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없는 주말예능, ‘두니아’가 가져온 신박한 낯설음

적어도 새로움 하나만으로 보면 MBC 새 주말예능 <두니아>의 실험은 독보적이다. 그건 그 시간대의 지상파 주말예능들과 비교해보면 단박에 드러난다. KBS <1박2일>, SBS <런닝맨>은 한 마디로 장수예능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한 시대를 지나왔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복면가왕> 역시 이제는 오래된 트렌드인 육아예능과 음악예능이다. 새로 시작한 SBS <집사부일체>가 그나마 이 시대의 스승을 찾아가 이런 저런 체험과 이야기를 나누는 새 프로그램이지만, 그 형식이 새롭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두니아>는 다르다. ‘언리얼’을 주창한 것처럼, 이 예능 프로그램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새롭다. 물론 그 낯설음은 “도대체 저게 뭐지?”하고 물을 정도로 적응이 쉽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처음 만난 세계’라는 부제는 이 프로그램이 스스로 그 낯설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실로 처음 만난 세계처럼 익숙하지 않다. 

그 이유는 단지 도시에서 지내던 이들이 문득 두니아라는 곳으로 워프하게 되고 그 곳에서 생존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유노윤호는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정혜성은 광화문 광장에서, 우주소녀 루다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권현빈은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두니아라는 곳으로 소환된다. 그것은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설정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두니아라는 공간에 떨어져서 겪는 일정 부분의 일들은 실제가 아닌 연기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연기가 미묘하게 실제와 연관되어 있다. 두니아라는 공간에 떨어지게 되고 저 나름대로 거기서 살아나가야 하며 어느 공간으로 이동해 다른 이들과 합류해야 한다는 것이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인위적인 설정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나면 나머지 부분은 그들 스스로 채워나가야 한다. 바로 이 채워야 되는 경험적 부분들은 연기가 아닌 실제 리액션이 담겨지게 된다. 

프로그램이 미적 형식으로 차용하고 있는 게임의 틀은 바로 이런 가상과 현실이 더해진 두니아라는 공간이 바로 게임 속이라는 걸 드러내준다. 아마도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대단히 낯설게 다가왔을 두니아라는 공간은, 게임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을 게다. 결국 게임이라는 것이 가상공간을 스스로 인정함으로써 몰입이 가능한 것이고, 그 안에서 하는 자신의 행위는 일정한 목표는 정해져 있지만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에 따라 달라지는 리얼한 일들이 아닌가. 

<두니아>는 그 낯설음을 상쇄시키기 위해 첫 회부터 마치 게임을 연상시키는 자막과 편집을 연출의 틀로 제시했다. 마치 AI 모드가 작동되고 있는 것처럼 출연자가 어떤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자막이 다소 ‘병맛 코드’의 유머 섞인 멘트들을 덧붙인다. 자신을 보호할 나무 하나를 구하는 것도 아이템을 얻는 게임 속 방식으로 편집되어 보여지고, 심지어 멘트 없이 탐험에만 열중하는 권현빈에게는 ‘방송분량’을 걱정하는 자막이 더해진다.

<두니아>의 세계가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이런 게임 속 세상을 경험하면서 느끼던 감정들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을 하면서 우리는 가상과 현실을 오고간다. 가상의 세계에 몰입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몰입하는 자신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며 다른 유저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를테면 유노윤호가 보여주는 과한 몰입에 연기와 실제가 섞여있다는 걸 보여주는 자막이 그렇다. 리얼한 상황 속에서 언리얼한 개입이 들어갔을 때 웃음이 터지고, 또 언리얼한 상황이지만 과하게 리얼한 몰입을 하는 출연자에게서 웃음이 터지는 이유다.

물론 이 ‘처음 만난 세계’는 지상파 예능들의 현 주소라고 할 수 있는 주말예능 시간대에서 더더욱 이질적인 존재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은 첫 방 시청률 3.5%라는 수치를 통해 드러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새로운 세계가 변화 없는 주말예능에 ‘돌연변이’ 같은 신박한 자극을 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연 시청자들은 이 실험에 손을 들어줄까. 처음엔 낯설어도 기꺼이 적응기를 가지며 즐거움을 찾아내줄까. 대부분의 게임 적응기가 초반엔 어색하지만 차츰 몰입을 통해 더 큰 즐거움을 찾아주듯이.(사진:MBC)

'레디 플레이어 원', 스필버그의 역발상에 감탄할 수밖에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면 이게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인가 싶다가 본래 이게 스필버그의 색깔이었지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생각해보면 <죠스>나 <레이더스>, <이티>, <쥬라기 공원> 같은 영화들이 가진 오락성과 특수효과 그리고 그 안에서 넉넉하게 느껴지는 유머까지 <레디 플레이어 원>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으니. 

