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이 가감 없이 보여준 요리·육아에 대한 편견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는 민지영의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위해 함박스테이크를 만드는 모습이 방영됐다. 사실 그 장면은 조금 낯선 느낌을 주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이 특이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요리를 하는 걸 보니 사실상 요리를 하는 건 시어머니였다. 자신이 메인 셰프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야채를 칼로 써는 모습만 봐도 어딘가 불안할 정도였다. 결국 요리의 끝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몫으로 남았다. 민지영의 남편 김형균은 요리를 하는 동안 갑자기 졸립다며 혼자 방에 들어가 낮잠을 잤다. 

그렇게 만들어진 함박스테이크을 민지영은 맛있게 먹으며 사진에 담았다. 그러면서 “시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첫 음식”이라는 것에 큰 의미부여를 했다. 김형균은 “시아버지가 만든 함박스테이크”라는 의미로 “시함박”이라 이름을 붙여 가족들을 모두 웃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시아버지의 요리로 즐거운 한 때를 보낸 가족의 풍경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요리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보였다. 즉 여성들에게 요리는 당연한 것이지만, 남성이 하면 “해주는 것”으로 여기는 편견이다. 물론 시아버지가 요리를 해준다는 것 자체가 기특한 일이긴 하지만, 그걸 이색적으로 여기는 분위기는 여전히 우리네 요리의 의무가 온전히 여성들에게만 부여되어 있다는 걸 에둘러 보여줬다. 

가장 프리(?)할 것 같았던 마리도 시어머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며느리라는 걸 김장을 함께 담그는 과정에서 보여줬다. 물론 각자 일정들이 있어 빠진 것이라고 해도, 김장처럼 몸 쓰는 일이 많은 일을 당연하다는 듯 여성들이 전담하는 건 우리 사회가 가진 요리에 대한 생각들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긴 손톱으로 힘들게 시어머니와 함께 김장을 담그고, 마침 돌아온 시아버지와 수육에 김치를 얹어 같이 먹는 장면은 그래서 단란한 가족의 한 때처럼 보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여성들의 전담 의무가 되어 있는 요리에 대한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육아에 있어서 이런 점은 더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수유 같은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서 그 육아를 온전히 여성의 몫으로만 남기는 건 불합리한 일이다.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원에 있는 김재욱과 그의 아내 박세미는 과연 육아에 있어서 똑같이 그 일을 분담해나갈 수 있을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관찰카메라라는 특징 때문에 우리가 지나치던 일상적 풍경들도 객관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어준다. 며느리들과 그들을 둘러싼 삶의 풍경들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여자가 하면 당연하고 남자가 하면 ‘해주는 것’이 되어 있는 요리나 육아의 세계. 그 편견들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 이상한 풍경의 발견으로 드러내주고 있다.(사진:MBC)

드라마보다 더 설렌다, ‘하트시그널2’의 특별한 관찰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보고 다음 회를 안 본 사람은 없을 듯싶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스튜디오 분량에 등장하는 연예인들보다 관찰카메라가 담아낸 일반 청춘들의 이름들이 더 회자되고, 심지어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누가 누구와 연결될 것인가를 예측하고, 자신이라면 누굴 선택할 것이라는 ‘타입’에 대한 일종의 커밍아웃이 이어지기도 한다. 도대체 이 프로그램의 무엇이 이런 화제를 낳는 것일까.

채널A 예능 <하트시그널2> 이야기다. 이게 과연 종편 채널 프로그램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 프로그램은 지상파, 케이블을 통틀어 가장 진일보한 연애 소재 프로그램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것은 관찰카메라라는 지금의 예능 트렌드 형식을 가장 적확하게 가져와 스튜디오 촬영과 분담해냄으로써, 지금껏 ‘짝짓기 프로그램’이라 비하되던 연애 소재 프로그램을 진화시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트시그널2>에는 모두 8명의 청춘남녀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무뚝뚝해 보였지만 차츰 상냥한 면모가 드러나며 여성들의 호감을 산 한의사 김도균, 앳된 외모에 뇌색미가 더해진 훈남 예비사무관 막내 이규빈, 멍뭉이 스타일로 설득에 능한 스타트업 대표 정재호, 그리고 뒤늦게 합류해 마성의 매력으로 연애 기류의 판도를 바꿔버린 김현우가 남자 출연자들이고, 도회적인 외모에 고급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케터 오영주, 대학생으로서 호응과 리액션이 좋은 풋풋한 미소의 소유자 임현주, 배우지망생으로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송다은에 마지막에 출연한 털털한 성격이 매력인 김장미가 여자 출연자들이다.

