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시청자가 주인이라고 말하지만

늘 방송 프로그램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시청자가 주인”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몇몇 프로그램들을 보면 이런 이야기는 옛말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시청자들은 굳이 원하지 않고 불편함을 여전히 호소하는데도 그들만이 사는 세상을 연출하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최근 논란을 겪은 SBS <런닝맨>, KBS <1박2일>, JTBC <님과 함께2>가 그렇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은 새 시즌을 구상한다면서 멤버 교체 이야기가 나오며 논란을 겪었다. 강호동이 들어와 유재석과 양강체제를 만들고 대신 김종국과 송지효가 하차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구상은 이뤄지지 못했다. 김종국과 송지효의 하차 통보 과정에서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결국 아쉬움을 토로하는 팬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치게 됐고 여기에 부담을 느낀 강호동 역시 <런닝맨> 합류를 포기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는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이 멤버 전원이 마지막을 잘 정리하고 올해 초에 종영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또 이 결정은 번복되었다. 지난 24일 SBS 측은 <런닝맨>이 이 멤버 그대로 종영하지 않고 계속 가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제작진의 설득에 출연자들이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 명분으로 내세운 건 종영을 아쉬워하는 팬들 때문이라고 한다. 

팬들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렇게 계속 말이 바뀌는 결정들을 내놓는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사실 <런닝맨>이 새 시즌 구상, 멤버 교체, 구상 포기, 종영 결정, 종영 번복을 하는 그 일련의 과정에서 팬들은 이리저리 휘둘린 격이 되었다. 시청자들이 어딘지 과거에 비해 정체되어 있는 <런닝맨>에 변화를 요구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변한 건 없고 계속된 말 바꾸기만 반복된 격이다. 팬들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건 그저 호명된 명분일 뿐, 사실은 그들만이 결정하고 번복하며 사는 세상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KBS <1박2일>은 사생활 문제로 하차했던 정준영을 말 그대로 ‘전격 복귀’시켰다. 자숙의 기간이 너무 짧고, 또 그 사생활 문제가 온 가족이 보는 프로그램에는 불편함을 만들 수 있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나왔지만 거기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은 보여주지 않고 제작진이 원하고 출연자들이 원하는 대로 복귀 수순이 이뤄졌다. 물론 멤버가 5명이라 프로그램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은 제작진의 입장이 이해되는 바이고, 또한 함께 동고동락했던 출연자들의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배제되어버린 시청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준영 복귀를 위해 채워진 <1박2일>의 경남 거창, 산청에서의 방송 분량은 ‘그들만이 사는 세상’을 확인시켜줬다. 서른 번 정준영의 이름이 나와야 복귀할 수 있다는 미션이 주어지고 마지막에는 출연자들이 눈을 가린 채 정준영의 얼굴을 손으로 만져 그 정체를 맞추는 게임이 이어졌다. 그리고 기막히게도 출연자는 정준영을 맞췄다. 그만큼 그를 출연자들이 그리워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지만, 그의 조기 복귀를 원치 않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어딘지 뒷맛이 찜찜할 수밖에 없는 방송이었다. 

JTBC <님과 함께2>는 최근 두바이에서 촬영 중 욕설을 한 서인영의 동영상이 유출되면서 생긴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출연한 방송 분량을 아무런 편집도 없이 내보냈다. 이미 하차가 결정되었고, 그 논란 동영상들이 유포된 상황이며 게다가 여기에 대해 서인영 측의 사과까지 있던 상황이었다. 물론 서인영 당사자의 사과가 아니라 소속사에서 내놓은 사과에 대해 시청자들의 감정은 여전히 식지 않은 상황. 이런 시기에 방송 분량을 그대로 내보낸다는 건, 서인영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건 시청자들이 원하는 일이 아니다. <님과 함께2>는 가상 결혼을 콘셉트로 삼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그 가상을 진짜인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제작진과 출연자 그리고 무엇보다 시청자와의 암묵적인 합의가 전제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이 상황이 터진 논란으로 인해 깨져버렸다. 그 상황에서 방송분량을 그대로 내보낸다는 건 전혀 시청자를 고려한 처사가 아니다. 

최근 일련의 방송 프로그램들이 보이는 행보는 안타깝게도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이고 그들이 만드는 세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청자들이, 대중들이 있기에 가능한 세상이다. 이걸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방송은 자칫 소통 없는 일방적 질주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일방통행이 어떤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작금의 우리네 현실이 그 무엇보다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프로그램의 문제, 출연자 바꾼다고 되지 않아

 

이번에 출연진 교체 문제로 불거진 SBS <런닝맨> 사태는 결국 명분 있는 종영으로 가닥을 잡았다. 즉 현재의 멤버 전원이 함께 오는 2월 종영까지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다. 본래 강호동이 새롭게 투입되고 김종국과 송지효가 하차하는 구도로 가려던 제작진의 계획은 국내외 팬층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해 지금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사태는 진정됐지만 이번 <런닝맨> 사태는 향후 많은 프로그램들이 생각해야할 지점들을 남겼다.

