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빵생활’, 작품도 좋지만 운용도 현명하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9.1%(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10%를 넘겼다. 지난 21일 7.9% 시청률에서 이처럼 훌쩍 뛰어오른 건 연말을 맞아 한 주 간의 휴방이 가져온 효과다. 워낙 관심이 높은 드라마인지라 한 주 쉰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의 원성도 높았지만, 그 한 주의 기대감이 증폭되어 새해에 다시 방영된 11회에는 더 많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11회의 내용을 보면 그간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흘러온 이야기 구조에서 크게 달라지거나 튀거나 한 부분은 없다고 보인다. 늘 그래왔듯이 감방에 들어온 인물들의 이야기가 뒤편에 깔리고 웃음과 감동 그리고 긴장감이 병치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던 것. 이 날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적이었던 건 제혁(박해수)의 어깨를 찔렀던 똘마니(안창환)가 같은 감방으로 들어오며 대놓고 위협을 하는 상황과, 이를 막기 위한 감방 동기들의 노력이었다. 

감방생활에 너무 잘 적응하고 있는 주인공 제혁에 위기감을 끌어올려주고 따라서 드라마에도 긴장감을 다시 만들어주는 역할로서 똘마니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적절한 순간에 등판했다고 보인다. 그 위기 속에서도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들어왔다는 무기수의 아픈 속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소각장에서 제혁 대신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구출된 무기수는 윤간당해 죽은 딸 곁으로 가겠다며 왜 자신을 살렸냐고 오열했고, 그 무기수에게 제혁은 찔레꽃을 선물하는 훈훈한 장면도 이어졌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한 주를 쉬게 된 건 다름 아닌 연말이라는 특수한 시간대 때문이지만, 그 한 주의 휴방은 여러모로 ‘신의 한수’가 된 면이 있다. 그것은 기대감을 높여준 차원도 있지만, 지금껏 흘러오던 드라마 제작에도 일종의 브레이크 타임으로 작용한 면도 있다. 우리네 드라마 제작의 여건상 급박하게 흘러가기 마련이고, 누적된 노동의 피로감도 중반을 넘기면 훨씬 가중되기 마련이다. 이런 시점에 적절한 휴지기를 갖게 된다는 건 제작자들에게는 보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서도 또 제작여건을 위해서도 천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것은 시청자들을 위한 휴지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한 주 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중반을 넘어오며 어느 정도 패턴화 되기 마련인 드라마의 흐름을 한 번 끊고 가는 것으로 조금은 새롭게 드라마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쉬는 그 한 주에 그간의 줄거리들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그 뒷얘기를 더해 새로운 시청층을 유입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그저 천운일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신원호 PD는 지난 <응답하라 1988>에서도 똑같은 휴지기를 가진 바 있다. 공교롭게도 연말에 배정된 이 드라마는 2015년 12월 26일 16회를 방영하고 다음 주 한 주를 휴방했다가 이듬해 1월 8일 17회를 방영한 바 있다. 물론 그 때는 연말이 아니고 연초였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위해’ 휴방을 결정했던 것. 그 때는 결과는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17회에 15%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18회에 17%로 훌쩍 뛰었다. 휴지기를 통한 보다 공고한 완성도를 추구한 결과다.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1997>이 여름에 방영된 이후,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 그리고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연말연시에 드라마가 배정되었다. 그래서 그 연말연시의 분위기에 적절히 동승해 필요하다면 한 주 쉬어가는 운용을 통해 드라마의 완성도도 높이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금 집중시키는 효과를 거두어갔다. 실로 완성도 높은 작품은 물론이고 ‘슬기로운’ 드라마 제작 운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김태호 PD 파업 참여에 결방쯤은 괜찮다는 ‘무도’팬들

“웃기기 힘들다. 사람들 웃기는 방송 만들려고 예능PD가 되었는데 그거 만들라고 뽑아놓은 회사가 정작 웃기는 짓은 다 한다.”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MBC 예능PD들이 내놓은 파업 성명서에는 MBC에서 예능PD로 산다는 것의 고충들이 절절히 담겨져 있다. 그 고충들의 세세한 내용들은 이런 것들이다. 

