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손석희도 머쓱, 숙연해진 이효리의 생각·노래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기는 싫다. 어떤 뜻인지는 알겠는데 이거 가능하지 않은 얘기가 아닌가요, 혹시?”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이효리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순간 손석희는 기분 좋은 당혹감을 느꼈을 법하다. 그래서 농담을 섞어 질책하듯 이효리에게 말했다. “질문한 사람을 굉장히 머쓱하게 만드시네요...” 라고.

'뉴스룸(사진출처:JTBC)'

<뉴스룸>의 손석희와 이효리. 어찌 보면 쉽게 보지 못하는 조합이다. 과거 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비되곤 하던 이효리의 모습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4년 만에 돌아온 이효리는 그 때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말하는 것에 있어서도 편안해졌다.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속에는 듣는 이들을 공감시키고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천하의 손석희 앵커까지. 

새로 낸 신보의 선 공개곡인 ‘서울’이라는 노래를 소개하면서 전한 서울에 대한 생각은 그녀가 지난 4년 간 어떤 변화를 겪었는가를 잘 드러내주었다. “서울을 미워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러면서 사실은 “서울이 어두웠고 나빴던 게 아니라 서울에 살 때 제가 뭔가 좀 어둡고 답답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서울’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춤에 대해 이야기하며 손석희 앵커가 “요가 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하자, 이효리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수긍했다. 과거 같으면 그런 평가를 부인하려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보니까 요가랑 춤이랑 그렇게 완전히 다른 게 아니더라고요. 어쨌든 육체, 몸을 가지고 뭔가를 표현하는 거니까.” MBC <무한도전>에서 그녀가 춤 선생으로 소개했던 김설진 현대무용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과거 그녀가 보여주려는 춤을 췄다면 이제는 자신의 속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는 춤을 추고 있다는 느낌.

손석희 앵커는 새 앨범에서 ‘변하지 않는 건’이라는 곡의 가사를 소개했다. ‘변하지 않은 건 며칠 전 냉장고에서 꺼내놓은 식빵. 여전히 하얗고 보드랍기만 한 식빵. 변하지 않는 건 너무 이상해. 변하지 않은 건 너무 위험해.’ 손석희 이야기처럼 그건 마치 ‘환경문제’를 의미하는 가사처럼 들렸지만 이어지는 가사는 그것이 거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줬다. ‘얼마 전 잡지에서 본 나의 얼굴. 여전히 예쁘고 주름 하나 없는 얼굴. 조금도 변하지 않은 이상한 저 얼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물과 자신을 동일선상에 놓고 ‘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걸 이야기하는 가사. 그리고 한 마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인다. ‘변하지 않는 걸 위해 우리는 변해야 해.’

손석희 앵커는 또 다른 곡인 ‘다이아몬드’를 소개하며 ‘그대여 잘 가시오. 그동안 고생 많았다오. 그대여 편히 가시오. 뒤돌아보지 말고 가시오.’라는 가사의 대상이 누구냐고 물었다. 어찌 보면 남녀 간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효리는 그 곡을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 기사를 읽다가 쓰게 됐다고 말했다. “어떤 권력이나 무슨 기업에 맞서 싸우시다가 힘없이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게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그분들에게 뭔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으로 이 곡을 썼다고 했다. 

손석희 앵커는 굉장히 뭉클해하며 그 ‘숙연한’ 가사에 의미를 더해주었지만, 정작 이효리는 그것이 거창한 일로 비춰지는 걸 저어하는 눈치였다.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 전했을 뿐이라는 것. 사회적인 참여를 적극적으로 해온 이효리에게 왜 그렇게 했냐고 묻자 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참여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이효리의 그 단순한 답변에 손석희 앵커는 또 한 수 배운 얼굴이었다. “사실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죠”하고 덧붙였다. 

<뉴스룸>을 통해 보여진 이효리의 모습에서는, 지난 4년 간 그녀가 말한 ‘모순덩어리 삶’에 대한 깨달음과 그것을 받아들이며 훌쩍 성장한 그녀가 느껴졌다.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때론 그렇게 꿈꿀 수 있는 것이 불가능을 가능하게도 한다는 걸 그녀는 어느새 알아차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발표한 노래 속에 그녀의 삶이 담겨지는 것이 가능해졌으니.

짠할 땐 짠? <인생술집> 의도는 알겠는데 딜레마는

 

tvN <인생술집>은 대놓고 음주방송이다. 한 몇 년 만 시간을 되돌려보면 이런 음주방송이 지금 버젓이 나가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음주방송과 연관된 단어들은 물의’, ‘논란’, ‘하차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2013년 타개하신 라디오 DJ 이종환도 과거 음주방송을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고 <컬투쇼>의 정찬우도 한때 음주방송으로 물의를 빚은 후 사과를 한 바 있다.

