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사남’ 최민수, ‘모래시계’ 인생 캐릭터 경신할 판

정말 대단한 연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의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본명은 장달구) 역할을 연기하는 최민수 이야기다. 우리에게 아직까지도 <모래시계> “나 떨고 있냐?”라는 대사로 기억되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경신할 판이다. 

'죽어야 사는 남자(사진출처:MBC)'

이번 작품이 최민수의 연기 인생에 남다르다고 여겨지는 건 코믹한 과장 연기로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해냈다는 점 때문이다. 마치 짐 캐리의 연기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백작 연기는 의도적으로 과잉되어 있다. 마치 만화의 한 대목에서 나온 듯한 그런 비현실적인 캐릭터지만, 그것이 이 작품이 갖고 있는 판타지, 주제의식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70년대 중동에 근로자로 가서 일하다 성공한 억만장자 로맨티스트. 자신에게 딸이 있다며 공주와의 결혼을 거부하는 그에게 왕은 그 딸을 데려오라고 명하고, 만일 데려오지 못하면 그의 모든 것들을 빼앗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래서 어마어마한 재력으로 못할게 없는 이 억만장자가 한국으로 들어와 딸을 찾고 그 관계를 회복해가는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줄거리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이런 키다리 아저씨를 가진 딸 이지영A(강예원)가 당연히 주인공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처음 <죽어야 사는 남자>가 방영됐을 때 이지영A가 자신의 지위를 회복해가는 그 과정이 드라마의 주요 내용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실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지영A라기보다는 백작이라는 것이 명백해진다. 물론 거기에는 최민수가 구축해내고 있는 놀라운 연기력이 작용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초반 백작이 엉뚱하게도 이지영A의 남편인 강호림(신성록)의 내연녀인 이지영B(이소연)를 딸로 착각하고 그녀 역시 거짓말을 하면서 고구마 전개가 이어졌지만, 이제 백작이 진짜 딸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 상황부터는 반전이 이뤄지고 있다. 그가 자신의 아버지인 줄 모르는 이지영A에게 무심한 척 챙겨주는 백작의 부정이 훈훈한 풍경들을 연출하고 있는 것. 고아원에서 딸을 만난 백작이 그녀의 하이힐 굽이 부러진 걸 보고 자신의 신발을 벗어주는 장면에는 우습기만 했던 그의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묻어난다.

하지만 백작은 이런 딸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그 고유의 캐릭터는 변함이 없다. 최민수는 여전히 과장된 표정 연기를 통해 자못 진지해진 순간에도 빵 터지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한다. 진지한 연기를 줄곧 해왔던 최민수에게서 이런 코믹 캐릭터가 탄생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완전히 그 캐릭터에 빙의되어 몰입하지 않게 되면 어색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의 제목 <죽어야 사는 남자>가 지칭하는 남자는 다름 아닌 백작이 아닐까 싶다. 이미 딸에게는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백작은 자신이 가진 재력으로 딸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지점이 이 드라마가 내세우는 주제의식일 것 같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녀의 꿈인 드라마 작가의 길을 계속 걷게 하는 것이 백작의 딸이 되는 것보다 그녀에게는 더 큰 행복일 수 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백작은 딸을 위해서 ‘죽어야 사는 남자’가 아닐까.

어쨌든 <죽어야 사는 남자>는, 이런 흥미로운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 힘으로 드라마의 동력을 만들어낸 최민수라는 배우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결코 쉽게 해낼 수 없는 연기를 통해 드라마에 흥미를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드라마의 주제의식과도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최민수의 백작 캐릭터는 당분간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모래시계>의 인생 캐릭터를 경신할 정도로.

‘죽사남’, 이런 속물들 보고 있으니 웃기기보다는 씁쓸하다

도대체 누가 죽어야 산다는 얘기일까.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의 제목은 실로 아리송하다. 그래도 드라마를 보며 느끼는 건 이런 속물적인 세상이어서 참으로 살맛이 안 난다는 점이다. 코미디로 포장하고 있지만 웃기기보다는 오히려 씁쓸함이 더 남는 풍경들이 <죽어야 사는 남자>에는 가득 채워져 있다. 

