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복제의 덫, 달라진 시대와 소통하지 못했다

 

51부작 MBC <옥중화>가 종영했다. 최고 시청률 22.6%. 지상파 드라마의 평균적인 시청률과 비교하면 나름 선전했다 평가할 수 있지만, 동시간대의 MBC 주말드라마가 이미 20%를 상회하는 시청률을 갖고 있었고 <내 딸 금사월> 같은 드라마는 34.9%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보면 좋은 성적이라 말하기 어렵다. 현대극과 사극은 극성이 다를 수밖에 없고, 게다가 <옥중화>는 우리가 이른바 거장이라고 부르는 이병훈 감독의 사극이 아닌가.

 

'옥중화(사진출처:MBC)'

물론 누구나 알다시피 시청률은 평가기준이 되기 어렵다. <내 딸 금사월>이 제 아무리 30%를 넘는 시청률을 가져갔다고 해도 이 시간대의 MBC 주말드라마가 막장드라마오명을 갖고 있었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애초에 <옥중화>는 그래서 이런 이미지를 상당 부분 털어낼 수 있는 작품으로 기획됐고 그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가 되었다. 심지어 막장 사극이라는 오명까지 갖게 됐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시청률이 20%대라는 건 성적에서도 완성도에서도 모두 실패했다는 걸 의미한다.

 

<허준>, <상도>, <대장금> 같은 이른바 퓨전 사극의 기틀을 만들었고, <이산>, <동이>, <마의> 같은 작품들을 연달아 내놓으며 MBC 사극의 브랜드를 확고히 해온 이병훈 감독. 하지만 어째서 이번 <옥중화>는 이런 혹평을 받으며 종영하게 됐을까. 애초에 전옥서라는 배경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사극은 당대의 어려운 민초들의 영웅담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주인공인 옥녀(진세연) 캐릭터가 전옥서 다모에서 체탐인으로 변화하면서 이야기는 엉뚱하게 튀었다. 갖가지 직업을 소화해내고 그러면서도 모든 걸 다 잘하는 전지전능한 캐릭터. 후에는 명종(서하준)까지 의지하는 비선실세가 된다는 캐릭터는 현실성을 잃어버리며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옥중화>가 가진 가장 큰 약점은 이미 그토록 많이 해왔던 이병훈 감독의 작품들에서 요소요소들을 가져온 자기복제로 지목되었다. <대장금>의 틀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여성 캐릭터의 미션-해결-성장 구조는 물론 지금도 매력적인 이야기 틀이지만, <옥중화>는 거기에 새로움을 덧붙이는 데는 실패했다. 물론 이것은 이병훈 감독의 문제라기보다는 그와 <허준> 시절부터 함께 작업을 했었던 최완규 작가의 안일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빛과 그림자>로 재주목을 받았던 최완규 작가지만 이번 작품은 그 답지 않게 너무 졸작이었다. 하지만 이병훈 감독이 지금껏 작품을 해오며 사실상 작가들을 리드해왔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번 <옥중화>의 패인에서 그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최근 들어 드라마의 성패를 가름하는 것이 더 많은 의견들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데 있다는 이야기가 드라마 제작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제 작품은 한 천재와 거장이 홀로 만들어낸 세계로는 많은 대중들의 다양한 취향들을 반영하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김수현 작가가 쓴 지난 SBS <그래 그런거야>가 실패한 이유도 작품이 나빴다기보다는 달라진 시대와 소통하지 못한 결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거기에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됐던 건 자기복제였지만.

 

이병훈 감독이나 김수현 작가 같은 이들을 우리는 거장이라 부른다. 오랜 세월동안 작품을 해오며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어 이른바 일가를 이뤘다고 말해도 무방한 그들이다. 하지만 확실히 시대는 바뀌었다.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자칫 지금 시대와의 소통에 실패하게 되면 그건 독선이 될 위험성이 있다. 또한 그 자기만의 세계가 갖고 있는 노하우는 자칫 자기복제의 유혹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거장들이 최근 박수 받지 못하게 된 건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자기의 세계가 너무나 확고하기 때문이 아닐까.

