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슬2’, 어째서 본격 여성예능을 시도하지 못할까

‘방송, 문화계의 멤버들이 꿈에 투자하는 계모임 꿈계에 가입하면서 펼치는 꿈 도전기를 다룬 프로그램.’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2>에도 여전히 시즌1의 이 소개문구가 그대로 붙어 있다. 하지만 시즌1이 그나마 다양한 꿈에 도전하는 언니들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시즌2는 그 중 시청률이 잘 나왔었던 아이템인 ‘걸 그룹’ 도전을 전면에 내걸었다. 사실 <언니들의 슬램덩크2>의 몰락은 바로 이 부분에서부터 예고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사진출처:KBS)'

물론 시즌1에서 보여줬던 ‘언니쓰’의 활약은 프로그램 밖에서도 음원이 차트 1위를 차지했을 만큼 지지하고픈 모습들이었다. 거기에는 걸 그룹이 꿈이었던 민효린의 진정성이 있었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점차 혼신을 다하게 되는 모습들이 주는 뭉클함 같은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즌2를 한다면서 시즌1의 ‘언니쓰’ 부활을 전면에 들고 온 것에 진정성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지지와 응원을 표하기보다는 “또 걸 그룹이냐?”는 비판이 나오게 된 이유다. 

시즌2는 이미 우리가 봐왔던 시즌1의 ‘언니쓰’의 잔상들을 그대로 가져왔다. 춤과 노래를 전문가들 앞에서 선보이고 순위에 집착하는 언니들의 모습을 웃음으로 만들어내는 일. 역시 홍진경과 김숙은 전편에서도 그랬지만 언니쓰의 주춧돌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느껴질 만큼 웃음을 잘 뽑아냈다. 여기에 한때 성악을 꿈꿨지만 성대결절로 노래하는 것 자체를 공포로 여기는 강예원의 도전기나, 어딘지 걸 그룹과도 또 예능 프로그램과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한채영의 엉뚱한 자신감이 주는 웃음, 그리고 우리에게는 춤꾼으로 더 알려져 있지만 숨겨진 노래실력을 보여줄 공민지의 활약이 덧붙여졌다. 

박진영의 자리에 작곡가 김형석이 들어왔고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이들을 환골탈태시키는 과정이 이번 시즌2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어딘지 한 번 잘 우려내 먹은 사골을 다시 한 번 우리는 듯한 느낌이 적지 않다. 새로움이라고 해봐야 새로운 멤버들과의 조합이 보여주는 것일 뿐, 전편의 또 다른 반복으로 여겨지는 탓이다. 

무엇보다 시즌1의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시즌2가 가진 가장 큰 맹점이다. 결국 언니쓰를 다시 들고 나와 걸 그룹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간절한 소망이나 꿈같은 것이라기보다는 얄팍한 상업적인 이유가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방송사로서는 시청률을 내겠다는 것이고, 출연자들 역시 언니쓰가 만들어낸 그 효과를 또 한 번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이들을 육성해내는 전문가들 역시 꿈을 이뤄주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드러내려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건 선입견이고 편견일 수 있지만, 언니쓰를 굳이 재탕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예고된 선입견이자 편견이다.

첫 회에 5.4%(닐슨 코리아) 시청률에서 2회 만에 3.8%까지 추락한 건 그래서 쉽게 납득이 간다. 시청자들로서도 공감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시즌1의 언니쓰 활약에서 기대하게 했던 진정한 여성예능의 면면들을 이런 또 한 번 재탕하는 걸 그룹 도전으로 오히려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여성’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사회적 관념에 대한 문제의식을 조금씩 공유하기 시작했다. 강남역에서 벌어진 비극은 이 문제의식을 더욱 촉발시킨 계기로 작용했고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화했던 가부장적 사회의 통념들이 가진 폭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즉 여성에 대한 의식들이 이렇게 급격히 변화해가고 있는 마당에, <언니들의 슬램덩크2>가 보여주는 퇴행은 이른바 여성예능을 기치로 내걸고 있으면서 보여줄 것이 ‘걸 그룹’밖에 없냐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사실 어찌 보면 걸 그룹이라는 틀거리 자체나 이들을 육성시키는 과정 역시 그다지 여성을 여성 자체의 가치로 바라보는 의식을 담고 있다 보기 어렵다. 우리가 흔히 걸 그룹하면 떠올리는 그 이미지를 어떻게든 노력해서 결국은 반복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 훈육의 과정은 마치 가부장적 틀을 그대로 갖고 온 우리네 사회의 성공 시스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만 같다. 

