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젯거리 찾는 드라마들

네모난 세상/명랑TV 2007.08.03 13:14 Posted by 더키앙

드라마 속에 꼭 있는 화제의 장면들

종영한 ‘쩐의 전쟁’의 한 장면. 갑자기 사채업소인 동포사가 춤바람에 휘말린다. 금나라(박신양)와 서주희(박진희)가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춘다. 단지 발랄하고 경쾌한 분위기만 드라마 상의 감정라인과 조우할 뿐 스토리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 몇 장면이 가진 효과는 커서, 다음날 인터넷에는 어김없이 이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가 네티즌들 사이에 화젯거리가 된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한 장면. MT를 간 카페 직원들과 사장이 함께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 장면은 그대로 UCC로 변모하면서 ‘완소한결’, ‘어라라은찬’ 같은 문구들이 달라붙는다. 극중에서 은새(한예인)가 이 UCC를 올려 카페가 인기를 끌게 된 것처럼, 드라마가 방영된 후, 인터넷은 이 UCC 동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드라마와 인터넷은 언제부턴가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그저 방영된 드라마에 대한 평가에서 그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나온 이야기는 이제 인터넷으로 오면서 새롭게 재창조되기도 한다. 장면들이 재편집되거나 서로 다른 드라마들이 엮어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패러디는 물론이고, 캐릭터에 간략한 특징을 붙여 만드는 사자캐릭터 창조는 이제 일상화되었다.

이러한 인터넷의 화제성을 가장 잘 활용한 드라마가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거의 모든 캐릭터에 사자캐릭터가 붙은 이 시트콤은 그 날 밤 어떤 장면을 연출했는가가 어김없이 다음날 화젯거리가 되었다. 이순재가 야동을 보고 악플을 다는 장면이 네티즌들에게 큰 호응과 반응을 얻어낸 것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이 시트콤이 처음부터 인터넷의 화제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결과이다.

화제를 일으키는 방법도 가지가지. 그 중 여성 캐릭터들의 주먹다짐 역시 화제를 끌어 모으는 한 장치가 되었다. ‘내 남자의 여자’의 화영(김희애)을 업어치는 은수(하유미)의 장면은 오래도록 네티즌들 수다의 소재가 되어주었다. 최근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 강북엄마 현민주(하희라)와 강남엄마 윤수미(임성민)가 한바탕 붙는 장면에서 ‘내 남자의 여자’의 주먹다짐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과거라면 그저 심한 말다툼 정도로 처리되었을 이런 장면들은 이제 머리끄댕이 제대로 잡아 당겨주고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는 막싸움으로 변모했다. 그만큼 화제성이 충분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미 화제가 되었던 장면을 다시 끌어다 쓰는 경우도 있다. 최근 종영한 ‘불량커플’의 준수(유건)가 한영(최정윤)에게 피아노를 치며 프로포즈하는 장면은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이 했던 장면을 그대로 패러디한 것. 창피해 자리를 뜨려하는 한영에게 “어이 거기, 핑크는 자리에 좀 앉지”라고 외치는 장면에 이은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열창은 화제가 된 시퀀스 전체를 가져와도 여전히 화제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경우이다.

드라마가 네티즌 혹은 시청자를 의식한다는 것은 그만큼 드라마들의 홍보경쟁도 치열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네티즌들의 입 소문은 이제 드라마를 소위 띄우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팬 서비스 같은 이런 장면들의 연출은 드라마의 흐름과 잘 맞물리는 한 그다지 나쁠 게 없다. 하지만 때론 화제가 공감으로 가지 않고 비호감으로 가는 경우도 생긴다. 과도한 장면들의 남발이 그것이다. 드라마 진행과 상관없는 과도한 노출이나,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도 않은 관계의 남녀가 갑자기 키스신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것들은 공감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가장 좋은 것은 드라마 자체가 갖는 이야기와 화제가 될만한 장면이 빈틈없이 딱 맞는 경우이다. 특별히 연출할 것도 없이 그런 장면들은 고스란히 화제가 되고 후에도 명장면으로 남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연타석 홈런을 날린 은찬(윤은혜)과 한결(공유)의 포옹신에 이은 키스신이나, ‘쩐의 전쟁’에서 금나라와 서주희가 보여준 오이키스신 같은 것들이다. 저 드라마에 흔하디 흔한 포옹과 키스 장면이 이다지도 가슴 떨리고 오랜 잔향을 남기는 것은 그 이면에 있는 수많은 감정들이 그 한 장면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화제를 만들어내는 장면의 연출보다는 장면의 극적 상황 자체가 화제가 될 때, 시청자들은 깊은 공감 속에 기꺼이 화제에 동참할 것이다.

드라마의 성공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와의 공감대가 아닐까. “정말 리얼하다”거나 “대사가 마음에 팍팍 꽂힌다”거나 혹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것은 모두 공감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 드라마들은 제각각의 방식을 추구한다. 최근 들어 보여지는 그 경향은 ‘리얼하거나 만화 같거나 혹은 그 둘 다이거나’한 것이다.

리얼한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vs ‘에어시티’
불륜이라는 소재만 놓고 보면 ‘내 남자의 여자’는 자칫 천편일률적인 드라마 공식에 빠질 위험성이 있었다. 그랬다면 공감은커녕 비난만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가슴에 팍팍 꽂히는 김수현식의 대사의 맛에, 인물의 심리를 파고드는 집요함으로 공감을 끌어냈다. 폼잡지도 않고 또 과장하지도 않는 드라마 전개는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정말 리얼하다’는 반응을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결국 이 불륜드라마는 시청률에서의 성공과 함께 불륜이란 소재를 한 차원 더 넓혔다는 가치평가까지 동시에 얻었다.

반면 리얼함으로 따지면 억울할 정도로 탄탄한 현장의 기록들을 해나간 ‘에어시티’의 경우엔 어떨까. 일단 실제 인천공항에서 촬영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드라마의 리얼함을 설명해주는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제작 전부터 국정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정도로 전문직 장르 드라마라면 반드시 필요한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드라마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인 것이다. 이유는 이 좋은 소재들이 제대로 된 스토리를 만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자 그 무게를 감당 못한 ‘에어시티’라는 비행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드라마에서 리얼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차라리 만화 같은 이야기라도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라는 걸 이 드라마는 잘 보여주고 있다.

만화 같은 드라마, ‘쩐의 전쟁’ vs ‘메리 대구 공방전’
반면 현재 방영되고 있는 수목드라마들은 모두 만화의 속성을 갖고 있다. 만일 이들 드라마들을 만화적 장르의 틀로 구분한다면 ‘쩐의 전쟁’은 사실극화가 될 것이고, ‘메리 대구 공방전’이나 ‘경성스캔들’은 순정만화가 될 것이다. 이들 드라마 속의 대사들이나 액션은 현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만화적인 프레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 현실적이지 않은 과장된 장면들을 오히려 재미로 전환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게임과 같아서 일단 그 드라마가 취하는 룰을 인정하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그 룰에 따라서 과장은 오히려 리얼한 재미로 둔갑하게 된다.

