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보다 따뜻했던 故김주혁 위한 '1박2일'만의 추모사

“나 힘들까봐. 형이 나 보러 와줬었는데, 난 형이 힘든데 지금 옆에 갈 수도 없는 게 너무 미안하고 그래서 빨리 가고 싶네요. 형한테.” 정준영은 먼저 가버린 고 김주혁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 KBS <1박2일>에서 까불이였던 김준호는 카메라 앞에서 말문이 막힌 듯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것”이라고 꾹꾹 진심을 담아 그 마음을 전했다. 

'1박2일(사진출처:KBS)'

다시 돌아보면 그제서야 더 소중해지는 일들이 있다. 안타깝게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진 김주혁에 대한 <1박2일>이 가진 회한이 그러했을 게다. <1박2일>에서 하차한 그가 마지막 촬영을 하고 돌아가는 날의 풍경은 다시 보니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애써 웃으며 그간 함께 고생했던 동생들과 제작진, 스텝들에게 하나하나 따뜻한 인사를 건네며 돌아서는 그 모습에 당시 그를 떠나보내는 이들은 눈물을 보였다. 

아주 가는 것도 아니고, 또 그가 말했듯 언제든 한 번 놀러올 수도 있는 그 짧은 이별에서조차 그토록 안타까워했던 그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김주혁은 그렇게 영영 먼 길을 떠났고 긴 이별을 고했다. 그와 <1박2일>을 함께 해왔던 많은 동료들이 느낄 아픔과 회한과 그리움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 <1박2일>에 출연했을 때 그는 어색함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함께 2년여 간 ‘1박2일’의 시간들을 반복해서 보내면서 그는 어느새 모든 이들의 맏형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싫다던 노래를 부르고 배우로서 쉽지 않았을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가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프로그램에 임하면서 그는 결코 <1박2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그가 <1박2일>에서 시청자들에게 준 건 따뜻함이었다. 배우로서 독보적인 아우라를 가졌던 이가 망가짐으로서 주는 웃음 속에는 그 따뜻함이 존재한다. 고생하는 동생들과 스텝들, 제작진들 앞에서 그가 스스럼없이 자신을 무너뜨린 건 그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배려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다시 되돌려본 <1박2일> 속에서의 김주혁의 모습은 우리네 삶에서 사람이 가진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서울특집’에서 젊은 시절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한없는 그리움을 눈물로 보여주던 그가 느낀 그 감정은, 아마도 지금 고인이 된 그를 그리워하는 우리들의 마음 그대로가 아닐까. 사람의 가치란 그렇게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겨지기 마련이다. 

그는 ‘1박2일’의 여행이 아닌 더 긴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그렇게 긴 여행을 떠났어도 그는 우리에게 남았다. 명동성당 앞에 서서 사진을 찍은 그의 아버지가 그 곳에 가면 여전히 살아나는 것처럼, 우리는 어쩌면 그가 지나갔던 많은 ‘1박2일’ 동안의 공간들 속에서 그가 살아있다는 걸 느낄 것이다. 그 따뜻했던 미소를 영원히.

‘1박2일’, 잠깐 출연해 따뜻함 남긴 최불암과 김주혁

잠깐 출연했지만 남은 잔향은 그 어느 때보다 짙다. 그저 보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그런 반가운 얼굴들. 설 명절을 맞아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보게 된 최불암과 김주혁이 그들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설빔이라고 기상천외한 옷들과 분장을 한 채 런웨이를 끝내고 명절에 걸 맞는 ‘세배 미션’이 복불복으로 주어졌을 때 마침 <한국인의 밥상> 내레이션 녹화를 위해 KBS에 들어가고 계신 최불암 선생님을 본 <1박2일> 멤버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쪼르르 달려가 반갑게 선생님을 맞았다. 

<제빵왕 김탁구>에 나온 동구에게 “너 빵 아니냐”고 던지는 말 한 마디에 빵 터지면서도 어떤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최불암은 곧바로 김종민에게 대상 탄 것에 대한 축하의 말을 건넸다. 잠깐 함께 해달라는 PD의 요청을 기꺼이 수락하고 김종민의 대상에 대해 재차 의미 있는 말 한 마디를 덧붙인다. 

머리를 써서 받는 상이 아니라 성실함을 인정해주는 이런 상이 진짜 대상이라는 것. 그러자 짓궂게도 그런 김종민을 바보로 몰아세우자 최불암은 그가 머리를 안 쓰는 건 “겸손”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 ‘성실함’이란 현재 <한국인의 밥상>을 꾸준히 해온 최불암 본인이 해온 삶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출연자들의 농담은 이처럼 최불암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와 섞여 정겨워졌다. 

아마도 전국을 돌며 그 곳의 그 때 나는 먹을거리와 요리들 그리고 그 고장의 독특한 문화까지 소개해주는 <한국인의 밥상>은 여러모로 <1박2일>과 닮은 면이 많을 것이다. <한국인의 밥상>이 여타의 음식 프로그램들과 사뭇 달랐던 건 몸소 현장을 직접 뛰어다닌 그 성실함과 그래서 프로그램에 제대로 얹어진 최불암 특유의 구수함과 훈훈함이다. 