<레디 플레이어 원>은 우리가 상상으로는 해봤을 지도 모르나, 실제는 일어나기 어렵다 생각했던 그런 놀라운 장면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를 테면 카레이싱을 하는데 도로에서 갖가지 장애물들이 튀어나오고 심지어 도로가 움직이기도 하며 갑자기 튀어나온 킹콩이 있는 대로 차들을 두드려 부수는 그런 장면 말이다. 하지만 이건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놀라움의 시작일 뿐이다. 건담과 아이언 자이언트 게다가 처키가 동시에 한 영화 속에 등장한다는 건 캐릭터 마니아들이라면 상상이 현실이 된 듯한 반가움을 느낄 것이다. 

이 모든 게 가능해지는 건 그것이 게임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세계는 남루한 현실과 병치되는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의 공간으로 아바타와 가상화폐가 사람들의 욕망을 한데 모아놓은 그런 곳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접속을 통해 더 많은 가상화폐를 모아 더 좋은 아이템을 가지려 한다. 심지어 아바타가 죽어버리면 실제 자살시도를 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그런데 <레이 플레이어 원>은 그런 디스토피아를 그려내는 영화가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특유의 동화 같은 설정을 통해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꿈을 좇는 영화다. 오아시스를 설계한 전설적인 제작자 할리데이가 세 가지 미션을 푼 자에게 이 세계를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유언으로 남기자, 모두가 그 미션을 풀기 위에 게임에 돌입한다. 주인공 웨이드 와츠는 오아시스를 지배해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거대기업에 맞서 순수하게 게임의 즐거움을 모두가 공유하는 이상적인 세상을 꿈꾼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머지않은 미래의 가상현실 세계를 담고 있지만, 그 안은 과거 대중문화들에 대한 향수와 추억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가상현실의 게임 공간이기 때문에 이 일들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스타크래프트>, <백투더퓨처>, <아이언 자이언트>, <킹콩>, <쥬라기 공원>, <스트리트 파이터>, <기동전사 건담>, <사탄의 인형>, <샤이닝> 같은 대중문화의 단편들과 그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이 게임 공간 속으로 소환된다. 

결국 영화는 미래 그것도 디지털 세상에 펼쳐진 가상현실의 공간을 다루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과거 지극히 아날로그적이었던 대중문화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향수들이다. 가상공간이지만 오아시스는 결국 할리데이가 머릿속으로 꿈꾸던 세상의 구현이다. 결국 가상현실이라는 것은 그걸 만든 사람의 기억과 추억이 깃든 새로운 공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래라는 것이 결국 현재를 사는 이들이 어떤 기억들을 축적하고 공유하면서 꿈꾸느냐에 따라 그려지듯이.

“사실 속으로는 대중문화를 비웃고 있잖아.” 이 영화 속 게이머 웨이드 와츠가 이 세계를 돈으로 지배하려는 거대기업의 회장에게 날리는 일침 속에는 그래서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통해 하려는 이야기를 압축하고 있다. 스필버그는 오아시스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실감나는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그 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대중문화들의 편린들에 헌사를 보낸다. 그러한 대중문화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들이 우리의 삶을 채워주고 있고 돈벌이가 아닌 그 세계가 주었던 진정한 행복감이 어쩌면 보다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준다고.(사진 :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초심 찾은 ‘1박2일’, 여행의 맛도 덩달아 살아난다

이게 바로 <1박2일> 본연의 맛이 아닐까. 1번 국도를 따라 떠나는 해장국 로드. 사실 KBS <1박2일>이 찾아 나선 길들도 부지기수이고, 그 길에서 만난 음식들도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해장국이라는 단일종목(?)으로 그것도 1번 국도를 따라서 새로운 맛집 지도를 그린다는 건 새로운 시도다. 

'1박2일(사진출처:KBS)'