김수현 작가는 여전한데, 세상은 바뀌었다

 

종영한 SBS <그래 그런거야>는 실패했다. 김수현 작가는 흥행 보증수표라는 공식도 깨졌다. 물론 이것은 김수현 작가가 예전만 못하다는 뜻도 아니고, <그래 그런거야>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뜻도 아니다. 김수현 작가는 여전히 자신만의 작법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끌 수 있는 능력을 보였고, <그래 그런거야>는 대가족의 여러 캐릭터들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어가면서 어떤 인생의 통찰을 포착해내는 완성도도 분명히 있는 드라마였다. 무엇보다 자극적인 막장 설정으로 치닫는 드라마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 그런거야(사진출처:SBS)'

하지만 실패는 실패다. 최고의 고료를 받는 김수현 작가를 SBS가 주말드라마 시간대에 세웠던 건 그간 참패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던 주말시간대의 부활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의미도 중요하지만 성과도 중요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줄곧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지 못했다. 시청자들은 심지어 옛날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혹평까지 내놓았다.

 

어째서 김수현 작가는 변함이 없는데 드라마에 대한 정반대의 반응들이 나왔을까. 그건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런거야>는 물론 의도적으로 가족의 가치를 내세우기 위해 3대 대가족을 그렸지만, 그건 이제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가 된 작금의 현실과는 너무나 유리된 것이었다.

 

변화된 것은 이런 소재적 내용만이 아니었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은 주로 대사 중심으로 이어진다. 즉 어떤 면에서는 TV를 보지 않고 귀로만 들어도 그 내용이 이해가 갈 정도다. 라디오 드라마 같은 느낌을 줄 때도 있다. 게다가 김수현 작가의 대사는 속사포다. 인물들마다 끊임없이 수다처럼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런 방식의 드라마 작법은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고루한 느낌을 준다. 이른바 대사가 아닌 영상을 통해 어떤 뉘앙스와 의미를 던져주기도 하고, 때로는 영상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지금의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한 때는 본격 장르물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많아도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시절이 있었다. 단 몇 년 전의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멜로 없이도 가족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도 성공하는 본격 장르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tvN에서 시도됐던 몇몇 본격 장르물들은 호평은 물론이고 시청률도 가져갔다. 심지어 영화제작인력이 투입되어 영상미까지 더해진 tvN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의 눈을 높인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시청자들은 이미 변화했는데, <그래 그런거야>는 여전히 몇 년 전에 머물러 있었다. 물론 그것은 이 드라마가 추구하려는 것처럼 의도된 회귀일 수 있었지만, 이미 김수현 작가의 늘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가족드라마의 틀에 이제 시청자들은 그만한 호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게다가 출연자들까지 매번 비슷한 김수현 작가 사단으로 채워지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게 그거인 드라마처럼 여겨질 수밖에.

 

결과적으로 <그래 그런거야>는 시대착오적 드라마가 되었다. 그건 김수현 작가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또 필력이 떨어져서도 아니다. 다만 세상은 변화하고 있는데, 드라마는 변화하지 않고 멈춰져 있었던 결과다. 하지만 이것 역시 김수현 작가의 책임이라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와 호흡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모든 작가는 과거의 작가가 되기 마련이니까. 제아무리 대작가라 하더라도.

<그래 그런거야>에는 왜 현실 갈등이 잘 보이지 않을까

 

SBS <그래 그런거야>에 등장하는 어르신들, 유종철(이순재)과 김숙자(강부자)의 존재감은 사실상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에 맞닿아 있다. 많은 걸 겪으며 살아온 이 어르신들은 이 바람 잘날 없는 가족의 크고 작은 갈등들이 사실은 별 거 아니라는 시점을 제공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래 그런거야(사진출처:SBS)'

맏딸이 결혼한 지 일주일만에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수절 아닌 수절을 하며 시댁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걸 보는 엄마의 마음이 오죽할까. 그런데 둘째딸마저 그 사돈네 아들과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를 해버렸다. 그 엄마인 이태희(임예진)는 사돈댁을 찾아와 어르신인 김숙자 앞에서 대놓고 재수 없는 집안이라는 말을 해버린다. 그러니 그 말은 들은 맏며느리 한혜경(김해숙)도 참을 수 없다. 김수자 앞이라 조심조심하면서도 불편한 심경을 이태희에게 털어놓는다.