'김태호PD(사진출처:MBC)'

“아무리 실력 있는 출연자도 사장이 싫어하면 못 쓴다.” “노래 한 곡, 자막 한 줄까지 간섭한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아무리 시청률을 잘 뽑아도 멀쩡히 하던 프로그램 뺏긴다.”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검열하고, PD가 아니라 노예가 되라 한다.” 한마디로 시시콜콜하게 검열하고 사장 입맛에 맞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없애버리기도 한다는 것. 

게다가 출연료 얘기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제작비를 깎으면서, 사장님 귀빈 모시는 행사에는 몇 억씩 쏟아 부으며, 신입 공채는 막고 경력 공채는 기습적으로 하며 경력 PD들은 노조 가입도 못하게 방해한다. 시사교양국을 없애고 기자, 아나운서를 내쫓는다....

사실 이 정도의 일들이 줄줄이 벌어졌다는 건 정상적인 방송사라고 보기 힘들다. 그간 많은 이들이 한직으로 물러났고 버티다 퇴직했으며 어떻게 남아있는 이들은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더 이상은 이렇게 지낼 수 없다는 의지가 MBC 예능PD들이 내놓은 파업 성명서에는 고스란히 느껴졌다. 

MBC 예능을 대표하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사실 대중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MBC에 남은 애정이라고는 <무한도전> 하나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프로그램의 수장인 김태호 PD가 총파업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서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당연히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 다음 주부터는 촬영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대로 파업에 돌입하면 지난 MBC 총파업 때처럼 결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주 챙겨보는 팬들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게다. 

하지만 지난 총파업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팬들은 김태호 PD의 용기 있는 선택에 지지와 응원의 뜻을 전하고 있다. 결방쯤은 괜찮다며 기꺼이 기다리겠다고 한다. 나아가 이런 힘 있는 방송이 파업에 동참해야 효과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무한도전>이 다시 시작하는 날까지 잠시 MBC 채널을 지우겠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MBC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한도전> 결방도 환영한다는 것.

사실 <무한도전>이 이런 절대적인 팬덤의 지지를 받게 된 건 프로그램만 잘 만들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참여 같은 프로그램 외적인 행동들 역시 팬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총파업 참여에 대한 지지가 나오는 것은 MBC의 현 상황이 얼마나 처참하게 비뚤어져 있는가를 대중들 또한 공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발 이번 기회를 통해 예능PD들이 마음껏 웃길 수 있는 그런 방송국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는 뜻.

결방에 뿔난 시청자들, 스포츠중계보다 본방?

 

과거 본방이 취소되고 대신 스포츠중계를 하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외국팀과 하는 국가대항 스포츠 경기의 경우 그건 심지어 당연한 일로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진 것 같다. 스포츠중계로 인해 결방된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이 방송사에 항의하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애인있어요(사진출처:SBS)'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지난 8<프리미어12> 중계방송으로 결방되면서 의외로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항의를 받은 바 있어서인지 SBS측은 애초에 <웃찾사>를 결방시키고 야구중계가 끝나고 나서 <8뉴스><애인있어요>를 방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과의 경기가 연장으로 돌입하면서 결국 결방을 결정하게 되었다.

 

사실 지난 주의 사례도 있었고 SBS측의 사전 공지도 있었기 때문에 <애인있어요> 시청자들은 야구가 끝나고 조금 늦은 시간이라도 방영될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결방이 자막으로 통지되자 기다린 만큼의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난 11일에는 <프리미어12> 예선 2차전 한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경기가 생중계되면서 <돌아온 황금복>,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 결방되었다. 대신 11시부터 지진희, 이지아 주연의 단막극 <설련화> 1~2부가 뜬금없이 방영되어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지난 1014일에는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야구중계로 인해 MBC <그녀는 예뻤다>가 결방되었다. 역시 후폭풍은 거셌다. 시청자게시판과 인터넷에는 결방을 성토하는 팬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방에 대한 아쉬움은 2회 연속 방영을 해달라는 요구로 이어지기도 했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과거에도 늘 있어 왔던 스포츠 중계와 결방이 왜 최근 들어서는 이토록 거센 항의에 직면하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다분히 달라진 시청자들의 시청패턴이 깔려 있다. 스포츠 중계는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하라는 시청자들의 요구는 이제 고정적으로 편성된 프로그램에 스포츠 중계 같은 이벤트가 과거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걸 말해준다.

