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착, 일반인... 알고 보면 ‘청춘불패’ 안에 다 있었다

KBS <1박2일>이 폐지됐던 <청춘불패>의 추억을 되살렸다. 지난 2009년 시작해 1년 넘게 시즌1이 방영됐고 2011년에 시즌2가 방영되다 결국 폐지됐던 <청춘불패>다. 사실 시즌2에 와서는 본래의 색깔이 많이 사라져 아쉬움을 주었지만, 강원도 홍천 유치리에서 정착해 농촌의 삶을 사계에 걸쳐 보여줬던 시즌1은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1박2일> 당시 <청춘불패>에 출연했던 김신영, 나르샤, 구하라 등을 출연시켜 그 때의 추억이 남아있는 유치리를 방문했다. 

'1박2일(사진출처:KBS)'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는 비닐하우스에는 그 때 마을 잔치도 벌이고 게임도 했던 기억들이 사진들 속에 담겨 있었고, 출연자들이 머물며 찍었던 빈농가에는 직접 그들의 손길이 닿았던 흔적들이 여전했다. 그리고 <청춘불패>에서 스타가 됐던 마을 어르신 로드 리(이기욱)는 이들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자식들처럼 반겨주었다. 로드 리는 그 때나 지금이나 막걸리 한 잔으로 발그레진 얼굴로 출연자들을 기분 좋게 맞아주는 모습이었다. 

<1박2일>이 1회성으로 방문한 <청춘불패>의 유치리지만, 그 때의 기억이 선명한 시청자들은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1박2일> 멤버들과 짝을 이루고 게임을 하는 모습 속에서 <1박2일> 멤버들을 쥐락펴락하는 김신영이나 나르샤, 구하라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시청자들에이 <청춘불패>를 다시 되살릴 순 없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프로그램이 가진 기획적인 면들을 두고 보면 <청춘불패>는 여러모로 앞서갔던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여행 버라이어티가 유행했던 시절에 <청춘불패>는 정착형 예능을 시도했다. 이곳저곳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정착해 그 곳의 삶에 그대로 녹아드는 걸 택했던 것. 그런데 알다시피 요즘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여행만큼 정착해서 보여주는 것들이 훨씬 많아졌다.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된 건 일시적으로 이벤트적인 여행보다는 훨씬 더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정착의 풍경이 리얼리티 예능으로서 시청자들이 더 공감하게 됐기 때문이다. 별다른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지만 소소함 속에 숨겨진 특별함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요즘의 시청자들이 더 원하는 것이 됐다. 물론 <청춘불패>가 방영되던 당시만 해도 이건 너무 심심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게다가 <청춘불패>에는 역시 요즘 예능들에 빠질 수 없는 일반인들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졌었다. 로드 리는 이렇게 프로그램에 들어오면서 스타가 됐던 일반인이었다. 그 이외에도 그의 친구인 유치리의 전 이장 왕구 아저씨(이왕구)도 있었고 그 분들의 부인들이나 동네 어르신들도 <청춘불패>의 출연자들과 자연스럽게 교감했다. 

무엇보다 <청춘불패>가 가치 있게 여겨진 대목은 요즘에 찾아보기 힘든 여성 출연자들이 중심이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이다. 너무 남성 출연자 중심으로 흘러가는 요즘의 편향된 예능 프로그램의 추세 속에서 <청춘불패> 같은 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1박2일>로 인해 다시금 재조명된 것이지만, 생각해보면 <청춘불패>는 지금의 예능 트렌드에 오히려 더 잘 어울렸던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카라, 농담에 울려면 '라스'엔 왜 나왔나

 

농담이 과했던 걸까. 아니면 반응이 과했던 걸까. “내가 알고 있는 거 말하면 구하라는 끝이다.” 극구 꺼리는 연애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 도발한 것이지만 분명 규현이 던진 이 농담은 과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까마득한 후배지만 발끈해서 “오빠도 당당하지 못하잖아요”라고 맞받아치는 구하라의 모습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이내 진짜 눈물을 흘리며 “진짜 화나서...”라고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은 <라디오스타>만의 장난스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서둘러 MC들이 미안함을 표시하며 분위기를 바꾸려 노력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애교를 보여 달라는 MC들의 부추김에 강지영이 또 눈물을 보인 것. <라디오스타>에서 이런 요구는 그다지 과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하라에 이은 강지영의 눈물은 MC들과 이 프로그램이 마치 경쟁하듯 게스트 울리는 악취미를 가진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방송 말미에 강지영은 자신이 운 이유에 대해 “당황스러웠다”고 했고 “구라 오빠의 목소리가 갑자기 무서웠다”고 했다.

