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먼저’ 감우성·김선아, 종점커플에겐 위로가 사랑이다

버스, 오래된 디스크맨, 김동률의 노래 그리고 같이 앉은 연인. 이런 풍경 속에서라면 누구나 새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마치 영화 <건축학개론>의 그 아련했던 첫사랑이 절로 떠오르니 말이다. 하지만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손무한(감우성)과 안순진(김선아)이 이 풍경 속에서 주는 느낌은 어딘가 처연하다. 손무한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고 노래를 듣다 잠이 들어버린 안순진과 그를 깨우지 않고 끝내 종점까지 함께 가는 손무한에게서 삶의 피로 같은 게 느껴져서다. 수면제 없이는 잠 못 드는 안순진의 그 피로를 그저 가만히 기대게 해주는 것이 어쩌면 그에게는 커다란 위로가 될 것이다.

종점을 향해 달려가는 버스처럼, 그들도 이제 인생의 막판을 향해 가고 있다. 결혼을 했고 배신을 겪었고 이혼했지만 여전히 그들의 마음속에는 크디 큰 상처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 큰 집에 손무한은 ‘은둔형 도토리(?)’가 되어 이제 나이 들고 병들어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반려견 별이와 함께 살아간다. 그는 오래된 것들을 좀체 바꾸거나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차도 오래된 차를 끌고 다니고, 끝내 저 세상으로 가버린 반려견도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한다. 기억도 그렇다. 안순진과 10년 전 겨울 동물원에서 겪었던 기억을 그는 지금껏 간직하고 살아간다. 

안순진 역시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슨 일인지 아이가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났고 그 상처는 그 부부의 파경으로까지 이어졌다. 전 남편이었던 은경수(오지호)는 백지민(박시연)을 만나 그 지옥 같은 과거의 상처로부터 빠져나오지만, 안순진은 그 집안 가득 옛 물건들을 가득 채워 넣은 채 버리지 못한다. 내일을 기약하지 않는 삶. 그저 오늘 하루만 살자는 그런 삶 속에서 그가 원하는 건 단 한 시간이라도 잠드는 일일 게다. 그것이 잠시라도 그 아픈 기억 바깥으로 나가는 길일 테니.

그래서 이 두 사람이 버스를 타고 종점에 다다르고, 버스기사마저 내린 버스에 앉아있는 장면은 ‘세상의 끝’에 서서 비로소 그 앞에 있는 누군가를 바라볼 때 느낄 그런 감정들을 끄집어낸다. 손무한은 그래서 안순진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대신, “사랑할까 해요”라고 말하고, 안순진 역시 “사랑해요”가 아닌 “사랑해주세요”라고 말한다. 그건 단지 남녀 간의 사랑이라기보다는 ‘세상의 끝’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 그 끝의 아픔이나 아련함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 마음을 담아낸다. 

종점에서 돌아오는 길 반려견 별이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동물병원을 찾아간 손무한에게 의사는 별이가 아파도 주인을 위해 아픈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손무한은 그 아픔을 속으로 삭이며 별이에게 마지막 진통제를 놔달라 말하고, 그 순간 안순진은 눈물을 흘린다. 아마도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그 마음을 안순진 만큼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물도 없을 게다. 손무한의 그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 얼굴 이면에 담긴 아픔을 그는 깊게 공감한다. 그래서 이제 별이를 보내주는 손무한에게 “잘 보내주라”며 그 날 밤은 “같이 자자”고 말한다. “혼자 자지 말고 같이 자자”고.

그 날 밤 초인종이 울리고 인터콤 저편에서 안순진은 토끼 문양이 새겨진 잠옷을 입고 귀엽게 토끼 귀를 들어 올려 보인다. 그 옷차림에서 손무한은 그 마음을 읽어냈을 게다. 별이가 떠난 그 자리에 토끼 같은 모습으로 애써 들어와 그 마음을 어루만지려는 안순진의 마음을. 그래서 이 텅 빈 공간 속으로 들어와 그저 손무한을 꼭 껴안아준다는 것을. 이 종점커플에게 위로만큼 큰 사랑이 있을까.(사진:SBS)

<푸른바다> 주인공 캐릭터의 문제, 카메오가 신선해진 이유

 

역시 조정석은 잠깐 등장해도 확실한 존재감을 만드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라는 캐릭터로 그가 나온 분량은 많지 않지만 지금껏 그 캐릭터가 회자되고 있는 건 결국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매력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SBS <푸른바다의 전설>에서도 조정석은 역시 빛났다.

 

'푸른바다의 전설(사진출처:SBS)'

남자 인어로 등장해 아직 인간세계에서 살아가는 게 낯선 청이(전지현)에게 갖가지 조언을 해주는 모습은 저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가 승민(이제훈)에게 연애하는 법을 가르치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인간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며 광고 문구들이 사실은 물건 팔기 위한 상술이라는 걸 설명해주는 장면이 그렇다.

 

하지만 조정석이 이번 카메오에서 중요한 역할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건 그가 <푸른바다의 전설>이 갖고 있는 비극적 설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에 빠진 인어가 인간에게 사람을 받지 못하면 심장이 서서히 굳어 죽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자신 역시 다른 존재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떠나버린 여인을 그리워하다 죽음을 맞이한다.