 

'인생술집(사진출처:tvN)'

물론 이러한 음주방송과 <인생술집>의 음주방송은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음주방송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술집>이 음주방송을 내걸은 데는 그만한 다른 이유가 있다. 게스트가 등장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이 프로그램이 연남동 밤거리를 스케치하며 깔아놓는 내레이션처럼, 하루의 피곤함을 위로하기 위해 드는 술잔의 의미가 강하다는 점이다.

 

하지원이 게스트로 출연한 3회에서 신동엽이 건배사 같은 게 있냐고 묻자 그저 !”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이란 표현 속에는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다고 했다. ‘인생술집이라는 네 자를 가지고 그녀는 인생 뭐 있어? 생각 좀 그만 해. 술이 앞에 있잖아. 집중!”이라는 재치 있는 사행시를 선보였다. 그녀가 건배사로 말한 !”과 사행시의 정서는 묘하게 어울린다.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일반인들의 술자리 이야기에서 여성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혼자인 처지와 사랑, 결혼 등을 말한다. 그러면서 하며 함께 술을 마시면서 한 여성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의 이 짠이 정말 짠해서 짠이 아니고 기분 좋은 짠이었으면 좋겠다.” 짠할 땐 짠. 아마도 이 여성이 말하고 있는 이 부분은 음주방송을 내거는 과감함을 통해서라도 <인생술집>이 추구하려는 바일 것이다. 힘겨운 현실에 위로가 되는 짠! 그래서 술집앞에 인생이라는 무게 있는 단어를 달았을 테니.

 

하지만 중요한 건 <인생술집>은 결국 재미를 줘야 하는 방송이고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재미는 웃음만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어떤 따뜻함이나 호감을 통해 갖게 되는 즐거움, 때로는 그 시간의 흥취가 주는 포만감 등등. 재미 요소는 웃음 이외에도 많다.

 

게다가 음주방송이라는 걸 내걸었기 때문에 <인생술집>은 그저 희희낙락하는 모습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그건 자칫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기 보다는 출연자 자신들이 즐기는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다. 물론 그 모습이 시청자들까지 즐겁게 만든다면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되면 시청자들은 위로가 아닌 소외감 같은 걸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인생술집>은 술 한 잔이 경계심을 허물어내는 그 순간을 통해 게스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걸 추구하지만, 음주방송이라는 지점은 어떤 면에서는 더더욱 조심스러워지는 딜레마를 만든다. 너무 재밌게 노는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이 어딘지 과하게 느껴질 수 있고, 그래서 술을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는 인생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때때로 무거워진다.

 

이것은 <인생술집>의 음주방송이 허락되는 지점이 갖는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마음껏 마셔도 된다고는 하지만 그만큼의 재미와 의미가 곁들여지지 않으면 자칫 비난받기도 쉬운 아슬아슬한 지점에 <인생술집>은 서 있다. 그래서 방송은 그저 자연스럽게 게스트를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술 마시기 전에 술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항상 신동엽은 자주 하는 건배사를 물으며 적당한 시점(?)이 되면 노래를 권한다. 그건 일종의 방송의 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틀을 음주를 통해서라도 깨려는 의도 사이에서 제작진이 어떤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의도는 나쁘지 않다. 결국 술에 취하기보다는 사람에 취하는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것처럼 음주 자체보다 그 분위기와 흥취에서 나오는 진솔함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의도는 어떤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때론 왜곡될 위험성도 있다. <인생술집>은 그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방송을 펼쳐나가지 못한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이 프로그램이 가진 관건이다

강균성, 노래, 예능, 강연까지 못하는 게 없는 남자

 

강균성을 주목시킨 건 그의 특별한 성대모사였다. <라디오스타>에서도 <무한도전>에서도 강균성은 틈틈이 자신만이 가진 과장된 성대모사를 통해 그 존재감을 보였다. 그것은 목소리와 표현력의 결합이었다.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을 할 때는 그래서 그가 가진 다양한 캐릭터들이 그의 연기를 통해 쏟아져 나와 감정 기복 많은 다중이의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캐릭터 플레이고 성대모사라는 개인기였다. 과거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능의 한 지분을 가져가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관찰카메라의 시대다. 그런 연기적인 요소보다 더 중요한 건 진짜 그 사람의 인성이나 가치관 같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SBS <썸남썸녀>를 통해 조금씩 보여지는 그의 진면목은 이 예능 새내기가 꽤 괜찮은 확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썸남썸녀>는 일찍부터 그가 함께 지내게 된 출연자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의 독특한 연애학개론을 선보인 바 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사뭇 고루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혼전순결같은 이야기를 자기만의 확고한 가치기준을 통해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은 우습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꽤 진지한 그의 진짜 모습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런 그가 대학에서 청춘들 앞에 연애에 대한 강연을 하는 모습은 의외로 신선했다. 썸에서 연애로 연애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을 칠판에 적어 놓은 후, 결혼을 전제한 만남이 왜 진정한 만남이 될 수 있는가를 설파하는 모습은 실로 고루하기는커녕 파격적이면서도 진지했다. 그 강연 내용은 사실상 그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실제 모습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

 

그가 강연을 통해 반드시 그래야 한다가 아니라 그런 삶의 방향성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는 건 중요한 대목이다. 그것은 그가 꽤 자기만의 확고한 주관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며 또한 그렇다고 타인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말해주기 때문이다.

