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타임리프라도 ‘명불허전’은 달랐던 까닭

마지막에 즈음해 드디어 tvN 주말드라마 <명불허전>이 왜 굳이 타임리프라는 장치를 사용했는가 하는 그 진심이 보인다. 조선 최고의 침구술 실력을 가진 허임(김남길)이 4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로 떨어지는 그 설정이 처음에는 어딘지 그 이질적 시간에 놓은 인물이 겪는 흥미를 위한 것이 아닐까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조선의 의원이 현재에서 느끼는 황당함이 주는 코믹함이 있었고 침 하나로 위급한 생명을 살려내는 상황이 주는 재미도 있었기 때문이다. 

'명불허전(사진출처:tvN)'

하지만 만일 이 드라마가 이러한 타임리프의 재미만을 추구했다면 그 메시지는 앙상해졌을 지도 모른다. 물론 조선과 현재를 허임과 최연경(김아중)이 함께 오가며 겪는 파란만장한 상황들이 주는 흥미로움을 빼놓을 수 없고, 그러면서 두 사람이 차츰 가까워지고 서로 진가를 알아보며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주는 재미도 빼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명불허전>은 거기 머물지 않고 왜 이 드라마가 타임리프라는 장치를 활용했는가 하는 이유를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이 드라마에서 타임리프는 결국 각자 자신의 위치에 서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 그 사람이 가장 빛나게 된다는 메시지를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저 마음대로 시간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허임이 죽어야 시간을 뛰어넘는다는 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조선에 두고 온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심장을 찌르는 의원이라는 설정은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인물을 그대로 표상한다. 

즉 이 드라마의 타임리프는 그저 재미를 위해 설정된 것이 아니라, 그 주제의식을 가장 잘 드러내기 위해 설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장치를 통해 조선이든 현재든 그리 다르지 않는 서민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그래서 의원이든 의사든 진정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드러내주기도 했다. 

천출인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여 재물을 모으는 것으로 그 허탈함을 채워보려고도 했던 허임이지만, 그가 차츰 진정한 의원의 길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는 과정도 이 타임리프를 통해서였다. 시간을 뛰어넘는 과정에서 어느 곳에서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아픈 생명들이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되고, 그들을 위해 침을 들었을 때 결국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즈음해서 이 타임리프라는 장치는 그 소임이 사적인 사랑의 차원까지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활용된다. 결국 허임은 조선으로 돌아가 왜란으로 피 흘리는 민초들을 위해 침을 든다. 침술은 값비싼 약재를 쓰지 않고도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도 하기 때문에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더더욱 좋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그 많은 민초들을 끝내 외면할 수 없었다. 

어찌 보면 뻔할 수 있는 타임리프라는 장치를 이렇게도 쓸 수 있다는 건 작가가 이 장치를 그저 흥미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진 함의를 읽어내려 했다는 뜻이다. 시간대는 달라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고, 그 각자의 시간대에서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소임에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그 존재의 가치가 빛날 수 있다는 것. <명불허전>의 타임리프는 그 판타지 안에 꽤 진중한 메시지를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같은 장치라도 얼마나 더 깊게 궁구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확인시켜 줬다.

‘명불허전’의 타임슬립, 의외로 다양한 묘미가 있다

타임슬립은 이제 지겹다? 적어도 tvN 주말드라마 <명불허전>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인 것 같다. 조선과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를 쓰고 있지만, 그 양상이 다채롭고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더 고조시키는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불허전(사진출처:tvN)'

처음 타임슬립은 조선시대에서 왕을 시술하려다 실패한 허임(김남길)이 쫓기다 활에 맞아 다리 밑으로 떨어지며 벌어졌다. 그래서 조선시대에서 갑자기 현재로 온 허임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들과 거기서 적응해가는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외과의사 최연경(김아중)을 만나고 탁월한 침술로 위급한 환자를 고치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기대감을 갖게 만든 것.

하지만 이 드라마의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었다. 허임과 최연경이 죽을 위기에 처하면서 함께 조선으로 시간을 뛰어넘은 것. 그러자 이제는 조선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최연경의 이야기가 흥미로워졌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들어가면서 겪는 그 난감함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게 해준 것.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임진왜란이 막 터진 조선 사회에서 죽어나가는 백성들의 처지와 현재 우리네 서민들이 살아가는 그 현실이 비교되었다. 이른바 ‘두 개의 헬조선’이 시간을 뛰어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시대는 달라도 눈앞에서 죽어가는 생명들을 위해 이 두 의사들이 해야 할 소임들이 조금씩 부각되었다. 

그리고 어째서 타임슬립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걸 알아차린(사즉생, 즉 죽어야 산다는 장치) 두 사람은 이제 죽을 위기에 처하자 오히려 함께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시간을 뛰어넘어 살 수 있는 길을 연다. 거대한 트럭이 돌진해오자 허임이 최연경을 안고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조선으로 시간을 뛰어넘는 것. 