그렇다면 똑같이 만화의 속성을 취하고 있는 이들 드라마들은 왜 성패가 갈리게 된 걸까. 특히 ‘쩐의 전쟁’과 ‘메리 대구 공방전’은 그 이야기 소재에 있어서 돈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유는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메리 대구 공방전’은 멜로 드라마의 퇴조가 가져온 여파에 억울할 것 같다.

이 톡톡 튀는 새로운 형식을 가진 드라마는 그 기본구도를 멜로 드라마로 가져가면서, 만화적인 참신한 시도가 자칫 네 명의 청춘남녀가 벌이는 가벼운 드라마로 오인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메리 대구 공방전’이 그렇게 만화처럼 키득대는 것으로 끝나는 가벼운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이다. 반면 ‘쩐의 전쟁’은 만화적인 연출을 가져가면서도 그 태도는 늘 진지함에 머물러 있다. 그것이 ‘쩐의 전쟁’에 더 무게를 두게 하는 요인이다.

리얼함과 만화 같음, 그 얇아진 경계
재미있는 것은 어찌 보면 이 상충될 것 같은 ‘리얼함’과 ‘만화 같음’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져 간다는 점이다. 과거라면 ‘만화 같은 스토리’라는 문구 속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섞여 있었지만 요즘은 정반대가 되었다. 만화 같은 스토리는 이제 ‘재미있다’는 의미로 더 많이 읽힌다. ‘풀하우스’나 ‘궁’의 성공이 그걸 말해주고, 만화는 아니지만 만화적 감수성으로 성공한 ‘환상의 커플’은 만화적 재미가 이제 드라마 자체로도 생산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된 것은 만화가 그만큼 하위장르에서 상위장르로 승격되었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제 드라마의 리얼함이라는 것이 늘 검증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게 된 것도 한 몫을 차지한다. 인터넷에 몇 마디 키워드만 넣으면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는 현장의 목소리 앞에서 드라마의 리얼함이란 알몸은 그대로 시청자들 앞에 노출된다. 그러니 만화적 감수성을 담은 연출은 여러모로 장점을 갖게 된다. 리얼함의 시험대에 오르지 않아도 되면서, 그 만화라는 장르적 특징 속에서 재미있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점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쩐의 전쟁’이다. 만화적인 연출이 의도적으로 사용되지만 그 상황이 늘 긴박한 이유는 바로 이런 장점들을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드라마의 공감대를 말할 때 우리는 장르나 소재 같은 겉으로 드러난 드라마의 모습 이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보여지는 건 만화적이지만 보면 볼수록 리얼한 드라마가 있는 반면, 보여지는 건 리얼하지만 그 안에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 리얼하지 못한 드라마가 있는 것이다. 결국 드라마에서 중요해진 건 탄탄한 스토리와 그 스토리를 전달하는 태도로서의 진정성이다. 그것이 담보될 때, 드라마는 리얼하거나 만화 같거나 상관없이 공감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남자의 여자’, 불륜 소재 한계 넘었다

‘내 남자의 여자’가 가진 스토리를 보면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전개를 보여준다. 친구와 남편이 바람을 피고, 그 바람 핀 것이 발각되고, 결국 살림까지 따로 차리고 이혼했는데, 정작 친구와 남편은 파경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 놀라운 반전도 없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불륜이란 소재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도 이 드라마의 어떤 점이 도대체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었을까.

과거의 불륜드라마들은 대부분 가부장적인 남성이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 불륜도 남자가 저지르고, 그 불륜을 저지른 남자와 여자가 파멸에 이르는 권선징악적 결론에 다다르며, 배신당했던 조강지처는 멋진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는 식의 끝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주부들의 시각을 대변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환타지라는 점에서 고스란히 가부장적 체계 속으로 귀납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대신 ‘내 남자의 여자’는 여자가 주도적인 불륜드라마이다. 준표(김상중)는 우유부단한 인물로 어떤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존재로 그려지는 반면, 지수(배종옥)와 화영(김희애)은 주도적으로 자기 인생을 그려나간다. 불륜을 저지르고(화영), 불륜에 아파하다가 자립의 길을 걸어가는(지수) 이 둘은 마치 대결구도처럼 보이지만 순간순간 여자라는 입장을 통해 서로를 소통한다. 이것은 달라진 세태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불륜이라는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여자들의 삶에 천착한 결과이기도 하다.

당연한 결과지만 그리하여 이 드라마는 불륜이 갖는 환타지를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불륜 속에 깃든 사회현실 같은 것들을 건드린다. 결혼이라는 틀 속에 엮어지게 되는 수많은 관계들이 주는 억압을 들춰내는 것이다. 그 관계의 억압은 화영을 불륜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자, 그 불륜 또한 성공하지 못하게 만든 요인이다. 불륜에 피해를 본 지수가 불륜을 저지른 화영과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바로 똑같이 관계의 억압을 받았던 여자라는 동질감이 주는 어떤 유대감에서 비롯된다.

모두가 궁금해했던 결말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 드라마가 깨려고 하는 것은 불륜,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히려 결혼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대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통념과 부딪쳐 상처 입은 것은 이 세 남녀지만, 적어도 그들이 다시 결혼이란 틀로 들어오지 않고 각자 홀로 서서 “이게 더 편하다”고 말하는 단계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불륜이란 소재를 선택했지만 표피적인 접근이 아닌 진지함에 도달한 것은 확실한 이 드라마의 성과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드라마가 그간 ‘불륜’이란 소재를 죄악시하게 만들었던 여타의 불륜드라마가 가진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따라서 “불륜도 다루기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 김수현 작가의 말은 실증된 셈이다. 이것은 아무리 진부하고 식상한 소재라고 하더라도 접근방식에 따라 잘 만들어진 드라마가 가능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적어도 한 편 정도는 이런 불륜드라마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이토록 재주 많은 작가가 왜 하필 불륜이란 소재를 다루었냐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아직도 다양한 소재에 대한 갈증이 ‘성공한 불륜드라마’보다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화영이 보여주는 ‘내 남자의 여자’의 진실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는 지수(배종옥)만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아니다. 만일 그랬다면 이 드라마는 자극과 신파로만 치닫는 한심한 불륜드라마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대신 이 드라마는 제목처럼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지수의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진 화영(김희애)과 그들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준표(김상중)가 그 나머지 주인공들이다. 준표야 그렇다 쳐도 화영이란 캐릭터를 그저 멀쩡한 친구 남편 꼬드긴 ‘쳐죽일’ 불륜녀로만 생각하는 건 이 드라마의 나머지 축을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참 사랑하기 어려운 여자, 하지만 이해는 되는 화영이란 캐릭터가 이 드라마를 통해 말해주는 진실은 무엇일까.

