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넷플릭스 도전, 월드스타도 가능해질까

공교롭게도 MBC 예능 <무한도전>이 시즌 종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유재석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건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범인은 바로 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해 촬영과 편집이 모두 끝난 이 프로그램은 현재 전 세계에 동시 송출되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특성에 따라 각국 언어로 자막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오는 5월 공개되는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190여 개국 1억 1,700만 가입자에게 송출될 예정이다. 

<범인은 바로 너!>가 넷플릭스와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건 <런닝맨>을 만들었던 조효진 PD의 제안을 통해서였다. 조효진 PD가 넷플릭스 쪽에 아이템을 제안했고, 그 제안은 즉각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넷플릭스가 이 아이템에 반색한 건, 그 형식이 넷플릭스와 잘 맞아떨어지는데다, 방식 또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아무래도 전 세계를 상대로 하다보니 세계인 모두가 익숙할 수 있는 장르물들이 콘텐츠로 많이 포진되어 있다. 또 장르물들의 선호도가 압도적인 인기로 이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김은희 작가의 <킹덤>처럼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도 투자를 원했던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범인은 바로 너!> 같은 장르적 색채를 가진 프로그램이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범인은 바로 너!>는 <런닝맨>에서 우리가 봐왔던 가상과 현실을 더한 ‘추리예능’의 성격을 갖고 있다. 유재석은 이 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이 세팅해놓은 가상 추리게임 속에 던져지고 그걸 실제로 풀어가는 모습을 웃음과 긴박감을 더해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이광수와 박민영, 안재욱, 김종민, 엑소 세훈, 구구단 김세정 등의 출연자들이 함께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신스틸러 배우들이 대거 게스트로 참여한다. 

이런 구도로 보면 이 프로그램이 <런닝맨>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유재석의 역할도 그 연장선이 아니냐는 의구심. 하지만 <범인은 바로 너!>는 <런닝맨>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이유는 100% 사전 제작되는 것이고, 10부작으로 완결성을 갖는 작품이기 때문에 리얼 예능처럼 보이면서도 한 편의 완성된 추리영화 같은 성격을 줄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1회의 첫 장면을 10회 마지막 장면으로 시작하는 방식은 이러한 완성도를 높인 사전 제작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유재석도 이 프로그램의 참여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남는 아쉬움은 완성도일 수밖에 없는데, 이 프로그램이 그 갈증을 충분히 채워줬다는 것이다. 

<범인은 바로 너!>는 특히 이제 <무한도전>이 시즌 종영에 들어간 상황에서 유재석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무한도전>이 종영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미 13년 전에 만들어진 형식을 갖고 있는 이 프로그램이 현재의 트렌드 속에서 어떤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유재석은 그 남다른 캐릭터를 통해 지금껏 정상의 위치에 서 있는 예능인이다. 그는 지금의 트렌드인 리얼리티쇼보다는 자신의 캐릭터를 통한 도전을 통해 자기만의 확고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싶어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범인은 바로 너!> 같은 보다 완성도 높은 캐릭터 기반의 가상현실 프로그램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롤플레잉 게임처럼 캐릭터가 있고 세팅된 상황이 주어지지만 그 안에서 플레이어가 미션을 해결해가는 과정들은 모두가 리얼이다. 게임에 익숙한 현 세대들이라면 반색할만한 형식이다. 가상이지만 현실을 담는 이른바 ‘가상현실’의 시대에 잘 맞아 떨어지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넷플릭스를 통한 월드와이드 전략 역시 유재석에게는 보다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내에서 캐릭터쇼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너무 오래 비슷한 형식으로 반복되었기 때문에 지나간 트렌드처럼 보이는 것이지, 캐릭터쇼 자체의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생각해보면 찰리 채플린은 지금도 그 캐릭터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미스터 빈은 영국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되어 있지 않은가. 아마도 유재석이 꿈꾸는 새로운 도전은 바로 그런 캐릭터일 것이다. 우리는 물론 외국에서도 기억될 수 있는.(사진:SBS)

조동섭 할머니 같은 분들을 위해서라면, ‘1박2일’ 존재이유

벌칙이 다소 심심했던 본 미션을 빛냈다? 팀을 나눠 했던 2번국도 맛집 여행은 사실 새로울 것 없는 KBS 예능 <1박2일>의 단골 소재 중 하나였다. 과거에 했던 해장국 로드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 이건 어쩌면 지금 현재 <1박2일>이 서 있는 위치를 정확히 말해주는 것일 게다. 주말 저녁이면 어김없이 방영되는 한바탕 왁자한 여행기의 연속. 

