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착, 일반인... 알고 보면 ‘청춘불패’ 안에 다 있었다

KBS <1박2일>이 폐지됐던 <청춘불패>의 추억을 되살렸다. 지난 2009년 시작해 1년 넘게 시즌1이 방영됐고 2011년에 시즌2가 방영되다 결국 폐지됐던 <청춘불패>다. 사실 시즌2에 와서는 본래의 색깔이 많이 사라져 아쉬움을 주었지만, 강원도 홍천 유치리에서 정착해 농촌의 삶을 사계에 걸쳐 보여줬던 시즌1은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1박2일> 당시 <청춘불패>에 출연했던 김신영, 나르샤, 구하라 등을 출연시켜 그 때의 추억이 남아있는 유치리를 방문했다. 

'1박2일(사진출처:KBS)'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는 비닐하우스에는 그 때 마을 잔치도 벌이고 게임도 했던 기억들이 사진들 속에 담겨 있었고, 출연자들이 머물며 찍었던 빈농가에는 직접 그들의 손길이 닿았던 흔적들이 여전했다. 그리고 <청춘불패>에서 스타가 됐던 마을 어르신 로드 리(이기욱)는 이들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자식들처럼 반겨주었다. 로드 리는 그 때나 지금이나 막걸리 한 잔으로 발그레진 얼굴로 출연자들을 기분 좋게 맞아주는 모습이었다. 

<1박2일>이 1회성으로 방문한 <청춘불패>의 유치리지만, 그 때의 기억이 선명한 시청자들은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1박2일> 멤버들과 짝을 이루고 게임을 하는 모습 속에서 <1박2일> 멤버들을 쥐락펴락하는 김신영이나 나르샤, 구하라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시청자들에이 <청춘불패>를 다시 되살릴 순 없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프로그램이 가진 기획적인 면들을 두고 보면 <청춘불패>는 여러모로 앞서갔던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여행 버라이어티가 유행했던 시절에 <청춘불패>는 정착형 예능을 시도했다. 이곳저곳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정착해 그 곳의 삶에 그대로 녹아드는 걸 택했던 것. 그런데 알다시피 요즘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여행만큼 정착해서 보여주는 것들이 훨씬 많아졌다.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된 건 일시적으로 이벤트적인 여행보다는 훨씬 더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정착의 풍경이 리얼리티 예능으로서 시청자들이 더 공감하게 됐기 때문이다. 별다른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지만 소소함 속에 숨겨진 특별함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요즘의 시청자들이 더 원하는 것이 됐다. 물론 <청춘불패>가 방영되던 당시만 해도 이건 너무 심심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게다가 <청춘불패>에는 역시 요즘 예능들에 빠질 수 없는 일반인들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졌었다. 로드 리는 이렇게 프로그램에 들어오면서 스타가 됐던 일반인이었다. 그 이외에도 그의 친구인 유치리의 전 이장 왕구 아저씨(이왕구)도 있었고 그 분들의 부인들이나 동네 어르신들도 <청춘불패>의 출연자들과 자연스럽게 교감했다. 

무엇보다 <청춘불패>가 가치 있게 여겨진 대목은 요즘에 찾아보기 힘든 여성 출연자들이 중심이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이다. 너무 남성 출연자 중심으로 흘러가는 요즘의 편향된 예능 프로그램의 추세 속에서 <청춘불패> 같은 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1박2일>로 인해 다시금 재조명된 것이지만, 생각해보면 <청춘불패>는 지금의 예능 트렌드에 오히려 더 잘 어울렸던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씬스틸러> 김신영, 할머니 연기에 담긴 진심

 

예능 프로그램이 이렇게 울려도 되나. 연기자인 이한위는 마치 코미디언처럼 웃기는 반면, 웃길 것 같던 개그우먼 김신영이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을 울리다니. SBS <씬스틸러>에서 김신영이 하는 할머니 연기를 보던 출연자들은 그 뭉클함에 눈물을 흘렸다. 대본 없이 만들어진 즉석 연기에서 생겨난 돌발 상황이다.

