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2’, 파이널 경쟁보다 돋보였던 화합의 풍경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2>의 최종 우승은 강형호, 조민규, 고우림, 배두훈의 포레스텔라팀에게 돌아갔다. 정필립, 박강현, 김주택, 한태인의 미라클라스팀은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고 조형균, 안세권, 이충주, 김동현의 에델 라인클랑팀이 3위를 차지했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이번 <팬텀싱어2>의 파이널 무대의 최종 우승자는 100% 문자투표로 인해 결정됐다. 2차에 걸쳐 치러진 결승전에서 1차전은 심사위원과 관객의 점수를 합산해 순위가 결정되었고, 2차전은 온전히 100% 문자투표로 진행됐다는 건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특히 시청자들의 판단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는 걸 말해준다. 

그래서 파이널 무대에서는 프로듀서들이 할 일이 거의 없었다. MC인 전현무는 그래서 “편안히 즐기시면 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실제로 프로듀서들은 무대를 즐기며 때론 폭풍눈물을 쏟아내기도 했고, 기립박수를 치기도 하는 등 관객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프로듀서들이 파이널에서 당락 결정에서 빠져 있는 건, 그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하는 역할을 명확히 보여줬다. 각각으로 모인 이들이 듀엣이 되고 트리오가 되며 그리고 궁극적으로 4중창단이 되어가는 그 과정에서 최적의 하모니를 구성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었다. 그러니 세 팀 모두 그들에게는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우승자 자리를 차지하든 사실상 모두가 완전체라 여겨질 만큼.

포레스텔라가 결국 최종 우승을 하게 된 건 그래서 그 파이널 무대에서 월등했다는 걸 뜻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실력이 다른 경쟁팀과 비교해 남달랐다는 걸 의미하는 것도 아닐 게다. 문자투표는 그것보다는 그간 프로그램 속에서 이들이 걸어왔던 과정들과 그로 인해 생겨난 저마다의 팬덤이 더 크게 좌우할 수밖에 없다. 

포레스텔라가 더 많은 팬덤을 가져갈 수 있었고, 그래서 최종우승을 할 수 있었다는 건 시청자들이 이번 시즌에서 이 프로그램에 요구했던 것이 무엇인가를 잘 말해준다. 물론 객관적인 실력으로는(물론 이들의 실력을 순위로 나누긴 어렵지만) 미라클라스나 에델 라인클랑 그 누구도 빠지지 않는다. 다만 크로스오버라는 <팬텀싱어>만의 특징 속에서 이미 시즌1을 경험했던 시청자들은 좀 더 새로운 무대를 더 희구했다고 볼 수 있다. 

포레스텔라가 우승을 했지만 이날 파이널 무대에서 미라클라스가 두 번째 무대에서 부른 ‘필링스’는 큰 감동을 주었다. 그것은 하모니가 주는 감동은 물론이고, 그 노래가 가진 가사의 의미들이 이 프로그램의 파이널 무대와 공명하며 만들어낸 울림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이별을 아쉬워하며 거기서 삶의 의미까지를 얘기하는 이 노래는 그래서 파이널 무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으로 남았다. 

3위에 그쳤지만 에델 라인클랑이 부른 ‘Senza parole’ 역시 그간 아껴뒀던 비장의 무기인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김동현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이 곡에 안세권의 폭풍성량과 조형균의 피를 토하듯 불러내는 고음 그리고 감성 가득한 이충주의 목소리가 더해져 마지막 하나의 하모니로 묶여지는 그 순간은 전율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현장에서 본 파이널 무대에서, 이러한 극강의 하모니 무대보다, 또 누가 우승자인가로 가려지는 그 순간보다 더 강렬하게 필자를 뭉클하게 한 풍경은 다른 것이었다. 마지막 최종결정을 하기 위해 세 팀이 한 무대에 올랐을 때 최종 우승자 발표 직전 ‘광고’가 흘러나올 때 무대 위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세 팀이 누가 팀이랄 것도 없이 서로 다가가 마지막 무대를 수고했다면 껴안아주고 격려하는 풍경. 그 풍경을 바라보던 현장의 관객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아마도 그것이 <팬텀싱어2>가 보여준 최고의 하모니가 아니었을까. 누가 우승자가 되는 것이 무에 그리 중요한 일일까. 그것보다는 서로 경쟁하면서 동시에 서로를 상생시켰던 그들이, 또 경쟁을 떠나 모두가 형제가 되어버린 그 시간들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으로 수고했다 격려해주는 그들 모두가 위너라는 걸 그 한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은 끝났어도 이 세 팀이 또 이번 시즌을 통해 발견됐던 많은 좋은 싱어들이 다른 무대에서도 계속 만날 수 있기를.