여기에 <명불허전>은 역사 속 실존인물을 만난다는 또 다른 흥밋거리를 더했다. 허준(엄효섭)이 그렇고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허임 역시 실존인물로서 조선시대 침술의 대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드라마는 허준 역시 타임슬립으로 현재를 왔다 간 인물로 설정되어 있고 허임을 현재를 오가게 한 숨은 뜻이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또한 허임과 최연경이 임진왜란 속에서 구해준 사야가(타케다 히로미츠)가 훗날 조선으로 귀화한 실존인물인 일본인 김충선이라는 설정도 눈에 띈다. 이처럼 상상과 실제의 과감한 결합이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를 통해 쏠쏠한 재미를 만들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명불허전>은 또 다른 타임슬립의 묘미를 만들었다. 조선시대에서 다시 죽을 위기에 처한 허임과 최연경이 죽음으로써 현재로 돌아오려 하지만 결국 각각 칼에 맞으며 허임만 홀로 현재로 돌아오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같이 타임슬립을 하던 설정에서 이런 두 사람이 조선과 현재로 갈라지는 방식으로 변주하는 건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궁금증을 만들어낸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타임슬립이라는 장치 하나가 이토록 다채로운 극적 사건들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그 방식들을 다양화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그저 재미를 위한 장치로만 흘렀다면 너무 가벼워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장치를 통해 의사라는 업이 가진 실존적인 질문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헬조선’의 현실 같은 무게감 있는 메시지들이 이야기되고 있기 때문에 타임슬립의 변주는 더 흥미진진해진다. 같은 걸 해도 어떻게 변주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명불허전>은 입증해 보여주고 있다.

‘명불허전’, 헬조선을 넘나드는 타임리프가 보여주는 것

드디어 tvN 주말드라마 <명불허전>이 그 본색을 드러냈다. 지금껏 조선과 현재를 뛰어넘는 타임리프가 주로 보여줬던 건 그 다른 환경을 마주한 인물들의 멘붕 코미디에 가까웠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고 한의학과 현대의학이 서로 공존하는 그 장면들이 주는 흥미로움 또한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건 <명불허전>이 하려는 이야기의 진짜 알맹이는 아니었다. 

'명불허전(사진출처:tvN)'

그 진짜 메시지가 드러난 대목은 허임(김남길)이 두칠(오대환)의 형을 치료해주지만 결국 주인 양반에 의해 맞아 죽게 되는 그 에피소드였다. 제 아무리 뛰어난 의술을 갖고 있어 다 죽어가는 생명을 구해놓아도 천출들은 양반의 명 하나로 맞아 죽을 수밖에 없는 비천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 과거 허임은 이미 그런 비슷한 상황을 겪은 바 있다. 동막개(문가영)의 어머니를 치료해주지만 그녀 역시 노비라는 이유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됐던 것. 

이러한 신분의 벽은 허임에게는 절망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보다 신분과 상관없이 생명은 귀하다 여겨온 의원이 그였다. 밤마다 아픈 노비들을 몰래 치료해왔던 그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런 자신의 노력이 아무 소용없는 세상이다. 우리가 자주 거론하는 ‘헬조선’이라는 그 표현이 이 곳은 표현이 아닌 진짜 현실이 되는 세상이니. 

그래서 그 곳을 뛰어넘어 현재로 넘어온 허임은 과연 좋은 세상에서 마음껏 생명을 살리는 의원이 될 수 있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양반과 노비로 나뉘는 신분제는 없어졌지만 이 곳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 그래서 허임은 한방병원에서 VIP들의 병을 고치며 잠시 쾌재를 부르지만 또한 가난해 길거리로 내몰리고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노숙자들을 또한 보게 된다. 거대한 한방병원의 VIP들과 길거리 노숙자들이 다른 생명으로 비교되는 현실. 헬조선과 다를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명불허전>이 과거로 회귀하는 그 시점이 하필이면 임진왜란이 터지는 그 때라는 건 이 드라마가 건드리고 있는 지점을 명확히 한다. 선량한 백성들은 선조가 도망친 줄도 모르고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런 그들을 보며 이미 역사를 알고 있는 최연경(김아중)은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 책임을 가져야할 권력자들의 도주가 결국은 백성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암담한 현실이라니.

<명불허전>이 담고 있는 두 개의 헬조선이라는 설정은 그래서 이 타임리프 설정을 그저 트렌드가 아닌 중요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장치로 바라보게 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지만 그것이 어째 다른 풍경이 아니라는 것. 굳이 두 개의 헬조선에서 허임과 최연경이 각각 의원과 의사라는 생명을 살리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사실 또한 예사롭지 않은 설정으로 다가온다. 생명에 어디 신분이 있고 빈부가 있으며 계급이 있겠는가마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두 개의 헬조선을 오가며 허임과 최연경이 보는 그 암담한 현실과 그래서 그들이 각성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명불허전>의 본색이다. 좌절하거나 분노하고 한탄하는 것을 뛰어넘어 어떤 스스로의 결단을 통해 이 헬조선을 극복할 수 있는 그 길은 과연 이들에 의해 제시될 수 있을까. 물론 그것이 완전한 해결방법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의 노력들이 우리네 보통의 서민들에게 주는 위안과 위로는 그 자체로도 적지 않을 것이지만.

