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의 부활, 관건은 역시 출연자

 

아마도 잠시 채널을 돌리다 어 슈퍼스타K?” 했던 분들이 많았을 게다. 그만큼 이번 <슈퍼스타K 2016>은 과거에 비해 그다지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다. 언제 시작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슬그머니 시작하게 된 건 지금의 <슈퍼스타K>가 처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확실히 오랜 시즌을 거듭한 것도 있지만 이제는 오디션 트렌드가 한 물 지나간 요즘, <슈퍼스타K>는 이제 뜨거운 아이템은 아니다.

 

'슈퍼스타K2016(사진출처:Mnet)'

그런데 그렇게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걸린 <슈퍼스타K 2016>에서 지리산에서 왔어요라며 자신을 소개한 한 소년이 시선을 잡아끈다. 시즌3 때부터 출전했지만 2차 예선에서 떨어졌다는 김영근이라는 소년. 영 노래 잘 할 것 같지 않은 모습인데다 시골스러움이 묻어나는 어눌함이 오히려 시선을 끄는 건 오디션이 반복되면서 이른바 오디션 준비생들이 그토록 많아졌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이 소년 준비한 곡이 예사롭지 않다. 샘 스미스의 ‘Lay me down’. 무반주로 웅얼대는 듯한 시작 부분은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지만 고음으로 치고 올라가는 부분에서 알 수 없는 소름이 돋는다. 분명 소울이 가득한 목소리의 울림이지만 그 소울은 길이 말한 것처럼 듣도 보도 못한영근이만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리산 소년이라는 자막이 그 목소리와 너무나 딱 어울린다. 아직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

 

그러려니 했던 심사위원들의 눈이 번쩍 떠진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샘 스미스의 팝송이 주는 어떤 느낌 때문이 아닐까 의심스런 심사위원은 우리 노래를 한 곡 더 청해 듣기로 한다. 시청자가 원하는 바다. 그런데 웬 걸? 영근이가 부르는 윤종신의 탈진은 그 소울에 가사가 주는 맥락까지 얹어져 더 마음을 쥐고 흔든다. 잠깐 채널을 돌리다 만나게 된 <슈퍼스타K 2016>.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된 건 영근이 같은 출연자 덕분이다.

 

<슈퍼스타K 2016>은 심사위원도 방식도 많이 바꾸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출연자가 노래할 때 오른쪽 하단에 시한폭탄이 돌아가듯 시간이 뚝뚝 떨어진다는 점이다. 노래를 들으며 심사위원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시간이 더해져 노래를 더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못하면 반주가 끊기고 자동 탈락된다. 아마도 훨씬 더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일 게다.

 

심사위원들도 인원이나 구성이 바뀌었다. 용감한 형제는 예전 <위대한 탄생>에서 했던 심사에 있어서도 어떤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심사위원으로 이번에 역시 새로 참여한 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와 때때로 각을 세운다. “똘끼가 장난이 아니다”, “미쳤다같은 거침없는 발언으로 <슈퍼스타K><쇼미더머니>처럼 만드는 인물이다.

 

마치 보스처럼 앉아 참가자들을 동생 대하듯 얘기하는 길은, 리액션에 있어서 거침없고 솔직한 에일리와 마치 삼촌-조카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김범수나 김연우는 보컬에 집중한다. 거미는 노래와 노래 부르는 사람의 소울에 깊게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근이가 노래할 때 그녀는 그 친구에게 노래가 어떤 위안을 줬을 지까지를 미루어 짐작한다. 울컥해지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이런 심사위원 구성과 오디션 방식의 변화들이 제아무리 달라졌다고 해도 역시 <슈퍼스타K>를 주목시키는 건 출연자다. 지리산 소울을 단박에 보여준 영근이나, 4차원의 가벼움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노래를 할 때는 놀라운 연주 실력과 그루브를 보여준 18세 소년 김예성, 버클리 음대 출신으로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귀와 눈을 번쩍 열리게 만든 이지은 같은 보물들이 <슈퍼스타K 2016>을 새삼 기대하게 만들었다. 역시 <슈퍼스타K>의 부활의 관건은 보물 같은 출연자들에 달렸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무대였다

<복면가왕>,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는 재미라니

 

MBC <복면가왕>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의 주인공은 역시 김연우였다. 4연승을 거두며 무려 10주 동안 가왕 자리를 차지해왔던 클레오파트라. 물론 이미 대중들은 그가 김연우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시청자들은 그가 부르는 노래에 기꺼이 박수를 쳐주었다.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는 재미. <복면가왕>의 김연우는 그 심정적인 지지까지를 이끌어냈다.