‘팬텀싱어2’ 3팀3색, 누가 우승의 주인공이 될까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2>는 이제 결승만 남았다. 그리고 그 결승의 무대에 오를 세 팀이 결정됐다. 그 팀의 조합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색깔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안세권, 김동현, 이충주, 조형균으로 구성된 에델 라인클랑, 강형호, 고우림, 배두훈, 조민규가 한 팀인 포레스텔라 그리고 김주택, 박강현, 정필립, 한태인이 한 팀인 미라클라스. 누가 우승의 주인공이 될까.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먼저 에델 라인클랑 팀은 이들의 관계가 남다른 점이 눈에 띤다. 안세권과 김동현은 같은 학교 동기로 때론 갈등도 있지만 그만큼 끈끈한 사이다. 듀엣 미션 때 두 사람은 선곡 문제로 갈등하다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부딪침이 무대에서는 오히려 시너지로 작용하는 면이 있었다. 도전적인 선택을 하는 김동현이 안세권이 가진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듯한 느낌이다.

이충주는 김동현의 선배이고, 또 조형균과는 같은 뮤지컬 무대에 섰을 만큼 화음이 잘 맞는 조합. 그러니 에델 라인클랑 팀은 이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하모니가 그 어떤 팀보다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성악과 뮤지컬배우의 균형 잡힌 조합이 주는 완벽한 크로스오버의 하모니는 이미 이전 무대에서 한번 합을 맞춰 보는 이들을 감동시킨 바 있다. 

포레스텔라팀은 전략가 조민규를 중심으로 한 번씩 화음을 맞춰 좋은 무대를 선보였던 강형호, 고우림, 배두훈이 한 팀이 되었다. 강형호는 조민규와 함께 ‘Sweet Dreams’로 놀라운 고음을 선보인 바 있고, 고우림, 배두훈과는 ‘Dell’ Amore Non Si Sa’, ‘Radioactive’ 등을 통해 좋은 하모니를 선사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 팀은 그 예측 불허의 무대를 통해 <팬텀싱어2>를 흥미진진하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파격적인 선곡과 화려한 곡 구성 그리고 하모니는 물론이고 동작까지 더해 드라마틱한 무대를 만들어내는 그 강점은 이 팀이 우승 후보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걸 잘 보여준다. 크로스오버가 가진 실험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팀.

마지막으로 미라클라스팀은 팀명에서도 드러나듯 김주택이라는 ‘클라스가 다른’ 성악이 주축이 되고 그 안에 정필립이라는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목소리의 성악과 베이스이지만 밝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한태인 그리고 이 성악 하모니에 한 줄기 뮤지컬의 감성을 더해줄 박강현이 포진한 팀이다. 

이미 이전 무대에서 한 팀을 이뤘던 다른 팀에 비해 아직 그 조합이 생소해 어떤 색깔의 하모니를 들려줄지 미지수이지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궁금해지는 팀이기도 하다. 성악의 강점을 가장 잘 살려낼 수 있으면서도 그걸 오히려 반전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팀이다. 무엇보다 팀 조합이 신선하다는 점은 이 팀의 중요한 강점이다.

하모니일까 실험성일까 아니면 신선함일까. 결정된 세 팀이 세 가지 저마다의 강점을 들고 다음 주 마지막 무대를 채운다.