 

'런닝맨(사진출처:SBS)'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하게 드러난 건, 잘 나가던 프로그램이 어떤 위기에 처하게 됐을 때 그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이다. <런닝맨>의 문제는 출연자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제작진의 문제가 더 컸다는 걸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즉 한 때는 그래도 게임 예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참신한 기획들이 시도되면서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했던 프로그램이 바로 <런닝맨>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능력 특집이나 셜록 홈즈를 연상케 하는 추리 특집같은 것들은 <런닝맨>이 아니면 보기 힘든 기획들이었다. 또한 초반에 반전에 반전을 이루던 스파이 콘셉트의 이름표 떼기가 주던 긴박감은 또 어땠는가. <런닝맨>이 호평받고 시청자들의 열광을 얻어냈던 건 이런 참신한 시도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런닝맨>은 게스트 출연에 의지한 단순 게임의 반복으로 마치 과거 <명랑운동회>로 돌아간 듯한 단순함을 보였다. 물론 주말 예능이기 때문에 보편적 시청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이지만 바로 그런 점이 이 프로그램을 매너리즘에 빠뜨렸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에서의 인기가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생존이 어려웠을 프로그램이라는 것.

 

결국 문제는 제작진에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소재와 아이템 개발로 넘어야 될 이 문제를 출연진 교체로 하려던 시도는 그래서 애초부터 잘못된 선택이다. 멀쩡하게 잘 하고 있는 김종국과 송지효의 하차 소식은 그래서 시들해졌던 팬들마저 들끓게 만들었다. 물론 유재석-강호동 2인 체계가 그 자체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구도라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런닝맨>이라는 특유의 특성 자체를 뒤집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 아무리 변화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이라도 판 자체를 엎는 건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오며 정들었던 출연자들이 아닌가.

 

이번 사태가 또 하나 상기시키는 것은 예능 프로그램을 이끄는 건 역시 더 이상 유명 MC가 아니라 제작진이라는 사실이다. PD가 좋은 선택을 하면 좋은 프로그램이 계속 유지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제 아무리 유명한 MC가 출연한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런닝맨> 사태가 결국 제작진의 문제로 불거졌다는 점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PD의 선택 하나가 얼마나 중요해졌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말해주고 있는 한 가지는 결국 시청자.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가 제작진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는 건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제작진들은 그 과정에 있어서 출연자나 시청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했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과정이다. 과정이 어긋났다 여겨지면 제 아무리 좋은 그림이라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작금의 사정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또한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이 7년 가까이 달려온 그 과정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반증해 보여준 결과가 되었다. 그동안 비판이 많았지만 그래도 팬층은 분명히 존재했으며 그래서 이런 잘못된 변화의 시도에 그 모습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런닝맨>이 그간 우리네 예능사에서 어떤 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건 분명하다. 2월 종영까지 그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내기를.

<무도>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던 <런닝맨> 좀비특집

 

SBS <런닝맨>좀비특집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무한도전>의 레전드로 남은 망작 좀비특집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런닝맨> 측은 아예 이 <무한도전>이 실패했던 좀비특집<런닝맨>이 다시 한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비교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런닝맨> 좀비특집은 <무한도전>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아니 다를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이 좀비특집을 했던 시기와 지금은 그 예능의 환경이 너무나 많이 달라졌고, <런닝맨><런닝맨> 나름의 특성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좀비특집을 했던 당시만 해도 그것이 리얼이냐 아니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물론 좀비가 출몰한다는 그 자체는 상황극일 수 있지만 그 안에 투입된 출연자들의 행동은 전혀 사전에 준비된 게 아니라 리얼이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에 예능이 지켜야할 룰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참을 달려와 이제 한편에서는 리얼리티쇼가 등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콩트적인 상황극이 재미로 만들어지는 지금, 이런 리얼과 가상의 경계는 그다지 의미가 없어졌다. 그것이 상황극이든 아니면 리얼 그 자체이든 목표만 분명하면 된다. 즉 웃음이든 긴박감이든 어떤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100% 리얼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런닝맨> 좀비특집이 흥미로웠던 지점은 바로 이 상황극과 리얼 사이에서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끌어안을 수 있는 그 여유였다. 건물 안에 감염된 좀비들과 그들 속에 숨어있는 시민들을 구출하는 런닝맨들의 활약은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그려진다. 게임은 가상이지만 그 게임을 하는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의해 결론이 달라지는 건 리얼이다.

 

처음에는 좀비들이 득시글대는 그 곳이 마치 귀신의 집체험을 하듯 그 무시무시함과 그로인해 벌어지는 호들갑으로 웃음을 주지만, 차츰 좀비들과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긴박감이 생겨난다. 그러다 역시 게임스타터인 지석진이 좀비가 되면서 좀비들 사이에 왕코를 연호하게 만드는 장면이나 그 지석진의 좀비 분장과 연기를 웃으며 스마트폰에 담는 광수의 모습은 하나의 상황극 코미디에 가깝다.