 


'복면가왕(사진출처:MBC)'

마지막 무대의 노래가 된 한 오백년은 그가 10주 동안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던 이유와 근거를 보여주었다. 발라드에서 록은 물론이고 댄스에 민요, 창까지. 장르 불문 못하는 게 없는 그에게 연예인 패널은 도대체 못하는 게 뭐냐고 되물었고, 지상렬은 한 오백년을 들으며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난생 처음 하는 도전 때문에 명창 남상일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올라왔다는 그의 무대에 이윤석은 가왕을 넘어 가신의 경지를 보여줬다고 했고, 작곡가 김형석은 세션을 쓰지 않고 목소리 하나만으로 중압감을 견뎌낸그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사실 그대로였다. 일부러 민요를 해서 져줬다는 얘기는 그 무대의 완성도를 생각해보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안전한 선택이 아닌 도전을 보여줬을 뿐.

 

이제 새로운 가왕의 자리는 노래왕 퉁키에게 돌아갔다. 퉁키에서 김연우는 오랫동안 가왕 자리 유지해주시면서 좋은 노래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진심어린 마음을 전했다. 과연 그는 김연우가 만들어낸 <복면가왕> 열풍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첫 회에 이미 팬덤이 만들어진 퉁키는 김연우만큼 연전연승의 가능성이 높은 가수임에 틀림없다.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부른 퉁키는 노래만 잘 부르는 게 아니라 관객들과 함께 놀 줄 아는 여유까지 가진 인물이다. 그가 뜀박질을 하며 노래를 부르자 관객들은 함께 일어나 호응해주었다. 마치 콘서트장을 온 듯한 그 분위기는 퉁키의 팬덤 역시 김연우가 클레오파트라 가면을 통해 보여준 다양한 재미들을 예고하는 듯 했다.

 

벌써부터 퉁키가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리고 그러한 추정 역시 상당히 근거 있는 추측들이라고 여겨진다. 어찌 보면 이번에도 그 복면의 인물이 누구인가가 일찌감치 대중들에게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드러난다고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이미 우리는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를 통해 그의 정체가 김연우라는 걸 일찌감치 알면서도 그 노래에 푹 빠져버린 경험을 갖게 되었다. 가면을 벗으면 더 이상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것이 <복면가왕>의 룰이다. 그러니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게 된 건 그 노래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것은 마치 프로레슬링을 보는 듯한 재미를 닮아있다. 우리는 그 실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그 다이내믹한 동작들과 기술들을 보며 충분히 즐거워하지 않았던가. <복면가왕>의 스타일은 상당부분 반칙왕이나 타이거마스크같은 프로레슬링을 떠오르게 한다. 그들이 무대로 나오는 그 세트 역시 프로레슬링의 한 장면처럼 보이고, 무대 위에서의 한 판 승부도 마찬가지 스타일을 갖고 있다.

 

프로레슬링이 그러하듯이 <복면가왕>의 정체가 누구이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런 건 사실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 보다 중요한 건 복면이라는 장치 하나로 최고의 노래와 최고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 이미 어느 정도 정체가 드러났다고 해도 퉁키가 김연우의 평행이론을 그릴 것이라 예견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정체나 결과에 상관없이 다음 주 퉁키가 어떤 무대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복면가왕>, 복면을 쓰고도 자신을 드러낸다는 건

 

<복면가왕>7대 가왕도 결국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에게 돌아갔다. 항간에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 누가 나와도 클레오파트라의 복면을 벗기기는 어려울 거라는 것. 실제로 이번 무대에서 그가 부른 부활의 사랑할수록은 관객과 연예인 패널들을 모두 감탄하게 만들었다. 잔잔히 시작해 폭풍처럼 몰아치는 클라이맥스의 고음까지 클레오파트라는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노래했다.

 


'복면가왕(사진출처:MBC)'

클레오파트라의 정체는 이미 99%가 김연우라는 심증이 거의 확증이 되어가고 있다. 인터넷에는 그가 <복면가왕> 무대에서 부른 노래와 다른 음악 프로그램에서 부른 노래를 비교하는 증거들이 넘쳐난다. 물론 1%의 변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연우라는 생각을 갖고 클레오파트라의 노래를 들어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쯤 되면 복면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복면의 효용가치는 대중들이 이미 그 정체를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존재한다. 얼굴을 드러내고 부르는 모습은 또 다시 가수가 이전에 갖고 있는 막연한 이미지들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하지만 얼굴을 가리자, 심증 99%가 김연우라고 해도 노래에만 더 집중하게 된다.

