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 총출동 ‘개콘’ 900회 특집, 무엇이 달랐나

900회 특집. KBS <개그콘서트>에는 쟁쟁한 선배들이 총출동했다. 유재석이 축사 콘셉트의 콩트로 포문을 열었고 김대희가 2년 만에 출연해 김준호와 갖가지 옛 인기코너들을 선보였고, 김준현, 신봉선, 김지민, 장동민, 김종민을 비롯한 <1박2일> 멤버들까지 출연해 후배들과 함께 코너를 빛냈다. 900회라는 특집이라는 기대감과 선배들이 총출동한다는 사전 예고 덕분에 <개그콘서트>는 오랜만에 10% 두 자릿수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아마도 이런 좋은 성적표는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축하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 선전에 취할 상황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선배들의 출연을 통해 후배들이 현 <개그콘서트>가 어떤 점들이 부족한가를 되짚어보는 일이다. 옛 코너들을 다시 재연한 것에서부터 기존 코너들 속으로 들어온 선배들의 활약을 곱씹어보는 건 그래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선배 개그맨들이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 점은 저마다의 캐릭터가 확실하고 또 그 캐릭터를 살려내는 연기력이 바탕에 있다는 점이다. 첫 코너로 세워진 <감수성>의 경우, 두드러진 건 김준현의 연기력이었다. 김준호가 중심에 된 코너지만 이 특집에 맞춰 게스트의 성격으로 출연한 김준현은 그간 자신이 여러 코너에서 만들었던 유행어와 캐릭터들을 아낌없이 코너에 녹여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열정적으로 연기를 해내는 그 모습은 그가 어떻게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냈는가를 잘 보여준다. 

김준현의 활약은 현재 <개그콘서트>의 코너인 ‘사랑이 Large’에서도 빛났다. 유민상과 김민경이 이끌어가는 이 코너에 민경의 옛 남자친구 역할로 들어온 김준현은 등장하자마자 유민상과 김민경을 은근히 디스하는 대사들을 살려내며 단박에 코너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 놓았다. 김민경에게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며 옛날에 진짜 122kg이었다는 걸 계속 깐족대듯 얘기하고, 유민상에게는 기수가 “20기”이며 입은 옷이 “그레이색”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마치 욕 같은 발음으로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선배 개그맨들의 캐릭터와 연기력이 돋보인 건 ‘연기돌’과 ‘쉰밀회’로 반가운 얼굴을 보여준 김지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배 개그맨들과 함께 한 ‘연기돌’에서 김지민은 과거 ‘뿜엔터테인먼트’에서 보여줬던 캐릭터를 가져와 여전히 살아있는 유행어들을 터트렸다. “화장 잘 먹으면 살쪄.” “느낌 아니까.” “사랑스럽다는 소리보다 쌍스럽단 소리 더 많이 들어요.” “욕먹으면 살쪄.” 이 같은 그녀의 유행어들은 짐짓 멋진 포즈를 하다 그걸 무너뜨리는 연기를 통해 더 잘 살아났다. 

하지만 이번 900회 특집에서 가장 빛난 건 역시 김준호와 김대희였다. 두 사람은 ‘감수성’, <씁쓸한 인생> 같은 코너에서 역시 웃음을 주기 위해서 연기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보여줬다. 특히 김대희는 ‘쉼밀회’에서는 다소 나이든(?) 유아인 역할로 웃음을 주었고, ‘대화가 필요해’에서는 웃음을 위한 눈물 연기까지 선보였다. 웃음 연기가 그저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할 때 더 큰 웃음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김대희는 확실히 보여줬다. 

900회 특집을 맞아 오랜만에 다시 <개그콘서트> 무대를 빛내준 선배 개그맨들의 활약은 반가운 일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김대희는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현 <개그콘서트>가 헤쳐 나가야할 길을 제시했다고 보인다. 자기 캐릭터를 구축하고 거기에 더 깊게 몰입하는 연기를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 거기에 <개그콘서트>의 미래도 또 후배 개그맨들의 앞날도 달려있지 않을까.

<12>, 박보검이 보여준 매력 그리고 매직

 

박보검 효과일까. KBS <12>의 시청률은 무려 19.9%로 뛰어올랐다. 지난 주 14.7%에서 5% 이상이 오른 것. 물론 이번 자유여행대첩특집에는 박보검과 함께 김준현도 게스트로 출연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등장만으로도 어떤 설렘을 만들어준 박보검의 존재감은 확실히 빛났다.