어떻게 지수는 화영을 이해하는 걸까
화영에 대해 지수는 “딱하다”고 “이해가 된다”고 말한다. 어떻게 자기 남편과 바람이 나 가정까지 버리게 한 친구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그녀들의 관계를 준표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늘 받기만 했지, 누군가에게 무엇을 줘본 기억이 별로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다르다. 입장이 서로를 반대쪽에 세우게 했을 뿐이지 그녀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온 몸을 던진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지수는 20년 간 남편과 가족을 위해 헌신했고, 화영은 준표를 얻기 위해 1년 동안 겪을 수 있는 모든 수모를 겪었다. 이 공유점에서 지수는 두 가지 상반된 마음을 갖게 된다.

준표가 화영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지수에게 “당신네 우정은 참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웃거릴 때, 지수는 ‘경민의 엄마로서 고맙다’고 말한다. 화영을 절망에 빠뜨린 준표의 ‘아이거부’를 같은 여자로서 이해하면서도 그것이 엄마로서는 또한 고맙기도 하다는 것. 이런 상반된 감정이 가능한 것은 지수에게도 이른바 관계의 역할이라는 것이 다양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자로서 20년 동안 헌신한 대가로 돌아온 고통을 겪은 지수는, 1년 동안 자신을 버려가며 얻으려 했던 사랑이 무의미해진 화영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된다. 지수의 마음은, 또한 시청자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심지어는 분노를 일으키게 만드는 화영이란 캐릭터에 문득 ‘안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수가 이해하고, 시청자들이 안됐다고 생각하는 화영의 고통은 도대체 무엇일까.

관계의 거미줄에 걸린 화영
화영은 관계라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 같다. 그녀가 미국사회에서 생활하다 국내로 들어왔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이토록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가족과 사회란 관계에 진저리를 칠만 할 것이다. 그녀 자신의 미국생활조차도 가족들의 뒷바라지에 자신이란 개인적 존재는 없었던 시간들이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한 남자에게 빠져들고 그것은 개인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일깨우는 것이었기에 앞뒤 가리지 않는 절실함으로 변한다.

하지만 그녀가 몰랐던 것, 아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있다. 준표라는 남자 뒤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관계의 거미줄들이 쳐져 있었다는 것. 화영은 먼저 친구인 지수와 연결된 거미줄을 잘라야 했고, 지수의 언니, 은수(하유미)와 아들 경민, 그리고 준표가 그다지도 끊기 어렵게 생각했던 부모와의 거미줄조차 잘라야 했다. 그렇게 준표를 거미줄로부터 떼어내어 둘만의 공간으로 오자, 이제는 준표의 속에 남아있는 거미줄의 기억과 습관이 그녀를 괴롭힌다. 준표는 지수의 밥에 끌리고, 경민에게 끌리고, 사회적 관계, 부자지간의 관계에 어쩔 수 없이 끌린다.

문제는 준표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안타깝게도 화영은 지수 같은 아버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 화영을 옭아매고 있는 거미줄들은 그 둘의 관계를 자꾸만 뒤틀어버린다. 1년 동안 그녀가 해온 일은 바로 그 복잡한 관계의 거미줄들과의 사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결과는? 자식을 원치 않는 준표는 그간의 관계를 부부관계가 아닌 정부관계로 돌려놓고, 그녀가 발견한 처리되지 않은 준표와 지수의 이혼서류는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준표 속에 있는 관계의 거미줄은 여전히 튼튼히 연결되어 있었던 것. 게다가 결혼을 가족과 가족의 결합으로 여기는 사회적 풍토와 그 풍토 속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준표에 화영은 더 이상 자신이 없어진다.

화영의 분노가 이해되는 것은
“내가 겁나는 건 당신부모도 당신도 아냐. 바로 내 자신이야. 조심해. 잠잘 때도. 내가 당신 목을 조를 지도 몰라. 밥에도 독을 탈지도 몰라.” 화영이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그녀가 겪었던 “모욕, 수치, 경멸을 아무 의미 없게 만들어버린” 준표 때문이다. 그녀는 “내 사랑, 내 선택, 당신이란 남자, 당신 사랑의 의미를 찾는 중”이라 말한다. 살면서 보상해주겠다는 준표의 말에 그것은 “오히려 지긋지긋한 올가미가 아닐까”하고 쏘아댄다. 준표가 원하는 것은 영원히 친구처럼 연인처럼 사는 것이지,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그 관계의 거미줄의 일원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화영이 말한다. “당신 사랑은 비겁해. 아주 아주 비겁해.”

여기서 주목할 것은 마치 지수의 주부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준표의 사고를 깨버리는 화영의 존재다. “나를 지수로 만들려고 하는 게 화가 나. 나 자신도 지수처럼 되가는 거 싫어. 아내는 아내지 종이 아냐. 밥해주기 싫은 날이 있어. 그런데 해줬어. 그래서 지수가 되가는 거 같애.” 화영은 지수 같은 천사표 아내의 삶을 당연시 생각하는 이 시대 남성들의 생각에 일침을 가한다. 그리고 냄비를 내주며 해장국을 사다달라고 한다. 준표 같은 남자가 평생 해보지 않았을 그 일을.

화영이 지수와 전화통화를 하는 내용은 한국이란 사회에서 결혼해 살아가는 여자들이 새로운 가족이란 관계 속에서 당해야하는 관계의 부당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나는 이해 받지 못하면서 왜 이해해야하는 지 모르겠어. 네가 경탄스러워.” “나는 모자라잖아. 모자라서 그렇겠지.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 별거 아니잖아. 자꾸 파면 좋을 거 없잖아.” 그녀들이 공유하는 이 부당한 대접은 과거 가부장적 가족의 틀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관계와 서열로 대변되는 가부장적 가족의 틀. 김수현 작가는 이 불륜극을 통해 바로 그 틀의 견고함과 그 안에서 개인으로서는 존재하지 않는 여성의 삶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불륜이란 두 가지 힘의 충돌을 말한다. 그 하나는 사회가 가진 규범, 틀의 힘이고, 또 하나는 그 틀로부터 벗어나려는 힘이다. 김수현 작가는 이 두 힘의 충돌을 그리면서 그 화학작용 속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관계의 거미줄들을 잡아낸다. 비굴하고 치사하게 만드는 그 관계들 속에서 결국 그녀들이 얻은 것은, 관계 속에 매몰된 삶이 아닌 자신의 당당한 삶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홀로 서서 마주보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남자의 여자’가 불륜극에서 시작해 심리극으로 치닫다가 말미에 사회극의 뉘앙스를 풍기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준표가 지수의 밥을 그리워하는 이유

‘내 남자의 여자’, 두 여자가 만난다. 남편과 눈맞은 여자, 아무리 한 때 절친한 친구라 해도 만나서 제일 먼저 하는 얘기는 생뚱맞게도 밥 얘기다. ‘그 남자’의 에고에 대해 얘기하자며 자연스레 밥 얘기를 꺼낸다. 지수(배종옥)는 어느 날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밥을 챙겨먹지도 못하던 남편 준표 얘기를 한다. 그 때 이 후 그녀는 “밥 때는 거의 밖에 안 있었다”고 말한다. 거기에 대해 화영은 “지금은 혼자서도 잘 차려먹더라”고 말한다.