 

여기서 가정을 해보자. 만약에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라면 그는 왜 <나는 가수다>의 첫 무대에서 초고속 탈락하는 비운을 맛봤을까. 그는 당시도 지금도 최고의 가창력을 가진 가수다. <나는 가수다>에서 그의 무대를 보던 임재범은 그가 더 소리를 지를 수 있는데도 내지 않는다며 대단한 가수라고 그 가창력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첫 출연에서 급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유는 역시 그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 때문이 아니었을까. 고음까지도 말끔하게 뽑아내는 그 놀라운 가창력은 거꾸로 무감정하다는 평가까지 들었다. 여러 토크쇼에 출연하면서 그는 지금 현재 굉장히 친근한 이미지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는 조금 날카로운 인상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호주에서 벌어졌던 탈락가수들의 재도전 무대에서 칼을 갈고 나온 김연우가 1등을 하자 거기에 대한 비난이 나오기도 했던 것 역시 그에 대한 비뚤어진 편견과 선입견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김연우가 <나는 가수다>에서 복면을 쓰고 나왔다면 어땠을까. 그는 지금 클레오파트라가 하고 있는 것처럼 오롯이 가창력만으로 연전연승을 하지 않았을까. 이건 실로 복면의 마법이 아닐 수 없다. 복면 하나 씌워놓았을 뿐이지만, 그 결과는 어마어마한 차이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정일 뿐이다.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라는 건 아직까지 추정에 불과하니 말이다. 하지만 만일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것은 김연우라는 가수에게는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선입견과 편견을 지우기 위해 복면을 썼고, 오로지 가창력만으로 그 편견을 뚫고 본인이 김연우라는 걸 일찌감치 보여준 것이니 말이다. 그는 복면을 벗지 않고도 가창력만으로 자신을 드러낸 유일한 가수가 되지 않을까. 만일 그가 김연우라면 말이다. 아마도.



<복면가왕> 정체 궁금하지만 노래 좋으면 됐다

 

클레오파트라는 김연우인가. 타 프로그램에서 김연우가 오페라의 유령을 부르는 장면과 <복면가왕>에서 부른 장면을 비교한 동영상은 클레오파트라의 정체가 김연우라는 심증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목소리나 발성이 너무나 똑같기 때문. 그래서 이미 인터넷은 클레오파트라의 정체가 김연우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

 

'복면가왕(사진출처:MBC)'

그런데 클레오파트라가 3연승을 기록하면서 이런 확증에 가까운 심증이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가 만일 진짜 김연우라면 그의 장기집권(?)을 막는다는 건 쉽지 않을 일이다. 그의 가창력은 이미 대중들에게 정평이 난 지 오래다.

 

그렇다고 계속 해서 그가 우승을 한다면 자칫 <복면가왕>이 갖고 있는 두 가지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 그 하나는 다양성이다. 결국 복면까지 하고 무대에 오른 건 좀 더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 다른 하나는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라는 <복면가왕>만이 가진 핵심적인 재미 포인트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정체를 다 알고 노래를 듣는다면 그건 콘서트지 <복면가왕>이 아니다.

 

그래서 항간에는 몇 주 연속 우승을 하게 되면 스스로 가면을 벗는 룰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장기집권은 이번 클레오파트라에게서 발생하는 위의 두 가지 문제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 아예 이참에 다양성과 프로그램 정체성을 위해 합당한 룰을 세우는 게 향후에도 좋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룰을 바꾸거나 세우는 건 또한 민감한 문제다. 과거 <나는 가수다> 초창기에 김영희 PD가 겪었던 해프닝을 떠올려보라. 룰은 게임이 진행되기 전에 이미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복면가왕>처럼 이미 쉬지 않고 굴러가는 게임에서 룰을 변경한다는 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사실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면 또 어떤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복면가왕>은 물론 가왕을 뽑는 과정을 다루기는 하지만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에 대해서 그리 민감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즉 성패와 무관하게 자신의 기량을 다 보일 수 있는 무대 그 자체를 복면이라는 장치를 통해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복면가왕>의 핵심적인 재미라는 것이다. 만일 클레오파트라가 매번 노래를 통해 대중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계속 볼 수 있는 것도 대중들의 권리라는 점이다.

 

물론 <복면가왕>에서 복면 뒤의 정체는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복면은 장치일 뿐이지 그것이 이 프로그램이 진정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는 노래에 있다. 어떻게 하면 편견 없이 부르고 듣는 노래를 즐길 것인가가 <복면가왕>이 진짜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러니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라고 하더라도 좋은 노래라면 그것으로 족할 일이다. 물론 그보다 더 좋은 복면의 등장이 기대되기는 하지만.

 

<라스>, 시청자들을 위한 <황금어장>인 이유

 

윤세아, 오연서, 한선화는 <우리 결혼했어요3> 출연자다. 배종옥, 조재현, 정웅인은 <그와 그녀의 목요일>이라는 연극을 올렸고, 이성재, 류수영, 서인국은 <아들녀석들>의 그 아들 3형제이며, 김태원, 김소현, 김연우, 용감한 형제는 <위대한 탄생3>의 멘토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통점은? 알다시피 <라디오스타>의 최근 출연자들이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사의 토크쇼에 자사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게스트로 나오는 빈도가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것은 <라디오스타>도 마찬가지. 많은 토크쇼들이 이른바 홍보성 게스트들을 출연시키는 것으로 때로는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하고, 작금의 토크쇼 추락의 원인이 바로 이 홍보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유일한 예외가 있다. 바로 <라디오스타>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별된 결과를 낳는 것일까.