 

사실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는 한때는 마치 국가적인 이벤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었다. 마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빼놓지 않고 다 봐야하는 것처럼 인식되었고 그래서 방송3사가 똑같은 중계를 내보내는 것도 그리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획일적인 방송 행태에 시청자들의 불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스포츠 경기를 국가적 이벤트로 바라보던 시각이 이제는 하나의 취향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즉 누군가는 관심 있을지 모르나 그렇다고 자신도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스포츠 중계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던 드라마가 결방되는 것에 대해 그저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게된 것일 게다.

 

물론 이것이 모든 프로그램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애인있어요><그녀는 예뻤다> 같은 확실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웰메이드 드라마들이기 때문에 결방에 대한 아쉬움은 그만큼 더 큰 후폭풍으로 이어지는 것. 결국 화제성은 그 어느 드라마보다 높지만 시청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애인있어요>는 결방이 가치를 증명해내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 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과거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제아무리 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열려도 저마다 각자의 취향대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걸 찾아보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스포츠 이벤트에 밀려 결방된 드라마에 대한 이 정도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번엔 KBS다. KBS의 새 노조는 공정방송을 위한 위원회 설치와 임금협상 등을 놓고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이로써 이 노조에 참여하고 있는 PD들의 해당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방송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말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은 물론이고 '천하무적 야구단'은 이번 주에 하이라이트를 대신 내보낼 예정이다. 또한 드라마 PD들 역시 파업에 참여한 만큼 파업이 장기화되면 드라마 방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당장 오는 5일 첫 방영되는 '구미호, 여우누이뎐'이나, 주말극 '결혼해주세요'는 파업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방송가는 유난히 편성에 차질이 많았던 시기였다. 천안함 사태로 한동안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개점 폐업 상황을 맞이했다. 국민적 추도 분위기 속에서 방송은 웃음을 잃어버렸다. 특히 '개그콘서트' 같은 경우 거의 한 달 간 방영되지 않음으로써 심지어 개그맨들이 생활고를 토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MBC 노조의 총파업은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에 의해 임명된 신임 사장 김재철씨에 대한 불신임으로 일어났다. 이로써 '무한도전' 같은 M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들을 우리는 한동안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월드컵. SBS의 단독중계로 인해 월드컵 채널화 되어버린 SBS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들은 거의 한 달 여간 결방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KBS가 파업에 들어갔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장기 결방은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불이익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결방에 대해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했던 것은 아니다. 사안에 따라서 결방의 이유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것을 지지하기도 했다. 천안함 사태로 인한 예능 결방은 초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결방이 장기화되면서 왜 유독 예능만 직격탄을 맞아야 하는가 하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은 결방시키면서 코미디 영화는 대체 편성됐던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비판받았다.

MBC의 파업에도 많은 시청자들은 비판보다는 지지의 뜻을 밝혔다.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프로그램은 진정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공감대 위에서 시청자들은 MBC의 파업에 그다지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한편 SBS의 월드컵 단독중계로 인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결방에 대해서 시청자와 제작진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수현 작가는 이것을 '테러'라고 지칭하면서 SBS의 '엿가락 편성'을 강하게 비판했고, 많은 이들은 이에 공감을 표했다.

MBC의 파업에 많은 시청자들이 지지의 뜻을 밝힌 것처럼 이번 KBS 노조 파업에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이번 대선을 통해서도 민심이 드러난 것처럼, 정권의 방송 장악으로 추정되는 일련의 행보들에 대해 대중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어쨌든 올 상반기 방송사의 편성표는 사상유례가 없는 파행으로 점철된 인상이다.

MBC 파업과 ‘무한도전’ 결방, 왜 지지받을까

토요일 저녁, 우리는 ‘무한도전’이라는 세상에서 웃고 울었다. 그 세상에서는 어딘지 평균 이하인 인물들이,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낮은 위치를 확보하자, 그 눈높이는 서민들에 맞춰졌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모습은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위무해주기도 했고, 때론 공감의 눈물을 흘리게 했고, 때론 희망을 갖게도 만들었다. TV 속 오락 프로그램은 그렇게 현실 바깥으로까지 손을 뻗었다. 그들의 세상은 언제부턴가 리얼이 되었고, 따라서 그 ‘무한도전’에서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은 세상을 바꾸어가는 작은 힘이 되었다.