 

그런데 이 갈등의 해결점은 의외로 쉽다. 이태희가 돌아간 후, 유종철이 김숙자를 부른다. 그리고 애들이 가출한 걸 갖고 뭐라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김숙자를 데리고 야반도주 했던 과거를 이야기 한다. 청춘들은 그럴 수 있는 거라고, 유종철은 허허롭게 웃어버린다. “그래 삶이란 그런 거야라는 이 드라마의 갈등 해결법인 셈이다.

 

이 관점이 나쁜 건 아니다. 그간 그토록 많은 막장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김수현 작가는 대놓고 이렇게 갈등을 극으로 몰아가는 막장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이야기를 그리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갈등은 의외로 가족의 품 안에서, 어르신들이 조금만 욕망을 내려놓거나, 혹은 어르신의 시선으로 인생 전체를 통해 그런 작은 갈등들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던짐으로써 쉽게 풀려버린다. 이런 식의 시도는 드라마의 본령이 갈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참신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 그런거야>가 이처럼 괜찮은 해결의 관점을 제시하면서도 남는 아쉬움은 그 갈등들이 여전히 많이 봐왔던 가족 갈등 이야기의 틀 안에서 맴돌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결혼을 두고 양가가 부딪치는 이야기나, 노년으로 홀로 살아가다 갑자기 젊은 처자와 함께 살게 되는 이야기 혹은 오래도록 부부로 살아왔는데 알고 보니 남편의 숨겨진 아들이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들은 물론 나름의 갈등을 유발하지만 어쩐지 과거 어떤 드라마에서 봐왔던 것들의 반복처럼 여겨진다.

 

갈등의 해결방식은 다르지만 제시되는 갈등들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네 현실에 어떤 울림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김수현 작가가 여전히 건재하다고 여기게 됐던 이유는 <엄마가 뿔났다><내 남자의 여자> 그리고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작품 속에서 당대 현실과 조응하는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엄마의 휴직선언과, 불륜에 대한 탐구 그리고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 등이 그 드라마들 속에는 존재했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들이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당대의 현실을 읽어낼 수 있는 것으로 그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었다면 <그래 그런거야>가 보여주는 현실은 너무 소소하게 다가온다. 지금의 현실이 어떤가. 젊은 청춘들은 취업 앞에서 꺾어지고,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으며 그래서 대가족은 해체되어 나홀로족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최근 성 갈등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남혐 여혐의 문제도 심각하다. 점점 고령화사회가 되어가며 어르신들과 젊은 세대 간의 갈등 또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크디 큰 현실적 문제이다.

 

김수현 작가 같은 중견을 대표하는 작가가 이런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시대적 문제에 대해 왜 침묵하고 있을까.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현재의 우리가 살아가는 가족의 양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들이다. 지금의 가족을 그려내겠다면 적어도 이런 시대적 문제들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닐까. 그저 어르신의 긍정적인 시선만 던진다고 모든 게 해결될까. “그래 그런 거야라고 현실을 초월해 소소한 가족갈등을 긍정의 목소리로 화해시켜도 저 밖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 그런거야>, 이렇게 갈등 없는 드라마도 가능하다?

 

세상에 이렇게 갈등이 없는 드라마도 있을까. 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는 소소한 수다와 말다툼은 있어도 가족을 파국으로까지 몰고 가는 갈등은 없다. 사돈지간이어서 사랑할 수 없는(사실 이게 왜 문제되는지 모르겠지만) 나영(남규리)과 세준(정해인)은 마치 야반도주라도 할 듯이 무작정 경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는 이 드라마가 가진 갈등과 해결양상을 잘 보여준다.

 

'그래 그런거야(사진출처:SBS)'

즉흥적으로 떠나긴 했지만 이래선 안 될 것 같다는 세준이 나영에게 먼저 서울로 올라가라고 하면서 말다툼이 벌어진다. 그리고 진짜 두 사람은 헤어질 것처럼 싸우고 고개를 돌리지만 갑자기 나영이 다시 세준에게 다가와 붙잡자 그는 돌아서 나영을 껴안는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이들이 언제 싸웠느냐고 보일 정도로 또 살가운 여행을 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즉 갈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갈등의 소지가 있어도 그것이 본격적으로 부딪치고 그래서 어떤 파국을 향해 가는 게 아니라 금세 갈등 이전 상태로 돌아온다. 이것은 세준과 나영의 밀당 같은 소소한 에피소드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을 부부로 살아왔지만 알고 보니 남편의 숨겨진 아들이 있었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고 울고불고 하지만 이를 긍정해버리는 유세희(윤소이)의 이야기가 그렇고, 나이는 들어서 여전히 젊은 여자 밝힘증을 보이는 유종철(이순재)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김숙자(강부자)와 가족들 이야기도 그렇다.