 

그 첫 번째는 홍보성 게스트라는 것을 대하는 프로그램의 태도다. <라디오스타>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홍보성 게스트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대놓고 “홍보할 기회를 줄 테니 해봐라”는 식으로 아예 시간을 주기도 한다. 지난 회에 나왔던 <아들녀석들>의 이성재, 류수영, 서인국은 드라마를 홍보하고는 “드라마 국장님! 저희 할 거 다했습니다!”하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내놓고 홍보할 시간을 따로 준다는 것은 거꾸로 나머지는 홍보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프로그램의 암묵적인 엄포와 같다. 제 아무리 홍보성 게스트가 카테고리로 나와도 <라디오스타>는 결국 게스트의 숨겨진 면을 끄집어내기 위해 끝없이 떡밥을 던지는 토크쇼라는 것. 그들은 물론 드라마나 연극 혹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엮어진 게스트들이지만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들어가면 독특한 매력의 캐릭터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그들이 함께 묶어진 프로그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하지만 그것조차 훈훈한 분위기를 <라디오스타>는 허락하지 않는다. 이번 <위대한 탄생3>의 멘토들이 나왔을 때도 먼저 던져진 이야기는 김태원과 용감한 형제가 진짜 사이가 안 좋은가 하는 점이었다. 이런 질문은 둘 사이에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이어서 김연우의 방송분량을 떡밥으로 던져 서로 다른 심사에 대한 관점을 갖고 때 아닌 ‘100분토론’식 팽팽한 대립을 갖게 되는 게스트들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물론 그간 <라디오스타>가 일관되게 그 토크의 분위기를 유지함으로써 이제는 게스트들조차 어떤 준비가 된 상태로 프로그램에 임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소현은 규현과 함께 뮤지컬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설마 독설을 하겠냐”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 말은 뒤집어 얘기하면 <라디오스타>의 독설(사실은 직설)을 게스트들이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라디오스타> 특유의 ‘떡밥 분위기’는 물론 이 토크쇼의 상위개념인 <황금어장>이 왜 황금어장인가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토크쇼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무언가 재밌는 이야기를 낚으려는 MC들이 게스트들을 향해 떡밥을 던져놓고 물면 서로 잡아당기려 준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제아무리 홍보성 게스트가 나오더라도 말 그대로 이야기의 황금어장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바로 이 점은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토크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깊이를 추구한다는 명분은 자칫 잘못하면 게스트의 토로와 변명을 받아주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토크쇼는 시청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게스트를 위한 것으로 바뀌게 된다. <라디오스타>의 소통방식이 좋은 것은 MC나 게스트 모두 준비된 상태로 자신의 진정성을 드러내 보일 준비가 되게 만드는 그 특유의 분위기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홍보성 게스트마저 시청자들을 위한 황금어장으로 만들어내는 마법을 발휘한다.

<위탄3>, 리틀 임재범 탄생이 의미하는 것

 

단 몇 분의 등장이었지만 리틀 임재범 한동근의 파괴력은 <위대한 탄생3(이하 위탄3)>의 부활을 예고하게 만들었다. 어딘지 강렬한 외모에 간질을 앓고 있다는 사연을 담담하고 밝게 밝힌 한동근은 바비킴의 ‘사랑 그 놈’을 부르며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켰다. 오디션 무대였지만 이례적으로 김태원은 한동근에게 즉석에서 ‘데스페라도’를 불러보라고 사실상의 노래 신청(?)을 하기도 했다.

 

'위대한 탄생3'(사진출처:MBC)