 

'씬스틸러(사진출처:SBS)'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상황을 슬쩍 가져온 이 즉석 연기에서 김신영은 진짜 할머니에 빙의된 듯, 상대역인 이준혁을 살뜰히도 챙기는 모습이었다. 그 앞에서 여전히 수줍은 듯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힘겨웠던 젊은 날들을 회고했다. 연실 입에 붙은 듯한 죄송합니다미안합니다라는 습관적인 말 속에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그녀의 살아온 삶들의 고단함이 묻어났다.

 

이가 시원찮다며 거부하는 오돌뼈를 짓궂게도 이준혁이 씹어서 수저에 담아 건네자 김신영은 진짜 그 상황에 몰입한 듯 그걸 받아 씹었다. 그건 이준혁이 즉석 연기를 통해 그녀를 당황시키려 했던 것이지만 김신영의 스스럼없는 모습은 오히려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웃음을 기대하던 장면들은 차츰 진지해져갔고, 이준혁의 프로포즈는 이규한이 아들로 깜짝 등장해 사실은 치매를 앓는 김신영에게 수천 번 반복해왔던 것으로 드러나며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즉석연기가 끝나고 나서도 김신영은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이규한은 꼭 안아주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김신영으로 하여금 이토록 이 할머니 연기에 몰입하게 한 것일까. 그녀는 분장을 할 때 문득 그 거울에 비친 모습이 점점 자신의 할머니의 모습과 겹쳐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연기를 통해 자신의 할머니에 더더욱 몰입하게 됐던 것. 김신영의 이 즉석연기는 연기가 흉내 내기의 차원을 넘어서 진심을 담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실 <씬스틸러>가 연기라는 영역을 예능으로 가져올 때 먼저 떠올리게 된 건 과거 <헤이 헤이 헤이> 같은 콩트 코미디의 부활이었다. 그래서 여기 출연하는 연기자들은 어떤 면에서는 즉석 연기 상황을 통해 웃음을 전달하려는 강박이 있는 게 사실이다. 파일럿 때부터 출연했던 황석정이나 이번에 출연한 이한위도 순간적으로 던지는 애드립을 통해 웃음을 주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점이 그렇다. 이건 물론 잘못된 일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웃음을 주려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니까.

 

하지만 <씬스틸러><헤이 헤이 헤이> 같은 콩트 코미디와 다른 점은 그 연기가 단지 웃음만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김신영이 보여준 것처럼 진심을 담은 즉석 연기는 웃음의 차원을 뛰어넘어 어떤 감동까지도 선사할 수 있다. 이것은 단지 웃음에만 포인트를 맞춤으로써 자칫 축소될 수 있던 다양한 연기의 세계를 좀 더 열어 놓을 수 있는 지점이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 역시 웃음에 대한 강박을 버린 지 오래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대신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보면 <씬스틸러>에서 시청자들을 울리는 김신영의 연기와 시청자들을 웃기는 이한위의 연기가 동시에 보여질 수 있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할머니 연기에 담긴 진심으로 그 가능성을 활짝 열어준 김신영. <씬스틸러>에 이만큼 고마운 존재가 있을까.