 

강균성의 연애학 개론을 듣고 난 후 <썸남썸녀>가 그와 최희와의 데이트를 보여준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강균성은 어찌 보면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오빠라는 호칭을 의도적으로 쓰며 친근함을 보이는 최희에게 그는 또박또박 존칭을 사용했고, 선을 넘기 보다는 늘 예의를 차리는 쪽이었다. 그건 거리감을 느껴지게 하는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연애학 개론을 이미 들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의 그런 말과 행동이 자신만의 가치관을 실천하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너무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그 과정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만큼 순수함을 지켜내려는 노력에서 강균성이라는 인물의 내면적인 매력을 엿볼 수 있었던 것.

 

노을의 보컬로서 가수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갖고 있는데다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끼와 개인기는 물론이고 이제는 리얼 예능이 드러내기 마련인 진면목의 매력까지. 강균성은 확실히 많은 가능성을 가진 예능 새내기임이 분명하다. 이러니 <무한도전>도 식스맨으로 그를 눈독 들였을 테고.



<복면가왕> 정체 궁금하지만 노래 좋으면 됐다

 

클레오파트라는 김연우인가. 타 프로그램에서 김연우가 오페라의 유령을 부르는 장면과 <복면가왕>에서 부른 장면을 비교한 동영상은 클레오파트라의 정체가 김연우라는 심증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목소리나 발성이 너무나 똑같기 때문. 그래서 이미 인터넷은 클레오파트라의 정체가 김연우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

 

'복면가왕(사진출처:MBC)'

그런데 클레오파트라가 3연승을 기록하면서 이런 확증에 가까운 심증이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가 만일 진짜 김연우라면 그의 장기집권(?)을 막는다는 건 쉽지 않을 일이다. 그의 가창력은 이미 대중들에게 정평이 난 지 오래다.

 

그렇다고 계속 해서 그가 우승을 한다면 자칫 <복면가왕>이 갖고 있는 두 가지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 그 하나는 다양성이다. 결국 복면까지 하고 무대에 오른 건 좀 더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 다른 하나는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라는 <복면가왕>만이 가진 핵심적인 재미 포인트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정체를 다 알고 노래를 듣는다면 그건 콘서트지 <복면가왕>이 아니다.

 

그래서 항간에는 몇 주 연속 우승을 하게 되면 스스로 가면을 벗는 룰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장기집권은 이번 클레오파트라에게서 발생하는 위의 두 가지 문제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 아예 이참에 다양성과 프로그램 정체성을 위해 합당한 룰을 세우는 게 향후에도 좋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룰을 바꾸거나 세우는 건 또한 민감한 문제다. 과거 <나는 가수다> 초창기에 김영희 PD가 겪었던 해프닝을 떠올려보라. 룰은 게임이 진행되기 전에 이미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복면가왕>처럼 이미 쉬지 않고 굴러가는 게임에서 룰을 변경한다는 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사실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면 또 어떤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복면가왕>은 물론 가왕을 뽑는 과정을 다루기는 하지만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에 대해서 그리 민감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즉 성패와 무관하게 자신의 기량을 다 보일 수 있는 무대 그 자체를 복면이라는 장치를 통해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복면가왕>의 핵심적인 재미라는 것이다. 만일 클레오파트라가 매번 노래를 통해 대중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계속 볼 수 있는 것도 대중들의 권리라는 점이다.

 

물론 <복면가왕>에서 복면 뒤의 정체는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복면은 장치일 뿐이지 그것이 이 프로그램이 진정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는 노래에 있다. 어떻게 하면 편견 없이 부르고 듣는 노래를 즐길 것인가가 <복면가왕>이 진짜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러니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라고 하더라도 좋은 노래라면 그것으로 족할 일이다. 물론 그보다 더 좋은 복면의 등장이 기대되기는 하지만.

 

개별 곡보다 장범준 자체에 끌리는 이유

 

지금 음원차트를 들여다보면 버스커버스커에서 솔로로 데뷔한 장범준의 곡이 거의 차트 상위권을 도배하다시피하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어려운 여자’, ‘사랑이란 말이 어울리는 사람’, ‘낙엽엔딩’, ‘주홍빛거리’, ‘내 마음이 그대가 되어등등 거의 전곡이 차트에 올라와 있다. 지난 25일 장범준의 이번 솔로 타이틀곡인 어려운 여자는 멜론, 엠넷, 올레뮤직, 네이버뮤직, 다음뮤직, 벅스, 소리바다 등 총 8개 주간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장범준(사진출처:CJ E&M)'

