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과 지창욱, 멜로가 발견한 대세 현실 직진남

KBS <쌈마이웨이>도 가고 SBS <수상한 파트너>도 끝나고... 특별했던 두 멜로드라마가 나란히 종영했다. 다른 드라마지만 어딘지 닮은 느낌을 가진 두 드라마. 그것은 굉장한 재벌이나 심지어 외계인, 도깨비, 신으로까지 판타지가 확장되던 남자주인공들과 이 두 드라마의 남자주인공들이 사뭇 달랐다는 점이다. 다른 드라마들과 비교해 보통의 평범한 남자주인공을 내세웠던 <쌈마이웨이>와 <수상한 파트너>. 이들 드라마가 괜찮은 호응을 얻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수상한 파트너(사진출처:SBS)'

<쌈마이웨이>의 고동만(박서준)은 격투기 선수다. 태권도 유망주였으나 가난이 죄가 되어 조작경기를 하게 되고 결국 영구 제명당한다. 그래서 모든 꿈을 접은 채 진드기 잡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지만 단 한 시도 꿈을 잊은 적이 없다. 가진 것 없는 청춘의 초상이지만 이 인물은 그래서 더 현실감 있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상한 파트너>의 노지욱(지창욱)은 검사였지만 살해용의자 누명을 쓴 은봉희(남지현)의 기소를 포기함으로써 검사직에서 물러나 변호사가 된다. 물론 변호사라는 전문직을 갖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사는 남자지만 드라마는 그런 점들을 그리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과거 부모가 모두 화재로 죽음을 맞은 후 여전히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노지욱이 은봉희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재력 같은 현실적 판타지가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그 점이다. 은봉희의 누명을 벗겨주고 그녀의 아버지가 가진 누명 또한 끝까지 벗겨주려는 노력에 담긴 진심. 

멜로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은 당대의 판타지를 대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판타지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차원까지 나가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외계인이어서 죽지 않고 늙지 않는 남자주인공을 세워 초현실적인 능력으로 여자주인공을 보호하는 판타지를 그려냈다면, 신드롬을 만들었던 <도깨비>는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여자주인공이 원하는 것들을 해결해주는 판타지를 그렸다. 

문제는 이렇게 판타지가 초현실적인 차원으로까지 넘어가게 되면서 생겨나는 현실성의 결여다. 신까지 등장한 마당에 도대체 그 이상의 어떤 능력을 가진 남자주인공을 더 세울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쌈마이웨이>나 <수상한 파트너>가 담아내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남자주인공들의 이야기는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가 허공에 붕 띄워져 있던 남자주인공들의 발을 다시 땅바닥으로 내려앉혔다. 그리고 그런 선택에 시청자들은 반색했다. 

중요한 건 남자주인공들이 이렇게 현실로 내려오면서 여자주인공들의 능동적인 면들이 더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초현실적인 능력을 가진 남자주인공은 결국 여자주인공들로 하여금 ‘보호받는 존재’로 그려지게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쌈마이웨이>의 최애라(김지원)는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능동적인 존재였고, <수상한 파트너>의 은봉희 역시 변호사로서 자기 성장을 이뤄가는 능동적인 여성이었다.

<쌈마이웨이>의 박서준과 <수상한 파트너>의 지창욱은 이러한 현실 남자친구의 매력을 200% 연기해 보여줌으로써 멜로드라마의 연기장인으로 거듭나게 됐다. 뭐든 해줄 수 있는 굉장한 능력보다는 남다른 직진 사랑의 면면으로 보는 이들을 가슴 설레게 했다. 남사친와 남자 사이에서 애매한 관계를 보이던 그들이 더 이상 친구는 안된다고 선을 긋고 직진할 때 아마도 많은 여성들의 마음은 두근거렸을 것이다. 

그 누가 사랑이 아닌 우정으로만 관계를 유지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이 아닌 남사친 여사친이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는 건 그 친구 관계를 넘어서는 일을 현실적인 문제들이 가로막기 때문일 게다. 결혼도 그렇고 육아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 적정한 거리에서 남사친 여사친을 주장하며 관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일 지도. <쌈마이웨이>나 <수상한 파트너>가 현실적인 남자주인공으로 건드리고 있는 건 어쩌면 이 우정의 차원을 훅 넘어 들어오는 사랑에 대한 판타지가 아닐까. 박서준과 지창욱의 그 직진이 우리를 설레게 했던 건.