김태원은 ‘자신이 노래를 잘 하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을 찾고 있다며 그게 바로 그대라고 극찬했고, 용감한 형제는 ‘리틀 임재범’을 보는 것 같았다고 그를 추켜세웠다. 그런 극찬에 대해 정작 한동근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멘토들의 진심어린 칭찬에 절을 하는 모습을 보였고, 마치 황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시골청년 같은 순박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고의 노래 퍼포먼스와 때 묻지 않은 순박함.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원석을 발굴해내는 오디션의 장은 아마추어의 태도를 보이지만 실력만큼은 기성 가수를 넘어서는 그 반전의 무대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김태원의 ‘자신이 노래를 잘 하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그가 얼마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는 바로 한동근 같은 숨은 실력자들이 발견해내는 것이다. 소울 가득한 보이스의 매력을 보여주어 김태원으로부터 “<위대한 탄생>에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극찬을 들은 이형은도 마찬가지다. 경북 영주에서 올라온 시골 소녀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픽시 로트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소울 가득한 반전을 보여주었다. 버스커버스커 김형태의 사촌형인 김보선 역시 보기와 다르게 자작곡 ‘뭐라고’를 불러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런 원석이 발견됐을 때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출해내느냐 하는 것이다. <위탄> 시즌2는 시즌1에서 이미 드러난 형식을 반복함으로써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출연자들보다 정작 멘토들이 더 부각된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출연자가 잘 부각되지 않고 ‘가르치는’ 멘토들만 보이니 프로그램이 너무 교조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위탄> 시즌2에 대한 대중들의 혹평은 그들이 보고 싶은 원석의 반전 무대는 차치하고 멘토들의 ‘가르침’에 집중되는 잘못된 연출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그런 점에서 <위탄3>의 변화는 꽤 적절해 보인다. 먼저 무대의 긴장감을 세우기 위해 마련된 40초 동안 서서히 닫혀버리는 ‘합격의 문’이라는 새로운 장치가 눈에 띈다. ‘합격의 문’은 그러나 단지 긴장감을 위한 목적만을 가진 게 아니다. 참가자의 노래에 대한 심사위원과 시청자들 사이의 공감을 확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닫혀가는 문과 참가자의 실력을 느끼는 시청자들, 그리고 그 문을 열거나 닫는 심사위원의 행위가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멘토 구성과 멘토 각자가 가진 심사기준의 차이 역시 적절해 보인다. 김태원이 매력적인 보이스와 가능성을 찾는다면, 김연우는 좀 더 가창력(기술)을 바라보는 쪽이고, 뮤지컬 가수인 김소현이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용감한 형제는 끼와 스타성을 보는 식이다. 이렇게 각각 다른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부딪침도 생기지만 바로 그 점이 <위탄3>만의 차별화된 오디션을 만들어준다. 김태원과 의견대립을 보이는 용감한 형제가 결국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김태원이 가능성을 본 참가자를 떨어뜨리는 모습은 그래서 향후 멘토제로 이어질 경연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물론 이제 첫 발일 뿐이다. 어쩌면 첫 회이기 때문에 주목받을 만한 참가자들을 전면에 배치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이어질 몇 회분의 오디션 무대가 지나야 <위탄3>의 가능성을 제대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몇 분 간 등장한 리틀 임재범 한동근이 남긴 여운은 <위탄3>가 제대로 첫 발을 잘 내디뎠다는 것을 말해준다. 과연 <위탄3>는 이 기대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 것인가.

기대되는 '나가수2', 걱정되는 MBC

 

김영희 PD와 함께 돌아온 '나가수2'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본격적인 생방송을 앞두고 벌어진 22일 첫 녹화현장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몇 개월 간의 공백기는 '나가수2'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놓았고, 캐스팅된 가수들의 무대는 그 하나하나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관객들은 오랜만에 음악의 축제 속에 푹 빠져들어, 때론 그 가슴을 울리는 깊은 감성에 젖어들었고, 때론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하는 열정적인 무대에 가슴이 뛰었다. '나가수2'는 확실히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을 주었다.

 

 

'나는 가수다2'(사진출처:MBC)

무엇보다 12명의 가수 라인업이 돋보였다. '나가수1'에서 아깝게 탈락했던 가수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나가수2'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목소리의 김연우가 부르는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분위기 있게 울부짖는 듯한 JK김동욱이 부르는 '미련한 사랑', 폭풍 성량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이영현의 '연', 특유의 절절함이 묻어나는 박완규가 부르는 '천년의 사랑', 감미롭다 못해 날카롭게까지 느껴지는 정엽의 '잘 몰랐었다', 그리고 진정한 재도전을 보여준 김건모의 '서울의 달'까지. 더 듣고 싶었으나 듣지 못했던 '나가수1'의 가수들은 '나가수2'에 그 기대감을 그대로 이어주었다.

 

여기에 '나가수2'로 합류한 나머지 6명의 가수들의 존재감도 빛이 났다. 이은미는 '위대한 탄생'의 멘토로 출연하면서 상당 부분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가수2' 첫 무대에 올라 그녀가 부른 '녹턴'은 이 모든 걸 덮어버릴 만큼 가수로서의 매력이 철철 넘쳤다. 이미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간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이수영이 부르는 '휠릴리'는 대단히 감미로웠고, 8년 간이나 가수로 활동했지만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인이 부르는 '미워요'는 절절한 감성이 느껴졌다.

 

늘 즐거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가창력은 상대적으로 묻혀 있던 박상민의 '멀어져간 사람아'는 걸쭉했고, 한때 김건모와 함께 흑인 감성이 묻어나는 보컬로 주목받았던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는 흥겨웠다. 무엇보다 고령이지만 현역 최고의 밴드인 백두산이 부르는 '러쉬 투 더 월드'는 80년대 헤비메탈의 매력을 뽐내며 향후 '나가수2'의 가장 파격적인 무대를 예감하게 했다. '나가수1'에서 아깝게 탈락해 아쉬웠던 가수들과 이번에 합류한 기대되는 가수들을 적절히 배합한 '나가수2'의 캐스팅은 그래서 잘 차려진 음식들처럼 저마다의 독특한 맛을 보여주었다.