하지만 미션의 끝에 벌칙으로 만들어진 제주도의 조동섭 할머니에게 광양불고기를 선물하러 가는 길은 이 특별할 것 없는(또 특별한 걸 요구하지도 않는) <1박2일>의 진가를 발견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심투어에서 <1박2일>의 애청자임을 자청했던 조동섭 할머니. <1박2일>만 챙겨보며 출연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해 애정을 드러냈던 할머니를 찾아가는 길은 벌칙으로 수행됐지만 의외의 감동을 선사했다.

이름과 사진만으로 제주도에서 조동섭 할머니를 찾는 일은 결코 쉬울 수가 없었다. 처음 할머니를 만났던 한림오일장을 찾았지만 휴일이라 텅 비어 있었고, 인근 동네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경로당과 이장님의 도움을 얻어 겨우겨우 길을 찾아가던 중, 우연히 할머니의 딸을 만나게 된 건 천운이었다.

그래서 결국 도착한 조동섭 할머니의 집. 할머니는 배달자로 찾아간 김준호와 김종민의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했다. 그리고 함께 오지 못한 다른 출연자들을 아쉬워하는 얘기로 깨알같은 웃음도 선사했다. 인상적인 건 이들을 반가워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마치 자식 같은 살가움으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오지 못한 다른 출연자들의 영상편지를 휴대전화를 통해 볼 때 뽀뽀를 해대는 할머니에게서는 이들이 얼마나 할머니의 삶에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게 해줬다. 

사실 <1박2일>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이들은 여행을 떠나고 복불복 게임을 하며 야외취침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지나온 시간들은 <1박2일>을 과거처럼 뜨거운(?) 프로그램으로 남지 못하게 만들었다. MBC <무한도전>이 종영을 선언하고 있는 지금,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의 풍경을 여전히 <1박2일>이 지켜내고 있는 건 아마도 KBS라는 방송사의 위치가 한 몫을 차지할 것이다. 공영방송으로서 우리네 지역 곳곳의 아름다움과 먹거리, 놀거리를 찾아주는 일은 시대가 변해도 지속적으로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방송은 TV에서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고, 그래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형식은 조금은 구닥다리가 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청률도 떨어지고(물론 과거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지만) 화제성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 또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걸까. 

조동섭 할머니의 등장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이야기해준다. 어느 시골 집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혼자 저녁이라도 챙겨 드시며 그 빈 공간의 허전함을 채워줬던 게 다름 아닌 <1박2일>이었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해 마을 어귀에 나가는 것조차 유모차의 힘을 빌려야 하는 할머니에게 전국 각지로 구경시켜 준 고마운 존재가 <1박2일>이었다는 것. 물론 시청률이나 화제성에는 그 수치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분들일 수 있지만 전국 각지에는 아마도 이런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소박해도 이런 분들이 있어 <1박2일>은 그 존재가치가 충분하다.(사진:KBS)

게임에 집착하는 동안 ‘1박2일’이 잃게 되는 것들

“이래도 되는지 몰라. 공원에서.” 아마 자신들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원에서 팬티까지 벗고 있는 것이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경남 통영에서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이 이른바 ‘옷벗기 강강술래’ 게임을 하면서 생긴 일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순신공원에서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은 배(먹는 배)와 점심식사를 걸고 옷을 더 많이 벗어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을 했다. ‘노출왕’으로 불리는 김준호는 수건으로 가린 채 팬티까지 벗었다. 

'1박2일(사진출처:KBS)'

“창피하다. 동네 주민들도 계시는데.” 한편 김종민, 정준영, 윤시윤은 같은 시간 서피랑 99계단에서 입고 있던 옷들을 벗어 이어 붙여 커다란 원을 만들었다. 그들 역시 팬티만 남기고 남김없이 옷을 벗으면서도 어딘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건 다름 아닌 공공장소가 아닌가. 제아무리 방송 중 게임이라고 해도 너무 과했다는 건 그들도 느꼈을 대목이다. 이들의 노출로 인해 이순신공원과 서피랑 99계단의 풍광들은 퇴색되어 버렸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잠시 후 두 팀은 스마트폰 화상 전화로 통화를 하며 이 게임에 얼마나 걸 것인가에 대한 베팅을 했다. 그런데 데프콘은 장난삼아 자신들이 얼마나 벗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팬티까지 벗고 수건으로 중요부위만 가리고 있는 김준호의 수건 안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상대팀은 헛웃음을 짓고 김준호는 이거 찍히는 거 아니냐며 화를 냈다. 그건 장난처럼 진행된 것이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준영이 여자친구와의 사적인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되었다 복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상황이다. 너무 경솔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이순신 공원에서 옷을 벗은 채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은 농담을 했다. 그 곳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금지한 푯말에 ‘노출금지’라는 새로운 항목이 생길 것이라고. 제작진은 그 농담을 또한 친절하게 보여주기 위해 ‘노출금지’ 푯말을 CG로 편집해 집어넣었다. 제작진들도 그것이 ‘금지 항목’이 될 정도로 볼썽사나운 일이라는 걸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그것이 버젓이 방송에 나왔다. 