또 다른 장면, 준표의 어머니의 호출로 화영과 외출하려는 준표에게 지수의 메시지가 날아온다. ‘저녁 집에 와서 먹어. 해줄게.’ 만나서 할 얘기가 있는 지수는 만나자는 말도 밥 얘기로 시작한다. 준표의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온 화영은 준표에게 묻는다. “저녁 뭐 먹고 싶어?” 그러자 준표는 6시 반이 넘었다며 그냥 시켜먹자고 한다. 그러자 화영이 발끈해서 말한다. “꼭 6시 반에 저녁 먹어야 해? 한 시간쯤 늦게 먹으면 안돼?” 결국 냉면에 떡갈비를 시켜먹는 그들. 준표가 말한다. “좀 불었다.” 화영의 대꾸, “나도 알아. 그냥 좀 먹어. 지금 음식 투정하게 생겼어?” 잘못했다며 그래도 좀 먹으라는 준표에게 화영은 쏘아댄다. “돼지야? 혼자 많이 먹어!” 결국 준표는 남은 음식을 버린다.

‘내 남자의 여자’는 유난히 식사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실생활에서라면 그게 뭐 대수냐 하겠지만 드라마 상에서라면 말이 다르다. 김수현 드라마의 묘미가 대사에 있다는 점을 두고 볼 때 그냥 대사를 주고받으면 되지 왜 굳이 ‘밥을 먹으며’ 대사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밥’이 가진 일상의 무게감을 상당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첫 회에서 준표와 화영의 외도가 발각되는 장면에서도 역시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바비큐 파티를 하는 중에 잠시 집안으로 들어간 둘은 애정행각을 벌이다 은수(하유미)에게 덜미를 잡힌다. 화영과 살림을 차리기 전 지수가 차려주는 밥을 먹는 준표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하지만 준표는 화영과 살면서 감자 하나 제대로 찌지 못하는 그녀를 타박하고, 지수가 해주는 밥을 그리워한다. 시켜먹고 대충 때우는 화영의 부엌에서 잠시 해방(?)된 준표는 허겁지겁 지수가 해주는 밥을 두 그릇씩 뚝딱 해치우고 생전 안 해보던 고맙다는 말을 한다.

지수가 홀로 서기 위해 찾은 자신만의 일은 다름 아닌 ‘먹는 장사’다. 샌드위치는 바로 만들어 먹어야 제 맛이라는 그녀는 미리 만들어 대량으로 팔 수 있는 기회도 저버린다. 장삿속으로 장사를 하는 게 아니고 진짜 사람들이 먹을 걸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밥을 해주고 먹을 걸 차려주는 행위는 그녀의 존재 이유 그 자체다. 준표를 지겹게 만든 것은 바로 그녀가 밥을 차려주는 행위로서 고착된 모든 걸 챙겨주는 심성에서 비롯되었다. 준표는 그런 그녀가 자신을 숨막히게 한다고 말하고, 반면 화영은 자신을 남자이게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밥이 가진 이중성을 보여준다. 매일 먹는 밥은 때론 지겹지만 그 밥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집에서 해먹는 밥이 질려 외식을 하고 나면 먹을 땐 좋았는데 꼭 속이 좋지 않다. 조미료가 가득 든 음식이 입에는 달아도 몸에는 영 맞지 않아서이다. 밥으로 얘기한다면 준표가 하고 있는 외도는 꼭 외식과 닮았다. 자극적인 맛에 정말 맛있어 먹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막상 먹고 나면 소화시키기 어려운 음식.

준표가 지수를 떠나오기 전 그 밥해주는 행위를 무시했던 것처럼, 화영이 밥 먹으라는 사람에게 “돼지냐”고 쏘아붙이듯, 사람들은 밥을 무시한다. 하지만 밥은 오히려 숭고하다. 늘 필요한 곳에 있어 칠뜨기에 밥순이로 무시됐던 지수가 점차 숭고하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내 남자의 여자’에 등장하는 그녀들의 다른 부엌은 이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대부분의 메시지를 함축한다. 가족이 해체되는 것은 그 중심에 선 부엌으로 상징되는 모성애에 대한 무시라고 이 드라마는 말하는 것만 같다. 부엌에서 된장국 하나 제대로 끓여내는 일은 입으로 조잘대는 사랑보다 더 숭고하다.

OST, 드라마와 음악의 완벽한 시너지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 이미 끝난 지 꽤 된 드라마인데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에 드라마에 푹 빠졌던 추억이 떠오른다. 노래로 기억된 영상들이 실타래처럼 풀려 나온다. 손예진이 감우성과 함께 도넛가게에서 커피를 마시던 장면도 떠오르고, 이하나와 공형진, 이 엉뚱한 커플의 로맨스도 슬쩍슬쩍 머리에 스쳐지나간다.

드라마와 음악의 완벽한 시너지, OST
OST는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고 그 감정이 시청자에게 전달되게 해주는데 이만큼 효과적인 장치도 없다. 인상적인 드라마를 보고 나면 기억을 자극하는 영상과 그 속에서 울고 웃는 캐릭터들 그리고 그 영상을 영원히 감금해놓고 언제든 우리네 감성 속에서 폭발할 준비를 하고 있는 OST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이것은 어렵다는 음반시장에 있어서는 훌륭한 기회로서 작용한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가수들이 방송에서 노래할 공간이 좁아지는 상황에 매회 적어도 1,2회씩 반복되어 흘러나오는 매체(?)의 제공은 가뭄에 내리는 단비 같다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OST는 드라마와 음악이 확실한 시너지를 이루는 지점이다. 그리고 그 시너지는 다름 아닌 문화 소비자들의 머리와 가슴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감성에 목마른 현대인에게도 단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 곡을 들으면 주인공이 떠오른다
▶ ‘연애시대’와 스윗소로우가 만난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국내 명풍드라마의 탄생을 알린 ‘연애시대’. 멜로를 다루었으되 질척거리지 않고, 코믹한 터치로 드라마를 만들었으되 가볍지 않은 ‘연애시대’는 그 분위기에 딱 맞게 스윗소로우라는 뽀송뽀송한 목소리의 소유자들의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을 선보였다. 같은 소절이 계속 반복되는 이 곡은 드라마 속에서 계속 갈등하는 은호(손예진)와 동진(감우성)의 감성을 잘 잡아내고 있다. 진호가 부른 ‘만약에 우리’ 역시 헤어진 후 더 절실해지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