저마다의 개성이 확실하고 따라서 매력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첫 만남에서 드러나던 서로의 마음은 조금씩 회가 진행되면서 변화된다. <하트시그널2>가 흥미로운 지점은 ‘시그널 하우스’에서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일상적인 일들 속에서 인물들이 보이는 작은 행동이나 표정을 통해 그들의 마음이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해낸다는 점에 있다. 

이를 테면 초반부에 ‘비밀의 방’ 주인공으로 갑자기 등장한 ‘거침없는 카리스마의 매력’을 가진 김현우가 애초에 존재하던 기류를 변화시키자, 오히려 차분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던 김도균에게 여성들의 마음이 온통 기울어버리는 그런 감정 변화를 프로그램이 제대로 잡아내는 그런 부분들이다. 끌리지만 위험하게 느껴지는 김현우라는 존재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김도균에 여성들이 이끌리는 과정을 <하트시그널2>는 미세한 표정과 여성들끼리의 대화를 통해 끄집어낸다. 

<하트시그널2>가 진화된 형태의 연애 프로그램이라는 걸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은, 이런 디테일한 감정들을 포착해내면서도 동시에 이들의 일상이 인위적인 설정이 최소화된 채 지극히 자연스럽게 담겨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관찰카메라라는 형식을 통해 ‘시그널 하우스’의 남녀들의 일상을 큰 설정 없이 담아내고, 대신 그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그 영상을 보며 인물들의 감정변화를 설명하고 맞춰나가는 스튜디오 분량으로 이원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트시그널2>는 마치 실제로 벌어지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 상황이 전개되지만, 그걸 바라보는 스튜디오의 이른바 연애심리 전문가들(?)이 더해주는 이야기가 일종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에 출연하고 있는 인물 중 이 역할을 가장 잘 하는 인물은 그래서 연예인들보다는 작사가인 김이나와 정신과 의사인 양재웅이다. 이들의 예리한 행동분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출연자들의 행동들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다가 이들이 시그널을 읽어주는 코멘트들은 일종의 ‘연애 코칭’의 정보적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도 프로그램에 중요한 관전 포인트를 만들어준다.

보통 멜로나 로맨스를 얘기하면 떠올리게 되는 건 주로 멜로드라마다. 하지만 <하트시그널2>를 보게 되면 그 어떤 멜로드라마보다 진짜 리얼리티로 벌어지는 남녀 관계의 세밀한 포착을 통해 그려지는 심리의 드라마가 훨씬 드라마틱하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한때는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라는 말이 실전 연애에 약한 이들을 비아냥하는 표현으로 나온 적이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면 이제 이런 말이 가능해질 것 같다. ‘연애를 예능프로그램으로 배웠어요.’(사진:채널A)

'전참시' 방송 파문, 제작진 몰랐다는 게 면죄부 될 순 없다

과연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의 제작진은 사전에 몰랐던 것일까. 예능 프로그램에 세월호 참사 보도 장면이 ‘조미료’처럼 편집되어 들어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보고 또 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 장면이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려는 웃음의 재료로 쓰였다니. 어떤 변명을 해도 상식적으로 결코 납득될 수 없는 일이다.

이 비상식적인 장면은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에 삽입되었다. 마치 속보라도 들어온 것처럼 뉴스 보도 장면에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이 붙여 웃음을 주려 했던 것이었다. 보도 앵커 뒤편에 담겨진 세월호 침몰 장면은 블러 처리되어 있었지만 그 장면이 세월호 참사 보도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하필이면 어묵을 먹는 장면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도 대중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어묵은 일베 일부 회원이 세월호 희생자분들을 모욕하는데 활용됐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대중들은 MBC에 일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이미 해당 장면이 블러 처리되었다는 사실과 일베를 연상케 하는 어묵 장면에 삽입됐다는 점은 제작진이 사전에 알고 한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제작진은 해당 장면을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 받은 것’이라고 했다. 즉 제작진은 그 장면이 세월호 참사 보도 장면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제작진은 사과와 함께 ‘삭제조치’ 그리고 향후 이 문제를 MBC 내부에서 엄밀히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 아무리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 받은 것이라고 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 역시 책임을 모면하기는 어려운 일이 된다. 편집과 자막은 결국 최종 제작진의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선택에는 그 자료의 선별과정 또한 포함되는 일이다. 파문이 커지자 MBC 최승호 사장이 직접 SNS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는 글을 게재했다. 또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유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일베 논란을 일으킨 많은 사건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 바 있다. 그 때마다 방송사들은 내부적인 책임자 처벌과 향후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자체 검증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 검증 시스템은 늘 구멍을 보여왔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렇게 된 건 방송,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자료화면’을 통한 편집이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특히 ‘관찰카메라’ 형식이 이제 대세로 자리 잡은 예능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찍어온 영상을 어떻게 편집하고 자막을 얹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질감의 웃음이 만들어지는 결과를 보이게 됐다. 평범한 장면도 편집을 통한 일종의 ‘조미료 치기’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게 된 것.