 

사실 이런 인어라는 존재가 가진 비극성은 조정석 같은 카메오가 아니라 주인공인 청이가 보여줘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푸른바다의 전설>은 이 청이라는 캐릭터에 순수함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그 비극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약간은 백지 상태의 모습으로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웃음을 주는 것은 좋지만 그 웃음이 존재 자체의 비극과 잘 맞닿아 있는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인어 캐릭터가 어딘지 박제된 인형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웃음은 그저 웃음으로 끝나면 조금은 허망하게 휘발되기 마련이다. 그 웃음이 어떤 비극과 연결되어 있을 때 캐릭터가 가진 페이소스 같은 것들이 느껴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청이 캐릭터보다는 조정석이 잠깐 등장해 보여준 인어 캐릭터가 훨씬 더 그런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그는 유쾌한 웃음을 주지만 어딘지 쓸쓸함 같은 것이 그 이면에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푸른바다의 전설>의 이야기 구조가 <별에서 온 그대>와 유사하다는 이야기는 여러모로 합당한 지적이다. 외계인이나 인어 같은 이질적인 존재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우리네 삶의 현실들이 우화처럼 드러난다는 이야기 구조는 거의 같다. 하지만 <푸른바다의 전설>이 어딘지 부족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단지 유사해서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캐릭터다. 이상하게도 이 작품은 남녀주인공인 허준재(이민호)와 심청 캐릭터가 살아있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코미디적 상황들이 자주 등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또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코미디가 그저 코미디로 끝날 때는 자칫 깊이를 상실할 수 있다. 특히 판타지물의 경우, 코미디를 너무 가볍게 사용하면 이야기 자체가 허황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조정석의 경우, 이미 <질투의 화신> 같은 작품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비극적 상황과 희극적 상황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다. 시청자들은 빵빵 터지지만 동시에 그 인물은 굉장한 비극 속에서 실제로 펑펑 우는 장면이 가능한 그런 연기자.

 

<푸른바다의 전설>이 가진 한 가지 문제는 바로 이 가볍게 상상력의 나래를 펴고 날아가는 판타지를 땅으로 끌어내려 어떤 무게감을 줄 수 있는 캐릭터의 희비극적 요소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것을 연기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연기자의 공력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런 현실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페이소스를 주는 인물들은 그래서 초반에 강남거지로 등장해 확실한 존재감을 남긴 홍진경이나 인어로 등장해 드라마에 어떤 쓸쓸한 정조를 남기고 가버린 조정석 같은 카메오다. 이 드라마가 살기 위해서는 카메오들이 갖고 있는 이런 희비극적 요소들을 남녀 주인공이 오히려 가져야 되지 않을까

<질투의 화신>, 이제 가슴하면 조정석이 떠오르는 까닭

 

왜 저렇게 여주인공이 가슴에 집착할까.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불편한 느낌마저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게 반복되면서 의외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가슴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제 남주인공인 조정석이 떠오를 정도다.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이 뻔한 공효진표 로맨틱 코미디라고 여겼다면 오산이다. 조정석표 병맛 로맨틱 코미디를 숨기고 있었으니.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물론 이런 병맛 로맨틱 코미디를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연기도 공효진 정도니 가능한 이야기다. 이상하게도 그녀가 하기 때문에 용서되는 상황들이 <질투의 화신>에는 꽤 많다. 첫 회부터 불거져 나왔던 기상캐스터 비하 논란도 공효진이 연기하는 표나리라는 캐릭터를 통해 훨씬 누그러질 수 있었다. 그것은 기상캐스터 전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표나리라는 아나운서가 되고픈 특정 캐릭터의 욕망이라는 것이 공효진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통해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화신(조정석)의 가슴을 자꾸 만지고 집착하는 장면 역시 공효진이 아니라면 더 이상하게 보였을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유방암에 걸린 엄마의 가슴과 비슷하다며 검사를 해보라는 그 장면은 말 그대로 병맛이지만 그녀는 그걸 꽤 진지하게 소화함으로써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코미디로 만들어냈다.

 

물론 이 병맛 로맨틱 코미디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조정석이 연기하는 화신이다. 굉장히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자신감에 넘치며 무엇보다 남자 셔츠의 핏은 가슴이라고 말하는 그가 부인과에서 유방암 검사를 하는 장면은 왠만한 코미디보다 더 웃음을 주는 상황이다. 표나리가 말했듯 가족력이 있는 유방의 문제를 그녀 역시 갖고 있고,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화신은 그렇게 표나리와 가슴으로 연결된다.

 

처음에는 아무 의미 없이 심지어 불편할 정도로 마구 들이대는 듯한 가슴에 대한 집착은 이렇게 화신과 표나리가 한 병실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장면으로까지 이어지자 코미디로서의 재미는 물론이고 의미까지 갖게 되었다. 여성의 병으로만 여겨온 유방암을 실제로 경험하는 화신은 표나리와 말 그대로의 동병상련의 공감대를 갖게 되는 것. 이는 여성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는 계기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쓰러진 빨강이(문가영)의 아버지 이중신(윤다훈)이 보는 환각으로 처리되어 있지만, 드라마가 갑자기 등장인물들을 한 명씩 등장시켜 그에게 꽃다발을 안기고 보니엠의 ‘Daddy cool’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은 마치 인도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어색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 이중신의 환각이라는 설정으로 되어 있어 이해가 되면서 동시에 병맛 코미디의 재미를 부가시키는 장면이기도 하다.