 

'1박2일(사진출처:KBS)'

박보검이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 건 차태현 덕분이다. 친한 선후배 사이기도 하지만 박보검과 차태현은 같은 소속사다. 게다가 박보검은 이제 새로 KBS 월화에 방영되는 <구르미 그린 달빛>의 남자주인공이다. 그러니 KBS로서는 그가 <12>에 출연하는 것이 사전홍보에도 톡톡한 도움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홍보적 목적을 차치하고라도 박보검은 확실히 <12>에서 제 역할 이상을 해내는 매력 아니 나아가 매직(?)을 보여줬다. 특유의 환한 웃음과 긍정에너지는 짜증을 유발하는 폭염 속에서도 보는 이들마저 기분 좋게 만들었고, 그것은 또한 출연자들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힘을 보여줬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높은 곳을 영 싫어하고 그래서 이전에 놀이기구를 타다 욕을 해 자체 심의로 편집된 경험이 있는 김종민에게 추억이라며 네 명이 함께 타는 놀이기구를 타게 하는 과정은 박보검이 아니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박보검의 설득에 김종민은 저도 모르게 놀이기구에 타고 있는 자신을 뒤늦게 발견하고는 화를 내다가 또 놀라워하다가 했다.

 

차태현이 박보검을 게스트로 데려와 굳이 자유여행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여행을 하려한 건 그런 점에서 보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기분 좋은 웃음을 만들어 낸 것만은 분명하다. 예고편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러간 김종민을 박보검이 또 설득하는 장면은 이번 자유여행의 콘셉트를 확실히 보여준다. 놀이기구가 무서운 김종민이지만 박보검이 함께 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그걸 타는 모습을 통해 웃음을 준다는 것.

 

이것은 <12>이 게스트를 출연시켰을 때 그 게스트가 가진 특징과 개성을 활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김준현이 게스트로 들어오자 먹는 양만큼 자동차 기름을 넣어주는 미션이 들어간 건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김준현은 결국 무려 500ml 열 잔에 해당하는 냉차를 마시는 진풍경을 보여줬다. 그가 김준호와 오리배를 타는 미션 또한 그 몸무게 때문에 기울어지는 오리배만으로도 큰 웃음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본격적인 먹방이 시작될 예정이다.

 

박보검은 그 긍정에너지의 캐릭터가 이번 게스트 출연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힘겨워하고 또 피하려는 출연자들을 나서서 설득하고 즐겁게 받아들이는 그 긍정적인 모습은 이온 음료를 벌칙처럼 마시는 장면마저 CF로 만들고,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마저 즐거운 미션으로 바꿔놓고 있다.

 

물론 드라마의 성패를 한 연기자가 가진 이미지만으로 섣불리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구르미 그린 달빛>에 채널을 고정시키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박보검의 기분 좋은 이미지가 아닐까. 그는 <12>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드라마 또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나갈까. 못내 그 결과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1>, 아재력 장착하자 새 동력을 갖게 된 까닭

 

KBS <12>이 리우올림픽 특집으로 마련한 아육대(아재육상대회)’에서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이자 해설자인 하태권은 MC들보다 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ㅇㄱㄹㅇ이 무슨 뜻인지 묻는 이른바 아재력(?)을 테스트하는 퀴즈에 이거레알이 아닌 아 그래요?’라는 답을 써 그는 방송 내내 아 그래요라는 닉네임으로 불릴 정도였다. 의외로 게임에 몰두하고 승부욕 강하지만 또 아재스러움이 귀엽기까지 한 하태권 못지않게 이영표와 여홍철의 아재력도 큰 웃음을 주었다.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한 이른바 아재개그가 가진 아재들의 웃기는 면면들을 잘 뽑아낸 <12>의 괜찮은 승부수.

 

'1박2일(사진출처:KBS)'

그런데 사실 이 아재력은 <12>이 최근 들어 힘을 얻고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김주혁이 있을 때만 해도 <12>에서 아재는 마치 그 혼자인 것처럼 캐릭터화 된 바 있다. 즉 김주혁 같은 선배가 있는데 김준호나 차태현이 아재 같은 모습을 보이기가 애매모호 했던 것. 하지만 김주혁이 자진 하차하고 윤시윤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윤시윤 같은 젊은 피는 오히려 정준영을 제외한 김준호, 차태현, 김종민, 데프콘까지를 확실한 아재캐릭터로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12>의 팀 구성은 자연스럽게 젊은 윤시윤, 정준영과 대비되는 나머지 아재들로 나눠져 미션을 할 때 이를 웃음으로 만들어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자유여행 콘셉트로 게스트 섭외를 직접 하게 된 김준호와 차태현이 각각 자신의 인맥을 드러내며 만들어낸 기대감과 웃음은 바로 이런 아재력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주었다.