결국 팬티까지 벗었지만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은 게임에서 졌다. 그러자 차태현이 “역시 올인은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고, 김준호는 “왜 그랬을까” 후회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상황이 오면 또 하게 된다”는 말이 덧붙여졌다. 물론 거기서 무엇을 지목해 이런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다분히 그 이야기의 뉘앙스는 ‘도박’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 ‘배’를 걸고 하는 게임 자체가 도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기도 했다. 공공장소에서 팬티까지 벗고, 매번 후회하면서도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과연 주말 가족들이 둘러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적절했을까. 그것도 하필 김준호의 입에서?

어째서 <1박2일>은 이런 무리수를 내보내게 된 것일까. 그건 지나치게 게임에 몰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준호가 던진 그 말은 사실 <1박2일>에도 그대로 해당되는 후회다. “왜 그랬을까.” 웃음을 주겠다고 복불복 게임을 하는 것까지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거기에 너무 경도되어 수위를 넘겨버리는 순간 <1박2일>은 본래 갖고 있던 정감이나 토착적인 색깔, 여행이라는 본질을 잃어버린다. 게임에 빠져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 

<1박2일> 제작진은 이번 이 방송분을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과도했는지 그래서 무엇이 본질을 흐트러트리고 무엇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는가를 하나하나 점검해봐야 한다. 이게 무슨 문제냐며 재밌지 않느냐고 강변하는 듯한 방송 편집을 보면 제작진 역시 이 과도해진 게임에 둔감해져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 집착하는 동안 <1박2일>이 잃게 되는 것들을 다시금 고민해 봐야할 시점이다. 저지르고 후회하는 걸 반복하지말고.

‘1박2일’, 잠깐 출연해 따뜻함 남긴 최불암과 김주혁

잠깐 출연했지만 남은 잔향은 그 어느 때보다 짙다. 그저 보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그런 반가운 얼굴들. 설 명절을 맞아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보게 된 최불암과 김주혁이 그들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설빔이라고 기상천외한 옷들과 분장을 한 채 런웨이를 끝내고 명절에 걸 맞는 ‘세배 미션’이 복불복으로 주어졌을 때 마침 <한국인의 밥상> 내레이션 녹화를 위해 KBS에 들어가고 계신 최불암 선생님을 본 <1박2일> 멤버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쪼르르 달려가 반갑게 선생님을 맞았다. 

<제빵왕 김탁구>에 나온 동구에게 “너 빵 아니냐”고 던지는 말 한 마디에 빵 터지면서도 어떤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최불암은 곧바로 김종민에게 대상 탄 것에 대한 축하의 말을 건넸다. 잠깐 함께 해달라는 PD의 요청을 기꺼이 수락하고 김종민의 대상에 대해 재차 의미 있는 말 한 마디를 덧붙인다. 

머리를 써서 받는 상이 아니라 성실함을 인정해주는 이런 상이 진짜 대상이라는 것. 그러자 짓궂게도 그런 김종민을 바보로 몰아세우자 최불암은 그가 머리를 안 쓰는 건 “겸손”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 ‘성실함’이란 현재 <한국인의 밥상>을 꾸준히 해온 최불암 본인이 해온 삶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출연자들의 농담은 이처럼 최불암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와 섞여 정겨워졌다. 

아마도 전국을 돌며 그 곳의 그 때 나는 먹을거리와 요리들 그리고 그 고장의 독특한 문화까지 소개해주는 <한국인의 밥상>은 여러모로 <1박2일>과 닮은 면이 많을 것이다. <한국인의 밥상>이 여타의 음식 프로그램들과 사뭇 달랐던 건 몸소 현장을 직접 뛰어다닌 그 성실함과 그래서 프로그램에 제대로 얹어진 최불암 특유의 구수함과 훈훈함이다. 

물론 <1박2일>은 더 오랜 세월 방영되고 있지만 지금의 멤버들은 오히려 최불암의 이런 모습에서 배울 점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1박2일>이 남달랐던 것 역시 그저 가벼운 웃음이 아니라 어떤 따뜻함을 주는 웃음이었다는 걸 새삼 환기시켜주기 때문이다. “파-”하는 그 웃음이 사실은 <전원일기>를 찍을 때 옆방에 계신 노모를 생각해 소리를 가리려는 배려에서 나온 것처럼.

한편 두 번째로 만나게 된 영원한 구탱이형 김주혁 역시 그가 <1박2일>을 통해 부여한 온기가 최불암과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늘 동생들을 생각하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1박2일>을 챙겨봤다는 김주혁. 영화 <공조> 인터뷰를 하면서 <1박2일> 홍보만 잔뜩 했다는 역시 어딘가 허당기가 있어보여도 정이 느껴지는 그런 인물이다. 