 

조정석은 본래 이런 병맛 코미디를 그 누구보다 천연덕스럽게 잘 소화해내는 연기자다. 우리에게 처음 그의 존재를 알렸던 게 바로 <건축학개론>의 납득이가 아니었던가. 코믹하지만 또한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기며 스스로는 굉장히 진지한 캐릭터. 조정석표 병맛 로맨틱 코미디의 탄생. <질투의 화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심지어 심청, 춘향이 보였던 <도리화가>의 배수지

 

이제 아이돌 그룹의 수지라는 호칭보다는 연기자 배수지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듯싶다. <건축학개론>으로 얻은 국민첫사랑 수지는 이제 <도리화가>를 통해 연기자 배수지로 기억되지 않을까. 극중 배수지가 연기한 채선이 신재효(류승룡)쑥대머리를 들으며 아프고 슬프고 아름답다고 표현했던 것처럼 <도리화가>의 배수지는 아프고 슬프고 아름답다.

 


사진출처:영화<도리화가>

그것은 그녀의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녀가 하고 있는 연기가 그렇다는 거다. 어찌 보면 배수지 본인이 아이돌로서 그 연습생 시절 겪었던 일들이 채선이라는 인물을 통해 제대로 접신하고 있는 느낌이다. <도리화가>라는 작품이 아프고 슬프고 아름답게 여겨지는 데는 연기자 배수지와 극중 인물 채선이 시대를 한참 뛰어넘어 같은 예인으로서 주고받는 공감대가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극중 인물인 채선은 슬픔을 잉태하고 자라난 인물. 아비는 어린 시절 처자식 버리고 떠나버렸고, 어미는 가난 속에서 죽어가는 자신을 알고선 딸을 기방에 맡기고 먼저 떠나버렸다. 그러니 어느 날 저잣거리에서 듣게 된 심청가의 애끓는 한 자락이 제 맘 같이 여겨질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걸 보며 한없이 눈물을 흘리는 어린 채선에게 신재효 선생이 다가가 던진 말, “그래 맘껏 울거라. 그러다보면 웃게 될 것이다라는 그 말은 판소리가 가진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가를 잘 말해준다. 한을 뛰어넘으면 거기 남는 게 예술이 아닌가.

 

조선 말기 대원군이 집권하던 시기, 여성들은 결코 오를 수 없었던 그 판소리 무대에 당당히 올라 개방을 반대하던 대원군 앞에서 펼친 낙성연(1867년 흥선대원군이 전국의 소리꾼들을 위해 열었던 경연)으로 조선 최초의 여성 소리꾼이 된 진채선이라는 실존인물의 이야기다. 그녀가 심청가와 춘향전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그 힘은 아마도 그녀 스스로가 심청이 되기도 하고 춘향이 되기도 했던 삶 그 자체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그것이 바로 이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너름새(연기)의 핵심이다.

 

진채선은 판에 올라 심청과 춘향을 연기하고, 배수지는 그런 진채선을 연기한다. 그리고 그 진채선과 배수지는 직업적으로 노래하고 연기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기묘한 어우러짐은 그래서 한참 영화를 보다보면 배수지에게서 심지어 심청과 춘향이 보이기도 하는 그런 몰입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판소리라는 소재가 떠올리는 것은 저 <서편제>의 분위기지만 <도리화가>는 그렇게 한의 정서를 처절하게 담으려 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판소리 경연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시도하고, 대신 유려하고도 아름다운 영상으로 그 정조를 담아내는 연출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복궁에서 펼치는 낙성연은 마치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다이내믹하다. 또 눈발을 헤치고 나아가는 채선의 영상은 이 영화의 정조가 되고 있는 아프고 슬프고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된다.

 

무엇보다 그 중심에 배수지라는 예사롭지 않은 잠재력의 배우가 있다. 사실 <건축학개론>에서 그녀가 한 것은 연기라기보다는 그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도리화가>에서 배수지는 확실히 자신 속에 내재되어 있는 연기 잠재력을 살짝 끄집어내 보여준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저 진채선이라는 인물이 가진 힘일 것이다. 어쩌면 관객들은 그녀의 연기에 한없이 몰입되어 눈물을 흘리다 어느 순간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저 극중의 어린 채선이 그랬듯이. 또 배수지라는 연기자가 <도리화가>라는 작품을 통해 경험했을.



열애보도, 이민호보다 수지 후폭풍이 거센 까닭

 

이민호와 수지. 대한민국 청춘 남녀들에게 이 두 사람의 열애보도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이민호의 경우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비상한 관심을 보일 정도다. 홍콩 여배우 원영의는 이 열애보도가 나간 후 기쁘면서도 슬프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국내를 넘어 범 아시아적인 팬덤을 가진 스타들이다.

