 추억거리로 남게 되었다. <승승장구>는 6% 대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고 <강심장> 역시 7% 대 시청률까지 내려갔다. 하향 평준화된 상황이니만큼 경쟁의 느낌도 사라졌다. 이렇게 된 것은 이 토크쇼들이 너무 정체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승승장구>는 언젠가부터 KBS의 다른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홍보하는 토크쇼가 되어버렸다. <1박2일>시즌2의 MC들이 하나하나 출연하고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을 이끌었던 금난새 지휘자가 출연하는 식이다. <강심장>은 MC를 신동엽으로 교체하면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려 했지만 토크쇼도 아니고 그렇다고 버라이어티쇼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가 이제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MBC가 목요예능의 잇따른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 야심차게 강호동의 <무릎팍도사>를 새로 시작했지만 역시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첫 복귀에 9.3%의 괜찮은 시청률을 냈지만 다음 회에 7.8%로 떨어졌다. 이것은 역시 연예인 게스트가 출연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1인 게스트 토크쇼들에 대해 대중들이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과거 유일한 1인 게스트 토크쇼였던 <무릎팍도사> 시절을 반복하기에는 그 휴지기에 너무 많은 유사 토크쇼들이 나왔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목요일 밤의 강자였던 <해피투게더3> 역시 한때 위기의식을 느끼고 <개콘> 팀을 투입해 새롭게 토크쇼를 정비했지만 지금은 7-8%대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무언가 변화를 줘보려고 노력한 흔적은 역력하다. 하지만 그 기본 콘셉트가 다르지 않다. 과거 ‘쟁반노래방’이나 옛 친구를 찾는 ‘해피투게더-프렌즈’ 같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토크쇼가 아니라는 얘기다. 시청자들로서는 꽤 비슷한 형식을 반복해서 보는 듯한 인상이 짙다.

 

금요일 밤의 <고쇼>는 고현정이 MC로 나선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지만 역시 그다지 성공적인 토크쇼로 자리하지 못했다. 배역을 캐스팅한다는 콘셉트가 초기 흥미를 끌었지만 역시 토크쇼는 MC의 역량이 중요한 법이다. 윤종신과 정형돈이 옆에서 열심히 보조해주었지만 역부족. <고쇼>는 결과적으로 그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지금 이 자리는 향후 이수근과 신현준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과연 이건 괜찮은 선택일까.

 

그나마 KBS의 <안녕하세요>와 MBC의 <라디오스타>를 빼고 나면 이렇다 할 토크쇼의 성공적인 모습을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토크쇼는 왜 전체적으로 위기를 맞게 된 걸까. 그것은 이미 위에 열거한 내용들 속에 그 답이 나와 있다. 토크쇼가 너무 많은 탓이다. 우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내내 토크쇼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게다가 몇몇 토크쇼는 MC만 다를 뿐 그 형식 또한 유사하다(이를 테면 <승승장구>나 <힐링캠프>, <무릎팍도사>는 그 외형은 달라도 1인 게스트 토크쇼가 갖는 대화의 방식은 유사하다). 그러니 대중들에게는 너무 유사한 토크쇼들이 반복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재석이나 강호동, 또 백전노장이라고 하는 이경규가 MC를 맡는다고 해도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과당경쟁은 서로의 토크쇼 생명력을 갉아먹기 마련이다. 결국 해법은 토크쇼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주중 예능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만일 토크쇼를 계속 하겠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시도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게스트가 나오면 무슨 얘기할 지 뻔한 그런 토크쇼는 이제 대중들의 관심 밖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이 부분에서 <라디오스타>와 <안녕하세요>가 왜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토크쇼, 이대로는 모두 멸종하고 만다.