'팬텀2', 치밀한 전략가 조민규를 따라하기 시작했다는 건

이보다 노래를 잘할 수는 없다. 매회 귀호강 무대를 선사하는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2>는 성악가, 뮤지컬배우 등이 참여하는 오디션인 만큼 그 기량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이번 시즌2는 시즌1의 성공에 힘입어 국내외 유명한 성악가와 뮤지컬배우들이 참여했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하지만 각자 기량이 뛰어나다는 점은 적어도 <팬텀싱어>라는 4중창 하모니를 지향하는 오디션에서는 오히려 장애요소가 될 가능성도 크다. 누구 한 사람의 목소리가 너무 튀어나오면 자칫 그 하모니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점 더 중요해진 것이 바로 전략이다. 그냥 목소리를 맞추는 수준이 아니라 저마다 가진 목소리의 장단점과 기존 불렀던 노래들의 특색 등을 분석해서 새롭게 꾸미는 무대가 식상하지 않고 새로운 충격을 줄 수 있도록 구성해내는 것.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준 참가자가 바로 조민규다. 그는 ‘전략가’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계속 새로운 무대의 실험을 보여줬다. 이번 무대에서 강형호, 안현준, 한태인과 선보인 유리 스믹스의 ‘Sweet Dreams’ 역시 파격적인 무대였다. 윤종신 프로듀서의 말대로 모두가 하모니를 통해 아름다운 소리를 내려고 했다면 이 무대는 강렬한 한 편의 퍼포먼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안현준과 한태인의 저음이 주는 묵직함에 강형호와 조민규가 선사하는 고음의 날카로움은 그 대비효과만으로도 듣는 이들의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곡을 전략적으로 구성하면서 생겨난 반전효과가 매력적인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동작 하나하나까지 맞춰서 안무적 배려까지 한 대목은 조민규가 얼마나 치밀하게 무대를 계산하는 프로듀서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흥미로운 건 이런 전략적 선택을 이제 다른 팀들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성악가인 김주택이 들어가 염정제, 김동현, 시메와 함께 꾸려진 팀이 부른 이승환의 ‘꽃’은 그 점을 잘 보여준 무대였다. 이태리 성악곡만 줄곧 불렀던 김주택과 김동현, 그리고 팝송만 불렀던 시메. 그래서 그들은 우리 감성을 적실 수 있는 가요 ‘꽃’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보다 효과적으로 들려주기 위해 창법 또한 성악적인 면을 많이 누그러뜨렸다. 김주택은 그간 해왔던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성악 발성을 내려놓고 마치 편하게 가요를 부르는 것처럼 이 노래를 소화해 새삼 크로스오버의 맛을 살려냈고, 그간 우리말 가사를 선보이지 않았던 시메는 놀랍게도 괜찮은 발성으로 노래를 불러내는 반전을 보여줬다. 

물론 이번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한 이충주, 조형균, 정필립, 고우림의 ‘La Vita’라는 곡 역시 잘 부르려하기보다는 즐기려는 자세를 보여줘 더 감동적인 무대가 될 수 있었다. 특히 정필립 특유의 음색이 주는 매력은 이 무대에서도 단연 두드려졌다. 조형균과 이충주의 뮤지컬배우 다운 감성적 표현도 빼놓을 수 없지만. 

노래만 잘 한다고 해서 우승할 수 없다. 아마도 <팬텀싱어2>가 가진 그 어떤 오디션과는 다른 특징이 여기서 나오는 것일 게다. 혼자 잘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해야 하고 그러기위해서는 최적의 곡 선정과 구성 그리고 그 구성에 대한 전략이 필요해졌다. 이제 시청자들은 이 귀호강 오디션에서 바로 그 전략들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기대하게 됐다.

'팬텀싱어2', 듀엣 무대의 실망감 뭐가 문제일까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그만큼 실망도 크게 다가온다. 사실 JTBC <팬텀싱어2>에서 출연자들이 처음 무대에 서서 저마다 강한 개성과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려줬을 때만 해도 이번 시즌은 시즌1보다 훨씬 다채로운 재미를 줄 것이라 기대했다.

이태리에서 날아온 세계적인 바리톤 김주택, 독일에서 온 베이스 바리톤 김동현, 청량한 목소리의 조민규, 굉장한 무대장악력을 보여준 권성준, 남녀 파트를 넘나들며 승부사 기질을 보여준 강형호, 농부테너 정필립, 씨름선수였다 성악을 하게 된 안세권, 자유로운 영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매력인 조민웅 등등... 실로 저마다의 매력이 넘치는 출연자들이 계속 등장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이토록 매력이 넘쳤던 출연자들이 듀엣 무대에 올라오면서부터 그 매력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일단 한 회를 다 봐도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무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시즌1이 매회 감동적인 무대를 남겼던 것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다른 느낌이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걸까.

일단 가장 큰 건 곡 선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시즌1에서 여러 이태리 노래들을 들었던 터라 시즌2는 그게 익숙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좀 더 감성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셔줄 우리 노래가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진다는 점은 아쉽다. 물론 조휘와 권성준이 부른 ‘볼라레’나 박성규와 송근혁이 부른 ‘백일몽’은 괜찮은 선곡이었고 하모니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정수, 임정모가 부른 ‘Brave’나 한태인, 조민웅이 부른 ‘Nostalgia’ 같은 곡은 시청자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곡 선정보다 더 큰 문제는 곡 구성이 아닐까 싶다. 윤종신 심사위원이 계속 지적했던 것도 곡 구성 부분이었다. 각자 노래들은 다 잘하는데 두 사람의 하모니가 곡과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아서 왜 같이 부르는 지 알 수 없었다는 것. 이런 아쉬움들은 결국 인상적인 무대가 나오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시즌1을 다시 떠올려보면 사실 이 듀엣 무대가 가장 돋보였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합쳐지는 것이기 때문에 삼중창이나 사중창 같은 웅장하고 화려한 맛보다는 훨씬 더 감성적인 무대가 가능했던 게 바로 이 듀엣 무대였던 것. 그런데 이번 시즌에서는 오히려 듀엣 무대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남게 됐다.