 

조인성, 김우빈, 송중기까지 늦은 밤 전화통화를 한 차태현의 미친 인맥은 선배로서의 아재들이 갖는 매력을 드러내준다. 사실 이런 인맥이 가능하다는 건 차태현이 평소 얼마나 후배들을 잘 챙겨왔는가를 말해주는 일이다. 그가 원하면 언제든 준비된 듯한 말투는 그들이 지금 현재 가장 뜨거운 한류스타들이라는 점에서 <12>에는 큰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반면 차태현과는 조금 다른 결로 김준호는 자신만의 개그맨 인맥을 드러냄으로써 웃음을 준다. 차태현이 송중기와 전화통화를 하자 김준호가 송준근을 전화 연결해 빵빵 터트리게 하는 건 아재개그스러운 섭외 코미디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그 전화 통화를 통해 김준호 역시 개그맨 후배들에게는 얼마나 믿음직한 선배인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렇게 어찌 보면 막강한 선배들이지만 이들은 아재라는 캐릭터로 자신을 한껏 낮춘다. 게스트로 결국 섭외된 박보검과 김준현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건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박보검과 통화하는 것만으로도 반색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재들. 그들은 한껏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지만 알고 보면 <12>을 지금껏 오래도록 해온 김종민이나 힙합과 예능을 오가며 자리를 잡아온 데프콘이나 또 현역 코미디의 최고참이 되어있는 김준호나 역시 배우들에게 대선배로 자리한 차태현 모두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아닐 수 없다.

 

아재라는 캐릭터를 통해 자신을 낮추는 힘. 그것이 아재력이 탄생하는 지점이고 그것이 또한 10년 동안 달려오면서도 <12>이 여전히 낮은 위치에서(이것이 예능인들에게는 가장 유리한 위치이기도 하다) 웃음을 줄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박보검과 김준현이 섭외됐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건 이처럼 스스로를 아재 캐릭터로 낮춰 게스트를 주목시키는 출연자들 덕분이다. 아재력을 장착하자 <12>은 새 동력을 갖게 됐다

<개콘> 동창회 특집, 선배들에게 배워야할 것

 

역시 선배들의 힘은 강했다. 한 자릿수 시청률로 주저앉았던 KBS <개그콘서트>가 선배들이 출격한 동창회 특집으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회복했다. 12.6%(닐슨 코리아). 지난 회 9.9%보다 2.7%나 대폭 상승한 수치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단순한 이름값 때문이었을까. 그런 면이 있었을 것이다. <개그콘서트>에 오랜만에 김병만, 안상태, 박휘순, 김준현, 허경환, 신봉선, 윤형빈, 신보라 같은 쟁쟁한 스타 개그맨들이 나온다는 소식만으로도 시청자들은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단순한 이름값이라고 해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그것은 현재의 <개그콘서트>에 이름만으로도 시청자들을 끌어 모을 만한 확실한 간판 개그맨이 부재하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개그콘서트>의 부활은 이러한 스타 개그맨의 탄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들 스타 개그맨들이 다른 점은 뭐였을까.

 