물론 그들이 보여주는 엉뚱한 모습들에 웃음이 나올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민감해진 시선으로 현재 우리 사회가 억압하고 있는 여성이라는 문제를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그 웃음이 그리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대중들의 의식을 왜 들여다보지 못하는 걸까. 좀 더 본격적인 여성예능을 왜 시도할 수는 없는 걸까. 그저 ‘걸 크러시’니 같은 포장만 요란하게 하지말고.

<프로듀스101>, 적어도 알게 된 걸 그룹에 대한 몇 가지

 

101명의 연습생들이 <M카운트다운> 무대에서 ‘Pick me’를 부르는 장면은 한 마디로 장관이었다. 지금껏 이토록 많은 인원이 함께 하는 군무와 합창은 없었을 게다. 그 압도적인 인원이 저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무대 위에서 매력을 뽐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시선을 끌 수밖에 없었다. 자칭 국민 걸 그룹을 탄생시키겠다고 연 Mnet<프로듀스101>이 출연한 연습생들과 만든 첫 번째 무대다.

 


'프로듀스101(사진출처:Mnet)'

그런데 그들이 서 있는 무대가 예사롭지 않다. 네 개의 삼각형 무대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위쪽과 좌우로 나뉘어져 있다. 그냥 그렇게 서 있는 무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삼각형 중 어느 삼각형에 들어갈 것인지, 그리고 그 삼각형 속에서도 꼭지점 앞쪽에 설 것인지 아니면 뒤에 설 것인지가 사실은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

 

중앙에 있는 삼각형의 맨 앞자리 꼭지점에 서는 인물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건 당연한 일. 이건 우리가 무심코 봐왔던 걸그룹의 배치와도 무관하지 않다. <프로듀스101>에 참여한 연습생들은 그래서 어떻게든 이 꼭지점에 서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프로그램의 상징처럼 사용되는 삼각형은 그런 의미다. 꼭지점을 향해 줄 서기. 혹은 무한 경쟁.

 

이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정서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것이 다름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시스템 구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사실 그 시스템 구조는 이 삼각형이었지만 그걸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프로듀스101>은 다르다. 아예 대놓고 그 삼각 시스템을 드러내고 그 안에서 방출되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라고 말한다.

 

특이한 건 <프로듀스101>은 그 많은 연습생들을 세워놓고도 오디션 과정을 통해 그들을 스타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껏 3회가 방영됐지만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몇몇 인물이 있을 뿐, 그 이름조차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워낙 숫자가 많은 데다 등급별로 색깔만 다를 뿐 같은 옷을 입혀 놓으니 개성이 살아날 리 없다.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첫 회 첫 인물을 세우는 것에 그토록 공을 들이고, 그 인물이 사실상 그 해의 오디션 스타로 발돋움하는 것을 여러 차례 봐왔던 시청자들에게는 <프로듀스101>의 이 같은 진행이 이상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최고의 걸 그룹을 만든다고 주장하고, 그래서 등급까지 나눠 치열한 경쟁을 붙이지만 정작 그 개개인의 인물들은 별로 주목되지 않는 이상한 상황.

 

그러다 보니 <프로듀스101>은 누가 누군지는 알 수 없어도 서로 경쟁하고 있고, 그것이 결코 쉽지 않으며 그럼에도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는 막연한 그림들로 다가온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가 무심코 봐왔던 걸 그룹의 진면목이다. 지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소녀시대나 2NE1, 시스타나 에이핑크 같은 걸 그룹들도 저런 치열하고 눈물 나는 연습생시절을 보냈을 거라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오디션의 출연자들이 에이핑크나 소녀시대, 2NE1의 노래를 커버하는 무대를 보면 볼수록 그간 늘 웃고 밝은 모습으로만 봐왔던 걸 그룹들이 새삼 대단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도대체 에이핑크의 정은지는 노래를 얼마나 잘 했던 것이고, 2NE1의 공민지는 얼마나 춤을 잘 췄던 것이며, 씨엘은 랩을 멋지게 소화해냈던 것인가. 춤과 노래가 여전히 어색한 연습생들과 그들과의 격차를 더더욱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어째서 <프로듀스101>은 반짝반짝 빛나는 출연자들의 개성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는 것일까. 노래를 잘하면 그걸 키워주기보다는 춤도 잘 춰야 한다고 하고, 보이쉬한 매력을 보이는 걸 그룹에게는 여성스러움 또한 잘 표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성이 아니라 모든 걸 다 잘해야 한다고 말할 때 개개인들의 매력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것이 혹시 걸 그룹이라는 존재의 실체는 아닐까. 혼자 튀기보다는 함께 맞춰야 하는. 그래서 개인보다는 팀을 세워야 하는 그런 존재.