<뷰티풀 마인드><원티드>, 시청률 낮아도 이런 시도해야

 

KBS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는 첫 회 시청률이 4.1%(닐슨 코리아)로 나오면서 큰 충격을 줬다. 애초에 KBS의 기대감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의학드라마인데다 김태희 작가의 대본도 완성도가 높았다. 공감 능력이 없는 의사라는 캐릭터 설정도 참신했다. 하지만 지상파의 벽이 워낙 높았던 걸까. <뷰티풀 마인드>는 시청률이 3%대까지 주저앉았고 물론 올림픽 방송 때문이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론 조기종영을 결정했다.

 

'뷰티풀 마인드(사진출처:KBS)'

<뷰티풀 마인드>가 이런 의외의 상황에 봉착하게 된 건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다. 하필 동시간대에 SBS <닥터스>가 들어온 건 가장 큰 악재라고 볼 수 있다. <닥터스> 역시 좋은 드라마지만 여러모로 같은 의학드라마라는 장르 때문에 <뷰티풀 마인드>와 비교선상을 서게 됐다. <닥터스>는 의학드라마로서의 장르적 성격을 잘 구현해내면서도 동시에 지상파 드라마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들, 이를 테면 멜로나 가족이야기 그리고 병원 내 권력 투쟁 같은 내용들을 적절히 균형 있게 배분함으로써 훨씬 더 대중적인 선택들을 했다.

 

상대적으로 <뷰티풀 마인드>는 이런 장르적 혼용보다는 오히려 스릴러와 의학드라마 장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편적인 지상파 드라마 시청자들에게는 훨씬 낯설 수밖에 없는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가치들도 충분하다. 이를테면 이영오(장혁) 같은 문제적 캐릭터를 내세워 싸이코 패스처럼 냉정한 우리네 현실을 병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려내려는 시도는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최근 드라마의 헤게모니는 완성도와 새로운 시도로 무장한 tvN 같은 케이블 채널이 가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시청률은 조금 낮아도(이것도 케이블로서는 높은 것이지만) 이런 드라마들이 계속 시청자들의 눈에 들기 시작하면 지금껏 해오던 지상파 드라마들의 공식적인 문법을 따르는 드라마들은 상대적으로 식상해질 수 있다. <뷰티풀 마인드> 같은 시도들이 당장 시청률은 낮아도 현재의 지상파에서는 꽤 의미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모로 조기종영이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 역시 시청률은 결코 높다고 말할 수 없다. 첫 회 시청률 5.9%에서 7%대까지 올랐지만 MBC <W>가 새로 시작하면서 시청률은 다시 5%대까지 떨어졌다. 이 드라마가 시청률이 낮은 건 당연하다. 기대할 멜로도 없고 시작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본격 스릴러 장르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유괴된 아들을 찾기 위해 범인이 내린 미션을 수행하는 정혜인(김아중)이란 캐릭터는 물론 우리가 다른 장르물에서 봤던 설정일 수 있지만, 이것을 생방송으로 방송해야 한다는 설정은 국내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문 선택이다. 이 과정에서 리얼리티 시대의 방송이 가진 시청률에 대한 집착이나 방송 윤리는 아랑곳없는 자극적인 방송의 생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날카롭게 제기된다.

 

하지만 이렇게 앞뒤가 꽉 짜여진 본격 장르물은 새로운 시청자의 유입이 어렵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물론 케이블 채널처럼 충성도가 높은 시청자들이라면 열광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상파는 지금껏 보편적 시청층을 늘 대상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그래서 이런 시도는 여전히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상파가 보편적 시청층을 가져갈 수 있을까. 이미 지상파의 헤게모니는 상당 부분 모바일이나 타 채널들에 빼앗기고 있는 추세다. 지상파도 이렇게 타깃층이 확실한 드라마들을 시도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는 점이다.

 

<뷰티풀 마인드><원티드> 모두 시청률로 평가할 수 없는 드라마다. 이들 드라마들은 기존의 문법을 따라간 게 아니라 새로운 시도들을 한 드라마이고 그러니 조금 낯설더라도 작품이 가진 성취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드라마들의 시도가 지금은 어렵더라도 훗날 지상파 드라마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도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자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닥터스>의 박신혜-김래원, <운빨>의 류준열-황정음

 

지상파들의 드라마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tvN 드라마의 급성장이 주는 자극은 지상파들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고 이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리게 되면 끝없이 추락할 거라는 공포감마저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 있다. 바로 캐스팅이다. 누가 캐스팅되었고, 그 연기자가 얼마만큼의 연기력을 보여주며 또 팬덤을 갖고 있는가는 드라마의 성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닥터스(사진출처:SBS)'

월화드라마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SBS <닥터스>는 박신혜와 김래원이라는 두 배우의 힘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2003<천국의 계단>에서 아역으로 시작해 2009<미남이시네요>로 확실한 한류스타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고 <넌 내게 반했어>, <상속자들>을 거치면서 배우로서의 색깔을 점점 채워나간 박신혜는 이번 <닥터스>에서는 조금은 반항적이면서 여성들도 선망할 멋진 걸 크러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혜정이란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간 착하고 밝은 소녀로서의 이미지만 보여왔던 그녀의 이런 변신은 <닥터스>라는 어찌 보면 전형적일 수 있는 의학 성장드라마를 매력적으로 만든 중요한 요인이다.