 

즉 적당한 선에서 <런닝맨>은 상황극의 가상으로 빠져나와 웃음을 주다가, 또 게임에 집중하면서 리얼한 리액션의 재미를 선사한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 방식은 쉬워보여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즉 상황극을 하려고 했는데 리얼 반응을 하게 되면 웃음은 사라지게 된다. 과거 <무한도전> 좀비특집이 그 거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단 몇 분만에 망하게 된 까닭은 박명수가 어떤 상황극이 아니라 극도로 리얼한 반응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런닝맨>이나 <무한도전>처럼 꽤 오래도록 서로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좀비특집같은 상황극과 리얼을 넘나드는 형식은 소화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2010년부터 쉬지 않고 5년 넘게 달려오면서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가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리얼한 출연자들의 리액션들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좀비특집 같은 특유한 게임이 가능해진다. 그간 배신의 아이콘이었던 광수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좀비가 되는 걸 극도로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능력자 김종국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좀비들조차 그를 피하려 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만들어진다.

 

물론 <런닝맨> 좀비특집은 거창한 시작에 비해 조금은 평이한 결말로 감으로써 아쉬움을 남겼지만 또한 그 시도가 어떤 가능성을 찾아낸 것만은 분명하다. 즉 그간 게스트를 초대해 비슷비슷한 게임만 반복하는 방식은 <런닝맨>이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좀비특집처럼 가상과 리얼을 넘나드는 게임은 <런닝맨>이 아니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런닝맨>이 어떤 정체된 모습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고유의 독자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런닝맨> 좀비특집은 따라서 더 정교해져야 하는 숙제를 남겼지만 그래도 이 프로그램만의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정확히 보여주었다



모든 직장 드라마가 <미생>일 필요가 있나

 

기대가 너무 큰 것일까. 아니면 너무 엄밀한 잣대를 들이밀기 때문일까. 이제 2회를 남긴 <프로듀사>에 대한 평가는 박한 편이다. 여러 이유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건 <프로듀사>가 애초에 예능 PD들의 세계를 다룬다고 해놓고서 사실은 예능국에서 연애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프로듀사(사진출처:KBS)'

그러면서 항상 나오는 이야기는 <미생>과의 비교다. 연애 없이도 샐러리맨의 현실을 절절하게 다룬 <미생>. 두 말할 여지없이 <미생>은 수작 중의 수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직장을 다루는 드라마가 <미생>이 될 필요가 있을까.

 

<프로듀사><미생>처럼 샐러리맨들을 치열한 하루하루를 통해 그려내려는 드라마가 아니다. 그것은 <프로듀사>라는 제목에 이미 들어있다. 많은 이들이 PD라고 하면 막연히 갖게 되는 그 편견과 선입견. 그래서 심지어 자 직업인 양 프로듀사라고 부르는 그 관점을 뒤집고 풍자해내는 것이 이 드라마의 진짜 목적이다.

 

그러니 <프로듀사>의 신입PD 백승찬(김수현)<미생>의 인턴사원 장그래(임시완)는 같은 신입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다. 장그래가 스펙 없는 청춘의 절망과 그것을 뛰어넘는 판타지를 담고 있는 캐릭터라면(이건 <미생> 역시 100% 현실이 아닌 판타지를 담은 드라마라는 걸 말해준다), 백승찬은 괜찮은 집안에 서울대생의 스펙을 가진 청춘으로 누구나 선망할만한 PD가 되지만 사실은 그게 다 쓸 데 없이 고스펙이라는 걸 웃음의 코드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그러니 백승찬이 하는 일이라는 것은 실로 미천한 것들이 아닐 수 없다. 장그래가 딱풀 하나 때문에 엄청난 시련을 겪는 주인공이라면, 백승찬은 A4지 한 부를 얻기 위해 수차례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마치 엄청 중요한 일인 양 진지하게 해야 하는 주인공이다. 그는 프로그램을 멋지게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일보다 먼저 선배들의 점심 식단을 각각의 기호에 맞춰 주문해줘야 하는 인물이다.

 

이것은 <프로듀사>가 예능국 사람들을 그리는 시각이다. 거기에는 일보다는 윗사람 눈치를 더 많이 보며 의전에 더 신경 쓰는 김홍순(김종국) PD도 있고, 프로그램보다 자신의 안위와 가족의 안락만을 먼저 추구하는 이름만 김태호 PD(박혁권)도 있다. 예능국장인 장인표(서기철)는 심지어 기획사 사장의 눈치를 보는 인물이다. 물론 전혀 방송국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의외로 능력을 발휘하는 <뮤직뱅크> 막내 작가 김다정(김선아) 같은 인물도 있다.

 

물론 백승찬을 비롯한 이런 인물들이 예능국 사람들의 전부를 대표해서 보여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프로듀사>는 이런 예능국 PD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연히 드라마틱한 일의 세계는 잘 보이지 않는다. ? 이것은 일종의 풍자이면서 선입견 깨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국에서 일하려면 엄청난 스펙이 필요해? 하지만 정작 하는 일은 너무 소소해 비루하게 보일 정도다.