그리고 이런 시도를 <1박2일>은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른바 ‘국도여행 프로젝트’.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떠나는 7번 국도 조업로드’, ‘강원도 오지 산길 따라 떠나는 42번 국도 고립로드’... 유일용 PD가 미리 못 박은 이 장기 프로젝트는 그간 게스트 출연에 게임에 더 빠져 어딘지 엉뚱한 길을 걷고 있었던 것 같은 <1박2일>이 제 길을 찾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다른 것도 아니고 ‘해장국’이었을까. 전국 곳곳에 갖가지 해장국들이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 다양함 속에는 그 지역의 특징들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1번 국도의 끝까지 달려가 새벽부터 찾아간 목포의 뼈 해장국집은 그렇게 일찍부터 속 풀러 온 손님들의 부지런한 일상들이 묻어난다. 푸짐한 뼈다귀 해장국에 반찬으로 생굴이 올라오는 진풍경은 이 곳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무안에서 굳이 연포탕을 찾는 까닭은 그 곳이 낙지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잡은 신선한 낙지를 그대로 넣어 끓여낸 연포탕은 그래서 피곤한 서민들의 속을 풀어주는 그 곳의 해장국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또 여의도 한 복판에서 최수종이 밤새 드라마를 찍고 사우나에 들렀다가곤 했다는 해장국집은 알고보니 김준호가 무명시절 값싸게 속을 풀러 왔던 북엇국집이었다. 역시 방송국 사람들의 쓰린 속을 풀어주는 그 해장국집에는 여의도 특유의 풍경이 겹쳐진다. 

즉 해장국집만 찾아가도 그 곳의 특징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그 독특한 지역 정서까지 느껴진다는 점이 이 아이템이 가진 소소해보이면서도 의외로 강력한 힘이다. 무엇보다 해장국이라는 아이템이 주는 서민적인 냄새는 <1박2일>이 가진 어딘지 ‘촌스러운 정감’과 잘 어우러진다. 항구 도시 목포에서 24시간 해장국집을 알려준 어느 택시기사분의 그 잠을 잊은 노동이 그 해장국 한 그릇 속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고, 무안의 연포탕집 아주머니가 한때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불렀다는 노래 한 자락의 흥겨움 속에 해장국처럼 서민들의 속이 풀린다. 

‘속 쓰린 서민들의 속을 달래주는 본격 위장 힐링 방송’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그 ‘속 쓰림’이 어찌 전날 마신 술과 과했던 노동 때문 만이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고단함은 그래서 때로는 어느 인심 좋은 국밥집 아주머니가 내주는 해장국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정이 더 그리웠을 지도 모를 일이다. “왜 이렇게 싸요?” 여의도의 해장국집에서 지금도 4천원에 파는 북엇국에 대해 김준호의 질문에 아주머니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이렇게 손님들이 와서 먹는 모습들이 그저 좋았다고 말한다.

여러모로 이번 ‘해장국 로드’는 그래서 <1박2일>이 가야할 길을 정확히 보여주었다. 게스트 출연이나 복불복 게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출연자들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고, 이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인 여행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게임은 필요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일 뿐 그게 목적이 돼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1박2일> 특유의 서민적인 정서를 감성적으로 잡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해장국 로드’가 비로소 보여준 것처럼.

입대하는 황광희, 빈자리 꽉 채워준 양세형

이제는 양세형의 존재감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사실 양세형은 아직까지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정식 멤버라고 소개된 적이 없다. 그저 언젠가부터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무한도전>에 서 왔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다. 그만큼 <무한도전>의 멤버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지만, 양세형은 어느새 <무한도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7주간의 ‘정상화’ 기간을 거치고 돌아온 <무한도전>은 광희의 군 입대 소식과 함께 어떤 불안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새 그 빈자리를 제대로 채워주고 있는 양세형이 존재한다는 건 실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양세형이 없는 상황에서 광희마저 군 입대를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의 다섯 명 체재로도 쉽지 않은 <무한도전>은 네 명 체재로 돌아갈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아마도 김태호 PD는 이러한 앞으로 닥칠 상황들을 미리 내다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양세형을 차근차근 <무한도전>의 한 자리에 세워두고 자연스럽게 그 적응과정들을 겪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그런 시간은 <무한도전>의 기존 멤버들은 물론이고 양세형에게도 필요한 일이고 나아가 프로그램과 늘 함께하는 팬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광희가 ‘식스맨 특집’이라는 아예 내놓고 하는 검증시스템을 거쳐 <무한도전> 멤버로 들어왔다면, 양세형은 그런 거창한 특집이 아니라 차라리 프로그램에 실전 투입해 겪는 일종의 인턴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양세형은 장난기 가득한 어린이 캐릭터를 갖고 있다. 하하와도 약간 겹치는 면이 있지만 양세형이 다른 점은 ‘전문 패널’이라는 별칭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그럴듯한 리액션과 설명을 덧붙인다는 점이다. 제법 진지하게 말하지만 그가 갖고 있는 어린이 같은 캐릭터는 그 진지함마저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는 <무한도전>에서도 그렇지만 <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그 누구보다 재밌는 리액션과 패널 같은 맛 설명으로 자기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어떤 게임이나 대결에 들어갔을 때 양세형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그건 유치할 정도로 상대방을 놀리고 감정을 건드리는 모습으로 한편으로는 웃음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대결에 불을 붙인다는 점이다. 7주간의 정상화 기간을 거치고 돌아와 <무한도전>이 보여준 ‘하나마나 대결’ 특집에서 양세형이 특히 도드라졌던 건 그래서다. 