그 첫 번째는 확실한 독보적 캐릭터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번 동창회에서 선배들이 오랜만에 무대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빵빵 터트릴 수 있었던 건 확고한 캐릭터들을 저마다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달인을 떠난 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달인 캐릭터를 갖고 있는 김병만이나 독보적 돼지 캐릭터로 횃불투게더에서도 코너를 살려내는 특유의 연기력을 보여준 김준현, 의상과 몸 동작 하나만으로도 왕비호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만드는 윤형빈. <개그콘서트>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이런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두 번째는 캐릭터와 함께 빠질 수 없는 입에 착착 붙는 유행어의 부재다. 오죽하면 유전자(유행어를 전파하는 자같은 코너가 만들어졌을까. 유행어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는 유행어를 반복하는 이 코너는 유행어 자체의 재미보다는 그렇게 엉뚱한 유행어를 덧붙이는 것으로 웃음을 만드는 코너다. 그만큼 유행어가 없는 현 <개그콘서트>의 상황을 에둘러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코너에서 콜라보레이션을 한 허경환은 그러나 “-하고 있는데.”궁금하면 500같은 자신의 유행어를 빵빵 터트렸다. 이것은 다른 코너에서도 사정이 비슷하다. 안상태는 오랜만에 나와서도 과거 안상태 기자 캐릭터로 나와 했던 “-뿐이고.” 유행어로 빵빵 터트렸고, 김지민은 느낌 아니까-” 같은 유행어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세 번째로 현재의 <개그콘서트>가 부족한 점은 현실에 바탕을 둔 날카로운 풍자코드. 두루뭉술한 웃음이 아니라 어딘지 뾰족한 면이 있어서 보는 사람마저 긴장하게 만드는 그런 현실 감각이 지금의 <개그콘서트>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민상토론같은 코너가 그나마 풍자 개그의 맥을 잇는 듯 보였지만 너무 에둘러 표현하는 소심함 때문에 그만한 화제성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HER)’ 코너에 출연한 신보라는 과거 용감한 녀석들에서 했던 직설어법을 보여줬다. “MBC 잘 들어. <개그콘서트>랑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인기 드라마 <내 딸, 금사월>. 나 그거 본다. 너무 재밌어. 나도 유재석 선배님처럼 카메오로 써주세요.” 물론 풍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용감한 녀석들이 해왔던 직설어법의 힘을 오랜만에 느껴볼 수 있는 멘트가 아닐 수 없다. 또 왕비호 캐릭터로 나와 조윤호에게 . 이라고 하고 그냥 끝난 애라고 지적하고 정태호에게 그가 출연했던 <인간의 조건>이 사라진 걸 언급하며 프로그램 말아먹은개그맨이라고 말하는 그런 과감성 또한 <개그콘서트>가 필요로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물론 동창회 특집<개그콘서트>가 얼마나 든든한 스타 선배군단을 갖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선배들은 선배들의 자리가 따로 있다. 결국 그 빈 자리는 현재의 후배들이 채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동창회 특집에서 보여줬던 선배들의 그 한 방을 이제는 후배들이 날려 봐야할 차례다. 언젠가 후배들이 마련한 동창회에 자신들이 든든한 선배로 나설 수 있으려면.



PD시대로 바뀐 예능, 그래도 유재석이다

 

9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연말을 맞아 조사한 올해를 빛낸 개그맨’ 1위에 유재석이 올랐다. 올해만이 아니라 4년 연속 1위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1.3%가 유재석을 꼽았다고 한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물론 개그맨을 뽑는 것이니 그 중에서 유재석을 넘어설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유재석은 매년 해왔던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단 두 차례(2010년 강호동 2011년 김병만)를 제외하고 전부 1위를 차지해왔다. 심지어 2010, 2011년에도 유재석이 단 몇 프로 차이로 2위에 랭크되어 있으니 사실상 거의 매년 부침없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유일한 개그맨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띠는 건 2위에 이국주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4위에 김준현(SNL코리아), 6위에 정형돈(무한도전, 냉장고를 부탁해), 7위에 박나래(코미디빅리그), 9위에 신동엽(SNL코리아, 마녀사냥, 수요미식회)이 나란히 들어 있어 예능에서 지상파보다 비지상파(tvNJTBC)의 성장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된 건 다분히 과거 스타 MC 파워에서 이제는 스타 PD 파워로 예능의 지분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상당부분 드러내는 일이다. 비지상파가 이처럼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지상파의 스타 PD들이 대거 비지상파로 거처를 옮긴 일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유재석도 강호동도 어떤 PD를 만나느냐에 따라 부침을 겪을 수 있다. 그들이 최근 나란히 JTBC 예능의 문을 두드린 건 이런 변화를 잘 말해준다.

 

중요한 건 이처럼 스타 MC 시대가 저불고 대신 스타 PD 시대가 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의 존재감이 그 어떤 개그맨들보다 강렬한 한 해로 남는다는 점이다. 그는 여러 사건 사고들이 많았던 <무한도전>에서도 여전히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줄어든 <런닝맨>에서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같은 관찰카메라 시대에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스타MC들의 새로운 위치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통해 이제 지상파와 다름없는 비지상파의 본격적인 물꼬를 트게 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유재석의 존재감이 확실히 느껴졌던 장면들은 <런닝맨><무한도전>에서 수십 혹은 수백 명의 출연자들을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하나하나 배려해가며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그 놀라운 진행 능력이었다. <런닝맨> ‘100 vs 100’ 특집은 무려 200명이나 되는 출연자들이 체육관에 모여 대결을 벌이는 콘셉트였는데, 자칫 무리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템을 유재석은 발군의 진행능력으로 살려냈다. 또 방송국 PD들을 잔뜩 모아놓고 했던 <무한도전> ‘무도드림자선 경매쇼에서도 이런 유재석의 진행능력은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확실히 스타 MC의 파워는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유재석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유재석은 의기소침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10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20을 보여주는 격이다. 그를 유느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저 허명만이 아니라는 걸 그의 올해 남다른 도전이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3대천왕>, 백설명과 먹선수는 알겠는데 캐스터 리는?