 

또 외부에서 보면 오해하기 쉬운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둘이 함께 사는 유민호(노주현)와 이지선(서지혜)의 경우도 그렇다. 이런 외부 시선이 끼어들면 갈등은 커지고 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 이지선은 시아버지인 유민호가 다른 여자를 만나기를 기원하고 유민호는 죽은 아내와의 의리를 지키려고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허허웃는 게 유민호의 캐릭터다. 이러니 갈등은 쉽게 봉합된다.

 

집안 간의 격차 때문에 결혼 문제로 갈등을 겪는 혼사장애의 이야기는 가족드라마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오는 소재다. <그래 그런거야>에도 이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유세현(조한선)과 결혼한 유리(왕지혜)를 여전히 탐탁찮게 여기는 그녀의 어머니가 등장하고, 또 물 한 방울 손에 묻히지 않고 자라난 유리가 시집살이하는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갈등은 별로 없다. 그것은 유리라는 캐릭터가 모르면 모르는 대로 솔직하게 모든 걸 드러내고 할 얘기 못할 얘기 다 하지만 남편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귀여운 푼수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 그런거야>는 이처럼 기존의 갈등들을 끝까지 몰고 나가는 막장드라마들의 문법을 정반대로 가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갈등이 생겨도 제목처럼 그래 그런거야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일종의 긍정어법이 그 밑바탕에는 깔려 있다. 사실 막장드라마들이 해체시켜버리는 가족 이야기를 다시 복원하겠다는 의도가 이 드라마에는 야심차게 깔려 있다.

 

물론 그래서 이 드라마는 따뜻하다. 모든 걸 끌어 안아주는 진짜 어른의 모습을 보이는 김숙자(강부자) 같은 인물이 가족의 중심을 딱 잡아주고, 평생 집안 살림 하느라 친구들과 여행 한 번 가지 못했지만 별 불만을 얘기하지 않다가 한 번 떠나게 된 경주 여행에서 소녀처럼 즐거워하는 한혜경(김해숙) 같은 며느리도 있다. 진짜 가족이 그러하듯이 갈등과 문제가 있어도 이들을 서로를 토닥이며 살아간다. 그것이 가족의 진짜 의미니까.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이상화되고 판타지화된 가족이지 지금의 현실은 아닐 것이다. 핵가족화되다 못해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현실에 <그래 그런거야>의 대가족은 이제는 낯설게 다가온다. 따뜻한 가족 이야기가 주는 향수는 있지만 내 얘기 같지 않고 남 얘기 같은 그런 느낌. 그래서 <그래 그런거야>의 한계점도 분명히 드러난다. 김수현 작가는 그렇게라도 사라져가는 옛 가족의 한 자락을 붙잡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문영남 작가 컴백 성패가 보여줄 것들

 

최근 한 매체는 문영남 작가가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의 후속으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사실 지난해 SBSKBS 양사에 편성이 불발됐다는 소식에 대중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항상 막장 논란이 야기되곤 하지만 그래도 한 때는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던 스타 작가 아닌가. 문영남 작가는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클럽>, <수상한 삼형제> 등으로 항상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던 작가다.

 

'KBS연기대상(사진출처:KBS)'

그래서인지 그녀의 지난해 편성 불발 소식은 이제 지상파 드라마들이 시청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평판이 중요해졌다는 걸 실감하게 했다. 사실 문영남 작가의 작품이 막장인지 아닌지는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특정한 자기만의 고유영역과 드라마 작법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 그녀의 작품이 노이즈가 항상 있음에도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가져가는 건 그래서다. 다만 중요한 건 문영남 작가만의 드라마 문법이라는 것이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한가 하는 점이다.

 

최근 SBS 주말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거야>는 사실 완성도에 문제가 없는 작품이다. 초반부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너무 많아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중반을 넘어오면서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까지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김수현 작가라고 해도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10% 미만에 머물러 있다. 이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문법 역시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어딘지 식상해져 있다는 뜻일 게다.