특이한 건 버스커버스커 때도 그랬듯이 장범준이 방송에는 일절 얼굴을 내밀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음원으로만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는 셈이다. 여타의 아이돌들이 뮤직비디오는 물론이고 방송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신곡이 나올 때마다 적극적인 홍보를 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이처럼 더 장범준의 노래에 대중들이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놀라운 것은 방송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장범준의 곡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버스커버스커가 만들어낸 일종의 아우라가 있기 때문에 벚꽃엔딩이후 장범준의 신곡이 무엇일까에 대한 기대감은 꾸준히 존재해왔다. 그러니 노래가 무엇이 됐든 장범준이 곡을 내놨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중들의 관심은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그 내놓은 신곡이 변함없는 장범준 스타일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는 건 대중들을 만족시키는 부분이다. 버스커버스커에서 독립해 나와 솔로 곡을 들고 왔지만 노래가 버스커버스커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건 그가 사실상 이 그룹을 거의 혼자서 이끌고 있었다는 걸 반증한다. 마치 산울림이나 송골매를 듣는 듯한 향수어린 사운드에 장범준 특유의 매력적인 보이스와 경쾌한 듯 센티멘탈한 느낌을 주는 사운드는 장범준표 음악의 대표적인 특징들이다.

 

장범준이 내놓은 여러 곡들 중 특정 곡 하나가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전곡이 차트에 올라가는 이유는 우리가 그의 노래를 어떻게 듣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대중들은 이제 특정한 곡을 듣는다기보다는 그저 장범준을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무심한 듯 툭툭 던져 넣는 목소리와 그 목소리에 얹혀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 가사가 주는 한가로운 정취는 장범준의 곡을 특정 가사나 특정 멜로디가 아니라 그의 곡 분위기 자체로 인식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물론 이렇게 되자 장범준의 곡들은 각각의 변별력이 크지 않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척 들으면 그것이 장범준의 곡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지만, 그 각각의 곡의 제목을 대라고 하면 잘 분간이 가진 않는 건 그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가 장범준이라는 아우라에 압도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별력이 크지 않은 곡들의 단점은 동시다발적으로 차트를 점령하는 그의 여러 곡들에 의해 오히려 장점으로 바뀐다. 여기저기서 장범준이 들리는 것이다.

 

가수로서 곡보다 더 그 가수의 목소리가 듣고픈 욕구를 만든다는 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산울림이 그랬고, 송골매가 그랬으며, 조용필, 이선희 같은 목소리 자체가 매력인 가수들이 그랬다. 물론 장범준의 가창력은 그런 대형가수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가창력만이 가수의 매력을 만들던 시대는 지나갔다. 목소리의 개성이 그 어느 때보다 대중들의 마음을 이끄는 요즘, 장범준은 자기만의 독특한 노래의 분위기로 대중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우리는 어느새 그의 곡을 듣지 않는다. 장범준을 들을 뿐.

 

연기에 노래까지, 아이돌과는 다른 심은경의 매력

 

삼촌팬들의 눈에 꼭 들었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인데 연기 공력이 남다르다. 영화 <써니>에서 촌스러운 스노우진을 입고 걸진 속사포 욕을 쏟아내는 모습에서 어떤 싹수를 느꼈다면, 이번 <수상한 그녀>에서는 이거 장난이 아닌데하고 놀랄만한 그녀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게다. 스무 살의 나이에 칠순의 내면 연기라니. 잘 생긴 외모에 잘 빠진 몸매 하나 믿고 연기판에 뛰어드는 그런 아이돌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공력이 아닌가.

 

'사진출처:영화 <수상한 그녀>'

무엇보다 연기력이 확실하다는 믿음 이외에 삼촌팬들의 눈에 쏙 들어온 또 다른 이유는 그녀의 연기를 대하는 태도다. 그녀는 지금껏 캐릭터에 빙의되는 것 이외에 예쁜 이미지를 억지로 만들려는 그런 모습 자체를 보인 적이 없다. <써니>에서 그녀가 했던 나미 역할을 떠올려 보라. 또 이번 <수상한 그녀>의 오두리는 또 어떤가. 그래도 한창 예뻐 보이고 싶어 할 나이에 그녀는 오히려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투리는 기본이고 걸쭉한 욕은 빼놓을 수 없는 옵션이다. 비디오형 여배우들이라면 소화해내기도 힘들고 심지어 피하고 싶은 그런 연기를 그녀는 일상처럼 해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사투리와 걸쭉한 욕은 오히려 그녀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 본래 귀여운 얼굴이지만 단지 그것 때문에 그녀가 귀엽게 다가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기에도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그 연기자로서의 모습이 보기 좋은 것이다.