 

현장에서 느낀 음향 수준은 향후 진행될 생방송이 주는 부담감을 상당 부분 덜어주었다. 오히려 생방송이 가질 리얼리티적인 요소에 대한 기대감마저 갖게 만들었다. 사실 음향적인 부분만 해결된다면 생방송은 '나가수'에게는 어쩌면 친숙한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가수1'에서의 녹화시간은 거의 실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준비된 가수들이 있고 준비된 제작진들이 있으니 괜히 녹화라고 시간을 질질 끌지 않아야 준비된 관객들에게도 그만한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라는 김영희 PD의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니 생방송에 대한 훈련은 이미 '나가수1'에서부터 끊임없이 해왔던 셈이나 마찬가지다.

 

확실히 '나가수2'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한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김영희 PD가 있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가수진들이 포진해 있는데다가 한동안 휴지기를 가짐으로써 관객들의 기대 또한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현재 MBC가 처한 위치와 그로 인해 '나가수2'가 짊어지게 될 부담이다.

 

현재 MBC는 장기파업으로 인해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뉴스도 줄어들었고 시사 교양 프로그램은 실종된 지 오래다. 예능 프로그램은 줄줄이 결방되면서 시청률이 거의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외주제작되는 드라마가 그나마 어느 정도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생각만큼 좋은 형편은 아니다. MBC 예능의 대표상품이었던 '무한도전'이 장기 결방되고 있고, '일밤'은 애국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나가수2'가 어쩔 수 없이 이 모든 짐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중정서다. '나가수2'는 분명 그 매력이 넘치는 프로그램으로서 대중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기대감이 MBC가 현재 처한 위치 속에서는 걱정으로 변할 수도 있다. 많은 대중들은 그간 파행되었던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되찾기를 바란다. 물론 '나가수2'는 그 자체로서 완성도 높은 훌륭한 프로그램이고 대중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진정성이 느껴지지만, 그 좋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칫 MBC 사측이 가진 최후의 보루처럼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과연 대중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가수'의 성공방정식, 생존과는 무관하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정엽과 김연우는 모두 단 두 곡씩을 부르고 탈락했다. 김건모는 재도전의 여파로 역시 두 곡을 부르고 무대를 떠났고, JK김동욱은 노래를 부르다 멈추고 다시 부른 것 때문에 자진 하차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짧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김으로써 이른바 '나가수' 효과를 톡톡히 입었다. 이들은 '나가수' 출연 이후 콘서트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방송이 짧았던 만큼 큰 아쉬움이 콘서트 수익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그것만이 아니다. '나가수'를 통해 확실한 자기 색깔을 드러낸 정엽은 윤도현과 함께 두 편의 광고를 찍었고, 김연우는 '라디오스타' 같은 토크쇼를 통해 숨겨둔 예능감을 선보이며 이른바 '연우신'으로 불리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렇게 가장 짧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수혜를 입은 가수는 임재범이다. ‘너를 위해’, 남진의 ‘빈 잔’ 그리고 윤복희의 ‘여러분’ 이렇게 단 세 곡을 부르고 맹장수술 때문에 자진 하차했지만, 이 세 곡이 남긴 임팩트는 컸다. 이 세 곡의 음원수익이 '나가수'의 명예졸업자들인 박정현이나 김범수와 비교될 정도다.

게다가 그는 예당과 전속계약을 맺었고 예당측은 임재범의 경제적 가치가 100억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런 그의 몸값은 광고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는 광고계에서도 박지성, 박태환, 김연아 같은 특A급 광고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명예졸업을 한 박정현이나 김범수, 그리고 마지막까지 버텨낸 YB가 거둬간 성공 수익(?)은 엄청나다. 하지만 단 두 곡을 부르고 하차했다고 해서 그 '나가수 효과'가 적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여러 라운드를 오래 버텼다는 게 아니라 한 번을 해도 확실하게 인상을 남기는 그 임팩트다.

김범수나 박정현, YB가 그만한 '나가수 효과'를 가져간 것은 버틴 횟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무대를 통해 보여준 자신들만의 확실한 개성과 경쟁력 때문이다. 이소라는 세 차례의 경연 후에 탈락했지만, 그녀가 남긴 인상은 깊었다. 그녀가 이 무대 첫 문을 열며 부른 '바람이 분다'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음원 차트를 장식했고, 보아의 'No.1'을 재해석해 부른 파격은 여전히 대중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일등도 차지하지 못한 채, 무려 다섯 차례의 경연을 버텨냈던 조관우는 탈락 후 다른 이들과 비교해 반향이 적은 편이다.