 

사실 SBSMBC에 빼앗긴 주말 드라마 헤게모니를 되찾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미세스캅2> 같은 장르물을 시도해보기도 했고 김수현 작가 같은 주말극에서 항상 힘을 발휘했던 작가의 작품을 편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미세스캅2>의 시도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작품 자체가 어정쩡한 장르물에 머물러 있어 그다지 큰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문영남 작가는 통할 것인가. 중견작가인 그녀가 지금에 와서 새로운 문법을 시도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드라마일 것이고, 구성원들 중에는 분명 암 유발캐릭터가 반드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갈등들이 첨예해질 것이고 그러면서 어떤 화해 과정에 도달하는 전형적인 문법을 따르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문법이 요즘처럼 장르물의 완성도에 더 몰입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은 여전히 그 문법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빠져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작품 역시 대중적인 취향이라기보다는 소수의 취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문영남 작가의 작품 형식이 특별히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녀의 작품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겠지만 그것이 여전히 대중적인지는 이번 편성될 작품이 판가름낼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어디서 어떤 시간대에 들어오든 문영남 작가의 작품의 성패는 현재 지상파 드라마의 흐름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 성패가 김수현을 위시해 임성한, 문영남 같은 한때를 풍미했던 중견작가들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대신 최근 떠오르고 있는 박지은, 김은희, 김은숙 같은 새로운 작가들로의 세대교체를 얘기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할 수도 있겠지만.

지상파 드라마보다 궁금한 <기억><욱씨남정기>의 대결

 

JTBC <욱씨남정기>tvN <기억>은 지난 1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같은 날 이렇게 기자간담회가 열린 건 이 두 드라마가 서로를 얼마나 견제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물론 금토드라마라는 새로운 편성 시간대를 만든 건 tvN이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또 나영석 PD표 예능 프로그램들이 금요일 저녁에 자리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이 시간대에 시너지가 생겼다. JTBC가 이 시간대에 드라마를 편성한 것도 이렇게 생겨난 금토드라마라는 새로운 시간대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욱씨남정기(사진출처:JTBC)'

금요일에는 이 두 드라마와 경쟁구도를 가질만한 지상파 드라마가 없다. 물론 지상파의 일일드라마들이 있지만 그 드라마들의 시청자층은 <욱씨남정기><기억>처럼 좀 더 압축적이고 완성도도 높은 미니시리즈 시청자층과는 다르다. 문제는 토요일이다. 지상파는 토일 시간대에 주말드라마를 편성하고 있다. <욱씨남정기><기억>이 방영되는 830분에 MBC <가화만사성>SBS <그래 그런거야>845분 방영되며 겹쳐진다.

 

물론 시청률로 보면 <욱씨남정기><기억><가화만사성>이나 <그래 그런거야>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욱씨남정기><기억>2,3% 시청률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반면, <가화만사성>14%대 그리고 <그래 그런거야>9%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제성이나 관심도를 보면 정반대다. <욱씨남정기><기억>에 관심이 쏟아지는 반면, 지상파 드라마들에는 그다지 화제가 이어지지 않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욱씨남정기><기억>은 화제가 될 만큼 트렌디하고 무엇보다 현실감각을 잘 반영하고 있는 드라마들이다. ‘꼴갑 하는 현실에 날리는 을의 사이다 한 방을 모토로 하고 있는 <욱씨남정기>는 통쾌한 한 방과 웃음이 있지만 그렇다고 우습게 볼 드라마는 아니다. 갑을관계로 점철된 현실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그 안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기억>은 한 잘 나가던 가장이 알츠하이머에 걸려 추락해가는 과정을 기억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우리네 삶을 통찰하는 드라마다. 잘 들여다보면 미친 듯이 일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가장들의 슬픈 현실이 그 안에 녹여져 있다.