문제는 이게 과도해질 때다. 적절한 조미료야 원 재료의 맛을 돋워줄 수 있지만, 아예 조미료만으로 맛을 낼 때는 과한 인위적인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런 조미료에 대한 강박은 이번 사건 같은 말 그대로의 ‘방송 참사’가 빚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건 이제 부수적인 일이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의 성패를 결정짓는 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집과 자막이 사실상 그 프로그램의 생사를 가르는 일이 된 지금, 그 검증에도 그만한 인력과 노력이 투여되고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또한 과도한 편집과 자막에 대한 강박 역시 결국은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지적 참견 시점>처럼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프로그램이라면 더더욱 그렇다.(사진:MBC)

타인의 삶 체험 ‘내방안내서’, 관찰카메라의 새로운 변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스님은 “멈춰야 할 것은 바로 나”라고 말했다. 책 출간 이후 너무 많은 일 때문에 쉴 틈이 없었다는 것. 혜민스님은 SBS 10부작 예능 프로그램 <내 방을 여행하는 낯선 이를 위한 안내서(이하 내방안내서)>에 출연하게 된 이유로 바로 그 ‘멈춤’의 의미를 다시금 꺼내놓았다. 그러니 <내방안내서>는 그렇게 잠시 멈춘 이들이, 그래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체험할 시간들을 담았다. 

'내방안내서(사진출처:SBS)'

<내방안내서>의 아이디어는 ‘집 바꿔 지내기’라는 콘셉트에서 나왔다. 사실 유명한 외국의 예술가들이 오래 전부터 해왔다는 이 새로운 형태의 여행은 최근 들어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를 모델로 하는 새로운 전 세계 홈스테이식 숙박형태로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해진 호텔이 아니라 누군가 실제로 사는 공간에서 살아본다는 것이 그저 주마간산식 여행과는 다른 진짜 체험으로서의 여행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내방안내서>의 백시원 PD 역시 에어비앤비를 통해 다녀온 여행이 이 프로그램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내방안내서>는 이 색다른 여행을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담았다. 지금껏 관찰카메라는 그 주체가 확실히 한 방향으로만 정해져 있었다. 즉 여행을 하는 관찰카메라는 그 여행자의 시선으로 체험하고 관찰을 기록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방안내서>는 서로의 방을 바꿔 지내본다는 점에서 관찰카메라의 주체가 쌍방향적이다. 이를테면 박나래가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인 스쿱 데빌의 집에서 지내며 그가 살던 공간을 체험하고 여행한다면, 반대로 스쿱 데빌과 그의 친구 살람이 박나래의 집에 머물며 서울을 체험하는 방식이다. 

<내방안내서>는 그래서 관찰카메라들이 그토록 많이 보여줬던 여행기를 담으면서도 그저 지나치는 여행이 아니라 그 곳에서 살았던 방주인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따라서 서로 바꿔서 일상을 살아보는 그들은 타인의 삶을 경험하고 너무나 익숙해져 특별할 것 없었던 그 삶이 타인의 눈을 통해 새로워지는 걸 확인할 수도 있다. 혜민스님의 표현방식으로 하자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아니라 ‘바꿔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인 셈이다. 

물론 혜민스님은 너무 일이 많아져 정작 자신을 쉴 수 없게 된 사실을 토로하며 “스스로 멈추기 위해” 이 특별한 여행에 참여하게 된 것이지만, 이렇게 서로의 삶을 바꿔 살아보는 것이 주는 불가의 의미도 적지 않을 것이다.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타인이 들어와 내 공간에서 사는 모습을 통해 어쩌면 나는 내 자신의 삶을 다시금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정반대로 타인의 삶 속에 들어가 보는 것으로 내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을 지도.