 

<프로듀사>는 이렇게 쓸 데 없이 고스펙인 예능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코미디의 요소로서 바탕에 깔아놓고 그 위에 누구나 집중할 수 있는 연애 이야기를 얹어 놓았다. 즉 연애 이야기가 전면에 나와 있는 건 드라마의 대중적인 선택이다. 김수현이 있고 아이유, 공효진이 있는데 연애 이야기를 안 한다고? 그건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중요한 건 <프로듀사>의 연애 이야기가 전면에 보인다고 해서 예능국에서 벌어지는 일의 세계를 다루지 않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그 방식이 <미생>의 방식이 아니라 차라리 <개그콘서트><무한도전>무한상사같은 예능의 방식이었기 때문에 너무 소소하거나 가볍게 여겨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모든 걸 다큐처럼 그려야 할까. 그건 또한 예능의 방식을 너무 낮게만 치부하는 편견은 아닌가.

 

크게 바라보면 <미생>이나 <프로듀사>나 그 기저에 깔려있는 메시지는 다를 것이 없다. <미생>이 스펙 없는 청춘의 문제를 다룬다면, <프로듀사>는 쓸 데 없는 스펙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니까. <미생>이 그것을 눈물로서 그렸다면 <프로듀사>는 웃음으로 그려낸 것뿐이다.

 

<프로듀사>예능 드라마라는 기치를 내세운 것처럼 충분히 예능의 성격을 가져와 예능국의 이야기를 펼쳐 보였다. 그러면서도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현장에서 벌어지는 편집이나, 예고, 결방 같은 사안들을 소재로 가져와 달달한 멜로와 섞어 인간관계의 문제로 확장시켜 바라보는 괜찮은 시도도 보여줬다. 아마도 <프로듀사>는 올해를 통틀어 KBS가 그나마 시도한 유일한 실험작일 것이다. 그 괜찮은 시도들을 단지 덮어놓고 예능국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로 치부하기에는 어딘가 안타까운 면이 남는다.

 

생각하면 놀라운 김종국과 예능의 인연

 

이 정도면 연기를 해도 괜찮을 듯싶다. KBS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김홍순 PD로 출연하고 있는 김종국 얘기다. 사실 그간 예능에서 활약해온 그지만 연기 도전은 거의 없었다. 권칠인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디오>에 까메오로 출연했던 것이 유일한 연기 도전이라면 도전이었으니 말이다.

 

'프로듀사(사진출처:KBS)'

그랬던 그가 <프로듀사>에서는 의외의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김홍순 PD는 프로그램 보다는 윗사람 눈치 보기와 의전으로 승부를 보려는 PD. 운동회 축구대회에서 국장이 몰고 가는 길을 터주기 위해 상대편이면서도 자기편 사람들을 밀어내는 적극성(?)을 보이는 인물. 그 큰 덩치와 걸맞지 않게 소심한 모습은 이 캐릭터가 가진 웃음 포인트다.

 

연기력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전혀 이 김홍순 역할에서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김종국이 꽤 괜찮은 몰입을 보여주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이것은 김종국에게 딱 맞춤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낸 박지은 작가의 마법이기도 하다. 김종국 하면 떠오르는 게 덩치지만 그의 창법은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김홍순이란 캐릭터의 대부분은 김종국이 주는 느낌과 이미지에서 상당부분 구축된 것이기 때문이다.

 

김종국은 김태호 PD를 연기하는 박혁권과 짝을 이뤄 <프로듀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방송국 서열의 이야기를 웃음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것이 웃음을 주는 것은 어딘지 프로듀서라고 하면 다른 직업과는 다를 것이라 여기지만 이들이 하는 행동은 여느 직장인들과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보다는 인간관계에 치중하고, 도전하기보다는 무사안일을 추구하는 모습.

 

김종국이 <프로듀사>에 출연한 것은 기획적으로 보면 중국을 염두에 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중국에서 반응이 열광적인 건 이 드라마에 중국 한류스타 서열 1,2위가 모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1위가 김수현이고 2위가 김종국이다. <런닝맨> 중국판이 만들어지면서 초반에 거기에서 함께 뛰었던 김종국에 중국 팬들은 열광했다고 한다. 그의 든든한 능력자 이미지는 그가 유재석보다 중국에서 더 어필되는 이유다.

 

하지만 <프로듀사>의 김종국은 단지 기획적으로 들어가 있는 구색이 아니다. 그는 이 드라마의 한 부분을 분명히 잘 소화해내고 있고, 그것은 어찌 보면 이 드라마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왜 프로듀서가 아니라 프로듀사인가. 박사, 의사 같은 권력적인 직업처럼 여겨지지만 그 프로듀서들은 사실 신입부터 관리자들까지 보통의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 직업에 대한 강박과 편견을 깨는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그래서 김홍순이라는 인물의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

 