밝은 이승기, 어둠까지 품는다면

 

이승기에게 <더킹 투하츠>는 그가 연기에 도전했던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물론 첫 연기 경험이었던 <소문난 칠공주>의 황태자 역이나, 그에게 트리플 크라운의 영광을 안겨준 <찬란한 유산>의 선우환 역, 그리고 코믹 연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의 차대웅 역에서 모두 이승기는 무난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더킹 투하츠'(사진출처:MBC)

아니 무난하다기보다는 호평이었다. 거기에는 당시 이승기가 갖고 있는 독특한 위치가 한 몫을 차지했다. 즉 이승기는 본격적인(?) 배우는 아니었다. 가수가 본업이었고 <1박2일>을 통해 가수 이외에 예능인으로서의 새로운 매력을 드러내는 중이었으며, 여기에 배우라는 새로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다는 것이 호평으로 이어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더킹 투하츠>의 이재하 역할을 연기하는 이승기는 상황이 이때와는 다르다.

 

이승기는 사실상 그의 가치를 세워주었던 예능을 모두 접었다. <1박2일> 시즌2에 잔류하지 않았고, <강심장> MC도 내려놓았다. 가수로서의 활동도 전무하다. 오로지 <더킹 투하츠>라는 드라마 하나에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다. 즉 이승기는 가수와 예능인을 잠시 접어두고 제대로 배우라는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더킹 투하츠>에서의 이승기의 연기가 이전의 연기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이 드라마에서 이승기는 꽤 준비된 연기를 보여주었다. 드라마 초반에 그는 어딘지 왕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바람둥이의 모습을 얄미울 정도로 잘 연기해냈다. 김항아(하지원)에게 "넌 여자가 아냐"라고 하는 대사에서는 보는 이마저 화가 나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갑자기 한 나라의 왕제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예를 들면 미국의 간섭에 대해 속 시원한 한 방을 날렸을 때 같은)는 그 가벼운 겉모습 밑에 숨겨진 믿음직한 구석을 느끼게 해주었다. 자유를 구가하려던 왕제가 형의 죽음 이후 곧바로 왕위를 물려받으면서 겪게 되는 그 변화를 연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건 왕이 아닌가. 왕이라는 위치에서는 상당 부분 겉모습(왕으로서의 위엄을 갖추어야 하는)과 실제 내면(한 인간으로서의)이 다를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재하는 그 양자를 오가면서 김봉구(윤제문)라는 희대의 악당과 때로는 대면해야 하고 그 고통 속에서도 웃으며 상대방을 제압해야 한다. 게다가 이제 결혼할 사이인 김항아와의 멜로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배우로 서려는 이승기로서는 제대로 된 역할을 만난 셈이다.

 

이승기는 잘 알려진 대로 그 특유의 노력과 근성으로 이 복잡한 연기를 잘 해내고 있다. 김봉구가 형인 이재강(이성민)을 죽였다고 제 입으로 말할 때도, 이승기는 그 분노를 억누르며 김봉구에게 맞서는 재하의 왕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주었고, 믿었던 비서실장 은규태(이순재)의 배신 사실을 알고는 분노를 터트리면서도 그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믿음과 정을 놓지 않는 재하의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주었다. 왕으로서의 얼굴과 한 인간으로서의 얼굴, 이 둘을 한꺼번에 보여준다는 것. 이승기는 확실히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도 한 단계 더 내디딘 셈이다.

 

이처럼 배우로서도 이제 어엿한 면모를 보여주는 이승기에게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연기는 물론 노력과 연습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 연기자에게서 굳이 연기하지 않아도 뿜어져 나오는 그 특유의 느낌은 대본과 캐릭터를 연구하는 것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삶의 경험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승기의 장점으로 여겨지는 늘 밝은 모습, 선한 심성 같은 이미지는 배우로서는 한편으로 단점이 되기도 한다.

 

아픔을 연기할 때 진짜 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걸 표정으로 연기해내기 때문이 아니다. 그 연기자의 안에 있는 진짜 아픔을 끄집어냈을 때 그것이 비로소 전달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왜 이승기가 이처럼 연기 호연을 펼치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조정석의 눈물 한 방울에 더 가슴이 와 닿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조정석은 밝은 이미지가 있지만 동시에 어두운 구석도 갖고 있는 배우다. 그것이 보는 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마음 시리게 다가온다.