그는 끊임없이 뭐든 잘 한다는 식의 허세를 드러내며 상대방 팀을 약올렸지만 유재석과 함께 연거푸 게임에서 지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어찌 보면 그리 대단할 것 없는 대결이지만 그 대결을 팽팽하게 만드는데 있어서 양세형의 ‘도발’이 꽤 큰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마지막 철인3종경기 대결에서 양세형은 수영 종목에서 말도 안되는 접영을 보여주며 웃음을 주었고 끝까지 아슬아슬한 대결 속에서 광희가 마라톤 주자로 나서 마지막 피니시 라인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입대하는 광희를 향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헹가래가 이어졌다. 광희와 양세형의 성공적인 이어달리기를 보는 듯한 그 광경은 마치 <무한도전>이 앞으로도 빈자리 없이 계속 달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광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떠나는 그 빈자리를 양세형은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돌아온 ‘무도’, 어째서 소소하게 시작했을까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7주 만에 돌아왔다. 11년간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오던 걸 잠시 멈추고 이른바 ‘정상화’의 시간을 가진 것. 보통 이런 휴지기를 갖고 돌아오면 무언가 대단한 걸 시도할 걸 예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선택은 의외였다. 박명수가 슬금슬금 한 PC방으로 들어오고 다른 MC들도 하나씩 모여 들더니 익숙지 않은 PC방에서의 한 바탕 떠들썩한 게임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7주 만에 돌아왔다기보다는 바로 지난 주에 했던 걸 이어서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이 무한 게임으로 이어진 이른바 ‘대결 하나마나’ 특집은 그 7주 간의 정상화 기간에 방영됐던 ‘레전드 특집’에서 그들이 그 휴지기 동안 함께 모여 게임을 하곤 했었다는 그 사실의 연장선 위에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PC방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별 대단한 미션을 하는 것도 아닌 그저 게임 한두 판을 하는 것임에도 <무한도전>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PC방의 게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회원가입 하나 하는 것에도 열을 올리는 장면이 그렇고, 게임에 돌입해서는 차츰 몰입해가는 모습들이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치 예열을 하는 듯 그렇게 서서히 달궈진(?) <무한도전>의 분위기는 오락실 게임으로 이어졌다. 스트리트 파이터를 하며 양세형의 ‘아도겐 공격’에 굴욕을 당하는 유재석과 하하의 모습이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고, 편을 나눠 본격 팀 대결로 벌어진 인형 뽑기에서 의외로 박명수가 맹활약을 하는 모습 역시 <무한도전> 특유의 소소한 대결에 열폭하는 광경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양세형이었다. 다른 MC들에 비해 게임에 능숙한 그는 끝없는 깐족거림으로 다른 이들을 자극했고 그것이 무한 대결에 불을 붙였던 것. 이 과정에서 유재석은 연전연패하는 모습으로 박명수는 의외의 실력으로 연전연승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줄 수 있었다. 

한 번이라도 이기려는 유재석은 볼링장에서 초반 승기를 잡은 듯 했으나 갑자기 스페어 처리를 척척 해내기 시작한 박명수에 의해 덜미가 잡혔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이어진 부르마블 게임에서도 초반 잘 나가던 유재석 팀은 결국 후반에 상대편 함정에 계속 빠지면서 파산에 이르렀다. 패배의 벌로 발 싸대기를 맞은 유재석이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며 계속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는 장면은 이렇게 소소했던 시작이 향후 얼마나 일을 크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마저 갖게 만들었다. 

사실 새로 돌아왔다면 무언가 대단한 걸 보여주려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전혀 그런 무리수를 쓰지 않았다. 그저 늘 하던 대로 소소하게 시작했고 그래서 전혀 무리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소소한 아이템마저 충분히 재미있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7주 만에 돌아와 슬슬 해도 빵빵 터지는 ‘대결 하나마나’ 특집. 이것이 <무한도전>의 11년의 공력이 담겨진 저력이 아닐까. 정상화된 <무한도전>이 돌아왔다.

게임에 집착하는 동안 ‘1박2일’이 잃게 되는 것들

“이래도 되는지 몰라. 공원에서.” 아마 자신들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원에서 팬티까지 벗고 있는 것이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경남 통영에서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이 이른바 ‘옷벗기 강강술래’ 게임을 하면서 생긴 일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순신공원에서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은 배(먹는 배)와 점심식사를 걸고 옷을 더 많이 벗어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을 했다. ‘노출왕’으로 불리는 김준호는 수건으로 가린 채 팬티까지 벗었다. 