 

반면 <가화만사성>이나 <그래 그런거야>는 둘 다 지상파 드라마의 보수성을 잘 드러내는 가족드라마다. 늘 전가의 보도처럼 다뤘던 가족의 중요성이나 소중함 같은 게 다뤄진다. 물론 이러한 보수적인 가족의 이야기는 여전히 잘 먹힌다. 하지만 항간에는 <그래 그런거야>가 보여주는 대가족의 판타지가 너무 현실과 유리되어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들 드라마들은 어디서 많이 봐왔던 틀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새로운 관심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기억><욱씨남정기>의 대결이 지상파 드라마들보다 더 기대되고 관심이 가는 것은. 물론 <기억><욱씨남정기>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하는가 하는 건 전적으로 시청자들의 취향에 달린 문제다. 하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두 드라마가 만족감을 줄만큼 완성도를 갖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시간대 채널이 자꾸 지상파를 벗어나게 되는 이유다

<그래 그런거야>, 김수현 작가 최대의 위기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는 첫 회가 방영되기 전까지만 해도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김수현 작가가 아닌가. 막장드라마들이 주말 시간대를 장악하고 있는 현재, 김수현 작가라면 이를 깨치고 가족드라마의 부활을 알려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 그런거야(사진출처:SBS)'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다. 첫 회 시청률 4%(닐슨 코리아). 물론 2회에 5.8%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것이 시청률 상승의 신호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다분히 tvN <시그널>이 금토드라마로서 일요일에 방영되지 않았다는 점과 무관하다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청률이야 지상파에서 가장 높은 게 막장드라마들이니 그렇다 칠 수 있겠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래 그런거야>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도 그다지 좋지 않다. ‘기대 이하라는 평가 속에는 김수현 작가에 대한 실망감이 상당부분 엿보인다. 무엇보다 늘 비슷비슷한 패턴의 김수현식 가족드라마가 이제는 식상하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늘 어르신들의 교훈조의 이야기들이 따발총 대사로 이어지고 젊은 등장인물들은 그 어르신들의 눈에 포획된 존재들처럼 보이는 것도 그렇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구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대가족은 심지어 보수적인 가치를 강요하는 듯한 뉘앙스로까지 느껴진다. 특별한 사건들이 벌어지기보다는 그저 일상적인 일들이 수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것도 전형적인 김수현식 가족드라마의 문법들이다.

 

이 비슷한 문법에 등장인물 또한 매번 비슷비슷하다보니 죄다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인상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 보수적인 가치가 결국은 본래부터 가족드라마가 지향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 그런거야>에는 지금 시대의 공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한 10, 아니 20년 정도 옛날 가족 이야기를 재탕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어째서 이런 느낌이 들게 된 것일까. 가장 큰 것은 제 아무리 가족드라마라고는 해도 현재의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2회가 방영되었지만 이 드라마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들만으로 꽉 채워져 있다. 그들이 속사포로 쏘아대는 대사들을 듣고 있노라면 이 드라마의 제목처럼 보수적인 가치를 설파하는 어떤 어르신이 젊은이들에게 인생이란 그래 그런거야라고 달관하듯 가르치려는 모습이 연상된다.

 

김수현 작가가 고령에도 대작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건 그 나이와 상관없이 당대의 젊은이들과도 호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이야기들을 심지어 가족드라마 속에서도 거침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 평생을 가족 뒤치다꺼리 하며 살아왔던 엄마의 파업(?) 선언을 다뤘던 <엄마가 뿔났다>가 그렇고, 불륜을 그 끝까지 밀어붙여 그 밑바닥을 보여줬던 <내 남자의 여자>가 그랬으며, 동성애라는 새로운 문제를 가족드라마 틀로 끌어들여 화제가 됐던 <인생은 아름다워>가 그랬다. 그런데 <그래 그런거야>에는 아직까지 그런 파격과 혁신적인 소재에 대한 도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응답하라1988>이 가족드라마이면서도 그토록 화제가 되고 기적적인 시청률까지 거둬갈 수 있었던 건 흔한 지상파들의 가족드라마를 재현하거나, 그 변종으로서의 막장드라마를 그려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응답하라1988>은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새롭게 맞춰 가족드라마를 재구성했다. 어르신들의 가르치는 목소리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어르신들에게 보내는 존경과 헌사가 들어 있었기 때문에 <응답하라1988>이 가족드라마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래 그런거야>는 정반대다. 이 드라마에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어르신들의 목소리만이 들려온다. 그것도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이. 이래서는 젊은 시청자층은 물론이고 중장년 시청자층도 그리 공감하기가 어려워진다. 중년의 시청자라고 해도 드라마를 통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건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물론 막장드라마와 대결하겠다는 그 취지는 나쁘지 않다. 그래서 파괴되어가는 가족의 가치를 되새기겠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막장드라마만큼 보기 힘겨운 것이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건네는 보수적인 드라마다. 가족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옛날식의 가족으로 돌아가자는 건 퇴행이다. 이제 2회가 끝났을 뿐이니 섣부르게 모든 걸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그래도 기대한 만큼 남는 아쉬움도 크다. 김수현 작가는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평가도 그리 좋지 않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그래 그런거야>, 김수현 작가의 가족드라마 비기닝