▶ ‘봄의 왈츠’와 러브홀릭이 만난 ‘One love’
윤석호 PD의 사계 시리즈 마지막편인 ‘봄의 왈츠’는 마치 드라마 같은 가사와 멜로디를 줄곧 선보여온 러브홀릭을 만나 ‘One love’란 감미로운 곡을 만들어낸다. 어쿠스틱한 분위기에서 마치 꽃이 확 피어나는 듯 점점 고조되는 멜로디는 러브홀릭의 보컬 지선의 몽환적인 목소리와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윤석호 PD는 드라마에 한국적 풍경과 함께 음악을 적절히 잘 배합하는 능력이 탁월한 연출자이다. 윤석호 PD의 작품치고 드라마는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지만 그에 걸맞게 OST는 명반으로 남았다.

▶‘하얀거탑’과 바비킴이 만난 ‘소나무’
국내 전문직 드라마의 새 장을 연 ‘하얀거탑’. 김명민이란 배우의 카리스마가 돋보인 이 드라마에 삽입된 ‘소나무’는 바비킴의 읊조리는 듯한 음색이 차츰 절정을 향하며 호소력 짙게 감성을 흔드는 곡이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이란 가사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의 욕망과 그 좌절을 그린 드라마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 마치 뽕짝처럼 우리네 정서를 깊은 뿌리서부터 느끼게 하는 바비킴의 창법은 세련되면서도 토착적인 음색을 ‘소나무’에 심어놓았다.

▶ ‘마왕’과 박학기가 만난 ‘빛의 향기’
‘향기로운 추억’으로 발라드라는 장르에 그만의 굵직한 획을 그었던 박학기는 ‘마왕’이란 드라마를 만나면서 부활하는 듯 하다. ‘마왕’의 OST는 바비킴의 ‘뒷걸음’이나 JK김동욱과 드라마 주인공인 엄태웅이 직접 부르기도 한 ‘사랑하지 말아줘’, 그리고 박학기가 부르는 ‘빛의 향기’, ‘널 사랑하나봐’ 모두 드라마의 내용과 분위기에 잘 맞는 곡들이다. 특히 ‘빛의 향기’는 드라마 속 이승하(주지훈)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았고, ‘사랑하지 말아줘’는 강오수(엄태웅)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 ‘히트’와 거미가 만난 ‘통증’
‘히트’의 장르가 수사물이란 점은 그 OST의 색깔 역시 스릴러와 액션에 가깝다는 걸 짐작케 한다. 실제로 이 드라마의 OST는 긴장감을 높여주는 효과적 배경음악으로 가득하다. 물론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테마곡들은 청자의 귀를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거미가 부른 ‘통증’은 드라마 상의 차수경(고현정)이 가진 내적 상처를 잘 표현한 곡이다. 이밖에도 JM이 부른 ‘그 사람’은 극중 캐릭터들의 멜로 라인이 애절하게 느껴지는 곡이며, 메인테마곡인 슈퍼주니어의 ‘히트’도 경쾌하게 전체 드라마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곡이다.

▶ ‘내 남자의 여자’의 상처를 담은 더 원의 ‘사랑아’
불륜드라마로 시작했지만 점점 여성심리극으로 가고 있는 ‘내 남자의 여자’. 남편과 친구를 동시에 잃고 그 상처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지수(배종옥)의 심경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더 원의 ‘사랑아’도 화제가 되고 있는 곡이다. 절규하는 듯, 울먹이는 듯한 더 원의 음색이 듣는 이의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기분에 빠지게 만든다.

▶ 고마운 드라마, ‘고맙습니다’가 만든 김태훈의 ‘고맙습니다’
훈훈한 감동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고맙습니다’는 김태훈이 부른 동명의 곡이 잔잔한 톤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아마도 드라마가 아니었으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을 이 곡은 그러나 드라마와 만나자 엄청난 반응을 일으킨다. ‘당신은 바보네요-’로 시작되는 이 노래의 내용은 고스란히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주인공 영신(공효진)의 초상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드라마와 만나 명곡이 된 노래들은 부지기수.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거의 모든 드라마에서 내세우는 메인 테마는 어김없이 명곡이 되기 일쑤다. 특히 극중 캐릭터가 메인 테마와 만났을 때, 그 호소력은 더 짙어진다. 곡을 들으며 단지 멜로디와 가사만을 듣는다는 것 그 이상이 되게 만드는 영상과의 만남, 이것이 OST를 특별하게 하는 요소다. 이것은 또한 뮤직비디오가 점점 길어지고 스토리를 담으며, 캐릭터를 창출하고, 심지어 뮤직드라마로 진화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영이 가장 원하지만 얻기 힘든 것

어찌 보면 화영(김희애)은 ‘내 남자의 여자’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사랑해. 보고싶어. 나 사랑해? 화영은 친구 지수(배종옥)의 남편, 준표(김상중)에게 늘 그렇게 말한다. 준표의 표현대로라면 “늘 도도도도도도...” 이렇게 같은 톤의 표현만 하는 지수하고는 전혀 다르다.

어리석게도 준표는 그 화려하고 다채로운 표현법에다, 식물 같이 보이는 지수와 전혀 다른 동물적 육탄공세의 화영에게 정신이 홱 돌아버린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화영과 딴 살림을 차린 준표는 완전히 갈라서기까지 자꾸 고개가 지수에게 돌아간다. 함께 있을 땐 실감하지 못했던 지수의 모습을 떠올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가 그렇게 지겨워했던 일상의 반란이다.

일상과 관계는 힘이 세다
화영과 함께 사는 준표에게 지수는 새벽 3시에 전화를 한다. 편도선염으로 고열에 시달리는 아들 경민을 데리고 병원에 가달라는 것. 준표는 두말 않고 새벽길을 달려간다. 그런데 그 새벽 준표는 깨닫는다. 자신은 공짜로 살았다는 것. 이런 새벽길을 지수는 10년 넘게 해왔다는 것을 알게된다.

준표는 차에서 조수석에 앉아 “목말라”하고 말하는 화영에게서, “그냥 물 줘? 녹차?”하고 지수가 하던 말을 떠올리고, “졸려”하고 말하는 화영에게서, “잠이 얼마나 전염성이 강한 건데 잠을 자”하는 지수를 떠올린다. 카라얀은 큰 소리로 들어야 제 맛이라는 화영에게서 논문 쓰는데 방해된다며 숨죽이며 살던 지수를 생각한다.