어쩌면 이런 아쉬움은 너무 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하모니란 어느 정도 빈 구석들이 있어 그걸 서로 채워주는 과정에서 더 감동적인 화음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윤종신 심사위원이 새삼 강조한 것처럼, <팬텀싱어>는 개인의 음악적 능력을 뽐내는 무대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여럿이 모여 만들어내는 화음의 아름다움을 목표로 하는 무대다. 거기에 걸맞은 곡 선정과 구성 그리고 출연자들의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팬텀싱어2’, 왜 시즌1보다 실력자들이 늘었나 보니

듣는 귀가 달라져서일까. 아니면 진짜 실력자들이 쏟아져 나와서일까.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2>는 시즌1보다 훨씬 많은 실력자들이 눈에 띈다. 이태리에서 날아온 세계적인 바리톤 김주택이나 독일에서 온 베이스 바리톤 김동현, 청량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조민규, 무대장악력이 놀라웠던 권성준 그리고 ‘팬텀 오브 더 오페라’를 남녀 파트를 넘나들며 불러 듣는 이들을 소름 돋게 했던 강형호가 등장한 첫 회는 그래서 시작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건강한 목소리를 전해준 농부 테너 정필립, 뮤지컬 가수지만 생계를 위해 제주도 호텔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신명근, 전직 씨름선수였다가 성악을 하게 됐다는 안세권,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스스로를 밝히고 어딘지 어눌한 면이 있었지만 놀라운 완성도의 노래를 들려준 조민웅, 늘 형의 그늘 아래 있었다고 했지만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 박상돈의 동생 박상규, 야성미에 연기력까지 돋보인 개성파 보컬 이정수, 단단한 실력파 뮤지컬 조형균 등등. 출연자들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안세권 같은 성악가의 노래는 성악을 모르는 일반인이 듣기에도 너무나 잘 한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성량도 풍부한데다 힘도 좋고 고음까지 쭉쭉 치고 나가는 그 목소리에 심사위원인 윤종신은 가요를 하는 입장에서도 듣기 좋은 소리라고 극찬했다. 또 조진웅과 외모도 닮고 이름도 비슷해 실제 형제가 아닌가 착각하게 했던 조민웅이 들려준 차이코프스키의 노래는 러시아 가곡의 매력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그 말뜻은 잘 와 닿지 않지만 왠지 모를 러시아 특유의 감성 같은 것들이 묻어났다. 

이태리는 물론이고 독일에서 음악활동을 하는 현역 성악인이 참여하고, 한 때는 성악가였지만 시골 농부로서 살아가는 사람이나 뮤지컬 배우를 꿈꿔왔지만 현실을 위해 호텔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 박상돈처럼 실력이 충분하지만 어쩐 일인지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다는 동생 박상규, 그리고 덕후로 시작해 실력자가 된 사람이나 그들을 보며 꿈을 키워가는 대학생까지. 도대체 이 많은 실력자들이 어디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게 된 걸까. 

아마도 그건 <팬텀싱어> 시즌1이 일종의 물꼬를 터준 덕분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음악에 있어서 성악가나 오페라 가수 그리고 뮤지컬 배우만큼 실력자들이 없다. 물론 뮤지컬은 최근 몇 년 간 대중화되면서 그 저변이 넓어졌지만 성악이나 오페라를 하는 이들은 아직까지 일반 대중들과의 접점이 많이 없었다. 실력은 충분하지만 그 실력을 일반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무대가 없었던 것. 

시즌1이 대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이들에게는 <팬텀싱어2>가 꿈의 무대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실력자들이지만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그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제대로 들려준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흥분되는 일이겠나. 무엇보다 이 무대는 우리가 잘 몰랐던 성악이나 오페라 같은 세계를 대중들에게 알려준다는 좋은 취지가 있었다. 그러니 세계적인 실력자도 또 그들을 보며 꿈을 키워왔던 아마추어도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밖에.

어째서 이토록 놀라운 실력에 감성까지 더해 우리의 귀까지 고급지게 만들어주는 음악을 어째서 우리는 잘 모르고 지내왔을까. 그것은 아마도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기보다는 특정 장르에 편중되어 그 부류의 음악들만 대중들에게 전해진 탓이 아닐까 싶다. <팬텀싱어2> 같은 그 어떤 장르보다 실력자들이 넘치지만,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이들을 위한 무대가 더더욱 필요한 이유다.