 

<수상한 그녀>에서 그녀가 직접 부른 노래들에는 그녀만의 매력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물론 오두리라는 배역 자체가 칠순의 감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부르는 하얀 나비나성에 가면에는 스무 살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삶에 대한 결코 얕지 않은 감성이 묻어난다. 그런데 보기 드문 성숙한 감성을 담은 목소리가 차츰 후반부로 가며 고조될 때면 영락없는 스무 살의 록 스피릿이 튀어나온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스무 살의 감성에서부터 원숙한 나이의 감성까지를 동시에 아우른다는 것.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은 그래서 몹시 수상한(?) 내공을 보여주는 연기자다.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도 소화하기 힘든 연기생활을 쉬지 않고 해온 덕에 나이보다 원숙해진 속내가 갖춰졌을 게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그녀 본연의 나이가 갖는 감성 역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심은경이라는 배우에게서는 성숙함과 귀여움이 동시에 묻어난다. 원톱 여배우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6백만 관객을 넘어선 <수상한 그녀>는 실로 그녀의 다양한 매력을 끄집어내는 데는 맞춤인 작품이 되었다.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까지, 한 없이 웃기다가도 한 없이 눈물짓게 만드는 그녀만의 매력은 물론이고, 또 스무 살의 톡톡 튀는 감성에 칠순의 원숙함까지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영화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 영화의 흥행 비결이기도 하다. 연기와 노래가 어우러지고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며 젊은 감성과 어르신들의 감성이 소통되는 그 지점에 이 영화의 감동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심은경이라는 배우를 관통한 이 무수한 감성들의 공존이 그 자체로 큰 울림을 만들었기에 영화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귀여운 데 연기도 잘하고 중년들의 감성을 이토록 잘 연기해내는 그녀. 게다가 어떤 역할이라도 척척 해낼 수 있을 만큼 연기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까지 갖춘 그녀에게 삼촌팬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게다. 아마도 MBC 드라마 <단팥빵>에서 그 어린 아이로 나왔던 심은경을 떠올리는 삼촌팬들이라면 이렇게 성장한 그녀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내고 있을 지도.

<위탄3>가 <K팝스타2>에 배워야할 점

 

실력 있는 출연자들은 과거 그 어떤 시즌보다 많아졌는데, 왜 시청률은 갈수록 추락하는 걸까. <위대한 탄생3(이하 위탄3)>의 시청률은 9%대를 유지하다가 합동미션을 했던 9회에서 10.4%로 정점을 찍은 후 멘토와 멘티가 만나는 11회부터 급추락하기 시작해 급기야 6.4%(agb닐슨)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는 17% 시청률로 금요 예능을 평정한 <정글의 법칙>은 차치하고라도 심지어 8.4%를 기록한 <VJ특공대>보다도 낮은 수치다.

 

'위대한 탄생3'(사진출처:MBC)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아이템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정글의 법칙>이 가진 힘 때문이다. 김병만이 아마존에서 다시 이끄는 <정글의 법칙>이 첫 방송된 12월28일 <위탄3>의 시청률은 10%에서 7.9%로 뚝 떨어졌다. 이 날 <정글의 법칙>은 첫 회에 가뿐하게 14.5%를 찍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VJ특공대>보다 시청률이 낮은 건 좀 과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렇다면 <위탄3>에도 어떤 시청률 하락의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닐까.

 

이번 <위탄3>에서는 실력자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일찌감치 리틀 임재범으로 주목받은 한동근, 독특한 흑인 감성을 가진 양성애, 특유의 그루브감으로 멘토들을 흥겹게 만들었던 나경원,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던 전하민 등등... 너무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든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들이 예선과 본선을 치를 때만 해도 이번 <위탄3>가 그 어느 때와 달리 성공적일 거라는 기대감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회를 거듭될수록 그 기대감이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많은 가능성과 기대를 갖게 만들었던 실력자들이 점점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초반에 한동근 한 인물에 지나치게 집중했던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참가자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던 것. 다양한 개성들의 소유자들이었던 만큼 그 개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연출과 편집이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콜라보 미션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하는 게 사실이다. 경쟁자들이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 노래 속에서 하모니를 맞추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위탄3>의 콜라보 미션은 물론 절정의 하모니를 보여줌으로써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지만 그 속에서 개개인들의 개성은 많이 묻혀버렸다. 심지어 그토록 초반에 공을 들였던 한동근에 대한 기대감마저 살짝 줄어든 감이 있다.

 

이렇게 참가자들이 점점 주목되지 못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첫 번째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좋은 기량의 참가자들이 나오다 보니 몇몇 인물들에 집중시키지 못한 것이다. 과거 시즌에서는 예선부터 대충 누가 마지막까지 갈 것인가를 점칠 수 있었지만 이번 시즌은 멘토링 과정에 들어가서도 누가 올라가고 떨어질 지가 오리무중이다. 그만큼 실력차이가 확연하지 않거나 실력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다양성을 갖췄다는 뜻이다. 이것은 분명 큰 장점이지만 제대로 연출해내지 못하면 집중이 어려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줄어든 방송분량이다. 물론 방송분량이 많다고 해서 참가자들의 면면이 더 확실하게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즉 과거 시즌에는 그다지 실력자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방송분량이 길어지다 보니 오히려 너무 질질 끈다는 느낌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은 정반대다. 실력자들은 많은데 방송분량이 대폭 줄다보니 이들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아내지 못하고 그저 방송이 흘러가는 인상이 짙다.