 

아마도 이것은 노력하는 이승기가 배우로서 서기 위해 마지막으로 넘어야할 한 가지가 아닐까 싶다. 인간적인 매력에는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폐허'라고 표현했고 누군가는 그것을 '우수(憂愁)'라고 표현한다. 밝은 껍질 아래 무언가 아프고 무너질 것 같은 면면. 그것이 배우가 연기 연습을 통해 얻어내는 기술적인 성취만큼 중요할 수 있다. 그것은 능력이 아니라 매력의 영역이다.

이승기는 예능에서의 다분한 끼와 순발력, 가수로서의 감성 또 배우로서 갖추어야 할 성실성을 다 갖추었지만, 단 한 가지 그 자체로 뿜어져 나오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한없이 보듬어주고픈 마음을 갖게 하는) 아픈 매력이 부족하다. 물론 지금도 충분한 다른 매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바로 이 '우수' 깃든 매력이 덧붙여진다면 이승기는 독특한 자신만의 아우라를 갖는 배우로서 설 수 있을 것이다.

'더킹 투하츠', 이승기에 맞춤인 이유

 

'더킹 투하츠'에서 재하(이승기)는 왜 항아(하지원) 앞에서 자꾸만 마음이 변덕을 부리는 걸까. 자신을 거부한 항아에게 철저히 복수하겠다며, 그 마음을 빼앗은 후 헤어져 평생 잊지못할 상처를 주겠다는 엉뚱한 계획을 세우고 실제 실행에까지 옮기지만 재하는 막상 자신을 향해 돌진해 들어오는 항아를 보고는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해진다. 거기서 진심을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용히 우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말하려는데, 불쑥 항아가 "약혼을 하겠다"고 하자 또 마음이 바뀐다. "너랑 왜 내가 약혼을 하겠냐"며 독설을 날린다.

 

 

'더킹 투하츠'(사진출처:MBC)

도대체 왜 재하는 이토록 변덕이 심한 걸까. 사실 이 부분은 이 드라마의 제목하고도 관련이 있다. 재하의 갈등은 항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다. 재하는 제목처럼 두 개의 심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 하나는 남한의 왕제로서의 심장이고, 다른 하나는 한 남자로서의 심장이다.

 

그가 모의 훈련 중에 항아를 향해 총을 쏘는 상황은 이 재하라는 인물이 가진 두 개의 심장이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남자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 나라의 왕제로서 인질이 되어 국익에 손실을 줄 바에는 총을 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 물론 모든 게 모의훈련으로 드러났지만, 후에 재하는 항아와 행군을 하면서 그 때 상황을 얘기한다. 자기의 마음도 뻥 뚫리는 것 같았다고. 이것이 한 남자로서의 심장이 전하는 말이다.

 

재하는 이 두 개의 심장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래서 남자로서 항아라는 알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에게 흔들리다가도, 남과 북으로 갈라져 오래도록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다는 점, 게다가 복잡한 정치적인 사안들과 맞물려 있는 결혼이라는 문제에까지 다다르면 또 마음 한 구석이 흔들리게 된다. 자신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제로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되면 그는 또 개인이 아닌 왕제로서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기자회견장에서 갑자기 항아가 약혼을 하겠다고 발표해버리자, 그 즉시 부인할 수 없는 게 왕제로서의 그의 마음이다(거부하면 이것은 남부 간의 불편한 관계로 이어진다).

 

이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왕제, 재하라는 역할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때론 완전히 개념 없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떤 순간이 오면 왕제로서의 근엄함을 유지하는 진중함으로 돌변해야 한다. 이것은 멜로 연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날라리처럼 행동하다가도 때로는 마음을 찡 울리는 진심이 묻어나야 하는 인물이 재하라는 캐릭터다. 다행스러운 건 이 두 개의 상반된 이미지를 이미 이승기는 드라마와 예능, 가수 활동을 하면서 겪었다는 점이다.