‘팬텀싱어2’, 세상은 넓고 숨은 실력자들은 넘쳐난다

1월에 종영한 <팬텀싱어>는 겨우 반 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즌 기간으로는 짧게 느껴지는 공백기다. 약 7개월여 만에 방송이 되는 것이지만 사전 녹화를 생각해보면 6개월도 안 되는 기간 만에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조금 이른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하지만 제작발표회에서 김형중 PD가 밝힌 것처럼, JTBC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가 이렇게 빨리 시즌2로 돌아온 데는 그만큼 충분한 실력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걸 단 첫 회 만에 확인할 수 있다. 김주택 같은 이태리에서 날아온 이미 세계적인 러브콜을 받는 바리톤이 출연하는가 하면, 독일에서 건너온 베이스 바리톤 김동현 같은 인물도 있었다. 또 조민규 같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테너도 있었고, 연기력까지 겸비해 무대장악력으로 눈길을 끈 바리톤 권성준도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의 다양한 출신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사연들이다. 사실 조민규 같은 희소성 있는 목소리는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지만 오페라에서는 너무 날렵한 음색 탓에 혹평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윤종신은 <팬텀싱어>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만 하면 된다며 그 목소리를 칭찬했다. 이런 점은 <팬텀싱어>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미를 드러내줬다. 기존의 틀에서는 어울릴 수 없어도 크로스오버를 통한 새로운 틀을 추구하는 <팬텀싱어>에서는 그것이 색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또한 김주택 같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바리톤이 <팬텀싱어>에 출연하게 된 사연도 흥미로웠다. 그 역시 많은 고민을 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팬텀싱어> 출연에는 여러모로 오페라라는 대중들에게는 조금은 멀리 떨어진 장르를 보다 친숙하게 알리고픈 마음이 느껴졌다. 제 아무리 좋은 오페라라고 해도 관객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그의 말은 그가 부담스런 오디션에 참여한 중요한 이유였다. 

조민규나 김주택, 김동현 같은 제대로 성악을 배운 이들의 무대는 자못 제대로 배우지 않은 아마추어들에게는 굉장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팬텀싱어2>에 출연한 아마추어들은 프로들마저 놀라게 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는 반전을 만들었다. 그 대표적 인물이 시즌1의 ‘성공한 덕후’라고 자칭한 최진호와 평범한 회사원인 강형호였다. 

최진호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슈베르트의 결코 쉽지 않은 곡을 너무나 편안하게 소화해내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 강형호는 <오페라의 유령>의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antom of the opera)를 남녀 파트를 넘나들며 불러 듣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특히 강형호는 때론 부드러운 여성적인 보이스로 때론 강렬한 남성적인 보이스를 모두 소화해내 중창단에서 다양한 색깔이 가능한 인물로 급부상했다.

즉 시즌2는 시즌1의 성공으로 인해 더 강력한 출연자들이 모여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넘어온 세계적인 실력파가 있다면 그들조차 감동받는 발굴되지 않은 원석의 아마추어들도 있었고, 독특한 목소리 때문에 각 분야에서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크로스 오버를 추구하는 <팬텀싱어>에는 최적화된 인물도 있었다. 결국 <팬텀싱어> 같은 음악 프로그램의 핵심은 다양한 출연자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두고 보면 시즌2가 시즌1보다 훨씬 더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음악적으로도 시즌1이 주로 이태리 음악에 치중되었다면 이번 시즌2는 첫 방송에서부터 러시아 음악은 물론이고 독일 가곡 같은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내는 레퍼토리들이 등장했다. 출연자들도 다채롭고 레퍼토리 또한 다양해진 <팬텀싱어2>. 왜 서둘러 시즌2로 돌아왔는가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무도’의 꾸준한 스포츠 사랑, 지원이란 이렇게 하는 것

MBC <무한도전>은 8년 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던 봅슬레이 도전에 나섰다. 제대로 된 경기장은커녕 연습장도 변변찮았던 시절. 맨 몸으로 뛰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극한의 스피드 속에서 느껴질 수밖에 없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마지막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을 때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그 어려운 걸 해냈다는 기쁨과 함께,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여건도 좋지 않지만 그래도 없는 장비는 몸으로 뛰면서 채워 넣은 그 열정에 스스로 북받쳐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로부터 8년이 지난 현재,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이제 1년 남짓이면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될 것이었다. 봅슬레이팀을 찾은 <무한도전>은 과거와 너무나 달라진 환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경기장도 연습장도 제대로 마련된 곳에서 선수들과 벌인 <무한도전> 팀들의 오랜 만의 한판 대결은 멤버들은 물론이고 8년 전부터 <무한도전>을 애청해온 시청자들에게 남다른 감회를 주기에 충분했다. 8년 전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훈련했던 막내 김동현 선수가 이제는 최고참이 되어 있으니. 