 

우리는 걸 그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도 그 개개인의 멤버들을 알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고 있다. 즉 걸 그룹들은 팀이 존재를 세우더라도 각자의 개성은 무대 위에서가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 출연 등을 통해서 알려진다. 물론 그것은 후에 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만 너무 개개인이 주목을 받다보면 팀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이런 태생적인 딜레마로 자신을 너무 드러내서도 또 너무 드러내지 않아도 힘겨운 게 걸 그룹의 일원이 갖는 고충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프로듀스101>은 그 101명의 한 덩어리가 이미 걸 그룹인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삼각형의 무대 위에 서서 꼭지점을 향해 경쟁하면서 살을 깎는 고통을 감내한다. 그 살은 그래서 갈수록 추려진다. 이 프로그램이 목표로 세운 인원으로.

 

<프로듀스101>이 주는 불편함은 단지 그것이 상기시키는 경쟁구조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지만 그렇다고 완전체가 되기까지는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걸 그룹이라는 존재가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사회생활과 판박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조직에서 열심히 일하고는 있지만 자신의 존재는 묻혀지기 일쑤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곳에서 퇴출되곤 하는 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이 아닌가. 결국 주목되는 건 꼭지점뿐이다. 이 과정을 거치고 있는 연습생들보다 그 과정을 거쳐 스타덤에 오른 걸 그룹들이 새삼 대단하게 여겨지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노출만 보이는 스텔라, 노출 마케팅의 함정

 

노출만 보지 마시고 다양한 시선으로 봐 주셨으면 한다.” 스텔라의 여섯 번째 싱글 떨려요언론 쇼케이스에서 막내인 전율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노출이라고 해서 너무 안 좋게만 보일까봐 사실 걱정이 된다.” “여자가 섹시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스텔라는 쇼케이스에서 줄곧 노출에 대한 우려와 입장을 드러냈다.

 


사진=디엔터테인먼트파스칼

쇼케이스에서 보여준 무대 역시 보이는 건 안무였다. 이미 여러 번 했기 때문에 이제는 식상할 만도 할 안무들이 이어졌다.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쑥 내밀고 가슴을 손으로 쓸어 모으는 듯한 동작들이 반복됐다. 아예 무대에 누워 유혹하는 듯한 자세를 보여주기도 했다. 노래가 끝났지만 무슨 노래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 노출의상과 야릇한 동작들만 아른거릴 뿐이다.

 

스텔라의 뮤직비디오는 티저와 스틸컷이 올라온 것만으로도 그 파격적인 노출에 대한 논란이 터져 나왔다. 끈 팬티를 밖으로 드러낸 치파오 의상을 보여준 자켓 이미지가 논란을 일으켰고, ‘떨려요뮤직비디오에서는 전라처럼 중요부위만 가린 여성의 신체가 보여지기도 했다. 쇼케이스에 대해서는 이른바 엉밑살(엉덩이 밑의 살)’ 노출이 화제가 되고 있다.

 

노출만 보지 말라고 하지만, 그 말은 마치 노출을 보라는 말처럼 달리 들린다. 실제로 반라의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여성 신체의 중요 부위들이 춤 동작이라는 미명 하에 전시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노래가 귀에 들어올 리 만무다. 그것은 마치 선정적이기를 작정한 무대에서 배경음악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노출이 가진 양면성은 그 한계 또한 명확히 드러낸다. 물론 스텔라가 이런 화제가 되는 건 2011년 데뷔해 별다른 주목을 못 받다가 작년 마리오네트가 소개되고 나서부터다. ‘마리오네트는 그 노출과 선정성 때문에 세간에 논란을 일으켰다. 스텔라로서는 이런 결과가 무시 못 할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한번 과감하게 보여준 노출은 더 큰 자극을 요구한다. 그러니 파격은 계속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노출이 만들어내는 논란과 화제로 주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들의 걸 그룹으로서의 존재감을 만들어내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시선은 잡아끌었는데 그 관심이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노출은 그저 노출로서 끝날 뿐이다.