 

그의 첫 이미지는 '황태자'였다. 그것도 누나들의 로망으로서의 황태자. 하지만 그 황태자가 '1박2일'이라는 예능을 통과하면서는 형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막내가 되기도 하고, 때론 허술함이 드러나는 허당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찬란한 유산'을 통해서는 개념 없던 황태자가 진솔한 청년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에서는 사랑을 알아가는 순수한 청춘을 연기하기도 한다. 또 홀로 '강심장'을 맡았을 때는 이제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짓궂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더킹 투하츠'는 이승기에게 이 황태자의 진중함과, 막내이자 허당으로서의 가벼움을 동시에 품게 하는 드라마다. 이 작품 속에서 이승기는 때론 지독할 정도의 악동의 모습이었다가 또 순간 진중한 모습으로 돌변해 그 악동 이면에 있는 왕제로서의(황태자의 삶으로서의) 쓸쓸함을 드러낸다. 이 두 가지 이미지의 통합은 '더킹 투하츠'의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왕제 재하라는 캐릭터의 연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더킹 투하츠'는 지금껏 가수이자 연기자이자 MC로 활약하며 다양한 모습을 끄집어냈던 이승기에게 이 이미지들을 통합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다. 진중함과 가벼움, 이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황태자의 탄생. 이것이 '더킹 투하츠'에 이승기가 맞춤인 이유다. 이승기는 지금 진정한 '킹'이 되기 위한 '투하츠'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니까.


'강심장'과 '스타킹', 연명만이 최선일까

'강심장'(사진출처:SBS)

강호동의 잠정은퇴로 가장 큰 충격을 입은 방송사는 KBS도 아니고 MBC도 아닌 SBS다. KBS의 '1박2일'은 강호동의 빈자리를 나머지 연기자들과 제작진들이 충분히 채워주었고, MBC '무릎팍도사'의 빈자리는 '라디오스타'가 확실히 메워주었다. 하지만 SBS의 '강심장'과 '스타킹'은 다르다. 강호동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고 그 여파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강심장'은 본래부터 강호동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20여 명의 게스트와 맞설 수 있는(?) MC로 강호동 만큼 적합한 인물은 없었다. '강심장'이 추구하는 강한 토크, 심장을 뛰게 하는 토크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렸다. '강심장'은 그래서 그 '강'의 의미가 온전히 강호동을 떠올리게 하는 토크쇼임이 분명했다. 물론 강호동 옆에 청출어람 이승기가 있었지만.

그런 강호동이 잠정은퇴로 빠져나간 것은 '강심장'으로서는 마치 기둥뿌리 하나를 빼낸 것과 다름없는 충격파였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중심이 사라진 것이니 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간 강호동 옆에서 착실히 성장해온 이승기가 그 충격을 상당부분 상쇄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이승기는 강호동과는 달리, 부드럽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는 예리한 순발력으로 '강심장'을 계속 뛰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제 이승기마저 '강심장'을 떠난다. 새로 이동욱이 MC를 맡는다고 하지만(또 다른 MC가 대기중이라고 한다), 아직 검증된 것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강심장'의 두 축인 강호동도 없고 이승기도 빠져나간 상황에서 전혀 새로운 인물을 투입한다는 것은 제작진에게는 너무 잔인한 일처럼 여겨진다. '강심장'이라는 좋은 프로그램이 자칫 연명을 거듭하다가 본래 명성조차 흐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타킹'은 사정이 더 안 좋다. '스타킹'이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형식은 굉장히 참신하고 진취적인 것이었다. 연예인들이 거의 무대를 장악하던 시절, 일반인들을 무대에 올리고 오히려 연예인들이 보조를 맞춰주는 이 역발상은 '일반인 방송 출연시대'의 서막을 연 셈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지금, 방송 환경은 변해버렸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과 리얼리티쇼가 방송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별의 별 일반인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그다지 큰 화제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특히 '스타킹'을 감성적으로 뒤흔들어주던 놀라운 가창력의 '일반인'들은 이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빛에 가려져버렸고, 한 때 국민적인 관심을 가져왔던 숀리의 헬스 트레이닝 프로젝트 역시 이미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빠져나간 상태다. 그러니 지금은 '성형술'이나 '목청킹(음치 탈출 프로젝트)' 같은 마이너한 아이템들이 이 프로그램에 남게 되었다. 물론 이 상황에서라도 강호동이 있었다면 결과는 많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호동도 없는 자리에, 달라진 환경에 의해 소소해진 소재들은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이 본래 갖고 있던 그 혁신적인 이미지마저 지워버리고 있다.