그 때와 지금을 생각해보면 봅슬레이라는 종목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 달라져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당시만 해도 동계올림픽은 상대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적었고 그 중에서도 봅슬레이는 비인기 종목이라 그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있는지조차 몰랐었다. 당연히 선수층도 얇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작년 우리 봅슬레이팀이 캐나다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아시아 출신 최초로 금메달을 차지한 건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국민적 관심에 힘입어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관심을 촉발시킨 건 다름 아닌 <무한도전>이다. 

박보검이 게스트로 참여한 이번 특집은 당연히 다가올 평창 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작년 말 불거져 나와 지금까지 그 여파를 미치고 있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면서 이 국제적인 행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마치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지하는 것이 그 게이트에 동조하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모든 진상들이 밝혀지고 있는 마당에 그 고리를 끊어내고 이미 유치된 올림픽을 제대로 성공적으로 치르는 일은 우리에게 남겨진 또 하나의 숙제가 되었다. 

<무한도전>의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든든한 지지와 지원은 그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박보검이 출연해 벌인 봅슬레이 경기에 이어 예고편으로 김연아가 다시 <무한도전>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시청자들도 반색하게 만들었다. <무한도전>의 이런 행보가 가능한 건 이미 지금껏 이 프로그램이 해온 비인기 스포츠종목에 대한 꾸준한 지지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봅슬레이 경기도 그렇지만, 김연아 선수도 이미 <무한도전>에 출연해 그 피겨 스케이팅의 매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니 뜬금없는 지원이 아니라 지금까지 해오던 것들의 연장선에서 그 진심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어떤 국가적인 스포츠 행사가 일어날 때마다 예능 프로그램들 또한 그 특집을 구성하곤 한다. 그만큼 그러한 행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쏠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찌 보면 프로그램들이 국가적 행사에 쏠린 관심에 기대는 것일 수 있다. <무한도전>이 해온 행보가 달리 보이는 건 어려운 시기부터 꾸준히 비인기 스포츠 종목들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그 과정들이 있기 때문이다. 박보검의 봅슬레이에 이은 김연아의 출연.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으로서는 <무도>의 이런 꾸준한 지지가 든든할 수밖에 없다. 진심어린 지원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시간탐험대3>, 조세호, 남창희, 김주호가 아쉬운 까닭

 

조세호씨 왜 <렛츠고 시간탐험대3>에 안 나오셨어요?’ 최근 유행하는 조세호 소환놀이를 빌어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3>의 게시판에는 이런 글들이 넘쳐난다. 이 프로그램의 초창기 멤버이고 조세호 특유의 억울한 표정이 이만큼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도 없다. 게다가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어 조세호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지는 탓이기도 하다.

 


'렛츠고 시간탐험대(사진출처:tvN)'

<렛츠고 시간탐험대>는 과거의 한 시절로 시간을 되돌려 역사적 사료에 근거한 역사 체험을 리얼하게 하는 독특한 버라이어티쇼다. 제작진들을 자못 진지하게 역사 체험을 그려내려 하지만 그것을 체험하는 출연자들은 죽을 맛이다. 아직 추운 날씨에 지푸라기 깔아놓은 감옥에서 잠을 청해야 하고, 차가운 물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해내야 하며, 심지어 엉덩이를 까고 곤장을 맞기도 해야 한다.

 

사실 누군가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은 슬랩스틱적인 웃음을 주지만 그래도 예능 프로그램이 그것을 다 담아낸다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난점을 <렛츠고 시간탐험대>는 역사 체험이라는 고증을 내세워 넘어선다. 고주원이 사극에서는 장을 맞을 때 옷을 입고 맞는다고 주장했을 때, 실제로 하의를 발목까지 내려놓고 곤장 맞는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죽은 자의 검안을 위해서 엉덩이를 까고 항문을 검사하는 대목도 사실 그저 평범한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다루기 어려운 장면이다. 당시 검안 기록대로 충실히 재연한다는 명분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런 독한 설정과 장면들이 가능해진 것. 이때 사체로 등장한 김주호는 실제로 엉덩이를 내놓은 채 방송을 해야 했고 그것 때문에 주변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찌 보면 재연이 들어간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렛츠고 시간탐험대>는 그래서 역사 체험 설정으로 들어갔을 때 그 출연자들의 리액션이 핵심이 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제대로 리액션을 받아줘야 예능이 되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는 다큐가 되어버린다.