흥미로운 일이지만 김종국은 예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보여주고 있다. 90년대 인기가수로서 맹활약했지만 그 후로 김종국은 줄곧 예능에서 그 근육을 키워왔다. <X> 시절 윤은혜와의 미묘한 캐릭터 관계로 주목받더니 <패밀리가 떴다>에서 확고한 자기 캐릭터를 세웠고 이어 <런닝맨> 능력자로 중국 한류스타로까지 등극했다. <프로듀사> 역시 예능국 PD 이야기를 다루는 예능 드라마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놀라운 김종국과 예능의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김종국은 이번에도 <프로듀사>를 통해서도 확실한 자기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미 어느 정도는 그 성과를 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웬만한 연기자들만큼 충분히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배우도 작가도 곤란케 만든 경영자 마인드

 

사실상 무산된 거나 마찬가지다. <대장금2>에 대해 조심스럽게 나오는 관측이다. 그 촉발점은 마치 이영애가 최종적으로 출연을 고사한 사실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영애가 출연하느냐 아니냐는 <대장금2> 제작의 관건이었다. 그러니 이영애가 빠진 <대장금2>가 과연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건 이영애가 아니라 방송사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만들어낸 문제다.

 

'대장금(사진출처:MBC)'

여기에 대해 MBC측은 여전히 <대장금2> 제작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MBC이영애 측과 상호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마련한 <대장금> 리메이크 드라마 제작 등 후속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한류 콘텐츠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한류 드라마를 개발하고 제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MBC의 굽히지 않는 의지만으로 <대장금2>가 제작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원작자인 김영현 작가는 <대장금2> 집필의 전제조건으로 몇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그 첫 번째는 이영애의 출연이고 두 번째는 리메이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두 조건이 모두 깨진 셈이다. 이영애의 출연은 무산됐고, 그럼에도 MBC가 검토 중이라는 리메이크는 애초에 김영현 작가가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사안이다.

 

MBC측의 일방적인 <대장금2> 밀어붙이기는 여러모로 무리한 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큰 건 이것이 작가나 배우 같은 실질적인 현장의 요구에 의해 추진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12년 김재철 전 사장이 일방적으로 <대장금2> 제작 발표를 했고, 새로 취임한 김종국 사장도 이를 거듭 공표했다.

 

출연을 곤란해 하던 이영애를 설득하려 노력했고 역시 집필을 고사하던 김영현 작가를 힘겹게 설득했다. 김영현 작가는 결국 본래 5월 방송 예정이었던 <파천황>을 연기하면서 <대장금2> 집필에 들어가게 되었다. 애초부터 이영애도 김영현 작가도 그다지 원치 않는 <대장금2>였지만 MBC 경영진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어쩔 수 없이 진행되어 왔던 것.

 

이영애와 김영현 작가가 모두 곤혹스러워 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영애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가 엄마 역할로 나오고 딸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대장금2>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미 서장금의 그 젊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이영애가 이제는 나이 들어 한 발 뒤로 물러난 입장에 서는 모습을 굳이 보여준다는 것은 배우로서는 그다지 원치 않는 일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자칫 <대장금>이 그녀에게 만들어준 이미지를 스스로 깰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현 작가의 곤혹스러움은 작가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시즌2에 대한 부담감은 전편의 성공이 크면 클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대장금>이 거둔 성과를 떠올려보면 섣부른 시즌2 제작은 그 성과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한없이 커져 있는 기대감은 그 이상의 결과물을 요구한다. 사실상 작가로서 얻을 건 별로 없고 잃을 것만 많은 선택이 되는 셈이다. 물론 상업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겠지만 이것도 장기적으로 보면 작가에게는 좋을 것이 없다.

 

또한 한류를 위해서 <대장금2>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어찌 보면 너무나 단순하게 여겨진다. 그것은 <대장금2>가 작품으로서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다. 하지만 <대장금2>는 워낙 <대장금> 본편의 열풍이 거셌던 만큼 작품의 성패를 쉽게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1편을 뛰어넘는 속편은 거의 열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 아닌가. 이것은 또한 리메이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종합병원>이나 <허준>의 최근 리메이크 성적표를 보면 이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속편은 1편이 만들어낸 한류의 열풍까지 꺼버릴 위험성도 있다.

 

결국 <대장금2> 제작으로 이득을 얻어가는 건 MBC뿐이다. 제작한다는 것 자체로 가져갈 수 있는 해외의 투자 등의 수익이 그렇고 이를 성과로 내세워 경영진이 가져갈 수 있는 정치적인 이익이 그렇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 제작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경영진들의 일방적인 의욕일 뿐이다.