최근 MBC 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폭발적인 인기로 확인하게 된 외국인들의 우리 문화 체험기 역시 타인의 눈으로 들여다본 내 삶을 관찰한 프로그램이었다. <내방안내서>의 한국에 온 스쿱 데빌과 살람의 모습은 그래서 마치 이 프로그램의 한 대목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다른 점은 그들이 다름 아닌 집을 바꾼 박나래의 집에서 머문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내방안내서>는 여행 관찰카메라의 진화를 보여줬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한 걸음 더 나간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이들은 서로 다른 삶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얘기하던 혜민스님도 이제 ‘바꾸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타인의 삶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삶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내방안내서>는 그래서 타인에게 내 방을 안내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내 삶을 관조하는 재미와 의미가 의외로 크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동상이몽2’는 어떻게 연예인 관찰카메라의 한계 넘었나

이른바 관찰카메라의 시대지만 그 호불호는 확실히 나눠진다. 특히 연예인이 그 가족과 함께 등장하는 관찰카메라에 대해 대중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싱글와이프>나 <둥지탈출>이 연예인들의 가족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사실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시청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건 단적인 사례다. 

'동상이몽2(사진출처:SBS)'

그런데 이상하게도 <동상이몽2>는 그 반응이 다르다. 여기에도 추자현과 우효광 부부가 등장하고, 이지애와 김정근 아나운서 부부가 등장한다. 물론 이재명 시장과 그의 아내 김혜경이라는 특별한 출연진이 눈에 띄지만 정치인과 연예인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유명인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리 이질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도대체 <동상이몽2>는 무엇이 다르기에 연예인(유명인) 가족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이 아닌 호평을 받고 있는 걸까. 

가장 큰 것은 <동상이몽2>가 보여주는 게 그저 연예인 부부의 특별한 일상이 아니라, 보통의 부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면면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재명 시장과 김혜경 부부가 강원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모습은 그 나이의 부부들이 보여줄 만한 현실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풀 빌라가 로망인 아내와 낚시를 하고픈 남편. 그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금세 “내가 정말 당신을 사랑했나보다”라며 과거 임신했을 때조차 낚시를 하러 갔던 때를 회고하는 아내의 이야기는 둘 사이에 쌓인 남다른 부부의 정을 느끼게 해준다.

추자현과 우효광의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대륙의 별’이라 불릴 만큼 유명해진 추자현이지만 우효광과의 부부생활에서 그녀는 달콤살벌한 현실 부부의 면면을 드러낸다. 용돈을 올려달라는 우효광의 요구에 과거 목돈을 줬다가 주식투자를 해 날린 남편 이야기를 꺼내 말문을 막아버리는 추자현의 모습이 그렇다. 그렇게 현실적인 갈등을 보이지만 또 헤어질 때면 보고 있어도 그립다는 말을 할 정도로 절절한 애정을 보여준다. 유명한 연예인으로서의 일상은 거의 보이지 않고 대신 현실 부부로서의 공감대가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지는 이유다. 

짧은 분량으로 등장하는 이지애와 김정근 아나운서 부부의 일상은 더더욱 현실적이다. 프리 선언한 후 백수가 되어 육아대디의 삶을 살아가는 김정근이 마트에 들어가자마자 “나 카드가 없지롱”하고 말하는 대목은 빵 터지면서도 짠한 현실감을 준다.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아내와 철없이 비싸도 최고의 제품만을 사려는 남편 사이의 실랑이나, 아내가 준 카드를 바로바로 내역이 문자전송 되는 것 때문에 쓰지 않는 남편의 이야기는 보통의 우리 같은 부부들 역시 공감할만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런 공감대가 바탕이 되어 있고, 그것이 <동상이몽2>라는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남편과 아내의 서로 다른 입장을 통한 소통이라는 지점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연예인 가족 홍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즉 최근 민감해진 연예인 가족 관찰카메라의 관건은 연예인 가족이 출연한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그 방송이 어떤 걸 지향하고 있고 그 메시지가 충실하게 시청자들을 공감시킬 만한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불편해하는 건 저들 만의 이야기가 보통의 시청자들과의 공감대와 상관없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관찰카메라를 제작하는 이들이라면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봐할 것이다. 왜 그 방송을 시청자들이 봐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질문. <동상이몽2>는 현실부부의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지점에서 그 질문에 충실히 답하고 있다.

'동상2', 표 떨어지는 거 각오하고 나선 이재명의 용기

사적인 모습은 공적인 모습과 다를 수 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에 출연한 이재명 시장 부부를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우리가 지난 대선 때 봐왔던 카리스마 넘치고 소신이 뚜렷한 이재명 시장의 모습을, 이 방송에서 찾기는 어렵다. 대신 주말이면 늦잠을 자고 소파와 일체가 되어 뒹굴 거리며, 휴가에 제주도 풀빌라를 원하는 아내의 소망과는 상관없이 당일 삼척행을 통보하고 아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바다 배낚시를 하러 가는 모습이 방송에서는 흘러나온다. 