 

하지만 그렇다고 멘토링 과정이 길게 들어가는 것이 유리했을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위탄>에서 멘토제는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지만, 그 과정은 이제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하게 되었다. 한 회를 한 멘토와 멘티의 이야기로 가득 채우다 보면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풍성한 노래들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결국 몇 곡의 노래와 거기에 얽힌 이야기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에 익숙해진 대중들은 이야기보다는 노래를 듣고 싶어 이 형태의 프로그램을 찾는 경향이 생겼다. 결국 <위탄>의 멘토제는 멘토들이 전면에 나오고 멘티들과 노래는 뒤로 묻혀지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차라리 멘토링 과정을 너무 길게 반복하기보다는, 더 많은 노래와 가능성을 보여줘 참가자들의 캐릭터를 확실히 만들어낼 수 있는 이전 단계의 미션들이 더 많은 방송분량을 차지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위탄3>는 여러모로 안타까운 점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많은 매력적인 실력자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선택과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음으로써 점점 평이해진 오디션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 몇 번 출연한 것만으로도 이미 기성가수들을 넘어서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K팝스타2>의 악동뮤지션을 떠올려보라. 이야기나 참가자의 뒷얘기는 거의 배제한 채 오로지 음악과 참가자들의 매력에만 집중하는 <K팝스타2>의 연출을 <위탄3>는 이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가끔 다락방에서 꺼내온 아코디언을 연주하셨다. 아코디언하면 어딘지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집시의 시간'에 나오는 음악 같은 걸 떠올리겠지만, 아버지가 연주하는 곡은 그런 게 아니었다. 그것은 트로트, 이른바 뽕짝이었다. 쿵짝 쿵짜작 하며 이어지는 아코디언의 반주는 기막히게 뽕짝에 잘 어울렸다. 아버지는 그 연주에 맞춰 '목포의 눈물'이나 '동백아가씨' 같은 곡을 잘도 부르셨다. 아버지가 연주할 때 어머니는 다소곳이 앉아 그 노래를 감상하시곤 했다. 마치 팬이라도 되는 듯이. 그래서일까. 어린 시절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나는 왠지 '동백아가씨'를 떠올리곤 한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일로 지새우시던 어머니는 어쩌면 아버지의 노래 한 자락에 피로를 푸셨을 지도.

아버지에게 이어받은 끼 때문인지, 아니면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던 아버지의 아코디언 연주 때문인지, 나도 중학교 시절부터 통기타를 끼고 살았다. 누나가 가끔 집에서 하는 음악 동아리 모임을 귀동냥으로 들어가며 노래를 배웠고, 그 음악동아리에서 일일찻집을 할 때는 누나와 무대에도 올랐다. 목청이 꽤 좋았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내 노래에 박수를 쳐주고 앵콜을 불러 주었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 공감의 기억은 평생의 자산이 되었다. 그래서 호주에 1년 정도 유학을 갔을 때 외로웠던 나는 무작정 통기타를 하나 구입해 노래를 불렀다. 외국친구들이 생겼고, 우리는 다 같이 존 레논의 '이매진'을 부르며 하나가 되었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볼 때마다 나는 아버지를 떠올리고, 또 통기타를 들고 다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음악이란 본래 그렇게 누군가 부르고 누군가 그걸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다. 1등이 되기 위해 지나치게 경쟁적인 모습을 볼 때면 '저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버지는 시골에 찾아온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했지만 예선 탈락했다. 그래도 자랑처럼 얘기하시는 걸 보면 그 경험이 못내 즐거우셨던 모양이다. 음악이 진짜 감동을 주는 건 잘 불러서가 아니라, 그 속에 마음이 담겨서이고 그것이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호주에 있을 때 그 먼 곳을 찾아오신 어머니와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정말 인가가 하나도 없는 허허벌판을 차를 몰고 달려가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카세트테이프의 노래를 따라하시다가 나중에는 카스테레오를 꺼버리고 무반주로 트로트를 부르셨다. 그런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깔깔 웃으며 운전을 하고 있는데 '동백아가씨'를 부르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조용해지셨다. 어머니는 울고 계셨다. 아마도 그 노래가 주는 정조가 한 평생 일만 하며 살아온 자신을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자신이 아들과 함께 이 이역만리에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게 기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홍수처럼 쏟아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챙겨보며 하루에서 수십 곡의 노래를 듣지만, 그 때 어머니가 불렀던 '동백아가씨'만한 감흥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음악이란 그런 것이다.

'우결'과 노래는 어떤 화학작용을 만들어낼까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서 정용화는 서현을 생각하면서 노래를 만들었다며 들려준다. 이것은 아마도(어쩌면 분명히) 용서 커플의 노래로 발표될 지도 모른다. 지금껏 수많은 '우결'의 출연진들이 그래 왔기 때문이다.

조권과 가인은 '우리 사랑하게 됐어요'를 불러 각종 음원 차트에 올렸다. 곡도 좋았지만 조권 가인이 참여한 가사가 다름 아닌 '우결'에서의 두 사람의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그 가사는 '우결'에 출연하면서 둘 사이에 생겨난 설렘과 두근거림을 담았다.