<씬스틸러>, 즉흥 상황극 예능의 진화

 

어떻게 저런 애드리브를 하지? SBS <씬스틸러-드라마전쟁(이하 씬스틸러)>의 대본은 대부분 비어있다. 기본 상황은 제시되지만 그 안은 온전히 배우들이 채워야 하는 것. 김신영과 황석정 그리고 최은경과 함께 만들어가는 하녀들에서 이규한은 끝없이 난감한 상황 속으로 몰아넣어졌다. 불륜 관계인 김신영이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본부인 역할의 최은경도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상황극을 막장으로 몰아가자 이규한은 숨기던 상황들을 모두 털어놓는 것으로 반전을 꾀한다. 하지만 김신영도 최은경도 모두 떠나버리고 남은 하녀 황석정이 숨겨놓은 아들이라며 김병옥을 데리고 오자 결국 충격에 빠진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김병옥에게 담배 피우냐며 사랑의 매를 때리는 것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씬스틸러(사진출처:SBS)'

이라는 상황극에서는 조직원으로 들어간 경찰 역할을 한 김정태가 역시 씬스틸러다운 순발력을 보여줬다. 경찰임을 의심하는 상황들이 계속 제시됐지만 김정태는 그 때마다 특유의 순발력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가방에서 수갑이 발견되자 이런 말까지 안하려고 했는데, 내 아내가 묶는 걸 좋아한다며 오히려 화를 내고, 보스의 여자로 강예원이 등장해 너 나 사랑하기는 했냐고 묻자 사모님 약하셨습니까?”하고 응대하는 김정태는 어쩌면 <씬스틸러>라는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인물이라는 걸 보여줬다.

 

본격 상황극의 이런 묘미는 이미 맛보기로 출연자들에게 제시된 몰래 드라마에서 예고되었다. 아무런 언질도 없이 갑자기 만들어진 상황 속에서 출연자들은 놀랍게도 금세 몰입하여 상황을 반전시켰다. 가장 센 상황극으로 이규한과 동성애 설정으로 투입된 정준하는 등장하자마자 그의 뺨을 때리며 그가 바람을 피웠다고 몰아세웠지만, 이규한은 거꾸로 정준하의 뺨을 때리면서 네가 먼저 다른 남자를 만났지 않냐고 말함으로써 상황을 뒤집었다.

 

사실 이런 즉석 상황극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미 신동엽, 김원희가 해서 화제가 됐었던 <헤이헤이헤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었고 또 <해피투게더-프렌즈>에서 유재석과 이효리가 했던 프렌즈 극장역시 이러한 즉석 상황극으로 웃음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씬스틸러>가 다른 점은 예능인이 아닌 진짜 연기자들, 그 중에서도 진짜 씬스틸러들이 직접 출연한다는 점이다.

 

물론 양세형이나 김신영, 정준하 같은 예능인들이 있지만 그들은 이 프로그램에서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이다. <씬스틸러>가 집중하는 건 놀라운 애드리브를 보여주는 실제 씬스틸러들의 연기다. 순간적으로 상황에 몰입하고 때로는 공격적인 대응으로 그 상황을 뒤집는 묘미를 선사한다. 그건 웃기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진짜 상황극 속에 몰입해서 보여주는 연기의 흥미로운 세계를 슬쩍 보여주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

 

파일럿팀과 레귤러팀 이렇게 팀이 나뉘어져 한 팀은 대본을 공유하고 다른 팀의 연기자 한 명을 몰아세우는 대결구도는 상황극의 몰입을 더 깊게 만들어낸다. 대본팀은 씬스틸러를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붙이고 그 속에서 씬스틸러는 자연스럽게 자신 속에 있는 연기의 잠재성들을 끌어낸다. 이건 실제로 연기를 배우는 이들이 종종 연습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씬스틸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프로그램이다. 그 하나는 놀라운 연기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이고 다른 하나는 거기서 슬쩍 슬쩍 드러나는 실제 상황의 난감함이 만들어내는 웃음이다. 과거의 상황극 설정 예능 프로그램들이 보여줬던 것이 주로 후자에 대한 것이었다면 <씬스틸러>는 여기에 연기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전자의 재미를 붙임으로써 훨씬 진화된 형태를 만들었다. 연기와 실제 사이에서 피어나는 놀라움과 웃음. 물론 첫술에 배부르진 않겠지만 <씬스틸러>의 첫발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진화 성공한 <백년손님>, <해피투게더>가 배워야할 것