이것은 이제 마지막 명예졸업을 남기고 있는 장혜진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녀는 매번 '나가수'라는 무대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경연을 잘 버텨왔다. 하지만 명예졸업에 즈음해 확실하게 뇌리에 남겨지는 임팩트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결국은 자기만의 개성을 얼마나 잘 드러내느냐의 문제다. 즉 '나가수'가 이른바 '지르는 창법'이나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무대라고 해서 생존하기 위해 본래의 색깔을 억누르는 것은 당장 살아남을 수는 있어도 그 가수만의 정체성을 강하게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끊임없이 감정 과잉으로 치닫는 윤민수의 무대와 '나가수' 무대의 특성을 파악하고 단번에 정점에 올랐지만 좀 더 자기만의 색깔로 돌아온 자우림의 무대는 확실히 비교되는 지점이 있다. 차라리 조규찬처럼 짧고 굵게 자신의 무대를 고집한 가수는 떨어진 후에도 대중들의 지지를 얻는다. 조규찬 탈락 후, '나가수'에 대해 이른바 '목청 대결' 논란이 벌어진 건, 그만큼 조규찬 탈락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는 반증이다. 결국 '나가수'의 본질이 경연이라고 해도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나는 가수다'라는 그 제목이 지칭하듯, 자신만의 가수로서의 색깔을 드러내는 일. 그것이 당장 탈락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가수에게 이득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역대 '나가수' 출신 가수들의 행보가 보여주고 있다.


진지함과 엄격함을 무너뜨리는 통쾌함, '라디오스타'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라디오스타'는 게스트를 소개하는 방식부터 남다르다. 거기에는 약간의 깐족거림이 들어있다. '나는 가수다' 출신 가수들을 소개하면서 '나가수의 변방'이라고 부르고, "떨어진 자 김연우, 제 발로 나간 자 백지영, 매니저란 이름으로 날로 먹는 도대체 역할이 모호한 지상렬"로 지칭하는 식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어딘지 상대방을 예우해주고 띄워주는 그런 토크쇼들과는 전혀 다른 노선을 '라디오스타'가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특별한 토크쇼는 '황금어장'이 그러하듯이 게스트를 배려한다기보다는 시청자를 더 배려한다. 그래서 재미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게스트와의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때론 공격적으로 물어뜯기도 한다.

하지만 '라디오스타'의 이런 도발적인 자세는 절대로 게스트를 무시하거나 방송분량만을 쪽쪽 뽑아먹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스타들의 다른 이면을 끄집어내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그 다른 면모를 통해 거기서 우리는 그 스타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김연우의 노래 부르는 모습만을 봐왔던 시청자들이라면 '라디오스타'에서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친근하고 예능감이 넘치는 또 다른 김연우를 발견했을 것이다. 이미 김연우가 '나는 가수다'를 통해 말 그대로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 그렇다고 겸양을 떠는 건 '라디오 스타'의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마구 자랑하고 드러내면서 그것을 경거망동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게 '라디오 스타'의 방식이다.

몇 주 동안 '나는 가수다'를 기다리다 겨우 두 곡 부르고 하차한 김연우에게 윤종신은 "스케치북에 가도 두 곡 부르고 나온다"고 깐족대고, 김구라는 "보컬 트레이너로 유명한데 손님이 뚝 끊겼다"는 얘기를 꺼내고는 "저라도 등록할까요?"하고 장난을 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윤종신이 '타깃을 주부로 돌려 보세요"라고 말하면서 웃음이 빵 터지는 식이다.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연우를 두고 김구라가 '유남규 닮은 가수'라고 끄집어내면 그 옆에서 김희철이 탁구치는 모습을 흉내 내는 방식. '라디오스타'는 그 악동 같은 MC들의 면면이 빛날 때 웃음이 터지고, 그럴 때마다 게스트의 새로운 면면이 슬쩍슬쩍 드러난다.

이러면서도 이런 지나친 듯 보이는 장난이 허용되는 것은 게스트들의 준비된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김연우는 아예 내놓고 경거망동 캐릭터로 자화자찬을 일삼는데, 이것은 MC들의 공격(?)과 잘 합이 어우러진다. 본인 스스로 '발라드신, 연우신'이라고 말하는 김연우는 MC들의 공격을 허용하는 셈이다.

물론 MC들이 공격만 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스스로 자신을 무너뜨려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정석원과 두 달 만났다는 백지영의 얘기에 김희철이 자신은 "세 달이면 이별"이라며 "오래 만났다"고 말한다거나, 백지영이 정석원을 '어버'로 부른다고 하자 윤종신이 자신이 그렇게 아내를 부르면 "진짜 업을 것"이라며 "와이프가 절 업어도 충분히 어울린다"고 말하는 식으로 자신을 무너뜨린다.

