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2’, 솔리드 대미 장식에 담긴 취지와 재미 사이

JTBC 예능 프로그램 <슈가맨2>가 종영했다. 그 마지막 무대의 주인공은 솔리드였다. 21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솔리드. 그들이 무대에서 부르는 ‘이 밤의 끝을 잡고’는 정말 이 마지막 <슈가맨>의 끝을 잡고픈 시청자들의 마음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또 전주만으로도 100불을 달성한 ‘천생연분’은 <슈가맨2>의 무대를 콘서트장처럼 만들어버렸다. 

솔리드의 노래는 방청석은 물론이고 안방극장 시청자들까지 추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했다. 노래의 가장 큰 힘은 역시 듣는 순간 그 시절로 우리를 되돌리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솔리드의 감미롭고 때론 강렬한 목소리를 들으며 반가움에 눈물까지 흘리는 방청객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하지만 <슈가맨2>의 대미를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장식한 인물이 솔리드라는 사실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취지와 재미 사이의 고민을 실감하게 한다. 사실 취지를 굳이 따지자면 솔리드를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게다. 많은 히트곡을 냈으며 지금도 대표적인 R&B 그룹이 아닌가. 게다가 김조한은 <나는 가수다> 같은 무대나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지금도 ‘R&B 대디’라고 불리는 가수다. 

굳이 세대를 나눠 불을 켜는 것으로 추억을 소환시키는 장면을 비주얼화한 건 다름 아닌 이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이 ‘원 히트 원더’이기 때문이다. 강렬하게 하나의 히트곡을 남기고 사라져버린 그들을 과연 지금 기억해내는 관객이 얼마나 있을까가 궁금해지는 대목이고, 그래서 켜진 불 하나 하나는 더 소중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니 솔리드가 달성한 100불은 놀랍고 반갑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 무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룹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슈가맨>이 가진 고민을 잘 보여주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프로그램이 잘 되기 위해서는 그 날 무대에 오르는 가수가 너무 몰라도 또 너무 알려져도 곤란한 게 이 <슈가맨>이 스스로 지운 한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넘어서기 위해 <슈가맨>은 시즌1과는 달리 시즌2에서는 그 취지에 대해 엄밀한 잣대를 세우지는 않았다. 솔리드를 포함해 쥬얼리나 양동근 같은 가수들이 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그래서다.

하지만 그렇게 엄밀한 취지에서 살짝 유연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슈가맨2>는 꽤 괜찮은 시청률과 호응을 얻어냈다. 그것은 ‘원 히트 원더’라는 그 취지 자체에 얽매이기보다는 추억을 소환해낸다는 재미를 시청자들이 더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 때 굉장한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세월이 흘러 무얼 하고 있는지가 궁금한 가수들을 소환해 노래도 듣고 당시의 이야기도 나누는 그 대목에 이끌렸던 것.

만일 <슈가맨>이 시즌3로 돌아오게 된다면 먼저 그 엄밀한 취지보다는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으로서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에 대한 공감대가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좀 더 취지에서 유연해질 수만 있다면, 주말 밤 ‘이 밤의 끝을 잡고’픈 시청자들의 추억 여행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가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사진:JTBC)

<나가수>에서 하나도 더 나가지 못한 지상파 음악 경연 예능들

 

너무 비슷해서 때로는 그게 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조차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음악경연 프로그램들 이야기다. MBC가 금요일에 방영하고 있는 <듀엣가요제>, SBS가 수요일 밤과 일요일 저녁에 각각 방영하고 있는 <신의 목소리><판타스틱 듀오>를 보다보면 어디선가 봤던 가수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판타스틱 듀오(사진출처:SBS)'

<신의 목소리>에 출연하는 박정현, 거미, 윤도현, 김조한 등은 누가 봐도 과거 MBC에서 했던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게 하는 가수들이다. 사실상 <나는 가수다>가 재발굴 했던 가수들이 모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판타스틱듀오> 첫 회에 무대에 오른 임창정, 이선희, 김범수 역시 <히든싱어><나는 가수다>가 이미 재조명했던 가수들이다. <듀엣가요제>에 출연했던 솔지, 민경훈, 루나, 강균성 같은 가수들은 <복면가왕>이 주목시켰던 가수들이다.

 

이렇게 어디선가 이미 주목됐던 가수들이 한 자리씩 차지해 비슷한 레퍼토리의 곡들을 반복하게 된 까닭은 분명 있다. 결국 가창력으로 소름 돋는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동일한 콘셉트이기 때문에 그 가창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가수들을 찾다보니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 된다는 것이다. 제작자들은 국내에서 가창력 하나만으로 확고한 무대를 보여주는 가수들은 한정되어 있다고들 말한다.

 

사정은 있으나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식상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들은 일반인과의 콜라보레이션이나 대결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장착하고는 있다. 하지만 <신의 목소리><판타스틱 듀오> 그리고 <듀엣가요제>가 모두 똑같이 비슷한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역시 이들 프로그램들을 식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창력을 뽐내는 음악 경연 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너무 많이 나와서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음악의 묘미가 마치 가창력하나만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이들 프로그램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대중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음악은 고음만 있는 게 아니라 저음도 있고, 또 가사도 있으며 최근에는 그저 듣는 수동적인 재미가 아닌 창작의 재미에 더 대중들은 흥미를 갖게 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 역시 가창력대결을 보여주던 시대는 일찍이 지나가 버렸다. 가창력이 아닌 음악적 개성을 한껏 드러내는 참가자들이 더 중요해졌다는 건 최근 들어 싱어 송 라이터들이 유독 많이 나오고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힙합 오디션이 그나마 대중들에게 뜨거운 오디션 프로그램이 되는 이유 역시 이 장르가 결국 개인의 마음을 담은 창작이라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악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과 정서가 달라지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지상파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최근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은 하나 같이 옛날 <나는 가수다>적 시절에 시간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들의 관심이 가지 않고 있다는 건 시청률 지표 역시 말해준다. <듀엣가요제>7.6%(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6%대로 주저앉았고, <신의 목소리>는 파일럿 때는 10.4%를 기록했지만 정규로 편성되고 나서는 4,5%에 머물러 있다. <판타스틱 듀오>도 파일럿에서는 8.4%를 기록했지만 주말 예능 시간대에 정규 편성되면서 6%대로 뚝 떨어졌다.

 

시청자들은 식상하다는 데 이러한 별다른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하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이 속속 편성되는 까닭은 뭘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것이 명절의 파일럿 경쟁이다. 지금 현재 예능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명절에 파일럿으로 들어와 그 시험대에 오르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래서 음악 경연 프로그램은 명절 파일럿으로는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온 가족이 다 모여 크게 집중하지 않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 형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절에 반짝했다고 해서 정규로 들어와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게 최근 이들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물론 <복면가왕> 같은 프로그램 역시 명절에 파일럿으로 나온 것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었다. 즉 파일럿이라고 해도 정규로 들어왔을 때 역시 경쟁력을 가지려면 그만한 참신함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명절 파일럿이 만들어내는 착시효과만을 더 이상 신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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