'죽어야 사는 남자(사진출처:MBC)'

35년 만에 딸을 찾으러 온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 우리 이름으로 장달구(최민수)는 엄청난 재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제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렇게 오랜 세월을 혼자 지내게 한 딸 앞이라면 최소한의 부채감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장달구는 부채감은커녕 딸 앞에서도 당연한 듯 재력을 과시한다. 최고급 스포츠카를 선물하고 명품 옷과 가방 구두를 사서 딸의 집으로 보낸다. 처음 딸을 만난 자리에서도(물론 그건 진짜 딸이 아니었지만) 스포츠카를 넣을 주차장을 위해 그만큼 큰 집을 사준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장달구의 딸에 대한 마음보다는 자신의 재력을 자랑하는 듯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가짜 딸이라는 걸 알게 된 이지영B(이소연)는 거기에 대한 원망의 말 한 마디가 없다. 아버지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아버지의 재력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그래서 자신이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내연관계에 있는 유부남 강호림(신성록)에게 가짜 부부 행세를 하자고 제안한다. 

<죽어야 사는 남자>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이렇게 돈 앞에 속물적인 모습을 보인다. 강호림은 자신의 은행에 장달구가 거액의 돈을 유치해준 덕에 지점장의 완전히 다른 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그 돈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러면 절대 안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지영B와의 가짜 부부행세를 하는데 합의한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 돈이 빠져나가면 그도 같이 나가라는 지점장의 이야기는 그래서 너무 현실적이라 씁쓸해진다.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속물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인물은 이지영A(강예원)다. 남편인 강호림이 자신을 무시하고, 시댁 식구들이 마치 하녀 부리듯 그녀를 부려먹어도 그녀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눌러가며 그걸 작품으로 승화하겠다고 한다. 드라마 작가가 되겠다는 그 꿈 하나를 위해 노력하지만, 그런 그녀를 남편과 시댁식구들을 무시하기 일쑤다. 유일하게 그녀를 응원해주는 건 딸과 그녀의 선배 미란(배해선)뿐이다. 

결국 이 모든 소동이 벌어지는 이유는 저 엄청난 재력을 가진 장달구라는 인물 때문이다. 그가 이 현실 속에 들어오게 되자 그들의 숨겨져 왔던 욕망들이 그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러니 <죽어야 사는 남자>는 궁극적으로 이런 우리네 세태를 꼬집는 풍자극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웃으면서도 퍽퍽해지는 이상한 고구마의 느낌을 준다. 물론 아마도 이런 고구마는 결국 후반부에서 이지영A가 제 자리를 찾는 그 사이다 전개를 위한 포석일 것이다. 하지만 워낙 그 속물대잔치가 주는 고구마가 강해서인지 이러다간 사이다를 마시기도 전에 물릴 지경이다. 간간이라도 이지영A가 보여주는 사이다 한 모금이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언슬2’, 어째서 본격 여성예능을 시도하지 못할까

‘방송, 문화계의 멤버들이 꿈에 투자하는 계모임 꿈계에 가입하면서 펼치는 꿈 도전기를 다룬 프로그램.’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2>에도 여전히 시즌1의 이 소개문구가 그대로 붙어 있다. 하지만 시즌1이 그나마 다양한 꿈에 도전하는 언니들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시즌2는 그 중 시청률이 잘 나왔었던 아이템인 ‘걸 그룹’ 도전을 전면에 내걸었다. 사실 <언니들의 슬램덩크2>의 몰락은 바로 이 부분에서부터 예고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사진출처:KBS)'

물론 시즌1에서 보여줬던 ‘언니쓰’의 활약은 프로그램 밖에서도 음원이 차트 1위를 차지했을 만큼 지지하고픈 모습들이었다. 거기에는 걸 그룹이 꿈이었던 민효린의 진정성이 있었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점차 혼신을 다하게 되는 모습들이 주는 뭉클함 같은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즌2를 한다면서 시즌1의 ‘언니쓰’ 부활을 전면에 들고 온 것에 진정성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지지와 응원을 표하기보다는 “또 걸 그룹이냐?”는 비판이 나오게 된 이유다. 