늘 이기기보다는 지는 쪽을 보여준 ‘꽝 손’이었지만 그래서 <1박2일>에 인간적인 느낌을 부여했던 그가 아닌가. 다시 한 번 출연해달라는 말에 “마음이 반반”이라고 솔직히 밝히면서 그는 “(영화) 홍보가 아니라 진짜”로 한 번 출연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가 <1박2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잘 보여준 대목이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최불암과 김주혁은 <1박2일>이 추구해야할 웃음의 성격을 잘 보여줬다. 그간 <1박2일>의 원동력이었던 그 웃음은 다름 아닌 ‘인간미’가 묻어나는 따뜻한 정이 있는 웃음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트렌드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이 바로 그것이니.

<무도>, 굳이 유재석 모르는 사람을 찾아 나선 까닭

 

우리나라에 과연 유재석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보통 사람이라면 미션 자체가 되지 않을 이 질문이 <무한도전>에서는 굉장한 흥미를 자극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시상식에서 대상만 무려 14번을 받은 그가 아닌가. 그만큼 방송에서 맹활약한 인물이고 인지도로만 치면 아마도 국내에서 손을 꼽을 만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늘 그렇듯이 농담처럼 툭 던져진 이 궁금증을 <무한도전>은 제대로 된 하나의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출연자 모두가 거리로 나가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이들을 찾고, 만약 찾게 되면 그 즉시 퇴근이라는 파격적인 보상(?)을 내놓은 것. 빨리 찾게 되면 금세 퇴근할 수 있다는 보상이 따르지만, 그건 또한 당사자에게는 커다란 굴욕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웃을 수도 또 울 수도 없는 상황을 포착하는 것이 이번 아이템이 갖고 있던 웃음의 포인트였다.

 

하하와 함께 미션에 나선 최민용은 과거 잘 나갔던 시절을 회고하며 지나는 행인들에게 하하의 이름을 물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너무나 쉽게 하하를 모르는 사람을 발견하게 됐다. TV를 잘 보지 않는다는 한 어르신이 하하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한 것. 연예인으로서 너무 일찍 굴욕을 맛본 하하를 최민용이 짐짓 안타까워하며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향해 그가 하하라는 걸 외치는 장면은 고개 숙인 하하와 함께 큰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유재석은 마침 하루 쉬는 날이었던 김종민을 불러 함께 미션을 수행했다. 옷차림을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로 차려입고 나선 유재석은 김종민을 저승사자라 부르며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고 할 도깨비 신부를 찾아 가슴에 꽂힌 칼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너의 이름은이라는 부제를 붙여 놓은 이 미션은 그래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도깨비>의 콘셉트를 엮어 더 깨알 같은 재미요소들을 추가했다.

 

<12>10년째 전국을 여행해온 김종민은 하필 쉬는 날 이런 미션을 함께 하게 된 것에 투덜대기도 하고, 유재석을 모르는 사람이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에서는 퇴근 욕심을 드러내며 웃음을 안겼다. 그리고 자신이 예전에 이미 <12>에서 갔던 강원도 두메산골까지 들어가 유재석의 이름을 묻는 이 미션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황당해 했다.

 

이 미션의 백미는 한 시골에 사는 91세 할머니를 만나면서였다 KBS1TV만 본다는 할머니는 유재석을 듣도 보도 못한 일반인 취급 했고, 게다가 그다지 호감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대신 함께 갔던 김종민을 알아보고 그가 웃는 상이라며 대놓고 호감을 드러냈다. 졸지에 울상이 되어버린 유재석은 김종민에게 인지도에서 눌리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그 상황에서 유재석은 초심을 떠올렸다. 과거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 그토록 노력하던 시기가 있었다며 이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을 찾아다닌다니 그 자체가 행복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 것.

 

사실 굉장히 단순하고 소소한 미션이지만 의외로 <무한도전>은 이런 미션들에서 깨알 같은 재미들을 만들어낼 때가 더 많다. 유재석이 그를 모르는 산골 어르신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큰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그로 하여금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도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이것 역시 유재석이라는 인물이 아니면 아이템 자체가 되기 힘든 미션이다. 그 정도 되는 인지도이기 때문에 두메산골까지 가서 비로소 찾아낸 유재석 모르는 할머니가 굉장한 흥밋거리가 될 수 있었던 것. 유재석의 막강한 존재감을 오히려 더 확인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나 싶다

정준하 대상 만들기에 담긴 2017<무도>

 