 

SBS <자기야 백년손님(이하 백년손님)>은 본래 <자기야>라는 스튜디오형 토크쇼에서 진화한 버전이다. 스튜디오에 연예인 부부들을 초대해 이런 저런 사담을 나누는 수다형 예능에서 <백년손님>이 사위의 강제 처가살이라는 현장형 예능으로 진화를 꾀한 건 대단히 적절한 선택이었다. 물론 스튜디오에서의 후토크와 현장에서의 이야기가 버무려져 있지만 <백년손님>은 확실히 요즘 트렌드에 걸맞는 예능 형식으로 자리한 것만은 분명하다.

 


'백년손님(사진출처:SBS)'

8.8%의 괜찮은 시청률을 낸 11일 방송에서는 늘 스튜디오에 앉아 토크를 이끌던 <백년손님>의 안방마님 김원희가 남서방의 후포리를 찾아가 밭일을 하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이 방송에서 김원희는 현장에서도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괜찮은(?) 쟁기실력을 보여줘 심지어 암소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스튜디오에만 앉아 있기 보다는 현장으로 뛰어나가는 김원희의 모습은 마치 <백년손님>이 이뤄낸 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보인다.

 

연예인들의 사담을 위주로 하는 스튜디오 토크쇼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트렌드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만일 <백년손님>이 요즘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관찰카메라 형식을 과감히 시도하지 않고 과거의 스튜디오 토크쇼에 주저앉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지금껏 생존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백년손님>은 연예인만이 아닌 장모들이라는 일반인들을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세웠고 장모와 사위라는 관계 속에서 연예인의 일반인적인 면모들을 더욱 부각시켰다. <백년손님>의 후포리 남재현이나 이만기 그리고 마라도의 박형일 같은 인물들에게서는 전혀 연예인의 느낌이 묻어나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건 장모들과 티격태격하며 만들어진 일상적인 관계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백년손님>이 마치 최근 예능 트렌드의 정답처럼 여겨지는 건 그 공간이 너무나 시골스러운 서민적인 공간이라는 점이다. 후포리에 내려간 남재현이 장모에게 엉뚱한 요리를 해주거나, 후포리의 어르신들인 후타삼이 그 요리를 먹고는 요상하다며 인상을 찌푸리는 장면에서는 푸근한 시골의 정서가 느껴진다. 마라도 외진 곳에서 결코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장모를 찾아가 이런 저런 일을 도와주는 박형일이 장모에게 얼굴 팩을 해주고 같이 누워 웃음을 짓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이건 단지 착해서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착하면서도 지금의 서민들의 정서를 제대로 건드릴 수 있는 잘 짜여진 예능의 만듦새에서 나오는 공감대다. <백년손님>이 그 털털한 인물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갖고 꾸준히 괜찮은 반응과 시청률을 가져가고 있는 건 그래서다.

 

반면 경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해피투게더>는 적절한 진화의 타이밍과 방향성을 못 맞춤으로써 서서히 추락했다.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를 두고도 시청률이 뚝뚝 떨어지고 화제성조차 예전만 하지 못하게 된 데는 여전히 이 프로그램이 전형적인 스튜디오 연예인 사담 토크쇼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들어 쿡방 트렌드를 가져와 요리를 토크와 버무리고 있지만 이건 전혀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해피투게더> 역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박미선과 김신영을 하차시키고 전현무를 투입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나가고 새로 들어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연예인 사담 토크쇼의 틀을 깨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천하의 유재석이 자리하고 그 옆 자리에 최근 들어 대세 MC로 급상승한 전현무가 들어온다고 해도 반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듯싶다. 리뉴얼을 준비하는 <해피투게더><백년손님>이 이룬 진화를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식 토크쇼, '오딘의 눈'을 기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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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는 □다'는 형태의 퀴즈쇼 형식을 접목한 '스펀지'는 그 선두에 서 있었고, 그 뒤로 정보에 리얼 버라이어티쇼적인 요소를 섞은 '자체발광' 같은 진화된 프로그램이 등장했었다. 또 '사이펀' 같은 프로그램 역시 과학실험을 예능적인 요소와 접목해 말 그대로 펀(fun)한 정보 프로그램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스펀지'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들이 종영함으로써 정보 프로그램의 진화는 멈춘 것처럼 보였다.