시즌2는 이미 우리가 봐왔던 시즌1의 ‘언니쓰’의 잔상들을 그대로 가져왔다. 춤과 노래를 전문가들 앞에서 선보이고 순위에 집착하는 언니들의 모습을 웃음으로 만들어내는 일. 역시 홍진경과 김숙은 전편에서도 그랬지만 언니쓰의 주춧돌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느껴질 만큼 웃음을 잘 뽑아냈다. 여기에 한때 성악을 꿈꿨지만 성대결절로 노래하는 것 자체를 공포로 여기는 강예원의 도전기나, 어딘지 걸 그룹과도 또 예능 프로그램과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한채영의 엉뚱한 자신감이 주는 웃음, 그리고 우리에게는 춤꾼으로 더 알려져 있지만 숨겨진 노래실력을 보여줄 공민지의 활약이 덧붙여졌다. 

박진영의 자리에 작곡가 김형석이 들어왔고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이들을 환골탈태시키는 과정이 이번 시즌2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어딘지 한 번 잘 우려내 먹은 사골을 다시 한 번 우리는 듯한 느낌이 적지 않다. 새로움이라고 해봐야 새로운 멤버들과의 조합이 보여주는 것일 뿐, 전편의 또 다른 반복으로 여겨지는 탓이다. 

무엇보다 시즌1의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시즌2가 가진 가장 큰 맹점이다. 결국 언니쓰를 다시 들고 나와 걸 그룹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간절한 소망이나 꿈같은 것이라기보다는 얄팍한 상업적인 이유가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방송사로서는 시청률을 내겠다는 것이고, 출연자들 역시 언니쓰가 만들어낸 그 효과를 또 한 번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이들을 육성해내는 전문가들 역시 꿈을 이뤄주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드러내려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건 선입견이고 편견일 수 있지만, 언니쓰를 굳이 재탕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예고된 선입견이자 편견이다.

첫 회에 5.4%(닐슨 코리아) 시청률에서 2회 만에 3.8%까지 추락한 건 그래서 쉽게 납득이 간다. 시청자들로서도 공감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시즌1의 언니쓰 활약에서 기대하게 했던 진정한 여성예능의 면면들을 이런 또 한 번 재탕하는 걸 그룹 도전으로 오히려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여성’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사회적 관념에 대한 문제의식을 조금씩 공유하기 시작했다. 강남역에서 벌어진 비극은 이 문제의식을 더욱 촉발시킨 계기로 작용했고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화했던 가부장적 사회의 통념들이 가진 폭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즉 여성에 대한 의식들이 이렇게 급격히 변화해가고 있는 마당에, <언니들의 슬램덩크2>가 보여주는 퇴행은 이른바 여성예능을 기치로 내걸고 있으면서 보여줄 것이 ‘걸 그룹’밖에 없냐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사실 어찌 보면 걸 그룹이라는 틀거리 자체나 이들을 육성시키는 과정 역시 그다지 여성을 여성 자체의 가치로 바라보는 의식을 담고 있다 보기 어렵다. 우리가 흔히 걸 그룹하면 떠올리는 그 이미지를 어떻게든 노력해서 결국은 반복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 훈육의 과정은 마치 가부장적 틀을 그대로 갖고 온 우리네 사회의 성공 시스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만 같다. 

물론 그들이 보여주는 엉뚱한 모습들에 웃음이 나올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민감해진 시선으로 현재 우리 사회가 억압하고 있는 여성이라는 문제를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그 웃음이 그리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대중들의 의식을 왜 들여다보지 못하는 걸까. 좀 더 본격적인 여성예능을 왜 시도할 수는 없는 걸까. 그저 ‘걸 크러시’니 같은 포장만 요란하게 하지말고.