 

<라디오스타>가 스스로 방송을 통해 밝힌 것처럼 게스트의 눈물은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니다. ‘게스트를 울리는 토크쇼’라는 지점은 무수한 토크쇼들 속에서 <라디오스타>만의 변별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연예인들이 홍보하러 토크쇼 나온다는 사실에 대중들이 식상해질 즈음, 게스트를 배려하기보다는 시청자를 배려하는 <라디오스타>가 살아남은 이유이기도 하다. 게스트가 심지어 운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궁금해할만한 것들은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접 던진다는 것이 바로 <라디오스타>만의 덕목이다.

 

카라가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게다가 그들의 이번 <라디오스타> 출연이 처음도 아니다. 그러니 뻔히 어떤 질문이 나올 거라는 건 그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김구라가 말하듯 연애 이야기 같은 건 숨기기보다는 자꾸 꺼내놔야 오히려 관심도 떨어지는 법이다. 과한 농담일지라도 그것을 여유 있게 받아치고 또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보다 성숙된 카라의 새로운 매력이 대중들에게 어필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것은 그녀들이 자처해서 신곡을 홍보하기 위해 나온 자리다. 그 사실은 토크쇼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부터 이미 뮤직비디오를 보는 MC들의 장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지된 상황이다. 그런데 신곡 홍보를 위한 출연이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러니 프로라면 무언가 <라디오스타>만을 위한 그만한 재미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어야 하지 않을까.

 

예능 프로그램이다. 예능이 심각해지지 않고 웃음을 주려면 농담을 농담으로 받을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관객을 웃기기 위해 누군가의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뺨 맞은 당사자가 울어버리면 희극은 갑자기 비극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예능의 기본적인 성격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구하라와 강지영의 조금은 뜬금없는 눈물은 <라디오스타>의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고, MC들을 순식간에 누군가를 울린 가해자로 만들어버렸다.

 

최근 계속되는 논란 때문인지 아니면 시청률에 대한 강박 때문인지 <라디오스타>의 질문 강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느껴진다. 하지만 각각의 팬클럽을 갖고 있는 규현과 카라가 대놓고 붙는 장면의 연출은 실로 아슬아슬하게까지 여겨지게 만든다. 농담이 눈물로 변하는 이 장면은 그래서 규현에게도 카라에게도 또 <라디오스타>에도 적절했다 여겨지지 않는다. 그것은 자칫 팬클럽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그램 말미에 와서 “구하라에게 규현이란” 이란 공식질문에 구하라가 “하늘같은 선배님”이라고 답하며 급화해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라디오스타>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청춘불패'에 찾아온 봄, 유치리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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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남면 유치리. '청춘불패' 아이돌촌은 지극히 평범하다. 무심코 가다보면 지나치기 쉬운 그런 동네. 그 마을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청춘불패' 촬영하는 날이다. 아이돌촌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멀찌감치 서서 그 신기한 일(?)을 구경하는 점잖은 시골 아저씨들은 때 아닌 북적임이 그다지 싫지 않다는 얼굴이다. 예쁘장하게 생긴 젊은 것들(?)이 몸빼 바지에 장화 신고 농사일이라고 서툰 짓을 하는 게 마냥 예쁘다는 표정이다.