'동상이몽2(사진출처:SBS)'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모습이 주는 웃음이 재미의 포인트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보는 시청자들의 입장에 따라서는 이재명 시장의 아내에 대한 ‘일방통행식’의 면면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패널로 앉아 있는 서장훈이 평소 “소통을 강조하더니, 소통이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을까. 

이러한 이재명 시장의 막무가내식 말과 행동에 어떤 중화를 시켜주는 건 거의 보살 같은 경지에 올라서 있다고 여겨지는 아내 김혜경 씨의 모습이다. 휴가에 제주도 풀빌라를 원했지만 그녀 역시 그 곳에 반드시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게다. 성남시장으로 있는 남편이 언제고 업무에 복귀할 수 있으려면 제주도보다는 내륙이 훨씬 현실적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스스로 정하고 통보하는 식은 김혜경 씨만이 아니라 그걸 보는 패널들까지 경악하게 만들었다.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이것이 ‘현실부부’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네 현실이기도 하다. 부부 사이에 어떤 것을 할 때 함께 대화를 통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선택하고 통보하는 식의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그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방송은 그래서 그런 이재명 시장이 보여주는 아내에 대한 불통의 면면을 예능적인 틀을 통해 비판한다. 

물론 이런 사적인 모습은 공적인 것과 분리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사적인 면면들이 공적인 것들과 엄격하게 나눠지긴 어렵다는 것을. 한 가족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의 문제는 그가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타인을 보고 대하는가의 문제와 다를 수 없다. 

중요한 건 이재명 시장에게 과연 이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당장 이런 모습은 정치에 발을 딛고 있는 이재명 시장에게 결코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의 방송 출연이 오히려 그의 표를 깎아먹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블리 부부와 비교되는 그의 면면은 그 불편한 모습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재명 시장의 이런 선택 자체는 꽤 용기 있는 행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자신의 치부일 수도 있는 일방통행식의 말과 행동을 관찰카메라를 통해 모두 드러낸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재명 시장이 이런 모습이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결코 자신의 이미지에 좋지는 않을 거라는 걸 모를 리가 만무다. 그럼에도 그 진면목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건 어쩌면 ‘변화의 물꼬’를 스스로도 선택하고 있는 행보가 아닐까. 만일 그게 아니라면 이런 선택을 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이재명 시장에게 기대하는 건 자신의 이런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어떤 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만일 그것까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면 이재명 시장의 가감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선택은 진정 용기 있는 것으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변함없는 불통의 면면이 단지 웃음으로 소비되는 지경에 이른다면 그건 이재명 시장에게도 또 방송으로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가 어렵다. 그래도 현재까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동상이몽2>와 이재명 시장 모두가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유재석도 과감하게 변화할 때 됐다, 이경규·강호동처럼

혹자들은 변함없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사실이다. 유재석은 과거나 지금이나 늘 성실하고 배려심 강하고 일에 있어서 열정적이다. 그 모습이 앞으로도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필자도 똑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최근 예능의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양상을 들여다보면, 유재석 역시 변해야할 것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변하지 않고 지켜야 할 것도 분명하지만, 그가 변해야 할 것 역시 점점 명확해 보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가 최고의 예능인으로서 서게 됐을 때 그 기반이 되어주었던 건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고 불리는 캐릭터 예능이었다. 그 선두로 선 프로그램이 MBC <무한도전>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10년여의 세월이 흐르면서 트렌드는 캐릭터쇼에서 관찰카메라라고 불리는 리얼리티쇼로 바뀌었다. 이제 일단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매회 미션을 수행하면서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쇼는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무한도전>이야 워낙 레전드인지라 이런 트렌드와는 무관하지만.

캐릭터쇼의 시대에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토크쇼가 예능의 대세였다. 그래서 <무한도전>으로 비롯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명맥은 <1박2일>, <라인업>,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등으로 이어졌고, 토크쇼의 명맥은 <놀러와>, <해피투게더>, <라디오스타> 등으로 이어졌다. 유재석은 캐릭터쇼 시대의 맹아로서 이 두 형식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예능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무한도전>을 논외로 보면, 그가 출연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그다지 좋은 성적과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꽤 오래도록 그가 MC자리를 지켜온 <해피투게더>는 5% 시청률에 머물러 있고, <런닝맨> 역시 한때 중국을 뒤흔들 정도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국내에서는 역시 5%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너무 옛날 형식에 머물러 있고 그 프로그램도 그다지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유재석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나는 남자다> 같은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를 시도한 바 있고, 유희열과 함께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을, 김구라와 함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이 지금껏 살아있지 못하고 모두 종영하거나 새롭게 바뀌었다는 사실은 유재석이 그간 새로운 시도에서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걸 보여준다. 