밥의 기억은 더 지독하다. 화영이 아침으로 주는 빵이나 인스턴트 음식, 심지어는 설익은 감자에 준표는 불평을 하면서 지수가 해주던 밥이 그립다. 심지어 아들 핑계를 대면서 밥 좀 먹여달라며 찾아간 지수네 집에서 두 그릇이나 비우고 생전 안 하던 말, “저녁 잘 먹었어. 고마워.”하는 진심 어린 말을 건네기까지 한다. 준표에게 지겨움으로 인식되던 일상은 그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부메랑처럼 자신을 공격한다.

사는 것과 사랑하는 것, 어느 게 어려울까
아이러니하게도 준표가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던 일상을 깨뜨려 친구의 남자를 얻은 화영이 바란 것 역시 거창할 것 없는 일상이다. 화영은 준표가 주는 생활비에 감동해 울먹일 정도로 뭇 여성들이 갖는 일상을 원하는 여자다. 그러나 화영이 원하는 준표와 ‘슈퍼마켓 가기’나 ‘저녁 산보 가기’는 번번이 일상과 관계의 그물망에 걸린다.

슈퍼마켓에서는 은수에게 걸려 공개적으로 창피를 당하고, 저녁 산보 중 들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아들 친구에게 딱 걸린다. 그것도 모자라 불륜사실을 알게된 집주인에게 거의 쫓겨나다시피 이사를 하게 된다. 게다가 그녀는 아이를 원하지만 준표는 거기에 진저리를 친다. 모든 여성들이 갖는 일상을 원하는 것이지만 그녀는 거기에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자격도 없다.

일상은 힘이 세다. 사랑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 그리고 어려운 것은 사는 것이다. 그러니 화영은 사랑을 쟁취한 연후에 일상마저 얻으려 애쓴다. 요리학원도 다니고 운전면허 시험도 보고 어울리지 않게 “절약!”을 외치기도 한다. 그런다고 그녀가 평온한 부부의 일상을 얻을 수 있을까. 누군가의 상처를 주고 빼앗은 관계에서 그건 흉내낼 수는 있어도 얻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것도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빼앗은 거라면 더더욱. 그래서 그녀는 늘 도망중이다.

지수의 일상에 담은 사랑, 살림의 사랑법
‘내 남자의 여자’에서 가장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건 지수다. 그녀는 남편과 친구를 동시에 잃었다. 그 둘에게 배신을 당했다. 그런데 그 상황을 더 힘들게 하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지수의 사랑법 때문이다. 그녀의 사랑은 남녀로서의 사랑만이 아니다. 말로 백 번 사랑한다 말하는 것보다 그녀는 평범한 일상 속에 사랑을 담아 전한다. 밥 차리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그 모든 행동이 사랑이다. 흔히 일상이란 이름으로 잘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그래서 그녀가 준표에게 했던 사랑은 그녀의 일상 거의 대부분에 남겨져 있다. 그런 준표가 배신을 한 상황이니 그녀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밥을 하다가, 청소를 하다가, 빨래를 하다가 눈물이 나는 건 살뜰했던 일상이 주는 반격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차츰 회복된다. 아무리 상처를 주었다지만 그것마저 끌어안아 긍정으로 고통을 넘어서려 한다. 살림하는 사람들의 본능이다.

장사를 시작하려는 지수에게 준표는 “살림만 했던 사람이 무슨 장사냐”고 말한다. 지수가 차려준 밥상에서 밥을 허겁지겁 먹는 그가 살림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비극의 시작이다. 사람. 삶. 살림. 이 세 단어는 모두 ‘살다’라는 말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니 가만 놔두면 죽게되는 것을 살리는 것, 그것이 살림이다.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살림’이라는 말은 그저 불평이 아니라, 그 속에 행동으로 담겨지는 사랑을 남자들이 잘 보지 못할 때 하는 주부들의 말이다.

지수의 아버지(송재호)가 하듯, 말없이 정원의 풀을 뽑아주고, “넌 된장국을 정말 잘 끓여!”하며 말해주는 것이 ‘사랑한다’는 백 마디보다 더 값진 것이란 걸 알게 해주는 것이 지수의 사랑법이다. 그녀는 석준(이종원)의 화실을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 “난 밥순이였나봐. 누가 내가 해준 밥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더라.” 그것이 바로 살림하는 사람의 사랑법이다. 바로 이 시대 대부분의 가정을 지키고 있는 주부들이 하고 있는. 그리고 화영이 가장 원하지만 얻기 힘든.

‘내 남자의 여자’의 여자들

김수현의 여자들, 지수(배종옥)와 화영(김희애) 중 당신은 어느 편인가. 이것은 이 시대 남성들에게 그네들의 여성 취향을 묻는 질문이 아니다. 이 시대의 여성들은 지수와 화영 중 어느 쪽에 더 빠져드느냐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내 남자의 여자’라는 드라마가 또한 가정을 지키려는 지수라는 여성상과, 금기된 욕망의 질주를 하면서 가정을 깨려는 화영이란 여성상이 서로 부딪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중요한 질문이다.

아무리 얘기해도 불륜드라마라는 딱지를 떼긴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시청률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드라마의 속내를 한번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거기에는 그 드라마를 보는 대다수 현대 여성들의 욕망이 또한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지수와 화영이란 여자들이 그려내는 이 시대 여성들의 환타지는 무엇일까.

지수, 착한 여자 콤플렉스
“내가 저를 위해 전부를 바쳤는데 어떻게 내게 이럴 수가 있어.” 준표(김상중)를 화영에게 보내고 남은 지수는 아버지(송재호) 앞에서 이렇게 오열한다. 그런 그녀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누가 그러라고 했어? 네가 좋아하고서는 이제 생색내려고 하지마.”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은수(하유미)가 한 마디 한다. “그래도 지수가 지극 정성한 건 인정해줘야 되요.” 거기에 대해 아버지가 하는 말, “그게 바로 지수 너야.” 그 말에 지수는 멍해진다. 자신의 괴로움은 준표가 준 상처 때문 만이라 여겼는데, 거기에는 자기 스스로 자초한 것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드라마 초반 내내 김수현 작가가 지수를 그려낸 모습이 바로 이것이다. 그녀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고, 주변에서 모두 잘한다고 얘기 듣는 그런 여자를 꿈꾼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생활에서 찾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데서 찾는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준표를 숨막히게 하는 거라는 걸 그녀는 알아채지 못한다. 착한 여자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그 이상을 하려고 하는 데서 내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자기 삶이 없는 헌신은 때론 자신의 삶을 공허하게 만들고, 타인에게는 강요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왜 끝까지 가정을 지켜야 하나
상처 입은 착한 여자가 아픔을 토로하는 식의 드라마는 이제 식상해져버렸고, 김수현 작가가 그걸 모를 리가 없다. 당사자가 갑자기 돌변해 악다구니하는 모습은 자칫 가정을 지키는 여자와 불륜녀가 같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김수현 작가는 은수라는 지수의 대리인을 등장시킨다. 은수가 등장하자 눈물 흘리고 있을 가정 지키는 여자 편에 든든한 힘이 실린다. 욕망을 향해 뻔뻔하게 질주하는 화영 앞에 주먹을 날리고 업어치기를 하는 은수는, 어려워도 가정을 지키며 살아가는 지수편에 선 시청자들의 분노를 대리충족 시켜준다.