한 해의 미션 만드는 방법으로 이만큼 좋은 기획이 있었을까. 작년 한 해 맹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우수상에 머문 정준하를 위해 MBC <무한도전>이 이른바 정준하 대상 만들기 프로젝트를 꼽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법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건 겉으로 보기엔 말 그대로 연예대상 뒷풀이에서 정준하가 했다는 어떻게 해야 대상을 탈 수 있는 거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능의 대선배인 이경규를 초대해 대상을 위한 꿀팁을 듣기도 했고 KBS에서 연예대상을 탄 김종민을 찾아가 조언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큰 목적은 대상을 내심 꿈꾸는 정준하를 세워두고 2017<무한도전>이 도전할 미션들을 꺼내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청자 의견을 통해 나온 갖가지 미션들이 제시됐고 <무한도전> 멤버들은 정준하 대상을 몰아주기 위한 프로젝트로서 그 미션들을 핀볼을 통해 뽑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스터섬의 모아이상과 머리 크기 비교하기’, ‘베어 그릴스와의 생존 대결’, ‘아프리카 도곤족과 메기 낚시하기’, ‘미국 드라마 출연’, ‘메시와 족구대결’, ‘뗏목 타고 한강 종주가 그렇게 해서 올해 정준하가 대상을 받기 위해서는 해야 될 미션으로 뽑혔다. 그 하나하나가 <무한도전>에게는 올해의 프로젝트가 될 만한 것들이었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올해의 프로젝트가 될 만한 미션들이 뽑혀지는 과정이다. 이른바 정준하 대상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기치를 내세우자 다른 멤버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과정들을 즐겼다. 내 일이 아니라 남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고, 특히 정준하라는 멤버들이 흔히 놀려먹기 좋은 캐릭터이기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정준하 대상 만들기 프로젝트는 허울일 뿐, 사실상 이 미션들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모두 함께 해야 하는 일들임에 틀림없다. 정준하가 앞서서 이 프로젝트를 해나갈 때 다른 멤버들이 뒷짐 지고 있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과정은 작년에 했던 행운의 편지특집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서로가 더 어려운 미션을 제시해 다른 멤버를 골탕 먹이려 하는 그 심리를 이용해 사실은 한 해의 프로젝트들을 꺼내놨던 행운의 편지특집처럼, 정준하를 놀리듯 엄청난 미션들을 부여하는 걸 즐기게 해놓고 사실은 다른 멤버들도 함께 해야 하는 올해의 프로젝트를 세웠던 것.

 

이것은 <무한도전>의 미션 제시 방식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걸 잘 보여준다. 과거에는 김태호 PD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미션을 기획하게 만들어 참여시키고 있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게임 방식 같은 것을 활용해 그 미션 기획 과정 자체도 하나의 미션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 첫 방송이 하필이면 정준하 대상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프로젝트가 담고 있는 2017<무한도전>의 그림을 예감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준하라는 인물의 존재감이다. 그를 세워두는 것만으로도 이처럼 한 회의 분량이 충분히 가능하고 또 그것을 통해서 어찌 보면 한 해의 미션들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것. 조금은 바보 같은 캐릭터로 늘 당하는 모습을 보이며 서 있는 정준하지만, 그가 <무한도전>에서 얼마나 큰 지분을 갖고 있는가를 여지없이 보여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그는 그 존재감만으로도 충분한 대상감이다. 올해 그로 인해 만들어진 미션들까지 수행한다면 더더욱.

<12> 나잇값 못하는 그들에게 슬럼프란 없다

 

대상의 위엄 따윈 잊은 지 오래? KBS 연예대상을 받은 김종민이 <12>을 대하는 태도는 그 전과 후가 똑같다. 여전히 알 수 없는 기분에 신나 들떠하는 그였고 스스로 바보스러움을 드러내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대상을 받았을 때 그 자리에 있는 것 자체를 믿을 수 없다고 한 그의 말은 그러고 보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이었던 듯싶다. 그는 진짜 아이 같고 천진한 나잇값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1박2일(사진출처:KBS)'

신년을 맞아 첫 방송으로 KBS <12>이 이른바 나잇값특집을 마련한 건 그래서 매우 시의 적절했다고 보인다. 그것은 신년이 되면 늘 먼저 생각하는 한 살 더 먹은 나이에 대한 생각들을 아이템화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를 대하는 출연자들의 한결 같은 천진난만함을 통해 그런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냐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기도 했다. 또한 이 아이템은 <12>이 그토록 긴 세월을 방송을 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그 아이 같은 모습들 때문이라는 걸 보여주었다. 심지어 대상까지 받았지만 그것도 아랑곳 않는 김종민의 모습이라니.