사실 관찰카메라 같은 리얼리티쇼 트렌드 상황 속에서 과거 캐릭터쇼에 최적화되어 있던 예능인들이 다시 적응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이경규나 강호동 같은 과거 유재석과 함께 예능을 이끌었던 예능인들의 남다른 행보가 눈에 띈다. 이들에게서 보이는 건 과거 최고의 위치에 있던 자신들을 한껏 내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지상파만 고집하던 강호동은 연거푸 고전을 못하다가 아예 지상파를 모두 접고 비지상파 예능으로 옮기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아는 형님>과 <신서유기>로 새로운 트렌드에 도전한 강호동은 최근 <한끼줍쇼> 같은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색깔을 다시금 만들었다. 

예능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이경규의 행보는 더 파격적이다. 고정 MC만 해오던 그는 아예 여러 프로그램에 게스트를 자처하고 나섰고, 예전 같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정글의 법칙>이나 <한끼줍쇼> 같은 생고생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자신을 내려놓자 그 자리에서 새로운 영역이 생겨났고, 그 영역에서는 역시 예능계의 베테랑다운 자기만의 독보적 색채를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물론 유재석은 지금 현재도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자타공인 최고의 예능인이다. 하지만 그의 팬들은 그가 과거의 모습에 머물러있기 보다는 새로운 트렌드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를 원할 것이다. 여전히 그의 성실하고 배려심 깊은 모습은 변치 않기를 바라지만, 관찰카메라 같은 새로운 형식 속으로 들어온 또 다른 그의 면모를 발견하기를 원한다. 

처음부터 고정이 부담스럽다면 이경규처럼 게스트로 영역을 넓혀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정글의 법칙>에 가는 유재석이나, 최근 위기 상황에 놓인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에 한 코너를 해보는 것이나, <세모방> 같은 프로그램에서 영세한 방송에 직접 뛰어들거나, <한끼줍쇼>에 게스트로 나와 낯선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그런 유재석의 모습은 어떨까 실로 궁금하다. 그가 앞으로도 지켜야 할 것들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변해야 할 것들은 과감히 시도해보는 것. 그것이 더 오래도록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유재석을 보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부응하는 일이 아닐까.

‘효리네’·‘한끼줍쇼’, JTBC예능이 일반인을 대하는 자세

JTBC <효리네 민박>에 출연한 삼남매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이상하게도 잡아 흔든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 때문에 사실상 엄마 같은 역할을 해온 큰언니 경화와 노래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작은 언니 예원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티 없이 자라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말을 거는 모습이 그토록 예쁠 수 없는 막내 하민이.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사실 그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무언가 대단히 특별한 말이나 행동을 보인 건 없다. 특별한 일이라고 해봐야 엄마 생전에 같이 갔던 제주의 해변을 찾아가 그 때를 회고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밝고 바른 말과 행동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이들의 진정성 있는 마음이 묻어난다. 

눈치 빠른 민박집 회장님 이효리는 엄마 없이 자란 하민이가 그토록 밝다는 사실에서 큰언니 경화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공감한다. 그래서 자꾸만 쓰이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노래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둘째와 함께 노래를 만들고, 돌아가는 길에 줄 선물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받았던 기타를 준비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누군가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호의를 베풀 때가 있잖아. 그러면 그 사람한테 그걸 갚는 게 아니라 나도 다른 사람한테, 필요한 사람한테 주면...” 

이것은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이 일반인 손님들을 대하는 방식이다. 거기에 출연자라는 의식은 별로 없다. 다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있을 뿐이고, 그 만남 사이에 벌어지는 꽤 담담해도 은근히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 물론 일반인들은 이효리와 아이유, 이상순을 눈앞에서 보는 것에 신기해하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이다. 그 후에는 오히려 이 손님들을 위해 헌신하는 연예인들이 보이고, 그로 인해 일반인들의 매력적인 면면들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전면에 묻어난다. 

<인디애나 존스>의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두 명의 아재 모험가, 마치 친정 부모처럼 갖가지 음식들을 마련해줘 풍족한 효리네 민박을 만들어주었던 멋진 노부부, 동년배로서 아이유와 진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여줬던 유쾌 발랄 소녀들 등등. 삼남매를 비롯한 손님들이 그다지 드러내지 않아도 저마다의 매력이 넘쳐났던 건 바로 그 담담함과 그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 우러나온 것이겠지만.