 

이휘재의 역할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백종원의 3대천왕>은 전국 곳곳에 숨겨진 맛집을 찾아내 그 맛을 알려주고, 그들 중 3대천왕(?)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직접 요리를 선보이고 그 맛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 형식을 갖고 있다. 백종원, 이휘재, 김준현이 MC를 맡은 이 프로그램에서 백설명백종원과 먹선수김준현의 역할은 알겠는데 도무지 캐스터 리로 불리는 이휘재는 무슨 역할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사진출처:SBS)'

<백종원의 3대천왕>이라는 타이틀이 말해주듯 프로그램은 백종원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그는 백설명이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그 음식 먹는 노하우까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또 스튜디오에서도 끊임없이 음식에 관련된 노하우(먹는 방법부터 만드는 방법까지)를 꿀팁으로 알려준다. 최근에는 시침 뚝 하는 특유의 표정이나 마치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얼굴 등으로 특유의 연기력까지 더해 백종원의 존재감이 더 커지고 있다.

 

김준현의 역할 또한 확실하게 드러난다. 아는 맛이 최고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의 기치처럼 그는 맛을 아는 자로서의 자세한 음식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나 느낌 등을 표현해준다. 그만큼 연기력이 좋은 개그맨도 없다. “그래?”라는 대사를 고뤠?!”로 발음해 유행어로 만든 연기력이다. 그러니 자신의 주종목(?)인 음식 먹기에서 관객과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는 건 일도 아닐 터이다. <맛있는 녀석들>에서 여러 음식점의 음식들을 맛보며 보여준 그 특유의 먹방은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데 백종원의 지식과 김준현의 먹방 연기력 사이에서 이휘재는 그 존재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애초에 캐스터 리라고 닉네임이 붙여진 건 이른바 3대천왕을 모셔놓고 하는 음식 대결을 하나의 스포츠 중계처럼 하려는 프로그램의 의욕이 들어가 있는 것일 게다. 하지만 이휘재의 요리 중계는 저 <냉장고를 부탁해><한식대첩>의 김성주만큼 맛깔스럽지는 않다.

 

그것은 그가 실제로 음식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종원과 김준현이 음식을 놓고 서로 얼굴만 봐도 염화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 속에서 이휘재는 그게 뭔 의미인지 알아채지 못하고 겉돌 수밖에 없다. 칼국수의 어원이 칼칼해서칼국수인 줄 알았다는 이휘재의 멘트는 그의 음식 지식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하게 해준다. 보통 사람들도 칼국수가 칼로 반죽을 잘라 국수를 만들어 먹어 생긴 이름이라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점들은 하나의 캐릭터가 될 수 있다. 김준현이 맛을 아는 자라면 이휘재가 맛을 모르는 자라는 식으로 캐릭터가 덧붙여지는 건 그래서다. ‘음식 무식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즉 음식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잘 모르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대변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이휘재를 그런 캐릭터로 세우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휘재의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 건 왜일까. 그건 음식 무식자라고 해도 그 전제조건으로서 하나씩 알아가려는 의지와 욕구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저 음식을 놓고 침을 꼴깍 삼키는 리액션은 관객들도 똑같이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휘재는 그런 리액션 이상의 자신만의 역할을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캐스터 리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음식 캐스터를 하기에는 이휘재의 음식 지식이 너무 일천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음식을 잘 몰라도 알고자 하는 열망이 남달라 좌충우돌하는 캐스터 캐릭터를 새로운 역할로 만들어내는 건 어떨까. 물론 그것도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어야 시청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지만



<3대천왕>, 백종원에 김준현을 더한 먹방 고문이라니

 

백종원은 쿡방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먹방도 수준급이다. 사실 쿡방과 먹방은 동전의 양면이다. 결국 요리를 만드는 건 먹기 위해서고, 먹기 위해서는 요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요리에 초점이 맞춰지느냐 아니면 시식에 초점이 맞춰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사진출처:SBS)'

<백종원의 3대천왕>SBS가 요즘 대세인 백종원을 데려와 만든 먹방 프로그램이다. 많은 이들이 백종원의 쿡방을 기대했겠지만 그는 요리 하지 않는다. 대신 전국 각 지에 있는 숨겨진 맛집들을 발품을 팔아 찾아가 그 특별한 맛을 선보인다.