 

속초 영금정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한 살 더 먹은 새해의 풍광을 보여준 <12>은 곧바로 전문가를 통해 그들의 정신연령을 체크했다. 흥미로운 건 실제로는 가장 나이가 어린 동구가 정신연령이 가장 높았고 김종민이 가장 정신연령이 낮은 것로 나타났다는 것. 이러한 실제나이와 정신연령의 괴리는 정신연령대로 형 동생 서열을 정하면서 웃음의 포인트로 바뀌었다. 서열 놀이만큼 코미디의 본령이 없는 법. 이어진 서열대로 음식을 물려 먹는 물림상은 복불복의 또 다른 풍경을 가능하게 했다. 사실상 가장 서열이 낮은 김종민은 거의 먹을 게 없어 울상이 되었던 것.

 

하지만 이 나잇값 서열은 어찌 보면 <12>에서 누가 더 강력한 웃음을 주는가를 역순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역시 대상의 위엄에 빛나는 김종민이 가장 큰 웃음을 주었고 그 다음으로 정신연령이 낮게 나온 데프콘이 그리고 김준호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순서가 말해주는 건 <12>의 웃음이 여행이라는 일상을 벗어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소 퇴행적일 수 있는 아이 같은 모습들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새해 첫 방송이고 바닷가에 갔으니 입수가 빠질 리 없다. 그런데 그 입수 복불복에도 여지없이 나이를 두고 벌어지는 게임이 한 몫을 차지했다. 나이가 적혀진 게임복을 입고 먹물로 칠하면 거기 적혀진 숫자만큼의 나이를 빼앗는 콘셉트의 그 게임에서도 단연 주목되는 인물은 역시 김종민과 데프콘 그리고 김준호였다. 특히 김종민과 데프콘이 경기와 상관없이 서로의 뺨을 마구 때리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폭소하게 만들었고, 동구의 머릿칼을 부여잡고도 결국 점수 계산을 통해 보니 입수자가 된 김준호의 황당해하는 모습 역시 큰 웃음을 주었다.

 

칼바람이 돋는 바닷가에서 살을 내놓고 벌어지는 복불복 게임에, 심지어 차디찬 바닷물에 입수까지 하는 그 모습이 유쾌한 웃음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나잇값과는 상관없는 그들의 아이 같은 즐거운 모습이었다. 특히 김종민의 거의 진심이라 보이는 즐거운 모습은 그가 대상을 받은 인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여전함이 묻어났다.

 

KBS 연예대상은 한 때 대상의 저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상을 받았던 이들이 추락을 거듭하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적어도 김종민의 경우에는 걱정할 일이 없을 듯 싶다. 결국 추락이란 높은 곳에 있을 때 생기는 일이다. 대상을 받든 안 받든 늘 밑바닥에 자신을 두고 기꺼이 웃음을 위해 신나게 한바탕 뒹구는 그의 모습에서 슬럼프는 있을 리가 없다.

 

이건 또한 <12>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그간 KBS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꼽아져 왔지만 늘 낮은 자리를 찾아가는 그 자세. 그것이 <12>을 지금껏 꾸준히 사랑받는 프로그램으로 만든 경쟁력이다. 나잇값?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새해가 와도 여전히 아이처럼 즐거울 수 있다면.

묵묵히 꾸준히, 2016 지상파 연예대상의 흐름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아마도 올해 지상파 <연예대상>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이 두 단어가 아닐까. KBS 연예대상의 대상으로 김종민이 뽑힌 가장 큰 이유는 <12>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묵묵히 오래도록 꾸준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12>10년 가까이 된 장수예능이자 KBS를 대표하는 예능인데다, 9년 동안이나 그 자리를 지켜왔기 때문에 김종민의 대상은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SBS연예대상(사진출처:SBS)'

SBS 연예대상의 대상은 신동엽에게 돌아갔다. 물론 올해 SBS가 예능에서 거둔 성과 중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미운 우리 새끼>에서 메인 MC 자리를 맡아 재치 있는 진행을 해온 공로가 가장 두드러졌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그 스스로도 말했듯이 <미운 우리 새끼>의 진짜 주역이라고 하면 거기 출연하는 출연자들과 그 어머니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SBS가 신동엽에게 대상을 부여한 건 단지 이 프로그램 하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보다는 그간 신동엽이 SBS에 해왔던 일련의 공로들이 쌓여 이제 인정받을 만한 단계에 도달했다는 걸 대상이 증명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신동엽은 SBS 공채 1기 출신 개그맨이다. 무려 26년이 흘렀지만 그는 SBS에서 대상을 받지는 못했었고 대신 연예대상 같은 시상식의 사회를 도맡아하곤 했다. 그러던 그가 올해는 대상 자리에 오른 것. 그의 대상 역시 꾸준히 한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바 역할을 묵묵히 해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만큼 주목받은 건 최우수상을 받은 이광수였다. 최근 <런닝맨> 제작진의 잘못으로 내년 초 종영을 예고한 바 있는 상황이어서인지 이광수는 수상의 기쁨만큼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일일이 감사를 표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광수의 최우수상이 뭉클하게 다가왔던 건 그 역시 <런닝맨>이 달려온 7년 간을 묵묵히 꾸준하게 그 자리를 지켜왔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26세 때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정말 행복했고, 과분한 사랑 받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KBS 연예대상의 김종민, SBS 연예대상의 신동엽, 그렇다면 MBC 연예대상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아직 뚜껑이 열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많은 이들은 <무한도전>의 정준하를 꼽고 있다. 올해 유독 <무한도전>이 대놓고 밀어주었고(?) 그는 거기에 호응하듯 다양한 도전과제들을 하나하나 완수했다. 힙합 도전을 했고 아프리카까지 날아가 아기코끼리 도토와의 우정을 보여주기도 했으며 캐나다에서 북극곰과 교감하는 미션을 수행하기도 했다.