 

한편 상대역으로 등장한 김래원은 <천일의 약속><펀치> 같은 다소 무거운 캐릭터의 옷을 벗어버리고 따뜻하고 자상한 이미지의 홍지홍 역할을 선보이고 있다. 교사이자 의사 역할인 극중 홍지홍의 모습은 김래원의 훨씬 더 자연스러운 연기의 면면들을 끄집어내주기에 충분했다. 선생과 제자로 만나 서로에 대한 연정을 키워가는 쉽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박신혜와 김래원이라는 두 배우가 가진 그 자체의 매력은 이 멜로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닥터스>와 경쟁작으로 동시에 시작된 <뷰티풀 마인드>는 그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다 여겨지지만 아쉽게도 장혁과 박소담의 힘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장혁이 하는 공감 제로의 의사 역할은 쉽지 않은 것이다. 때론 카리스마가 느껴지지만 때론 아픔이 느껴지는 그 면면들을 연기해내야 한다. 하지만 장혁에게서는 여전히 <추노> 대길이의 이미지가 느껴진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또한 드라마가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영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박소담의 연기는 어딘지 어색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배우에 대한 호감도나 몰입은 <닥터스>와의 대전에서 <뷰티풀 마인드>가 힘을 좀체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사정은 수목드라마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실 지상파 수목드라마의 성적은 전반적으로 추락해 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미니시리즈 편성시간대로 자리해있는 수목드라마가 이처럼 10% 시청률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지상파 드라마가 처한 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운빨로맨스>가 그마나 수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류준열과 황정음이라는 두 배우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운빨로맨스>의 스토리는 너무나 단순하다. 초반의 을 중심으로 이어가던 이야기들도 중반으로 들어오면서 상당부분 사라져버렸고, 대신 심보늬(황정음)와 제수호(류준열)의 달달한 로맨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것은 스토리의 힘이라기보다는 황정음과 류준열이라는 배우들의 팬덤과 그들 팬덤이 요구하는 장면들을 충족시켜주는 데서 나오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캐스팅의 힘이라는 것이다.

 

종영한 <국수의 신>이나 새롭게 시작한 <원티드> 모두 스토리의 힘을 강조한 작품들이지만 캐스팅의 힘만으로 보면 <운빨로맨스>를 이기기가 어렵다. <국수의 신>은 주인공 천정명보다 악역인 조재현의 힘이 더 많이 느껴진 드라마로 종영했고, <원티드>의 김아중은 엄마 연기에 대한 몰입도가 그리 강하게 어필되지 못하고 있다. <운빨로맨스>의 선전은 그나마 황정음과 류준열에게서 기대되는 캐릭터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지고 있고, 그들이 또한 연기자로서의 열정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생겨났다고 여겨진다.

 

이처럼 캐스팅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까닭은 작품의 편차가 압도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어느 정도는 평준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렇게 팬덤을 갖고 있는 배우들의 작품 선택이 그만큼 신중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는 그래서 갈수록 더 드라마의 성패에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원티드>는 과연 시청률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까

 

미션으로 제시된 목표 시청률은 20%. 만일 이 시청률을 넘기지 못하면 아이가 죽는다. SBS 월화드라마 <원티드>에서 여배우 정해인(김아중)은 아들 현우의 유괴범이 제시한 라이브 방송에서 그런 미션 시청률을 달성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진다. 그녀는 아들을 구해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범인이 내는 미션들을 해결해야 한다.

 

'원티드(사진출처:SBS)'

그 미션에 목표 시청률 20%가 들어가 있다는 건 흥미롭다. 왜 하필 범인은 정해인으로 하여금 높은 시청률을 거두는 방송을 하게 만든 것일까. 추정되는 이유들은 너무나 많다. 범인이 방송관계자라면 높은 시청률을 통해 이익을 가지려는 것일 게다. 정해인의 스토커라면 그녀를 자신의 뜻대로 방송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을 보기 위함일 수 있다. 어쩌면 정해인의 방송을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려는 범인의 의도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드라마가 좀더 뒤로 가야 확실해질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목표 시청률 20%를 내세웠다는 건, <원티드>라는 드라마가 방송의 선정성을 비판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다. 20%를 무조건 달성하기 위해서, 그래서 아들을 무사히 구해내기 위해서, 정해인은 선정적인 방송도 불사해야 한다. 첫 번째 미션으로 차 트렁크에서 발견한 아이의 엄마가 학대받았다는 걸 굳이 증명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그 옷을 찢는 행위는 그래서 그 의도가 시청률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결국 이러한 방송의 선정성은 이 엄마와 아이가 받은 학대만큼 가혹할 수 있다. <원티드>에서는 방송이 표방하고 있는 아이를 구하려는 한 여배우의 간절함이라는 겉면 뒤편에 그것을 통한 저마다의 또 다른 목적들이 어른거린다.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는 아이의 생명보다 특종을 얻고 그 르뽀를 책으로 출간하려고 하고, 형사는 사건을 해결해 진급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물론 방송의 목적 역시 아이를 구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시청률이다. 그 시청률 뒤에는 방송사의 이익과 방송사와 연결된 정치까지 엮어져 있다.