'1박2일(사진출처:KBS)'

“창피하다. 동네 주민들도 계시는데.” 한편 김종민, 정준영, 윤시윤은 같은 시간 서피랑 99계단에서 입고 있던 옷들을 벗어 이어 붙여 커다란 원을 만들었다. 그들 역시 팬티만 남기고 남김없이 옷을 벗으면서도 어딘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건 다름 아닌 공공장소가 아닌가. 제아무리 방송 중 게임이라고 해도 너무 과했다는 건 그들도 느꼈을 대목이다. 이들의 노출로 인해 이순신공원과 서피랑 99계단의 풍광들은 퇴색되어 버렸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잠시 후 두 팀은 스마트폰 화상 전화로 통화를 하며 이 게임에 얼마나 걸 것인가에 대한 베팅을 했다. 그런데 데프콘은 장난삼아 자신들이 얼마나 벗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팬티까지 벗고 수건으로 중요부위만 가리고 있는 김준호의 수건 안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상대팀은 헛웃음을 짓고 김준호는 이거 찍히는 거 아니냐며 화를 냈다. 그건 장난처럼 진행된 것이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준영이 여자친구와의 사적인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되었다 복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상황이다. 너무 경솔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이순신 공원에서 옷을 벗은 채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은 농담을 했다. 그 곳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금지한 푯말에 ‘노출금지’라는 새로운 항목이 생길 것이라고. 제작진은 그 농담을 또한 친절하게 보여주기 위해 ‘노출금지’ 푯말을 CG로 편집해 집어넣었다. 제작진들도 그것이 ‘금지 항목’이 될 정도로 볼썽사나운 일이라는 걸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그것이 버젓이 방송에 나왔다. 

결국 팬티까지 벗었지만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은 게임에서 졌다. 그러자 차태현이 “역시 올인은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고, 김준호는 “왜 그랬을까” 후회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상황이 오면 또 하게 된다”는 말이 덧붙여졌다. 물론 거기서 무엇을 지목해 이런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다분히 그 이야기의 뉘앙스는 ‘도박’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 ‘배’를 걸고 하는 게임 자체가 도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기도 했다. 공공장소에서 팬티까지 벗고, 매번 후회하면서도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과연 주말 가족들이 둘러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적절했을까. 그것도 하필 김준호의 입에서?

어째서 <1박2일>은 이런 무리수를 내보내게 된 것일까. 그건 지나치게 게임에 몰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준호가 던진 그 말은 사실 <1박2일>에도 그대로 해당되는 후회다. “왜 그랬을까.” 웃음을 주겠다고 복불복 게임을 하는 것까지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거기에 너무 경도되어 수위를 넘겨버리는 순간 <1박2일>은 본래 갖고 있던 정감이나 토착적인 색깔, 여행이라는 본질을 잃어버린다. 게임에 빠져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 

<1박2일> 제작진은 이번 이 방송분을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과도했는지 그래서 무엇이 본질을 흐트러트리고 무엇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는가를 하나하나 점검해봐야 한다. 이게 무슨 문제냐며 재밌지 않느냐고 강변하는 듯한 방송 편집을 보면 제작진 역시 이 과도해진 게임에 둔감해져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 집착하는 동안 <1박2일>이 잃게 되는 것들을 다시금 고민해 봐야할 시점이다. 저지르고 후회하는 걸 반복하지말고.

‘피고인’, 고구마 전개에도 시청률 유지하는 까닭

이번에는 박정우(지성)가 묻어놨다는 캐리어다. 박정우가 기억해냈다는 캐리어를 묻은 장소를 처남인 윤태수(강성민)가 결국 찾아냈다. 윤태수는 그 캐리어 안에 박정우 딸 시신이 들어 있는 것으로 믿고 있지만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의 5회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 캐리어를 열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오열하는 윤태수의 모습이 그려졌다. 

'피고인(사진출처:SBS)'

이런 엔딩은 결국 다음 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 것인가가 향후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결정적인 흐름의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알 수 없는 사건으로 인해 기억을 잃어버린 박정우가 기억을 찾아나가는 과정과도 동일하다. 박정우는 징벌방 바닥에 자신이 기억을 잃기 전 새겨 둔 단서를 혼자 읽고는 지워버린 신철식(조재윤)에게 그 글자를 알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신철식은 한 가지씩 요구를 들어줄 때마다 하나의 글귀를 알려줄 뿐이다. 