많은 시청자들이 은수의 거침없는 말과 액션(?)에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왜 끝까지 가정을 지켜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지수에 대한 감정이입이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학습된 결과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부모와 남편, 아이에게 헌신하는 삶을 가치로서 받아들여왔던 시청자들로서는 “왜 그래야 하는가”하는 질문보다는 “가정을 지키려는 건 당연한 것”이라는 이른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대리인으로서 등장해 참으며 가정을 지키라는 은수와 달리 지수가 선택하는 것이 별거라는 것은 이 드라마가 섣부른 결론보다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 드라마가 여타의 불륜드라마와 다른 점이다.

화영, 금기된 욕망의 화신
반면 화영은 윤리적 잣대로 보면 뻔뻔한 불륜녀지만, 또 한 편으로 보면 금기된 욕망에 솔직한 여자이기도 하다. 불륜 사실을 알고 지수가 “왜 그랬니? 넌 내 친구였잖아”하고 항변할 때 화영은 당돌할 정도로 솔직하게 말한다. “불가항력이었어. 죽어도 좋았어. 너 따윈 아무 상관없었어.” 그러자 발끈한 지수가 독설을 퍼붓는다. “너희 짐승이니?” 그러나 화영은 선선히 그 사실도 인정해버린다. “행복한 짐승.”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막가는 화영이지만, 그녀의 금기된 욕망을 향한 무한질주는 이 시대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억압받아왔던 여성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는 구석이 있다. 특히 가정이라는 이름 하에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살아왔던 중장년층의 주부라면, 가정보다는 자신의 삶을 당당히 살아가는 지금의 세태 속에서 상대적인 박탈감 같은 것을 느꼈던 여성이라면, 그녀의 도발은 ‘비난하면서도, 속 시원한’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이것이 그녀를 (윤리적인 잣대에서) 욕하면서도, (금기된 욕망의 표출을 통해) 묘한 매력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친구의 가정을 깨고 얻은 것, 결국 가정?
하지만 그런 화영의 거침없는 욕망의 질주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늘 가족들의 생계를 뒷바라지하면서 살아야 했고, 남편조차 자살해버린 그녀에게 가정이 주는 의미는 억압과 고통 그 자체이다. 늘 단란해 보이는 지수의 가정을 파괴시키는 데는 바로 그 점도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지수를 찾아가 “셋이서 같이 살자”는 도발적인 제안을 한다. 이것은 가부장제와 기존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한 것과 같다.

그런데 지수에게서 준표를 빼앗아와 자신의 집에 들이자 그것이 가정의 모습으로 돌변하는 묘한 상황이 발생한다. 살을 맞대고 살면서 사랑(이것은 화영의 표현이다)은 퇴색되고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게 된다. 그녀는 그토록 깨고 싶었던 (지수의) 가정을 깨고, 결국 스스로 가정을 만든 셈이다. 그런 그녀가 지수를 찾아가 ‘가정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부분이 이 드라마가 공감을 주는 대목이다. 화영은 악역이 아니고 가정이라는 억압을 주는 단단한 사회적 질서 속의 희생자일 수 있다는 점이다.

불륜드라마와 여성심리극의 갈림길
가정이란 틀을 두고 벌이는 지수와 화영의 대립구도는 이 드라마가 그저 자극적인 설정만을 추구하는 불륜드라마의 틀을 벗어나 금기된 욕망과 억압에 대한 여성심리극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김수현 작가는 지금껏 드라마 속에서 가부장적 질서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들이댄 혐의가 짙다. 가부장제의 문제를 꼬집고 비틀면서 한껏 시청자들의 금기된 욕망을 해소시키다가 결국에는 다시 가부장제로 돌아가는 결론으로 끝맺었던 것.

만일 김수현 작가가 여타의 드라마들을 통해 보였던 이중적인 잣대를 이 도발적인 문제제기의 끝에 꺼내든다면 그것은 이 드라마를 그저 자극적인 설정을 통해 시청률만을 노린 불륜드라마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가정의 틀을 깨는 도발적 제안으로 끝낸다는 것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 이것이 지수와 화영이란 대타자들을 통해 가정이란 체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김수현 작가가 앞으로 고민해야될 문제다.

또한 이 드라마를 열성적으로 보는 시청자들이라면 한번쯤 어떤 캐릭터가 자신을 그렇게 공감하게 하는가를 생각해보면서, 김수현 작가의 행보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드라마 보는 재미도 더할 것이지만, 그것이 그럴 듯한 이야기로 포장된 불륜드라마에 기만당하지 않고, 질 높은 여성심리극을 불륜드라마로 싸잡아 비판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수와 화영, 당신은 어느 편인가.
/정덕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mansuri@osen.co.kr 블로그 http://thekian.net/

이번 주는 드라마들이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호연을 펼치고 있는 연기자들이 유난히도 돋보인 한 주였습니다.