그 도전들을, 그 작은 힘을, 희망의 작은 상징을, 벌써 6주째 못보고 있다. 파업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일일까. 계속된 결방으로 시청자들이 주말의 즐거움을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무한도전’ 결방에 대해 지지를 표하고 있다. ‘무한도전’의 결방이, 아니 MBC의 파업이 정당하며, 그 파업이야말로 시청자들의 진정한 볼 권리를 얻게 해줄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미 타협을 통해 통제 속에서 만들어지는 ‘무한도전’은 더 이상 진정한 ‘무한도전’이 아니라는데 합의하고 있다. 그러니 ‘무한도전’의 결방은 진짜 ‘무한도전’을 위한,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약속을 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그 작은 권력을 이용해 약속을 깨버리는(게다가 거기엔 늘 외압의 흔적이 존재한다) 80년대식 이미 식상한 트렌디 드라마 같은 이야기. 왜 파업이 결정되었고, 왜 그다지도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가는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은 이야기일 것이고, 관심을 아직 갖지 못한 분들에게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할 정도로 낯선 이야기일 것이다. 관심과 무관심 사이의 거리는 그만큼 멀다. 지금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제대로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공영방송사가 한 달 넘게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 조용한 걸까.

처음에는 천안함 사태로 묻혀 졌고, 이대로 가다보면 곧 있을 지방선거와 월드컵으로 또 묻혀질 가능성도 높다. 그러니 MBC의 파업은 이슈화가 되지 않으면 오히려 정부가 바라는 바가 될 거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지방선거 같은 중요한 사안에 MBC의 공백은 실로 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련의 상황들을 늘어놓고, MBC에서 벌어진 일들을 끼워 맞춰보면 마치 잘 짜여진 대본을 보는 것만 같다.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MBC 노조측이 파업의 잠정 중단을 고민하는 이유는 이처럼 잘 짜여진 대본의 흐름대로 흘러가지 않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무한도전’이 작금의 MBC 파업에 있어서 상징적인 존재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는 언론들 속에서, 대중들이 MBC 파업을 실감할 수 있는 것으로 ‘무한도전’의 공백만큼 큰 게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한도전’이 지금껏 해왔던 정신들, 즉 불가능해보여도, 끝까지 도전하고, 최고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하는 그 정신은, 현 MBC 파업 속에 깃든 정신과 맞닿아 있다. 누군가의 통제 속에서 과연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방영되고 또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까.

파업의 와중에도 ‘검사와 스폰서’라는 민감한 사안을 방영한 ‘PD수첩’에서, ‘무한도전’의 그 도전정신을 보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잘 짜여진 대본, 낙관적으로만 보이지 않는 상황. 그것이 무슨 상관일까. 본래 ‘무한도전’은 그 짜여진 대본 바깥으로 나와 도전함으로써 그 정체성을 만들었던 존재가 아니었던가.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최고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했기에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게 아니었던가. ‘무한도전’의 정신은 지금껏 MBC를 버티게 해준 그 힘을 그대로 닮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업으로 ‘무한도전’은 결방되고 있어도, MBC의 ‘무한도전’은 끝나지 않고 있다고.

예능 장기 결방이 남긴 후유증들

천안함 사태로 인해 예능 프로그램이 거의 한 달째 결방되었다. 26일부터 29일까지 장례식이 치러질 예정이어서, 파업 중인 MBC를 제외하고 KBS나 SBS는 이번 주말부터 예능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방영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우리네 젊은이들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애도하는 마음을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과 연결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존재한다.

먼저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이 애도하는 마음 자체를 해칠 만큼 무의미하고 몰가치한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힘겨운 현실에 예능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웃음은 그 자체로 공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억압을 웃음이라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웃음 속에 들어가는 풍자정신이나 사회비판적인 요소들은 갑갑한 세상에 작은 숨통을 트이게 해준다는 점에서 건강하다.