아이돌촌 주변으로는 출연진과 촬영팀과 스텝들로 정신이 없다. 시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게 바닥에 이리저리 뻗어나간 전선줄들이 촬영을 실감케 한다. 집 바깥에서 뭔가를 심으려는 듯 곰태우와 효민은 푯말을 들고 노촌장과 뭐라 한참 신나는 대화를 나누고, 트랙터로 밭을 순식간에 갈아버린 구하라는 멋지게 거기에서 뛰어내린다. 몸빼를 입어도 아이돌은 아이돌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어쩜 저리도 빛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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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샤는 성인돌 답게 농익은 몸 개그를 선보이고, 써니는 주부애(주먹을 부르는 애교)를, 선화는 특유의 백지 순수 캐릭터를 돋보인다. 청순한 듯 섹시한 자태로 서 있는 유리와 노란 머릿결을 휘날리며 막내 티를 내는 현아는 또 어떻고. 선글라스를 낀 효민은 장난스럽게 써니 뒤에 서서 '병풍 개그'를 한다. 김신영이 쉴 새 없이 포복절도의 입담을 과시하면 훤칠한 키의 곰태우(김태우)는 느물느물하게 개그를 잘도 받아친다. 노촌장(노주현)은 연세에 걸맞게 점잔을 빼다가도 소녀들의 "'수상한 삼형제'에서 하는 애교 좀 보여주세요."하는 요청에 나이도 잊고 주부애를 선보인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한 마디에 연출팀을 비롯해 모든 스텝들이 까르르 웃으면 아이돌촌은 그 평소의 무게를 잊은 듯 허공으로 잠깐 들어 올려졌다가 내려진다. 도대체 저들 속의 어떤 에너지가 시골동네에 오래도록 무겁게 내려졌던 침묵을 순식간에 날려버린 걸까. 그것은 아마도 청춘의 힘일 것이다. 그 날도 소 푸름이 훈련시키랴, 밭 갈랴, 아이돌촌 찾는 분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이정표 세우랴, 결코 쉽지 않은 일들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그 가녀린 손이 곡괭이와 삽을 들어도 힘겨운 내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피곤한 얼굴로 쉬고 있다가도 촬영 들어가면 펄펄 나는 그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청춘불패'가 낳은 유치리의 명사, 로드리와 전 이장님은 촬영 현장을 이리저리 다니며 아이돌들의 서툰 농사일을 도와준다. 그네들의 G7과의 서슴없는 모습이 이제 유치리라는 동네와 아이돌이라는 이질적인 존재가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는 실감을 갖게 만든다. 사람 손이 많이 탔는지 누구에게나 꼬리를 흔드는 왕유치(아이돌촌의 개)는 물론이고, 축사에 말없이 순하디 순한 눈을 껌벅이는 푸름이(아이돌촌의 소), 그리고 닭장에 자리한 청춘이와 불패까지. 그들 하나하나의 존재는 이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존재들 마냥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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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청춘불패'의 아이돌들이 이곳을 찾았던 스산한 늦가을에는 그저 덩그마니 낡은 집 한 채가 서 있었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유치리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경인년 새해 늘푸름 홍천한우가 청춘불패 대박을 기원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붙은 길을 따라 아이돌촌 우측으로 넓은 밭에는 그네들이 심은 작물들이 자라고 있고, 처음에는 없던 화장실이며 축사며 울타리가 지어진 가옥은 벽면 가득 채워진 구준엽이 그려준 그래피티가 아이돌촌의 랜드마크가 되어있다. 어디 변화가 아이돌촌의 일만이랴. 곰태우가 먹었다고 해서 아예 곰태우 짬뽕으로 유명해진 부흥반점과 G7이 찾았던 수정닭갈비와 학생사 역시 이 마을의 명물이 되었다. 주말이면 이제 유치리는 일부러 외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스산한 늦가을에 들어와 낯설지만 예쁜 만남을 가졌던 아이돌과 유치리는, 몹시도 추웠던 겨울을 누구보다도 따뜻하게 보내고, 드디어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유치리 아이돌촌에는 6개월 간의 일들이 맥 플라이의 'all about you'에 맞춰 흐르던 멈춰버린 사진 속의 추억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어찌 이 봄이 그저 겨울이 지나서 찾아온 것일까. 그 날 유치리에는 청춘의 봄이 완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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