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PD의 마법, ‘감빵생활’이 주는 판타지라니

도대체 이 따뜻함의 정체는 뭘까.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다보면 감방도 결국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도소는 구치소와는 공기 자체가 다르다는 엄포에도 불구하고 제혁(박해수)이 지내게 된 감방 안 사람들은 의외로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감방에 처음 들어가게 된 제혁이 보게 되는 첫 번째 에피소드로 라면을 끓여먹는 이야기는 이들의 반전 매력을 드러낸다. 마치 탈옥이라도 할 것처럼 쉬쉬하며 무언가를 공모하던 이 감방사람들은 그러나 그것이 뜨끈한 물에 라면을 끓여먹으려는 ‘작전’이었다는 걸 보여주며 이들이 꿈꾸는 것들이 이런 소소한 것이 주는 행복이라는 걸 알려준다. 

그 감방의 방장격인 장기수(최무성)는 겉보기에 무시무시한 포스를 풍기지만 장발장(강승윤)이 아버지라 부를 만큼 방 사람들을 챙기는 인물이다. 장발장은 닉네임처럼 빵을 훔치다 감방에 들어온 인물이고, 고박사(정민성)는 기업사기 전과로 들어왔지만 고발 고소 전문이다. 카이스트(박호산)는 도박으로 들어왔지만 뭐든 뚝딱 뚝딱 만들어내는 만물박사. 풍기는 포스와 달리 혀 짧은 소리로 ‘신라면’인지 ‘진라면’인지 알 수 없는 말이 웃음을 주는 캐릭터다. 그리고 이 방에 들어오게 된 몽롱한 정신으로 할 이야기는 다 하는 나름 귀여운 캐릭터 뽕쟁이(이규형)도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주는 따뜻함의 원천은 이런 정이 가는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소박한 욕망들이다. 마침 방영하는 <영웅본색>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장기수를 위해 카이스트가 한 채널 밖에 나오지 않는 감방의 TV를 어떻게든 건드려 다른 채널로 돌리려 안간힘을 쓰는 장면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훈훈함을 준다. 결국은 장발장이 슬쩍 해온 리모콘으로 쉽게 채널을 돌려버리지만. 

모가지 밖에 나오지 않는 닭볶음이나 일주일에 한 번밖에 허락되지 않는 온수 샤워를 위해 끝없이 민원을 넣어 상황을 호전시키는 고박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그렇게 해서 제대로 된 닭요리가 나오고 매일 온수 샤워를 할 수 있게 되는 그 상황만으로도 커다란 행복감을 느낀다. 

물론 그렇다고 이 교도소에 위기상황이 없는 건 아니다. 가구를 만드는 작업실의 반장(주석태)은 제혁에게 처음에는 호의를 베풀지만 제 맘대로 되지 않자 그 어두운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제혁을 성추행하려 하지만 그 때 마침 이 교도소로 오게 된 교도관 준호(정경호)에 의해 불상사를 피하게 된다. 제혁의 오랜 친구인 준호가 애써 힘을 써 이 교도소로 오게 된 건 오로지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교도소가 제혁에게 주는 위기상황과 또 그를 보호해주려는 인물 사이의 적절한 균형과 긴장감이 이 드라마에는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그 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그 느낌이 주는 소박함과 훈훈함은, 사회와는 유리되어 있고 살벌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 곳에서도 ‘슬기로운’ 방식으로 인간적인 삶을 희구하는 인물들의 따뜻함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의 감방생활을 보고 있는 것이지만 또한 이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다시금 보게 되는 것. 

하는 일이 잘 안되고,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만 좌절되는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감방생활에서 라면 하나를 끓여먹기 위해서, 제대로 된 닭요리를 먹기 위해서, TV의 채널을 돌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 또 온수 샤워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그래서 그것이 관철됐을 때 굉장히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어떤 위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상상도 못하고 가는 건 엄두도 못내는 해외의 유명 리조트 같은 곳을 날아가야 판타지를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감방 같은 뭐 하나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공간에서 아주 소소한 것들을 여럿이 힘을 합쳐 해결해내는 그 장면은 그 어떤 판타지보다도 크게 다가오니 말이다. 역시 신원호 PD답게 감방이라는 차가운 공간조차 사람 사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왜 신원호의 마법이라 부르는 지 알 것 같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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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빵생활’, 힘겨운 상황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방법

왜 하필이면 감방생활이었을까. 그리고 거기에 ‘슬기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달아놓은 건 무슨 뜻이었을까. <응답하라> 시리즈로 우리에게 익숙한 신원호 PD의 작품 세계를 떠올려보면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이례적이다. 감방이라는 공간 자체가 어딘지 비일상적이고, 따뜻함보다는 차가움이 먼저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질감을 신원호 PD는 단 첫 회만에 지워버렸다. 슈퍼스타 프로야구 선수 제혁(박해수)이 동생을 성폭행하려는 괴한과 격투를 벌이다 중상을 입혀 구치소에 수감되고, 그 곳에서 보내는 며칠간의 이야기가 의외로 일상적이고 심지어 따뜻한 느낌마저 줬기 때문이다. 물론 교도소와 구치소는 다를 수 있겠지만 구치소라고 해도 우리가 막연히 상상하는 그런 곳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그 곳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

그렇지만 2심에서 풀려날 것으로 믿었던 제혁이 1심 구형인 1년 실형이 그대로 확정되는 판결을 받게 되면서 제혁이 앞으로 겪게 될 감방 생활이 생각보다는 파란만장할 거라는 걸 예감케 했다. 구치소가 아닌 교도소 이감 이야기가 나오고, 그 곳은 구치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그런 살벌한 분위기라는 것.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것이 단지 고난으로만 다가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이 제혁이라는 인물이 그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혁이 가진 만만찮은 캐릭터 덕분이다. 야구만 잘 했지 어딘지 굼뜨고 어눌하게까지 느껴지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의외로 치밀한 면을 갖고 있는 인물. 그런 캐릭터를 보여준 건 이 구치소의 부정한 교도관 조주임(성동일)을 자신의 절친인 교도관 준호(정경호)와 함께 한 방에 날려 보낸 에피소드를 통해서다.