 

사진출처: 영화 <건축학개론>

그만큼 이 두 사람의 열애사실이 가져올 파장은 적지 않다. 그것은 이 두 사람이 만인의 연인처럼 이미지화되어 있고 그 이미지가 그들의 상품적인 가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해온 일련의 광고 속에는 이런 이미지들이 상품 속으로 투영되어 소비되는 그 화학작용이 들어가 있다. 그러니 이제 만인의 연인에서 특정인의 연인이 된 두 사람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파장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번 열애보도에서 그 후폭풍은 수지에게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열애사실이 보도된 이후 수지의 소속사 주가는 요동을 쳤다. 열애설이 나온 후 주가가 뚝 떨어졌고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 주가는 다시 회복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항간에 수지는 JYP엔터테인먼트를 먹여 살리는 존재처럼 알려지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사실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래도 수지가 JYP의 실적에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열애보도가 이민호보다 수지쪽에 더 많은 후폭풍이 생기는 이유는 이 두 사람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이민호는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로 자기만의 콘텐츠 영역을 구축해왔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로 스타덤에 오른 이민호는 이후에도 <시티헌터>, <상속자들> 등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영화 <강남1970>을 통해 새로운 연기영역을 만들기도 했다. 그가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게된 건 다 이런 연기에 몰두한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수지는 사정이 다르다. 그녀는 <건축학개론>을 통해 단순에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한 이래 이렇다 할 콘텐츠를 선보이지 못했다. 드라마 <>, <구가의서>에 등장했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지 못했고 그렇다고 본업인 미스에이 활동 역시 그다지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수지는 <건축학개론>의 그 국민 첫사랑이미지를 CF를 통해 반복 소비해온 것이 그녀의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결국 이런 상황은 이번 열애 보도로 인해 무너져버린 국민 첫사랑의 이미지가 가져올 후폭풍이 이민호보다 훨씬 클 수박에 없는 결과를 만든다. 건강하고 젊은 남녀가 만나고 사랑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고 심지어 바람직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들이 이미지를 통해 상품화되는 연예인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이런 파장들이 만들어진다. 결국 이럴 때 중요한 건 이미지만이 아니라 자기만의 직능적인 영역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수지는 이미지는 있으되 콘텐츠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것은 수지의 활동이 지금껏 상당 부분 왜곡되어 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콘텐츠 없이 이미지로만 굳어지는 경우 그 이미지가 언젠가 사라지는 상황이 오면(이런 순간은 당연히 도래한다) 연예인이로서의 생명 또한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연기 영역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라면 힘겹더라도 연기에 대한 보다 진지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이미지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너무 오래 지속되면 족쇄가 되기 마련이다.

 

이미 열애 보도는 나왔고 그 사실은 인정되었다. 남은 건 그 파장을 제대로 수습하는 일이다. 수지로서는 이제라도 지금껏 가져왔던 국민 첫사랑의 이미지를 내려놓고 본격적인 연기 영역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거기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다면 수지는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 첫사랑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청춘(靑春), 소통의 키워드가 되다

SPECIEL 2014.02.06 11:36 Posted by 더키앙

복고를 타고 온 청춘, 세대를 진정 소통시키려면

 

청춘(靑春)은 아름답다. 지금 그 청춘을 누리는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그 청춘이 한참 지나가 추억으로 자리한 세대도 마찬가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이 시기는 그래서 젊은 세대든 나이든 세대든 똑같은 감성으로 공감할 수 있는 지대가 된다. 흔히들 복고 트렌드를 현재에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어떤 것으로 말하곤 할 때, 그 트렌드의 중심에 늘 청춘이 서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써니>의 최루탄이 뽀얗게 깔리던 80년대도, <건축학개론><응답하라 1997, 1994>의 김동률의 음악에서 아련한 향수를 느끼던 90년대도 그 시기만 달랐을 뿐, 거기에는 늘 당대의 청춘들이 주인공으로 서 있었다. <꽃보다 할배>의 어르신들이 그 멀고 먼 유럽까지 날아가 배낭여행을 하면서 발견한 것이 다름 아닌 청춘이다. 어르신들은 한껏 청춘을 향수하고 그리워했고 또 그 때로 돌아간 듯 마냥 아이 같은 모습으로 유럽을 활보하는 모습으로 세대를 넘어선 공감을 얻어냈다. 청춘이라는 마법의 시기는 그렇게 어르신들과 현재의 젊은이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마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그토록 화제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 역시 이 청춘의 마법과 무관하지 않다. 외계에서 온 다소 비현실적인 도민준(김수현) 같은 캐릭터가 판타지로 허용되는 이유는, 4백 년을 살면서도 그 늙지 않는 몸때문에 영원히 청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4백 년간 쌓아온 재력과 전문적인 경험과 지성, 감성을 모두 겸비하면서도 여전히 청춘을 유지한 존재로 살아간다. ‘청춘에 대한 강력한 판타지는 이제 단지 젊은 시절의 젊은 몸에 대한 향수를 넘어서 늙지 않는 몸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개봉한 <수상한 그녀>에서는 이 청춘에 대한 욕망이 시간을 거슬러 젊어지는 몸으로 나타난다. 어느 날 우연히 청춘사진관이라는 곳에 영정 사진을 찍으러 간 나문희가 심은경이라는 젊은 몸으로 변신하는 그 판타지. 그렇게 나이든 세대의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젊은 몸을 갖게 된 이 인물은 그래서 그 몸 하나에 신구 세대가 공존하게 된다. 몸은 젊어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칠순의 감성을 갖게 되는 것. 하지만 그녀 앞에 나타난 잘 생긴 남자 앞에서 다시 설레기 시작한 그녀의 마음은 나이를 제 아무리 먹는다 해도 청춘의 설렘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작년 대선 때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것이 세대 간의 단절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선의 결과 그 자체보다도 더, 이토록 깊어진 세대 간의 골에 충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지금 현재 대중문화의 키워드는 복고로 위장되어 있지만 다름 아닌 소통과 공감에 대한 갈증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소통과 공감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청춘이라는 공유지점이다. 어떻게 하면 이 물과 기름처럼 섞여지지 않는 세대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을 것인가.