 

돼지불고기라는 주제로 찾아간 나주, 김천, 대구 등의 맛집은 그가 오래 전부터 찾았던 음식점들. 돼지불고기를 시켜놓고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백종원은 거기에 설명을 덧붙인다. 그냥 돼지불고기에 야채를 싸서 먹는 게 아니라 어떤 집에서는 거기 반찬으로 나온 고추 절임을 툭 잘라서 그 국물을 소스로 쳐서 먹고, 쌈을 싸는 데도 가장 맛이 좋을 수 있는 일종의 시식 노하우를 설명해주는 것.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여행이라면 <3대천왕>이 백종원을 통해 보여주는 건 아는 만큼 맛있는 게 음식이라는 점이다. 스스로를 백설명이라 닉네임 붙인 그는 음식을 먹는 데도 그 음식의 재료가 무엇이고 그 재료를 어떻게 요리했으며 어떤 반찬과 함께 했을 때 그 맛이 달라진다는 걸 소담스런 먹방과 함께 설명해주었다.

 

그걸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식욕 고문일 수밖에 없는 백종원의 먹방. 하지만 그건 겨우 이 프로그램의 전초전에 불과하다. 본게임은 이들 음식점의 요리사들을 스튜디오로 모셔와 요리대결을 펼치는 것. 즉석에서 또 다른 먹방이 펼쳐지는데 거기에 선수(?)로 나서는 건 이제 김준현이다.

 

먹선수로 캐릭터화된 김준현은 특유의 놀라운 먹방 리액션을 보여주었다. 백종원이 음식에 대한 지식을 더한 먹방을 선보인다면, 김준현은 본능적인 먹방 리액션에 특유의 맛 표현이 그의 주무기가 된다. 간장 양념으로 한 돼지 불고기의 양념 맛만을 본 그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국수를 그냥 말아먹어도 될 만한 맛이라고 설명하기도 했고, 연탄에 구워낸 돼지 불고기를 먹고는 연탄을 씹어 먹고 싶을 정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흔하디흔한 먹방처럼 보이지만 그 일련의 과정들을 스포츠 중계하듯이 풀어낸 것도 <3대천왕>의 특징이다.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음식의 향연은 스포츠 중계에서 해설자와 캐스터가 있는 것처럼 상황을 설명하고 그걸 해설하는 MC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식욕과 침샘을 자극하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미칠 듯한 반응들도 스포츠 중계의 한 장면처럼 포착된다.

 

사실 먹방이 특별할 건 없다. 하지만 그 특별해보이지 않는 먹방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백종원과 김준현 같은 확실한 자기 색깔을 가진 출연자들이다. 돼지 불고기 같은 지극히 서민적인 음식을 소재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역시 친 서민적인 이미지를 가진 백종원다운 먹방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지나치게 먹방의 자극적인 장면으로만 흘러가는 건 조심해야 될 부분이다. 물론 그 자극이 먹방의 힘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반복적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자칫 자극 자체가 무감각해질 수 있다. 혀와 식욕을 자극하기보다는 그 음식의 맛을 보다 정보적으로 잘 전달해주고 거기에 담겨진 비의를 소개함으로써 적절히 뇌와 감성을 자극해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롱런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도의적 책임 김준호가 타깃이 되는 까닭

 

도대체 김준호는 무슨 잘못을 한 걸까. SBS <한밤의 TV연예>에 나온 김준호는 먼저 인터뷰를 자신도 녹음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발 인터뷰한 대로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곁들였다. 그간 자신이 한 얘기와는 상관없이 근거 없는 추측성 기사들이 나온 것에 대한 일종의 방어심리가 거기서는 느껴졌다.

 

'한밤의 TV연예(사진출처:SBS)'

김준호는 폐업을 결정한 코코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대표. 이 낯선 직함은 이 회사가 경영과 콘텐츠 부문을 나누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회사 돈을 횡령해 도주한 김우종 대표는 경영대표다. 코코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는 대중들이 잘 알다시피 방송가에서는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전성기를 맞은 이국주가 그렇고, 광고계의 에이스가 된 김준현이 그러하며, 오랜 무명을 털고 이름을 떨친 조윤호가 그렇다. 코코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는 그 어떤 회사보다 우수하다.