CCTV가 찍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어 그 곳에서 수감자들을 폭행하는 등 비리를 일삼아온 조주임이 자신의 돈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제혁에게 앙심을 품자 오히려 그의 뒤통수를 쳤던 것. 테니스공으로 CCTV를 맞춰 사각지대가 찍혀지게 돌려놓고, 그래서 찍힌 영상을 기자인 준호의 동생에게 제보해 결국 조주임은 파면을 당하게 됐다. 또 한 교도관이 요구한 사인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검방(감방 검사) 날짜를 미리 알고는 칼을 구한 건달(이호철)을 징벌방에 들어가게 만들기도 했다. 

즉 이 제혁이라는 인물이 의외로 이 낯선 감방에서도 잘 적응하고, 위기상황에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이런 에피소드들이 보여줬다. 또한 제혁은 고교시절 사고를 당하고도 지독할 정도의 재활훈련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던 인물이다. 어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은 그래서 어떤 든든함마저 준다. 

2심 공판에서 예상과 달리 1년 형을 확정 받고 다시 구치소로 돌아올 때, 친구인 준호나 가족들 심지어 구치소 교도관들조차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지만, 제혁은 달랐다. 안타까워하는 교도관이 원하는 걸 말해보라고 했을 때, 그 날 운동을 빼먹었다며 운동을 하게 해달라고 하는 대목이 그렇다. 빗속을 뛰고 또 뛰는 그 모습은 힘겨운 상황에 그가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제목이 이해가 간다. 결국 누구나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방에 가게 될 수도 있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닌가. 특히 지금처럼 힘겨운 현실은 감방이 주는 그 갑갑함이나 답답함과 조응하는 면이 있다. 그러니 그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이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라는 것. 흔들리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삶이 결국은 그 힘겨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해줄 거라는 이야기를 이 드라마는 제혁이라는 담담한 매력을 가진 인물을 통해 말하고 있는 중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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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회 맞은 <그것이 알고 싶다>, 자축보다는 문제제기를 하다

 

1000회를 맞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구치소에서의 특혜를 집중 조명했을까. 1000회라고 하면 무언가 그간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해왔던 일들과 그 성과들을 재조명할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런 기념 방송을 하기보다는 지금 현재에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편부당한 일들을 알리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이 알고싶다(사진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포착한 건 구치소에서 자행되고 있는 법 정의의 불공정. 누구나 들어서 막연히 알고 있을 만한 이른바 범털개털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가 자세히 들여다 본 교도소 내 범털들의 수감 생활은 놀라운 각종 특혜들로 거의 수감생활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른바 집사 변호사라고 불리는 이들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접견이라는 명목으로 불러내 이들은 대부분의 수감생활을 접견실에서 보내고 있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매일 아침 일찍부터 저녁 5시까지 긴 외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녀는 하루 두 번꼴로 구치소를 나와 접견실에서 변호사를 만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외부 의료진을 불러 2번이나 치료를 했다고 한 걸로 드러났다. 물론 이러한 변호사 접견과 의료진 치료가 불법은 아니다. 즉 그러한 법적 조항들이 수감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이 공평하게 모두를 위한 법 조항이 되지 못하고 가진 자들만을 위한 특혜로 활용되고 있다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가진 자들은 그 안에서도 가진 자들이었다. 공평한 룰 따위는 없었다. 그들은 여전히 그 안에서도 떠받들어지는 회장님이고 의원님이었고 금지된 외부 음식들을 반입해 먹는가 하면 휴식시간 같은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들이 구치소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에서 교정의 의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유유자적 자신들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

 

그것이 가능했던 건 결국 돈이었다. 돈이 있는 이른바 범털들은 법 조항을 이용해 갖은 특혜를 받고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심지어 죽음을 앞둔 고통 앞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하고 죽어갔다. 그래서 구치소에 들어간 이들이 그 시간을 통해 배우는 건 결국 돈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비뚤어진 의식뿐이었다고 한다.

 

사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회항논란으로 들끓는 여론이 그나마 조금 잠잠해졌던 건 그녀가 구치소에 수감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과연 끝이었을까. 그 안은 또 다른 갑질의 현장이었다. 대부분의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재벌가의 사건사고들이 나올 때마다 그들은 고개를 숙인 채 구치소로 들어갔지만 그 안에서 법정의의 공정함 따위는 없었다는 것.

 

<그것이 알고 싶다>는 왜 1000회를 자축하기보다는 오히려 구치소 안의 문제까지 들춰내 그 안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공정한 법 집행의 문제제기를 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네 현실이 그렇게 한가한 자축을 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는 걸 말해주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그것이 알고 싶다>가 또 다른 문제제기를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 현실의 불편부당한 일들을 아는 것. 그래서 그 현실이 바뀌기를 촉구하는 일. 그것이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금껏 1000회에 걸쳐 해왔던 일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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