 

대중문화에서 청춘이라는 키워드가 이 갈급한 세대 단절을 봉합할 수 있는 소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저 나이든 세대들의 정서에 맞춰 소비되는 일회적인 복고나 향수 같은 의미가 아니다. 이것은 어쩌면 거꾸로 지금의 청춘들에 대한 나이든 세대들의 위로와 배려, 나아가 그들의 꿈을 함께 꾸어줄 수 있는 노력까지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그 아름다운 청춘을 그저 과거의 한 때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청춘들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는 길.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에 이르는 길이 될 것이다.

여자 연예인에게 섹시 콘셉트는 양 날의 칼

 

또 섹시 콘셉트인가. JYP측은 걸 그룹 미스에이의 정규 2집 ‘허쉬(Hush)’를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 콘셉트 중에 가장 파격적이다. '섹시 수지'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고 한다. 왜 미스에이라는 걸 그룹의 신보를 소개하면서 굳이 ‘섹시 수지’를 전면에 내세웠을까. 당연하게도 미스에이의 신보에서 수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가장 크기 때문일 게다.

 

사진출처:건축학개론

영화 한 편으로 순식간에 국민첫사랑의 이미지를 꿰찬 수지가 아닌가. 이 첫사랑의 이미지와 섹시 이미지는 사뭇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러니 JYP측은 오히려 이 부분을 강조해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의도에서 ‘섹시 수지’를 강조했을 게다. 사실 미스에이의 섹시 콘셉트는 이미 ‘터치’의 붕대 의상에서부터 선보여졌고 심지어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기까지 했었다. 그러니 미스에이의 섹시 콘셉트가 새로운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수지가 가진 국민첫사랑의 이미지를 오히려 섹시 코드로 반전시킴으로써 발생하는 효과를 기대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결국 섹시 코드를 내세워 국민첫사랑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시키는 셈이다.

 

하지만 여가수의 섹시 콘셉트는 확실한 음악적 성취가 따라주지 않을 때 득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확실히 ‘섹시 수지’라는 이미지는 대중들의 이목을 주목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수지의 청순 이미지는 상당 부분 희석되어버릴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까지 불리던 청순 이미지가 수지가 가진 가장 큰 에너지라는 점이다.

 

알다시피 수지의 영향력은 가수로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드림하이>와 <건축학개론>이라는 두 작품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입지를 세웠다. 하지만 이것 역시 그녀의 연기력 때문은 아니다. 작품의 캐릭터와 그녀의 이미지가 맞아 떨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구가의 서>에서 수지가 보여준 연기를 생각해보라. 팬덤이 없었다면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게다.

 

결국 수지가 갖고 있는 힘은 이미지다. 청순한 외모와 순수한 느낌으로 <건축학개론>의 서연 같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 그런데 그 이미지를 ‘섹시’로 바꾸겠다는 거다. 물론 가수나 연기자나 다양한 이미지에 도전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을게다. 하지만 수지의 경우는 자꾸만 새로운 이미지를 덧대기보다는 노래든 연기든 어느 쪽에 좀 더 자신의 공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런 저런 이미지를 쓰는 것은 자칫 스스로를 알맹이 없는 껍질로 만들 수 있다.

 

알다시피 대중문화에서 섹시 이미지란 여성들에게는 거의 마지막에 쓰는 카드나 다름없다. 물론 적당한 섹스어필은 여자 연예인들에게 어느 정도 요구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어느 정도를 넘어서는 것은 오히려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 소비만 빠르게 할 뿐이다. 과거 박진영에 의해 본인 스스로도 별로 원하지 않은 과감한 섹시 콘셉트를 선보였던 박지윤의 사례를 떠올려보라. 결국 그녀는 다시 가요계로 돌아오는데 상당한 세월이 걸리게 되었다.