 

아이의 유괴라는 그 본질은 표방되고 있을 뿐 저마다 각자의 욕망들이 그 이면에서 꿈틀댄다. <원티드>에서 이런 허깨비들이 아닌 본질에 가까운 이들은 엄마인 정해인과 아이 그리고 유일하게 진심으로 아이를 구하려 노력하는 형사 차승인 뿐이다. 그들은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아이를 구하려 어떤 짓이든 하는 것이지만,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은 심지어 정해인과 범인이 투톱인 드라마를 찍는 것이라 여기며 범인의 별명을 뭐라 지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선정적인 방송의 신출내기 조연출 박보연(전효성)의 시선은 희비가 교차된다. 카페에서 길거리에서 정해인의 원티드라는 방송에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것에 반색하다가, 방송국 앞에서 선정예능물러가라고 데모하는 이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녀 역시 이래도 되는가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고민을 싹 지워버리는 건 방송국에 게시된 이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이다. 20.3% 시청률을 확인한 그녀는 다시 웃음을 짓는다.

 

이것은 시청률의 마법(?)이 아닐 수 없다. 그 수치를 위해서는 아이의 생명 따위는 선정적인 방송의 소재로 소비되어 버린다. 저 신출내기 조연출 박보연이 갖는 양가적인 감정처럼, 처음에는 방송이 지켜야할 어떤 선들이 시청률이 주는 쾌감들과 교차하며 심사를 복잡하게 했을 것이지만 점점 깊숙이 그 시청률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면 베테랑 작가 연우신(박효주)이나 신동욱(엄태웅) PD처럼 비정해진다.

 

어쩌면 이 세계는 비정한 어른들의 세계를 표징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이가 유괴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자신들의 게임만을 하고 있다. 아이에게 진술을 받던 형사 차승인(지현우)은 문득 이런 이야기를 건넨다. “네가 절대 잘못한 게 아냐. 어른들이 잘못한 거야. 내가 어른들을 대표해서 사과할게.” 그건 진심일 것이다. 시청률 지상주의처럼 저들만의 목표로 현실이 질주하고 있지만 정작 그 대상인 아이는 소외되고 있는 현실.

 

<원티드>는 그 시청률 지상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시청률 지상주의를 지향하는 자극적인 방송의 양상들이 드라마의 극성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서 범인이 내세우고 있는 20% 시청률이라는 목적은 <원티드>라는 드라마 역시 벗어날 수 없는 목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원티드>라는 드라마의 실제 시청률은 6%에 머물러 있다. <원티드>는 과연 이 시청률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까. 드라마가 메시지로 던지고 있는 것처럼, <원티드>는 시청률과 무관하게 끝까지 할 이야기를 해내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모쪼록 좋은 메시지가 좋은 시청률로 이어지길 바라지만 현실이 그것을 받쳐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원티드>, 납치극의 모성애보다 강한 다른 미끼들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는 본격 장르물이다. 이 드라마를 소개하는 문구를 보면 국내 최고 여배우가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생방송 리얼리티 쇼에서 범인의 요구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는 고군분투기를 담은 리얼리티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라고 되어 있다. 이 드라마에는 그 흔한 멜로의 기미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원티드(사진출처:SBS)'

정혜인(김아중)은 남편 송정호(박해준)와는 거의 남남이나 마찬가지 관계를 보여주고 있고, 함께 방송을 해야 하는 신동욱 PD(엄태웅)와는 그 비정한 성격 때문에 남녀로 얽힐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아들을 찾기 위해 함께 고군분투할 형사 차승인(지현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 어떤 것들에도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범인을 추적하고 납치된 이들을 구하는 것이 우선인 올곧은 형사로서의 모습에만 충실한 인물이다.

 

그러니 이 드라마에서 멜로 같은 요소들은 전혀 시청자들을 유입할 수 있는 미끼가 되지 못한다. 대신 <원티드>가 미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일련의 사건들이 유발하는 궁금증과 반전이다. 도대체 누가 그녀의 아들을 납치한 것이고, 무슨 목적으로 그녀에게 리얼리티쇼를 시키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 이 호기심이 하나의 미끼가 되면 드라마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다.