그렇게 알게 된 단어가 젊은 시절 애칭으로 아내에게 불리던 ‘박봉구’라는 이름과 ‘벨소리’ 그리고 ‘16K’다. 거의 한 회에 한 단어씩만 가르쳐주고 있어 답답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던져진 단어 하나는 여러 추측들을 가능하게 한다. 그 ‘16K’라는 단어는 마침 등장한 하연이의 몸무게 17kg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박정우의 친구이지만 ‘벨소리’의 주인공이었던 강준혁(오창석)이 인멸한 16번째 증거인 ‘녹음되는 인형’일 수도 있다.

한 회에 하나씩의 떡밥을 던지고 다음 회에 그 떡밥이 무엇을 물고 있는가를 알려준 후 또 다른 떡밥 하나를 던진다. 이건 현재 <피고인>이 드라마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전개가 답답하긴 하지만 한 번 보면 다음 회를 안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고구마 전개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피고인>은 시청률이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지난 회에도 ‘벨소리’라는 단서가 주어지고 아내와 딸이 살해되던 날 새벽 찾아온 강준혁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은 그가 모종의 음모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뉘앙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 회에 그가 자신이 용의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날 새벽 찾아간 박정우의 집에서 목소리를 녹음하게 됐던 그 인형을 은폐하는 장면이 나갔다. 그는 진짜 박정우를 함정에 빠뜨린 인물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이 용의자가 되는 걸 피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일까. 

<피고인>은 현재 박정우의 기억이 그러한 것처럼 거대한 어둠 속에서 손을 내뻗어 가까이 있는 하나씩을 직접 만져가며 단서 하나씩 모아가는 중이다. 그래서 이 단서들이 나중에 모여 커다란 퍼즐이 완성될 때 드디어 박정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계속 되는 떡밥과 고구마 전개에서 조금은 숨통을 틜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마치 <피고인>은 드라마와 시청자가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가 어떤 문제를 내면 시청자는 그걸 유추하고 다음 회에 그 답과 새로운 문제가 제시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언제까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문제가 계속 제시될수록 그 긴장감은 오히려 흩어질 수도 있고, 진실에 접근해가는 그 본질을 흐리는 문제가 나오기라도 하면 시청자들은 자칫 더 이상 고구마를 먹지 않으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언제까지 하나씩 던져주는 떡밥을 시청자들이 버텨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되고 있다. 물론 그 결과는 박정우가 억울한 누명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드라마를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과가 아닌 과정이 더 중요해진다. 고구마와 떡밥이 납득할만한 논리적 과정을 통해 전해지지 않는다면 <피고인>은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캐릭터에 여행 더한 <신서유기3>, 상상초월 놀이 한 판

 

대체 왜들 이러는가.’ tvN <신서유기3>가 중국 계림에서 벌인 첫 번째 기상미션에는 이런 제목이 붙었다. 아침 8시 이후에 미션이 시작된다고 전날 나영석 PD가 얘기했지만 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7시가 되기 전부터 일어나 스스로들 기상미션을 수행한다. 6명 중 3명만 아침으로 나올 완탕을 먹을 수 있다는 말 한 마디에 은지원은 다른 방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문을 잠가버리고 안재현과 강호동은 가까스로 문을 열고 나와 역습을 가한다.

 

'신서유기3(사진출처:tvN)'

뒤늦게 일어난 송민호가 잠긴 방문 대신 창문으로 나오자, 이수근과 은지원은 아예 숙소 바깥으로 나가 그 대문을 철사로 잠그려 한다. 그걸 알아차리고 송민호와 안재현도 문밖으로 나오고 뒤늦게 문이 잠기는 걸 본 강호동은 얼굴을 내밀다 문틈에 머리가 끼어버린다. 가까스로 빠져나온 강호동이 괜스레 달리는 척 하자 모두들 어딘지도 모른 채 달려가고, 놀랍게도 우연히 당도한 주차장에서 그들은 버스를 발견하고 올라탄다.

 

대체 왜들 이러는가라는 제목이 붙은 건 당연하다. 미션 자체가 제시되지도 않았는데 도무지 밑도 끝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뛰고 달리는 그들에게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이언 버전의 손오공 분장(?)을 하느라 뒤늦게 나온 규현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면서 이 알 수 없이 뛰고 또 뛰는 기상미션에 참여한다. 그런데 이 미션의 끝을 보면 결국 선택에 의한 복불복이다. 두 개의 버스로 3명씩 나눠 탄 그들에게 9시 쯤 어슬렁어슬렁 나타난 나영석 PD는 한 버스에 올라탐으로써 그 버스에 탄 3명의 승전보를 알린다. 이 버스에 탄 규현, 은지원, 안재현이 완탕으로 먹으러 갈 때, 나머지가 탄 버스는 아침도 못 먹고 답사를 하러간다.