<씬스틸러>, 즉흥 상황극 예능의 진화

 

어떻게 저런 애드리브를 하지? SBS <씬스틸러-드라마전쟁(이하 씬스틸러)>의 대본은 대부분 비어있다. 기본 상황은 제시되지만 그 안은 온전히 배우들이 채워야 하는 것. 김신영과 황석정 그리고 최은경과 함께 만들어가는 하녀들에서 이규한은 끝없이 난감한 상황 속으로 몰아넣어졌다. 불륜 관계인 김신영이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본부인 역할의 최은경도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상황극을 막장으로 몰아가자 이규한은 숨기던 상황들을 모두 털어놓는 것으로 반전을 꾀한다. 하지만 김신영도 최은경도 모두 떠나버리고 남은 하녀 황석정이 숨겨놓은 아들이라며 김병옥을 데리고 오자 결국 충격에 빠진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김병옥에게 담배 피우냐며 사랑의 매를 때리는 것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씬스틸러(사진출처:SBS)'

이라는 상황극에서는 조직원으로 들어간 경찰 역할을 한 김정태가 역시 씬스틸러다운 순발력을 보여줬다. 경찰임을 의심하는 상황들이 계속 제시됐지만 김정태는 그 때마다 특유의 순발력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가방에서 수갑이 발견되자 이런 말까지 안하려고 했는데, 내 아내가 묶는 걸 좋아한다며 오히려 화를 내고, 보스의 여자로 강예원이 등장해 너 나 사랑하기는 했냐고 묻자 사모님 약하셨습니까?”하고 응대하는 김정태는 어쩌면 <씬스틸러>라는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인물이라는 걸 보여줬다.

 

본격 상황극의 이런 묘미는 이미 맛보기로 출연자들에게 제시된 몰래 드라마에서 예고되었다. 아무런 언질도 없이 갑자기 만들어진 상황 속에서 출연자들은 놀랍게도 금세 몰입하여 상황을 반전시켰다. 가장 센 상황극으로 이규한과 동성애 설정으로 투입된 정준하는 등장하자마자 그의 뺨을 때리며 그가 바람을 피웠다고 몰아세웠지만, 이규한은 거꾸로 정준하의 뺨을 때리면서 네가 먼저 다른 남자를 만났지 않냐고 말함으로써 상황을 뒤집었다.

 

사실 이런 즉석 상황극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미 신동엽, 김원희가 해서 화제가 됐었던 <헤이헤이헤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었고 또 <해피투게더-프렌즈>에서 유재석과 이효리가 했던 프렌즈 극장역시 이러한 즉석 상황극으로 웃음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씬스틸러>가 다른 점은 예능인이 아닌 진짜 연기자들, 그 중에서도 진짜 씬스틸러들이 직접 출연한다는 점이다.

 

물론 양세형이나 김신영, 정준하 같은 예능인들이 있지만 그들은 이 프로그램에서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이다. <씬스틸러>가 집중하는 건 놀라운 애드리브를 보여주는 실제 씬스틸러들의 연기다. 순간적으로 상황에 몰입하고 때로는 공격적인 대응으로 그 상황을 뒤집는 묘미를 선사한다. 그건 웃기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진짜 상황극 속에 몰입해서 보여주는 연기의 흥미로운 세계를 슬쩍 보여주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

 

파일럿팀과 레귤러팀 이렇게 팀이 나뉘어져 한 팀은 대본을 공유하고 다른 팀의 연기자 한 명을 몰아세우는 대결구도는 상황극의 몰입을 더 깊게 만들어낸다. 대본팀은 씬스틸러를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붙이고 그 속에서 씬스틸러는 자연스럽게 자신 속에 있는 연기의 잠재성들을 끌어낸다. 이건 실제로 연기를 배우는 이들이 종종 연습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씬스틸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프로그램이다. 그 하나는 놀라운 연기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이고 다른 하나는 거기서 슬쩍 슬쩍 드러나는 실제 상황의 난감함이 만들어내는 웃음이다. 과거의 상황극 설정 예능 프로그램들이 보여줬던 것이 주로 후자에 대한 것이었다면 <씬스틸러>는 여기에 연기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전자의 재미를 붙임으로써 훨씬 진화된 형태를 만들었다. 연기와 실제 사이에서 피어나는 놀라움과 웃음. 물론 첫술에 배부르진 않겠지만 <씬스틸러>의 첫발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대작이지만 볼 게 없는 월화드라마, <백희>가 채웠다

 

땜방드라마의 반전. KBS 월화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에 붙는 수식어다. <백희가 돌아왔다><동네변호사 조들호>의 후속작인 <뷰티풀 마인드>가 미뤄지면서 그 사이를 메우기 위해 편성된 드라마다. 4부작으로 작은 규모의 드라마지만 의외로 첫 방송부터 반응은 폭발적이다. <백희가 돌아왔다>는 첫 회에 9.4%(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냈다. ‘4부작 땜방드라마(?)’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록이다.