물론 <1박2일>은 더 오랜 세월 방영되고 있지만 지금의 멤버들은 오히려 최불암의 이런 모습에서 배울 점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1박2일>이 남달랐던 것 역시 그저 가벼운 웃음이 아니라 어떤 따뜻함을 주는 웃음이었다는 걸 새삼 환기시켜주기 때문이다. “파-”하는 그 웃음이 사실은 <전원일기>를 찍을 때 옆방에 계신 노모를 생각해 소리를 가리려는 배려에서 나온 것처럼.

한편 두 번째로 만나게 된 영원한 구탱이형 김주혁 역시 그가 <1박2일>을 통해 부여한 온기가 최불암과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늘 동생들을 생각하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1박2일>을 챙겨봤다는 김주혁. 영화 <공조> 인터뷰를 하면서 <1박2일> 홍보만 잔뜩 했다는 역시 어딘가 허당기가 있어보여도 정이 느껴지는 그런 인물이다. 

늘 이기기보다는 지는 쪽을 보여준 ‘꽝 손’이었지만 그래서 <1박2일>에 인간적인 느낌을 부여했던 그가 아닌가. 다시 한 번 출연해달라는 말에 “마음이 반반”이라고 솔직히 밝히면서 그는 “(영화) 홍보가 아니라 진짜”로 한 번 출연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가 <1박2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잘 보여준 대목이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최불암과 김주혁은 <1박2일>이 추구해야할 웃음의 성격을 잘 보여줬다. 그간 <1박2일>의 원동력이었던 그 웃음은 다름 아닌 ‘인간미’가 묻어나는 따뜻한 정이 있는 웃음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트렌드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이 바로 그것이니.

<12>의 구탱이를 자처하던 김주혁의 존재감

 

토사구탱!” <12>에서 토사구팽을 잘못 알고 그렇게 외치는 순간 김주혁은 구탱이형이 되었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김주혁의 <12> 적응은 쉽지 않아 보였다. 어느 시골마을에서 즉석에 벌어진 인기투표에서 꼴찌를 당한 그 굴욕 앞에 김주혁은 진심으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때는 연기자로서의 자존심이 예능이라는 판에서 망가지는 자신을 아직까지는 용납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어느 음식점에서 얼굴에 영구 분장을 하고 영구 흉내를 자처하는 김주혁은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그 영구 흉내도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동생들은 그런 김주혁의 노력에 활짝 웃으며 리액션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런 과한 설정을 통한 웃음도 김주혁의 자리는 아니었다. 그는 차츰 <12>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차렸다. 맏형이라는 그 위치가 바로 자신이 서야할 곳이었다.

 

<12>은 출연자들의 마치 형제 같은 모습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웃음은 물론이고 때로는 짠한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여행이 소재일 수밖에 없고 그 여행 위에서 복불복 게임을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자극제지만 그 바탕에 깔린 가족적인 형제애가 없다면 이 모든 것들의 색깔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시청자들도 저들과 같이 여행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들게 해주는 그들만의 끈끈함이 있어야 여행이든 게임이든 <12> 특유의 훈훈함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김주혁이 맡은 맏형이라는 역할은 그래서 튀지는 않지만 중요하다. 항상 맏형이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 동생들은 찧고 까불고 하는 것이 편안해진다. 본인이 드러내진 않아도 동생들이 놀 자리를 든든하게 마련해주는 일 그게 맏형이 가진 존재감이다. 그래서 적절히 위치를 지키면서도 한편으로는 스스로 적당히 자신을 망가뜨려 동생들이 놀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김주혁은 복불복 게임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아마도 설정이 아닌 진짜였을 몸 개그를 보여주기도 했고, ‘토사구탱처럼 퀴즈 대결에서도 한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또한 슬기작가와 러브라인을 형성함으로써 시커먼 남자들의 예능 <12>에서는 좀체 없었던 달달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응답하라1988>에서 김주혁은 훗날의 덕선 남편으로 깜짝 등장해 연기를 선보였다. 연기가 본업인 그에게 연기에 대한 갈증은 그 누구보다 깊었으리라. 이제 <12>을 하차하지만 대중들은 이로써 더 많은 드라마, 영화에서 그를 보기를 원할 것이다. <12>을 통해 대중들이 그에게 갖게 된 친근한 이미지는 연기에 있어서도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편안한 이미지는 물론이고 그 정반대의 변신도 그만한 반전효과를 줄 테니.

 

김주혁은 <12>을 떠나지만 구탱이형의 그 존재감은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 그 빈 자리에 남아있을 것 같다. 늘 그가 선 자리는 구탱이였지만 <12>의 훈훈한 공기를 만들어주던 장본인이 바로 그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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