시청자들은 김은숙의 로맨틱한 멜로에 이병헌을 허용할 수 있을까

누가 뭐래도 김은숙 작가는 지금 현재 가장 대중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드라마 작가다. <태양의 후예>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까지 그 영향력을 확보한데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대성공으로 대중성과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작가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사진출처:영화<싱글라이더>

그리고 김은숙 작가가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작품으로 1900년대를 배경삼아 우리가 기억해야할 의병들의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보도는 그 기대감을 더욱 높여 놓았다. 개항 시절, 그 이질적인 문화들이 혼재하는 시대가 먼저 드라마틱하면서도 로맨틱한 작품을 선보이는 김은숙 작가와 너무나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발표와 함께 팬들은 저마다 그 주인공을 두고 가상 캐스팅을 벌이기도 했다. 강동원, 조인성, 김수현 등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거론되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그 주인공으로 낙점을 받은 연기자는 이병헌이었다. 

이병헌이 <미스터 선샤인>의 남자주인공으로 확정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병헌이라는 배우에게는 아직도 지난 사생활 문제로 논란이 되어 생긴 이미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안은 끝났지만, 배우에게 남은 이미지는 쉽게 사라질 수 없었다. 

물론 그런 논란이 터진 후에도 이병헌은 여러 작품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줘 사생활과는 별개로 배우로서 인정받기도 했다. 실제로 <내부자들>, <마스터> 그리고 <밀정>까지 그가 최근 출연했던 영화들 속에서 이병헌은 확실히 세계적인 배우의 면모를 톡톡히 과시했다. 사생활에 대한 비판 여론은 여전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출연한 영화가 그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던 건 그 연기력이 한 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시껄렁한 건달이나 희대의 사기꾼 혹은 독립군 수장 역할은 연기력을 통해 넘어설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아직까지 멜로는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 <싱글라이더>였다. 물론 대작이라 할 수는 없는 작품이지만 <싱글라이더>는 이병헌이라는 거물 배우와는 상반되게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이 부분이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인 <미스터 선샤인>에 남는 우려다. 과연 시청자들은 김은숙 작가 특유의 로맨틱한 멜로에 이병헌을 허용할 수 있을까. 

김은숙 작가처럼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작가가 왜 차기작에 분명 논란과 소음이 일어날 이병헌을 캐스팅했는가 하는 데 대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것은 작품의 배경이 이병헌 같은 국제적인(?) 인물과 맞아 떨어지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김은숙 작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신미양요 때 의병이었던 남자 주인공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훗날 자신을 버린 조국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영어를 할 줄 아는 배우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런 기능적인(?) 요소가 가진 장점만큼 이병헌이라는 배우에게 드리워진 불편한 이미지의 부담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작품이 나오지 않아 어떤 결과가 이어질 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심지어 ‘갓은숙’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인공들을 시대의 아이콘으로까지 만들어놓는 김은숙 작가가 이번 이병헌을 캐스팅해 그 로맨틱한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춘 보고서 <청춘시대>, 그저 달달한 멜로를 선택하지 않은 까닭

 

JTBC <청춘시대>에는 무려 다섯 명의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윤진명(한예리), 정예은(한승연), 송지원(박은빈), 강이나(류화영), 윤은재(박혜수)가 그들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개성으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캐릭터들이다. 연애가 사치일 정도로 여유 없는 짠한 청춘의 전형을 보여주는 윤진명,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나쁜 놈이란 걸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정예은, 늘 인기 만점이지만 정작 남자친구는 없는 모태솔로 송지원, 제 몸 하나 맘대로 굴려 스폰서를 전전하며 막 살아가는 구질구질한 건 못 견디는 강이나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귀여운 새내기 윤은재.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하지만 무려 다섯 명의 이런 반짝이는 여주인공을 세우고 있는 드라마에 눈에 띄는 남자주인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남자를 초대해 벌인 이른바 수컷의 밤파티를 보면 이런 면들이 단박에 드러난다. 윤진명은 아예 파티에 참가하지 않았고, 정예은은 결국 그 나쁜 놈을 데려왔다. 강이나는 바에서 알게 된 어딘지 미스테리한 아저씨를 초대했고 윤은재는 벌칙이 싫어 자신을 따라다니는 선배 윤종열(신현수)을 데려왔다. 파티를 주도한 송지원은 역시 캐릭터에 걸맞게 한 사람도 초대시키지 못했다.