'우결'을 통해 두 사람 사이의 스토리를 익히 알고 있는 대중들에게 이 노래는 더 친숙하게 다가갔을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같은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 마치 '우결'의 번외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노래와 스토리가 만나면 이런 강력한 화학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우결'과 노래가 인연이 깊은 건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대부분 가수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노래와 프로그램이 만났을 때 생겨나는 내적 외적 효과가 그만큼 극대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가수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노래에 스토리가 얹어지고, 가수들의 활동은 자연스럽게 그 프로그램을 연상하게 만든다.

아마도 '우결'에서 가장 처음 이런 효과를 보인 커플은 알렉스와 신애 커플일 것이다. 알렉스는 신애를 녹음실로 불러 러브홀릭의 '화분'을 불렀다. 워낙 좋은 노래지만 그다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이 노래는, 알렉스 특유의 자상함과 신애의 분위기가 어우러지면서 굉장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 후 크라운제이와 서인영은 'too much'를, 앤디와 솔비는 '러브 송'을, 환희와 화요비는 '사랑해'를, 전진과 이시영은 '바보처럼'을 그리고 김용준과 황정음은 '커플'을 불렀다. 재미있는 것은 '우결'에서 노래와 관련된 스토리들이 잘 전달되었을 때 그만큼 노래의 화제성도 커졌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만든다거나 혹은 불러준다거나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그만큼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래가 나오는 시점은 대부분 커플들이 상당히 가까워진 시점일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용서 커플이 이제 그들의 노래를 발표할 시점이라는 것은 그들 역시 초반의 어색함을 벗어내고 이제 가까워졌다는 말도 된다. 실제로 이들은 이제 대화에서도 편해졌고 스킨십도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졌다. 아마도 쿤토리아(닉쿤과 빅토리아) 커플도 좀 더 가까워진다면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혹자들은 이것을 그저 마케팅의 한 수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수들 입장에서도 그렇고 프로그램 입장에서도 노래는 그만큼 강력한 효과를 지닌다. 부정적으로 보면 가상 결혼에서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노래로 전한다는 것이 가식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분히 그런 위험성이 있다. 만일 진정성이 의심이 된다면 그것은 거꾸로 가수들에게나 프로그램에게나 득보다는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상결혼이라고 해서 그저 설정일 뿐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실제 부부처럼 모든 걸 나눌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감정 자체가 거짓일 수는 없을 테니까. 만나다 보면 누구나 좋은 감정이나 미운 감정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가수인 이들에게 노래는 또한 자신들의 좋은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기도 한다.

결국 진정성은 노래에 담기기 마련이다. 그것이 노래에 느껴졌을 때 대중들의 마음은 움직일 것이다. '우결'의 몇몇 노래들이 그런 파장을 일으킨 걸 보면 이 프로그램이 보여준 출연진들의 마음이 그 진심을 담고 있었다는 얘기는 아닐까. 아마도.

'슈퍼스타K2'의 내적 외적 성공요인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2년 MBC '목표달성토요일'에서 진행됐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악동클럽'은 소소하게 지나가 버렸고, 2006년 박진영이 진행한 스타 메이킹 프로그램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전국과 해외에 걸친 사전 오디션과 서바이벌 형식, 시청자들의 직접 투표방식 등 작금의 '슈퍼스타K'와 상당히 유사한 형식을 갖추었지만 그다지 화제를 몰고 오지는 못했다. 2007년도 MBC에서 방영됐던 신인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 '쇼바이벌'은 쇼의 형식으로 신인들의 무대대결을 보여주었지만 역시 반향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슈퍼스타K'는 다르다. 케이블 채널 엠넷에서 방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케이블로서는 불가능하다는 두 자리 수를 훌쩍 넘어섰다. 도대체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뭐가 다른 것일까.

많은 이들이 프로그램 외적인 상황을 지적한다. 즉 현실이 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상에서나마 실현시켜준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슈퍼스타K2'에 몰린 1백만 명이 훌쩍 넘는 지원자들이 그려내는 풍경은 경쟁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를 살 떨리게 재현한다. 그런데 그 엄청난 지원자들이 선정되는 기준은 현실과는 완전히 다르다. 아무리 연예인의 자식이라도, 또 학벌이 출중하다고 해도 실력이 없다면 심사위원들은 가차 없이 '불합격'을 준다. 초기에 심사위원으로 앉은 이하늘은 '철이와 미애'의 신철의 조카를 떨어뜨리면서 "너는 철이형을 통해서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하늘은 "이 오디션이 실력은 있지만 등용문이 없는 이들을 위한 것"이란 점을 반복해서 말한다. 살벌한 경쟁 현실의 리얼함 위에, 불공정한 세상을 뒤집는 판타지가 겹쳐지는 지점에 대중들의 몰입은 생겨난다.