 

최근 ‘24시간이 모자라’로 과감한 섹시 콘셉트을 선보인 JYP의 선미도 마찬가지다. 무릎을 꿇고 골반을 튕기는 춤은 잠시간 화제가 되었지만 노래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다. 결국 섹시 콘셉트로 화제가 되고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노래가 대중들의 귀를 자극하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가수의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

 

여가수의 섹시콘셉트는 물론 수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대부분의 여가수들은 ‘섹시’가 무슨 필수품인 양 달고 노래를 발표한다. 심지어 국민여동생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아이유도 새 앨범의 포장을 ‘섹시’로 했고, 김예림 같은 독특한 음색의 가수 역시 팬티를 노출하는 티저로 섹시 이미지를 포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과 수지는 다르다. 아이유나 김예림이나 음악적으로 이미 충분한 성취를 갖고 있는 가수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본격 활동에 들어가면서 처음 이목을 끌기 위해 내놓았던 ‘섹시’ 이미지를 슬그머니 지워버렸다. 영민한 전략이다.

 

최근 현아와 현승의 트러블메이커가 새롭게 발표한 ‘내일은 없어’의 뮤직비디오에 대해 무수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비판도 있고 뮤직비디오의 구성이 해외 뮤지션의 것을 그대로 베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에는 공개 3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5백만 뷰를 넘어섰다는 식으로 ‘19금 열풍’의 성공을 예고한다. 물론 이 정도의 수위를 보여주면서 이런 반응이 안 나타날 리는 없다. 하지만 현아의 노출과 섹시 이미지는 어쩌면 그녀에게는 갈수록 부담이 될 가능성도 높다.

 

클라라가 시구 한 방으로 드라마와 예능의 핫한 아이콘이 되는 과정은 지금의 섹시 과열 경쟁의 맨얼굴을 보여준다. 어떻게든 시선을 끄는 데 있어서 여자 연예인에게 섹시 이미지만큼 강력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라라의 경우에서 드러나듯이 거기에 걸맞는 연기력이나 예능감 혹은 음악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성공가능성은 오히려 더 희박해진다.

 

수지는 아직 어리다. 이제 겨우 19살이다. 연기든 노래든 부족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능성이 더 많은 연예인이다. 당장의 수익을 위해 소모되기보다는 좀 더 큰 가능성을 내다보고 부족한 면을 먼저 채워나갈 수는 없는 일일까. 섹시 수지를 기대하라고 하지만 사실 우려가 더 큰 이유다.

 

<이순신> 어쩌다 남자 캐릭터가 전멸했을까

 

남자 캐릭터가 전혀 없는 드라마. 있다고 해도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는 드라마. 어쩌다 <최고다 이순신>은 이런 이상한 드라마가 되어 버렸을까.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신준호 역할을 연기하는 조정석은 그 이름만으로도 이 드라마를 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했으니까.

 

'최고다 이순신(사진출처:KBS)'

초반 신준호는 기획사 대표답게 연기를 지망하는 이순신(아이유)을 최고의 위치로 끌어올릴 백마 탄 왕자님으로 주목받았다. 물론 너무나 틀에 박힌 식상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역할을 연기할 조정석의 남다른 매력이 있어 색다른 몇 가지의 변주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겨졌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정석은 드라마의 중심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출생의 비밀’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때부터 드라마는 두 엄마, 즉 김정애(고두심)와 송미령(이미숙)의 대결 중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가운데 끼어버린 이순신이 상처받고 눈물 흘리고 토로하는 장면들만 반복되었다.

 

조정석의 역할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이순신을 바라보고 걱정하는 모습이 최근 그가 맡은 역할의 대부분이다. 이것은 그간 조정석이라는 연기자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건축학 개론>에서 조역이지만 주인공만큼 주목을 받았던 납득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더킹 투하츠>에서는 그와는 상반된 진지한 매력으로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가 아닌가.

 

그런 그가 <최고다 이순신>에서 그저 그런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건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작품과 캐릭터의 문제이지 조정석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런 사실은 이 작품의 다른 남자 캐릭터들을 봐도 알 수 있다. 이순신의 언니인 유순신(유인나)과 멜로를 만들어가는 박찬우(고주원)도 드라마가 ‘출생의 비밀’에 허우적대기 시작하면서 그 역할이 미미해져버렸다.

 

이것은 이순신네 집의 맏언니인 이혜신(손태영)도 마찬가지다. 이혜신은 이혼사실이 들통 나면서 좀 더 비중을 가질 수도 있었고 동시에 그 멜로 상대인 서진욱(정우)과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도 더 진행될 수 있었다. 서진욱이라는 캐릭터는 본래보다 더 많은 기대감을 갖게 만든 인물이다. 살짝 살짝 등장했음에도 그 풋풋함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애와 송미령 두 엄마가 한 딸을 두고 서로 자기 딸이다 싸우는 이 출생의 비밀이라는 상투적인 덫에 발목이 잡혀 유순신과 이혜신이 독자적인 이야기를 펼쳐나가지 못하게 되자 그 상대역인 남자들도 덩달아 비중이 줄어든 탓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 현재 <최고다 이순신>에는 여성 캐릭터만 그나마 보일 뿐, 남자 캐릭터들이 보이지 않는다. 조정석 같은 가능성 많은 배우를 데려다 놓고 이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건 직무유기가 아닐까.