과연 그럭저럭 시청률이 유지된다고 해서 대충 다른 인물을 끼워 넣어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만이 상수일까. 잔인한 얘기일 지 모르지만, 어떤 상황에는 연명하는 것보다 과감히 산소 호흡기를 떼는 것이 지금껏 고생한 이들에 대한 예의인 경우도 있다. 털어내고 새로운 것을 채워 넣는 것. 그것은 제작진들에게도 박수 받을 때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제작진들이 새로운 것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강심장'과 '스타킹'. 정말 괜찮은 형식이고 좋은 프로그램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저 연명하는 것으로 그 좋은 프로그램의 이미지마저 사라지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최민수, 그 캐릭터가 가진 예능에서의 가치

'런닝맨'(사진출처:SBS)

연기자 최민수를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세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그 첫 번째는 그가 겪은 일이 그는 물론이고 그의 팬들에게도 웃음조차 사라지게 만들만큼 큰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그가 '런닝맨'이나 '강심장'에 나와 좌중을 압도하며 웃음폭탄을 날리는 모습은 그만큼 편안해진 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제 아문 상처가 더 굳어진 살이 되어 강건한 마음을 만들기를.

최민수를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는 두 번째 즐거움은 그가 실제로 예능에 딱 적합한 캐릭터인데다 또 그 캐릭터를 잘 살리기 때문이다. '런닝맨'에 출연한 최민수는 그가 카리스마있는 캐릭터로서 예능에서 할 수 있는 두 가지 기능을 모두 보여주었다. 첫째 날에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최민수만이 할 수 있는 이른바 '런닝맨 헌팅' 미션을 효과적으로 수행했다.

최민수라는 모두를 떨게 하는(물론 이미지일 뿐이다) 캐릭터는 그저 세워놓기만 해도 미션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웃음의 본질이 바로 '두려움에서 벗어났을 때 생겨나는 이완감'에서 비롯된다는 걸 생각해보면 왜 최민수 같은 캐릭터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큰 웃음을 만들어내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정극에서의 섬뜩할 정도의 카리스마는 예능에 들어오면 겁먹는 상대방을 조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최민수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상대방을 겁주는 것만으로 웃음을 만드는 건 아니다. '런닝맨' 둘째 날에 최민수가 보여준 웃음 포인트는 첫째 날과는 정반대였다. 즉 어딘지 무서울 것 같은 이 카리스마의 대명사가 보통 사람과 다를 것 없는 허술한 면모를 드러냄으로서 이른바 반전 캐릭터로 웃음을 주었다. 최민수는 둘째 날 모습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편안하고 남다를 바 없는 사람인가를 보여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웃음이 만들어졌다.

최민수가 카리스마를 활용해 웃음을 주는 이 두 가지 방식(상대방을 겁먹게 하거나, 본인이 무너져 반전 캐릭터를 보여주는)은 '강심장'에서도 여전했다. 이 토크 배틀 형식에서 최민수는 슈퍼주니어와 10대1의 대결구도를 만들어냈고, 강한 캐릭터인 강호동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여줘 웃음을 주면서 동시에 귀요미의 표정을 짓거나 자신이 망가졌던 이야기를 통해 반전의 웃음도 만들어냈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최민수를 예능에서 보는 것은 그래서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최민수를 예능에서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은 그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최민수는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강한 캐릭터의 아우라에 갇혀 있었다. 지나간 일이라 웃으며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최민수가 실제로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기 2년 전에 죄민수라는 캐릭터가 '개그야'에 등장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결국 이 개그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죄민수가 실제 상황으로 비화되는 아이러니를 겪은 셈인데, 그만큼 최민수의 강한 캐릭터는 대중들에게 뭔가 닫혀있어 개그로라도 인간적인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소문에 의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버린 상황도 어찌 보면 이 욕망의 발현이었는 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소통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최민수의 이미지에 균형감을 만든다.