 

'백희가 돌아왔다(사진출처:KBS)'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그 첫 번째는 월화드라마들이 너무 소소해지며 볼 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종영한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빼고 24부작 SBS <대박>이나 50부작 MBC <몬스터>는 대작드라마이면서도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았다. <대박>은 이야기가 너무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숙종 대의 역사를 재해석한 것이지만 허구가 너무 과하고 전개도 개연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들쭉날쭉했다. 그나마 현재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힘은 최민수, 전광렬, 장근석, 여진구 같은 연기자들의 호연 덕분이라고들 말한다.

 

<몬스터>는 아예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드라마가 되고 있다. 무려 50부작이고, <기황후> 같은 쟁쟁한 작품을 해온 장영철 작가의 작품이지만 어쩐지 너무 만화적인 느낌을 주는 드라마다. 흔한 복수극의 틀에 적당한 멜로를 섞고 있지만 이런 어정쩡한 이 드라마의 위치는 그 색깔을 명확히 내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고 있다. 이야기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장영철 작가지만 현실성이 별로 없는 이야기들의 나열은 시청자들이 왜 이 드라마를 봐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4부작과 50부작. 그 틈바구니에서 고작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가 선전한 것은 어쩌면 그 ‘4부작이라는 한계가 오히려 작품을 더 신선하게 만들어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최근 솔솔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50부작 드라마의 무용론이다. 이런 장편들은 과거 연속극의 형태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지금의 한층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느슨하고 질질 끌고 가는 드라마로 인식되고 있다. 16부작이면 충분히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를 굳이 50부작으로 늘리다 보니 드라마도 늘어진다는 것.

 

그런 점에서 4부작이라는 틀은 거꾸로 한계가 아닌 기회가 되었을 수 있다. 덩치가 작기 때문에 군더더기 따위는 과감하게 쳐낼 수밖에 없고 전개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괜스레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고는 질질 끌고 다니는 방식도 불필요하다. 섬월도판 맘마미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백희(강예원)의 딸 옥희(진지희)는 섬월도에서 만난 세 아저씨, 범룡(김성오), 종명(최대철), 두식(인교진)을 만나 누가 아빠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식으로 아빠 찾기를 보여준다. 굳이 출생의 비밀어쩌고 하는 지지부진한 전개 따위는 없다.

 

4부작의 틀은 또한 그 규모 때문에 편성되지 못했던 중소규모의 이야기들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백희가 돌아왔다>는 동네 개들이 뭐했는지까지 다 아는 작은 섬마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것도 시골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적어도 16부작이나 심지어 20부작, 나아가 50부작 드라마들이 갖는 스케일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작게 느껴지는 소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소박한 시골의 작은 이야기들은 의외로 신선하다. 그동안 큰 규모의 편성 속에 도시를 소재로 하거나 심지어 글로벌한 이야기들이 드라마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규모가 작을 뿐, 그렇다고 가치가 작다는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4부작을 취하고 있는 <백희가 돌아왔다>24부작, 50부작 사이에서 더 빛날 수 있었던 것.

 

<백희가 돌아왔다>가 보여준 선전은 그래서 이 한 편의 드라마의 성공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그 의미가 깊다. 중소규모의 드라마들이 상업적인 잣대 때문에 편성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그 많은 작지만 가치 있는 이야기들과 소재들을 소외시키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단편드라마들의 효용성을 강조하는 그 어떤 말보다 <백희가 돌아왔다>가 보여준 한 편의 선전이 더 효과적인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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