 

과연 김수현 작가의 가족드라마는 통할 것인가. 사실 가족드라마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져 왔던 게 사실이다. 지금의 드라마판을 보라. 지상파 드라마들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드라마는 이제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물론 가족드라마의 전형이랄 수 있는 KBS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가 여전히 시청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관습적 시청을 빼놓고 보면 가족드라마가 화제가 되는 일은 거의 사라진 지 오래다.

 


'그래 그런거야(사진출처:SBS)'

그래서인지 지상파는 가족드라마의 자리에 자극을 잔뜩 집어넣은 막장드라마를 세워 놓았다. MBC는 그 첨병 역할을 했다. 막장의 대모 임성한 작가가 일일드라마를 두 차례에 걸쳐 150회 가까이 이끌며 갖가지 논란을 양산했다는 건 현재의 가족드라마가 선 처지를 잘 말해준다. 자극의 끝단으로까지 밀고 나감으로써 일일드라마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던 가족드라마는 가족끼리 서로를 파탄 내는 복수극으로 치달았다.

 

가족드라마가 서는 자리로 늘 여겨져 왔던 주말드라마도 마찬가지였다. MBC 주말드라마로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같은 드라마들은 가족드라마를 자극의 끝단으로 몰아 막장드라마로 세움으로써 높은 시청률을 가져갔지만 그만큼 잃은 것도 많았다. 더 이상 훈훈한 가족드라마가 설 자리를 조금씩 지워버린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tvN에서 방영됐던 <응답하라1988>이 오히려 가족드라마의 그 전형들을 가져오면서 대박드라마가 됐던 것. 지상파가 가족을 해체시키며 자극적인 설정을 끝까지 밀어 붙여 결국 막장드라마로 전락시킨 그 가족드라마가 여전히 대중들에게 힘이 있다는 걸 확인시킨 사건이었다. 막장드라마로 인해 변질된 가족드라마에 식상해진 시청자들은 오히려 훈훈한 정을 보여주는 정통 가족드라마에 대한 갈증을 <응답하라1988>로 풀어낸 것이었다.

 

결국 <응답하라1988>은 정통 가족드라마가 여전히 힘이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셈이다. 그러니 김수현 작가가 본래 자신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정통 가족드라마인 <그래 그런거야>를 들고 나온 건 이런 분위기를 염두에 둔다면 괜찮은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게 사실이다. 짧게 본 ‘<그래 그런거야> 비기닝을 통해 예측해본다면 김수현 작가의 가족드라마가 늘 그래왔듯 3대가 등장하고 윗세대부터 젊은 세대까지 현재적인 갈등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늘 당대의 가족상을 자신의 가족드라마에 투영시키려는 노력은 이번 <그래 그런거야>에서도 여전하다. 사고로 먼저 아들과 아내를 보내고 며느리와 함께 살아가는 시아버지의 이야기에서는 색다른 가족의 의미가 되새겨진다. 마치 딸과 아버지의 관계가 되어 며느리를 이제는 새출발 시키려는 시아버지의 이야기는 참신한 설정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김수현표 가족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곤 하는 툭탁대면서 문제를 만들면서도 잘 살아가는 장년의 부부나 나이 들었어도 여전히 가족의 중심을 잡아가는 집안 어른의 이야기는 여전하다.