2월2일 파일럿으로 선보이는 '오딘의 눈'이라는 지식 토크쇼가 주목되는 것은 이 정체된 정보 프로그램의 진화를 이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먼저 '오딘의 눈'이 표방하고 있는 '지식 토크쇼'라는 형식이 새롭다. 정보프로그램에 토크쇼 형식이 접목되어 있다는 것. 특정한 정보를 놓고 그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토크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기존 예능 토크쇼들이 갖고 있는 토크 소재의 한계를 넘어선다. 또 토크쇼 형식을 덧붙였다는 점에서 정보 프로그램들이 갖는 딱딱함을 벗어난다. 즉 이 두 이질적인 장르의 결합을 통해 양자의 약점을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명랑히어로'는 시사라는 소재를 토크쇼를 끌어들여 호평을 받았던 적이 있다. 때론 무거울 정도로 진지하고 때론 우스꽝스럽게 가벼운 이 토크쇼는 그러나 시사라는 소재가 가진 예민함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비슷한 형식적 구조를 가진 '오딘의 눈'은 정보를 소재로 다룬다는 점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정보를 검색하고 찾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는 현재, 정보만큼 뜨거운 소재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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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오딘의 눈'이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은 그저 특이한 정보를 찾아내고 놀라는 그런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오히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거꾸로 진실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방식은 여러모로 현재의 정보를 대하는 현대인들에게 더 이목을 집중시킨다. 늘 정보는 쏟아져 나오고, 그 정보들이 서로 진실이라고 우기고 있는 현재, 정보는 발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진위를 파악하는 일이 되었다. '오딘의 눈'은 그래서 진실에 접근하는 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딘의 눈'이 단지 정보제공의 차원이 아니라 정보를 찾아가는 그 과정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MC로 서게 된 김구라, 유세윤, 김신영, 박휘순에 대한 신뢰감도 높다. 독설을 날리는 김구라는 어떻게 그 강한 토크로 정보에 접근해갈까. 늘 엉뚱한 상상력을 선보이는 유세윤은? 정보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김신영과 오히려 정보가 필요해 보이는 박휘순은? 이들이 특정 정보를 놓고 엮어가는 예능적인 토크쇼의 맛은 어떤 것일까. 또 토크쇼로서는 이색적으로 제 7의 출연자로 출연하는 3D 리얼타임 캐릭터인 '오딘'은 이 프로그램만의 어떤 매력을 선사할 것인가.

그리하여 '오딘의 눈'은 과연 새로운 정보 프로그램의 진화를 보여줄 수 있을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어떤 토크쇼로서의 즐거움 또한 선사할 수 있을까. 기대되는 대목이다.

'청춘불패', 제2의 써니가 필요하다

"나도 여기 싸고 싶다." 넓게 펼쳐진 정원에서 빅토리아가 서툰 한국말로 말하자, "싸고 싶다가 아니고 살고 싶다!", 하고 써니가 고쳐준다. 사실 고쳐준 것이 아니라 빅토리아의 서툰 말투를 가지고 말장난을 한 것. 그러자 빅토리아가 다시 고쳐 말하는데, 이번에는 써니가 이 말을 '쌀국수'로 몰아간다. "쌀국수도 아니고..." 우연히 지나치면서 나왔을 이 짧은 대화는 그러나 써니가 가진 특유의 예능 순발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써니가 '청춘불패'에서는 딱 그 주인공이었다. 써니와 유리가 '청춘불패'에서 빠지고 나서 이 프로그램은 분명 구심점이 흔들렸다. 거의 대부분을 김신영이 이끌어나가고 있지만(물론 이것은 과거에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녀를 받쳐줄만한 아이돌이 눈에 띄지 않았다. 사실 '청춘불패'는 뭐니뭐니해도 걸그룹 아이돌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김신영이 아무리 진행을 해나간다고 해도 그녀에게 전적으로 기대서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써니의 빈자리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