 

이 같은 그 흔한 멜로 구도조차 잘 보이지 않는 본격 장르물이 시청률에서 불리하다는 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일단 익숙한 구도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드라마가 어느 정도 몰입되기 전까지는 낯설다는 점이다. 또한 영화와 달리 긴 호흡으로 가야하는 드라마에서 한 가지 사건으로 끝까지 궁금증을 만들고 긴장감을 이어간다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본격 장르물에 제기되곤 하는 한계는 최근 들어 많이 깨지고 있다. <시그널>은 대표적인 사례다. 멜로 구도보다 스릴러에 더 집중했지만 <시그널>은 케이블 채널로서는 경이적인 12%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넘겼다. 물론 첫 회는 5.4%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탄력이 붙으면서 시청자들이 계속 유입될 수 있었던 것. 결국 본격 장르물의 성패는 첫 회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갈수록 시청자들을 계속 몰입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원티드>는 납치 스릴러가 갖는 끝없는 궁금증과 반전이라는 미끼 이외에도 두 가지 미끼가 더 제시되고 있다. 그 하나는 정혜인의 아들을 위해 뭐든 한다는 그 절절한 모성애다. 하지만 이 부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왜냐하면 <원티드>는 아들을 찾기 위한 정혜인의 절절한 마음과 함께 동시에 생방송 리얼리티쇼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로서의 정혜인은 절절하지만, 방송에 출연하는 여배우로서의 그녀는 때로는 냉철해지기도 해야 한다. 그 서로 다른 입장을 하나로 묶어 보여주는 연기는 쉽지 않다.

 

김아중이 몸을 아끼지 않는 배우라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은 얼굴 표정 등을 통한 감정 연기다. 그녀의 얼굴은 표정이 그렇게 다채롭게 드러나지 않는다. 모성애를 드러낼 때의 절실해지는 얼굴과 그러면서도 방송을 해야만 하는 여배우로서의 조금은 냉철한 얼굴이 대비를 이뤄야 효과적인데 그런 면들이 아직까지는 드라마를 통해 잘 전해지지 않는다. 이 부분은 극중에서도 여배우지만 실제 여배우의 길을 열어가려고 하는 김아중에게 이 드라마가 요구하는 미션이자 숙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원티드>가 던지고 있는 가장 큰 미끼는 시청률이라면 사람이 죽고 사는 일도 비정하게 카메라를 드리우는 방송의 잔인함을 드러내는 사회극적 요소다. 아이가 유괴된 마당에 밥을 넘길 수 없는 정혜인 앞에서 신동욱 PD와 제작진들은 잘도 밥을 먹는다. 그녀가 밥그릇을 집어던지자 신동욱 PD는 냉혈한처럼 말한다. 잘 먹고 잘 자서 최고의 상태를 만들라고. 그래야 방송도 잘되고 결국은 아이도 구할 수 있다고. 물론 그는 아이를 구하는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방송의 성공만이 그의 관심이다.

 

이 방송의 비정함과 대척점을 이루는 인물은 올곧은 형사 차승인이다. 그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여배우의 아들 납치사건을 맡으라는 상사의 요구에 지금 하고 있는 납치 사건을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한다. 그 사건은 모두가 관심을 가지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사건은 자기가 아니면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방송 같은 미디어는 아무런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오로지 사건해결과 피해자를 구하는 것이 그의 소명이다. 신동욱 PD와 차승인이 부딪치는 지점이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유괴범을 찾아내는 일보다 더 흥미로워질 수 있다.

 

결국 <원티드>의 관건은 이 많은 미끼들을 시청자들이 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첫 회 시청률이 5.9%로 지상파 3사 꼴찌를 기록했다는 건 물론 좋은 조짐은 아니다. 하지만 첫 회가 저조했어도 2회에 7.8%로 시청률이 오른 사실은 고무적이다. 첫 회의 마지막 장면에 토크쇼를 통해 자신의 아들이 유괴됐다 발표하는 장면이 다음 회를 위한 미끼였다면, 2회의 마지막 장면에 범인이 미션으로 제시한 차 트렁크 안에서 누워있는 누군가가 발견되고 그가 그녀의 아들일 것 같은 뉘앙스를 던진 건 또 하나의 미끼다. 과연 시청자들은 계속 미끼를 물 것인가.

<원티드>, 납치극보다 중요한 리얼리티쇼의 양상들

 

잘 나가던 여배우 정혜인(김아중)의 은퇴 선언.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여배우 아들의 유괴와 유괴범의 요구. 그 요구 사항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그 속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20% 이상의 시청률을 달성하는 것이란 점은 SBS 수목극 <원티드>가 어떤 드라마인가를 명확히 보여준다.

 

'원티드(사진출처:SBS)'

물론 첫 회에 아이가 유괴되는 그 상황이 워낙 충격적이기 때문에 그토록 많이 시도되었던 유괴된 아이를 구하기 위한 추격전이 아닐까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라이브 방송이다. 아이를 구출해내기 위해 그녀는 신동욱 PD(엄태웅)를 찾아가 말한다. “웃으라면 웃고 벗으라면 벗고 당신이 시키는 거 다 할께.”