"나 떨고 있냐?" '모래시계'에서 그가 내뱉은 이 한 마디의 대사는 최민수의 아우라를 만들었다. 죽음 앞에서도 남자다움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그래도 인간이라 어쩔 수 없이 떨고 있는 그 모습은 바로 최민수가 가진 양면적인 매력의 결정체다. 때론 마초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카리스마를 내뿜으면서도 때론 지극히 인간적인. '태왕사신기'에서의 화천회 장로로 보여준 카리스마나 '무사 백동수'에서 천을 통해 보여주는 강렬함은 드라마를 이끄는 힘을 만들어줄 정도로 강렬하다. 하지만 그런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그는 또한 '결혼이야기'나 '사랑이 뭐길래'로 살짝 망가지는 털털한 모습을 연기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자칫 소문에 의해 잃을 뻔 했지만 다시 돌아온 최민수. 그가 앞으로도 계속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세 가지 즐거움을 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어쩌면 그의 연기자로서의 편안하고 탄탄한 삶을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을 테니까.


1인 게스트 토크쇼, 왜 대세가 됐을까

'무릎팍도사'(사진출처:MBC)

'놀러와'는 '인물열전' 2탄으로 심수봉을 초대했다. 1탄은 전유성이었다. 본래 게스트에 대한 배려와 집중도가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1인 게스트를 중심에 세워놓은 건 '놀러와'의 새로운 시도다. 물론 심수봉을 받쳐주는 게스트로 임백천과 이상우가 출연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받쳐주는 역할일 뿐 이 '인물열전'의 초점은 심수봉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그 토크쇼의 흐름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보인다. 여러 군데서 '무릎팍 도사'의 그림자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미리 조사한 게스트가 살아온 프로필을 읽어나가는 것이나 그러면서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그리고 중간 중간 이어지는 작은 코너들로 만들어내는 변화 등등. 이것은 '무릎팍 도사'가 1인 게스트를 고집하며 지금껏 뚝심 있게 해온 방식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물론 이것은 '놀러와'의 한 특집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무릎팍 도사'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놀러와'뿐만이 아니다. '승승장구' 역시 1인 게스트를 모셔놓고 네 명의 MC가 얘기하기보다는 귀를 열어놓는 프로그램으로 그 방식도 '무릎팍 도사'와 유사하다. '당신의 사전'은 키워드를 통해 게스트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코너로, '무릎팍 도사'가 '건방진 프로필' 등으로 게스트의 프로필을 흥미롭게 전하는 방식의 변화된 형태다. 여기에 '승승장구'만의 특별한 형식인 '몰래온 손님' 같은 코너는 이 토크쇼를 좀 더 차별화된 방식으로 만들어준다.

초반 집단 게스트를 통해 좀 더 버라이어티한 맛을 보여주었던 '강심장'에게 한참 밀리던 '승승장구'는 최근 들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물론 여전히 1인 게스트 토크쇼가 갖는 한계인 게스트 의존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평균적인 흐름을 보면 '강심장'이 과거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면, '승승장구'는 어느 정도 고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들의 유동률이 많은 '강심장'과 비교해 '승승장구'가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 밤에 SBS가 '밤이면 밤마다' 대신 '힐링 캠프'를 런칭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일이다. 어딘지 시끌벅적하던 '밤이면 밤마다'와는 완전히 다른 '힐링 캠프'는 1인 게스트를 모셔놓고 말 그대로 '힐링'의 느낌을 주는 편안함을 선사하는 토크쇼다. '승승장구'의 캠프 버전처럼 읽히기도 하는 이 토크쇼는 역시 그 연원을 찾아가보면 '무릎팍 도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함께 웃고 울면서 총정리하는 듯한 그 토크쇼의 흐름은 분명 '무릎팍 도사'가 만들어낸 것이다.

토크쇼는 당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한 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했던 이른바 '집단 토크쇼'는 여러모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영향이 짙다. 1대1로 주고받는 전화 같은 과거의 소통방식은 인터넷으로 오면서 여러 개의 창이 화면 위에 열려진 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낯설지 않게 했다. 물론 집단 토크쇼는 또한 뭔가 1대1로 주고받는 방식이 갖는 홍보적인 성향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을 상쇄시키기도 했다. 어느 한 사람에게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그만큼 과도한 집중이라 여겨졌던 것.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시간을 할애 받아 각자의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집단 토크쇼는 그래서 심지어 민주적(?)인 방식이라고까지 여겨지게 됐다.