 

김종민이 KBS 연예대상 그리고 신동엽이 SBS 연예대상을 받고 또 정준하가 MBC 연예대상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건 올 한 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만큼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의 장수예능 프로그램들이 한 해를 지켜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종민은 <12>이라는 장수예능의 공로가 인정된 것이고, 신동엽은 가뭄에 콩 나듯 피어난 <미운 우리 새끼>라는 새로운 예능과 그간 SBS와 맺어온 꾸준한 관계가 인정됐다고 볼 수 있다. MBC에서 올 한 해 꾸준히 화제의 중심에 들어 있었던 건 역시 <무한도전>이었다. 올해 500회를 맞았던 만큼 그 공로가 인정될 만하고 그 중에서도 그간 약간은 상에서 빗겨 있었던 정준하가 거론되고 있는 것.

 

결과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만일 정준하가 이번에 MBC 연예대상을 받게 된다면 올해의 지상파 연예대상은 묵묵히 꾸준하게 한 자리를 계속 지켜오며 일정 부분 자기 역할을 다 해온 이들의 공로에 대한 치하와 격려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이들과 달리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었지만 결코 기여가 적다 할 수 없는 그들에 대한 박수와 지지의 의미.

<KBS연예대상>, 스타 예능MC들 사이 김종민이 대상인 이유

 

<2016 KBS연예대상>의 대상은 김종민에게 돌아갔다. 후보로 김종민과 함께 유재석, 김준호, 이휘재, 신동엽이 올랐지만 이미 많은 이들은 그가 대상을 받을 것이라는 걸 예감하고 있었다. <12>이 같이 하고 있는 김준호는 대상 발표 전에 이미 김종민에게 축하를 해줬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KBS연예대상(사진출처:KBS)'

그러고 보면 <12>에서 김종민 특집을 했던 것은 그가 이 프로그램에 그만큼 큰 공헌을 했다는 것에 제작진도 또 시청자들도 공감했다는 걸 뜻한다. 그는 실로 무려 9년 동안 <12>PD가 바뀌고 출연자들이 교체되면서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다. 스스로는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고, 군대를 다녀오느라 공백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에게는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KBS로서는 정말 바보스러울 정도로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12>만을 지켜온 그에 대한 고마움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지 않았을까. 물론 예능프로그램으로서의 기여도 역시 적은 건 아니었다. 언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가 중요했던 건 항상 낮은 자세로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12> 특유의 서민 정서를 느끼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그는 늘 튀는 MC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기 역할을(그리고 그건 결코 작은 역할이 아니다) 꾸준히 잘 해온 MC였다.

 

김종민의 대상은 그래서 충분히 공감 가는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대상의 의미를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KBS 예능 전체의 차원에서 들여다보면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그건 예능 프로그램의 주역들이 한 때 개그맨이나 코미디언 같은 웃음을 전문적으로 주던 직업군에서 벗어나 배우나 가수 혹은 일반인으로까지 확장되어왔고 이제는 그것이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김종민은 본래 가수였지만 지금은 예능인으로서 더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가 해왔던 가수활동보다는 <12>의 김종민이 더 자연스러울 정도. 수상 소감에서 그는 자신이 유재석, 김준호, 이휘재, 신동엽과 대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그가 후보이고 대상을 받은 것이 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올해의 <KBS연예대상>을 보면 유독 개그맨 출신이 아닌 비예능인들이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최우수상을 받은 정재형(토크&쇼 부문), 이동국, 라미란(버라이어티 부문)이 그렇고, 우수상 버라이어티 부문의 기태영, 이범수가 그렇다. 박진영은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걸그룹 언니쓰를 도와줬다는 공로로 프로듀서 특별상을 받았고, 인기상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이들이 받았다. 이밖에도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의 남궁민, 신인상에 윤시윤, 민효린도 비예능인으로서 상을 받았다.