하지만 단지 프로그램 외적인 상황에 의해 '슈퍼스타K2'가 거둔 경이적인 대중적 성공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런 외적인 환경은 기획적인 것이지만, 이 기획을 실현시키는 것은 내적인 완성도다. 그런 점에서 '슈퍼스타K2'가 거둔 성과의 반은 바로 이 끊임없이 몰입하게 만드는 프로그램 내적인 성취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음악의 본질인 노래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슈퍼스타K2'는 물론 간간히 댄스를 가미하지만 기본적으로 노래 실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슈퍼위크를 거쳐 마지막 11인에 뽑힌 경쟁자들 중에서 댄스와 함께 노래를 한 후보자는 이보람과 김소정 정도다. 나머지는 모두 각자의 개성적인 보컬로 경쟁에 임했다. 기존의 노래들을 이들이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고 표현해내는가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특별한 재미다.

쟁쟁한 기성가수들의 노래가 이제 첫발을 디디는 이들에 의해 거침없이 재해석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대중들을 열광한다. 그것은 권위에 대한 도전이자 해체이기 때문이다. 이문세가 '조조할인'을 부른 허각에게 "저보다 더 잘 불렀네요"라고 심사평을 말할 때, 윤종신이 장재인의 노래를 듣고는 "좋은 가수가 될 거예요"라고 말할 때 그 쾌감은 극대화된다. 심사위원들의 노래에 대한 혹독한 평가가 서서히 찬사로 바뀌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이들이 불러야 하는 노래가 좀 더 폭넓은 세대를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에 뽑힌 11명이 첫 생방송 무대에서 부여받은 미션은 명곡들의 재해석이었고, 8명으로 좁혀진 경쟁자들이 치르게 된 미션은 이문세의 노래를 재해석하는 것이었다. '쇼바이벌'이 그랬던 것처럼 노래들이 지나치게 젊은 층에 치중되었다면 '슈퍼스타K2'는 이처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좀 더 넓은 세대를 포괄할 수 있는 노래들을 미션을 부여함으로써 이 프로그램은 젊은 세대들은 물론이고 중장년층까지 빠져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노래 자체의 매력과 그것을 절절히 표현해내는 경쟁자들의 만만찮은 노래 실력이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힘을 만들어냈다면, 이 힘에 더 강한 추진력을 부여하는 건 게임이나 스포츠를 보는 것 같은 이 프로그램만의 형식이다. '슈퍼스타K2'는 노래를 빼놓고 보면 한 판의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관중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회자로서의 김성주 아나운서(그가 예전 스포츠 캐스터였다는 점이 이채롭다)가 심판처럼 서 있고 경쟁자들이 나와 실력을 보이면 그것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준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형식은 100만 명이 넘는 지원자에서 단 한 명으로 서서히 좁혀져가는 과정을 통해 시쳇말로 '쪼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게다가 이렇게 좁혀지는 과정에서 가수들(캐릭터)은 성장한다. 스타일리스트가 붙으면서 스타일이 업그레이드되고, 보컬트레이너가 붙으면서 노래가 세련되어지는 과정은 게임에서 캐릭터가 성장할 때 바뀌어지는 갑옷처럼 대중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지지 않았다면 매번 진행될 때마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상승곡선을 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즉 이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엮어지는 구조가 '슈퍼스타K2'에 마치 연속극을 보는 것 같은 힘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저마다의 지원자들은 자신들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을 들고 무대 위에 오른다. 허각이나 김지수가 갖고 있는 힘겨웠던 가족관계의 이야기는 노래로 승화된다. 때론 애인을 생각하며 때론 어머니를 생각하며 노래에 감정이입하는 이들의 모습은 노래 이면의 스토리를 구축한다. 게다가 함께 합숙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들은 그들만의 스토리 또한 만들어간다. 함께 연습해서 무대에서 부른 후, 둘 중 한 사람을 떨어뜨리는 경쟁 형식은 이런 스토리에 긴장감과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슈퍼스타K2'의 경이적인 성공을 단 한 가지 요소로서 해석하기는 어렵다. 거기에는 음악이 갖고 있는 본연의 힘과 그 음악을 세대적으로 배려하는 섬세한 연출, 마치 게임이나 스포츠를 보는 것처럼 구성해놓은 무대 그리고 차츰 성장해가는 인물들의 스토리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물론 한 몫을 하는 것은 케이블이라는 채널이라는 특성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심사라고 하지만 이승철이 지원자들 앞에 거침없이 날리는 독설은 지상파에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구석이 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직설어법이 이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빠져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항간에는 "왜 우리는 저런 프로그램을 못하냐"는 질책으로 '슈퍼스타K2'를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이 기획되어 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요인들을 분석하다보면 그것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예감할 수 있다. 다 년 간의 무대 노하우가 거기에는 있고, 케이블만이 자유롭게 해온 실험정신이 있으며, 다른 한 편으로는 지극히 상업적이면서도 그것이 용인되는 케이블에 대한 대중들의 감성이 들어가 있다. '슈퍼스타'는 그냥 탄생하는 게 아니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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