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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녹두꽃'과 '아스달연대기', 문명이라 칭하지만 야만인 저들 SBS 금토드라마 에서 백이현(윤시윤)은 상투를 자르고 양복을 입은 채 ‘개화조선’이라고 혈서를 쓴다. 그리고 자신의 일본식 이름을 오니(도깨비)라 명명한다. 그는 일본 유학을 통해 본 문명의 힘을 실감하고 조선이 개화된 세상을 꿈꾸었지만, 높디높은 신분차별의 벽을 실감하고 절망한다. “조선에 설 곳이 없다”는 걸 깨달은 그는 일제의 앞잡이가 되면서도 스스로는 조선을 ‘개화’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신 잘못된 행동을 합리화한다. 그러면서 그는 구한말의 조선을 ‘야만’이라 칭한다. 즉 일본이 들어와 개화하려는 것이 ‘문명화’된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 그의 이런 변명과 합리화에 송자인(한예리)은 범궐을 해 무차별로 인명을 살상하고 힘으로 조..
'제중원'이라는 시공간은 기막힌 구석이 있다. 먼저 시간적으로는 근대의 시작을 알리는 구한말이다. 이것은 장르적으로는 사극의 시간이다. 여기에 '제중원'은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이라는 공간을 세웠다. 장르적으로는 의학드라마의 공간이다. 즉 '제중원'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간을 제중원이라는 근대문명이 들어오는 공간 속으로 포획함으로써, 장르적으로는 사극과 의학드라마의 하이브리드를 가능하게 만들어낸다. 이것은 두 차원의 볼거리를 하나로 결합해낸다. 조선이라는 시기에 처음으로 우뚝 세워지는 근대적인 병원공간인 제중원은 그 자체로 신기한 볼거리이면서, 동시에 사극이라는 장르적 공간 속으로 현대적인 의미의 의학이 침투해 들어가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안에는 갓 쓰고 가마를 타고 거리를 활보하는 조선의 ..
'제중원'은 어떻게 백정-중인-사대부를 엮었나 "살을 째고 꿰매고 하는 일이 우리 하는 일하고 도찐 개찐이지." SBS 월화드라마 '제중원'에서 백정인 황정(박용우)의 동료는 양의의 시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나가듯 던져지는 대사지만 이 대사는 이 드라마의 절묘한 봉합술을 잘 드러내준다. 백정이 하는 일이나 의원이 하는 일이나 비슷하다는 것. 물론 그것이 어떻게 비슷할 수 있을까마는, 어쨌든 칼질에도 능하고, 바느질에도 능한 황정은 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어느 정도 갖춘 셈이다. 여기에 칼질을 하는 대상에 대한 긍휼한 마음까지 갖추었으니, 소를 대하는 마음이 그럴 진대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오죽할까. 후에 의원으로 성장할 황정이 백정이었다는 설정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