써니가 특별게스트로 참여한 일본특집 편에서 김신영의 진행은 써니의 닭살 애교로 살아났다. 버스 안에서 김신영은 써니에게 '일본식 애교 3종세트'를 요청했고, 써니는 특유의 주부애(주먹을 부르는 애교)를 선보였다. 그러자 김신영은 거기에 맞춰 “오랜만에 주먹을 부른다”며 “토쏠리노 노오데쓰(토하시면 안됩니다), 비닐봉다리 후루룩데쓰요(토는 비닐봉지에 하세요)"라고 개그를 던졌다. 개그맨인 김신영과 아이돌인 써니의 조화가 빛나는 장면이었다.

게스트로 참여했기 때문에 써니는 그다지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써니가 거기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청춘불패'는 어떤 활기가 느껴졌다. 특히 써니와 또 다른 콤비를 이루던 효민은 잠자는 써니를 두고 이른바 병풍 개그를 환기시켰다. 늘 써니의 병풍을 자처했던 효민이 이번에는 카메라 앞에 서서 써니가 뒤에 있다고 말하며 그 상황을 뒤집어버린 것. 이것은 효민이 가진 병풍이라는 캐릭터에 써니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그다지 튀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던 써니지만, '청춘불패'에서 그녀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이렇게 일 잘하는 여자는 처음 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고, 그렇다고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역할 또한 톡톡히 해냈다. 중요한 건 자신 혼자 개인기를 통해 웃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과의 관계(콤비)를 통해 '청춘불패' 전체의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써니가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 '청춘불패' 일본 특집편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존재감이라는 것이 무엇을 통해 빛나는 지를 잘 말해준 사례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써니와 유리가 빠지고 빅토리아와 주연, 김소리가 새롭게 합류하여 과도기에 처해있는 '청춘불패'가 고민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써니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전체 팀원들의 캐릭터를 살려낼 차세대 아이돌 분위기메이커는 누가 될 것인가. '청춘불패' 본연의 자세인 시골에서의 일에도 열심이면서, 또 예능으로서의 웃음 또한 놓치지 않는 제2의 써니가 필요한 시점이다.

'승승장구', 아주 특별한 시청자 참여 토크쇼

'승승장구'의 시작과 끝은 MC가 아니라 방청객이 열고 닫는다. 이것은 어찌 보면 그저 간단한 오프닝과 클로징의 변형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토크쇼의 주인이 호스트나 게스트가 아니라 바로 시청자라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지금껏 토크쇼들은 게스트의 숨겨진 이야기를 끄집어내려 독한 질문도 불사하는 호스트와, 그 질문을 피해가며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얘기하려 하는 게스트의 전쟁터와 같았다. 문제는 이 양자가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호스트의 리드가 강하면 자칫 독설과 막말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았고, 게스트에 대한 배려가 강하면 자칫 홍보쇼로 전락하곤 했다. 결과는 시청자의 소외로 이어진다. 보고 싶지 않은 폭로성 이야기나 홍보성 이야기들을 억지로 듣고 있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승승장구'가 들고 온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은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에 어떤 균형점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 빨리 물어' 같은 코너는 먼저 출연자에 대해 알고 싶은 질문을 직접 시청자들에게 받아 정해진 시간 내에 질문을 대신 빨리 읽어주는 형식을 갖고 있다. 이른바 '승승돌'로 불리는 태연과 우영이 김소연이 출연했을 때, "아이리스 촬영 시 이병헌의 사탕키스를 본인도 해보고 싶은 적 있냐"는 질문이나 "솔직히 김태희보다 이쁘다고 생각해본 적 있냐" 같은 질문을 빠른 속도로 읽는 것. 물론 질문에 대해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청자가 출연자에 대해 어떤 점을 궁금해 하는 지를 알게 해주는 형식이다.