 

경영자적인 마인드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긴 어렵다. 오히려 좋은 콘텐츠가 우선되어야 나머지 경영적인 이득이 성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제작자들의 창작 분위기를 최대한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지원해주는 것이 경영이 해야 할 일이다. 경영진의 욕심으로 배우도 작가도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고 사실상 무산될 상황에 놓인 <대장금2>의 사례는 본말이 전도된 콘텐츠 제작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런닝맨> 캐릭터의 힘, 예능 장동건 이광수

 

마카오에 이어 베트남을 찾은 <런닝맨>이 발견한 것은 이광수가 그 곳에서는 ‘예능 장동건’이었다는 사실이다. 가는 곳마다 “이광수!”를 외쳐대는 팬들 속에서 멤버들은 얼떨떨한 표정이 역력했다. 흥미로운 건 이 반응에 대해 제작진들 역시 어째서 이광수가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그런 식의 자막이 재미있어서 그렇게 붙인 것일 게다. 하지만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도대체 이광수는 어떻게 아시아의 기린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런닝맨>의 캐릭터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만큼 캐릭터의 힘이 돋보이는 예능이 있을까. 이 힘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과 후를 나눠서 그 출연자들이 갖게 된 이미지나 존재감을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확연히 알 수 있다. <런닝맨>을 통해 개리는 이른바 ‘갖고 싶은 남자’가 됐고, 송지효는 예능 에이스로 거듭났으며 지석진은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게임에 약한 임팔라 캐릭터가 됐고, 이미 예능의 프로들인 하하나 김종국은 더욱 공고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가장 캐릭터가 돋보이는 인물이 바로 기린 이광수다. 그가 <런닝맨>을 통해 차츰 차츰 구축해온 기린 캐릭터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관계에 따라 그 반응이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즉 김종국 같은 능력자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지만 송지효 같은 여성 멤버에게는 툭탁대며 싸움을 걸고, 지석진처럼 약한 캐릭터와는 ‘필촉 크로스’ 같은 동맹을 맺는다는 점이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 관계 속에서도 이광수는 머물러 있기 보다는 늘 새로운 반전을 노린다는 점이다.

 

<런닝맨> 같은 게임 예능에서 반전 요소만큼 주목을 끄는 건 없다. 이것은 게임에서 어떤 흐름이 생겨났을 때 그대로 흘러가는 것에 제동을 걸고, 새로운 스토리로의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종국은 이광수 캐릭터의 변화를 가장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처음 이광수 캐릭터는 ‘모함광수’처럼 조금은 소심한 모습을 띄었지만 본격적으로 스파이 미션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진화한다.

 

즉 이광수가 김종국 밑에서 그의 충복처럼 행동하지만 그를 이기려는 욕구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런닝맨>은 흥미로운 관계의 변화를 보여줬던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능력자 캐릭터인 김종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세우는 데도 일조한 것이 사실이다. 힘과 대단한 촉으로 밀어붙이는 김종국은 바로 그런 캐릭터 때문에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광수는 배신을 통해 그런 능력자에게 때론 굴욕을 안긴다는 점에서 김종국에게도 어떤 당하는 캐릭터의 면모를 심어줌으로써 친근감을 만들어주는 존재가 된다.

 

이광수의 장점은 그 외모 자체가 주는 과장된 면모를 하나의 캐릭터로 연기해낼 줄 안다는 점이다. 다른 멤버들이 게임 중에서도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맨얼굴을 드러내는 반면, 이광수는 거의 대부분 캐릭터에 빙의된 모습으로 게임에 들어와 있는 모습이다. 바로 이 점은 그의 캐릭터가 그만큼 공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물론 <런닝맨>이 가진 캐릭터의 힘은 결국은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가 자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유재석은 일찌감치 이광수에게 모함광수의 캐릭터 씨앗을 심어주기도 했고, 그 씨앗이 차츰 자라 배신의 아이콘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광수가 아시아의 기린이라는 어마어마한 캐릭터로 주목받을 수 있게 해준 것은 그의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유재석이 이끄는 <런닝맨>이라는 캐릭터 세상 덕분이기도 하다. 초반에는 그저 서브 역할에 머물렀던 캐릭터에서 이제는 아시아에서 열광하는 캐릭터가 된 이광수. <런닝맨>의 캐릭터쇼가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김종국과 김종민, 그들의 공통고민은?

 

이제 김종국 없는 <런닝맨>을 상상하긴 어려울 것이다. 제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톰이 있어야 하고, 뽀빠이가 힘을 쓰기 위해서는 브루터스가 있어야 하듯이 이광수나 지석진 같은 초식동물들이 있는 <런닝맨>이라는 정글에서는 김종국 같은 육식동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바탕으로 <X맨>에서 주목을 받은 그는 <패밀리가 떴다>를 거쳐 <런닝맨>에서는 확실한 예능의 ‘능력자’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출처: 원오원엔터테인먼트

<런닝맨> 같은 게임 예능에서 김종국 같은 능력자가 부여하는 긴장감은 필수적이다. 그가 얼마나 <런닝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는 그가 없다고 상상해보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그가 없었다면 배신의 아이콘 광수도 없었을 것이고, 서로 만나면 형 동생 하면서 때론 짓궂은 장난을 치는 하하도 없었을 거다. 심지어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유르스 윌리스 같은 캐릭터도 그렇게 멋있게 포장되기 어려웠을 게다.