 

누가 봐도 청춘 멜로드라마라고 여길만한 <청춘시대>에 정작 남자주인공이 이렇게 없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나마 자신의 현실 때문에 남자를 자꾸 밀어내는 윤진명에게 순애보적인 사랑을 보이는 박재완(윤박)이 눈에 띄는 남자지만, 그 역시 이 드라마에서 중심적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윤종열 역시 조금씩 윤은재와 가까워지지만 남자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존재감은 아니다.

 

그렇다고 멜로의 애틋함이나 달달함이 없는 건 아니다. 윤진명과 박재완의 관계는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든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시청자들은 알지만, 그 관계를 거부하는 윤진명의 현실이 너무나 공감가고 그렇게 밀려나면서도 늘 곁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서성이는 박재완이 못내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처음에는 다른 남자의 외적인 요소에 아무 생각 없이 끌렸던 윤은재가 차츰 그녀의 옆자리에 있는 선배 윤종열에게 마음을 주는 모습은 한 마디로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이 묻어난다.

 

그런데 <청춘시대>는 이들의 멜로를 살짝 살짝 양념처럼 치고는 있지만 결국 에포크 하우스에 함께 살고 있는 여자 다섯 명의 이야기가 본맛이라는 듯 그들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젊음을 공유한 그들이지만, 그들은 저마다 아픈 비밀스런 자신들만의 이야기들을 숨기고 있다. 신발장 귀신을 이야기하며 그 귀신이 보인다는 송지원이나, 누군가 죽기를 바랐다는 윤진명(그녀는 식물인간인 자신의 동생이 죽기를 바란다) 그리고 속으로 누군가를 죽였다고 말하는 윤은재는 물론이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팔찌에 무언가 비밀을 갖고 있는 강이나도 모두 미스테리한 과거의 아픔들을 숨기고 있다.

 

멜로는 이들 청춘의 겉면이지만 <청춘시대>는 그 이면에 놓여진 청춘의 어두운 그림자들을 조금씩 풀어놓는다. 이것은 <청춘시대>라는 드라마가 그저 달달한 사랑 타령을 하는 단순한 청춘 멜로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거기에는 일종의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보고서 같은 아픈 현실의 이면들이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숨겨져 있다.

 

어찌 보면 남자주인공이 이처럼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건 드라마로서는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결국 멜로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여성들에게 남자주인공이 누구냐 하는 건 가장 중요한 선택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춘시대>는 여자주인공들이 훨씬 입체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반면 남자주인공들은 살짝 뒤로 밀려나 있다.

 

이것은 혹시 그저 청춘을 첫사랑같은 이야기로 다룰 수만은 없는 지금의 현실이 투영된 건 아닐까. 물론 그들도 사랑하고 싶어 하고 그것이 청춘의 중요한 순간들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현실이 그걸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만일 쉽게 그럴 듯한 남자주인공을 내세워 달달한 사랑을 그려냈다면 훨씬 쉽게 대중성을 확보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청춘시대>는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다. 그건 달달할 뿐 현실을 마비시키는 거짓 판타지이니까. <청춘시대>가 대중성을 떠나 괜찮은 드라마라는 이유다.

실장님부터 초능력자까지, 남자주인공들의 진화사

 

미소년의 얼굴에 어린 나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카리스마. 독특한 아우라를 갖고 있는 김수현에게 <드림하이>의 송삼동은 잘 맞지 않는 옷이었다. 하지만 <해를 품은 달>의 군왕이나,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는 남파간첩(거의 아이돌에 가깝다)을 거쳐 <별에서 온 그대>의 초능력 외계인 캐릭터는 그의 아우라를 완성시켰다.