흥미로운 건 이 '라디오스타'의 한 없이 엉뚱하고 가벼운 이야기 주제들이다. '무릎팍 도사'가 어딘지 진지한 주제들을 갖고 인생을 이야기한다면 '라디오스타'는 너무 소소해 저게 과연 토크쇼에 어울릴까 생각되는 것들을 주제로 올린다. 김연우의 '털'이 화제로 오르고, "털 많은 사람이 정도 많다"는 지상렬의 엉뚱한 얘기에 "아 그러면 외국사람들은 다 정 많어?"하고 김구라가 받아치는 식으로 이야기는 한없이 가벼워진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이렇게 진지함을 벗어날수록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 그 카리스마 넘치는 김연우가 클럽 춤을 추고 합기도 유단자라는 이유로 전방낙법, 측방낙법, 발차기를 하는 대목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에는 '라디오스타'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웃음의 결이 느껴진다. 그것은 엄격함과 진지함을 무너뜨리는 통쾌함을 가진, 마치 서민들의 일상적인 격 없는 대화가 주는 즐거움이다. 여기에 '라디오스타'라는 정체성에 맞게 음악이 곁들여지면 금상첨화. 이것이 이 특별한 토크쇼가 사는 법이다.


'나가수', 무대를 내려오자 완성된 그들의 음악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한 때 '재도전'이라는 말은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금기어(?)였다. 그만큼 엄정한 청중평가단의 결과에 대한 수용이 이 예능 프로그램에 요구하는 대중들의 정서였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결과에 의해, 혹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하차한 '나가수'의 가수들이 더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너무 빨리 '나가수' 무대를 내려와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그들의 음악이 각종 음원차트를 통해 더 빛을 발하는 것은 그 때문일 게다.

정엽이, 김연우가 첫 탈락자가 됐을 때, 또 JK 김동욱이 공연 도중 좀더 '완벽한 노래'를 선보이기 위해 다시 노래를 불러 자진 하차를 결정했을 때, 음원차트는 어김없이 이들의 노래를 가장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정엽이 부른 '잊을게'는 특유의 맺돌 창법을 대중들의 잔상 속에 남겨놓았고, 김연우가 부른 '나와 같다면'은 감성을 자극하던 미성과 절정의 테크니션을 환기시키며 그의 옛 앨범들까지 찾아듣게 만들었다. 한편 '조율'이란 곡을 재발견시킨 JK 김동욱의 울림 있는 목소리는 새삼 귀에 착착 감기는 그의 노래를 자꾸만 듣게 했다.

물론 '나가수'의 무대가 어떤 지르는 창법을 추구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 이 무대가 대중들에게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먼저 귀에 들어온 것이 성량과 고역대의 음폭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차츰 '나가수'의 무대가 전해주는 음악의 다양한 즐거움이 인식되기 시작하는 현재, 초창기 성량과 음폭만이 아닌 다른 음악이 주는 매력을 전해주던 하차한 가수들의 노래는 더더욱 그리워질 수밖에 없다. 하차했지만 그들의 노래들이 '나가수'라는 무대를 다채롭게 해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기 때문이다.

정엽의 감미로운 목소리, 김건모의 감칠맛 나는 창법, 온 몸으로 흐느끼는 듯한 백지영의 호소력,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드는 김연우의 단단한 미성, 마성의 카리스마로 노래가 아닌 하나의 진심을 덩어리째 보여준 임재범, 깊은 울림의 목소리로 가사 하나하나를 음미하게 해준 JK 김동욱, 그리고 마치 바람처럼 섬세하게 때론 거칠게 노래가 주는 감성을 전해주었던 이소라. 이제는 경연의 무대를 내려와 편안해진(?) 이들의 음악이 더더욱 새롭게 들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게다.

이것은 '나가수'라는 무대가 가진, 아니 어쩌면 모든 무대가 가진 본질일 것이다. 노래는 어쩌면 무대 위에서 불러지지만 가수가 무대를 내려왔을 때 그 빈 자리가 전해주는 깊은 여운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나는 가수다'라고 외치는 이 프로그램은 가수의 등장에서부터 흥겨운 무대와 더불어, 무대를 내려온 후까지 그 '가수'라는 정체성이 대중들에게 전해주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러니 하차한 만큼 그리워지는 존재를 그려내는 '나가수'라는 무대를 지나치게 서바이벌의 살벌한 눈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이 무대의 '서바이벌'이란 좀 더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해 가수들의 최고치를 끌어내기 위한 말 그대로의 장치일 뿐이니. 결과에 의해, 혹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이미 하차했지만, 그래서 더더욱 그리워지는 정엽, 김건모, 백지영, 김연우, 임재범, JK 김동욱, 그리고 이소라. 어쩌면 그들은 무대를 내려옴으로써 드디어 그들의 음악을 완성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들의 무대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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