 

물론 아이를 구하기 위해 절박한 엄마의 의지를 드러내는 말이지만, 이 말은 방송의 관점으로 보면 달리 보이다. <원티드>는 여배우이자 엄마인 정혜인을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송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요구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범죄 스릴러 스토리로 극화된 것이지만,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리얼리티 시대에 방송이 처한 상황과도 그리 다르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그것을 방송을 살리는 길이고 그래야 출연자도 제작자도 살아남는다. 자극은 점점 더 강해질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시청자들은 더욱 몰입된다. 문제는 그 자극이 점점 강해져 어떤 수위를 넘어설 때 그건 이미 범죄가 되는 것이지만 이미 몰입된 시청자들은 누군가의 불행조차 재미로 소비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형사 차승인(지현우)이 등장부터 방송을 하다 납치된 인터넷 BJ를 수사하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이미 방송은 방송사 같은 특정 전문기관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집에서 컴퓨터와 카메라만 있으면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 생생한 리얼리티쇼가 매일 밤 셀 수 없이 많은 채널에서 방영되고 그 방송의 자극은 경쟁적으로 높아져만 간다.

 

아프리카TV 같은 곳에서는 심한 노출은 기본이고 심지어 자동차 바퀴에 발을 집어넣는 장면이나 형광등을 씹는 보기에도 끔찍한 자극적인 방송들이 수치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니 납치라고 못할까. 이제 방송은 살아남기 위해, 나아가 성공하기 위해 도저히 해서는 안되는 선을 넘어서고 있다. 리얼리티쇼라는 미명 하에.

 

<원티드> 정혜인의 상황은 그래서 이 리얼리티쇼의 양면적인 측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납치된 아들을 위해 온 몸을 던져야 하는 그녀는 절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그녀가 절박할수록 더 열광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녀에겐 쇼가 아니지만, 방송으로는 소비되는 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티드>가 그 흔하디흔한 유괴 납치 스릴러 장르를 가져와 보여주려는 건 바로 이것이다. 리얼리티쇼 시대의 재미가 가진 양면성. 흥미로운 건 이런 양면성을 드러내주려는 <원티드>라는 드라마 역시 형식적으로는 리얼리티쇼와 드라마가 뒤섞인 듯한 혼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원티드>의 그 스릴러적 긴박감을 즐기면서도 그런 자신에 대한 자각 또한 갖게 되는 양가적 입장에 놓여있다.

 

물론 <원티드>의 이런 스릴러와 사회극적 요소가 대중적으로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워낙 갑갑해진 현실 속에서 지금의 대중들은 훨씬 더 간편하고 달달하며 즐기기 쉬운 이야기에 더 빠져들고 있는 게 최근 경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원티드>가 이런 도전적인 시도를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그 의도를 갖고 있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단지 재미만이 아닌 무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것은 리얼리티쇼 시대에도 요구되는 일이니까. <원티드>가 던지고 있는 메시지처럼.

군림 하는 작가와 감사 표하는 작가

 

SBS <펀치>의 종영을 앞두고 박경수 작가가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진심어린 편지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그는 부끄러운 대본을 부끄럽지 않은 영상으로 만들어주신 이명우 감독님, 김효언 감독님, 윤대영 촬영감독님, 그리고 모든 스태프분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한정환 EP,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출연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지목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펀치(사진출처:SBS)'

“<펀치>의 박정환은 래원 씨가 만들어낸 인물입니다. 전 래원 씨가 만든 박정환을 따라간 것에 불과합니다. 정말 훌륭했어요. 래원 씨.” 박경수 작가는 극중 주인공인 박정환을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이 아니라 연기자 김래원이 만든 걸 자신이 따라간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태준 역할의 조재현에게는 한 수 배웠습니다. 카리스마와 유머러스함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이태준을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활자의 인물이 어떻게 실제의 인간이 될 수 있는지 가르쳐 주셨어요라고 했다.

 

박경수 작가는 신하경 역할을 한 김아중에 대해서도, 윤지숙 역할의 최명길에게도, 최연진 역할의 서지혜에게도, 또 조강재 역할의 박혁권에게도 또 이 드라마에 출연한 모든 출연자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낮췄다. “<펀치> 대본 작업을 하면서, 부끄러웠던 제 자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훌륭했던 여러분들을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감사의 글을 마무리했다.

 

박경수 작가의 이 편지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드라마에서 작가라고 하면 거의 신적인 존재처럼 받들어지게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손의 의해서 작품 속의 인물들이 살고 죽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경수 작가는 그것이 자신이 만든 인물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거기에 살을 붙이고 숨 쉴 수 있게 해준 이들은 다름 아닌 연기자들의 몫이었다는 걸 감사의 마음으로 전해왔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패러디로까지 등장하고 있는 임성한 월드의 데스노트 이야기가 씁쓸함을 전하는 것은 거기에서 마치 신적인 지위를 가진 듯 휘둘려지는 갑의 권력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제 아무리 극중 인물을 잘 소화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어느 날 갑자기 푹 쓰러져 죽음을 맞는 건 허무하고도 쓸쓸한 일이다. 이것은 아마도 지금의 서민들이 가진 정서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죽어라 노력하는데 대우는커녕 진짜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

 

박경수 작가의 편지가 깊은 감동을 전하는 것은 이 천재 작가의 겸손이 죽을 듯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수치로 표현되는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라면 그 성과를 고스란히 작가와 주인공 몇몇이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영역이 어디 그런가. 저 눈에 보이지 않는 조명 하나, 소품 하나까지도 작품을 빛나게 해준 소중한 누군가의 손길이 묻어나는 것이다.