 

이 아침 기상미션은 <신서유기3>라는 나영석 PD표 예능 프로그램이 얼마나 출연자에게도 또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게 됐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속고 속이고 뛰고 달리는 뜬금없는 기상미션을 하는 것에 대해 출연자도 시청자도 그다지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미 <신서유기>도 시즌3를 했지만, 이런 식의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복불복은 <12> 시절부터 지금껏 익숙한 것들이다. 그래서 이런 익숙함은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거두절미하고 게임에 들어간다고 해도 새로 들어온 규현이나 송민호 모두가 쉽게 동화될 수 있게 됐다.

 

그러고 보면 이들은 중국 계림으로 떠나긴 하지만 그 목적이 따로 없다. <12>이나 <꽃보다 청춘> 같은 시리즈의 주목적은 여행이다. <삼시세끼>는 여행보다는 시골 살이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신서유기3>는 그 목적이 무엇일까. ‘서유기라는 중국 고전을 끌어옴으로써 그 목적지를 중국으로 정해놓고 있지만 <신서유기3>의 목적이 여행이라고만 말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하다. 게다가 이들은 서유기혹은 드래곤볼캐릭터를 가져와 분장을 시킨다. 이런 분장은 일반적인 여행과는 <신서유기3>가 다른 목적을 갖고 있다는 걸 분명히 해준다.

 

그건 바로 놀이다. 이들은 아예 시작부터 대놓고 놀이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고, 중국의 어느 지역을 놀이의 장소로 정한 것이며 심지어 그 놀이 속에서 캐릭터까지 설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놀이에 중국이라는 낯선 여행지가 덧붙여지고 거기에 서유기의 캐릭터까지 더해지면서 평시에는 하기가 쉽지 않은 놀이들이 가능해진다. 물론 <무한도전>은 서울 도시 한 복판에서도 캐릭터 분장을 하며 대로를 활보하기도 했지만, <신서유기3>는 그래도 여행이라는 현실에서 살짝 벗어날 수 있는 틈을 벌려주고 거기에 캐릭터까지 부여해줌으로써 놀이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니 이제 왜 이들이 낯선 계림의 한 공간에서 새벽부터 일어나 뛰고 또 뛰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가가 이해가 된다. 또 그들의 이상한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게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핵심은 여행에 캐릭터를 더하고 아예 목적을 즐거운 놀이로 정해놓은 것이다.

 

이것은 <신서유기3>가 가진 색다른 나영석 PD표 예능의 또 다른 버전이다. 여행이라는 바탕 위에 서 있지만 <꽃보다> 시리즈가 해외 배낭여행의 진수에 방점을 찍고, <삼시세끼>가 시골살이를 통해 우리네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라면, <신서유기3>는 캐릭터 놀이를 더해 아잇적 순수한 즐거움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이다. 다음 날 출근할 일에 한껏 무거워진 마음을 잠시 동안 잊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의 세계로.

프로그램의 문제, 출연자 바꾼다고 되지 않아

 

이번에 출연진 교체 문제로 불거진 SBS <런닝맨> 사태는 결국 명분 있는 종영으로 가닥을 잡았다. 즉 현재의 멤버 전원이 함께 오는 2월 종영까지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다. 본래 강호동이 새롭게 투입되고 김종국과 송지효가 하차하는 구도로 가려던 제작진의 계획은 국내외 팬층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해 지금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사태는 진정됐지만 이번 <런닝맨> 사태는 향후 많은 프로그램들이 생각해야할 지점들을 남겼다.

 

'런닝맨(사진출처:SBS)'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하게 드러난 건, 잘 나가던 프로그램이 어떤 위기에 처하게 됐을 때 그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이다. <런닝맨>의 문제는 출연자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제작진의 문제가 더 컸다는 걸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즉 한 때는 그래도 게임 예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참신한 기획들이 시도되면서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했던 프로그램이 바로 <런닝맨>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능력 특집이나 셜록 홈즈를 연상케 하는 추리 특집같은 것들은 <런닝맨>이 아니면 보기 힘든 기획들이었다. 또한 초반에 반전에 반전을 이루던 스파이 콘셉트의 이름표 떼기가 주던 긴박감은 또 어땠는가. <런닝맨>이 호평받고 시청자들의 열광을 얻어냈던 건 이런 참신한 시도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런닝맨>은 게스트 출연에 의지한 단순 게임의 반복으로 마치 과거 <명랑운동회>로 돌아간 듯한 단순함을 보였다. 물론 주말 예능이기 때문에 보편적 시청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이지만 바로 그런 점이 이 프로그램을 매너리즘에 빠뜨렸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에서의 인기가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생존이 어려웠을 프로그램이라는 것.