역시 배종옥, 변신 김정민
SBS의 월화드라마,‘내 남자의 여자’는 극의 흐름을 김희애의 독한 연기가 끌어왔는데 이번 주에는 반격에 나선 배종옥의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남편의 외도로 인해 겪는 상처와 분노, 하지만 “그래도 용서해주세요”하는 아이의 애원에 흔들리는 엄마라는 복합적인 내면연기를 ‘역시 배종옥!’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소화해냈습니다. 배종옥은 과장되지 않고 또 그렇다고 너무 가라앉지도 않는 역할에 딱 맞는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MBC의 ‘히트’는 전문성에 대한 비판여론 탓인지 분위기를 멜로에서 전문직쪽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새롭게 전면에 나선 김영두 역의 김정민이 가수답지 않은(?)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의 거칠고 강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는 멜로로 말랑말랑해진 ‘히트’에 조금은 강력계다운 강한 면모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성숙 공효진, 소름 주지훈
수목드라마에서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맙습니다’는 달라진 공효진, 장혁의 물오른 연기가 시청자들을 감동에 젖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전 드라마에서 조금은 되바라진 캐릭터를 보였던 공효진은 이 드라마에서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모성애 강한 미혼모역을 실감나게 소화해내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한편 장혁의 깊어진 연기와 서신애의 아이답지 않은 연기력, 그리고 자타가 공인하는 신구, 강부자의 연기력들이 맞물려 따뜻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데 강한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시청률은 낮아도 여전히 화제에 중심에 있는 ‘마왕’은 주지훈의 야누스적인 캐릭터에 찬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표정한 얼굴에는 그것이 선인지 악인지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를 보이다가, 순간 순간 씩 웃을 때 입꼬리가 올라가며 보이는 악마적인 느낌은 시청자들을 전율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과거의 아픔을 떠올릴 때면 그 고통을 공감할 수 있게 해주는 내면연기 역시 돋보이면서 이제 막 시작한 신인배우라고는 믿기기 어려운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캐릭터와 연기력이 드라마를 살린다
TV 프로그램의 성패가 된 리얼리티는 이제 드라마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리얼하냐는 것이 공감의 바로미터가 된 것입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캐릭터가 극의 중심으로 오면서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연기자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스토리 중심의 트렌디 드라마에서는 적당한(?) 연기력을 가진 외모출중한 배우들이 포진했던 반면, 최근에는 외모가 아닌 진정성이 느껴지는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야말로 드라마를 살릴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 착한 척하는 배우, 예쁜 척 하는 배우보다는 자신은 망가지더라도 극중 캐릭터를 100%로 살릴 수 있는 연기를 보이는 배우가 아름다운 시대입니다.
월화수목 드라마들이 중반을 치닫고 있는 지금이, 이제 제 궤도에 오른 연기자들의 명연기를 보는 맛이 가장 좋을 때입니다. 최고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내 남자의 여자’, ‘고맙습니다’ 뒤에는 연기자들의 호연이 빛나기 마련! 그러나 시청률과 상관없이 취향에 따라 그 다양한 맛에 취해보는 건 어떨까요.

재미로 보는 기대감 수치
▶ ‘내 남자의 여자’(기대감 80%) : 새로운 남자, 이종원이 등장하면서 배종옥의 갈등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배종옥과 김희애의 대결구도는 여전히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 ‘고맙습니다’(기대감 80%) : 연기로 보자면 이 드라마 만큼 기대감을 높이는 드라마는 없을 것입니다. 모든 연기자들이 연기 9단의 모습을 보이는 드라마입니다. 공효진과 그 가족을 사이에 둔 장 혁과 신성록 간의 대결구도도 관전포인트입니다.
▶ ‘히트’(기대감 50%) : 아직까지 전문직 드라마로서의 긴박감이 살아나지 않는 반면, 김정민의 역할이 얼마나 그걸 해줄지 기대가 되는 드라마입니다.
▶ ‘마왕’(기대감 50%) : 주지훈의 야누스적인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인간으로서의 강오수’와 ‘형사로서의 강오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엄태웅의 연기도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월화 ‘내 남자의 여자’의 강품이 유난히도 강했던 한 주였습니다.

역시 김수현인가
김수현 작가의 독한 대본을 바탕으로 김희애의 독한 연기에 맞선 배종옥의 연기가 빛을 발하면서 시청률은 20%를 넘어 월화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히트’의 부진이 또 한 몫을 했습니다. 여기에는 애초에 전문직 드라마라는 어려운 선택을 했던 것이 원인이 되었습니다. 차라리 멜로 드라마를 표방했다면 이런 어려움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정우의 재발견이라 할 만큼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캐릭터들의 멜로 라인이 압권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들은 전문직 드라마에 어울리지 않는 차수경이란 캐릭터와 그 연기를 하는 고현정으로 떨어진 시청률을 그나마, 하정우씨의 멜로가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 주가 시작하는 월화에 독한 드라마로 풀어내며 이 악물고 일을 하다가 수목이 되면 슬슬 따뜻한 햇살이 간절해지기 마련, 이 욕구를 맞춰주듯 ‘고맙습니다’는 수목에 활짝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공효진과 서신애의 연기에 그들을 보호해주는 두 수호천사, 장 혁과 신성록의 따뜻한 연기는 월화에 맺힌 독기를 쪽 빼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한가인을 빼고는 트렌디한 설정으로 지속되고 있는 ‘마녀유희’의 전선에는 한 자릿수 시청률로 전락하는 등 점점 먹구름이 끼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아예 시청률 따위는 아무 상관없다고 항변하듯 ‘마왕’은 꿋꿋이 자신의 노선을 밟아가며 매니아드라마로서의 명품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주말드라마는?
주말 드라마는 별다른 진전 없이 대조영과 설인귀의 엎치락뒤치락 두뇌게임이 돋보이는 ‘대조영’의 선전이 눈에 뜨입니다. 부기원의 미친 행세가 사실 연기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만 언제까지 이런 작은 음모들로 극이 진행될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연개소문’은 유동근이란 굵직한 배우가 등장하면서 무언가 변수를 가질 것을 기대했지만 아직까지는 기대 이하의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연개소문 역의 유동근과 당태종 이세민 역의 서인석의 본격 대결이 이루어지면 조금 약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동시간 대의 ‘케세라세라’는 ‘하얀거탑’의 뒷자리에 잘못 앉아 호평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떨어지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아줌마를 잡아라
월화의 강자였던 ‘주몽’의 종영 이후,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급변했던 드라마 기상은 이제 안정된 날씨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주몽’, ‘하얀거탑’으로 젊은 시청층의 기대감을 한층 높여놓았던 MBC는 그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해 시청률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고, SBS는 좀더 강한 강도의 자극을 김수현이라는 작가를 통해 풀어내면서 전통적인 아줌마 시청층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KBS는 시청률과는 무관한 듯 제 행보를 유지하면서 전통적으로 보여왔던 사극의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미로 보는 기대감 수치
▶ ‘내 남자의 여자’(기대감 90%) : 이제 등장할 배종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녀에게 빙의된 시청자들은 그녀의 곧 이어질 반격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입니다.
▶ ‘고맙습니다’(기대감 90%) : 공효진과 그 가족을 사이에 둔 장 혁과 신성록 간의 애정공세가 본격화되면서 훈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짙습니다.
▶ ‘대조영’(기대감 70%) : 부기원의 변신, 하지만 여기에 속지 않을 대조영의 모습에서 기대가 되지만 그 다음은 또 누구의 반복이냐가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입니다.
▶ ‘히트’(기대감 60%) : 하정우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기대감 자체. 그러나 전문직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은 갈수록 저하될 전망입니다.
▶ ‘마왕’(기대감 50%) : 시청률은 낮지만 죽 보아왔던 시청자라면 기대감 100%를 가질 수 있는 이야기 전개. 세 번 째 희생자는 어떻게 죽게 될 것인가가 관심의 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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