 

걸 그룹들이 여름철만 되면 저마다 노출을 콘셉트로 들고 나오는 건 이제 이상한 일도 아니게 되었다. 너도 나도 노출을 하다 보니 오히려 그렇지 않은 콘셉트가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노출을 해도 결국 살아남는 걸 그룹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음악적인 실력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씨스타나 걸스데이, AOA, EXID 같은 걸 그룹을 보면 노출 콘셉트를 갖고 있어도 음악이 들린다. EXID위 아래가 음원차트 역주행을 한 건 그들의 파격적인 안무동작 때문이 아니다. AOA짧은 치마사뿐사뿐같은 곡이 대중들의 귀에 달라붙은 것 역시 마찬가지다.

 

스텔라에게서는 안타깝지만 그 노래가 들리지 않는다. 일단 나오기만 하면 노출 논란으로 시끄럽긴 한데 남는 음악이 없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스텔라의 절실함은 이해하지만, 그래서 일단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노출 또한 감수하는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런데도 노래가 주목되지 않는 건 치명적이다. 이러니 노출만 보지 말라는 말이 이해가 갈 수 있겠는가.



섹시 이미지면 다 통용되는 사회의 위험성

 

“SNS에 올리고 기사 안 된 적 없어요. 항상 메인에 뜨고요.” 디스패치가 공개한 클라라의 메시지 내용 중에는 이런 글이 들어가 있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그녀를 그 자리에까지 순식간에 올린 것이 다름 아닌 섹시 이미지라는 걸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클라라 시구(사진출처:SBS)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몸에 딱 붙는 줄무늬 레깅스를 입고 시구를 하면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시구를 잘 해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대단한 발언을 해서도 아니다. 착 달라붙는 옷이 만들어내는 섹시 이미지의 힘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노이즈도 따라붙었다. 시구라는 기능적인 일에 어찌 보면 전혀 무관할 듯한 섹시 이미지의 등장은, 이후 너도 나도 섹시한 의상을 입고 시구를 하는 연예인들로 이어졌다. 섹시한 이미지로 단 한 번의 눈도장이 그만한 파괴력을 갖는다는 걸 인지한 까닭이다.

 

클라라의 사례는 지금 현재 우리 사회의 섹시와 노출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잘 드러내준다. 일단 섹시라는 단어가 붙은 기사는 우선 들여다보게 되는 본능적인 욕망을 생산하지만, 동시에 불쾌감도 만들어낸다. 뭐 특별한 능력이나 준비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이미지만으로 영화에 덜컥 캐스팅되거나 가수로 음원을 발표하는 걸 보면, 오랜 시간동안 엄청난 노력과 준비를 하면서도 캐스팅되지 못하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얼마나 클 것인가.

 

클라라는 시구 하나로 주목받은 후 최근에는 영화도 찍고 음원도 발표했다. 그러다가 이중계약으로 소속사와의 분쟁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사적인 메시지들이 공개됐다. 클라라가 주장한 성적 수치심의 진위를 떠나서 그 메시지들 속에는 우리 사회가 섹시 이미지 하나면 얼마나 손쉽게 일들이 처리되는가에 대한 단초들을 읽어낼 수 있다.

 

걸 그룹들의 노출경쟁에 대한 논란과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끊임없이 터져 나옴으로써 오히려 그 비판마저 홍보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이제 쩍벌에 엉덩이를 실룩이는 장면들은 노출경쟁속에서 심지어 식상한 이미지가 될 정도다. 그들의 노래가 가진 감흥보다도 섹시 이미지가 우선되는 사회다.

 

심지어 나인 뮤지스 같은 걸 그룹은 앨범 재킷 표절이라는 사안이 사실로 드러났지만, 바로 다음날 란제리룩의 티저를 내보냈다. 그 후로 이어지는 건 얼마나 뇌쇄적인가를 강조하며 공개하는 안무동작이다. 이런 일련의 행보에서는 표절이라는 사안의 심각성도 섹시 이미지라면 쉽게 덮어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과연 이건 합당한 일일까.