 

물론 이것은 이 드라마가 지금 현재 ‘출생의 비밀’이라는 코드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추락한 이순신의 위기 상황에 신준호가 제 직분에 걸맞게 그녀의 매니저(물론 사적인 부분까지)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캐릭터는 다시 살아날 수도 있을 게다. 또 한바탕 ‘출생의 비밀’의 폭풍이 지나고 나면 박찬우나 서진욱 같은 캐릭터도 의외의 반짝반짝한 매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다 이순신>의 출생의 비밀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복선이 이런 기대감마저 희석시킨다. 이순신의 친부가 죽은 이창훈(정동환)이 아닐 거라는 암시는 이미 여러 대목에서 드러난 바 있다. 출생의 비밀 코드가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효과적인 장치라는 것은 맞지만 이렇게 이중의 출생의 비밀 코드까지 쓰게 된다면 자칫 몇몇 캐릭터들은 진짜 병풍이 되고 말 수도 있을 것이다. 제 아무리 시청률도 좋지만 과연 그렇게까지 해야될 것인가.

연기는 과정, 비판 없으면 성장도 없어

 

연기력에 있어서 김태희와 수지는 비교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맞는 얘기다. 연기자 출신으로 연기 경력이 10년이 넘은 김태희와, 가수 출신으로 이제 갓 연기를 시작한 수지의 연기력을 비교한다는 건 어딘지 공정치 않아 보인다. 즉 이들의 연기력을 상대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중요한 건, 그저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의 캐릭터를 얼마나 잘 소화해내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게다.

 

'구가의 서(사진출처:MBC)'

대중과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를 보면 김태희는 늘 그렇듯이 연기력으로 욕을 먹고, 수지는 칭찬받는다. 김태희가 욕을 먹는 근거 중 가장 큰 것은 그렇게 오래 연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지가 칭찬받는 이유는 본격적인 연기자도 아니고 연기를 오래하지도 않았지만 연기가 못 봐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이처럼 잣대 자체가 다르다.

 

그렇다면 김태희는 정말 연기가 늘지 않았고 지금 하고 있는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라는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는 존재일까. 또 수지는 과연 몰입에 방해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연기를 해주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연기자에 대한 일정부분의 편견과 정서가 작용한다. 김태희 하면 어느 순간부터 당연히 연기력 논란이라는 연관검색어를 떠올리는 관성이 있다. 반면 <건축학개론>의 후광효과로서 수지는 만인의 연인,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이미지화되는 경향이 있다.

 

시청률도 무시하지 못한다. 가혹한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시청률이 부진하면 그 희생양으로 여배우의 연기를 드는 경향이 있다. 괜찮은 시청률을 보였던 <아이리스>에서도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래도 멜로와 액션을 넘나든 괜찮은 연기라는 평도 있었다. 당시 KBS 연기대상에서 김태희는 우수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장옥정>은 어떨까.

 

<장옥정> 방영 초반에 김태희에 대한 연기력 논란이 쏟아진 건 연기의 문제도 있었지만 캐릭터와 시청률의 영향도 컸다. 김태희 연기의 문제는 본인이 연기하는 자신을 자꾸 의식한다는 데 있다. 연기력 논란이 생기면 이런 문제가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보일까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장옥정의 진짜 캐릭터(독하게 변해가는 모습)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래 대중들이 갖고 있던 장희빈의 이미지와 김태희가 초반 연기하는 장옥정은 부딪침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시청률의 추락은 더더욱 이 모든 것이 김태희 연기의 문제로 몰리는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장옥정이 본래의 캐릭터를 회복하는 순간부터 김태희의 연기는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김태희는 자신에게 쏟아진 연기력 논란의 문제를 장옥정이라는 캐릭터 속으로 끌어들였다고 한다. 연기자로서는 영리했던 선택이다. 드라마 속에서 악에 받친 듯한 한스러운 눈빛은 어쩌면 김태희 자신의 답답한 마음의 토로였는지도 모른다. 이런 선택은 그녀가 연기를 삶의 한 부분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과거 장희빈을 다룬 작품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 연기와 비교되는 지점도 있다. 하지만 연기로만 따지만 이번 작품은 과거의 작품들과 비교해 결코 쉽지 않다고 여겨진다. 이 작품에서 특히 장옥정이라는 캐릭터의 연기가 어려운 것은 처음부터 악독한 인물이 아니라, 그 악독해져가는 변화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랑에 빠진 여인의 모습이었다가, 궁으로 들어와서는 사랑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점점 독해지고 나중에는 결국 자신을 잃고 파멸에 이르는 그런 변화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연기다.

 

그렇다면 <구사의 서>에서 수지가 연기하는 담여울은 어떨까. 사극 연기가 처음이라 쉽지 않다고 하지만 <구가의 서>는 본격적인 사극이라고 하기가 어렵다. 판타지에 가까운 <구가의 서>는 그래서 현대 어투를 사용해도 그다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게다가 담여울이라는 캐릭터는 수지가 늘 해왔던 연기의 연장선이다. 운명적인 사랑의 아이콘. 때론 남자처럼 털털하고 그러면서도 두근두근 설렘을 주는 캐릭터. 이것은 연기라기보다는 수지가 가진 이미지의 매력 그 자체다. 수지는 여전히 <건축학개론>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게다가 우리는 수지에게 엄청난 연기력이나 연기 변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만일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자리한 수지가 장옥정 같은 악역을 연기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누구나 미스 캐스팅으로 여길 것이다. 수지에 대한 기대치는 바로 수지 자신이 갖고 있는 순수한 이미지를 캐릭터로 끌어오는 것에서 만족된다. 이것은 연기의 영역이 아니다. 캐스팅의 영역일 뿐.