관찰카메라가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또 하나의 달라진 면모는 연예인과 일반인의 접점을 다룬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연예인의 일상이 궁금하면서도 동시에 자신과 똑같은 비연예인이 그 세계 속에 들어가 있는 어떤 동질감을 경험하고 싶어한다. <효리네 민박>처럼 아예 이효리와 이상순 그리고 아이유를 민박집 운영자로 세워두고 일반인 손님들이 들어오는 구조는 그래서 이러한 트렌드의 정답 같은 느낌이다. 

중요한 건 여기서 프로그램이 일반인을 대하는 자세다. 연예인과 비연예인의 경계를 나누기보다는 그저 똑같은 사람으로서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 수평적 관점이 중요해졌다는 것. 최근 JTBC에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도 그런 점에서 보면 <효리네 민박>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효리네 민박>이 연예인의 집으로 일반인을 초대한다면, <한끼줍쇼>는 일반인의 집으로 연예인이 들어가는 것이 다를 뿐.

여기서도 역시 중요한 건 이경규와 강호동이 그들에게 문을 열어준 일반인 분들을 대하는 태도다. 거기서 이들 MC들은 자신들이 주인공이 아니고 단지 그 곳에 사는 분들의 삶을 소개해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이경규와 강호동이 얼마나 재밌었는가보다는 그 날 소개됐던 집에 사는 분들의 따뜻함 같은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효리네 민박>과 <한끼줍쇼>. 이 JT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래서 지금 트렌드가 되고 있는 일반인과 연예인의 콜라보에 있어서 정석을 보여준다. 일반인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줌으로써 오히려 더 빛나는 연예인의 모습들. 한국형으로 진화한 리얼리티쇼의 독특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효리네 민박’에서 아이유와 이효리가 더 반짝이는 건

“되게 신기하지 오빠. 계속 보고 있으면 더 많이 보이고 더 반짝이지? 나도 오빠가 계속 봐주면 더 반짝인다.” 불을 끄자 하늘을 가득 메운 별천지를 올려다보며 이효리는 이상순에게 그렇게 말한다. 자신이 사는 밤하늘 저 위로 저토록 많은 별들이 있었다는 걸 새삼 발견했다는 듯, 이효리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다. 그 순간 그녀는 문득 깨달았을 것이다. 누군가 반짝 반짝 빛나는 건 또 다른 누군가가 그를 응시하고 있어서라는 걸.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직원으로(?) 오게 된 아이유는 모든 것이 낯설다. 16살에 활동을 시작했던 그녀는 친구도 많지 않고 쉴 때도 주로 집에 있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 민박집에 온 김해의 동년배 손님들의 살가움에 반색한다. 이효리가 말했듯 자신은 새벽 2시에 전화해 집에 데려다줘 라고 말할 친구가 없다고 했다. 그건 아마 아이유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그래서일까. 서먹함을 특유의 발랄함으로 뚫고 들어오는 김해 친구들에 그녀는 즐거워진다. 며칠 더 묵으며 같이 놀고 싶다고 말한다. TV 속에서만 보던 아이유를 친구의 시선으로 응시해주니 그녀가 새롭게 반짝인다. 

물론 <효리네 민박>은 아이유에게는 일이다. 하지만 이 특별한 일 속에서 그녀는 오히려 많은 걸 얻는 느낌이다. 활동을 하며 정신없이 바빴을 그녀는 이 민박집에서의 2주간이 잠시 간의 정지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민박집에 오자마자 장을 보러 나간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 덕분에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 된 아이유는 멍 때리다가 스르륵 잠이 든다. 그건 아마도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의 샐러리맨들에게도 공감 가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잠시 멈춰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주는 달콤함이란.

아이유는 특기가 ‘멍 때리기’라고 했다. 그래서 자주 정지화면이 되어 멍한 상태로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가 많다. 그런 그녀에게 이효리는 이상순과 잘 맞을 거라고 말한다. 그 역시 멍 때리기 선수라고. 그러자 이상순은 자신이 ‘멍 때리기’를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그렇게 가끔 ‘뇌를 쉬게 해주어야’ 한다고. 아마도 아이유의 ‘멍 때리기’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활동들 속에서 스스로 찾아낸 회복법이 아니었을까. 