 

새로 시작한 <렛츠고 시간탐험대3>에는 초창기 멤버였던 장동민, 유상무, 김동현과 함께 새 멤버로 한상진, 고주원, 장수원이 투입되었다. 한상진은 시작할 때 서슴없이 흙을 입에다 털어 넣는 모습으로 의지를 다졌지만 사실 스스로도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상황에서 강물에 뛰어들 때 했던 말처럼 그다지 큰 역할을 한 게 없어보였다.

 

고주원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머슴 캐릭터로 자리하면서 심지어 방송에서는 처음으로 엉덩이까지 까는 하드캐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웃음의 리액션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장수원 역시 마찬가지다. 특유의 로봇 리액션이 있지만 그것도 <배우학교>의 출연 때문인지 과거 같은 예능의 느낌과는 조금 달라진 면모가 묻어난다.

 

사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니 새로이 들어온 멤버들이 적응하는 데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조연으로 여기 저기 김주호가 출연하고는 있지만 그의 존재감도 아쉽고 조세호나 남창희 같은 초창기 멤버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사실 장동민과 유상무는 최근 여러 논란들 때문에 프로그램에 짐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그들의 한결같은 리액션들은 이제 조금 식상해진 느낌이다. 왜 기존 멤버를 살리려 했다면 조세호, 남창희, 김주호가 아니라 장동민, 유상무였을까. 이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에 유일하게 아쉬운 대목이다

알고 보면 모르모트PD가 살리고 있는 <마리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조연출 권해봄 PD는 이제 그 이름보다 모르모트 PD’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졌다. 처음에 트레이너인 예정화와 함께 커플 요가를 선보였을 때 잠깐 보였던 몸 개그의 가능성은 이제 그가 나오는 곳이면 어디서든 빵빵 터지는 웃음의 보증수표가 되었다. 알고 보면 그와 함께 했던 출연자들이 꽤 괜찮은 웃음을 줬고 또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김동현 선수가 출연해 이종격투기 특훈을 받는 과정에서도 모르모트 PD의 활약은 눈부셨다. 양동이를 얼굴에 쓰고 피하는 기술을 선보이는 김동현에게 잔머리를 굴리며 장난을 치는 장면부터 서서히 시동을 건 모르모트 PD는 뒤로 돌아서 주먹을 날리는 백스핀 블로우를 통해 특유의 어색함이 이를 데 없는 몸 개그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밑을 차는 척 하다가 방향을 바꿔 얼굴을 노리는 브라질리안 킥은 모르모트 PD가 하자 모르모트 킥이 되었다. 마치 관절이 따로는 노는 것처럼 너무나 눈에 띠는 어색한 동작이 되었던 것. 일본에서 김동현이 배워왔다는 삼계탕을 연상케 하는 신기술 역시 모르모트 PD가 시전하자 이상야릇한 동작이 되어버렸다. 손을 잡으라고 하니 머리를 잡고 심지어 손을 깍지 끼고 더듬는 모습이 큰 웃음을 주었고 억지로 힘을 주다 방귀를 뀌어 기술을 생화학 무기로 만들었다. 모르모트 PD는 이 장면으로 방귀대장 모르모트라는 캐릭터가 부가됐다.

 

하지만 함서희 선수와의 일전은 모르모트 PD가 정작 자신은 얼마나 이 방송을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가를 잘 드러내 보여주었다. 김동현이 적당히 해. 죽이면 안 된다고.”라고 말할 정도로 강하게 대쉬하는 함서희 선수를 맞아 잇몸에서 피가 나면서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에게 네티즌들은 연말에 상 줘야 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마우스피스가 빠지고 녹초가 되어 쓰러진 그를 김동현이 슬쩍슬쩍 도와주자 네티즌들은 착한 조작이라며 모르모트 PD를 응원했다.

 

그는 함서희 선수의 브라질리언킥을 맞고는 오히려 그 기술을 감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앵클락을 시도하는 적극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가르쳐주셨는데 이겨야 되는데,,,”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결코 장난이 아니라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그의 자세를 읽어낼 수 있었다. 결국 모르모트 PD는 함서희 선수에게 졌지만 그의 이런 고군분투는 김동현에게 <마리텔> 우승 챔피언 벨트를 안겨줬다.

 

그런데 모르모트 PD의 무엇이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그저 웃기기 때문에? 실제로 그의 몸 개그는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는 예능에 최적화된 몸에서 나온다. 그는 박지우와 댄스스포츠를 하면서 그 안 되는 몸이 주는 몸 개그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모르모트 PD의 몸을 사리지 않는 남다른 노력과 열정이 깔려 있다. 그에게 따라붙는 극한직업이라는 수식어는 그것을 잘 말해준다.