 

최근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클라라라는 인물에 대한 감정 속에는 그래서 섹시노출에 경도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씁쓸함이 깔려있다. 메시지에 삽입된 란제리 화보를 두고 유혹이다 업무다 라는 공방이 오고가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엿보이는 건 우리 사회에서 섹시 이미지가 갖는 파괴력이다. 때로는 심각한 문제나 사건들도 가려버릴 수 있는 그 힘.

 

청춘과 아날로그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어쩜 저리도 풋풋할까. 나이 들어가면서 정반대로 생겨나는 청춘에 대한 갈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기 마련인 욕망일까. 올 한 해 걸 그룹 열풍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존재하는 이 욕망을 발견하게 된다. 젊은 세대의 열광은 물론이고, 중장년층의 시선까지 잡아 끈, 걸 그룹들의 약진에는 불황에 지치고 속도에 지친 현대인들의 복고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청춘에 대한 향수가 깃들어 있다. '청춘불패'는 바로 그 아날로그적 감성이 주는 매력을 걸 그룹의 시골 마을 정착기라는 이야기를 통해 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걸 그룹 아이돌들이 유치리라는 시골 마을에 정착해가는 과정을 담은 '청춘불패'의 엔딩은 인상적이다. 맥 플라이의 'All about you'를 배경음악을 깔고 하루 동안 아이돌들이 해왔던 일들을 포착한 스틸 컷이 정지화면으로 하나하나 보여지며 그 위로 인상적인 자막이 깔린다. 이 짧은 엔딩이 우리에게 환기시키는 것은 시간에 대한 아련한 향수다. 순간적으로 지나간 시간을 멈춰 세워둔 그 스틸 컷들은 마치 추억처럼 우리의 기억 언저리에 들어와 그 날 있었던 아이돌들과 유치리 주민들과의 따뜻했던 시간들을 하나하나 다시 끄집어낸다.

이 엔딩이 하루의 추억을 반추하듯이, 이 프로그램은 한 세대를 살아온 우리들의 젊은 날들을 되짚어가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아이돌들은 도시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현대인들을 대변하면서도 아련한 젊음의 청춘을 간직한 존재로서 이 아날로그적 감성을 욕망하는 도시인들을 매료시킨다. 그들과 함께 떠나는 유치리 마을에서의 하루란, 따끈따끈한 온돌 위에 앉아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던 어린 시절이고, 마당 한 가운데서 연중행사처럼 벌어졌던 김장 담그기에 대한 기억이며, 메주를 정성스레 만들어 장을 준비하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다.

걸 그룹 아이돌들은 그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의 안내자들이다. 그들이 유치리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재롱을 피우고, 혼자 살아가는 할머니의 집을 방문해 따뜻한 정을 나누고, 함께 따뜻한 한 끼를 준비하는 그 장면들은, 엄청난 속도감으로 앞으로만 달려온 자들을 뒤돌아보게 만들고 마치 부채처럼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정이 묻어난다. 청춘이라는 아날로그적 시간을 가진 아이돌과, 유치리라는 아날로그의 시간에 멈춰있는 공간의 만남은 이토록 절묘하다.

특별히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보는 이들이 기꺼이 이 풋풋한 아이돌들의 좌충우돌 시골 정착기에 웃어주게 되는 것은 이 깊은 아날로그적 감성에 대한 공감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존재였던 아이돌들이 유치리 주민들과 마치 친척처럼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은 이 독특한 예능 프로그램만이 갖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아이돌들의 시골 적응이라는 키워드 속에는 웃음이 묻어나지만, 그것보다 앞서는 것은 당위처럼 마음을 흡족하게 만드는 아이돌과 시골주민들 간의 정이다.

여행자와 정착자의 시선이 다른 것처럼, '청춘불패'는 '1박2일'과도 다르고 '패밀리가 떴다'와도 다르다. 노마드적 감성이 여행 버라이어티가 가진 떠도는 이들의 왁자한 해프닝들을 담아낸다면, 한 곳에 정착해 그간 잊고 지내왔던 인간과 인간 사이의 끈을 하나씩 연결해가는 '청춘불패'의 감성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그리고 그 아날로그의 매력은 그 감성을 연결해주는 청춘들(아이돌들)을 통해 고정된 순간의 스틸 컷처럼 기억 속에 각인된다. 청춘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패하지 않는 승리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청춘불패'가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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