 

따라서 그런 회사가 폐업 결정까지 내려지게 된 건 한 마디로 경영 문제 때문이다. 제 아무리 밖에서 일 잘하고 돈을 많이 벌어 와도 안에 새는 바가지가 있으면 소용이 없기 마련이다. 김우종 대표는 콘텐츠 사업(이를 테면 소극장 설립 같은)에 해야 할 투자를 엉뚱하게도 외식사업에 투자했다가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끼쳤다. 그 사실이 드러나자 며칠 안에 해결하겠다고 말하고는 회사 돈을 빼내 외국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그 뒤처리는 엉뚱하게도 경영 부실과는 상관없이 콘텐츠를 잘 키워온 김준호에게 떨어졌다. 일부 주주들이 폐업을 결정한 코코엔터테인먼트에 반발하며 김준호에게 책임을 물었다. 사실 이건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그들이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은 김준호가 아니라 경영부실도 모자라 돈을 갖고 튀어버린 김우종 대표다. 그런데도 일부 주주들이 김준호에게 책임을 묻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가 이 사태에 있어서 당장 대중들의 눈에 잘 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주주들이 갖고 있는 그 주식은 그냥 숫자가 아니다. 거기에는 경영에도 관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결국 경영부실로 생겨난 이 사태에 대해 주주들 역시 분명한 책임이 있다. 주주들은 코코엔터테인먼트에 투자를 한 것이지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다. 투자를 했다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또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이를테면 김우종 대표가 외식사업에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잘 알아야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개입을 하기도 해야 하는 일이다. 그것이 주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일 것이다.

 

경영부실의 일차적 책임은 도주한 김우종 대표에게 있고 주주들 역시 2차적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그 결과 회사가 50억 부채를 안고 도무지 회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그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김준호의 책임이라면 그 역시 주주로서 이러한 경영 부실에 대해 인지했어야 한다는 것으로 다른 주주들의 책임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이 상황에서 일부주주가 김준호를 마치 이 회사의 경영자처럼 내세워 공격하는 건 모양새가 이상하다.

 

김준호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그가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연예인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도망친 김우종 대표의 이야기보다 대중들의 귀를 더 쫑긋 세우게 하는 건 김준호의 이야기다. 김준호가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일부 주주들이 그를 희생양으로 삼는 건 온당치 못한 일이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존재로서 그는 어쨌든 벌어진 이번 사태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그 도의적인 책임을 확대해석해 김준호의 이미지를 공격함으로써 거기서 이번 사태에 대한 어떤 보전을 얻으려는 시도는 너무나 악의적이다. 그나마 콘텐츠를 통해 소속 연예인들을 이만큼 성장시킨 김준호가 대체 잘못한 게 뭐란 말인가.

 

 

김준호, 예능에선 얍쓰, 후배들에겐 든든한 버팀목

 

웃기기 위해 웃통을 벗고 한없이 망가지는 광대의 진짜 얼굴은 어떨까. 심지어 부모의 부고를 들을 때도 웃는 얼굴 분장을 한 채 무대에 올랐다는 과거 코미디언의 삶은 지금도 그리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웃음을 주는 이들이다. 그러니 자신의 눈물조차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그 맘은 얼마나 무너질 것인가.

 

'김준호(사진출처:KBS)'

김준호의 마음이 딱 그랬을 것이다. 코코엔터테인먼트는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대표이사 김모씨가 회사자금을 횡령해 도주한 후, 어떻게든 회생해보려 애썼지만 회사의 부실경영이 점점 더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도저히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 개그맨들과 함께 이 일을 헤쳐 나가기 위해 자비를 털어서까지 일부 연기자들의 출연료를 정산해주었다고 한다.

 

그는 <12>을 통해 얍쓰라는 캐릭터를 갖게 되었다. ‘얍삽한 쓰레기라는 다소 거친 이 캐릭터로 인해 본인은 항상 망가지는 입장에 처했다. 마치 노출증 환자나 되는 것처럼 자꾸 웃통을 벗어젖히는 모습은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심지어 대표이사 김모씨가 도주를 한 상황에서도 그는 프로그램에 단 한 번도 그 내색을 하지 않았다.

 

왜 마음고생이 없겠는가. 열심히 해왔던 일들이 한순간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은 더더욱 클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건 자신을 믿고 묵묵히 따랐던 후배 개그맨들에 대한 책임감이다. 그들과 함께 앞으로 코미디계의 큰 비전을 공유하려던 그 꿈이 커다란 걸림돌을 맞이하면서 큰 좌절감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 시상식을 통해 확인된 것처럼, 김준호가 뿌린 신뢰의 씨앗은 후배들의 든든한 지지로 돌아왔다. <개그콘서트>의 김준현을 비롯해 김대희, 조윤호, 김지민이 김준호에 대한 감사와 신뢰의 뜻을 전했고, <웃찾사><코미디 빅리그>에서 활동하는 김현정, 홍윤화, 이국주가 변함없는 마음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니 그런 후배들의 응원은 김준호에게는 천군만마의 힘을 보태주었을 것이다. 한때 그 개그맨 후배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렇게 성장한 개그맨들은 이제 거꾸로 김준호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었다. 그러니 힘들어도 내색 한 번 안한 채 여전히 <12>의 얍쓰로 또 <개그콘서트> ‘닥치고의 교장선생님으로 나와 기꺼이 망가질 수 있었을 게다.