 

아마도 일터에 있는 분들이나, 혹은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노동이 주는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르모트 PD의 어딘지 어설프고 그래서 웃기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피를 보이면서까지 끝까지 해나가는 모습은 그래서 짠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웃픈 감정은 아마도 모르모트 PD의 노력에 대해 기꺼이 박수를 쳐주고 지지해주고픈 마음을 들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그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모르모트PD가 보여줄 것이라 시청자들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치 <무한도전>의 초창기, 어설펐던 멤버들의 치열한 노력에 기꺼이 박수를 쳐주었던 것처럼.



<런닝맨>이 배워야할 <12> 게스트의 정석

 

게스트의 정석이 있다면 아마도 이번 <12>에 출연한 추성훈과 김동현이 아닐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간 김준호의 빈 자리를 채우러 온 추성훈과 다리를 다친 김주혁의 대타로 온 김동현은 게스트라는 느낌 없이 <12>에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아니면 두 사람의 타고난 예능감 때문일까. 두 사람의 출연은 잠시 자리를 비운 김준호를 긴장시킬 만큼 빈 구석이 전혀 없었다.

 


'1박2일(사진출처:KBS)'

추성훈의 장점은 그저 표정 하나, 근육 하나를 통해서도 느껴지는 위압감에서부터 나온다. 본래 숟가락으로 병뚜껑을 따는 건 손기술(?)을 활용하는 것이지만 추성훈이 하면 그건 거의 힘으로 해내는 일이 된다. 실제로 숟가락을 휘어버리는 괴력을 보여주고, 뚜껑을 따다가 잘 안되자 그냥 힘으로 뜯어내는 듯한 그 장면은 그 단순한 병뚜껑 따기를 대단한 볼거리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유호진 PD가 복불복 미션의 룰을 설명하면 그러려니 하는 게 아니라 ?”하고 반문함으로서 제작진을 후덜덜하게 만드는 이 남자. 의외로 섬세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다. 부엌에서 오믈렛을 만드는 모습에서 그게 여지없이 느껴진다. 그러니 그 터질 듯한 근육으로 짐승 한 마리쯤은 때려잡을 것 같은 손이 프라이팬을 돌릴 때는 여지없는 미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

 

추성훈과 함께 후배 격투기 선수인 스턴건 김동현이 자리한 것 역시 신의 한수가 아닐 수 없다. 추성훈의 명령이면 뭐든 다 할 것 같은 김동현은 역시 격투기 선수답게 날랜 순발력과 힘을 갖고 있지만 하는 행동은 어딘지 어리버리한 김종민과 동격이다. 역시 여러 차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김동현은 웬만한 예능인들 이상의 감을 보여준다. 김종민과 함께 가마솥에 쌀도 넣지 않고 열심히 불을 때는 모습은 의외로 빈 구석 많은 이 예능 파이터의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사실 게스트는 잘 쓰면 득이지만 잘 못쓰면 독이다. 득이 되는 게스트란 늘 고정적인 멤버들 사이에 들어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을 말한다. 하지만 제 아무리 득이 되는 게스트도 반복적으로 투입되다보면 그것 역시 하나의 상투적인 일이 되어버린다. 최근 <런닝맨>이 빠진 늪이 이것이다. <런닝맨>의 게스트 투입은 게스트들이 제아무리 잘 해도 이제 그들의 홍보성 출연 같은 상투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추성훈과 김동현의 출연은 그런 점에서 보면 전혀 게스트 같지 않았고, 또한 김준호의 빈 자리를 채우고 김주혁의 깍두기 역할을 해준다는 명분도 확실했다. 그러니 사실상 게스트라고 해도 시청자들에게는 이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오지로 들어간 <12>의 선택은 이 두 격투기 선수들이 갖고 있는 야생적인 이미지(게다가 허당의 웃음까지)와도 너무나 잘 어울렸다.

 

뭐든 상투성을 갖게 되거나 혹은 매너리즘을 보이게 되는 건 예능에서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게스트 활용은 프로그램의 이야기에 변수를 준다는 점에서 좋은 자극제지만 그것이 너무 반복적으로 비슷비슷한 패턴을 갖게 되면 전혀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 현재 게스트 출연에 대한 비판에 직면한 <런닝맨>은 여러모로 <12>의 게스트 활용법을 한번쯤 참조할 필요가 있다. 고정이자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김준호를 위협하는 게스트라니. 흥미로운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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