하지만 이 집단 토크쇼의 트렌드는 이제 조금씩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제 아무리 인터넷 시대라고 해도 TV는 여전히 TV인 셈이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이야기들은 오히려 배틀로 변질되고, 민주적인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한 사람의 이야기도 제대로 들어주지 못하는 예의 없는 방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정신없음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피곤함을 재현한다. 디지털이 고도화될수록 거꾸로 아날로그를 찾듯 사람들은 다시 좀 더 편안한 토크쇼를 찾게 됐다.

모두가 집단화되고 배틀화되던 토크쇼의 경향 속에서도 꿋꿋이 1인 토크쇼를 고집한 '무릎팍 도사'가 새삼 주목되는 건 최근의 이런 새로운 경향이 그 뒤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1인 토크쇼는 그 이전에도 있었지만 '무릎팍 도사'는 과거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진화를 보여준 게 사실이다. 1인 토크쇼가 갖는 홍보적인 성향을 넘어서기 위해 적절한 긴장과 대결구도를 무릎팍 도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장착해내고, 그 속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낱낱이 그려내는 토크쇼. '무릎팍 도사'는 그래서 지금 점점 트렌드가 되고 있는 1인 게스트 토크쇼 시대를 새롭게 열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승승장구'가 승승장구하는 이유

'승승장구'(사진출처:KBS)

'승승장구'는 '강심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쟁구도를 갖고 있다. 초반 '강심장'은 강했다. 강호동과 이승기가 MC로 자리하고 있었고, 집단 토크쇼 형식으로 게스트들도 아이돌에서부터 중견 연예인들까지 다양했으며, 다루는 소재도 토크에서부터 개인기, 퍼포먼스까지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했다.

여기에 비해 '승승장구'는 소소하기 이를 데 없었다. MC들도 그다지 주목할 만한 인물들이 아니었고, 1인 토크쇼로서의 게스트 역시 늘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토크쇼의 형식도 그렇게 화려한 것은 없었다. 어찌 보면 버라이어티한 '승승장구'와는 정반대로 가기로 작정한 듯한 차분함이 이 토크쇼에는 있었다.

그래서 '승승장구'의 시청률 역시 소소할 수밖에 없었다. 평균적인 시청률이 10% 내외. 한때 20%를 넘기기도 했던 '강심장'과는 비교과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강심장'의 시청률이 점차 빠지기 시작했고, 반면 '승승장구'는 큰 폭의 시청률 상승은 없었지만 그래도 늘 어느 정도 수준의 시청률을 유지하게 되었다. 상황에 따라 진폭이 큰 '강심장'의 시청률에 비해 '승승장구'의 시청률이 높진 않아도 고른 이유는 고정 시청층들을 겨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승승장구'의 말 그대로의 승승장구가 그냥 이뤄진 것은 아니다. 먼저 '승승장구'에는 '강심장'에는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그 첫 번째는 방청객이다. 물론 '강심장'도 방청객이 있지만, '승승장구'처럼 프로그램 속으로 적극적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승승장구'는 오프닝을 방청객 중 한 명이 열고, 중간중간에 게스트의 웃기고 울리는 이야기에 방청객의 반응이 리액션으로 따라붙는다.

무대와 방청객 사이의 간격도 굉장히 좁아서 마치 바로 앞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것은 '승승장구'만의 '사랑방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김정태의 몰래 온 손님으로 지성이 나온다고 하자, 방청객 중 한 사람이 "미쳤어. 얘는."하고 얘기한 것을 바로 이수근이 듣고 들려줄 정도로 그 간격은 좁고 그 리액션의 상호반응도 대단히 민감하다. 그만큼 관객과 함께 움직이는 인상을 주는 이 토크쇼는 마지막 장면에 모두 무대에 올라 찍는 사진처럼 화기애애하다.