 

'별에서 온 그대(사진출처:SBS)'

지금 현재 김수현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을 보장받는 남자주인공의 끝판왕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이라는 캐릭터가 사실상 지금껏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들이 여성들에게 주던 판타지를 거의 모두 가진 인물이며, 그 복합적이고 비현실적인 인물을 아무런 이물감 없이 그가 연기해내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외계에서 와 조선시대부터 4백년을 산 인물 도민준. 그는 일찍이 사둔 잠실벌과 압구정의 땅으로 어마어마한 재벌급의 재산을 갖고 있는 인물인데다, 4백년 동안 의사에서부터 변호사까지 안 해본 직업이 없는 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의 집 한 켠에 마련된 도서관을 방불케하는 서재는 그의 지적이고 감성적인 능력을 표상하고, 시간을 멈추고 사물을 움직이는 초능력은 실현 불가능한 일들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물론 여기서 핵심은 이런 재산, 능력, 지성, 감성 게다가 초능력까지 가진 인물이 오로지 천송이(전지현) 한 사람만을 마음에 두고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라고 해도 인류를 위해 한 목숨 바치는 영웅을 여성들은 원하지 않는다. 지극히 사적으로 자신만을 위한 판타지를 제공해줄 수 있는 인물. 게다가 4백년의 공력으로 이 모든 걸 갖추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늙지 않는 미소년 외모의 소유자. 그가 바로 도민준이라는 남자 주인공의 정체다.

 

초능력을 가진 남자주인공 캐릭터는 작년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이종석)라는 인물을 통해서도 그 매력이 입증된 바 있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인 박수하는 그 놀라운 소통능력으로 억울한 이들의 문제들을 해결해주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은 장혜성(이보영)이라는 한 여성을 위한 일이다. 천송이와 도민준, 장혜성과 박수하라는 커플의 공통점은 남자주인공이 미소년에 초능력자라는 점이다. 여성들은 젊고 아름다운 육체와 함께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남자주인공은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에서부터 <시크릿 가든>의 현빈, <상속자들>의 이민호로 이어지는 김은숙표 멜로의 재벌이거나, 주상욱이나 이동욱 같은 성공적인 실장님 캐릭터, 혹은 전문분야에 능력을 갖췄으나 성격은 모난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이나 <외과의사 봉달희>의 이범수 같은 인물들이 얼굴을 달리 하며 반복해서 등장해왔다. 하지만 이종석과 김수현에 이르면 이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판타지로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남자주인공이 이처럼 점점 초능력을 갖춘 인물로 등장한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현실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점점 커져간다는 걸 말해준다. 슈퍼히어로들은 불가능한 것에 대한 욕망이 만들어낸 상징들이 아닌가. 하지만 서구의 슈퍼히어로들이 전 지구적인 위기와 맞서 인류를 구원하는 메시아적인 존재로 그려지는 반면, 우리네 슈퍼히어로들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적인 삶에 오히려 집중한다는 것이 완전히 다른 특징이다. 이것은 무얼 말해주는 걸까.

 

일단 국가나 인류 같은 거창한 꿈에 대한 허무주의가 그 안에는 들어 있다. 정치인들이나 국가 지도자들이 말해온 거대 담론들이 정작 서민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단 말인가. 그러니 퇴행적이라고 비판받을지언정 바로 직접적으로 나를 돕는 슈퍼히어로를 꿈꾸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장혜성 변호사를 돕는 박수하는 신드롬을 만들고 있는 <변호인>의 송우석 변호사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변호인>이 서민들을 신뢰하게 한 점은 국가와 국민을 얘기해도 그것이 거대담론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친조카 같은 한 국밥집 아들을 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의 남자주인공 도민준이라는 슈퍼히어로는 국가나 인류 같은 거대담론에 대한 극도의 허무주의를 보여준다. 그가 천송이라는 한 여성을 위해서만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다 사용하는 것은 오로지 거기서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기 때문이다. 4백년을 살다보면 그도 그럴 것이다. 조선이 대한민국으로 바뀌고 일제와 남북분단을 경험한 인물이라면 세상의 변화에 초탈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인물 속에 담겨진 사적인 욕망과 사회적 현실에 대한 허무는 씁쓸함을 남긴다.

 

김수현이라는 배우는 그래서 지금 현재 우리네 사회가 갖고 있는 욕망과 좌절을 모두 함께 캐릭터를 통해 껴안고 있는 셈이다. 그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미소년의 여전한 장난기와 때로는 어른스럽게 여성을 보호해주는 카리스마, 그리고 한 편에 느껴지는 어두운 허무의 그림자는 그래서 그가 도민준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드러내는 이 시대의 징후이기도 하다. 또한 그의 얼굴 속에는 그간 남자 주인공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던 수많은 캐릭터들의 면면들이 혼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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