 

코코엔터테인먼트라는 개그맨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던 회사의 폐업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비온 뒤 땅은 더 단단해진다고 했던가. 이번 위기 상황은 오히려 김준호와 후배 개그맨들 사이의 신뢰를 더욱 돈독하게 해준 격이 되었다.

 

물론 개그맨으로 살아가는 것과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충분히 알게 되었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어떤 방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쪼록 그가 후배들과 꿈꾸었던 코미디계의 비전을 함께 이뤄나가길 기원한다.

 

김준호의 의리, 후배들의 신뢰, 웃음 뒤의 눈물

 

때로는 상을 받은 사람들보다 더 시상식에서 빛나는 인물이 있다. 올해는 KBS 연예대상에서 무관에 그친 김준호가 그렇다. 그는 대상을 받지 못했지만 무수한 동료, 후배 개그맨들로부터 대상 이상의 사랑을 받았다.

 

'KBS연예대상(사진출처:KBS)'

이렇게 된 것은 최근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코코엔터인먼트의 위기 때문이었다. 공동대표인 김모씨가 회삿돈을 횡령해 도주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흉흉한 루머들이 나돌았던 것. 특히 소속 개그맨들의 이탈로 분열 조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성 기사들은 김준호는 물론이고 소속 개그맨들에게도 뼈아픈 상처를 주었다.

 

하지만 마치 비온 뒤에 땅이 굳듯, 그런 루머와 추측성 기사들을 일축하며 시상 무대에 오른 개그맨들은 일제히 김준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KBS 연예대상에서는 김준현의 감동적인 존경발언이 김준호를 울렸고, 이어서 김대희, 조윤호, 김지민 등이 그에 대한 감사와 신뢰의 뜻을 전했다.

 

그에 대한 언급은 그가 전혀 출연하고 있지 않은 SBS 연예대상에서도 흘러나왔다. 그의 소속사 개그맨들은 KBS <개그콘서트> 뿐만 아니라 SBS <웃찾사>tvN <코미디 빅리그>에서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S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우수상과 최우수상 수상자인 김현정과 홍윤화는 김준호에 대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국주는 가장 힘든 분은 김준호 선배 아닌가 생각한다. 그 소속사에 있다. 배신 때리지 않고 똘똘 뭉쳐서 기다리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코코엔터 사랑한다.”고 말해 그에 대한 여전한 신뢰와 믿음을 드러냈다. 사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된 인물이 이국주였다. 최근 대세 개그우먼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소속사의 이번 사태의 충격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국주는 변함없는 마음을 전했다.

 

개그맨들이 이처럼 일제히 김준호에 대한 지지를 하고 나선 데는 이들의 특별한 관계에서 비롯된다. S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홍윤화가 거론한 김준호에 대한 이야기 속에는 그 특별한 관계가 묻어난다. 그녀는 제가 가장 힘들 때 제 편이 된 사람이 김준호 선배였다. 선배가 힘들 때 저도 편이 돼 드리겠다. 힘내라. 날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국주와 김준호의 관계 역시 방송가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국주가 어렵던 시절부터 꾸준히 김준호가 그녀를 지지해줬기 때문에 지금의 이국주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코코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는 깨질 위기에 처했을지 몰라도, 김준호와 개그맨들 사이의 끈끈한 관계는 오히려 더 돈독해진 셈이다.

 

김준호가 든든히 지지해온 후배 개그맨들이 시상대에 올라 상을 받는 모습을 보며 그는 얼마나 흐뭇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이 대상을 받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어려운 시기에 그들의 여전한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지상파 3사의 올해 연예대상을 보면 공로상의 성격이 짙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BS가 유재석에게 또 SBS가 이경규에게 대상을 준 것은 올해의 성과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간의 공로를 치하하는 성격이 강했다. MBC는 물론 <무한도전>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성과를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유재석의 대상 역시 그간의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를 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딘지 늘 봐 오던 대상 수상의 풍경들 속에서 오히려 김준호와 개그맨들의 변함없는 의리가 더 눈에 띈다. 또한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12><개그콘서트>에서 온몸을 던져 웃음을 주는 그 모습에서는 무대에 서서 웃음을 전하는 광대의 눈물마저 엿보게 된다. 실로 올해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무관의 김준호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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