 

최민수 같은 공포(?)의 캐릭터가 나왔을 때 그 공포감을 더 극대화시켜주는 역할도 역시 김종국의 몫이다. 능력자인 그가 꼬리를 내리거나 게임에서 지게 되면 그를 이긴 게스트는 더 강하다는 것이 그 자체로 입증되기도 하니까. 한편 반전을 통해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추신수와 류현진이 나왔을 때 모두가 벌벌 떨던 추신수의 이름표를 떼어냄으로써 그에게 승부욕을 자극한 것도 김종국이고, 얘기하는 척 하다가 갑자기 이름표를 떼 내면서 류현진이 가진 의외의 귀여운 면모를 끄집어낸 것도 김종국이다.

 

<런닝맨>은 물론이고 예능에서 능력자로 자리매김한 그지만 바로 예능에서 너무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그에게 고충이 되기도 한다. 그가 예능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을수록 그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가수라는 직업은 가려지기 마련이니까. 2010년 1월에 6집 ‘열한번째 이야기’를 발매하고 근 3년이 지난 올 10월 그는 7집을 발표했다.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예능 동료가 된 개리와 하하가 피처링한 ‘너에게 하고 싶은 말’과 마이티 마우스가 피처링한 ‘남자도 슬프다’에 이어 타이틀곡인 ‘남자가 다 그렇지 뭐’도 특유의 하이톤의 미성 보컬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예능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모두 김종국 같은 것은 아니다. <1박2일>의 김종민은 그룹 코요테에서 끊임없이 새 곡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코요테에서 거의 신지가 노래하는 분량이 절대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워낙 <1박2일>을 통해 갖게 된 이미지가 강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독 가수 출신 MC들이 많았던 <1박2일>은 가수들이 예능을 통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를 보여줬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MC몽과 이승기, 김C, 은지원은 <1박2일>을 통해 갖게 된 확고한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음악활동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자 이들에게도 같은 고충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MC몽은 물의를 일으키면서 하차했지만, 스스로 하차한 김C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예능으로 소비되는 자신의 이미지가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승기는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발판을 만들었지만 역시 가수라는 본업에 아쉬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은지원도 <1박2일>을 하차하고 클로버를 결성해 좀 더 음악활동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길과 개리 그리고 하하 같은 예능인이 다된 가수들은 그 두 영역을 잘 넘나들며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슈퍼7>콘서트가 논란에 빠지자 길과 개리가 선뜻 하차를 표명하고 본업인 ‘좋은 음악’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이들에게 음악이 얼마나 돌아가고픈 고향인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가수들에게 분명 예능은 하나의 기회가 된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가수 활동의 한 영역이 된 상황이다. 성시경이 성발라에서 성충이가 되는 과정은 어쩌면 이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하는 연예환경 속에서 꼭 필요한 통과의례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도 성충이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 성발라가 잊혀지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고민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균형 감각이다. 어느 한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를 덮어버리지 않게 양쪽을 공존하게 하려면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노래 하나로 승부해도 충분하다면 최선이겠지만, 예능이 가수로서의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된다면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만한 가치는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예능에도 좋지 않다

컴백한 비와 김종국이 예능을 장악했다. 거의 일주일 내내 채널을 돌리다 걸리는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는 이들이 게스트로 출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월드스타 비는 해외활동 때문에 국내에 그간 보이지 못한 얼굴을 한껏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거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솔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김종국 역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느라 그간 뜸했던 방송에 새 앨범과 함께 컴백하면서, 특히 집중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공략하고 있다.

비는 ‘무릎팍 도사’, ‘예능선수촌’, ‘상상플러스’에 이어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할 예정이고, 김종국은 ‘패밀리가 떴다’, ‘놀러와’에 이어 ‘상상플러스’에도 출연했다. 물론 그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팬들 입장에서는 그들의 방송출연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연거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 것은 시청자의 입장에서나 예능 프로그램의 입장에서나 또 비와 김종국 당사자들에게도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다.

비가 출연해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던 ‘무릎팍 도사’는 한 청년의 세계를 향한 도전과 좌절, 그럼에도 그걸 딛고 일어선 비의 불굴의 의지를 볼 수 있었다. 비가 강조한 오기와 독기는 혼자 세계와 대항하는 듯한 그의 이미지를 세워주면서 동시에 힘겨운 젊은이들에게 어떤 힘을 불어 넣어주기까지 했다. 한편 배고팠던 시절의 이야기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가 그 이야기를 ‘예능선수촌’과 ‘상상플러스’에서 반복해서 하자 그 의미는 상당부분 사라져버렸다. 그 진술은 반복되면서부터 진솔함의 토로에서 홍보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것은 김종국도 마찬가지다. 김종국은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를 대체로 그대로 반복했다. ‘패밀리가 떴다’는 사실상 김종국을 하나의 캐릭터로 구축하기 위해 온 패밀리가 김종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해프닝을 벌였다. 그는 ‘놀러와’와 ‘상상플러스’에 연거푸 출연하고 앞으로도 ‘패밀리가 떴다’에 게스트의 입장으로 계속 출연할 예정이다.