 

김태희와 수지의 연기를 비교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경력이 어떻든 출신이 어떻든 둘 다 드라마를 통해 대중들에게 연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또 앞으로 할 것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각자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여러모로 김태희의 연기에 쏟아지는 비난은 그녀에게는 훗날 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과거의 CF스타의 모습과는 달리 이제 진정으로 김태희가 연기에 대한 갈망을 갖고 있다 여겨지기 때문이다. 장옥정이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는 그래서 그녀에게 연기자로서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높다.

 

반면 어떤 연기를 해도 칭찬받는 수지는 만일 연기를 앞으로도 계속 할 요량이라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나오는 칭찬이란 기대치가 낮거나 캐릭터에 대한 연기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수지 본인이 갖고 있는 이미지에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이미지는 시간이 흐르면 소멸되고 만다. 연기자는 자신의 이미지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미지로의 변신이 가능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상대적으로 남자 배우들보다 여배우들은 귀하다. 이렇게 된 것은 대중들이 여배우에게 갖는 이미지가 남자 배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배우들은 논란도 많이 겪게된다. 나이 들거나 사랑을 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하는 것들은 여배우에게는 하나의 넘어야 할 산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김태희도 수지도 바로 그 귀한 여배우들이다. 그들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우리 대중문화를 풍성하게 해줄 좋은 자산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비난도 칭찬도 모두 약이 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낯 뜨겁고 부끄러운 <광해> 대종상 몰아주기

 

누가 보면 올해 한국영화가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밖에 없었다고 오해받을 만한 몰아주기였다. 무려 15관왕. 제49회 <대종상>에서 <광해>는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인기상, 조명상, 편집상, 기획상, 시나리오상, 의상상, 미술상, 음악상, 음향기술상, 촬영상, 영상기술상 총 15개 부문을 휩쓸었다.

 

사진출처: 영화 <광해>

반면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여우주연상과 심사위원상 두 부문을 수상하는데 그쳤고, 올 여름 최고 흥행을 거둔 <도둑들> 역시 여우조연상 한 개 부문을 수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정통 멜로 영화로서 화제를 모았던 <건축학개론>이나 저예산 영화지만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부러진 화살>, 영화로서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했던 <도가니>, 또 굵직한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범죄와의 전쟁>은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다. 비평가들과 관객들에게 모두 호평을 받았던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도 상을 받지 못했고 <은교>는 신인여우상 한 개 부문에 그쳤다.

 

올해만큼 한국영화가 풍성했던 적도 없었지만 제49회 대종상 시상식은 <광해>에 상이 집중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올 한해의 한국영화를 앙상하게 만들었다. 물론 나눠 먹기식 시상 역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지만, 15개 부문을 싹쓸이 한 <광해>는 몰아줘도 너무 몰아준 인상을 지웠다. 결과적으로 이런 시상은 진행자도 시상자도 또 당사자인 수상자에게도 불편함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진행자인 신현준은 “그야말로 <광해>의 날”이라고 시상자로 나선 원로영화인 역시 “속된 말로 <광해> 싹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김기덕 심사위원장(김기덕 감독과 동명이인)은 “특정작품에 쏠리는 것에 대한 오해가 있을 것 같다. 기존에는 모든 작품을 모두 심사를 하고 비교 평가를 했으나 올해는 한 작품 실사가 끝날 때마다 평점을 기입해서 봉합하고 은행 금고에 넣어두었다. 심사위원장인 저조차 이렇게 결과가 나올지 몰랐다. 집계를 안해서 어떤 작품이 어떤 부문의 수상작인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이해를 바란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또 최다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 <광해>의 제작사인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 역시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우수작품상을 받는 무대에서 그는 "오늘 너무 기쁜데 많은 영화 동료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있다.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을지 몰랐는데 죄송하단 말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수상자가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시상식. 결과적으로 15개 부문을 수상한 <광해>는 지나친 마케팅으로 논란을 겪은데 이어 과도한 몰아주기식 수상으로 또 논란의 도마 위에 서게 됐다.

 

<광해>는 작품으로만 보면 꽤 괜찮은 완성도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광해>는 영화 외적인 부분들 때문에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켜왔다. 그냥 내버려두었다면 입소문으로 충분히 좋은 성적과 평가를 거두었을 영화가 너무 과한 홍보 마케팅으로 오히려 논란을 겪게 된 것에 이어, 이번 대종상에서의 싹쓸이 수상으로 또 작품에 흠집을 만들게 됐다.

 

영화인 전체의 축제가 되어야할 영화상을 마치 독식하는 듯한 인상을 지운 주역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올 한 해 한국영화의 풍성함을 보여주지는 못할망정, 그것을 앙상하게 만들어버린 대종상은 결과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결코 기분 좋은 시상식이 되지 못했다. 이제 50년이 다 되어가는 국내의 영화상으로서 부끄럽고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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