또 한 가지 '승승장구'에만 있는 것이 이른바 '몰래 온 손님'으로 엮어지는 '절친'들의 이야기다. 이 부분은 현재 토크쇼들의 전쟁 속에서 '승승장구'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차별점이다. 게스트 혼자 나와서 자신의 삶 전체를 얘기하는 1인 토크쇼도 있고, 집단으로 나와서 하나씩 이야기를 하는 토크쇼도 있으며, 카테고리별로 나와서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토크쇼도 있지만, 절친이 나와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토크쇼는 별로 없다.

안내상이 28년 지기 우현과의 우정을 이야기 하고, 김대희와 김준호가 콤비를 얘기할 때 고춧가루처럼 박성호까 끼어 재미를 주며, 얼굴 없는 가수 김범수가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준 보컬 트레이터 박선주와 음악으로 서로를 들려주고, 김정태의 따뜻한 면모를 지성이 얘기할 때 '승승장구'는 그 훈훈함을 더한다.

물론 '승승장구'는 그 토크쇼의 형식상 대단히 높은 시청률을 가져오는 프로그램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승승장구'는 평일 밤 시간대에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토크쇼로 자리매김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승승장구'의 승승장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강심장'의 리액션, 그 분산과 집중

'강심장'(사진출처:SBS)

예능 프로그램에서 리액션은 중요하다. MC나 게스트가 뭔가 말했을 때, 그걸 듣는 입장에서 아무런 리액션이 없다면 얼마나 밋밋해질까.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은 방청객을 초대해 그 즉각적인 반응을 포착하기도 하고, 때로는 웃음소리를 인위적으로 집어넣기도 한다. 물론 요즘은 이런 식의 인위적인 리액션은 잘 쓰지 않는다. 그만큼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뭔가 억지로 만들어진 느낌이 들면 그 리액션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강심장'처럼 게스트가 많은 집단 토크쇼의 경우에, 자연스러운 리액션을 잡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토크란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것인데, 한쪽에서 이야기를 했을 때 그것을 듣는 청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잡아내는 데 있어서 이 집단 게스트는 여러모로 장애가 된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 바로 옆자리의 리액션을 투샷으로 잡아넣는 것이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도 많다.

스무 명 정도의 게스트가 앉아 있기 때문에 옆자리에 있는 이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 진짜 얘기를 듣는 사람을 함께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데 이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화자와 청자 사이에 거리가 있는 경우라면 거의 전체를 잡아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집중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실제 녹화 때는 변수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박상혁 PD에 의하면 "심지어 자는 분도 있고 화장실 가는 분도 있고 또 중간에 녹화가 있으면 녹화하고 돌아오는 분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실제 녹화에서는 빈 자리가 있어도 녹화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전체를 보여주거나 투샷으로 리액션을 보여주기가 어렵게 된다.

'강심장'이 리액션을 잡아내는 방식은 그래서 병렬적인 편집일 때가 많다. 즉 화자를 잡다가 잠깐씩 청자의 반응을 인서트로 넣는 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부자연스럽게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화면을 분할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같은 화면에서 화자와 청자가 즉각적으로 보이는 반응들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 방식이 훨씬 자연스러운 편이다.

여러모로 집단 게스트를 초대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지만 '강심장'만의 장점 또한 적지 않다. 정통적인 토크쇼의 리액션은 마치 탁구 게임 하듯 치고받는 단조로움이 있는 반면, '강심장'의 리액션은 훨씬 많은 게스트들로 인해 종잡을 수 없는 다이내믹함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 화자의 이야기에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고 거기에 다른 사람이 참견하는 식으로 발전하면서 '강심장'의 이야기는 다채로워진다.

'강심장'은 분명 투샷이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것은 거꾸로 보면 '강심장'이 게스트와 호스트가 대면하며 얘기를 나누는 정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훨씬 새로운 방식의 소통체계를 실험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강심장'의 조금은 정신없어 보이는 이야기의 폭풍을 경험하다 보면 이것이 다매체 시대에 다양한 매체로 접속되어 있는 우리네 소통체계의 일면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한 게스트가 얘기할 때만큼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강심장'은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소통체계로 자리한 이 분산과 집중을 토크쇼화한 프로그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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