하긴 그들의 출연목적은 본래부터가 홍보이기는 했다. 가수가 음반을 내고 홍보를 하기 위해 예전 같으면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예능 출연이 더 효과적인 세상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예능 선택은 다다익선인 셈이다. 하지만 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과거와 지금의 예능 사정은 달라졌다. 예능의 리얼리티화는 홍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예능 프로그램에 던진 시청자들의 외면에서부터 생겨난 것이다. 아무리 홍보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매번 비슷한 식단을 들고 예능에 등장하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도 그다지 유익한 것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로 인해 예능 프로그램이 홍보 프로그램으로 변질되면서 결국에는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빼앗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들이 아예 고정MC로 출연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아예 고정이라면 프로그램 속에 어떤 캐릭터로서 기여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입장이 되지만 여기저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게스트라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그 자체로 흐트러뜨리게 될 위험성이 있다.

탈신비주의도 좋고 보다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간다는 취지도 좋다. 하지만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쏠리는 예능 프로그램의 자력은 그다지 건설적이지 못하다. 오랜만에 돌아온 비와 김종국, 그 반가운 얼굴이 자칫 식상해지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고정이냐 게스트냐, 예능 멤버를 바라보는 두 시선

김종국은 결국 ‘패밀리가 떴다’의 손님으로 남게 됐다. 장혁재 PD는 현재의 멤버들 간의 팀웍이 좋고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팀 구성이라며 김종국의 패밀리 영입설을 일축했다. 지난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한 김종국을 두고 벌어진 고정이냐 게스트냐는 양 갈래의 시선 중 ‘패밀리가 떴다’는 결국 전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물론 김종국 스스로도 먼저 “당장은 가수활동에 더 충실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니 김종국의 ‘패밀리가 떴다’ 출연은 애초부터 게스트에 더 힘이 실렸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종국을 두고 벌어진 이 고정과 게스트에 대한 반응은 예능 멤버를 바라보는 두 시선을 드러내준다.

재미와 식상, 강화된 캐릭터, 팀웍의 이중성
집단 MC체제의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대부분 고정 MC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면서 얻은 것은 강화된 캐릭터다. 물론 매번 다른 상황에서의 반응이 주를 이루는 프로그램 성격상 캐릭터는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즉 과거의 1인, 2인 MC에 매번 바뀌는 게스트들을 가진 쇼에서는 매번 다른 얼굴들이 새로운 재미를 주었지만, 이제는 같은 얼굴들이 매번 다른 상황에서 즉각적인 반응으로 재미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그것은 고정 MC들의 캐릭터가 굳어지고 팀의 결속이 강화되는 과정에서는 최고의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것이 완성된 후 반복되는 과정에서는 동시에 식상함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쇼에서는 늘 새로운 멤버를 염두에 두게 된다.

‘무한도전’은 새로운 멤버에 대해 극도로 폐쇄적이었다. 하하가 군입대로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게 되자, 새로운 멤버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5인 체제로 한 동안 프로그램이 강행되었다. 때때로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로 게스트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역시 공백은 분명했다. 이러한 공백은 객원의 위치로 멤버에 안착한 전진에 의해 채워지게 되었다. 초기 새로운 멤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보면 ‘무한도전’에 어떤 생기를 부여한 전진의 투여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고정이냐, 게스트냐 이것이 문제로다
한편 ‘1박2일’은 초창기 프로그램이 정착하기 이전에는 멤버들이 유동적이었다(이것은 초기 ‘무한도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상렬, 김종민 등이 활약했지만 현재의 멤버들로 차츰 바뀌면서 지금은 어떤 프로그램보다 고정 멤버들 간의 결속이 강화되었다. 새로운 멤버에 대한 여지를 찾기가 어려운 현재 ‘1박2일’은 그만큼 고정 멤버들 속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발굴(혹은 변신)하는 것이 절실해진 시점이다. MC몽이 몽장금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허당 이승기가 울컥하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는 건 이런 노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종국이 새로 투여된 ‘패밀리가 떴다’에서 김종국을 고정으로 해야한다, 아니다를 두고 벌어졌던 논란에는 시청자들의 멤버 영입에 대한 이중적 시각을 알 수 있다. ‘패밀리가 떴다’는 사실 리얼 버라이어티의 후발주자로 들어오면서 이러한 고정 캐릭터가 갖는 딜레마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장치로서 게스트를 적극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매번 새로운 게스트를 초대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은 쉬 식상해질 수 있는 캐릭터를 보완해주는 힘이 있다.

게스트 시스템을 계속 활용하고 있던 ‘패밀리가 떴다’에서 유독 김종국에 대한 고정 찬반 논란이 일어났던 것은 그가 예능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전적이 있는 데다가, 이 프로그램에서의 캐릭터들에게도 점점 이미지가 고정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아무리 게스트 시스템 같은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하더라도 ‘패밀리가 떴다’ 역시 팀웍이 강화되면서 캐릭터가 굳어지고 그 이미지 소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방신기와 김종국이 연거푸 출연하면서 ‘패밀리가 떴다’는 신선함을 계속 유지하려는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김종국에 대한 게스트냐 고정이냐를 두고 벌어진 논란은, 기존 ‘패밀리가 떴다’의 멤버들에 대한 애착과 동시에, 식상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에 새로운 얼굴을 기대하는 욕구 또한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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