 

결국 문제는 제작진에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소재와 아이템 개발로 넘어야 될 이 문제를 출연진 교체로 하려던 시도는 그래서 애초부터 잘못된 선택이다. 멀쩡하게 잘 하고 있는 김종국과 송지효의 하차 소식은 그래서 시들해졌던 팬들마저 들끓게 만들었다. 물론 유재석-강호동 2인 체계가 그 자체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구도라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런닝맨>이라는 특유의 특성 자체를 뒤집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 아무리 변화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이라도 판 자체를 엎는 건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오며 정들었던 출연자들이 아닌가.

 

이번 사태가 또 하나 상기시키는 것은 예능 프로그램을 이끄는 건 역시 더 이상 유명 MC가 아니라 제작진이라는 사실이다. PD가 좋은 선택을 하면 좋은 프로그램이 계속 유지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제 아무리 유명한 MC가 출연한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런닝맨> 사태가 결국 제작진의 문제로 불거졌다는 점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PD의 선택 하나가 얼마나 중요해졌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말해주고 있는 한 가지는 결국 시청자.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가 제작진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는 건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제작진들은 그 과정에 있어서 출연자나 시청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했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과정이다. 과정이 어긋났다 여겨지면 제 아무리 좋은 그림이라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작금의 사정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또한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이 7년 가까이 달려온 그 과정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반증해 보여준 결과가 되었다. 그동안 비판이 많았지만 그래도 팬층은 분명히 존재했으며 그래서 이런 잘못된 변화의 시도에 그 모습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런닝맨>이 그간 우리네 예능사에서 어떤 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건 분명하다. 2월 종영까지 그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내기를.

<천하장사>, 전통시장 살린다면서 3분의2를 게임만?

 

JTBC의 새 예능 <천하장사>는 여러모로 강호동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이다. <천하장사>라는 타이틀이 그렇다. 강호동이라는 씨름 천하장사 출신 MC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나선 장사의 의미가 담겼다.

 

'천하장사(사진출처:JTBC)'

대형마트들로 인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그 취지는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부산으로 달려가 초량전통시장에서의 한 바탕을 선보인 첫 회는 많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물론 2회에 본격적으로 초량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는 건 예고편에서 이미 드러난 바다. 그래서 첫 회에는 출연진들을 소개하고 그 시장을 찾아가는 이야기 정도가 그려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천하장사>의 첫 회는 너무 서설이 길다는 느낌을 주었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고 나섰으면서 부산에 내려가 강호동과 MC들이 한 일은 방송분량의 3분의2를 미션이라는 명목 하에 게임을 한 것이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본격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들어가기 전에 하는 이런 게임들이 불필요하다는 건 아니다. 결국 취지도 좋지만 우선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하는 것이 예능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천하장사>3분의2를 채운 미션들이 어디서 많이 봤던 것들이라는 점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상당부분 상쇄시키는 것이었다.

 

지도를 주고 시장을 찾아가는 미션은 <런닝맨>에서 수도 없이 했던 것들이고, 사진을 주고 특정 장소를 찾아가 똑같이 찍어오라는 미션 역시 <12>에서 여러 차례 했던 게임이다. 두 팀으로 나뉘어 차를 타고 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그대로 따서 <런닝맨>에 붙이면 <런닝맨>이라고 해도 모를 정도로 차별성이 없었다.

 

그렇게 3분의2를 어디서 본 듯한 게임으로 채워 넣은 후 드디어 찾아간 초량전통시장에서의 풍경 역시 어디선가 많이 봤던 그림들이다. 나영석 PD가 여러 차례 보여줬던 풍족한 자금으로 시장 곳곳에서 맛난 음식을 배가 부르도록 먹는 팀과 돈이 부족해 조촐해질 수밖에 없는 팀의 비교. 어김없이 강호동의 특기인 먹방도 빠지지 않았다. 그 짧은 장면들은 <6시 내고향>에서 그토록 많이 했던 시골 장터 가는 콘셉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래서 전통시장을 살리는 <천하장사>가 될 수 있을까. 물론 그 각각의 미션들이나 게임들은 그것이 처음 시도된 것이라면 주목할 만한 재미를 주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여기저기서 했던 것들을 모아 놓고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적인 면들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한다면 <천하장사>의 그 좋은 취지 역시 무색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 회이니만큼 시행착오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건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천하장사>만의 색깔을 살려내야 한다. 전통시장 하면 떠올리는 그림들이 있다. 그것을 벗어나야 <천하장사>가 살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천하장사>의 좋은 취지는 오히려 퇴색될 수 있다. 그 많은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에 편승하는 프로그램이 돼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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