<효리네 민박>은 사실 대단할 것 없는 민박집의 풍경을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그 곳에서는 그다지 대단한 사건 같은 건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카메라들을 대놓고 들여다보니 그 대단할 것 없는 집 구석구석,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부터 말, 표정 하나하나, 하다못해 같이 거주하는 반려견, 반려묘들의 움직임 하나까지 특별하게 반짝거린다. 이효리가 말하는 응시와 반짝거림을 <효리네 민박>은 그 장면들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응시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저 아이유가 간간히 스스로를 위해 하는 ‘정지 상태’가 필요하다. 그렇게 멈춰선 지점에서야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것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통에 발견하지 못했던 ‘반짝거림’을 드러내준다. 이효리는 서울 살이의 그 고단함을 훌쩍 벗어나 제주도에서의 생활을 하면서 부지불식간에 느꼈을 것이다. 정지와 응시가 바꿔버리는 진짜 삶의 향기와 소리들을.

<효리네 민박>이 비춰주는 이효리와 아이유의 모습은 우리가 화려한 무대에서 봐왔던 그런 모습이 아니다. 눈이 부신 조명들에 비춰진 그녀들의 모습은 화려해보이지만 그것만이 진짜 드러나는 그녀들의 진가가 아니다. 오히려 이 빛을 꺼버린 자연 상태 그대로에 잠시 멈춰서 보여지는 그녀들의 모습이 더 반짝반짝 빛난다. 그리고 이것은 그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는 얼마나 내 바로 옆에 있는 바라보기만 해도 반짝일 많은 존재들을 응시하지 못하고 있나.

본격 리얼리티 시대, 리얼 버라이어티의 식상함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는 일요일 밤으로 편성시간대를 옮겨 무려 18.5%(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냈다. 하지만 tvN에서 새로이 시작한 <공조7>은 1.2%로 시작해 0.9%까지 떨어지는 시청률 추락을 기록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미운우리새끼>는 최근 새로운 예능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이른바 ‘관찰카메라’라 부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형식이라면, <공조7>은 <무한도전>부터 시작되어 한 시대를 풍미해왔으나 지금은 시들해진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이다. 

'공조7(사진출처:tvN)'

<미운우리새끼>의 승승장구와 <공조7>의 추락은 그래서 다분히 예능 프로그램의 사라져가는 한 시대와 새롭게 도래한 또 다른 시대를 말해주는 듯하다. <미운우리새끼>는 <아빠 어디가>부터 <나 혼자 산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을 거쳐 온 관찰카메라 형식, 즉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대가 성큼 도래 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빚에 몰려 녹녹치 않은 현실을 버텨내면서도 채권자의 집 4분의 1을 월세로 살아가는 이상민의 이야기나, 김흥국의 생일파티를 위해 정수기 모양으로 소주를 대신 채운 이른바 ‘정주기’를 준비하고 파티에 참석한 한영과 미묘한 썸을 타는 김건모의 이야기 같이 특별한 미션 없이 일상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미운우리새끼>가 주는 묘미다. 이러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형식에 스튜디오에서 아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어머니들의 시선은 이 프로그램이 좀 더 보편적인 시청층까지 확보할 수 있는 신의 한수가 되었다.

반면 <공조7>은 한때 연예인 캐릭터 쇼로 예능의 대세가 됐던 리얼 버라이어티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고 있다. 이경규, 김구라, 은지원, 박명수 같은 쟁쟁한 예능 스타들을 포진시키고 다양한 미션들을 시도한다. 그런 미션들을 통해 일단 캐릭터를 세우는 것이 이 형식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조7>은 이제 시작한 지 4회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이 1% 미만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관심 자체가 별로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미션을 통한 캐릭터 설정은 너무 요원한 일이다. 또한 미션들이 놀이공원에서 두 사람씩 짝을 이뤄 공조를 하며 놀이기구를 타고 게임을 하는 형식은 이제 너무 식상한 패턴이다. 다음 회에 예고된 ‘먹방’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자극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런 시도는 <무한도전>은 물론이고 <일밤>, <런닝맨> 등등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해왔던 것들이다. 이래서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가 없다. 

최근 그나마 이러한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의 캐릭터쇼가 새롭게 자리를 잡은 프로그램은 JTBC <아는 형님>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도 결국 자리를 잡은 건 스튜디오형 리얼 콩트에 가까운 ‘형님학교’라는 형식이 그나마 새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과연 <공조7>은 과거의 캐릭터쇼 설정 속에서도 이런 새로움을 찾아낼 수 있을까.

사실 진짜 리얼한 일상을 보게 된 마당에, 억지로 부여된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이 얼마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의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은 이미 레전드가 되어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하지만, 그로부터 뻗어 나온 <런닝맨> 같은 미션형 리얼 버라이어티가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공조7>은 이렇게 달라진 시청자들의 예능에 대한 취향을 먼저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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