 

이미 리얼리티쇼가 예능의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 이러한 비예능인들의 예능 진출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예능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보면 다른 최우수상 후보들 즉 유재석, 김준호, 이휘재, 신동엽 중에서 본래 가수출신이었던 그가 대상을 탔다는 것이 새삼 의미 있게 다가온다. 물론 김종민은 웬만한 개그맨들보다 더 웃음을 줬던 인물이지만, 그래도 쟁쟁한 개그맨 출신 스타 MC들 사이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건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켜오며 자신의 영역 안에서 최선을 다한 그 노력의 보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점은 이제 예능이 단순히 웃음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노력이나 그 안에 담겨진 진심 같은 것들에 더 방점을 찍는 시대라는 걸 말해준다. 김종민은 충분히 잘 해왔고 대상받을 만 했다.

지상파 주말예능의 시대, 이미 저물어가고 있다

 

KBS <해피선데이>15.5%(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낸 건 단연 <12> 덕분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여전히 10% 정도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12>은 순간 시청률이 23.4%까지 오를 정도로 전방위에서 끌어주고 있기 때문. 이 날 <12>이 이런 힘을 발휘한 건 김종민 특집으로 원년멤버로서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김종민에 대한 헌사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해서다.

 

'꽃놀이패(사진출처:SBS)'

하지만 <12>의 이러한 선전은 어딘지 쓸쓸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무려 10년을 이어온 예능 프로그램이 앞으로 나가며 무언가 새로운 시도들을 하기 보다는 과거의 추억을 회고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12>같은 장수 프로그램에서 김종민 같은 원년멤버에 대한 헌사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12>의 이런 면면이 한 때는 지상파 3사의 예능 자존심이었던 주말예능의 시대가 점점 추억이 되는 것처럼 여겨지게 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MBC <복면가왕><해피선데이>에 이어 13%의 시청률로 주말예능의 한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것은 음악예능이라는 주말에 최적화된 예능형식이 힘을 발휘하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시 무언가 새롭지 않은 주말예능의 현재를 말해주는 것만 같다. 음악예능은 다른 장르와 달리 그다지 주목하지 않고도 시청이 가능하다. 그러니 주말 시간대는 유리할 수 있다.

 

물론 SBS가 세웠다 내려놓은 음악예능 <판타스틱 듀오>가 그리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처럼 음악예능이 무조건 주말에 잘 되는 건 아니다. <복면가왕>은 이번 회에서 타일러 같은 성별도 국적도 상상을 초월하는 출연자를 세운 것처럼 음악 이외의 요소들을 끊임없이 찾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게다가 음악대장 하현우 같은 연전연승의 스토리 같은 새로운 요소가 없었다면 일찌감치 <판타스틱 듀오>처럼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선전하고 있다 여겨지지만 그래도 어딘지 주말 예능의 새로움을 이들 음악 예능이 담보해내고 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MBC가 새로 시작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그런 점에서 보면 주말예능의 새로움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는 큰 실망감으로 다가온다. 콘셉트를 바꿨다고는 하지만 그건 누가 봐도 과거 이경규가 했던 몰래카메라의 재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셀프 카메라가 일상화된 시대에 몰래카메라가 그만한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일일 것이다.

 

SBS의 주말예능은 심각하다. <런닝맨>의 추락은 유재석 같은 발군의 MC라고 해도 비슷한 패턴의 반복은 견디기 힘들다는 걸 잘 보여준다. 작년 유재석은 SBS에서 예능대상을 받으며 <런닝맨>의 시청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결국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런닝맨>의 추락은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새롭게 주말로 자리를 옮긴 <꽃놀이패>는 꽃길보다는 흙길을 걷게 되었다. 이미 여행 예능으로서 <12>이 자리하고 있는 주말예능에 복불복을 꽃놀이패로 바꿔놓은 콘셉트를 가진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프로그램이 그 자리에 온다는 건 잘못 꺼내든 패로 여겨진다. 어찌 보면 <런닝맨> 역시 여행과 게임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을 두고 보면 후발주자로서 새로움을 발견하기 어려운 <꽃놀이패>의 앞날은 꽃길을 점치기가 어렵다. 오히려 시간대를 밤으로 옮겨와 승승장구 하고 있는 <K팝스타>를 보면 SBS 주말예능들은 절치부심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안타깝지만 과거 심지어 4시 대부터 무려 3시간 넘게 방영해도 시청률이 쭉쭉 올라갔던 주말예능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것은 TV 시청 패턴이 본방에서 자꾸 벗어나고 있는 트렌드가 빨라진 탓이기도 하고, 주말의 생활패턴이 여가나 여행 중심으로 더 빨리 변화하고 있는 탓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너무 안주해 왔던 주말예능이 이제 찾아볼 정도로 새롭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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