'승승장구'의 MC진들이 다양한 세대와 성별, 출신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은 이러한 다양한 질문들을 소화해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윤현준 PD는 "한두 명으로 국한된 MC가 다양한 수위의 질문을 하는 것은 부담을 준다"고 말한다. '승승장구'에는 질문에도 그 성격에 따라 각각 MC들이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화정은 연륜에 맞게 조금 수위가 높은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때론 깊은 공감을 표해 출연자의 마음을 편안하게도 해준다. 김신영은 개그맨으로서 상황을 복기하거나 증폭시켜 웃음을 만들어내고, 우영과 태연은 소년 소녀 같은 풋풋함을 유지하며 그 세대의 궁금증을 대변해준다.

김승우는 메인 MC로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자신을 한껏 낮추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우영과 툭탁대면서 만들어진 '꽁승우'라는 별명은 토크쇼를 부드럽게 해주면서 세대를 넘어서는 토크 콤비의 탄생마저 예감케 한다. 이처럼 다양한 세대와 성별, 출신으로 진용을 갖춘 이유는 결국 시청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수위의 질문을 대변해주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MC들이 라디오 같은 매체를 통해서 편안하면서도 할 말은 다하는 '토크의 구력'을 갈고 닦아왔다는 점은 '승승장구'라는 토크쇼 특유의 편안함을 만들어낸다.

'승승장구'의 토크 중간에 갑자기 게스트의 지인을 출연시키는 '몰래온 손님'이란 코너 역시 게스트에 대한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또 다른 장치다. 호스트와 게스트만의 주고받는 대화가 갖는 차원에서 한 걸음 옆으로 나가, 지인을 통해 게스트의 이야기를 듣는다. 김소연의 '몰래온 손님'으로 바다가 출연해 김소연이 갖고 있는 숨겨진 엉뚱한 매력을 경험담으로 말하는 식이다. 이 '몰래온 손님'의 장점은 굳이 연예인이 아닌 코디나 매니저 같은 주변인물들도 출연해 식상함을 탈피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승승장구'의 특별한 코너인 '아주 특별한 약속-우리 지금 만나' 역시 시청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돋보이는 코너다. '스타가 ○○하면 나는 △△한다'는 이 형식은 스타의 미션을 제안하고 거기서 채택된 미션에 시청자도 참여미션을 제시해 특정 장소에서 만나 그 미션을 수행하는 코너다. 광화문 한 복판에서 김소연이 태권도를 하고, 그 옆에서 시청자 중 채택된 몇 명이 까나리 액젓에 시리얼을 말아 먹거나, '아이리스'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식이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의외의 해프닝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모두 시청자와 함께 한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승승장구'가 특별한 이유는 이처럼 시청자와의 참여를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그것이 완전히 새로운 장치들은 아니다. 이미 '상상플러스'가 초기 버전에서는 이른바 댓글을 통해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한 적이 있었고, '반갑다 친구야'가 의외의 지인을 토크쇼에 초대하는 형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승승장구'는 이런 기존 장치들을 가져와 자기들만의 색깔로 녹여내고 있다. 이것은 '승승장구'라는 밥상이 가진 특징이다. 어떤 토크쇼는 원하지 않는 밥숟갈을 억지로 시청자의 입에 들이밀기도 하고, 어떤 토크쇼는 강하기만 한 맛으로 시청자를 중독시키려 한다. 반면 '승승장구'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향해 다양한 상차림을 내는 것으로 오래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밥상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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