 

갑질 하는 세상이다. 어디에서든 우리는 그 갑의 힘을 느끼며 살아간다. <펀치> 같은 좋은 드라마를 써준 것도 고마운 마당에, 이런 훈훈한 마음까지 읽게 해준 박경수 작가에게 새삼 놀라게 된다. 그 천박한 숫자의 시청률을 내세워 많은 이들이 작가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게 작가라는 존재의 증명으로 완전할까. 작품과 작품의 인물 하나하나와 그 인물을 살아있게 만들어준 배우들과 또 그것을 잘 담아내준 모든 제작진들에게 깊은 애정을 표현한 박경수 작가. 그가 바로 진정한 작가다.

 

<피노키오>, 진경의 개과천선 왜 <펀치>를 닮았을까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와 월화드라마 <펀치>를 보다보면 그 유사한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피노키오>는 언론의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이고, <펀치>는 법 정의의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다. 물론 소재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그 이야기의 전개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그 배경이 되고 있는 정치, 언론, 법은 같은 드라마인 것처럼 똑같다.

 

'피노키오(사진출처:SBS)'

<피노키오>에서 언론은 대기업 회장과 결탁해 여론조작을 일삼으며, 그 대기업 회장은 그 위에 정치인과 맞닿아 있다. 이 커넥션으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양으로 고통 받는다. 기하명(이종석)과 최인하(박신혜)는 이 커넥션을 폭로하고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무고한 이들의 희생을 막고 정의를 실현하려 한다.

 

<피노키오>가 그나마 어떤 풍자를 섞어 약간의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면, <펀치>는 쉴 틈 없는 진지함과 무게감으로 법 정의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권력 투쟁만이 남은 현실을 두드려 댄다. <펀치>의 이태준(조재현) 총장이나 윤지숙(최명길) 법무부 장관은 그 과정에서 결탁된 언론들을 움직여 여론을 조작한다. 그들과 맞서 박정환(김래원)과 신하경(김아중)은 그들의 결탁을 밝혀내려 한다. <피노키오>와 다른 얘기 같아도 주인공의 관점만 다를 뿐 대동소이한 이야기다.

 

흥미로운 건 이 두 드라마에서 내부고발자가 가진 파괴력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펀치>의 박정환은 이태준을 검찰총장으로 세운 인물로서 그를 감옥으로 보내기 위해 마음을 바꾼 내부고발자다. <피노키오>의 송차옥(진경) 부장은 대기업 회장인 박로사(김해숙)와 결탁한 부패언론인이었지만 딸 최인하로 인해 개과천선해 오히려 내부고발자로 나선다. 박정환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이태준 총장을 감옥에 보내려 하고, 송차옥 역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면서 박로사 회장의 비리를 폭로하려 한다.

 

작년 <개과천선>이라는 드라마도 잘 살펴보면 이 구조와 다르지 않다. 그것은 정치-언론-법이라는 커넥션에서 변호사의 입장을 통해 들여다본 <펀치><피노키오>의 현실이나 마찬가지다. 거기서도 김석주(김명민)라는 내부고발자가 등장한다. 그는 권력자들에게 붙어 그들의 죄를 덮는 역할을 해온 인물이지만 드라마 제목처럼 어떤 계기를 만나 개과천선하면서 오히려 이들과 싸워나간다.

 

드라마에서 내부고발자가 더 힘을 발휘하고 오히려 현실적이라 여겨지는 건 선악 구도가 그다지 리얼하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착한 이들이 나쁜 놈들과 싸워 이기기에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펀치>가 보여주는 것처럼 나쁜 놈덜 나쁜 놈이 맞붙는 형국이 훨씬 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펀치>의 박정환이 내가 살아왔던 세계의 방식으로 더 나쁜 놈들과 맞서는 장면이나, <피노키오>의 송차옥이 박로사가 취할 일련의 방식들을 모두 꿰면서 거기에 맞는 대처방식을 얘기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통쾌하면서도 현실감을 만든다.

 

드라마 속 내부고발자들이 해결사로 등장하는 이 상황은 씁쓸한 현실을 담아낸다. 시스템 바깥에서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제 시스템 안을 경험한 이들만이 그들과 싸울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현실이다. 최근 대한항공 사태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들 드라마들의 커넥션 구조가 꽤나 현실감이 있다는 것을 에둘러 말해준 사건이 되었다. 박창진 사무장을 위시한 대한항공 전현직 사원들의 내부고발은 이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끄집어낸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들 덕분이라는 걸 드라마도 현실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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