 

김수현표 가족드라마는 항상 새롭게 변화하는 혁신적인 가족의 양태를 끌어오지만 그것은 결국 보수적인 대가족 형태로 묶여진다. 동성애 같은 문제도 그 사안 자체가 아니라 아들을 껴안는 부모의 모습으로 해결점을 보여주는 게 김수현표 가족드라마의 힘이자 한계다. <그래 그런거야>는 그 가족드라마의 전형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적어도 막장드라마들이 변질시켜 놓은 가족드라마의 원형을 찾아준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 전형적인 가족드라마의 틀이 얼마나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소구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응답하라1988>은 가족드라마를 그려내되 세련된 연출과 지금 시대의 화법을 동원함으로써 더 폭넓은 공감대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래 그런거야>는 과연 이런 가족드라마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달라진 눈높이에 응답할 수 있을까. 가족드라마 비기닝으로 돌아간 김수현 작가의 해체되고 난자되어 온 가족을 복원하고픈 그 진정성은 분명히 느껴진다. 일단 그것만이라도 충분히 주말 막장드라마들에게서 채널을 돌려볼만한 일이다

<힐링캠프>에서 <동상이몽>으로 달라진 토크쇼의 흐름

 

SBS <힐링캠프>가 결국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김수현 작가의 신작 <그래 그런거야>가 주말 시간대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 시간대에 있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가 대신 월요일 밤 시간대로 편성될 것이 유력한 상황. SBS 측은 아직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힐링캠프>는 밀려날 처지에 놓였고 <동상이몽>은 더 뜨거운 시간대로 옮겨갈 것이란 건 확실해 보인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

사실 우연의 일치처럼 보이지만 이 변화는 작금의 토크쇼 트렌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힐링캠프>는 물론 김제동 체제로 바뀌면서 500인의 방청객이 MC 역할을 하는 대대적인 변화를 보여줬지만 생각만큼 효과를 드러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힐링캠프>라고 하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건 과거 이경규, 성유리가 함께 했던 전형적인 연예인 토크쇼일 것이다.

 

연예인들을 게스트로 앉혀 놓고 MC들이 질문을 던져 그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게 만드는 <힐링캠프>는 당시에는 꽤 화제가 됐던 토크쇼였다. 1인 연예인 토크쇼 형식은 조금은 구시대적인 느낌을 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힐링트렌드를 끌어들여 상당히 트렌디하면서도 직설적인 어법으로 화제를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갈수록 시청자의 힐링이 아니라 게스트의 힐링처럼 보인 면이 추락의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김제동 체제로 바꿔 부랴부랴 변화를 준 것이 일반인들의 참여였다. 500인의 방청객이 그 날의 게스트에게 직접 질문하는 형식이 그것이다. 이렇게 일반인들의 참여를 시도했지만 이것 역시 결과적으로 보면 연예인 토크쇼라는 그 틀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드러냈다. 결국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연예인들이라는 타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청자들 본인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힐링캠프>가 힘겨워지고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건 이러한 시청자들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보면 <힐링캠프>가 사라지는 마당에 <동상이몽>은 이 달라진 시대의 대안적인 토크쇼 형식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동상이몽>은 유재석, 김구라 같은 쟁쟁한 연예인 MC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 토크쇼의 주인공은 일반인들이다. 어떤 사연을 가진 일반인들이 출연하느냐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의 성패가 갈리는 토크쇼. 연예인 MC와 패널들은 다만 일반인들의 이야기에 코멘트를 달거나 공감 혹은 비공감의 입장을 드러낼 뿐이다. <동상이몽>이 가진 이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소재는 이 프로그램이 빛을 발하는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동상이몽>은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수다로만 일관하는 토크쇼와는 사뭇 다르다. 여기에는 최근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관찰카메라형식이 결합되어 있다. 일반인들의 사연은 이야기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관찰카메라로 가감 없이 찍혀져 부모의 입장과 자식의 입장이 나란히 보여 진다. 그러니 토크쇼가 가진 말과 스튜디오라는 한계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관찰카메라가 가진 실제 장면들과 현장이라는 생생함으로 대치되면서 극복된다.

 

<힐링캠프>의 시대가 가고 <동상이몽>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것은 한 때를 풍미했던 연예인 토크쇼 형식은 퇴조하고 일반인 토크쇼와 관찰카메라가 접목된 새로운 형식이 들어서고 있는 상황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이 달라진 트렌드 속에서 연예인들의 위치도 달라지고 있다. 그 전에는 중심에 섰던 연예인들이 이제는 일반인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대신 그 옆자리를 자처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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