게다가 작금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웃음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무까지도 함께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과거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났을 때만 해도, 저마다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현지로 내려가 태안 살리기에 동참하는 내용을 방영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KBS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은 국내의 숨겨진 여행지를 발굴하고, 또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오지를 조명해준다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다. '개그 콘서트'는 개그 프로그램으로서 웃음에 충실하면서도, 특유의 풍자정신으로 사회적인 맥락을 잊지 않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은 비인기 스포츠 종목이나 불경기에 힘겨워하는 서민들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저버리지 않고 있고, 때론 우리 음식을 알리기 위해 뉴욕까지 날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아예 공익을 내걸고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단비'는 국내외를 넘나드는 기부 프로그램이고, '우리 아버지'는 힘겨워도 웃으며 살아가는 우리네 아버지들을 조명해주는 착한 프로그램이다.

사실상 이런 '의미 있는' 웃음을 전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웃음'이라는 그 잣대 하나로 모조로 결방시키는 것은, 웃음이 가진 사회적인 의미를 너무 낮게 바라본 처사라고 볼 수 있다. 혹자들은 이런 비극적인 사태 앞에서 예능 프로그램이 웬 말이냐고 말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의 방영이 TV의 애도 분위기를 해치는 일은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민적인 애도를 반영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할 수 있다. 웃음도 눈물만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형평성 문제다. 단적으로 말해 '개그 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이 거의 5주째 결방된 반면, '승승장구'나 '강심장' 같은 토크쇼나 '우리 결혼했어요2' 같은 프로그램이 방영된 것에 대한 형평성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또 예능은 안 된다고 하면서 코미디 영화로 대체한다거나, 로맨틱 코미디를 담은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상황도 쉽게 납득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개그 콘서트'는 안 되고 '7급 공무원'은 되는 상황, '동이'에서 심지어 왕이 깨방정을 떨며 웃음을 주고, '개인의 취향'에서는 동성애 코드를 활용한 로맨틱 코미디가 말 그대로 빵빵 터지게 만드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처럼 드라마나 (예능을 닮아있는) 교양프로그램은 되면서, 예능 프로그램은 방송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상황은 그 해당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에게만 희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도 역시 형평성 문제를 낳는다. 특히 '개그 콘서트' 같은 경우 몇 주 동안 결방되는 상황 속에서 개그맨들의 힘겨움은 현실 그 자체다. 또한 가수들 역시 음악 프로그램 자체가 방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활동할 무대가 사라져버렸다.

오랜 결방은 또한 프로그램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예능으로 분류되어 있는 시트콤의 경우, 매일 방영되던 것이 몇 주 동안 계속 결방되면서 대중들의 뇌리에서 거의 잊혀져버렸다. 이것은 점점 더 스토리텔링화 되어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도 마찬가지다. 과거처럼 예능 프로그램은 단발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제 연속적인 스토리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박2일'은 봄을 맞아 전국투어를 시작했지만, 잦은 결방으로 그 시의성을 놓쳐가고 있다. 몇 주 결방된 후 방영된 '우리 결혼했어요2'에서는 2월에 찍은 영상이 방영되었다.

이런 기준 없는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은 심지어 다양한 음모론까지 등장하게 만들었다. 유독 오랫동안 결방되어 온 '개그 콘서트'의 경우, 그간 해왔던 풍자개그가 눈엣가시였기 때문이라고도 말하고, 심지어 MBC의 파업으로 인한 방송 프로그램의 결방을, 타 방송사들의 천안함 사태로 인한 결방으로 덮어버리려는 의도라고도 말한다. 나아가 장차 있을 선거에 맞춰 남북 관계의 긴장관계를 높이려는 의도라고까지 말한다. 물론 그것이 사실인지 그저 음모론에 불과한 것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런 추측들을 양산한 것 역시 바로 그 형평성 없는 기준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이런 국민적인 애도가 필요한 시점에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할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국민적인 여론과 그 여론을 읽는 제작자에 달려있다. 이 말은 해외의 사례들, 예를 들어 미국의 911 테러사건이 벌어졌을 때 예능 프로그램들이 결방되었는가, 하는 그런 예시들은 우리의 상황에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전적으로 우리네 정서가 어느 쪽으로 가느냐의 문제이고, 그것을 제작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이다. 따라서 만일 이렇게 제작자들이 여론을 읽은 결과로서 예능이 결방을 결정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예능 제작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웃음이 그다지도 의미 없는 것이라 판단하는 것인가. 좀 더 자신감을 가지면 안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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